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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북한 ‘그림책’ ??서산대사??의 혼종성(混種性)을 중심으로-한상정/종합예술학교

연구는 남한과 북한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인 ‘만화’가
과연 동일한 의미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식민지 시기 ‘망가’라는 일
본어에서 영향을 받은 남한의 ‘만화’라는 용어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
용어 하나로 카툰, 코믹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세 가지 각기 다른 형식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북한의 ‘만화’는 아직 그림, 즉 회화의
영역에 포괄된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우리가 볼 때는 만화책처럼 보이는 작품을 ‘그림책’이라고 지칭하는 경우
를 발견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현상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
었다. 만약 북한의 ‘만화’가 회화에 포괄되고 있다면, 남북한의 만화를
동일한 형태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제가 설득
력 있다면 이러한 혼종성은 사전적 정의, 작품의 분류방식, 그리고 결정
적으로 구체적인 작품의 표현방식에서도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북한사전들을 통해 만화가 어떻
게 규정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만화는 확실히 회화의 한 영역, 즉 ‘그
림’으로 ‘출판화’의 한 영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종종 공훈예술가
차형삼의 뛰어난 작품 ?서산대사?에서도 표현의 혼종성을 발견할 수 있
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우리의 이해가 올바른가를 증명하기 위해,
국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북한만화들에서 ‘만화’라는 표현이 붙어 있는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를 일일이 점검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만화’란 ‘단순한 선화로 된 익살스러운 그림체’를 뜻한다는 결론을 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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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이러한 그림체가 아닌 다른 그림체로 된 작품들은 ‘그림책’이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제한사항이 많은 상태에서 이뤄진 연구이기에 언제든지 이
러한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남북한의 만화
연구에 있어서 좀 더 정연한 시선을 던지기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
한다.


주제어: 남한만화, 북한만화, 차형삼, 공훈예술가, ?서산대사?


1. 서론
북한만화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이다. 남한의 만화에 대한 연
구가 아직 풍부하지 않다보니, 존재감이 적은 다른 만화에 대한 연구
까지 진행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다른 북한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연구와 비교해보더라도 북한만화에 대한 연구는 희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구지형도에서 북한만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
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남한만화와 북한만화가 다를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 수준의 판단이
다. 분단 이전까지는 일본만화의 영향을 함께 받았지만, 이후 지속된
별개의 사회시스템은 만화라는 한 표현 형식의 발전이나 내용면에 있
어서도 많은 차이를 야기해왔을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 추측 이외에,
학문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순간 연구의 한계는 명확해진다. 우선,
연구 자료의 한계이다. 북한만화책은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센터나 국
회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들이 북한만화의 대표작들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9


인지, 어떤 관점에 따라 수집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만화사’
같은 원전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만화창작 및 출판시스템에
대한 정보 역시 얻기 힘들다. 대표적인 만화작가가 있는지, 남한처럼
제자나 어시스턴트와 함께 공동작업을 하는지, 인물과 배경을 각자
따로 맡는지 등을 알 수 없다. 이러한 지식 없이 현재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로 북한만화 전반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
절하지 않다.
이러한, 아마도 당분간은 극복할 수 없는 한계점을 피해나가기 위
해 이 연구는 ‘만화’라는 용어에서 출발해보려고 한다. 해외에서 만화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를 ‘만화’로 옮기는 경우, 그 의미는 약간씩 차
이가 생긴다. 대표적인 경우로 불어의 ‘방드 데시네(bande dessinée)’를
떠올릴 수 있다. ‘만화’라고 번역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만화’가
‘카툰 형식’까지 포함하는 것에 반해, ‘방드 데시네’는 ‘카툰 형식’을
제외하고 있다. 물론 남북한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므로 번역의 문제
없이 ‘만화’라는 용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가 정착된 시
기는 1930년대였다. 분단 이후 약 6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용어
는 과연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고 있을까?
