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근대 사회의 해석을 목적으로 유럽에서 출현한 신생 학문인 사회학의 다양한 분야
들 중 서구(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바
로 종교사회학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세계 종교
사회학계에서 현재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유럽중심적인 세속화(世俗化)이론에 주
목하여 오늘날 한국의 종교사회학계에서 유럽중심주의가 과연 어떻게 전유(專有)되고
또한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이 글에서는 그동안 한국에
서 세속화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 결과를 내놓은 종교사회학 및 종교학 분야의 11명
의 학자들의 대표적 논저들을 연구사(硏究史)의 관점에서 각기 차례로 검토하며 평가
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당초 예상한 대로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서구(유
럽)의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출현한 정통적 세속화이론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결과
한국적 상황에서 근대성과 종교의 세속화 양자를 등치(等値)시키고 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한국의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우리 나름의 이론 틀이 필
요함을 역설하였지만, 서구 이론과 구별되는 설명력이 높은 우리의 이론을 만드는 데
까지 나아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종교사회학이 정체성(正體性)을 찾고자 할 때 긴요한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1) 한국적 문헌 자료와 한국적 종교 현상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정리 검토 작
1) 이 논문은 2003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과제번호: KRF-2003-074-BM 0006)
이 논문은 한국사회학회 주최 2004년 후기 사회학대회(중앙대, 2004. 12. 10-11)에
서 발표된 것이다. 유익한 지적과 논평을 해주신 논평자들께 감사드린다.
담론 201 8(1), 2005
pp. 174 - 206
담론201 8(1) 김 성 건 175
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2) 제도 종교와 비제도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 같은 비서구 다
종교사회의 종교성(宗敎性)에 대해서 서구에서 만들어진 개념과 구별되는 참신한 개념
이나 이론을 창안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주제어 : 유럽중심주의, 한국, 종교사회학, 세속화, 근대화, 기독교, 제도 종교, 종교
I. 서론 : 연구의 배경, 목적 및 의의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그 결과로서 ‘탈(脫)식민주의적’ 비판의
영향이 점증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비서구의 일부 학자들 가운데
사회학을 위시하여 전통적 학문 분야들은 아직도 뚜렷이 ‘유럽중심적’인 상
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이 중요한 도전
들은 현재 구체성이 종종 결여된 채 전반적으로 매우 일반적 수준에서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서구의 부상’을 대표하는 근대 유럽사회를 낳은 양대 혁명 곧, 프
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근대사회의 해석’을 목적으로 출현한 신
생학문인 사회학의 다양한 분야들 중 서구(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기
독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바로 ‘종교사회학’(the sociology of
religion)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Wilson, 1982).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이른바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한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활약하고 있는
넓은 의미에서 대표적 종교사회학자들(유학파 및 국내파)1)의 연구에 나타
난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의 문제’(McLennan, 2000; Wallerstein,
1997; Mouzelis, 1990; 최갑수, 2000)를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작업은
1) 필자는 여기서 일차적으로 한국의 사회학자들 중 종교사회학을 전공한 사람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초점을 모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숫자가 사실상 너무 적어 기본적으
로 인문학에 속하는 종교학자들 중 종교사회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실제로 이 분야
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몇 몇 학자들도 본고의 논의 속에 한데 포함하여 다루고
자 한다.
176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그 동안 필요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본격적으로 시도된 바가 없
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최근 세계 종교사회학계에서 계속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유럽중심적인 ‘세속화 이론’(the secularization
theory)에 주목하여 오늘날 한국의 종교사회학계에서 ‘유럽중심주의’가 과
연 어떻게 ‘전유’(appropriation)되고 또한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구체적
으로 밝혀보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본 연구가 주목하는 ‘유럽중심주의’는
기본적으로 ‘오리엔탈리즘’과 사실상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
다. 따라서 21세기 초 탈식민주의 담론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
서 본 연구는 한국 사회과학으로 하여금 ‘식민지성’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
성’(identity)을 바로 모색하고 그로부터 한국 사회과학의 발전에 긴요한
‘토착화론’ 혹은 ‘토착화 이론’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일정한 자극을 제공하는
의의를 지닌다 할 것이다.
Ⅱ. 종교의 정의 문제, 세속화의 일반적 개념 및 전통적 이론
필자는 최근 마테스(Joachim Matthes, 2000)의 안목으로부터 유럽중
심주의 문제가 무엇보다도 ‘종교’(religion)의 개념 속에 잘 응축되어 있다
는 입장을 본 연구의 출발점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 입장은 종교 같
은 기본적으로 ‘문화적’ 용어가 ‘과학적’ 개념으로 옮겨지는 것에 관심을 나
타낸다. 주지하듯이, 사회과학적 개념들은 일상 언어 속에서 문화적 용어들
로부터 생성된다. 그런 까닭에 사회과학적 개념들은 이것들이 과학적 담론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들이 본래 기원한 지역과 시기 밖에 있는 지역과 시
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될 때 문제를 나타내게 된다. 그 결과는 사회과
학적 개념들이 적용되는 현상의 ‘왜곡’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18세기에 이르러 ‘종교’(religion)란 말이 서구에서 과
학적 개념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때 ‘종교’란 말은 기독교가 아닌
믿음 체계들 - 예로서 이슬람교 혹은 힌두교 - 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였다.
이렇게 종교란 말을 쓸 때, 기독교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혹은 드러나
담론201 8(1) 김 성 건 177
는 비교가 일어났고, 그 결과 ‘실재’(reality)의 생략이 나타났다. 마테스에
의하면, 비교의 논리는 비교되는 두 개의 사물이 이것들보다 한층 더 추상
적인 단위인 제3의 단위 아래에 들어가는 것이다. 예로서 사과와 배는 과
일 아래에 들어간다. 비슷하게,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종교 아래에 들어간
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종교라는 개념의 제반 성격(특징)이 처음부터
‘기독교’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잠정적으로 보편적이며 과
학적 개념으로 보이는 ‘종교’라는 용어가 사실상 문화적으로 기독교에 의해
서 정의되며, 그 결과 한 예로서 이슬람교는 제3의 일반적 개념으로서 ‘종
교’라는 견지에서 기독교와 대등하게 비교되기보다는 단지 ‘기독교의 관점
에서’ 관찰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렇듯, 마테스에 의하면, ‘서구적 개념’(예: 종교)을 활용하여 ‘비서구적’
경험(예 : 이슬람교)을 구축하는 것이 초래하는 문제들은 크게 다음 세 가
지로 요약된다 : (1) 사실과 허구(虛構)의 혼합, (2) 외부로부터 범주
(categories)의 주입. 즉, 외부 - 유럽 학자들 -에서 부여한 ‘종교’ 혹은
‘힌두교’ 같은 범주들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 해당 공동체의 ‘자기 기술’
(self-descriptions)과 일치하지 않는 구성물을 초래한다. (3) 동질화. 여
러 사회와 공동체들을 동질화시키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복잡성을 숨겨
드러나지 않게 한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세속화’의 개념에 대해서는 실제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에 관한 종교사회학계의 가장 대표적 정의를 내
린 버거(Peter Berger, 2001: 443)를 따라, “종교가 사회와 개인의 의식
(consciousness) 양자 속에서 그 중요성이 쇠퇴하는 과정”으로 본다. 그
동안 세속화 현상에 심취하였거나 이를 당연시하였던 것은 세계의 종교
사회학자들 중 특히 기독교적 문화유산이 강한 서구(유럽)의 학자들인데,
이들은 세속화가 ‘근대화’(modernization)의 직접적 결과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이들의 관점을 따를 경우, 종교와 ‘모더니티’
(modernity, 근대성) 사이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 달리 말해, 이들은
‘세속화’와 ‘근대성’을 동일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근대화가 세속화를 초래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178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구체적으로 무엇보다도 현대의 과학적 사고의 부상은 이 세상을 예전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로부터 사람들의 사고와 관심
속에 초자연적인 것이 들어설 여지나 공간은 점차 축소된다고 본다. 또 다
른 이유로서, 이들은 근대화로 인해 현대 제도들의 ‘분화’(differentiation)
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국가와 교회(종교) 간
의 연관은 깨뜨려지게 되며, 그 결과 ‘종교적 소속’조차 전과 다르게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것 즉, 일종의 ‘자발적 사안’(a voluntary
matter)이 되게 된 측면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들은 세속화가 일어나는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서 현대의 대규모 이주 과정, 도시화 및 매스컴
등이 전통적 생활방식을 훼손하는 것을 중시한다.
