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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예수의 치유와 축귀에 대한 조직신학적 재검토-신적 치유와 심신상관적 설명의 경계에서 -/김동휘.장로회신학大

 I. 들어가는 글

 

오늘날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 대다수는 예수의 동시대인들이 그를 치유자이자 축귀자로 인식했다는 데 동의한다.

이러한 사실은, 본 연구 를 통해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고대의 주요 역사 자료들을 통해 복수로 확인된다.

예컨대 복음서 전승의 여러 층위에서 예수가 사회적 약자를 치유하고 악령을 추방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 아니라, 유대 및 헬레니즘 문헌에도 예수의 극적인 치유와 축귀 행위에 관한 증언이 남아 있다.

일부 자료는 정확한 연대 측정에 어려움이 있으나, 이러한 기록들 이 역사적 예수의 생애와 매우 근접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놀라운 행위들의 원인(예: 초자연적 원인인지, 자연적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예수의 동시대인들이 치유와 축귀를 경험했음을 증언하고 있다는 점과 그러한 증언이 신뢰할 만한 고대 역사 문헌에 남아 있다는 점은 적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예수가 치유자이자 귀신 축출자로 여겨졌다는 주장은 현대 성서학계에서 큰 이견 없이 수용되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예수의 치유와 축귀 사역은 복음서 전승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역사적 예수 연구와 신학적 해석 모두에서 핵심적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학문적 논의는 예수의 기적적 행위 들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또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관하여 여전히 견해 차이를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치유와 축귀 를 심신상관적 요인이나 사회적 치유로 설명하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그 속에 함의된 신적 치유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 식 속에서 예수의 치유와 축귀 기적1)을 다층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 으로 한다.

 

   1) 필자는 이 글에서 ‘기적’이라는 단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서 저자들은 기적(miracle)과 동일한 의미적 용례를 지닌 단어를 성경에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기적’과 ‘치유/축귀’를 서로 구분하여 사용하되,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예수의 기적은 문맥상 곧 ‘치유/축귀’를 의미한다. 복음서에서 ‘표징’(σημεῖον), ‘이적’(τέρας), ‘능력’(δύναμις) 그리고 때로 단순히 ‘행위’(ἔργον) 로 묘사되는 현상들은 성서 기자들이 아닌 후대 철학자들에 의해 ‘기적’으로 해석/번 역되었다. 이 네 개의 헬라어 단어는 오늘날 기적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보다 고대 인들이 믿었던 더 깊은 실재를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이에 관한 더 상세한 어용론 적 논의는 다음 문헌의 각 해당 항목을 참고할 수 있다. Gerhard Kittel and Gerhard Friedrich, eds., Theological Dictionary of the New Testament, 10 vols., trans. Geoffrey W. Bromiley (Grand Rapids: Eerdmans, 1964-76), 2:284-317(δύναμις); 2:635-655(ἔρ γον); 7:200-269(σημεῖον); 8:113-126(τέρας). 

 

먼저 복음서 전승의 역사적 신빙성과 더불어, 고대 사회 및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치유/축귀에 관한 다양한 설명 가능성을 살핀다.

이어서 ‘신체적 치유’와 ‘사회적 치유’라는 두 개념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당시 예수가 행한 치유 사역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기적이 지니는 종말론적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그가 행한 치유와 축귀가 단순한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볼 때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증언하는 선취적 표징이 었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본 연구는 예수의 치유와 축귀를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은 복음서 속 특정 본문에 대한 석의나 주해에 주된 초점을 두지 않는다.2)

그보다는 이 주제에 대한 현대 신약학 연구의 성과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속에서 제기되는 신학적 쟁점과 학문적 고려 사항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3)

 

   2)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치유와 축귀에 관한 선행 연구는 그동안 거의 성서학자들에 의해 수행되었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관련 주제를 그리스도교 신학으로 국한하여 몇 개의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2025. 11. 1. 기준, 중복된 논문 포함): “예수의 치유” 19편, “예수의 축귀” 4편, “치유와 축귀” 6편, “병 고침” 또는 “귀신 축출” 7편 등. 이 중 거의 대다수는 신약학자들에 의한 것이다. 선행 연구를 면밀히 검토했을 때, 본 소고는 성서학자가 아닌 조직신학자의 관점에서 예수의 치유 및 축귀에 대한 역사성과 그것의 (성서) 신학적 의미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의 연구들과는 내용과 연구 방향에 있어서 차별성을 갖는다.

   3)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인 Donghwi Kim, “Miracles Reconsidered: A Fresh Assessment from Philosophy, Science, and Theology” (Ph.D. Diss., Graduate Theolo gical Union, 2023), 제8장의 일부 논의를 기반으로 하되, 본문 상당 부분을 새롭게 발전 ‧ 확장하여 재구성한 것임을 밝힌다.

 

II. 예수의 치유와 축귀에 관한 신학적 쟁점들

 

1. 병 고침과 귀신 축출의 역사성이 쉽게 수용되는 이유

 

예수의 치유와 귀신 축출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신학적 스펙 트럼을 가진 연구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데,4)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설득 력 있는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이들은 이른 연대의 자료들에서 복수로 증언된다.

   둘째, 유사한 사례들을 다른 역사적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유비의 원리).

   셋째, 의학적 관점에서 심신상관적(psychosomatic) 설명이 가능하다.5)

 

     4) 현대 신약성서 학계 내에서는 역사적 예수가 놀라운 이적을 행했다는 데, 특히 당대 그분이 병든 사람을 치유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자로 여겨졌다는 주장에 광범위한 합의를 이룬다. 이러한 합의에 대한 요약은 다음 문헌들을 참고할 수 있다. Raymond E. Brown, The Death of the Messiah: From Gethsemane to the Grave, 2 vols. (New York: Doubleday, 1994), 143-144; James D. G. Dunn, Christianity in the Making, vol. 1: Jesus Remembered (Grand Rapids: Eerdmans, 2003), 670; Eric Eve, The Jewish Context of Jesus’ Miracles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2002), 16-17; John P. Meier, A Marginal Jew: Rethinking the Historical Jesus, vol. 2: Mentor, Message, and Miracles (New York: Doubleday, 1994), 617-645, 678-772.