이 연구를 위해 우선 ‘만화’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고, 이
용어를 활용하는 경우들을 살펴볼 것이다. 만약 남한과 다른 용법이
있다면 그 배경이 되는 이유들은 무엇인지, 또 그 이유들이 구체적인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남한의 만화 형식과
동일한 차형삼의 ?서산대사?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공훈예술가 차형
삼1)이 그린 이 만화는 ‘그림책’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2000년 ‘조선


1) 1947년 7월 20일 개성에서 출생. 1966년부터 로동자신문사 미술가로 임명되어
현재(1999년)까지 출판보도 부분에서 30여 년간 신문, 잡지, 삽화를 기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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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교류협회’에서 출판한 것으로 총 96쪽에 겉표지만 컬러인 만화
책이다. 이 책을 택한 이유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데올로기성이 약
하고, 남한의 다른 만화 작품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만화
작품으로서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2. 남한에서의 ‘만화’의 의미와 북한에서의 ‘만화’의 의미
남한에서도 만화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거
나, 그 용법에 대해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지 않다. 연구자들은 용어
들 사이의 관계들을 감안하며 용어들을 엄밀하게 활용하는 것이 아니
라 카툰, 코믹스, 페이지만화, 칸만화, 스토리만화, 시사만화, 시사만
평, 에세이툰 등 다양한 용어들을 사용한다. 이는 학문적 연구의 역사
가 짧은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만화에 대한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담론을 보자면 관련 용어들은 나름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
다. 전문적인 만화담론의 장에서 만화를 인간의 역사상 나타난 ‘제9의
예술 형식’이라고 지칭할 때, ‘만화’는 이미지, 텍스트, 말풍선, 칸이라
는 구성요소를 보유한 것으로 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특정 표현 형
식을 의미한다. 엄밀히 보자면 영어로 ‘한 칸 만화’를 지칭하는 ‘카툰
(cartoon)’이 아니라 ‘(개념상) 두 칸 이상 만화’를 지칭하는 ‘코믹스
(comics)’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구분이


하면서 소설 삽화와 그림책을 그렸고 미술전람회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1992년
에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대표작으로 조선미술박물관 소장품이 된 그림책 ?아리랑?(1985), 총서 ‘불멸의 력사’ 중 ?고난의 행군?(1998) 등 50여 권의 중장
편 소설 삽화와 근 만 개의 단매삽화를 창작했다. ?조선력대미술가편람?(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9), 754~755쪽 참조.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11


잘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의 ‘만화’는 원래 일본어 ‘망가’에서 유래했
기에 용법이 동일하다. 이 용어의 포괄성, 다르게 말하면 모호성은 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영어단어 ‘카툰’의 용법과 동일하다. 즉, 망가(만
화)와 카툰은, 한 칸 만화, 스토리 만화, 애니메이션이라는, 각기 전혀
다른 표현 형식들을 지칭할 수 있다. 역사적인 맥락도 이유가 되는데,
가장 먼저 그 의미가 생성되었던 카툰이라는 용어가 ‘코믹스’와 ‘애니
메이션’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 이 표현 형식들을 지칭하기 위
해 활용되어왔기 때문이다. ‘카툰’이 영국의 시사잡지 ?퍽?에서 처음
으로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지닌 형식을 지칭하며 활용되었기에, ‘유
머와 풍자’라는 성격을 내포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전들은 만화를 내용과 형식면
에서 특정 스타일들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즉 내용적으로는 유머
와 풍자이며, 형식적으로는 말풍선, 글자와 결합된 단순한 선화라는
것이다. 또한 형식적으로 보자면 상당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카툰, 코
믹스, 애니메이션을 모두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모호성을 벗어나서, 유머나 풍자냐 비극이냐 등의 내용적 특
징이나 작화 스타일이 아니라 형식적 특징들을 중심으로, 글과 그림이
결합된 카툰(한 칸 만화), 코믹스[두 칸 이상 만화: 스트립(단) 및 스토리만
화], 그리고 별도의 영역으로서 애니메이션(영화의 영역)으로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2)이라고 생각한다. 카툰이 정치적이건, 생활적이건 한 칸
이라는 완결성 안에 메시지를 함축한다면 그냥 카툰일 뿐이다. 신문이
라는 미디어에 실리면 신문카툰, 인터넷에 실리면 인터넷카툰이면 된
2) 이에 관해, 다음 논문을 참조할 것. 한상정, “만화의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들과
‘근대만화’에 대한 역사적 정의,”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편,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제11호(2007), 29~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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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용상 세분하면 시사 카툰, 생활적 카툰이라고 명명하면 된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는 ‘신문만평’, ‘신문만화’, ‘에세이카툰’이란 표현이
혼용되고 있다. 현재 남한에서 애니메이션은 만화라는 용어에서 분리되
었고, 만화는 카툰 형식과 코믹스 형식을 둘 다 지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가. 1995년에 발간된 ?조선대백과사전?을
보면, <만화>란 “사물현상의 본질과 특징을 과장, 풍자, 상징의 수법
으로 흥미 있고 간단명료하게 그려 보여주는 그림…… 회화적 수법과
문학적 언어를 경합하기도 하고 이야깃거리를 연속적으로 전개하는
형식으로도 그린다”로 나와 있다. 이보다 몇 년 후, 2001년에 발행된
?북한미술 50년?에서는 “과장, 풍자, 상징 등 다양한 예술적 수법을
통하여 사회와 인간 생활의 이러저러한 현상과 그 본질을 간단명료하
게 보여주는 출판화의 한 종류…… 만화에는 단매만화와 연속만화가
있다.”3) 둘 다 공통적으로 “주로 아동미술, 아동만화영화, 정치포스
터, 신문, 잡지 등에서도 쓰인다”라는 언급이 있다. ?조선대백과사전?
에서 <미술>4)의 하위항목인 출판미술(출판화)에 대한 설명을 보면
만화는 없다. 반면 <출판미술(출판화)> 항목에는 만화가 포함되어 있
다. 즉 북한에서 만화는 제9의 예술로서의 특정한 표현 형식(칸, 말풍
선, 그림과 글의 결합)이 아니라 ‘과장과 풍자라는 내용과 그에 합당한
특정 그림체’를 의미한다. 그림에 중심을 둔다는 의미는, 글자나 이야
기가 함께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말풍선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주로 출판물에 등장하며, 아동미술, 만
화영화, 포스터, 신문, 잡지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만화’가 남한의 만화처럼 ‘글자와 그림, 말풍선과 칸으로
3) 김성훈, ?북한만화의 이해?(서울: 살림출판사, 2005), 10쪽에서 재인용.
