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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이야기

자리아 포먼(Zaria Forman, 1982~ )


자리아 포먼은 미국 매사추세츠 출신의 극사실주의 화가로, 사라져가는 빙하와 극지의 풍경을 예술로 기록하는 대표적인 환경 예술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 풍경의 재현을 넘어,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가 남긴 흔적을 인간의 감성과 시각 언어로 증언하는 시대의 기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먼은 붓 대신 파스텔과 자신의 손끝을 사용하여 얼음과 바다, 빛과 공기의 미세한 결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거대한 빙산이 녹아내리는 순간, 깊고 푸른 바다를 가르는 차가운 파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극지의 고요한 침묵은 그녀의 화면 안에서 사진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차가운 풍경을 그리지만, 그 안에는 지구의 미래를 향한 뜨거운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자연 풍경 사진작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2001년부터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빙하를 기록하며 19세기 극지 탐험 사진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인물로 평가받았습니다. 포먼은 이러한 예술적 유산을 이어받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확장하였고, 단순한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닌 지구 환경의 변화를 기록하는 사명을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첫 연작 "격동하는 하늘"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2005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뱅크시가 기획한 <디즈멀랜드(Dismaland)>, 기후 박물관(The Climate Museum) 등 세계적인 전시에 초청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대형 파스텔 드로잉은 평균 가로 5피트, 세로 7.5피트에 이르며, 직접 촬영한 수천 장의 사진과 현장 스케치를 바탕으로 200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완성됩니다. 한 점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긴 탐험과 치열한 관찰, 그리고 깊은 사유가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2005년 어머니와 함께 그린란드를 찾은 경험은 그녀의 예술 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2007년 처음 마주한 거대한 빙하는 그녀에게 평생의 화두가 되었으며, 이후 노르웨이 스발바르와 북극 군도를 여러 차례 탐사하며 빛과 얼음, 바다의 관계를 집요하게 연구하였습니다. 2012년에는 <빛을 쫓아서(Chasing the Light)> 탐험대를 직접 이끌며 그린란드 북동부 해안을 항해했고, 이어 원더버드(Wanderbird) 탐험과 NASA의 '아이스브리지(Operation IceBridge)'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극지방의 변화를 현장에서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익스플로러와 함께 남극을 탐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남극(Antarctica)〉 전시를 개최하며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세계를 예술로 생생하게 전달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포먼은 한때 얼음이라는 소재가 지닌 미묘한 투명감과 변화무쌍한 빛을 자신의 기술만으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극지 탐험을 거치며 자연과 직접 마주한 경험은 그녀의 두려움을 확신으로 바꾸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얼음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지구의 시간을 기록하는 시각적 연대기가 되었습니다.

포먼의 작품은 예술계를 넘어 대중문화와 산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속 클레어 언더우드의 사무실에 등장하였으며,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One of Not Many' 홍보대사로 선정되어 아이슬란드의 장엄한 풍경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평단 역시 그녀의 작품을 아낌없이 찬사했습니다. Earth Island Journal은 "부드러운 파스텔과 손가락, 그리고 캔버스만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사실성을 구현한다"고 평가했으며, Smithsonian Magazine은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압도적인 현실감"을 지녔다고 극찬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역시 실제 사진으로 오인할 만큼 생생하면서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0년 스키드모어 대학은 그녀에게 창의적 사고 공로상을 수여하며 작품을 "흠잡을 데 없이 자연주의적"이라고 평했고, Alpinist Magazine은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는 일은 최면에 빠지는 경험과도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2025년 유네스코 쿠리어 역시 그녀의 작품이 "얼음 풍경의 연약하고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는 예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자리아 포먼의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단순히 빙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가는 지구의 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인간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을 그린 풍경화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향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절실한 환경 보고서입니다. 예술이 시대를 기록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자리아 포먼은 얼음보다 맑고 깊은 시선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