      5) 이러한 학계의 광범위한 수용은 이른바 ‘자연 기적’이나 소생과 같이 예수가 행했다고 알려진 다른 범주의 기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필자는 예수의 기적을 치유/축 귀, 자연 기적, 소생 및 부활 등으로 구분하고, 해당 기적마다 학자들 사이에 역사적 개연성에 있어서 인식 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1) 초기 자료에서 다중적으로 입증됨

 

예수의 귀신 축출과 치유 활동은 복음서 자료의 대다수 층위(마가복음, Q의 단편들, 마태와 누가의 특수 자료, 요한복음 등)에서 그리고 다양 한 문학적 형태(어록, 요약문, 논쟁 사화 등)로 증언된다.

이들 자료는 예수의 생애와 그것을 기록한 저자들의 기록 사이의 매우 짧은 시간 간격 내의 이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6)

그러한 이른 연대가 해당 기록의 역사성을 자동으로 입증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조건 이 동일하다면 그 점이 역사적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수의 기적적 활동들은 또한 유대교 및 헬레니 즘 자료를 포함한 비그리스도교 문헌들에서도 확인된다.7)

 

    6) Dale C. Allison, Jesus of Nazareth: Millenarian Prophet (Minneapolis: Fortress, 199 8), 17. Cf. Barry L. Blackburn, “The Miracles of Jesus,” in Studying the Historical Jesus: Evaluations of the State of Current Research, eds. Bruce D. Chilton and Craig A. Evans (Leiden: E. J. Brill, 1994), 357-358.

   7) 예를 들어 Josephus, Antiquities of the Jews, 18.63; Cf. 9.182; Talmud Bavli, Sanhedrin 43a and 107b. 이와 함께 다음 문헌 속 논의를 함께 참고하라. Edwin M. Yamauchi, “Magic or Miracle? Diseases, Demons, and Exorcisms,” in Gospel Perspectives, vol. 6: The Miracles of Jesus, eds. David Wenham and Craig L. Blomberg (Sheffield: JSOT Press, 1986), 90-91.

 

예수는 초기 그리스도교 진영 외부에서도 악령을 추방하고 치유를 행한 자로 알려져 있었다.

제시된 고대 역사 기록들은 예수가 기적을 행했다는 것을 결정적 으로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의 적대자들 사이에서도 기적을 행하는 자로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연유로 많은 학자들 은 예수에 관한 가장 초기의 자료들이 예수를 치유자이자 귀신 축출자로 일관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소간 의견 일치를 보인다고 정리 할 수 있겠다. 

 

2) 주변 세계에서 비교적 흔한 사례

 

아울러 여러 지병을 치유하고 귀신을 쫓아냈다는 기록이 신약성서 뿐 아니라 지중해 지역 주변 세계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러한 기적 적 행위들이 불가능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19세기 독일의 신학자 에른스트 트뢸치(Ernst Troeltsch)의 ‘유비의 원리’(the principle of analogy)에 기초하여, 만일 자신들의 현재 경험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러한 치유와 축귀 사건들을 불가능 하다고 선험적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8)

 

    8) Marcus J. Borg, Jesus, a New Vision: Spirit, Culture, and the Life of Discipleship (San Francisco: Harper & Row, 1987), 60-62, 70. Cf. Ernst Troeltsch, “Historical and Dogmatic Method in Theology,” in Religion in History, trans. James Luther Adams and Walter F. Bense (Minneapolis: Fortress, 1991), 11-32. 

 

실제로 복음서에 묘사된 치유의 형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스도교 안팎에서 종교사 전반에 걸쳐 흔하게 나타난다.

신약성서는 예수가 행한 치유들이 고대의 다른 인물들에 의해 행해졌거나 행해질 수 있었던 종류의 치유였음을 기록한다.

예수 외에도 병을 고치고 악령을 추방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성서의 기록을 보더라도 비그리스도인 기적 행위자들(예: 행 8:9-11), 유대인 귀신 축출자들(예: 행 19:13; 마 12:27; 막 9:38-40 참고), 예수의 추종자들(예: 행 3:7; 4:30; 6:8; 9:34; 14:3; 19:12; 20:10; 고후 12:12 등)에 관한 구절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예수의 치유와 축귀는 고대 사회에서 고유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래서 예수의 기적 행함은―적어도 그분의 놀라운 치유와 축귀 행함은― 역사적 예수 연구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3) 심신상관적(psychosomatic) 설명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질병과 회복의 인과성 및 상호 관계가 다분히 복잡하다 는 점에 주목한다면, 심리적 내지는 영적인 성향들이 신체적 및 정신적 질환 모두에 있어 주요 요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신체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다면, 그러한 치유가 정확히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질병 중 상당수가 심신상관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음을 현대 의학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9)

성서학자 데이비드 오운(David Aune)은 위 와 같은 이유로 학자들이 예수의 기적적 활동의 역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전승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치유와 귀신 축출이 심인성 치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 역사적 불가능한 사건이라 는 태도를 굳이 선험적으로 가질 이유는 없다.”10)

 

     9)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는 아래 “심인성 치유의 여러 유형들” 섹션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 글에서는 ‘심신상관적’(psychosomatic)과 ‘심인성’(psychogen ic)이라는 용어를 문맥에 따라 혼용하여 사용하되, 두 표현 간의 의미 차이는 논의의 핵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심신상관적’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많은 질병이 의학적 개입이나 별도의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될 수 있으며,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상호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상태와 인지적 태도가 신체적 건강과 질병의 경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찰을 반영한다.