4) ?조선대백과사전?, 제9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1999), 639쪽.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13
구성된 형식’이 아니라 ‘유머와 풍자 스타일의 그림체’를 지시한다면,
남한의 ‘만화’가 지시하는 대상은 북한의 어떤 개념에 해당할까? 엄
밀하게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만화라는 형식을 지칭하는 북한어는
사실상 없지만, 만화라는 형식을 책 위에 얹은5) ‘만화책’은 일단 출판
물이기에 ‘출판미술’이 될 수 있으며, 달리 말하면 미술의 영역에 해
당한다. ?조선대백과사전?의 <미술> 항목을 보면 “출판미술은 출판
인쇄와 밀접히 관계를 맺고 있는 미술 형식으로서 여기에는 선전화,
판화, 삽화, 아동화 등이 속한다”6)라고 규정되어 있다. ?조선대백과사
전?의 <출판미술(출판화)> 항목은 좀 더 정교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참조할 필요가 있다.
“출판미술에는 출판인쇄를 전제로 하는 선전화, 삽화, 판화 등이 포
함된다. 처음에는 채색을 기본으로 하는 회화와 구별하여 선을 위주로
간단명료하게 그리는 회화(그라피크라고 부른다)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
었으나 이러한 그림 종류들이 주로 출판인쇄사업에 널리 리용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출판미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출판미술은 크게 두 가지
류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액틀그림으로 창작되는 판화이고 다른
하나는 출판물로 실현되는 삽화, 선전화, 만화 등이다.
출판미술은 인쇄를 전제로 하는 것만큼 표현 형식과 수법에서 함축
하는 수법을 많이 쓴다. 출판미술에서 함축하는 수법은 회화에서와는
달리 묘사를 단순하게 하여 화면을 집약화한다. 묘사를 단순하게 하는
5) 이는 출판환경의 문제와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예컨대 남한의 경우는 1990년대부
터 서서히 출판이 아닌 다른 하드웨어, 즉 화면이 만화의 지지대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책과 분리된 ‘만화 형식’에 대해 재고해보게 했다면 북한은 아직 이
단계에 와 있지 않다.
6) ?조선대백과사전?, 제9권, 6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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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직관성을 높여 문제의 본질을 집약적으로 인식시키고 호소적인
힘을 가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묘사의 단순성과 화면의 직관성은
출판미술의 중요한 특성으로 된다. 출판미술은 또한 조선화나 유화, 벽
화 등 다른 그림 종류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고 채색보다 선과
명암을 더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리용하며 따라서 빨리 그릴 수 있고
많은 부수로 찍어 널리 보급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출판미술은 또한
출판물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적인 기능을 가지며 여기에 회화, 조각,
공예, 서예 등 미술의 여러 가지 형상수단들이 종합적으로 리용된다는
데 그 특성이 있다 ……
출판미술은 출판인쇄방법으로 조형적 형상을 실현하여 사람들을 혁
명과 건설에로 추동하는 기동성 있는 형식이다. …… 평범한 대중 속에
널리 보급되는 기동적인 미술 형식이기 때문이다. 기동성과 대중성은
출판미술의 본성적 요구이다 ……”7)
즉, 초반기에는 선을 위주로 하는 간단한 회화라는 의미에서 ‘그라
피크(graphic)’라고 했으나 결국 이 형태들이 인쇄되는 것이므로 출판
화 내지는 출판그림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한에서 엄밀하게
구분하는 ‘그림’과 ‘만화’ 사이를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이 두 가지가 미분리 상태라는 의미가 아닐까? 달리
말하면, 만화라는 표현 형식의 독자성이 아직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물론 만화에도 ‘그림’이 있다. 그러나 그림 이외에 칸,
말풍선, 글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적으로 보자면 그림과 만화는
동일한 층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7) ?조선대백과사전?, 제21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2001), 248쪽; 문단 구분 및
강조는 필자가 한 것.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15
<그림 1> ?풍자만화 편지소동?, 21쪽. 북한에서 ‘만화’라고 부를 경
우 활용하는 그림체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만화영화’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만화적 수법으로 그린
그림을 찍어서 만든 아동영화8)”로, 남한식으로 보자면 ‘셀애니메이
션’을 지칭한다. 북한의 만화영화는 ‘아동영화’의 하위 장르로, 만화
영화와 더불어 지형영화, 인형영화들이 포함되어 있다. 즉 남한의 경
우처럼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제재에 따라 셀애니메이션이냐, 컷아
웃애니메이션이냐, 퍼핏애니메이션이냐로 분류하는 것이 나이라, 향
유대상(아동)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만화체의 그림이냐, 종이냐, 인형
이냐 등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그림 1>은 북한에서 ‘만화’라고 이야기하는 유머와 풍자적인 그
림 스타일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 형식을
8) ?조선대백과사전?, 제8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1999), 624~625쪽; 김광철,
“아동영화,” ?천리마?, 7호(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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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장과 풍자 그림 스타일이 아닌
다른 만화들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위에서 언급했던 ‘선전화, 삽화’
이외에 또 다른 명칭이 있을까? 아직 일반 ‘그림’에서 ‘만화’로 개념이
미분리된 상태라면, 이러한 현상은 작품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
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차형삼의 ?서산대
사?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3. 연출의 혼종성
만화서사9)의 핵심은 연출이다. 연출은 한 쪽, 또는 책을 펼쳤을 때
눈에 보이는 가장 큰 가시범위인 양면 페이지 안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을 뜻한다. 즉 이 페이지들에서 어떤 모양, 어떤 크기의 칸들이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가, 독자의 시선방향을 어떤 식으로 유도하는가,
각 칸들의 화면구성은 어떠한가, 발화와 음향은 어떻게 활용하는가
등, 이 모든 것이 만화연출의 범위에 들어간다.