Ⅲ. 한국 종교사회학계의 세속화 담론에 나타난 유럽중심주의의
한국적 전유 및 재생산
이 장에서는 유럽중심주의의 한국적 전유 및 재생산을 밝히기 위해서 한
국의 대표적 종교사회학자들의 세속화에 대한 담론을 그들의 저서와 발표
논문 등을 중심으로 연구사(硏究史)의 관점에서 정리하며 동시에 비판적으
로 분석해보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참고로 한국의 종교사회학자들
의 연구 업적에 대한 연구사적 검토 및 정리를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김영
식(1984)으로서, 그는 지난 1984년에 출판된『사회학연구』둘째 책의 “한
국에서의 종교사회학 연구 현황”이란 글의 결론 앞부분에서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1) 한국에 있어 종교사회학의 기반은 약한 상태이다. 그러나 점차 성장
하고 있다.
(2) 종교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의 수와 연구 업적이 점차 늘어나고 있
다.
(3) 서구의 종교 이론을 소개하거나 비판하는 작업이 서너 사람의 학자
담론201 8(1) 김 성 건 179
로 한정되어 다양하지 못하다.
(4) 최근으로 올수록 연구의 흐름이 단순한 종교 이론의 소개에서 점차
이를 비판적으로 따져보거나 구체적 현상에 적용하여 설명하려는 방
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5)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우리 나름의 이론틀은
없다.
이렇듯 김영식은 지금부터 약 20년 전인 1984년의 시점에서 한국의 종
교사회학의 상황은 여전히 서구의 종교사회학 이론에 경도된 채 우리 나름
의 이론들이 거의 부재하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이에 더해 그는 한국에서
장차 종교사회학의 바람직한 연구 방향으로서 결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특
히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1) 고전적인 이론의 소개와 비판이 함께 되어야 하며, 다양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현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서구 이론의 적용 또는 고침이 이루
어져야 하며 결국은 설명력이 높은 우리의 이론을 만들어야 할 것이
다.
(3) 사례 연구를 함으로써 다른 사회와의 비교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한편, 김영식의 한국 종교사회학 연구 현황에 대한 검토가 있은 뒤 10여
년이 지난 1997년에 종교학자로서 종교사회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
는 김종서(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해방 후 50년의 한국종교사회학의
연구사”란 글을 『해방 후 50년 한국종교 연구사』에 발표하였다. 김종서는
김영식의 최초의 연구사적 정리 작업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도 1980년대
이후 예전보다 한층 더 종교사회학의 전문가로서 훈련된 바탕 위에서 본격
적인 업적을 내는 학자들의 연구활동이 증가하게 된 것에 주목하면서 이들
의 연구업적들을 종교사회학 내의 분야별로 이루어져 온 주요 논의 전개
180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과정들과 결합하여 정리하고 추적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중 특히 본고의 주
제와 연관되는 것은 김종서의 글 중 바로 제4장 “종교변동과 주변공동체”에
나오는 종교변동론의 중심에 놓이게 된 세속화 문제에 대한 아래와 같은
언급이다.
1970년대쯤부터는 소위 세속화(secularization)의 문제가 종교변동론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이론적인 면에서 서구 종교사
회학의 세속화 논쟁이 정리되어 80년대부터 소개되어 왔다. 대표적인 글로
는 이원규의 ꡔ종교의 세속화ꡕ(1987)와 김종서의 “현대 종교사회학의 세속
화 이론”(ꡔ정신문화연구ꡕ 1987) 등이 있다. 좀더 한국적 세속화의 상황이
라고 할 수 있는 교회와 사찰의 양적 비대화나 물질주의 등이 주로 매스컴
을 통해 고발적인 맥락에서만 거론되었을 뿐 철저한 경험적 조사연구들을
토대로 이론적인 분석이 행해지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
속화이론 논의에 새로운 큰 전환을 시도한 것은 종교다원화(religious
pluralization)에 관한 이론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적 다원성은 삼국시대 때부터 벌써 있어온 셈이지만, 본격적인 한국적
종교다원주의의 시작은 중심종교의 개념이 거의 사라지고 어느 종교라도 자
기주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적어도 동학 이후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종교다원주의 국가는 역시 한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
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다원 현상이 반드시 장점만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종교다원화의 추세에 있으므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앞
서서 미래의 종교상황을 살고 있는 셈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여러 종교들이
경쟁적으로 있다보니 힘겨루기를 하여 종종 종교간 갈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세속화와 종교다원화의 줄기찬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보
수교회(conservative churches)들의 성장과 새로운 성스러움의 출현에
대한 종교사회학자들의 탐구는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수많은 사례연구나 배경연구들이 80년대 이후 학위논문 등에서 등장
했다(김종서, 1997: 357-358).
이상과 같은 지적 뒤에 종교학자 김종서는 자신의 글의 결론 부분에서
앞에서 언급한 종교사회학자 김영식이 지난 1984년에 결론 맺은 것과도 비
슷하게 “(한국의) 대부분의 종교사회학관계 논저들은 번역된 서구이론을 가
지고 서구현상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되어왔다. 한국적 종교사회에 관한 논
의들이 거의 취급되지 않고 있으므로 우리 사회를 위한 진정한 우리의 이
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단순한 번역 종교사회학을 넘어서 진정한 한
국적 종교사회학을 추구하려면 먼저 한국적 문헌자료와 한국적 현상 자체
담론201 8(1) 김 성 건 181
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정리검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김종서,
1997 : 365)라고 한국 종교사회학의 서구 이론에 대한 식민성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제 필자는 김영식과 김종서의 연구사적 검토 작업과 그 결과로부터 그
들이 개진한 주장을 대체로 수용하는 바탕 위에서, 아래에서는 그동안 한국
종교사회학계의 세속화 담론을 주요 연구자 개인별로 연구사적 시각 속에
서 다시 한번 좀더 차분히 따져보고 본격적으로 정리하며 비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1. 이동인
유학자 집안 출신으로서 ‘유교와 근대화’에 관심을 갖는 종교사회학자 이
동인은 일찍이 70년대 후반인 지난 1978년에 발표한 한 논문(“세속화의 사
회학적 고찰”)의 결어에서 세속화를 기본적으로 ‘현대사회가 당면한 현실’로
봄으로써 ‘현대사회’와 ‘세속화’ 간에 일반적 연관성을 뚜렷이 인정하였다.
즉, 그는 세속화는 기존의 종교와 현대의 과학적 지식․합리적 사고방식과
의 대립과 적응의 문제를 우리에게 노출시킨다고 인식하였다. 그런데 그는
단순히 세속화와 근대성 간에 일치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곧, 그는
“종교와 과학신앙과 이성은 반드시 모순되는 것도 아니고, 또 반드시 일치
하는 것도 아니다. 세속화의 과정에 있어서 충격을 받는 것은 신앙가운데의
과학과 모순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세속화는 종교의 소멸이 아닌 변질을
의미한다. 종교와 과학은 흔히 대립된 길을 걸어 왔지만, 양자는 본질적으
로 동일한 인간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상호의
존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현대종교의 세속화는 종교와 과학간의 승리
(乘離)를 없애고 상호의존성을 강화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이동인,
1978: 387-388)고 자못 신중한 결론을 맺음으로써 종교와 과학을 이분법
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였다.
