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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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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마 / 오순화 詩 장마 / 오순화 긴 슬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잎들이 미친 듯이 목놓아 울다보니 시궁창이 범람했다 미움, 원망 사랑해서 사랑해서 어쩌지 못한 그리움 폭풍우 휩쓸고 가면 맑은 하늘 쌩긋 미소 짓는다 긴 아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 ..
[스크랩]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詩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
[스크랩] 삶아 난 너를 사랑 한다 삶아 난 너를 사랑 한다 삶'아~ 난 너를 사랑'한다 이 땅의 흙에 몸을 궁구르며 사는 일이 얼마나 살가운 일이냐. 내 아버지가 영웅이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 고향이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아버지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내 고향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은 ..
[스크랩] 가을 편지 / 나호열 詩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
[스크랩] 가을에 보내는 편지 / 양윤식 詩 가을에 보내는 편지 / 양윤식 누이야.이제야 내 집을 허물고 서까래를 태운다 얼핏 되돌아보면 한 번도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그저 숱한 바람과 날개들의 묘비명 그동안 서로 의지하며, 별빛처럼 캄캄한 날들을 탱탱하게 버텨주던 말씀들은 언뜻언뜻 꽃잎같은 침묵을 깨트리고, 낯설지 않..
[스크랩] 가을의 소원 / 안도현 詩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 하지 않는 것
[스크랩]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詩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스크랩]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詩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