?서산대사?에서는 만화가 그림일반으로부터 미분리 상태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혼종성’이 크게 두 층위에서 드러난다. 첫 번
9) 참고로, 왜 ‘만화스토리텔링’이 아닌, ‘만화서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정확
한지 언급하고자 한다. 오늘날 스토리텔링은 아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그냥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
나 필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향유자와의 관계에 의해 텍스트의 어떤
요소들이라도 실제로 변화하는 과정을 동시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지니고 있
는 경우, 그리고 경제적 이윤산출의 목적과도 상관적일 경우에 쓰는 것이 적절하
다고 생각한다. 북한만화가 이 두 가지 성격을 지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기에,
‘만화서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에 관해서 다음의
논문 참조. 박기수,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의 생산적 논의를 위한 네 가지 접근
법,” 한국언어문화학회 편, ?한국언어문화?, 제32호(2007).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17
<그림 2> 57쪽(양면의 오른쪽)
째는 어떤 칸들, 어떤 쪽들은 아주 뛰어난 만화적 연출력을 드러내는
것에 반해 다른 칸들은 비만화적이라는 점이며, 두 번째는 한 작품
내의 그림체가 비통일적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층위는 첫 번째 층위
에 비해 혼종성의 수위가 낮다.
첫 번째 층위에 접근하기 위해 <그림 2>를 자세히 보자. 양면 페
이지에서 오른쪽 페이지인 이 공간의 연출은 훌륭하다. 첫 번째 세로
로 긴 칸에서는 맨 위쪽에 한 명의 조선군이 앞발을 높게 치켜든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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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그대로 왜군을 쳐올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아래로는 쓰러져
있거나 도망가고 있는 왜군들이 보이는데, 오른쪽 위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선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얼마나 번개처럼 적들을 소탕하고 있
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중간 부분은 이 선들을 통해 형체들을 적절히
생략함으로써 싸우는 장면의 속도감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
고 있다. 같은 인물인지는 모르나, 두 번째 칸에서는 칼을 아래로 내리
치는, 역시 말을 타고 있는 병사를 보여준다. 여기서도 배경들은 모두
생략된 채, 오로지 손으로 직접 그은 선들과 강한 붓질로 속도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들이 세 번째 칸에서는 시체들, 날아
다니는 까마귀, 반쯤 넋이 나간 왜군과 더불어 현격히 느려진 속도감
을 표현하기 위해 곡선화되고 있다. 멀리 후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선들과, 멀리 있는 까마귀들 ― 마치 앞에 있는 까마귀들의 날개처럼 보이
기도 하는 ― 과 더불어, 앞의 두 칸들의 장면이 저 멀리에서도 진행되
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역동적인 말의 표현, 만화적인 생략, 그와 더불
어 적절히 배치된 의성어(비명소리들) 및 의태어, 칼을 휘두르는 속도
를 보여주는 기호들, 마지막 칸의 인상적인 왜구의 얼굴 표현과 적절
한 곳에 배치된 ‘히히’라는 의성어 등은 뛰어나다. 이 페이지만 본다
면, 설령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해도, 상당한 만화연출 실력을 보유
한 뛰어난 만화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탁월한 연출력을 지닌 만화가의 작품으로서
는 이해되지 않는 곳이 몇 군데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화적 관습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림
3>을 보자. 만화에서 칸들의 배치순서는 그 나라에서 활용하는 문자
의 배치법과 동일하다. 즉 서양과 우리나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오른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19
<그림 3> 4쪽(양면의 왼쪽)
쪽에서 왼쪽으로 순서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일본만화의
경우이다. <그림 3>은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적이다. 예컨대, 첫 단의
세 번째 칸(서산대사는 서울이 적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을 제
일 왼쪽으로 옮겨 칸 1(현재 사명대사가 붓글씨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
고 있는 위치)로 놓았다면 사건의 순서와 읽기의 순서가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소식을 듣고, 시를 쓰고, 그 결과로 나온 시. 이런 순서로 말이
다. 그러나 현재의 배치에서는 세 번째 칸에 가서야 왜 서산대사가
글을 쓰고 있는지, 이 시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전체 페이지들
중 오로지 이 단 하나만 일본만화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컨대 양면 페이지의 왼쪽 페이지 첫 칸은 무조건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차지해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것
일까? 불가능한 규칙은 아니다. 종종 만화가들은 양면 페이지의 가운
데로 시선을 응축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왼쪽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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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9쪽(양면의 오른쪽)
