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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한국 근대화를 관통하는 변혁운동의 주악상(主樂想) 성찰 /김경재.한신대

한국 근대화를 관통하는 변혁운동의 주악상(主樂想) 성찰
         - 공동체 삶,  우주-신-인적 영성, 사회정치적 개혁을 중심으로-
영문제목: A Reflection on a leit-motif of Praxis  through Korean Modernization

-목차-

1. 논제와 논술 순서
2. 인간 삶의 존재론적 구조에서 본 서구적 근대화 담론의 문제
  (1) 서구적 근대화 담론의 본질과 그 세계관
  (2) 인간 삶의 존재론적 요소와 그 양극성의 긴장갈등
3. 한국인의 근대적 세계관과 사회정치 변혁운동에서 근대성의 주악상(主樂想) 경청
  (1) 다산 정약용 (1762-1836)과 혜강 최한기(1803-1877)의 실학사상과 근대성
  (2) 수운 최제우(1824-1864)와 해월 최시형(1827-1898)의 동학사상과 네오휴메니즘
  (3) 소태산 박중빈(1891-1943)과 만해 한용운(1879-1945)의 생활불교와 대중불교
  (4) 신천 함석헌(1901-1989)의 씨알사상과 장공 김재준의(1901-1987))의 생활신앙
4. 결론 : 한국인이 지향했던 근대화 운동의 주악상과 그 본질적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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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제와 논술 순서

 이번 한일국제학술대회의 큰 화두는, 지난 150여년 동안 동아시아 인민들을  지배해왔고 날로 그 세계관적 문제점과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는,  서구적 근대문명의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그것에 대한 보안적 혹은 대안적 문명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은(베트남, 중국, 한국) 오랜기간 풍요로운 문화적 정신적 토양속에서 삶을 지탱해온 나라들이다. 특히 유교, 불교, 노장사상, 그리고 고유한 토착종교들은 구미문명권의 모태인 지중해문화권의 두 개의 젖줄 곧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못지않는, 더 풍요롭고 다양한 문화적 토양과 유산을 공유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18-19세기에 불어닥친 서구제국주의 국가들의 동아시아 식민지 침략과 수탈은 전근대적 봉건질서 속에서 잠들고 있는 동아시아 나라들을 ‘근대화’(Modernization) 시킨다는 명분아래 나라의 주권을 빼앗고, 문화의 자주성을 피폐화시켰고, 사회경제적 자립성을 무력화시켰다. 베트남은 프랑스에 의해, 중국은 영국을 비롯한 구미제국 열강들에 의해, 한국은 100년 앞서 서구 ‘근대화’를 받아드려  강국이 된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다.

 한국민에겐 우리 나름대로 근대화 철학이 있었다는 것과 어쩌면 우리들의 세계관이 그동안 서구의 문화제국주의자들이 지녔던 ‘오리엔탈리즘’을 비판적으로 넘어설 충분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자립, 자강, 공생, 진보발전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을 담론화 하려는 것이다. 본 발제는 서구적 근대화론의 지배아래 식민지시대를 겪으면서 현대사회에로 진입한  동아시아 삼국중, 특히 한국을 그 사례로 들어 살필 것이다. 발제내용은 네 단계로 단락을 구별하여 진술할 것이다.

 제2장에서, 그동안 일반적으로 받아드려 왔던 ‘근대화’에 대한 일반적 개념정리를 성찰하고, 인간생명의 존재론적 기본운동인 자기통전(self-integration), 자기창조(self-creation),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운동과 각각의 운동양태에 나타나는 양극성(polarity)을 고찰할 것이다.

 제3장에서, 한국인의 자생적 근대화론의 사례를 살피고, 그 사례들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관철되는 변혁운동의 주악상(leit-motif)이 있는가? 그것이 무엇인가를 살필 것이다. 대표적 여덟 사람의 사상과 삶을 살필 것인데, 유학계통에서 다산, 혜강, 수운, 해월을 살피고, 불학계통에서 소태산, 만해를 살피고, 기독교계열에서 신천, 장공을 그들의 핵심사상과 삶을 일별할 것이다.   

 제4장 결론에서,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한국인의 근대화 운동에 나타난 다양하지만 끊임없이 반복하여 나타나는  주악상(leit-motiv)같은 한국인의 근대화 운동의 세계관적 패러다임 특징을 정리할 것이다.  