182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종합적으로 보아, 서구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출현한 종교사회학의 주
요한 연구 주제의 하나인 세속화의 사회학적 의미를 유교와 불교가 주요한
문화적 유산인 한국적 상황을 배경으로 밝히는 쉽지 않은 작업을 할 때, 이
동인은 한국에서 세속화 개념의 적합성 유무를 제대로 따지는 데까지는 나
아가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동인은 세속화에 관한 서구 이
론을 상당 부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수준에서 소개하면서도 그의 논문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는 일반론적 입장 속에서 세속화와 근대성 양
자 간의 복합적 관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2. 정재식
한국인으로서 현재 세계적인 종교사회학자의 반열에 서있는 정재식은 그
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였던 지난 1982년에 출판한 ꡔ종교와 사회변동ꡕ
중 “현대 문화와 종교의 변동”에서 세속화의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주
장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다.
근대 사회에서는 종교적인 신념과 경험에 대한 신뢰성이 적어지고 인간 조
건에 있어서 초월성의 차원이 매몰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서구 문
화의 특수한 문화 조건으로 미루어 보아서도 알 수 있는 문제이다. 전통 사
회의 세력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서 강렬히 부흥되고 있는 이란과 같은 이슬
람 세계에서도 근대화로 인해 사회가 점점 세속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근대성과 세속성을 띠게 되더라도 종교적
신념과 행위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소련에서 반세기가
넘는 종교적 탄압하에서도 종교적 충동이 다시 부흥되고 있는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다(정재식, 1982: 83).
위의 인용문에서 잘 나타나듯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동의 전
체를 종교와 관련해서 고찰할 때 특히 세속화라는 개념을 통해서 접근한다
고 보는 정재식은 세속화를 종교적인 신념과 경험에 대한 신뢰성이 적어지
담론201 8(1) 김 성 건 183
고 인간 조건에 있어서 초월적 차원이 매몰되는 현상으로 인식하였다. 그런
데 그는 이 세속화를 서구 문화의 특수한 문화 조건으로 우선 보면서도 동
시에 세속화가 서구 사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 전반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옛 소련에서 종교가 부흥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사회가 아무리 근대성과 세속성을 띠게 되더라도 종교적 신념과 행위는 여
전히 남아 있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재식은 “세속화의
거센 물결을 타고 인텔리겐챠, 엘리트가 등장하고, 근대 사회의 교육 기관
에 세속적인 세계관이 확립됨에 따라서 종교적 신념 체계의 신비성이 약화
되고 있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정재식, 1982: 84)고 주장하는데서
잘 나타나듯이, 서구 종교사회학자들의 전통적 세속화이론의 주요한 논지와
전혀 다르지 않게 근대성과 세속성이 상호 연관되며 세속화의 핵심적 측면
으로서 종교적 신념 체계가 신비성 측면에서 약화되는 것으로 인식하였음
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근대화를 선도한 서구 문화의 특수한 조
건이 장차 세계적 조류가 될 것을 전제하면서, “세속화의 과정에서는 공적
인 생활에서 종교적 권위가 후퇴하고, 종교적 권위는 개인적인 세계에 한정
되고, 그 종교를 따르는 신자들에게만 그 권위가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정
재식, 1982: 86)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한편, 정재식은 ꡔ종교와 사회변동ꡕ을 출판했던 1982년으로부터 약 20년
이 더 지난 2004년 봄 미국 보스턴 대학 신학대학원 윌터 뮐더 사회윤리
석좌교수로서 내한하여 출판한 ꡔ전통의 연속과 변화: 도전받는 한국 종교
와 사회ꡕ의 제6장(새술을 헌 부대에?)에서 문화적인 토양으로서 현세 긍정
적인 무속과 유교적인 가족주의와 세계화된 자본주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서 종교의 사유화(私有化)와 세속화의 지배적인 경향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정재식, 2004: 276). 여기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정재식이 기독교를 포함하여 한국 종교가 전반적 사유화와 세속화 경향 가
운데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것의 중요한 요인들로서 한국의 종교문화의 특
수한 측면과 동시에 세계화된 자본주의 문화를 함께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달리 말해서, 정재식의 관점으로 볼 때, 오늘날 거의 보편적 추세라고
184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할 수 있는 서구에서 기원을 갖는 ‘세계화된 자본주의 문화’와 만나는 사회
의 종교는 어디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세속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재식은 한편으로는 최근 세계적인 종교의 부흥에 일
정한 주목을 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자본주의 물결의
지배 하에서 종교의 세속화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 경향이라고 인식하였다
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정재식의 인식 속에 서구 중심적 관점이 일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권규식
권규식은 세속화에 관한 이동인의 논문이 나온 뒤로부터 7년 그리고
정재식의 책이 출판된 뒤로부터 3년이 지난 1985년에 발표된 논문(“세속화
의 사회학적 의의”)의 앞부분에서 세속화에 대한 대표적인 네 학자 - 윌슨
(Bryan Wilson), 버거(Peter Berger), 루크만(Thomas Luckmann),
벨라(Robert Bellah) - 의 이론을 한 사람씩 차례로 소개하고, 후반부에
와서는 이것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나름대로 시도하였다. 그중 특히 권규
식은 윌슨의 종교/감정성, 세속/합리성과 같은 이분법 대신에 합리성의 다
원적 성격을 인정하고 윌슨이 주장하는 합리성의 개념을 보다 더 특정화하
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보면서, 미국의 사회학자 그릴리(Andrew
Greeley)가 미국의 종교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산업화=종교의 쇠퇴’라는
등식(等式)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였다. 이렇듯, 권규식
은 세속화에 대한 이동인의 논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서구 학자들에 의
한 세속화 이론을 단순히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이것들을 각기 비
판적으로 고찰한 다음, 이들 네 학자들 모두 세속화 현상을 사회변동과 관
련시켜 고찰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은 모두 역사적으로 제도화된 종교(특히
서구사회에 있어서의 교회)가 쇠퇴하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합의하고 있다고 결론 맺고 있다(권규식, 1985: 105). 그리
고 권규식은 이 같은 비판적 고찰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날카로우면서도
담론201 8(1) 김 성 건 185
흥미있는 주장을 결론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을 주목할 수 있다.
우리들이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은 세속화를 고찰함에 있어서 종교를 보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속화를 측정하는 차원을 어디에
다 둘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왜냐하면 매우 종교적인 사람이 조
직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화와 도시화
가 급속히 진전되는 곳에서 종교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라든가 불교
나 유교와 같이 제도화 되지 않고 생활화 되어 있는 종교를 서구의 세속화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문제도 남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의 총체적 결론은 세속화 이론가들이 현대 사회에 있어서 종교의 위
치를 관찰할 때 종교가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는 하나의 전통적 유물로
보는 시각도 과장된 표현이라고 보면서도 종교의 위치가 더 강화되고 있다
거나 단순히 형태만 변하고 있다는 관찰도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다(권규식, 1985: 105).
이로써, 미국의 다양한 기독교 교파 상황을 분석한 그릴리의 안목을 수
용한 권규식은 ‘산업화 = 종교의 쇠퇴’라는 전통적 세속화 이론에 대해서 비
판적으로 인식하였고, 아울러 한국의 주요 종교인 불교나 유교가 서구사회
의 교회와는 달리 제도화된 종교가 아닌 생활화된 종교인 상황에서 이를
서구의 세속화 이론으로 설명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종교사회학의 정체성 모색과 관련하여 그
자체로서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당시로선 예리한 지적이라 생각된다. 그렇
지만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산업화가 한창 전개된 1980년대에 활약
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종교사회학자이자 동시에 미국 개신교의 상당한 영
향아래 당시 크게 성장 중에 있던 한국 개신교계의 신실한 장로였던 권규
식은 ‘산업화 = 종교(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쇠퇴’라는 등식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 한편 수긍된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으로 서구 선교
사들에 의해서 뿌리가 내려진 결과 한국 개신교가 어쩔 수 없이 ‘제도화된
종교’를 대표하는 것인데 이것이 산업화와 어떤 관련을 갖는 지에 대해서는
거의 상론하지 않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권규식은 “세속화의 사회
학적 의의”란 논문이 나온 1985년보다 2년 전에 출판된 ꡔ종교와 사회변동ꡕ
(1983)에서 근대화가 반드시 전통적 가치의 붕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186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베버적 시각을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에 있어서 유교윤리는 근대화의 저해
요인이었고, 심지어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었던 개신교 윤리까지도 우리나라
에서는 유교윤리의 영향을 받아서 ‘보수화’되어 버렸다는 주장을 하는 선에
머물렀을 뿐이다(김종서, 1997: 362).