이지들을 보면, 이러한 규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실수 내지 의도적 위반이다. 만약 실수라면, 이 작화가가 일본만
화를 많이 접하여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는 것이고, 의도적 위반이
라면 이 만화 전체에서 이 단만을 특히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전체 96쪽 중, 시작 부분에 해당하는 다섯 번째
페이지에 그 정도로 강조할 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
정적이다. 따라서 이 단은, 북한에서 일본만화를(이유는 정확히 판단하
기 힘들지만), 자료로 많이 활용했거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
정을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예는 페이지의 중간부터 장면 전환을 하는 경우(<그림 4>
참조)이다. 이 역시 일반적인 연출의 규칙에서 벗어나 있다.10) 보통은
10) 한국의 1960~1970년대 만화에서는 이러한 연출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21
<그림 5> 34쪽(양면의 왼쪽)
새로운 페이지에서 장면이 전환된다. 이는 독자의 시선이 한 번 전환
되는 순간을 활용하는, 정착된 만화적 관습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
엇일까? 이러한 일반적 만화연출 관습에 많은 의의를 두지 않는 것일
까? 아니면, 최대한 짧은 공간에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일까? 이
유는 명확히 제시하기 힘들다.
연출적 혼종성의 두 번째 층위는, 한 만화책 내에 그림체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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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39쪽(양면의 오른쪽)
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어떤 곳에서는 섬세하게 그린다. <그림 5>(칸
2)의 소나무를 보면, 만화의 한 칸이라고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그
밀도가 상당히 높다. 소나무라는 점에서 세밀한 동양화 같기도 하다.
또한 <그림 6>(전체 쪽)은 아주 세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물감 뿌
리기나 선긋기, 겹치기 등 다양한 기법으로 금강산의 구룡연이라는
폭포를 묘사한다. 또 <그림 7>의 칸 1은 강력한 흑백 대비로 판화나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23
<그림 7> 52쪽(양면의 왼쪽, 칸 1, 2) <그림 8> 44쪽(양면의 왼쪽, 칸 4, 5, 6)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준다. 흑백만화이기 때문에 동양스럽다는 느낌
이 전체적으로 우세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얼굴, 특히 코 주위는 전형
적인 서구적 데생 스타일이다. <그림 8>(칸 4, 5)에서의 부처님이자
서산대사 얼굴의 코 형태, 그림자 넣는 법은 남한의 경우 식민지시대
일본을 통해 유입된 입시미술용 석고 데생의 전형적인 방법이다.
4. 북한에서의 만화 용어 활용사례 분석
만화라는 표현 형식은 미술도, 문학도 아닌, 제9의 예술이란 정의와
더불어 문학성과 미술성을 공유하는 독특한 이미지서사 형식이다.11)
11) 그러나 이러한 정의가 만화가 문화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화는 어떤 나라에서도 거의 아동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대중문화로 취급받
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문학’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뛰
어난 만화들을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로 상업적으로, 학문적으로 유통하
려는 시도 역시 동일한 맥락 속에 있다. 이러한 (필요한) 문화적·전략적 전투용
목적을 제외하고 나면, 만화를 미술이나 문학으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비합리
적으로 보인다. 이는 카툰, 코믹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전혀 다른 표현 형식을
24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독특한 표현 형식이란 의미는, 그 어떤 다른 표현 형식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특성을 지닌다는 뜻이다. 즉, 만화는 미술도 아니며
그렇다고 문학도 아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만화를 독자적인 표현
형식으로 규정하지 않기에 우리가 분석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작품들
에서 혼종성이 드러날 수 있다.
사실상, ?서산대사?의 앞뒤 표지에 실린 정보들을 보면 현재까지의
우리의 분석이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작가인 ‘차형삼’은
‘공훈예술가’이다. 공훈예술가란 무엇인가? 이구열은 북한미술계에
서 1961년에 ‘인민예술가’ 칭호가, 그리고 그보다 이른 1952년에 ‘공
훈예술가’ 칭호가 생겼으며, 현재(2008년)까지 ‘인민예술가’ 칭호에 오
른 미술가(사망자 포함)는 약 50~60인 정도, 공훈예술가는 그 3배 정
도12)라고 언급하고 있다. 인민예술가는 공훈예술가보다 그 기여도가
훨씬 더 크다고 인정받는 경우이다. 공훈예술가가 만화를 그렸다면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추정 가능하다: 1) 북한에서는 만화의 문
화적 지위가 상당히 높아서 만화가에게도 공훈예술가 지위를 준다,
2) 북한에서는 공훈예술가가 다양한 문화예술영역의 그림 작업을 할
수 있다. 남한의 경우라면, 이 두 가지 모두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첫 번째 항의 경우, 만화는 문화적으로 가치중립적인 하나의 표현 형
식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 항은 딱히 본인이
개인적으로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경제적, 문화적 실익이 없
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만화’라는 단어 하나에 포괄하고 있는 사전적-비전문적 정의만큼이나 비합리
적이라고 생각한다.