     10) David E. Aune, “Magic in Early Christianity,” Aufstieg und Niedergang der römischen Welt (ANRW) II 23, no. 2 (1980): 1525.

 

또한 성서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은 예수가 분명히 사람들을 치료했지 만, 그 치료는 어떤 신체적 혹은 생물학적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인지적 또는 심신상관적 차원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로산은 실제로 예수 가 치유 당사자에게 어떤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 에서 증상을 치유했다고 주장한다.11)

 

  11) John Dominic Crossan, Jesus: A Revolutionary Biography (San Francisco: Harper SanFrancisco, 1994), 80-82. 

 

크로산과 같은 회의론자들은 예수의 치유를 마음의 힘에서 비롯된, 이른바 ‘신앙 치유’(faith healing)로 귀속시키며, 치유 받은 많은 사람들이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신경학적 내지는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던 사람들로도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신체적 치유와 사회적 치유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두고서 학자 들 사이에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져 왔으며, 따라서 이 주제는 다음 절에서 더 자세한 논의가 요구된다.

 

2. 신체적 치유와 사회적 치유

 

1) 신체적 vs 사회적 치유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은 예수가 사람들이 신체적 치유라고 믿었던 행위를 수행했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예수가 단지 문화적으로 정의된 질병만을 치료했을 뿐, 실제로는 신체적 내지는 유기적 질병(organic disease)을 치료하진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사회적 치유’(social cures)를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예수의 기적적 치유 행위를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로서, 질병(disease)과 병증 (illness) 간의 사회학적 구분을 통해 치유 기적의 본래 의미를 새롭게 규명하고자 했다.12)

간단히 말해 이들의 관점에서 ‘질병’이란 일반 병리 학적 개념의 병으로서 치료자(의사)의 입장에서 환자의 물리적(신체적) 상태를 진단하는 개념인 반면, ‘병증’은 병을 앓는 사람(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처한 상태에 부여된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전자는 의학적 상태 자체를 설명하려는 반면, 후자는 사회적 소외와 같은 주변 환경이 환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13)

특별히 존 필치(John Pilch)는 의료인류학과 정신신경면역학을 바 탕으로 질병을 둘러싼 문화적 틀과 환자의 신념이 면역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인다.

필치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인류학은 신약성서 에 나타난 여러 치유 주장들을 다룸에 있어서 “초문화적(transcultural) 입장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 하여금 보다 다양한 해석에 열린 자세를 갖도록 돕는다.14)

 

     12) Arthur Kleinman, Patients and Healers in the Context of Culture: An Exploration of the Borderland between Anthropology, Medicine, and Psychiatr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0), 71-82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

    13) 질병과 병증, 신체적 치료와 사회적 치료와 같은 구분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다음 문헌을 참고하라. Donald Capps, Jesus the Village Psychiatrist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2008), xv-xviii; Eric Eve, The Healer from Nazareth: Jesus’ Miracles in Historical Context (London: SPCK, 2009), 52-53.

    14) John J. Pilch, Healing in the New Testament: Insights from Medical and Mediterranean  Anthropology (Minneapolis: Fortress, 2000), 35; Cf. 14.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적용에 대해서는 idem, “Insights and Models from Medical Anthropology for Understanding the Healing Activity of the Historical Jesus,” HTS Teologiese Studies/Theological Studies 51, no. 2 (1995): 314-337. 

 

정신과 의사 도널드 캡스 (Donald Capps)는 예수가 정신 ‧ 신체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치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아마도 예수가 정신신체질환 (psychosomatic disorder)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고통받 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졌을 것이라 고 본다.15)

또한 예수의 치유가 심신상관적 특징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L. Davies) 역시 복음서에 나타난 치유자 예수는 실제 한센병을 치료했다기보다는 단지 이를 선언한 것일 따름이라고 일축한다.

데이비스는 예수가 ‘위약 효과’(placebo effect)를 활용한 치유자였다고 보는데, 그의 관점에서 예수는 한센병 환자들을 신체적이 아닌 사회적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한다.16)

 

    15) Capps, Jesus the Village Psychiatrist, xiv. 심신상관적 입장을 가진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의 최근 논의로는 Pieter F. Craffert, The Life of a Galilean Shaman: Jesus of Nazareth in Anthropological-Historical Perspective (Eugene: Cascade, 2008), 245-308; Maurice Casey, Jesus of Nazareth: An Independent Historian’s Account of His Life and Teaching (London: T&T Clark, 2010), 244-247.

    16) Stevan L. Davies, Jesus the Healer: Possession, Trance, and the Origins of Christianity (New York: Continuum, 1995), 68-69, 77(위약 효과에 관한 언급). 위약 효과란 실제 효력이 없는 가짜 또는 ‘위약’(僞藥)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치유의 핵심 요인은 환자 자신의 믿음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크로산은 예수의 기적중 병자를 치유하거나 악령을 쫓아낸 일부 이야기들은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보고, 이를 수용한다.

하지만 그 역시 앞선 의료인류학자들처럼 질병(disease)과 병증(illness)을 구분 할 것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크로산은 예수가 사람들의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사회적 병증은 치유할 수 있었다고 본다.

크로산에게 있어 역사적 예수는 사람들의 신체적 상태를 바꾸는 대신 그 상태와 연관된 부정적인 사회적 함의를 완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이 처한 어려운 환경에서 회복되도록 심리적으로 도왔다는 의미다.17)

결국 그는 예수의 치유 기적을 사회적 해석으로 제한하며,

“기적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세계로의 변화”

라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천 년 전 예수는 이

“사회를 인간적으로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인 것이다.18)

 

     17) John Dominic Crossan, The Historical Jesus: The Life of a Mediterranean Jewish Peasant (San Francisco: HarperCollins, 1991), 319-320, 336-337. 또한 이러한 입 장에 대한 종합적 논의는 Eve, The Healer from Nazareth, 51-69.           18) Crossan, Jesus, 82. 