4. 김성건
김성건은 앞의 권규식과 비슷하게 개신교인 종교사회학자로서 1984년에
발표된 논문(“세속화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에서 지금까지의 세속화 논쟁
의 흐름을 신학으로부터 출발하여 종교사회학 분야까지 두루 살펴보고 종
교와 세속화와의 관계를 베버와 뒤르케임의 현대 사회 인식의 틀을 통해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구체적으로, 김성건은 사회와 문화의 어떤 영
역이 종교적인 제도와 상징체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의미하는
세속화에 대한 베버와 뒤르케임의 인식상의 일치를 지적하면서 특히, 베버
의 경우 오래 전에 이미 종교와 세속화의 관계를 하나의 역사적 아이러니
로 파악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또한 김성건은 앞에서 권규식도 그랬
듯이, ‘산업화=종교의 쇠퇴’라는 등식을 부인하면서 이를 논증하기 위해 그
중요한 보기로서 19세기 산업화가 한창 진행된 영국 사회에서 프랑스나 독
일과 달리 강렬한 반(反)종교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감리교 운동이
일어난 사실을 인용하면서 의식의 세속화와 사회 구조의 세속화는 변증법
적 현상이며, 사회적 세속화와 문화적 세속화 사이의 큰 불균형은 오래 계
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론적 주장을 다소 조심스럽게 펼친 바 있다. 김성
건은 이 같은 비교적 온당한 주장에 더하여, 버거와 루크만의 시각 속에서
다음과 같은 종교와 세속화에 대한 다소 엇갈리는 두 가지의 전망을 지난
1984년에 내놓았다. 이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 최근 버거(2002 :
15-16) 스스로도 뚜렷이 그 오류를 인정하듯 서구 중심의 전통적 세속화론
이 크게 비판의 대상이 된 2004년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사회학적 예견
이란 그것을 시도해 보려는 모든 이가 알고 있듯이 종종 빗나갈 수 있는
담론201 8(1) 김 성 건 187
위험한 작업임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1) 세속화의 과정은 역전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공동체를 통하여
널리 확산되었을 때 이것들의 극단적인 정당화는 상당히 둔감해 질
것이다.
(2) 어떤 인간 사회도 이런저런 형태 속에 정당화를 갖지 않고 존재하는
사회란 없다는 것과 현대 사회가 계속 더 세속화된다는 주장이 옳다
면, 사회학적으로 중요한 정당화가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전문화된
종교의 영역 밖에서 찾아질 것이다.
한편, 김성건은 세속화에 관한 서구 이론의 수용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하
였듯이 보다 더 주체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채 다소 성급하
게 이론화 작업을 벌인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을 반성하였다. 곧, 그는 지난
1980년대 말 옛 소련이 급작스럽게 몰락한 이래 이데올로기적 냉전은 거의
종식된 반면 이 같은 역사적 대전환을 배경으로 하여 최근 ‘종교의 부흥’
즉, 이른바 ‘세계의 탈세속화’(버거, 2002)가 이슬람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
본주의 양 진영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그는 21세기 초의 상황에서 세속화는 이제 일반의 예상과 달리
보편적 추세가 아니라 단지 서구 유럽에 국한되어 일어나고 있는 예외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담은 관련 논문들(2000, 2002, 2004a, 2004b, 2004c)
을 잇달아 내놓게 되었다. 물론 이 같은 김성건의 인식 전환에 최근 세계적
종교사회학자인 버거가 자신이 그 동안 거의 이끌어오다시피 한 세속화 이
론의 논리적 오류를 깨끗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실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힌다.
188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5. 이원규
본래 신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종교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원
규는 1984년에 영국의 종교사회학자 로버트슨(Roland Robertson)의 ꡔ종
교의 사회학적 이해ꡕ를 우리말로 옮겨 출판하였다. 이 책의 종장(終章)은
‘세속화’에 관한 본격적 논의를 담은 것인데, 이 부분에서 로버트슨은 많은
사회학자들이 세속화된 상황 곧, 종교가 더 이상 사회적인 혹은 문화적인
통제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용어로만 말하고 있다
고 비판하였다(로버트슨, 1984: 230). 한편, 동시에 로버트슨은 이 종장에
서 “세속화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우리는 거의 독점적으로 기독교적 예들에
초점을 맞추어 왔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세속화가 그 구조에 가장 쉽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같은 과정들 가운데서 많은 것이 다른
구조들에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힌두교가 여기에서
논의된 세속화의 문화적 방향들의 전체적인 범위에 특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 이슬람교와 불교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로버트슨,
1984 : 234)고 주장하여 문화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세속화 과정의 ‘보편성’
을 뚜렷이 인정하는 측면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문화적 세속화가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논지를 펼친 로버트슨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원규 역시 이후 밝혀지겠지만 세속화 문제에 대해서 일정
한 비판적 고찰을 시도하는 노력을 하였으나, 그 자신도 기본적으로 서구
종교사회학자들의 다수 논리를 대체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
적으로, 1987년에 출판된 이원규의 저서 ꡔ종교의 세속화 : 사회학적 관점ꡕ
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그렇다고 세속화 과정에 대한 일반화된 설명이나 이론이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매우 세심
하고 정교한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종교에 대한 포
괄적이고 기능적인 정의가 더욱 유용할 것 같다. … 그러면 한국의 종교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어떠한 세속화 이론들이 적합할 수 있을
까? … 적어도 최근 한국의 종교 상황과 세속화의 관계에 대하여는 쇠퇴
이론이나 비성화 이론보다는 전환 혹은 변형 이론이나 분화 혹은 이탈 이
론 등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특히 Berger나 Luckmann이 제안한 시장
모델(market model), 사사화 주제(privatization thesis), 그리고
Bellah의 시민 종교 주제(civil religion thesis) 등이 한국 종교의 세속
담론201 8(1) 김 성 건 189
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개념적 도구들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이에
대한 구체적 연구들이 앞으로 되어졌으면 한다(이원규, 1987: 254).
이원규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세속화 과정에 대한 섣부른 일반화된 설
명을 경계하고 있다. 즉, 그는 비교적 최근인 1997년에 출판한 역저 ꡔ종교
사회학의 이해ꡕ에서 “기존의 모든 세속화 이론들은 서구 사회의 기독교적
맥락에서 그 문제들이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그 설명들을 모든 사회와 모
든 종교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이원
규, 1997 : 571)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한편 그는 앞의 인용문에서 잘
나타나듯이, 현금의 한국 종교 현상 역시 세속화의 예외가 아니며, 이 같은
세속화 과정은 특히 기독교 문화권 하에 있는 서구 종교사회학자 버거, 벨
라, 루크만 같은 이들의 개념틀을 이용하여 잘 분석되고 설명될 것이라고
일찍이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원규는 ‘산업화’와 ‘종교의 세속화’
양자 사이에 뚜렷한 관련을 인정하는 전통적 세속화 이론을 대체로 수용하
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그가 ꡔ종교사회학의 이해ꡕ에서 “산업 세
속사회에서의 종교의 변화과정 혹은 현상을 우리는 세속화(世俗化)라고 부
른다”(이원규, 1997: 547)고 주장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더욱이, 이원규는
같은 책에서 세계 종교인구의 변화를 제시한 뒤, “이상의 결과를 통하여 우
리는 쇠퇴로서의 종교의 세속화는 분명히 진행 중이며 사실로 나타나고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원규, 1997: 585)고 단언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
서 이 주장은 중요한 것으로서 그것의 논거에 대한 타당성은 좀 더 자세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이원규는 기독교 선교통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바
렛(David B. Barrett)이 책임 편집한 ꡔ세계 기독교 백과사전ꡕ 1982년판
의 자료(Barrett, 1982 : 782-785)를 재구성하여 세계의 종교인구 변화를
통계적으로 살펴보았다(여기에서 1985년, 2000년 통계는 추정된 것이다).