12) ?북한의 문화예술?(서울: KBS남북교류협력단, 2008), 306쪽.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25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국가영예칭호의 하나인 ‘공훈예술가’ 칭호
는 당의 유일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우리 인민의 경애하는 수령 김
일성 동지의 주체적 문예사상과 그 구현인 조선노동당의 문예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에서 공훈을 세움으로써 우리의 근로자들을 김일성
동지의 위대한 혁명사상으로 무장시키며 우리의 사회주의 민족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한 회화 조각 작곡 공예 등 예술 부문의 예술
인들에게 수여된다.”13)
공훈예술가에 대한 설명에서 첫 번째 추정을 확인해보자면, 만화는
별도로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등’에 포함될 수도 있으므로 아직은
판단이 이르다.
두 번째 추정은 좀 더 그럴듯해 보인다. 북한에서는 회화 작가가
만화나 삽화도 그릴 수 있고, 만화가도 삽화나 회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즉, 다양한 영역의 그림 작업을 서로가 넘나들 수 있다. 1985
년 출간된 ?조선미술연감?에는 차형삼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들려주
신 이야기를 각색한 그림책 ?두 장군 이야기?의 삽화”14) 및 “아동 소
설책 ?어린 파데트?(문예출판사, 1984)의 표지그림”15)을 제작했다고 나
온다. 삽화와 표지화가 ‘미술연감’에 실려 있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준
다. ?서산대사?의 앞표지에 적혀있는 ‘그림책’이라는 지시어 역시 이
증명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남한식으로 보자면 완벽한 만화
책이지만, 북한에서는 ‘그림책’인 것이다.
13) 이구열은 소련의 선행제도를 본받은 것으로 설명한다. 북한의 1972년판 ?문학
예술사전?의 내용을 이구열의 글을 통해 재인용. 이구열, ?북한미술50년?(서
울: 돌베개, 2001).
14) ?조선미술연감?(평양: 문예출판사, 1985), 274쪽.
15) 위의 책, 282쪽.
26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이러한 분석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북한만화’라고 부르는 것이 남
한만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제시한다. ‘만화’라는 용어는 존재
하지만, 연구자가 살펴본 전형적인 남한식 만화책들에는 만화라는 용
어 대신 ‘그림책’, ‘그림동화’, ‘동화그림이야기’ 등의 용어들이 적혀
있다.16) 북한의 ‘만화’가 풍자 스타일의 그림체를 지시하기에, 다른
스타일의 그림체로 제작된 만화책들은 ?서산대사?에 나타난 것처럼
‘그림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차형삼의 ?서산대사?는 남한식으로 보
면 분명 ‘출판만화’지만, 북한식으로 보면 ‘출판미술’에 더 가깝고, 그
렇기에 ‘그림책’이란 용어로 지칭하는 것이다. 또 북한에서는 우리가
보기에 ‘동화책’에 가까운, 즉 한 페이지의 특정 부분에 큰 그림이 있
고, 그 아래나 위쪽에 텍스트가 배열된 형태 역시 그대로 ‘그림책’으
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어떤 책들은 내부에 그림소설과 만화, 각 2종
이 함께 엮어진 것들도 있는데, 이 역시 ‘그림책’으로 지칭되고 있
다.17) 결국 ‘그림책’이라는 항목만 보아서는 이것이 만화인지 그림이
포함된 이야기책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지금까지 분석한 것처럼 남한의 ‘만화’형식을 지칭하는 북한
용어가 없으며 남한의 ‘만화책’이 북한에서는 ‘그림책’으로 분류된다
면, 그리고 북한의 ‘만화’란 용어가 특정한 ‘그림체’를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면, 이를 증명할 마지막 단계로 접근해보자. 북한에서 발간된
서적들에서 ‘만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만약 현재
까지의 우리의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에서 만화책이란 풍자 스타일의
16) 이는 김성훈, ?북한만화의 이해?, 20~21쪽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다.
17) 예컨대 리현일‧최주섭이 그린 ?그림책 성난 메아리섬?(평양: 금성청년출판사,
2003)의 경우 총 184쪽에 그림소설 형식인 “성난 메아리섬(112쪽),” 만화 형식
인 “해돌소년(73쪽)”이 함께 엮여 있다.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27
그림체를 활용하는 서적이어야 할 것이다.