2. 인간 삶의 존재론적 구조에서 본 서구적 근대화 담론의 문제

 (1) 서구적 근대화 담론의 본질과 그 세계관

 근대화(modernization)에 관한 사회과학이나 철학분야에서의 다양한 이론들을 여기에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드려지고 있는 근대화 개념을 다음 몇가지로 정리하면서, 그러한 서구적 근대화론의 본질과 세계관 안에 내포된 근본적 문제점을 적시하는데 그치기로 한다. 한가지 염두에 둘 점은, 한국의 경우 ‘근대화’ 개념은 ‘현대화’개념과 중층적으로 겹치고 있기 때문에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이 유독히 심한 한국사회에서 근대화론은 세계사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이 교차, 직조(織造), 융합하는 근대화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i) 인간 개인의 주체성 확립과정으로서 근대화

 근대화의 본질중 가장 첫 번째는 인간 개인의 주체적 독립과 인간 존엄성 자각을 지적 할 수 있겠다. 근대성의 특징은 그 이전 시대까지 절대자, 국가, 영주, 가문, 종교등을 후견인으로 삼았던 전근대적 인간이해로부터, 인간주체성의 확립으로 명확해졌다. 서구사회에서는 특히 종교개혁과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근세적 유명론(nominalism)이 중세적 실재론(realism)을 압도하면서 개별자가 보편자보다 우선적이고 앞선다는 실재관이 팽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인인간의 주체철학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유명한 명제로 압축되고, 주체적이고 대치불가능한 개인주의 인생관이 근세사회를 암묵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인간개인의 주체성의 자각은 근대화 과정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개인의 주체화 과정이 타자와의 관계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사유행위의 주체로서 실체적 개인’이라는 허상에 빠짐으로서 단자론적, 유아론적 개인주의에로 함몰되어간 근대화과정의 폐해를 극복해야 할 과제 앞에 서게 한다. 서구 근대화론에서 사회란 선행하는 실체적 개인들의 “계약” 관계의 산물이라고 볼 뿐이고, 인간임 그 자체가 공동체적 사회성을 본질로서 갖는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폐단이 지대한 것이다.
 
(ii) 세계관에서 경험주의적, 실증주의적 합리화 과정으로서 근대화

근대화의 핵심적 본질을 ‘합리화’ 과정이라고 갈파한 사회학자는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론지를 우리는 경청한다. 합리화(合理化)란 계몽된 리성의 능력을 발휘하여, 삶의 모든 영역 곧 경제, 행정, 법률, 종교등에서 비합리적인 요소, 비능률적 요소, 비과학적 요소를 제거하여 삶의 구조와 과정이 투명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일련의 계몽정신의 구체적 실천작업 이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근대화를 ‘합리화’ 과정이라고 갈파하는 베버의 논지에 동감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이 문제로 등장한다. 그것은 합리화라는 어휘는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조직과 과정을 삶의 전 영역에 현실화 한다”는 말인데, 여기에서 “이성적으로”라는 개념은  계몽주의 초기에까지도 살아있었던 ‘존재론적 이성’(ontological reason) 개념은 무시되고 오직 ‘기술적 이성’(technical reason) 개념으로서만 작동함으로 인하여 삶의 전체 영역에서 ‘초월적 차원의 감득능력과 그 가치’를 제거해버렸다는 점이다. 본래 이성개념 안에는 비판적 이성(critical reason), 기술적 이성(technical reason)만이 아니라 우주적 이성(universal reason)과 직관적 이성(intuitiuve reason)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iii) 자본주의적 산업자본의 등장과 무한경쟁적 시장화로서 근대화

 서구의 근대화 담론에서 세 번째로 거론되는 주제는 둘째번 특징 ‘합리화’과정과 관련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인간의 경제적 생산, 소비, 재생산, 추가소비라는 자본주의적 내적논리와 그 경제원리와 관련되어 있다. 흔히 한국에서도 1960년대 군사정부에 의해 추진된 극가 주도적 근대화 상징은 곧 공업화와 거의 동의어였다. 산업자본에 의해 공장을 짓고, 대량필수품이 생산되고, 소비자가 생필품 결핍에서 겪던 물질적 빈곤상태가 극복되는 과정이 곧 근대화의 표식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했다. 과학적 기술과 산업자본의 만남으로 인하여 대량생산과 대령소비가 가능하도록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린다는 현상을 근대화의 표징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로 판단된다.

 문제는 근대적 서구 자본주의 생상양식과 소비구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메카니즘을 전제로하는 근대화가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는 현실이 분명해 졌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 근대화를 앞서이룬 서구열강들과 일본제국의 식민지 침략지배가 이루어 졌고, 20세기 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자연생태계 파괴와 기후붕괴는 당장 인류문명의 존폐위기를 야기시킨다. 따라서 근대화를 곧바로 공업화와 산업화라고 등식화하는 기존의 근대화담론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게 되었다.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 인간 삶의 모든 실재를 ‘사용가치’로만 보게함으로써  세계를 경제동물왕국으로 만들어갔고, 자연의 제반 실재물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낭만주의가 회복하려고 시도했던 세계에 대한 외경의 맘을 황폐화 시켰다.