 

2) 사회적 치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로마제국의 압제로 인한 이천 년 전 갈릴리의 삶이 다분히 억압적이 었고 그로 인해 긴장감이 늘 존재했다는 점에서, 크로산의 위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성을 지닌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사회과학적 분석은 당시 예수의 치유 활동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복음서의 기적 내러티브 자체는 예수가 치유한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알았다거나 그들의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상황을 사전에 이해하려 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암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 사회과학적 분석의 밑바탕에 깔린 전제와는 달리, 성서 본문에는 예수와 치유 당사자 간에 모종의 치료적 라포(therapeutic rapport)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근거 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복음서 기록은―해당 본문의 진정성을 인정 한다면― 예수가 즉각적으로, 때로는 말씀 한마디만으로 사람들을 치유 하셨다고 기록한다(예: 막 1:42; 마 20:34; 마 8:8, 13 등).

이러한 점에서 현대 사회학적 도구들은 성서가 전하는 예수의 치유 사역, 즉 당시 추종자들이 경험했다고 전해지는 놀라운 행위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신신체적 회복은 일반적으로 시간 이 소요되지만, 복음서 속 예수의 치유는 지체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 다고 기술한다.

심리적으로 치유된 경우에는 종종 며칠이 지나 증상이 재발하는 일이 보고되지만, 복음서에는 예수의 치유가 반복적 재발을 동반했다는 단서를 발견하기 어렵다.

예수는 평생 시력을 잃은 자(예: 막 10:51-52)나 마비 환자(막 2:11-12)를 치유하신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 본문의 역사적 신빙성이 수용된다면, 이를 단순히 심신상관적 회복으 로만 설명하는 것은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

만약 예수가 이러한 범주의 질환만을 다루셨다면, 이는 오히려 정경 복음서가 전하는 신체적 질병 치유에 관한 여러 기록과 상충할 수 있다.

또한 복음서 기록에 따르면, 그의 치유 사역은 종종 다수의 군중 앞에서 이루어졌다(마 4:25; 15:30; 눅 5:15).

만일 이처럼 수많은 목격자 앞에서 행해지는 공개적 치유 행위가 신체적 치유가 아닌 그저 심인성의 사회적 치유에 불과했다면 이를 목격한 군중들은 그 사실을 쉽사리 알아챘을 것이고, 게다가 치료하는 데 실패까지 했다면 성서 기록과는 반대로 추종자의 숫자는 점차 줄었어야 논리에 부합한다.19)

 

    19) 데일 앨리슨은 이 대목과 관련하여, 예수의 기적 행위가 당시 그분의 대중적 영향 력과 인기에 기여했음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그의 말씀에 귀 기울였던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분석한다. Allison, Jesus of Nazareth, 49. 필자 의 견해를 덧붙이자면, 만일 예수의 치유 사역이 단순히 심인성 질환에 국한되었 다면, 그리 극적이지 않았을 ‘신앙 치유’(faith healing) 내지는 단순한 위약 효과만 으로 그처럼 많은 군중이 그를 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예수의 치유 사역을 단순히 심신상관적 치유나 위약 효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심신상관적 설명은 일부 사례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회복 사례를 전적으로 심리적 혹은 정신신체적 요인에만 귀속시키는 것은 균형 잡힌 해석이라 보기 어렵다.

물론 치료 상황에서 정신적, 문화적 요인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작동할 수 있음을 인정하더라 도 말이다.

 

3. 신적 치유와 심신상관적 치유

 

이전 절에서 예수의 치유 행위의 본질을 놓고서 신체적 치유와 사회 적 치유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이 논쟁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오늘날의 맥락에서 과연 예수가 행한 치유 사역은 신적 인 치유(divine healing)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의학적 견지에서, 정경 복음서에 기록된 치유 내러티브들 가운데 어떤 경우는 심인성 치유로 분류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앞서 언급한 ‘유비의 원리’에 착안하여, 복음서에 묘사된 치유의 형태는 사실 예수 당시 주변 세계에서 비교적 흔한 사례였을 뿐 아니라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팎에서 흔하게 보고되는  것이 사실이다.20)

 

     20)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보고되는 모든 기적 사례를 곧이곧대로 사실로 받아들 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많은 치유 기적 사례 가운데는 초자연적 요인 보다는 사회적, 심리적, 행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s)과 같은 자연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치유와 축귀에 관한 기적은 다른 유형의 기적, 특히 자연 기적이나 죽은 자의 소생과는 달리 원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일정한 개연성을 지닌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서 보고 되는 치유와 축귀 현상은 반드시 엄밀한 검증 기준과 승인 절차에 따른 구체적이 고 객관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오늘날의 다양한 치유 사례를 통하 여 과연 어떤 기준으로 심신상관적 치유와 신적 치유를 구분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복음서에 기록된 치유 내러티브를 현대 인의 렌즈로 바라보고 평가하도록 돕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많은 질병이 의학적 개입이나 기타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되 는 경우가 있음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중증 질환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도 여부와 관계없이 자발적 완화(spontaneous remission)를 통해 예상치 못한 회복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심리적 요인이 치료 및 질병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오늘날 쉽사리 관찰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종종 경험하 듯이, 낙관적인 사람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람보다 질병에서 더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모든 질병의 치료 유무가 생각의 결과로 기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몸과 마음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소 마음가짐과 태도가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적 요인은 질병의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회복의 이유에 대해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신적 은혜로 해석할 수 있다.