북한자료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만화책들을 검색한 결과,
‘만화’라는 용어가 나타나는 경우는 단행본 9권과 ?조선의 력사? 시리
즈 5권이다. 앞의 단행본 9권의 경우만 보자면, ‘만화’용어가 독자적
으로 사용되지 않고, ‘동화만화’, ‘만화속담집’, ‘풍자만화’, ‘과학만
화’, ‘과학환상만화’ 등, 다른 수식어들과 함께 등장한다.18) 이들은 모
두 1980년대, 금성청년출판사에서 발간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로는
아예 ‘만화’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그림 8>에
서 본 것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순화된 ‘풍자’ 스타일의 그림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한 작품들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의 가설에 어긋나는
작품은 단 한 작품이다. ?조선의 력사? 시리즈 중 한 권이 그러한데,
이 시리즈는 두 가지 버전으로 발견된다. 하나는 동경의 ‘학우서방’에
서 발간된 것으로 양질의 종이에 인쇄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평양의
‘조선출판물교류협회’에서 발간된 것으로 다른 책들과 동일한 종이를
사용했다. 원시-후삼국시대 1/고려편 1/리조편 1-4권으로 구성되어 있
으며 1991년부터 1999년 사이에 발간되었다. 원시-후삼국시대는 ‘학
우서방’에서 발간한 버전만 있는데, 이는 ‘유머와 풍자체’로 그려졌기
에, 또는 북한이 아니라 일본에서 발간되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만화’
라고 표현되어 있다. 고려편부터는 차형삼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체가 극화체로 분명하게 달라졌다. 동일한 만화 작품이 동경에서
발간되었을 경우는 ‘만화’, 평양에서 발간되었을 경우에는 ‘그림책’이
라고 표기되어 있다.
18) 이 목록에 대해서는 참고문헌에서 정리했다.
28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한 작품만 예외인데, 1998년에 평양에서 발간된 ?조선의 력사(리조
편 1)?’에서만 ‘만화’라는 표현이 발견된다. 사실상 연도는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시리즈는 여러 번 발간되었던 것 같
다. 왜냐하면 시리즈가 순서대로 발간되어 있지 않으며, 동일한 ‘리조
편 3’의 경우는 동경에서는 1995년, 평양에서는 1999년에 발간되었
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출판물이 몇 번째 판인지를
명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추정하게 한다. 이는 차형삼의 또 다른
작품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그의 ?그림책 김정호?(조선출판물교류협
회, 2000년)는 ?서산대사?와 같은 날짜인 2000년 12월 30일에 발간되
었지만, 작품의 수준은 ?서산대사?가 더 뛰어나다. 재미있는 점은 ?김
정호?에서는 ?서산대사?에서 찾기 힘들었던 스크린톤을 활용하고 있
다는 점이다. 이로 봐서, 이 두 작품은 같은 해 작업한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
왜 북한 만화책 중 유일하게 ?조선의 력사(리조편 1)?에서만 ‘만화’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동일한 시리즈를 동경과 평양에서 발간하다보니, 예외가 발생
한 것이 아닐까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 하나로 지금까
지 우리의 연구 방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 발간된 모든
작품들은 우리가 논증해왔던 가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조선출판물
수출입사가 발간한 ?조선출판물목록(2004, 2005, 2006년)?에서도 ‘만
화’라는 표현은 발견할 수 없다.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29
5. 결론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남한에서 ‘만화’라는 용어로 지칭하는 별개의
‘표현 형식’, 주로 ‘텍스트와 그림을 활용하고 칸과 말풍선, 페이지(또
는 화면)라는 공간에서의 배치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술도 문학
도 아닌 별개의 표현 형식’과 일치하는 북한의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
다. 북한에서의 ‘만화’는 “과장, 풍자, 상징 등 다양한 예술적 수법을
통하여 사회와 인간 생활의 이러저러한 현상과 그 본질을 간단명료하
게 보여주는 출판화의 한 종류로…… 회화적 수법과 문학적 언어를
경합하기도 하고 이야깃거리를 연속적으로 전개하는 형식으로 그리
며…… 주로 아동미술, 아동만화영화, 정치포스터, 신문, 잡지 등에서
도 쓰이는” 것이다. 즉 미술, 애니메이션, 포스터, 신문, 잡지에 텍스트
나 음성 등의 다양한 도구와 함께 결합할 수 있는 과장, 풍자, 상징적
인 그림체를 지시하며, 실제로는 <그림 8>에서 보듯이 우리에게 익
숙한 단순하고 유머스러운 그림체만을 의미한다. 남한에서의 다양한
그림체, 특히 극화체를 활용한 ‘만화책’은, 북한에서는 ‘만화책’이 아
니라, ‘그림책’이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북한의 ‘그림책’은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체를 활용한 소설도 지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차형삼
의 작품에서 발견했던 연출의 혼종성은 북한에서의 만화가 그림으로
부터 독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우리가 위에서 발견했던 단 한 권의 예외라고 지적했던 작품
(?조선의 력사(리조편 1)?) 이외에도 ‘만화’라고 표기되어 있는, 유머체
이외의 다양한 그림체를 활용한 만화 작품들이 더 많이 발견된다면,
지금까지의 논의와 주장들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험성 자체가 현재 북한만화연구의 지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30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본다. 따라서 향후에는 다른 표현 형식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좀 더 많은 자료들이 서로 오감으로써 이 연구가
남북한의 만화연구에 있어서 자칫 일어나기 쉬운 오류를 피하는 출발
점이 되었으면 한다.