이원규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00년 사이 종교별 종교인구의 변화 추이
를 전체적으로 보면 전체 종교인구는 대체로 그 비율이 ‘감소’되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원규는 말한다.
190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 2000년을 1970년과 비교해 보면 전체 종교인구가 증가된 곳은 남아시
아(0.8%)뿐이고, 다른 지역은 모두(동아시아 -13.4%, 오세아니아 -6.9%,
유럽 -5.9%, 북아메리카 -3.7%, 구 소련 지역 -2.5%, 라틴 아메리카
-1.4%, 아프리카 -0.3%) 종교인구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양적 측
면에서 종교의 쇠퇴는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
과라고 하겠다(이원규, 1997: 584).
그런데 이원규는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약 30년 동안 이루어진 세계
종교인구의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종교별로 보면 기독교의 경우 아프
리카에서 종교인구가 급증하고 있고(7.8%), 구소련 지역(2.1%), 동아시
아(1.0%)와 남아시아(1.4%)에서 약간 증가하고 있으나, 그 비율은 유럽
(-8.3%), 오세아니아(-7.6%), 북아메리카(-5.6%)에서 크게 감소하고 있
다(-2.4%)”(이원규, 1997: 585)고 주장한 뒤, 종교인구 비율의 일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그리고 종교에 따라 그 반대의 현상
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는 종교의 세속화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주장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가 베렛이 2001년에 출판한 ꡔ세계 기독교 백과사전ꡕ(제2판)의
최신 자료를 재구성한바, 세계의 6대 대륙에서 지난 1900년부터 한 세기가
지난 2000년까지 백 년 동안 기독교 종교인구 변화 양상은 다음과 같았다:
아프리카 (+ 36.7%), 아시아 (+ 6.2%), 유럽 (- 23.7%), 라틴 아메리카
(- 2.5%), 북아메리카 (- 12.4%), 오세아니아 (+ 5.1%)(Barrett, 2001,
Vol. 1: 12-15). 여기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종
교들 중 유일하게 6개 대륙에 비교적 고루 분포하는 종교인 기독교에 주목
할 경우, 유럽의 상당 부분의 지역과 그리고 세속적 유럽의 문화적 영향이
뚜렷한 캐나다 퀘벡 지역 등이 있는 북아메리카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의 종교 인구가 대체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의 결과를 중시할 때, 우리는 “쇠퇴로서의 종교의 세속화는 분명히 진
행 중이며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원규, 1997: 585)
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이는 오늘날
유럽만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독교의 세속화 현상을 유럽 지역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여타 세계로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유럽중심적
담론201 8(1) 김 성 건 191
사고’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서 타당성이 다소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
하지 않을 수 없다.
6. 김종서
한국의 종교학자들 중 종교사회학 이론에 가장 관심이 많은 학자로 볼
수 있는 김종서는 지난 1987년에 ꡔ정신문화연구ꡕ에 발표한 논문(“세속화론
의 종교사회학적 조명-고전적 모델들을 넘어서-”)에서 ‘세속화’를 강조한 베
버와 ‘성스러움’을 강조한 뒤르껭(뒤르케임)으로 각기 대표되는 세속화 이론
의 두 고전적 모델을 설명한 뒤, “하나의 사회가 어떻게 해서 종교적이고
또 동시에 세속적으로 설명되어 지는가?”(김종서, 1987: 190)라고 질문함
으로써 앞의 두 고전적 모델이 갖는 기본적 한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로부터 그는 어떤 점에서 세속화와 성스러움은 동일한 사건의 두
가지 측면처럼 보인다면서 항존성이 병행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구체적
으로 여기서 종교학자로서 김종서는 종교사학자 볼(Kees Bolle)이 신화화
(mythification)와 세속화는 동일한 사건의 두 측면이라고 주장한 것을
인용하였다. 결국 위의 논문에서 김종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맺고 있다.
무엇보다도 역시 베버형 세속화와 뒤르껭형 성스러움의 항존, 이 양자의
병행을 주장하는 새로운 세속화 일반론에 관한 모델은 우리의 사회적 현상
(現狀, status quo)에 대한 무모하거나 낭만적인 환상들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근거도 없이 현대 사회는 세속화 되었
고, 공포와 타락과 신성모독(blasphemy)들만으로 특징지워 진다고 믿는
다. 그들에 의하면 과학․기술․산업화․개인화 그리고 부패한 종교 기관
들은 우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에서 말해
진 세속화에 관한 병행 모델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비관적이 될 필
요는 없는 것 같다. 세속화의 위기는 우리의 과정의 한 측면일 뿐이다.…
결국 우리는 새 병행 모델 안에서 우리의 종교를 파괴하고 또 동시에 유지
하고 있는지 모른다(김종서, 1987: 201-202).
이로써 김종서는 일반 종교사회학자들보다 종교 그 자체의 고유성이나
192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존재 이유를 한층 더 중시하는 종교학자답게 고전사회학자 베버와 뒤르껭
의 세속화론 속에서 공통점 보다는 대조점을 주목하면서 양 모델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서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세속화와 성스러움의 항존이 병행한
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세
속화에 관한 병행 모델을 지지하여 종교의 미래에 대해서 딱히 비관적이거
나 아니면 그렇다고 낙관적이지도 않는 양자를 아우르는 비교적 균형잡힌
자세를 견지하였다.
이처럼 1987년에 종교사회학의 중요한 주제중 하나인 세속화에 관한 논
문을 발표한 종교학자 김종서는 그 후 1990년에는 현대 종교의 변동에 있
어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서 세속화와 다원화(pluralization)에 주목
하면서도 종교다원주의에 도전(?)하는 한 논문(“현대 종교다원주의의 이론
연구 - P. L. Berger를 중심으로 -”)을 발표하였다. 이 글에서 김종서는
우선 세속화의 과정을 오늘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역행(逆行)이란 있
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당시만 해도 여전히 전통적 세속화론에 함몰되었던
버거의 분석과 이론적 성찰을 검토하였다. 곧, 세속화가 종종 종교다원주의
의 사회구조적 상관변수(a socio-structural correlate)라는 것이다. 달
리 말해서, (종교)다원주의는 꽤 분명히 세속화를 쉽게 만들고 있고, 반면
에 세속화는 다시 다원주의를 부추긴다. 그러나 이 두 현상들 중에 다원주
의가 세속화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버거는 생각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버
거의 입장은 세속화의 문제를 주로 (종교)다원주의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라고 김종서는 해석하였다.