(iv) 국민국가시대의 정립과  민주주의 정체(政體) 실현으로서 근대화

 근대화란 무엇인가를 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근대국가 성립과 맞물리면서 왕족국가, 귀족국가가 아닌 민(民)이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확립과 관련된다. 아무리 근대적 산업화가 발달하고, 개인 인권이 신장되고, 합리화과정이 사회전반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민주공화국’으로서 국가의 주권자가 실질적으로 나라의 모든 권력과 제도와 행정 방식과 절차를  결정선택하는 권력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근대화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근대화 과정이 근대국가 형성과 맞물려 있어서, 항상 국가 권력이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근대적 독재정치를 가능케 해왔던 것이다. 명실상부한 근대사회에로의 진입을 위해서 19-20세기에 발호했던 ‘국가주의’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극복하려면 인류문명사에서 근대화의 완결은 아직 요원한 것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나 중국의 대국주의는 모든 전쟁과 무력경쟁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으며, 지구촌의 인간적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민은 몸으로 부국강병을 명분으로하는  근대화의 허구성과 진실성을 체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 인간 삶의 존재론적 요소와 그 양극성의 긴장갈등

앞에서 서구 근대화론의 핵심본질과 그 과정과 결실을 잠시 일별하면서 근대화의 빛과 그림자를 약간언급했다. 왜 근대화를 추진하는가? 사람이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보다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려고 근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 결실이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 결실을 맛보게 되었는가? 엄정한 존재론적 구조와 존재론적 요소를 무시하고서  근대화가 진행될수 없는데, 그 점을 위반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든 존재와 인간삶의 존재론적 구조와 그 구조의 존재론적 요소는 무엇인가? 20세기 저명한 철학적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1886-1965)의 견해를 따라 생각해본다.   틸리히의 분석에 의하면, 인간은 세가지 기본적인 생명운동 가운데 있는 존재자이다. 그 첫째는 자기 중심을 지니고 자기이려고 하는 자기통전운동(self-integration movement)이다. 그 둘째는 새로움을 창조하려고 하는 자기창조운동(self-creation Movement)이다. 셋째는 한계상황을 돌파하여 비약하려고하는 자기초월운동(self-transcendent movement)이다.

 현존재로서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존재론적 요소들(the ontological elements)은 음양 전기현상 처럼 양극성(polarity)을 띄고 있는데 3가지 이다.
  첫째요소는 ‘개인화와 참여’(individualization and participation), 둘째요소는 ‘역동성과 형태성’(dynamics and form), 셋째요소는 ‘자유와 숙명적 제약’(freedom and destiny)이다.
인간적 삶은 존재론적이면서 생성론적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존재론적 구조와 변화하는 생성론적 운동성을 지닌다.

(원문의 표 참조)

 인간생명현상에서 자기통전운동은 자기중심을 지니려는 내향적 수렴운동이다. 그 결과로서 대치불가능하고 파괴불가능한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자기의식과 양심능력이 꽃피었다. 자기통전운동은 개인화(individualization)와 참여(participation)라는 존재론적 양극성의 상호공속적, 상자상보적(相資相補的), 상호침투적 순환관계 안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인간의 삼독심(三毒心) 때문에, 존재론적 양극성은 균형과 조화와 통섭을 이뤄내지 못하고 실존상태에서 한쪽으로 치우친다. 그 극단적 결과가 유아론적 개인주의와 몰인격적 전체주의로 나타난다.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데카르트의 인간자아의 주체철학은 존재론적 양극성을 무시한 것이며, 근대사회가 극단적 개인주의로 치닫고 공동체적 삶을 상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생명현상에서 자기창조운동은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수평적 전진운동이다. 그 결과로 다양한 문화창조, 발견과 발명, 예술적 작품창작으로서 꽃피운다. 자기창조운동은 형태성(form)과 역동성(dynamics)이라는 존재론적 양극성의 긴장갈등과 상자상보적 관계에서 이뤄진다. 형태성이란 가시적이거나 불가시적이거나 일정한 법칙, 원리, 규칙, 구조, 조직을 의미한다. 예술양식으로부터 객관적 과학법칙과 국가의 법질서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형태성을 통하여, 인간생명의 역동성은 자기를 실현하면서도 그것에 의해 심하게 제약 당한다. 도덕법칙이 율법주의가 될 때 사람의 신명성은 살아진다. 만물을 기계론적으로 볼 때 생기론적 역동성은 약화된다. 국가의 위압적 법지배가 인간의 자발적 신명성을 파괴한다. 그 반대로, 형태성이 무시되면 역동성은 무질서, 혼란, 자유방임, 무정부주의를 초래한다.

  인간생명현상에서 자기초월운동은 인간의 한계상황을 돌파하면서  숭고함과 유한성을 초월하려는 인간생명의 수직적 활동이다.  자기초월운동은 존재론적으로 인간자유의지와 숙명적 제약의 긴장갈등을 겪으면서 현실화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치명적 문제는 인간의 ‘궁극적 관심’ 곧 생명의 숭고함, 자연의 경외감, 존재의 신비를 논외로 부치고, 종교문제를 ‘개인의 사적관심영역’으로 처리해 버렸다는 점이다. 서구 근대화과정에서  초기낭만주의자들의 거센 저항과 비판이 있었지만, 기술이성을 앞세운 기계론적 세계관과 탈종교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 댓가는 인류사회가 ‘경제적 동물왕국’으로 변모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새로운 인류의 영성갈증 곧 ‘우주자연- 궁극적 신비-인간’이 상호침투-상호내주-상호순환(perichoresis)하는 새로운 자기초월운동 곧 새시대의 영성을 다시 회복해야 할 과제로 본다.

