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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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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종환 詩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잔을 ..
[스크랩] 나무숲에서 / 이민영 詩 나무숲에서 / 이민영(李旻影) 나무 숲에 앉아 있다 북극에서, 臨津閣에서 순공 맨 간성干城에서 통영의 寺草에서 지리산 줄기의 암사 香 맡는 곰골에서 물 새롭다는 봄선운사에서 나도 나무가 된다 나무가 숯정이에게 해오라기에게 덤판굿 술이에게 맏아짐 대럼이 된 아제 산도수山刀首..
[스크랩] 가을 / 조병화 詩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스크랩]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 허만하 詩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 허만하 내가 조용히 바라보았던 것은 잎 진 실가지 그물 틈새로 나무의자 위에 떨어지는 여윈 햇살 부스러기가 아니라, 비어있는 나무 의자보다 철저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녹슨 가시철조망 안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노을 아, ..
[스크랩] 그대 떠난 빈자리에 / 이위발 詩 그대 떠난 빈자리에 / 이위발 바람이 불었다 그대가 초승달처럼 절정을 향해 치달릴 때 하늘은 그을린 솥단지 바닥처럼 시커멓고 구름장은 한군데도 틈새가 없었다 사납게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물결에 손금 같은 산봉우리들이 비에 파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봄날 벌레처럼 의식은 벅찬 ..
[스크랩]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詩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 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
[스크랩]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詩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스크랩]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 / 이기철 詩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 / 이기철 혼자 있는 날은 적막의 페이지를 센다 페이지마다 햇볕에 말린 참깨 알 소리가 난다 여기 수천 번 다녀간 가을이 갈대 화환을 들고 또 고요의 가슴을 딛고 와 커튼을 젖힐 때 새 떼는 우짖고 들국은 까닭 모르고 희어진다 심근경색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