■ 접수: 6월 30일 / 수정: 7월 29일 / 채택: 8월 5일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31
참고문헌
1. 북한 자료
1) 단행본
?조선대백과사전?, 제8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1999).
?조선대백과사전?, 제9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1999).
?조선대백과사전?, 제21권(평양: 백과사전출판사, 2001).
?조선미술연감?(평양: 문예출판사, 1985).
?조선력대미술가편람?(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9).
2) 논문
김광철, “아동영화,” ?천리마?, 7호(1994).
3) 기타자료
① 공훈예술가 차형삼과 관련된 작품
김신홍, ?만화 조선의 력사(원시시대-후삼국시대)?(동경: 학우서방, 1991).
차형삼, ?만화 조선의 력사(고려편 1)?(동경: 학우서방,1997).
_____, ?만화 조선의 력사(리조편 1)?(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1998).
_____, ?그림책 조선의 력사(리조편 2)?(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1999).
_____, ?만화 조선의 력사(리조편 3)?(동경: 학우서방, 1995).
_____, ?그림책 조선의 력사(리조편 3)?(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1999).
_____, ?만화 조선의 력사(리조편 4)?(동경: 학우서방, 1996).
_____, ?그림책 조선의 력사(리조편 4)?(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1999).
_____, ?그림책 서산대사?(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2000).
_____, ?그림책 김정호?(평양: 조선출판물교류협회, 2000).
② 만화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작품
고임홍, ?만화속담집 2?(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7).
김도청, ?풍자만화 최사병의 수기?(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3).
김창남, ?동화만화 친구의 속심?(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8).
문재현, ?동화만화 우쭐대던 너구리?(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6).
32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서승완, ?과학만화 새끼곰의 창안품?(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9).
조병권, ?풍자만화 편지소동?(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5).
최성술, ?만화속담집 1?(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6).
하정아, ?풍자만화 파탄된 선심작전?(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85).
작가미상, ?과학환상만화 <꼬마과학자들의 만능탐험선>?(평양: 금성청년출
판사, 1980).
③ 기타
리현일‧최주섭, ?그림책 성난 메아리섬?(평양: 금성청년출판사, 2003).
?조선출판물목록?(평양: 조선출판물수출입사, 2004, 2005, 2006).
2. 국내 자료
1) 단행본
김성훈, ?북한만화의 이해?(서울: 살림출판사, 2005).
?북한의 문화예술?(서울: KBS남북교류협력단, 2008).
2) 논문
박기수,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의 생산적 논의를 위한 네 가지 접근법,” 한국
언어문화학회 편, ?한국언어문화?, 제32호(2007).
한상정, “만화의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들과 ‘근대만화’에 대한 역사적 정의,”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편,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제11호(2007).
남북한 ‘만화’ 용법의 차이 33
Abstract
Some Differences in Patterns of Enploie
‘Manwha’ i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through the Hybridity of Manwha from
The Great Monk Seosan,
the Drawing Book CHA Hyong-Sam
HAN, Sang-Jung(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This research aims to show the difference of the meanings of that
word ‘manwha’ in South Korea and the North. To start searching,
analyzing pages the great monk Seosan CHA Hyong-Sam. As soon as they
are analyzed, layouts strange catch us. We call this a strange hybridity
of manwha ‘which can be divided into two levels. one is the level shifts
in the quality of the layout. Some pages are tightly controlled, but
others are not always at the same time. The other focus of offenses
rather manwhas habits, for example, inconsistencies of style drawings.
We want to answer a question: why does arrrive this hybridity? This
may not be the manwha in North Korea is not the same meaning with
South Korea? Not that the manwha of North Korea is dependent on
34 현대북한연구 2011 · 14권 2호
the drawings in general? Our hypothesis is there.
After analysis of all titles that include the word ‘manwha’, our
hypothesis seems reasonable. North Korea’ manwha refers to a specific
style of drawing that is both readable, simple, and humor. Because of
this the manwha is classified into an art publication, and is not an
independent mode of expression‎. In North Korea, the album correspond
manwha in South Korea is called in general, ‘drawing book’. It is very
rare to find books on which the word manwha is wrote on the first
cover. If they are labeled ‘manwha’, they all have the same style of
drawing. Almost all albums stating ‘manwha’ are published in the year
1980, the same publisher. Then we can find an exception to be
published in 1998. But this book is contained in a series of Histoire
Choson, and this series is published in Tokyo and Pyeongyang. That
can conjecture ‘comings and goings’ produces this exception because
the series published in Tokyo is designated as all ‘manwha’.
Our hypothesis is yet a little tentative, because it is still very difficult
to find sufficient references to fully justify the assumption. If there are
other albums that are designated as ‘manwha’ style drawings diverse,
our hypothesis should be examined again. This is where current research
is the early work on sinsères manwha of North Korea.
Keywords: CHA Hyong-sam, manwha of North Korea, manwha of
South Korea, the great monk Seosan, cartoon, co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