3. 한국인의 근대적 세계관에서 주악상(主樂想) 경청

  (1) 茶山 丁若鏞 (1762-1836)과 惠岡 崔漢綺(1803-1877)의 실학사상과 근대성
한국유학사는 정약용과  최한기 두학자를  성리학적 형이상학 담론을 비판하고 공맹의 실천유학사상으로 복귀시킨자, 서학의 영향아래 인간주체적 행동과 과학적 실천정신으로 후기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서  자리매김 한다.
 론자의 관심은 한국인의 근대적 세계관에서 줄곧 들려오는 주악상(leit-motiv)을 다산과 혜강에서 찾아 읽어내려는 것이다. 윤사순의 평가처럼 논자는 다산과 혜강을 조선조 후기 실학사상의 집대성자요 최고봉이라고 평가하고, 따라서 한국 근대화를 열어간 선구적 사상가로서 본다. 다산과 혜강의 실학사상 특징을 다음같이 요약 한다.

 (i) 다산의 실학사상 기본정신은 실제성 중시.

인간과 우주의 본체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성리학보다는 실제성을 중시하는 원시유학 정신의 회복이요 재강조이다. 실제성 추구의 정신은 이기론이란 기본틀 안에서도 주리론보다 주기론적 실재관에 선다. 실용, 실천, 실제, 실증, 구체성을 강조하는 구체적 삶중심의 철학은 관념론적이라기 보다 경험론적이고, 중세의 보편 실재론(Realism)이라기보다 근세적 유명론(Nominalism)에 가깝고, 의지적 노력과 실행을 강조하는 근대적 삶의 지향성과 같은 맥을 지닌다.
 (ii) 근대화의 특징인 인간주체성 자각.

전통 성리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만유일체론적 사고 안에서 이미 본성 안에 갖추어진 ‘본연지성으로서 리’(分殊된 理로서 性)로 보았다. 그러나, 다산은  인성자체를 일정한 경향 또는 소질같은 ‘기호’(嗜好) 개념으로 파악한다. 요즘말로하면 경향성, 지향성이다. 그 의미는 인간이란 의지적 주체적 존재로서 인간다움을 끊임없이 지향해 가야하는 ‘형성적 존재자’라는 말이고 자기존재에 책임을 지는 자유의지적 존재라는 말이다.

 (iii) 공동체 삶을 중시.
한국적 근대화 과정에서 공동체적 삶의 추구는 유교윤리의 핵심개념인 신독(愼獨), 성(誠), 중용(中庸), 충서(忠恕)등의 개념을 개인의 내면적 맘의 자세로서만 해석하지 않고, 대물(對物)- 대인(對人)-대상제(對上帝)와의 관계성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유교적 황금률이라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慾 勿施於人)는 구절은 예수의 적극적 황금률보다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혀 반공동체성과 반사회성을 극복하여 사회정의와 평등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해 해야 한다(김형효)

 (iv) 합리성 개념의 지평확대심화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는 인간리성을 기술적 리성개념으로 축소함으로써, 탈종교화를 가속화시켰고 사회전반이 세속화해가는 경향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화 선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다산은 상제를 성리학이 말하는 태극이나 리자체와 동일시하지 않았다. 상제의 초월성이란 타계적인 ‘공간적 초월’을 말하기보다는 상제의 신묘불가해성, 주권적 전능성, 주객구조논리를 초월한 전지, 전능, 편재성을 의미했다.

(v) 민본주의로서 폐도정치가에 대한 방벌사상
다산의 실학사상이 한국적 근대화운동의 효시이며, 그 안에 한국적 근대화운동의 주악상이 이미 나타나 있음은 다산의 정치사상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본래 원시유학 맹자의 정치사상이 위민민본주의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특히 실학자들에게서 기층민을 위한 전제개혁(田制改革) , 사회신분제폐지, 폐도정치가에 대항 방벌사상(放伐思想)의 고취등은 모두 위민 민본사상의 표출이다. 특히 다산은 맹자의 방벌사상을 더 적극적이고 새롭게 해석하여 민의에 의한 불의한 통치자의 교체를 주장한 것은, 비록 그가 시대의 아들로서 왕조체제에 머물렀으나 그 정신만은 민주주의 주권재민의 사상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vi) 명실관과 치인후생
혜강 최한기는 고산자 김정호와 오주 이규경등 실학자들과 교분을 가지면서 공리공담의 전통 주자학에 비판적이며 명칭, 명분, 형식보다는 내용, 실질, 실제를 중시하려는 명실관(名實觀)을 주장했다.  정통성리학자들이 ‘수기정덕’(修己正德)을 강조함에 대하여 ‘치인후생’(治人厚生)을 강조했다.