질병이 치료될 때, 환자 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것은 기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신적 개입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로 제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종교적 신앙은 기도의 응답을 기적이라고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수용 가능한 기적 의 개념은 이보다 좁은 의미로 정의될 여지가 있다.

예기치 않은 신비로운 회복 현상에 대한 의학적 설명, 다시 말해 초자연적이지 않은 설명은 다양하다.

감정적 고양(emotional arousal)과 심리적 안정, 오진(misdiagnosis), 긍정적 자기 확신(positive self-con fidence), 위약 효과(placebo effect)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다 양한 유형의 심인성 치료 형태를

(1) 신앙의 힘, (2) 감정적 각성과 위안, (3) 위약 효과 그리고 (4)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치유 등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석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적적 치유 로 간주하는 사례들이 신적 개입의 산물인지 혹은 심신적 요인으로 설명 될 수 있는지를 보다 면밀히 평가할 것이다.

 

1) 심인성 치유의 여러 유형

 

(1) 신앙의 힘

 

일부 회복은 정서적 또는 정신적 요소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신앙심이 가져다 주는 희망의 힘은 신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 거나 초기 질병의 심리적 근원을 다룸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 알려져 있다.

의료 실무자들이 관찰하듯이, 이 요인은 신의 기적적인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 뿐만 아니라 의사에 대한 신뢰를 통해서도 치료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주장은 19세기에 유행했던 ‘신앙 치유’(faith cure)의 심리학적 이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유를 종교적 히스테리로 귀속시키거나 신 경계에 대한 정신적 영향 등 자연주의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었 다.21)

주목할 점은 신앙의 힘에 기반한 치유가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강하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일부 문화권에서는 토착 민간 치유사(indigenous folk healers)가 해당 지역의 의사들보다 높은 치료율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치유 과정에 있어서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 스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아프리카 독립 교회 (African Independent Churches, AICs)와 같은 종교 기관이 제공하는 보건 지원이나 전통적인 민속 치료를 매우 가치 있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토착 민간 치유자들은 현대 의료진보다 현지인들에게 더 접근하기 쉽고 경제적으로도 감당 가능한 수준일 수 있다.22)

 

     21) James Opp, The Lord for the Body: Religion, Medicine, and Protestant Faith Healing in Canada, 1880-1930 (Montreal: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2005), 78-82. Cf. Jacalyn Duffin, Medical Miracles: Doctors, Saints, and Healing in the Modern Worl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132-134.

      22) Craig S. Keener, Miracles: The Credibility of the New Testament Accounts, 2 vols.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11), 639. 

 

(2) 감정적 고양

 

어떤 경우에는 순간적인 감정적 흥분 상태를 촉발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개 모임에서 치유 기적이 종종 보고되는 경우가 있다.

신학자 마이클 베르군더(Michael Bergunder)는 한 종교 집회에서 장애를 가진 노인이 강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한 후 몇 걸음 걷고 나서 자신이 치유되었다고 증언했지만, 이후 지쳐서 사람들이 부축해 옮겨졌던 사례를 제시한다.

베르군더는 이러한 집회들이 많은 사람에게 치유를 약속하지만, “대다 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한다.23)

여기서 핵심은, 신적 치유의 증거로 간주될 만한 치료는 단순한 감정적 경험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 집회에서 이루어진 치유 주장들은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대중 집회에서 보고되는 치유 주장은 상대적으로 사적인 환경에서 보고된 개인의 치유 사례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 역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공공 집회에서의 치유 증언을 수집할 때는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모임 당시에 자신이 호전되었다고 믿은 일부 사람들은 이후에 실제 의학적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환자의 신념을 존중하는 의사의 경우 그 치료의 본질을 자연적 요인보다 신적 요인인 것으로 쉽게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공개 모임에서의 치유 보고는 대체로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관한 문제이기에, 객관적 증거에 입각하기보다 주관적 해석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24)

 

   23) Michael Bergunder, “Miracle Healing and Exorcism in South Indian Pentecostalism,” in Global Pentecostal and Charismatic Healing, ed. Candy Gunther Brow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296.

  24) 이러한 통찰은 Keener, Miracles, 470의 논의에 부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3) 위약 효과

 

일부 질환은 의료적 개입이나 기타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될 수 있으며, 위약 효과(placebo effect)가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화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대체 의학이 환자 들에게 효과를 보이는 예가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위약 효과가 암의 완화(remission)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은 5년간의 연구에서, 처방된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두 배나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는 점을 지적한다.25)

의사들의 환자를 향한 돌봄 역시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26)

끝으로 일부 사례에서는 자기 최면(self- hypnosis)이 선천적 질병이나 비심인성(non-psychogenic) 질환의 증상 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러한 경우의 치유는 즉각적이기보다는 보통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완화이며 지속적인 치료 를 필요로 한다.27)

 

     25) Herbert Benson and Marg Stark, Timeless Healing: The Power and Biology of Belief (New York: Scribner’s, 1996), 45.

     26) 예를 들어 Joan Cassell, Expected Miracles: Surgeons at Work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1991), 214-215.

    27)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과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Keener, Miracles, 630-631. 

 

 

(4)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치유

 

더욱이 일부 치유 사례들은 ‘일시적’(temporary)이거나 ‘부분적’ (partial) 회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자에게 단기적인 유익을 제공할 수는 있겠으나, 신적 치유의 결정적인 증거로 삼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분적/일시적 치유를 기적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주 된 이유는 심신상관적 요인에 의한 점진적 회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프랑스 루르드(Lourdes) 지역에서 전해지는 여러 치유 기적에서 두드러지는데, 루르드에서는 치유가 즉각적이고 완전하지 않다면―부분적이거나 불완전하다면― 기적적 치유로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루르드에서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으로 인한 실명의 상당 부분이 즉각적으로 회복되었지만, 시력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적적 치유로 인정되지 않았 다.28)

또 다른 사례에서는 네 살 난 아이가 심각한 안구 손상을 입었으나, 기도 중에 즉각적인 호전을 경험하여 담당 의사가 수술을 취소했다.