이로부터 같은 논문(1990)에서 김종서는 오늘날 종교다원주의가 만연되
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다원사회에는 다양한 종교현상들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일종의 통일성(unity) 혹은 통일적 실재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노
력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김종서는 버거의 이른바 ‘재충당’(reappropriation)
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재충당은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의 유산에
대한 “양심의 평가”(a prise de conscience)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버거는
주장한다. 버거의 경험 안에 있는 “양심”의 개념은 바로 그의 재충당의 개
념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결국, 버거는 우리 경험의 실로 상당한 부
담론201 8(1) 김 성 건 193
분이 ‘성스러움’의 표현들(즉, 신학적으로는 초월의 신호들)에로 열림 가운
데 재발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합하면, 김종서는 대표적인 전통적 세속
화론자인 버거의 다원주의에 대한 분석을 검토한 뒤,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도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일종의 묘법으로서 다시금 버거에게로 돌아가 그
의 ‘재충당’의 개념을 원용하였다. 문제는 인간 경험에서 ‘속된 것’(the
secular)과 대조되는 ‘성스러움’(the sacred)의 편재성(遍在性)을 전제하
는 버거식의 논리는 빛과 어두움,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천국과 지옥 등을
나누어 생각하는 기독교적 이분법에 속한 것으로서 유럽중심적 사고의 유
산과도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도전을 시도한 김종서의 노력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역시 서구 기독교 문화의 유산과 영향을 받은 버거의 이론틀을 벗어나
지 못하고 이를 거의 수용하는 선에 머물렀다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7. 오경환
미국에서 종교사회학을 전공한 카톨릭 신부 오경환은 1990년에 출판한
ꡔ종교사회학ꡕ(개정판)의 마지막 장(12장)에서 “현대 사회와 세속화 과정”이
란 제목 하에 세속화의 정의와 차원의 문제를 검토한 뒤, 세속화와 사회의
종교성의 네 가지 차원을 설명한 후 현대의 세속화 이론들을 서구의 주요
학자들을 중심으로 차례로 검토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우선 세속화의 정
의와 차원의 문제를 검토하면서 오경환은 제도 종교는 다른 곳보다는 서양
에서만 특히 많이 발전했던 것이 사실이고, 서양에서는 그것은 그리스도교
가 탄생하면서 발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오경환, 1990: 396). 종교
역사 안에서 제도 종교의 출현과 그 역사는 비교적 짧은 것이며, 인류의 역
사 안에서 확산 종교의 역사는 제도 종교의 그것보다 훨씬 긴 것이라는 점
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보았다(오경환, 1990: 402). 그로부터 그는 제
도 교회의 쇠퇴만을 세속화의 일차적인 증거로 보고 종교성의 다른 차원과
194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지표들을 무시한다면, 세속화에 대한 정확한 주장을 펼 수 없다고 주장하였
다(오경환, 1990: 396). 그는 계속해서 주장한다.
세속화 논의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혼란스러운 주장의 원인은 그들이 세속화
와 사회의 종교성에는 여러 개의 차원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거나,
의식하고 있더라도 논의를 전개할 때는 그것을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오경환, 1990: 397).
이로써, 오경환은 제도 종교가 서양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발전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제도 종교나 제도 교회보다는 오히려 비제도 종교가 뚜렷이 대
세로 존재하는 비서구 사회의 종교성에 대해서 사회학자들이 본래 기독교
문화권에서 기원하여 통용되는 세속화 개념이나 종교성의 잣대 등으로 함
부로 평가하는 것이 지니는 위험을 적절히 경고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앞의 논문 후반부에서 오경환은 윌슨, 룩크만과 버거, 파슨즈
(Talcott Parsons)와 벨라, 그리고 그릴리와 스타크(Rodney Stark)의
세속화 이론들을 각기 나누어 고찰하면서도 이들의 공통적인 약점을 다음
과 같이 적시하였다.
이들의 공통적인 약점 중에서 첫째는 그들이 주로 서구 사회를 겨냥하여
제안한 이론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는 상당한 무리가 따
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약점은 세속화 현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것
을 입증할 만한 철저하고 충분한 실증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경환, 1990: 405).
현대의 세속화 이론들 대부분이 기독교 문화유산을 갖는 서구 사회를 배
경으로 출현한 까닭에 이를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에서 끝나지 않고 오경환은 이들 세속화 이론가들 사
이의 심각한 대립은 무엇보다도 ‘문화의 세속화’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
다고 결론 맺었다(오경환, 1990: 422). 그런데 이는 앞에서 검토한 이 글
의 필자인 김성건이 이미 1984년에 발표한 세속화에 관한 논문의 결론 부
분에서 “세속화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고를 가장 잘 덜
어줄 수 있는 길은 아마도 문화사회학(the sociology of culture)에 대한
담론201 8(1) 김 성 건 195
포괄적인 추구가 될 것이다”(김성건, 1984: 250)라고 전망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8. 서우석
종교사회학에 관심을 보인 신진 사회학자 서우석은 한국교회의 성장에
관한 기존의 설명을 보완하려는 시도로서 한국 개신교와 대형교회의 성장
을 계층론적으로 조망한 “중산층 대형교회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1994)를
ꡔ한국사회학ꡕ에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연구 마지막 결론 부분에
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중산층 대형교회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양상들은 교회형 종교성의 의례적
공식적 참여를 연상케 하는 것이며, 중산층 대형교회가 개개인의 삶에서 차
지하는 중요성이나 의미가 다른 유형의 교회에 비해 적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교인들의 열성적 참여라는 한국 개신교회의 주된 성격이 쇠퇴하
는 것으로서 주목할 만한 것이며, 종교가 사회와 개인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라는 점에서 세속화의 가능성을 예견케 한다.2)
그러나 그가 연구를 종료한 지난 1994년 이후 약 10년이 지난 오늘날까
지도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거의가 예전처럼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예전보다도 교인수나 헌금액수, 선교비 지원 등의
면에서 중소형교회와 비교해서 양적으로 한층 더 증가되고 있으며, 교인들
편에서 자신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생활에 대한 열성적 참여도 결코 둔화되
지 않고 있는 등 한국 교회의 ‘부익부빈익빈’이 여러모로 사실이라는 점(김
성건, 2004c: 217-218)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세속화’ 가능성을 예견한
서우석의 예상에는 다소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김성건, 2000:
51-52). 한국 개신교의 대(對)사회적 영향력은 사회참여에 소극적인 보수
적 대형교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관계로 점점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역
2) 인용문의 내용중 밑줄은 필자의 것임.
으로 개신교회가 성도들의 ‘개인적’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감소되고
있다고 성급히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로써 서우석의 경우도 1990년
대 중반 당시 한국의 다수 사회학자들 특히 대부분의 종교사회학자들을 관
통한 서구중심적 세속화 이론을 아무런 비판없이 거의 그대로 이식 혹은
수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9. 정재영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서 종교사회학을 전공한 정재영은 1994년 ꡔ현상과
인식ꡕ에 기고하여 출판된 논문(“세속화와 한국 교회의 성장”)을 통해 산업
화가 이루어진 1970년대에 한국 개신교 경우 쇠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이것이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교회가 아닌
주로 ‘보수적’인 진영에 의해서 주도된 사실에 주목하였다. 즉, 그는 이렇게
된 원인을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그 결
과가 시사하는바 또한 크다고 생각하였다.
구체적으로, 정재영은 위의 논문에서 우선 세속화에 대한 베버와 뒤르껭
두 고전 사회학자의 입장이 다른 것에 주목하였다. 즉, 정재영은 앞에서 검
토한 김종서의 경우와 비슷하게 베버의 추종자들(예: 피터 버거)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더 이상 공공적인 관심사가 되지 못하며, 개인들의 사적인
관심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론적 입장을 취하는 반면,
뒤르껭의 추종자들(예: 로버트 벨라)은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는 여전히
사회 문화적 수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보았다.