(vii) 사실과 실무를 가조하는 경험론적 실재관
혜강은 실학적 유학자이지만 당대 그 누구보다도 서양의 근대과학에 주목하고 자체적으로 천문, 지리, 역산, 의술등  사실(事實)과 실무(實務)와 사무(事務)를 강조하는 경험론적 진리관을 나타냈다. 혜강의 수많은 저술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혜강은 학문은 방법론적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진보관을 가졌다. 혜강은 실학자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주기론적 입장을 지녔고, 주기론적 입장은 정치경제적 현실, 민중의 삶, 능률적인 관료제,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 백성들의 공론(公論) 중시, 물리(物理)를 탐구함에서 수(數)와 상(象)의 중요성 강조로 나타난다. 혜강 최한기는 다산 정양용과 더불어 한국 근대화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된다.

 (2) 水雲 (1824-1864)과 海月(1827-1898)의 동학사상과 네오휴메니즘

한국적 근대화 정신의 본질과 그 주악상을 살피기 위해 동학의 최수운과 최해월로 대표되는 동학사상의 알짬을 그 핵심만 드려다 볼 것이다. 현대한국 철학계의 대표적 인물인 박종홍은  동학이 한국사상에서의 위치를 다음같이 갈파한바 있다: “동학의 기본정신은 우리의 전통적인 모든 사상의 진수(眞髓)가 하나로 엉기어 이루어진 결정체(結晶體)라고도 하겠다” 박종홍의 동학사상의 자리매김에 대한 평가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오문환은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의 알짬을 네오휴메니즘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적 근대정신의 결정체로서 보려고 한다. 오문환은 서구적 근대정신은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주장하는 인간중심주의 이지만 네오휴메니즘은 그것의 확장 심화개념으로서 직관, 영성, 자연, 신의 범주를 회통하는 라이몽 파니카가 말하는 ‘우주신인론적 영성’(cosmotheandric spirituality)에 다름없는 포스트모던시대의 새로운 휴메니즘이다.  

 (i) 시천주(侍天主), 사인여천(事人如天), 인내천(人乃天)에서  인간평등과 존엄성 자각.
동학사상이나 天道敎 핵심적 특징은 수운자신이 동경대전에서 해설한 ‘시천주’해설에 갈파되어있다. 천주(하늘님)를 ‘모신다’(侍)는 뜻은 ‘내유신령, 외유기화, 일세지인각지불이자야’(內有神靈, 外有氣化,一世之人各知不移者也)이다. 수운의 시천주체험은 셈족계 종교의 인격적 유일신관(Theism)과 인도계종교의 존재론적 범신론(Pantheism)의 동시적 극복 지양(止揚)으로서 범재신관(Pan-en-theism)의 유형이다.

 동학과 천도교의 창조적 에너지의 근본샘은 맘에 모셔야 할 대상으로서 시천주신앙과 ‘내맘이 곧  네맘’(吾心卽汝心)이라는 인내천 신앙 사이에 있는 역동적 긴장 속에서 샘 솟는다. 그 역동적 긴장을 잃어버리는 순간 동학이나 천도교는 우파니샤트의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의 아류로 전락하여 그 창조적 힘을 잃어버리고 철학적 종교가 되고 만다.

 동학사상은 ‘시천주’로서 당시나 현재나 일체의 인간적 차별, 억압, 비인간화에 저항하고 인간의 주체성, 종엄성, 평등성을 각성체득케 했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하늘님을 모신 존재’이므로 존경되어야 하고, 만물도 하눌님 지기(至氣)의 결정체요 인간과 외유기화(外有氣化)관계이니 자연과 물건은 도구적 대상물 이상이라야 한다. 생태학적 윤리의 근거가 동학 뿌리에 놓여있다.   

(ii) 불연기연론(불연기연론), 삼경(三敬), 그리고 생활의 성화(聖化)
서구적 근대화를 그 바탕에서 지탱하는 세계관 혹은 실재관은 ‘기계론적-실증주의적 세계관’이며,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거치른 정치사회학으로 변질시켜간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사회적 진화론자’들의 힘숭배 철학이었다. 서구문명사회  안에서 거치른 근대화가 진행되어갈 때, 이에 저항한 사상운동이 낭만주의였다.

 독일 낭만주의 시인 노발리스(Novalis,1772-1801)는 낭만주의 정신의 본질이란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친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일상적인 것을 성스러운 것으로,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감각을 교육하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낭만주의 철학자, 시인, 문인들이 비판적 저항운동을 할 무렵, 동아시아 한국에서는 수운과 해월이 불연기연론, 삼경사상등을  주창하며 일상생활의 성화(聖化)를 주창하였다. 블연기연론은 동학의 동경대정 내용중 동학사상의 본질을 논하는 4대문서(布德文, 論學文, 修德文, 不然其然)중 네 번째로 수록된 동학의 핵심적 사상이다.