비록 그의 시력은 이전보다 확연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완전한 상태로 회복되 지는 않았다.29)

앞서 언급한 공공 집회의 경우를 다시금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참석자들은 집회에서 치유되었다고 믿지만, 사실상 그들의 질병은 일시적으로 나아진 것처럼 느낄 뿐 장기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유명한 부흥사가 인도하는 집회에서 치유되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 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도움 없이 일어나 몇 걸음 걸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시적인 치료가 유익했다고 확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곧장 다시금 마비 상태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30)

 

   28) Benedict M. Heron, Channels of Healing Prayer (Notre Dame: Ave Maria, 1989), 142-143.

   29) Allen Spraggett, Kathryn Kuhlman: The Woman Who Believes in Miracles (Cleveland: World, 1970), 104-110. 이 단락에서 언급한 두 사례는 Keener, Miracles, 724-725에서 가져온 것이다.

   30) Alan Hunter and Kim-Kwong Chan, Protestantism in Contemporary China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147. 미국 선교학자 폴 히버트 (Paul Hiebert)는 집회에서 치유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많은 사례에서 한두 주가 지나면 대개 다시 의사를 찾게 되더라고 지적한다. Paul G. Hiebert, Anthropological Reflections on Missiological Issues (Grand Rapids: Baker, 1994), 245.

 

2) 심신상관적 요인에 대한 비판적 고찰

 

앞서 살펴본 대로 기적적 회복으로 주장되는 사례 중 상당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적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심각한 질병을 포함한 많은 경우에서 치유는 기도 여부와 관계없이―즉, 신적 요인이 아닌―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mission)에 의해 이루어졌을 수 있다.

이러한 예상 치 못한 회복 사례들은 신적 치유에 대한 논쟁에서 회의론자들에게 확신 을 줄 만한 증거로 작용하기 어렵다.

비평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현상 을 ‘자발적 회복’이라고 명명하며 해당 질환이 장기적으로 완전히 치유되 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적어도 그들의 관점에서는 일부 신적 치유 주장 들은 별 설득력이 없으며, 이러한 사례들을 거짓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더 라도 자연적 요인에 의한 설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 한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일부 치유 사례들은 극히 이례적인 (시의 적, 환경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종교적 맥락이 배제되지 않는 한, 이들 경우를 신적 인과관계를 동반한 신앙이나 기도와의 연관성 으로 설명하는 편이 때로는 더 단순하고도 적절한 해석일 수 있다고 주장 하고자 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그러니까 어떤 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 인 치유 주장의 경우는 오히려 신적 (초자연적) 요소를 하나의 요인으로 고려하는 것이 보다 개연성 높은 설명일 수도 있다.

특히 특정한 종교적 맥락에서, 다시 말해 기도가 아닌 다른 변수로는 일반적으로 발생하리라 고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도 수행의 결과로써 발생하는 즉각적 치유 의 형태가 관찰될 경우, 이는 자연주의적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해명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기도 후에 백내장 환자의 시력이 즉각적으 로 회복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일부 연구자들은 심리적 요인에 의한 실명의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으며, 특히 저시력(low vision) 환자의 경우 자연적인 회복이 때때로 관찰된다는 점에서 심신상관적 요인으로 설명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실명 상태에서 유기적 손상(organic dam age)이 명백한 경우(예: 백내장이 극적으로 사라진 사례 등), 이를 단순한 심인성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명일 수 있다.31)

 

    31) 의학계에서는 백내장이 갑작스럽게 혹은 거의 즉각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심인성(psychosomatic)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따라서 신뢰 할 만한 목격자가 어떤 사람의 백내장이 눈에 띄도록 즉시 사라져 시력이 회복되 는 것을 관찰했다면, 이러한 비범한 사건을 (잠정적으로) 기적적 현상으로 인식하 는 데에는 특별한 의학적 전문 지식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백내장 사례를 포함한 시각 회복의 기적적 치유 주장에 대해서는 Julie C. Ma, “Elva Vanderbout: A Woman Pioneer of Pentecostal Mission among Igorots,” Journal of Asian Mission 3.1 (2001): 130, 132. 

 

이와 유사하게 의료적 개입 없이 의학적으로 죽음 판정을 받은 사람이 소생했다는 보고나 신생아의 비정상적인 회복 사례와 같은 경우는 단순 한 심인성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일부 연구자들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 한 의학적 예외 현상(anomalies)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따라서 의료 전문 가들이 특정 사례를 기적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에는 물론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지만, 반대로 의사들 중 누구도 위와 같은 경우들을 의학적으로 정상 사례로 자신 있게 분류하기도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테면 암 종양은 일반적으로 자연 소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암과 같은 질병이나 그 외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치유 사례들에서 만일 의료적 개입 없이 즉각적이고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과학적 설명의 여지가 거의 없는,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의사인 데이비드 로버트슨(David Robertson)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동기부여가 회복을 돕는 강력한 요인임을 인정한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분야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너무나 예상치 못한, 어떤 일반적인 예후와는 상반되는, 너무도 완벽한 회복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며, 이때 ‘기적’이라는 단어만이 그것을 가장 개연 성 있게 설명하는 적절하고도 유일한 표현으로 여겨진다.”32)

 

       32) David Robertson, “From Epidauros to Lourdes: A History of Healing by Faith,” in Faith Healing: Finger of God? Or, Scientific Curiosity? (New York: Thomas Nelson, 1973), 188-189. 

 

나아가 치유 사례가 더 극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칙 사례일수록 심인성 설명에 열려 있을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덧붙이고 싶다.