그로부터 정재영은 위의 두 입장중 무엇보다도 버거의 세속화론이 자신의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하면서, 버거는 결국 “사회 및 문화의
어떤 영역이 종교의 제도와 상징 체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버거,
1981: 35)을 뜻하는 세속화가 세계사 속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임을 증명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정재영은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담론201 8(1) 김 성 건 197
이점[세속화가 세계사 속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고전 사회학자
들과 현대의 사회학자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물론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세속화가 서구와는 다
른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서구 사
회가 기독교라는 단일 종교에 의해서 지배되었던 것과는 달리 기독교는 우
리 사회에서 신흥 종교에 속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지배적 종교는 시기
를 달리하고 있지만 불교와 유교였다. 물론 이들 종교에 관련된 문제는 서
구에서와 같이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말에
이르러서 국교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사실상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
정하는 데로 변동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우리 사회 특유의 세속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하나의 지배 종교 또
는 종교적 상징체계가 사람들의 삶을 유기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긴 논의가 필요없다. 이러한 종교와 상징 체계의 공식적인 지배로부터 벗어
나게 되고, 종교가 개인들의 사적인 관심사에 의존하게 되는 사태로 발전하
고 있는 것은 분명히 세속화이다. 이러한 특이한 세속화 과정 속에서 한국
개신교 또한 유럽과는 다른 형태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보수 교
회의 차별적 성장 원인의 규명에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정재영,
1994: 68).3)
이로써 정재영의 경우도 필자가 앞에서 이미 차례로 검토한 대부분의 학
자들처럼 사실상 제도 종교인 기독교를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에 출현한 현
상인 ‘세속화’를 오늘날 세계사 속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정하
면서 동시에 우리 한국 사회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재영은 역사적으로 유교와 불교가 지배한 우리
사회의 세속화는 기독교가 지배한 서구 사회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성을 가
지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한국 사회 특유의 세속화 과정을 파헤치는 작업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서구 사회
의 경우처럼 종교가 상징체계의 공식적인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단순
히 개인들의 ‘사적’인 관심사에 의존하게 되는 사태 즉, 이른바 ‘사사화’(私
事化, privatization)가 증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정재영은 ‘사사화’를 분명히 세속화라고 보면서 이 같은 특이한 세속화 과정
곧, ‘사사화’ 속에서 한국 개신교중 보수 교회는 비약적 성장을 이루게 되었
다고 논증하였다.
3) 인용문 내용 중 밑줄은 필자의 것임.
198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결국 정재영은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자신은 일반이 생각하는 ‘세속화’라
는 보편적인 흐름과 ‘교회의 성장’이라는 어떻게 보면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두 주제를 연결시켜서 논하였다는 것을 강조하였다(정재영, 1994: 85).
곧, 그는 세속화의 경향이 보편적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각 종교(예: 한국
의 개신교)가 선택하고 결정할 아무런 자유의 공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
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 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차별적 성장은, 각 유형의 교회들의 주체적인 활
동의 결과였다. 필자는 여기서 ‘세속화’와 ‘교회 성장’ 양자를 이어보려고 노
력한 정재영의 문제의식을 일단 흥미있고 나름대로 독창적인 생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세속화’에 대한 전통적 개념 정의와 정재영의 세속화 개념에
대한 이해 사이에는 일정한 불일치 내지는 엇물림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곧, 한동안 버거가 대표한 전통적 세속화 이론에 따르면, 세
속화란 “종교가 사회와 개인의 의식(consciousness) 양자 속에서 그 중요
성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종교의 ‘사사화’란 종교가 사회 속에서 중요성이
나 영향력은 감소하면서도 반면에 개인의 의식 속에서는 그 중요성이 쇠퇴
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증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 정재영이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종교의 사사화를 곧 바로 세
속화와 거의 동일시하면서 이것을 교회성장과 결부하여 논의한 것은 논리
적으로 일정한 한계와 문제를 갖는다고 비판할 수 있다. 따라서 정재영은
보수적인 한국 교회의 비약적인 성장 현상을 세속화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자 하는 나름대로 참신한 문제의식을 가졌었지만, 그 역시 앞의 대부분의
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세속화의 경향을 ‘보편적’이라고 보았고, 이 점
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인식한 것에서 잘 나타나듯이 서구중심적 사
고를 자신도 모르게 수용하는 경향성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10. 윤이흠
한국 종교학계에서 중진인 윤이흠은 1995년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담론201 8(1) 김 성 건 199
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ꡔ종교와 문화ꡕ에 실린 논문(“세계문화사의 맥락에 비
친 한국의 종교와 문화”)의 결론 부분에서 20세기는 세속화가 가속화되어
가는 시기였다고 보면서, 유럽과 일본 등의 예를 들어 “한국 사회가 치닫고
있는 사회복지정책의 확산이 불가피하게 종교 인구를 감소시키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윤이흠, 1995: 57)는 흥미있는 주장을 펼쳤다. 윤이흠은
말한다.
중산층이 발달되는 사회는 안정될 사회일 것 같지만, 중산층이 발달되는 사
회는 고전적 가치관이 결여되는 결점이 있다. 중산층이 확대된 사회는 사회
적인 안정을 가져다 줄지는 몰라도 사회생활의 내용은 매우 빈약해서 철학이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세속화라고 부르는데 중산층
이 확대되는 사회에서는 세속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말하자면 사회보장제
도는 세속화를 급속하게 재촉한다. 급속한 세속화의 진행은 불가피하게 다가
올 수밖에 없는 일인데 이러한 급속한 세계화의 물결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
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그런 과정을 반드시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안에 유교, 불교, 기독교 같은 세계종교들이 아직도 살아있고 그들이
다음 21세기의 중반이 되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2020년 정도에 가면
기독교 인구는 아마도 2/3 정도가 줄 것이다(윤이흠, 1995: 57).4)
위에서 인용한 부분에서 잘 나타나듯이, 종교학자로서 윤이흠은 앞의 김
종서와도 비슷하게 현대사회가 전통사회와 비교하여 다종교사회, 다원사회
(plural society) 즉, 다종교상황이라는 것을 주목하면서(윤이흠, 1995 :
56), 그로부터 그는 사회의 세속화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관점 중
특기할 만한 것은 바로 역사적으로 서구에서 절대빈곤의 퇴치를 갖다 준
사회보장제도의 확산이 종교인구의 감소를 뜻하는 세속화를 초래하였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여의도순복음중앙교회 같은 제1의 개신교회가 있는 한국
에서도 앞으로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필자는 서구의 사례
를 준거로 “2020년 정도에 가면 한국에서 기독교인구는 아마도 2/3 정도가
줄 것이다”라는 식으로 한국의 상황을 판단하거나 전망하는 윤이흠의 단순
하면서도 피상적인 논리 속에 서구(유럽)중심적 사고가 거의 여과되거나
비판되지 않은 채 그대로 수용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재주목하게 된다.
4) 인용문 내용 중 밑줄은 필자의 것임.
200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11. 류대영
최근 미국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류대영은 2002년에 발행된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ꡔ종교와 문화ꡕ에 실린 논문(“세속화 이론과 미국 종교
사”)을 통해 근대화와 세속화에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근대화된 사회[미국]에서 종교적인 믿음과 행위와 종교 단체가 여전히 활
기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세속화 이론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
세속화 이론에 도전하는 많은 반대증거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것이라고 말
하였다(류대영, 2002: 22). 이로부터 그는 근대화가 종교의 사회적 중요성
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하는 세속화 이론의 논리와 그 이론적 근거를 분석하
면서 미국 종교사의 사례가 세속화 이론에 과연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이 논문에서 필자의 주목을 끄는 것은 류대영이 최근 종래의 입장을 완
전히 바꾸어 이른바 ‘탈세속화’(desecularization)를 주장하게 된 버거를
위시하여 많은 세계 종교사회학자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전통
적(전형적) 세속화이론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학자들 중 대표격인 월리
스와 브루스(Roy Wallis & Steve Bruce, 1992)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
다. 곧, 류대영은 월리스와 브루스의 설명틀을 채택하여, “근대화 과정 가
운데 세 가지 곧, 사회적 분화(social differentiation), 사회화(societalization),
그리고 합리화(rationalization)가 세속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
들에 속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류대영, 2002: 30)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 세속화이론가들은 오늘날 전 세계 중 특히 서유럽에
서만 뚜렷이 ‘세속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면서 이를 범세
계적인 보편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전통적 세속
화이론가들과 거의 다르지 않게 류대영은 미국에서 지난 번 9․11 테러처
럼 국가적 위기 상황이 올 때 일시적으로 시민종교의 부흥이 있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종교적] 열정과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분명하
다”(류대영, 2002: 37)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논문에는
유감스럽게도 이를 지지할 수 있는 미국의 경험적 증거가 불충분해보이는
담론201 8(1) 김 성 건 201
것이 사실이다.