  ‘기연’(其然)이란 실재란 무엇인가를 판단 할 때 감각경험적, 개념범주적, 현상관찰적, 일반상식적 실재관에서 삶의 경험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실재를 그 궁극적 시초나 종국,혹은 내면적 목적이나 자기초월적 영감에서 보면 실재적 현실세계는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不然). 그러나, 깨닫고 보면  기연이 불연이고 불연이 기연이다. 본질과 형상, 초월적인것과 내재적인것, 성스러운것과 속된 것, 무한한 것과 유한 한 것은 상즉(相卽), 상입(相入), 상자(相資), 상보(相補)관계이다. “밥 한 그릇속에 하늘이 들어있다. 밥 한그릇 뜻 알면 동학을 안다”. 일상(日常)이 성스러운 것이고 성실과 진심으로 받들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학은 일상생활의 성화(聖化)를 주창하였다.  

(iii) 후천개벽과 정치사회의 공공화(公共化): 근대적 민회(民會)로서 보은집회의 역사적 의미
동학사상을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중국중심의 ‘천하질서’와 봉건적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서구열강들과 일본의 국가절대적 침략주의에 직면하여 새로운 문명사관에 입각하여 ‘보국안민, 포덕천하, 광제창생’을 주창했다. 후천개벽이라 함은 단순한 지배권력주체에 대한 교체가 아닌 철저한 새로운 세계관, 문명사의 변화를 자각한 말이다. 그것은 시운론(時運論)이 보여주듯 동양적 순환사관에 기초하면서도 적극적 역사변동의 주체자로서 민(民)의 참여로써 역사변혁의 실천주체를 자각하였다.

 동학도들이 한국사회에서 이단 종파로서 정부의 억압을 받다가 공공연하게 집단적 의사표현을 한 집회가 보은집회(1893.3.11)였다. 보은집회는 한국 정치사회사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해월이 직접주도한 보은집회 민중의 의지는 모인숫자만도 3만-7만명이었으며, 보은 장내리에 설치한 도소의 중앙에 내거 깃발의 주장은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 였다. 일본과 서양 열강들의 침략주의를 비판저항하면서 국란을 당하여 정의를 위해 의병처럼 일어선다는 뜻이다.
 진실로 보은집회 성격은 대한제국시대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로 이어지고,  2016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지속된 민주시민촛불집회의 선구적 사례였던 셈이다.  한국적 근대정신은 근대서구적 부국강병의 국가주의와 무력적 침략주의를 거부한다.

(v) 동학농민전쟁의 의미: 후천개벽, 광제창생, 보국안민의 정치적 생활혁명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은 전봉준과 손병희에 계승되면서 직접적 사회정치혁명으로 표출되었다.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전쟁(1894)의 봉기 격문의 핵심은 첫째, 봉기의 본의는 의(義)를 들어 탐학한 관리를 척결하고, 둘째 침략외세의 물리쳐 국가를 반석위에 세우려 함이라고 천명했다. 이른바 보국안민, 광제창생, 척양외세이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서 정의(正義)의 실천을 주장한 것이다. 개인과 가정에서 생활의 성화(聖化)도 공공적 정치의 정의가 확립되어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거나 한계에 부딪힘을 체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동학농민군의 자치적 민정기구 집강소(執綱所)와 <폐정개혁안 12조>는 동학농민군의 자치능력, 자정능력, 공공정치실현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진실로 20만명 이상의 의로운 목숨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동학농민전쟁은 근대한국사의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공화주의의 시발의 첫 횃불을 밝힌 것이다.    

(3) 少太山 朴重彬(1891-1943)과 萬海 韓龍雲(1879-1944)의 생활불교와 대중불교
 불교사상의 근원에 뿌리를 둔 소태산과 만해의 생활불교와 사회참여적 대중불교에 나타난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원불교는 그 스스로 불법(佛法)과 불교(佛敎)를 구별하고, 역사적 종교로서 교학체계와 종단체계를 갖춘 전통적 불교와 차별하여 자기정체성을 불법에 연원을 둔 새로운 ‘진리적 종교’라는 자기의식을 강조한다.

 논자의 입장은 원불교의 자기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원불교가 ‘불법연구회’란 간판을 걸고 학리적 연구단체의 모습으로 출발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전통적 불교와 원불교와의 관계를 그리스도교에 있어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관계라고 보는 입장이다. 우리의 논제 곧 자생적 한국근대화 운동과정에서 주악상(leit-motif)을 경청하기 위하여 먼저 소태산 대종사 박중빈(1891-1943)의 사상과 삶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본다.  

(i) 생활종교로서의 진리의 종교
 소태산의 치열한 구도과정에서 깨달음에 의해  창도된 원불교는, 그 특징이 무엇보다도 실천성이 결여되거나 삶 그 자체와 유리된 기성종교들의 관념성, 추상성, 귀족성, 분열성을 비판하고 진리적 종교는 현실성, 구체성, 민중성, 전일성을 지닌 생활종교여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중세스콜라신학의 번쇄신학을 비판하고 구체적인 인간의 구원에의 갈망에 응답하려는 마틴 루터의 심정과 통한다. 1500여년의 장구한 한국전통불교에 비교할 때, 원불교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민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활종교로서 그 실천적 윤리성과 역사현실적 사회성을 높이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종교로서 원불교는 다산의 실학정신이나 해월의 생황의 성화(聖化)를 이어가는 한국적 근대성의 중요한 특징이다.