따라서 모든 치유 보고가 사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자연주 의적 설명만이 유일한 개연성 있는 설명도, 가장 합리적인 설명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예상치 못한 요인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회복 주장을 자동적으로 심신상관적 원인에만 귀속시키는 것은 공정한 접근 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혹자는 특정 사례에서 초자연적 설명이 때로는 자연적 설명보다 더 타당하게 보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 일부 치유는 기능적 질병이 아닌 유기적(organic) 질병에 해당한다. 그리고 일부 치유 는 불과 몇 분 또는 몇 시간 안에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단순히 의료적 오류, 최면, 암시 또는 일시적인 히스테리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학적 객관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은 일부 치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모든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33)

 

    33) Will Oursler, The Healing Power of Faith (New York: Hawthorn, 1957), 25.

 

4. 예수의 치유와 축귀 기적에 담긴 종말론적 의미

 

끝으로 본 논문이 시도하는 복음서 속 예수의 치유와 축귀에 대한 신학적 탐구에 있어서, 그의 치유와 축귀 사역이 지니는 종말론적 함의 는 역사적 예수 논의에 있어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한다.

적지 않은 신약학자들은 예수께서 자신이 행한 기적과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선포를 직접적으로 연관 지었을 것이라고 본다. 공관복음서, 특히 마가복음의 여러 단락과 요약문을 보면, 하나님 나라 를 선포하는 설교와 치유/축귀 사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나타난다(예: 막 1:39; 3:14-15; 6:12-13).

이를 보면 예수는 자신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기적을 행하셨으며, 동시에 자신이 행한 기적들을 통해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우주적 갱신을 예시 (foreshadow)하고자 하셨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타이센(Gerd Theissen)과 메르츠(Annette Merz)는

“역사적 예수의 기적이 가지는 독특성은 현재 일어나는 병 고침과 귀신 축출이 종말론적 중요성을 부여받 는다는 점에 있다. ⋯ 그의 기적 행위는 옛 세계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던바, 다른 어디에서도 역사상 이와 같은 카리스마적 기적 행위자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종말론적 의미]에 서 예수의 기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그의 역사적 정체성을 논하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을 상대화하는 것은 비역사적인 접근일 것이다”

라고 말한다.34)

 

      34) Gerd Theissen and Annette Merz, The Historical Jesus: A Comprehensive Guide, trans. John Bowden (London: SCM, 1998), 309.

 

복음서에서 예수의 치유와 축귀 기적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종말론 적 의미는, 그것이 다가올 하나님 나라의 예표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선취적 표징’(anticipatory sign)으로서의 독특성은 이른바 Q 자 료에 나타난 말씀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마 12:27-28/눅 11:19-20; 마 11:5/눅 7:22).

Q 자료로 분류되는 전승 중에는 비록 기적 관련 서술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가복음에서 언급하는 그와 유사한 종류의 비범한 행위들을 가늠할 수 있는 예수의 몇 가지 요약적 진술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치유 활동이 구약성서의 예언 전통에서 언급하는 장차 올 시대의 약속된 성취임을 주장했다(예: 사 29:18-19; 35:5-6; 61:1; 눅 7:22 참조).

그는 또한 자신의 축귀 사역 행위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표징임을 분명히 선언하 셨다(마 12:28/눅 11:20).

따라서 신약학자 제임스 던(James Dunn)은

“예수의 축귀와 치유 사역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찾는다면, 예수가 그것들에 부여했다고 기억되는 종말론적 의미에서 발견될 수 있다”

고 언급한다.35)

마태복음 12장 27-28절과 누가복음 11장 19-20절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영/손가락 으로 귀신을 내쫓았으며, 이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하였음을 입증하 는 사건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 핵심 본문이 시사하는 바 는, 예수의 기적이 하나님 통치의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표징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복음서, 특히 공관복음서 전승은 예수께서 자신의 치유와 축귀 사역을 다가올 약속된 왕국의 ‘첫 열매’ 또는 적어도 그 전조로 파악했음을 알게 한다.

독일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을 비롯한 일부 학자 들도 누가복음 7장 22절(마 11:5-6 평행 본문)에 포함된 Q 구절의 신뢰성 을 받아들인다:36)

 

     35) Dunn, Christianity in the Making, 694.

     36) Rudolf Bultmann, The History of the Synoptic Tradition, rev. ed., trans. John Marsh (Oxford: Blackwell, 1968), 13-14. 이 단락에서 인용된 성경 구절은 최근 완역된 새한글성경(2024)을 사용하였다. 이 번역본은 특히 질병과 관련된 차별적 용어 와 표현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두희, “새한글성경의 번역 배경과 주요 특징: 신약을 중심으로,” 「성경원문연구」 51 (2022): 246-247. 

 

“⋯ 시각장애인들이 다시 보고, 지체장애인들이 걸어 다닙니다. 심한 피부병 앓는 사람들이 깨끗해지고, 청각장애인들이 듣습 니다. 죽은 사람들이 일으킴 받아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이 좋은 소식 을 듣습니다.”

다른 Q 구절에서 예수는 자신의 귀신 축출을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표징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이른바 ‘바알세불 논쟁’에 대 한 Q에서의 예수는 자신이 귀신 축출 능력의 진정한 근원임을 선언한다:

 

“⋯ 내가 하나님의 영으로 귀신들을 쫓아낸다고 합시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가 당신들 위에 와 있는 것이오”(마 12:28/눅 11:20).

 

위의 구절들은, 만일 그 역사적 진정성을 수용한다면, 예수 자신이 기적을 행했다는 자의 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37)

 

    37) Blackburn, “The Miracles of Jesus,” 357-358. 

 

정리하자면, 예수의 치유와 축귀는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가 현재적 으로 작동하거나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예수의 기적은 단순한 초자연적 행위가 아니라 유대 민족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메시아 시대, 즉 하나님의 통치가 예수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 이미 도래했다는 신앙의 징조이자 표시로 나타난다.

