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 용아장성 리지
주유천하하던 한때를 설악에서 보냈고 또한 오세암 자락 즈음에 앉아 견고한 성벽처럼 펼쳐진 용아장성릉을 바라보며 늙어갔을 것이다.
마음은 깊은 산골에 머물러 단지 산세의 맑음과 물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였기에 구멍난 낡은옷깃을 스친 바람은 거친 암봉을 넘어 골짜기의 무성한 자유처럼 대청으로 힘차게 불어갔을 것이다
몸은 자유로워 수직과 수평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었는지 그 마음 아래까지 진실로 자유로웠다면 한갓 글자에 자유를 가두는 어리석은 일일랑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을이 서툴게 다가오는 날은 도무지 글로 옮기기 어려운 태고(太古)같은 용아장성에 들고 싶었다
용아장성릉 암릉등반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설악의 모든 계곡과 능선에도 핏빛의 단풍이 물들고, 그 곱디고운 빛깔에 짙푸른 소와 담, 등산객들의 환한 얼굴과 웃음소리도 단풍으로 물든다.
사람과 산이 너나없이 붉어 하나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가을만 되면 등산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단풍을 즐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능선이다.
용아장성릉은 리지등반과 내설악의 파노라마를 즐기며 산행하는데 그만인 코스 용아장성릉은 용의 어금니 같은 암봉이 성처럼 길게 솟아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이름에 걸맞게 용아장성릉은 크고 작은 암봉 20여개가 송곳니처럼 솟아 있다.
암릉 좌우로 가야동과 수렴동, 공룡능선, 서북릉에 솟은 귀떼기청봉과 그곳에서 발원하는 수많은 골짜기들을 마하며 걷는 길은 내설악 산행의 백미다.
크고 작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며 가는 암릉길과 까마득한 벼랑 아래 계곡이 몸을 뒤틀며 만든 소와 담을 원근감 있게 즐기는 것은 산행의 또다른 묘미를 더해준다.
산행 중에 물을 구할 수 없어 물을 가지고 가야하며 어느 곳으로 올라도 산에서 1박을 해야하므로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다.
암벽등반 경험이 풍부한 리더와 함께 팀을 이루어 산행을 한다면 내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을 온전히 느낄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설악 한눈에 감상하는 암릉길
용아릉 첫 봉우리인 옥녀봉 오르는 길은 수렴동산장 뒤의 능선으로 곧장 올라야 했다.
능선 안부까지 15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비탈이 발딱 서있어 능선에는 가지가 제멋대로 휘어진 늘씬하게 빠진 소나무들이 앞다투어 자라 있고, 용의 이빨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능선을 따라 10분쯤 가자 작은 암릉 두 개가 연이어 나타났다.
그다지 위험스러운 곳은 아니지만 왼쪽으로 우회로가 있다.
옥녀봉 오르는 길은 별 어려움이 없다.
옥녀봉에 올라서자 내설악의 면면이 사방팔방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첫번째 난코스인 뜀바위가 나타났다. 뜀바위에서 1봉까지가 용아릉 등반에서는 가장 어렵다.
초보적이긴 하지만 담력, 크랙(바위틈새 등반), 슬랩(바위비탈)등반 등 다양한 동작을 요구하는 곳들이라 마치 암벽 실기시험을 치르는 듯한 곳이다.
폭이 1미터가 조금 넘는 문제는 자신감이었다.
밑으로는 족히 20미터가 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고 뛰어넘는 순간에 바위턱을 손으로 잡아야 하는 부담감에 쉽게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우회로가 있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고 뛰는 것이 상책이었다.대청봉을 정점 좌우로 날개를 펼친 공룡능선과 서북릉의 장쾌함이 한결 돋보였다.
가야동 위로 오세암의 수호신처럼 기세등등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경대와 귀떼기청봉에서 흘러내린 1287리지, 계곡과 능선이 연이어 첩첩산중을 이룬 모습은 용아릉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
용아장성은 내설악의 수렴동산장에서 봉정암까지 이어지는 긴 암릉(도상거리로 약 5km)이다.
접근로 일단 수렴동대피소까지 진입한다. 대피소 정면 오른쪽 능선길을 따르면 용아장성으로
올라선다. 등반 길잡이 가파른 산길을 타고 40여분 오르면 첫번째 봉인 옥녀봉에 이른다.
옥녀봉에서 암릉을 오르내리며 20분 정도 가면 1m 폭의 뜀바위가 나온다.
위험하다 싶으면 우회한다.
뜀바위에서 10분쯤 더 가면 비석이 서 있는 바위 꼭대기에 닿는다.
왼쪽으로 우회하여 가다보면 5m 높이의 암벽이 나온다.
상단부의 바위턱을 잡아당기면서 올라야 한다.
개구멍바위는 용아릉에서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선등자는 하체를 왼쪽으로 빼낸 상태로 통과한 다음 상단부 고정볼트에서 확보를 본다.
후등자는 선등자에게 배낭을 넘겨준 다음 등반하거나, 배낭을 앞 줄에 묶은 상태에서 오른다.
확보지점을 지나면 볼트가 보인다. 그 위의 바위턱은 슬링을 잡고 몸을 끌어당기면서 오른다.
평범한 암릉이 연속되다 1봉에 닿는데, 2봉까지는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3봉까지는 여유롭게 내설악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등반할 수 있는 구간이다.
4봉 쪽으로 가다보면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내리막 구간이 나온다.
5봉을 지나면 새카맣게 그슬린 고사목지대가 나오고, 이후 7봉까지의 능선 오른쪽(구곡담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다. 우회로는 오르내림이 심해 체력소모가 많이 따르고, 지루한 구간이다.
등반력이 있는 사람은 계속등날을 따르는 것이 힘이 덜 든다.
7봉을 지난 다음 완경사의 암릉을 오른다. 좁고 긴 암릉으로 고도감과 함께 조망이 뛰어난 구간이다.
9봉 우회로는 급경사를 가로질러야 하는데, 조심해야 한다.
이구간을 올라서면 능선상의 하강지점에 닿는다. 하강용 쌍볼트에 로프가 묶여 있지만, 삭아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자일 하강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강한 다음 평탄한 길을 따르면 좁은 골짜기가 나오고, 이어 봉정암 사리탑에 닿는다.
사리탑에서 계단길을 따르면 봉정암으로 내려서기 전 용아릉을 비롯한 내설악의 장관을 실컷 만끽하도록 한다.
등반정보: 자일1동,프렌드1조,퀵드로5개,약간의슬링
소요시간: 우회로 이용시10시간, 등날 등반시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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