(ii) 일원상(一圓相)의 상징성이 말하는 것
원불교가 일반인에게 주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교단의 이름에 따르면 ‘월불교’인데, 전통불교가 ‘축적해온 풍부한 종교적 상징물과 상징체계’를 단순화시켜서 ‘하나의 원’(一圓)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점은 원불교의 혁명적 결정이면서도, 종교의 특징이 ‘상징을 통한 진리전달의 기능’ 임을 감안할 때, 원불교는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원불교의 ‘일원상(一圓相)진리의 실상은 교학적으로 보면, 전통불교의 연기론적 공사상(緣起論的 空思想)과 큰 차이가 없다고 논자에게 느껴진다. 진여계와 생멸계의 상즉상입(相卽相入), 상자상의(相資相依)관계에서 “연기(緣起)를 본자는 법(法)을 본자요, 법을 본자는 연기를 본자”라는 불법(佛法의 핵심본질을 일원상 교리로서 다시 해설한 것으로 론자에겐 보인다.

 본래 하나의 원(圓)은 기하학적, 종교적 상징기능에서 완전성, 온전성, 단순성, 무한확장및 축소성, 동일성, 원만성, 회통 포용성, 동심원적 동질성등 다양한 상징기능을 지닌 모형이다. 일반인들이 원불교 교당에 들어설 때, 기대했던 전통불교 사찰 법당에 모셔져있는 다양한 부처상과 탱화를 보지못하고, 일원상을 목도할 때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궁극적 실재 법신불을 일원상(一圓相)으로 상징화 시킨점에 대하여 ‘해설과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니, 원불교신앙이란 생활신앙으로서 특징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학구적이고 철학적인 종교임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원불교의 일원상(一圓相)으로서 상징성은 미래 인류가 모든역사적 종교들이 지닌 종교적 상징물들의 ‘역사성, 상대성, 한계성’을 절감할 때 더 선호할 종교적 상징성으로 받아드려질 것이다.

(iii) 일원상 진리를 사은교의(四恩敎義) 겸 사은신앙(四恩信仰)으로 풀어 해명한 민중종교
 일원상 진리가 일반대중에게 쉽게 증해(證解) 되기는 힘들다. 소태산은 일원상 진리 다음으로 사은신앙(四恩信仰)을 설파함으로서 원불교가 대중적이고, 생활의 성화(聖化)종교임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여기에서 강조점은 일원상 신앙은 교학적(종교적) 진리이고, 사은신앙은 다음순으로 따라오는 실천윤리적 덕목강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원(一圓)이 사은(四恩)이고 그 역순도 마찬가지이다. 일원과 사은 관계는 진리 그 자체의 체상용(體相用)관계다. 일원(一圓)이 진리 그 자체의 체(體)라면 사은(四恩)은 진리 그 자체의 상용(相用)이다.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안다. 사은신앙은 제1대 원불교 종법사인 정산(鼎山,1900-1962)의 삼동윤리(三同倫理)에서 다시 강조된다. 삼동윤리란 동원윤리(同源倫理), 동기연계(同氣連契), 동척사업(同拓事業)을 말한다.

(iv) 자력신앙과 타력신앙의 이분법이 극복된 ‘자신할만한 타력신앙’
 원불교 신앙이 한국인의 종교적 영성의 신묘한 맥을 잇는 것이라면, 수운의 시천주신앙에서 보이듯이 원불교신앙이 자력과 타력이라는 단순 이분법을 초극한 역설적 일치신앙임을 나타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自信 할만한 타력신앙’을 말했다. 이말은 역설적으로 들어야 한다. 단순히 자력과 타력의 병진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당치않다. 진리당체인 법신불과 주체적 신앙인이 하나됨의 체험을 통해 자력/타력이라는 이분법이 극복되고  자력이면서 타력이요, 타력의 은혜이면서 자력의 수행능력인 것이다. 수운이 체험한 ‘오심즉여심’의 경지인 것이다.  소태산은 인간의 본성회복 못지않게 훈련과 수행을 인간주체성 확립에 심혈을 기울인 지도자였다. 원불교 소태산의 근대정신, 자생적 근대화 운동속에서도 서구적 근대화가 보이는 탈종교성이 아니라, 도리혀 파니카가 말하는  ‘우주-신-인론적 영성’(cosmos-theos-anthropos spirituality)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확증할 수 있다.   