한편, 그 동안 줄곧 세속화 이론의 대표적인 지지자였으나 최근 세속화
이론을 버리고 ‘탈세속화’를 주창하고 있는 버거는 최근인 2001년 겨울에
발표한 한 논문(“오늘날의 종교사회학에 관한 반성”)에서 오늘날 종교사회
학에서 가장 흥미있는 질문은 바로 “유럽이 종교적으로 다른데, 그렇다면
이것은 왜일까?”(Berger, 2001: 446)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버거는
이 질문은 이른바 ‘유럽예외론’을 말하는데, 이는 자연적으로 이른바 ‘미국
예외론’과 야릇하게 이어진다고 본다. 여기서 버거는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종종 매우 종교적인 나라라고 관찰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미국이 예외적
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미국이 전세계적 패턴에 동조함을 의미
한다고 본다. 달리 말해, 버거가 볼 때, 예외적인 것은 미국이 아니라 오히
려 유럽이 ‘커다란 예외’라는 것이다(Berger, 2001: 446). 결국 버거는
세속화에 관한 어떤 수정 사회학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비교는 매우 유용할
것인데, 유럽과 미국을 비교할 경우 ‘근대성’과 ‘세속화’를 등치시키는 것을
지지하기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로써 오늘날 미국의 종교 상황이 유럽의 그것과 얼마나 대조적인 지를
강조한 버거의 주장이라든지 최근 “세속적 유럽, 종교적 미국”이란 논문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종교성을 흥미있게 비교한 앤더슨(Brian C.
Anderson, 2004) 같은 이들의 주장은 앞서 검토한 류대영의 주장과는 사
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류대영이 낡은 세속화이론을 여전히 주창
하고 있는 서구의 일부 이론가들의 관점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
에서 주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류대영의 경우에서도 앞서 살펴
본 상당 수 학자들의 경우와 거의 다르지 않게 세속화에 관한한 서구 특히
유럽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 한국 종교사회학의 정체성 찾기를 위한 제언
필자는 최근에 철학, 서양사와 사회학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의 ‘학
202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문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의미있는 흐름(예:
강영안, 2002; 최갑수, 2000; 김성국, 2001; 김필동, 2001 등)에 주목하
면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 곧, 서구 이론을 수입․가공하
는 학문으로는 더 이상 학문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기본적으
로 수용한다.
서양사의 시각으로 볼 때, ‘서구의 부상’을 설명하려는 서구 측의 노력은
‘유럽 팽창’ 이후 외부 세계에 대한 사실과 자료가 축적되면서 그 ‘타자’를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로부터 18세기 말 이후 서구에서 거대 담론의 원류를
이루는 ‘계몽사상의 발전관’은 진보사관, 변화의 강조, 변화의 주체 관점,
총체적 파악, 그리고 본고의 주제가 되는 ‘유럽중심주의’ 등을 공유하고 있
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본고에서 한국 사회과학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
하는 사회학 중에서도 특히 종교사회학 분야를 중심으로 ‘유럽중심주의의
문제’가 실제로 어떻게 전유되고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노력하였
다. 구체적으로, 필자 자신을 포함한 주요 학자들 11명의 논저를 연구사의
관점에서 차례로 검토하며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해 보았다. 그 결과 당초
예상한 대로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서구(유럽)의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
로 출현한 정통적 세속화 이론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의 상황에서도
‘근대성’과 (종교의) ‘세속화’를 등치시키고 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는
현 상황에서 한국 종교사회학의 서구 이론에 대한 ‘식민성’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나름대로 한국의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우리
나름의 이론틀이 필요함을 역설하였지만, 서구 이론과 구별되는 설명력이
높은 우리의 이론을 만드는 데 까지 나아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유감이
지만 사실이다. 이에 다만, 현 시점에서 한국의 종교사회학이 정체성을 찾
고자 할 때 긴요한 두 가지를 제안하는 것으로 본고의 결론을 맺고 싶다.
첫째, 김종서가 이미 제안하였듯이, 단순한 번역 종교사회학을 넘어서 진
정한 한국적 종교사회학을 추구하려면 먼저 한국적 문헌 자료와 한국적 현
상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정리 검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
담론201 8(1) 김 성 건 203
다.5) 둘째, 오경환의 안목을 따라, 제도 종교 혹은 제도 교회와 그리고 비
제도 종교가 일정한 비율로 공존하는 한국 같은 비서구 다종교사회의 ‘종교
성’(religiousness, religiosity)에 대해서 서구 기독교 문화로부터 도출된
세속화 개념이나 왜곡된 종교성의 잣대와 구별되는 다른 참신한 개념이나
이론을 창안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6)
현실적 문제는 영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 윌슨(Wilson, 1982)도 이미
인정하였듯이, 본래 상당할 정도로 기독교적 기원(起源)을 갖는 종교사회학
의 개념들 - 예: 세속화 - 을 일거에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은 연구를 할
때면 반드시 개념을 필요로 하는 사회학자들로서는 당분간은 사실상 가능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종교)사회학자는 반드시 자신이 연구하는 사람
들의 (종교적) 행위에 담긴 의미와 목적, 의식(意識)과 분위기, 상징과 조
직 등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감정이입적으로 이해하여야만 한다
(Wilson, 1982: 22-24). 이 같은 진지한 연구 자세를 수용하는 종교사회
학자들이 많아질 적에 비로소 종래처럼 서구이론을 갖고서 한국의 종교현
상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우리 나름의 설명력 높은 개
념과 이론틀이 가까울 장래에 만들어질 수 있는 한 가닥 실마리 혹은 가능
성이 출현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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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필자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1998년 한국사회학회가 펴낸『한국사회와 사회학』에 실
린 종교사회학자 박승길의 논문(“해방 이후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종교사회학”)이 한국
적 종교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개진된 흥미있는 한 예라 생각한다.
6) 이런 점에서 필자는 ‘종교성’ 문제를 꾸준히 천착해온 원불교계 종교사회학자 한내창이
최근인 2004년에 발표한 논문(“동서양 문몀에서 종교성”)의 가치가 상당하다고 본다.
204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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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유럽중심주의와 한국의 종교사회학
- Abstract -
Eurocentrism and the Sociology of Religion in Korea
- Focusing on the Secularization Theory-
Kim, Sung-Gun
(Seowon University / Sociology)
Given that sociology developed in Europe as a discipline originally in
the context of Christian culture, it would be no surprise that some of the
basic categories of analysis were all evidently drawn from Christian
theological concepts, such as distinction between the sacred and the secular.
Thus it was too easy for sociologists to assume that the Western case - that
is the Christian case - provided the paradigm by which all other cases might
be analyzed. In this respect, the sociology of religion is still in some degree
in captivity to concepts of Christian provenance. This is clearly exemplified
by the concept of secularization which means the process whereby religious
thinking, practice and institutions lose social significance. We should accept
there are indeed some limitations in the sociology of religion. In this context,
this paper has verified that Korean sociologists of religion, following the
secularization thesis, as a whole are reproducing/appropriating Eurocentrism,
thereby equating modernization and secularization. Actually to break
completely free from the concepts originated from the West may not be
possible for the time being, since the sociologist needs concepts. As a
conclusion, the writer has provided two tentative suggestions for overcoming
the present identity crisis of Korean sociologists of religion.
Key Words : Eurocentrism, Korea, the Sociology of Religion,
Secularization, Modernization, Christianity, Institutional
Religions,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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