이러한 종말론적 이해는 전통적인 유대적 기대(Jewish expectations)와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넘어서서 하 나님 나라가 예수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다.

따라서 예수께서 자신의 기적 행위를 통해 이와 같은 독특하고도 분명한 종말론적 주장을 펼치셨음을 인식할 때만이 그의 하나님 나라 가르침과 그의 사명 전체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III. 나가면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예수의 치유와 축귀 기적은 역사적, 의학적, 사회학적 해석 가능성을 포함하면서도 단순히 자연주의적 설명만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복음서 전승은 예수를 치유자이자 축귀자 로 일관되게 묘사하며, 동시에 그의 기적 행위에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드러내는 종말론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수가 행한 치유와 축귀는 단순히 역사 속에서 벌어진 사건만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임재와 도래를 증언하는 종말론적 표징으로도 기능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글을 맺기에 앞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것이다.

예수의 기적에 내포된 종말론적 요소는 역사적으로 파생된 사실이 아닌, ‘기록 된’ 본문으로부터 도출된 ‘신학적 해석’이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수와 그가 행한 기적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예수께서 자신의 사역을 어떻게 인식하셨는지, 기적 행함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는 예수 스스로가 자신의 기적 행함을 어떻게 실존적으로 바라봤는지 는 여전히 미해결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아마도, 다수의 학자가 인정 하듯이,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가장 도전적인 영역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일반적인 역사적 예수 연구 주제와는 달리, 기적이라는 주제가 내재적으로 품고 있는 여러 도전은 전통적인 역사 비평적 방법론 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추가적인 탐구와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고대 텍스트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역사기술학적 기준(historiographical standards)을 적용함 으로써 예수 사역에서 다수의 기적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일정 부분 확인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역사학적 연구만으로는, 이를테면 예수의 기적에 대한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가 형이상 학적으로 타당한지를 입증할 길은 없다.

예수 스스로가 자신의 기적 행함 을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그 누구도 명쾌히 확인할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류의 질문을 다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역사학에서 철학 및 신학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예수 기적에 관한 학문적 탐구는 철저한 역사 분석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철학과 신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결론은 예수의 기적에 관한 학문적 논의가 단순히 역사적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예수의 기적을 신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오늘날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현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에 본고는 역사 비평적 분석과 더불어 신학 적 해석을 병행함으로써, 예수의 기적에 대한 탐구가 오늘날 신학적, 실천적 성찰을 위해 여전히 유의미한 주제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결국 예수의 치유와 축귀에 대한 신학적 고찰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 여부를 넘어, 오늘날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요청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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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치유와 축귀 기적을 조직신 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그의 기적 행위가 지닌 신학적 의미를 특히 현대 신약학 연구의 틀 안에서 탐구하는 데 있다.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 다수는 예수를 치유자이자 축귀자로 인식했던 동시대인들의 증언을 수용하며, 복음서 전승과 유대 및 헬레니즘 문헌에 전해지는 기록들 역시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에 본고는 먼저 병 고침과 귀신 축출의 역사성이 예수에게 귀속되는 다른 유형의 기적들보다 비교적 더 수용되기 쉬운 이유를 검토하고, 이어 현대 의학적, 사회학적 해석을 반영하여 심신상관적 요인과 사회적 치유 개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예수 기적의 신학적 의미, 특히 종말론적 함의를 조직신학적 맥락에서 고찰하는바, 예수의 기적 행함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 여부로 환원되지 않으며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을 증언하는 신학적 사건임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예수의 기적이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지속적인 학문적 관심을 요하는 주제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비록 이 연구 분야가 논쟁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지만, 역사와 신앙 그리고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 전히 높은 연구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주제어  ‖ 예수의 기적, 치유와 축귀, 신체적 치유와 사회적 치유, 심신상관적 설명, 역사적 예수 연구

 

 

 

Abstract

In-Between Divine Healing and Psychosomatic Cure: Reframing Jesus’ Healings and Exorcisms Theologically

Kim, Donghwi(Ph.D. Assistant Professor Presbyterian University and Theological Seminary Seoul, Korea)

This study aims to reexamine the healing and exorcism of Jesus found in the Gospels―particularly within the Synoptic traditions― through a systematic theological lens, and to explore their sig nificance within the framework of contemporary New Testament scholarship. Researchers of the historical Jesus widely acknowledge that Jesus’ contemporaries perceived him as a healer and exorcist, a view corroborated by multiple layers of Gospel tradition as well as Jewish and Hellenistic sources. In light of this, the article first consid ers why the historicity of Jesus’ healings and exorcisms is more read ily accepted than that of other miracle types attributed to him. It then offers a critical assessment of psychosomatic explanations and the notion of social healing, engaging insights from modern medical and sociological studies. Building on these discussions, the study pro ceeds to investigate the theological―particularly eschatological― implications of Jesus’ miracles within systematic theology, arguing that these miraculous events cannot be reduced merely to historical considerations but function as theological signs that bear witness to both the inaugurated and the anticipated fullness of the kingdom of God. Ultimately, this work underscores that Jesus’ mighty works re main a subject of ongoing scholarly interest within historical Jesus research. Although the field is marked by considerable debate, it continues to yield valuable insight at the intersection of history, faith, and culture, thereby sustaining its enduring academic significance.

 

Keywords ‖ Miracles of Jesus, Healing and Exorcism, Physical Healing and Social Cures, Psychosomatic Explanations, Historical Jesus Research ∙

 

 

투고접수일: 2025년 11월 17일 ∙ 심사(수정)일: 2025년 11월 19일 ∙ 게재확정일: 2025년 12월 03일

한국조직신학논총 제81집 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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