강원도 양구의 산골에서 태어난 화가 박수근은 한국전쟁 시기, 미8군 PX(현재의 신세계 백화점 자리)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경리 일을 맡아 초상화 주문을 받던 이는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이던 박완서(1931–2011)였습니다.
박완서는 초상화를 그리는 그를 ‘간판쟁이 박씨’라 부르며 무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수근이 자신의 화집을 가져와 그림 한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절구질하는 여인'이었습니다. 그 순간 박완서의 눈에는 그가 그저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깊은 세계를 지닌 예술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인연은 훗날 문학으로 이어집니다.
박완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소설 '나목(裸木)'을 집필했고, 그 작품으로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서른아홉의 나이에 늦깎이 작가로 등단했습니다.
초상화 가게에서 살아가는 한 화가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는 박수근의 대표작 '나무와 여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거칠고 투박해 흔히 ‘화강암 질감’이라 불리는 박수근의 화풍에는 무엇보다 서민들의 어진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삶을 탓하기보다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바로 그 무던한 서민들이 그의 그림 속 주인공입니다.
그의 고향 양구에는 2002년에 개관한 박수근미술관이 있어, 지금도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의 흔적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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