 원불교를 창도한 소태산(1891-1943)과 거의 동시대를 살고간 만해 한용운(1879-1944)은 격동과 혼란기였던 한국 근대사 기간에 불교계를 대표할 만한 근대사상과 삶을 남긴 대표적 인물이라고 본다. 한국적 근대성의 핵심가치인 자유  평등 평화 생명존엄의 가치를 선양하고 지키려했던 한용운은 진정한 선사(禪師), 자립자강의 민족독립운동가, 근대문학의 선구자로서 평가를 받는다. 논자의 관심은 한국적 근대성의 특징으로서 공통적인 주악상(主樂想)을 찾아보려는 것이므로, 만해의 사상과 삶 속에 나타난 특징만을 다음같이 몇가지 주제로서 요약하여 살피려 한다.

 (i) 만해의 대중불교 지향성의 의미
   만해는 불교 울타리에 갇혀있는 불승은 아니지만, 철저히 한국불교의 개혁을 통해 한국의 민중과 역사를 근대화하려고 노력한 승려였다. 그의 ⌜조선불교유신론⌟, ⌜불교대전⌟, ⌜십현담주해⌟등은 결국 당시 ‘산중불교, 승려불교’를 ‘도심불교, 대중불교’에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불교의 대중화, 민중화, 생활화, 사회참여, 제도조직 운영의 혁신등은 당시불교를 새롭게 혁신하려는 목적이지만, 그 방향이 다름아닌 대승불교 보살사상의 본래적 모습에로의 복귀라고 판단 한 것이다.

   만해는 대승불교중에서도 화엄사상과 선수행은 한국불교의 두 핵심인바, 그 안에는 서구적 근대성이 주장하는 모든 단점을 능히 극복하는 근대적 사유와 삶의 존재양식이 필요충분하게 갖추어 있다고 본 것이다. 만해의 대중불교 지향성이란 ‘대중’이라는 수량적 개념에 초점이 있지 않고, 불교사상 혹은 불교적 실재관 본연의 자리에로의 회복이었던 것이다. 1970-80년대 활발하게 전개된 한국불교계의 민중불교운동, 민중참여운동은 만해의 대중불교의 정신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본다.  

 (ii) 만해의 활선(活禪)사상과 삶이 지향하는 일상생활의 성화(聖化)
 만해의 불교의 대중화는 좀더 구체적으로 선사로서 그의 선이해와 삶으로 그 특징이 나타난다. <一切衆生皆有佛性, 上求菩提, 下化衆生>이 대승불교의 종지이라면, 깨달음과 보살행은 연기법(緣起法)의 손바닥과 손등관계라면, 일체의 선수행의 최종 목적지는 연꽃처럼 진흙탕 물 속에 줄기와 뿌리를 내리고(入泥入水) 중생과 동병상린하는 것이라야 한다. 흔히 오해하듯이 보살행은 먼저 깨달은 자가 아직 깨닫지못한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펼치는 시혜적(施惠的) 베품이나 불쌍이 여기는 동정이 아닌 것이다.

 산중 선방(禪房)에서 하안거 동안거로 용맹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생활 전제과정에 선수행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밥 한그릇 뜻을 알면 동학을 안다”는 해월의 사상과 통한다. 만해의 불교혁신은 궁극적으로 일상생활의 성화(聖化)를 지향한다. 만해의 활선(活禪) 사상과 삶은, 서구적 근대화과정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서구적 근대화는 곧 탈종교적 세속화(世俗化)를 의미했지만, 한국적 근대화는  성속일여적(聖俗一如的) 지향성을 공통적으로 나타낸다.

 (iii) 만해의 민족운동에 나타난 한국적 근대성의 주악상 자유와평등, 인간존엄과 비폭력, 세계주의와 평화
 만해가 한국 근대화과정에서 이룬 업적중 문학적  측면은 접어두고 그의 민족운동 사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한국적 근대화정신의 핵심과 관련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만해의 임재종 주도 운동, 신간회 참여등도 그렇거니와 특히 3.1운동과 관련된 만해의 활동과 사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3.1독립선언서의 기본정신, 특히 공약삼장에 압축된 높은 이념과 실천선언은 한용운을 필두로하는 한국근대화 정신이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무엇을 지향하는 가를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3.1독립선언서는 서구 근대화론자들의 정치철학 곧 제국주의적 침략, 착취, 인종차별, 인간존엄성 말살등의 ‘힘숭배적 철학’이 시대착오적이며 잘못된 것임을 높은 도덕적 안목과 세계관적 철학에 입각하여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박애, 평화사상을 선언한다.

  이것은 서구 근대화를 추동한 열강들의 약육강식적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와 국가주의를 엄중히 비판하는 것이다. 동시에 배타주의와 폭력적 보복주의를 거절하고 비폭력평화적 투쟁을 선언한다.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광명정대함을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떳떳이 표현할 것을 선언한다. 한마디로 국가간 질서는 정의로움과 인류박애정신을 척도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사회철학적 세계관은 <동학농민운동- 3.1독립운동- 4.19학생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2016년 한국 시민촛불 혁명>속을 꿰뚫고 관통하는 주악상(leit-motif)인 것이다.

 (4) 信天 咸錫憲(1901-1989)의 씨알사상과 長空 金在俊의(1901-1987))의 생활신앙

주체적 한국 근대화과정의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근대정신과 사회변혁운동의 주악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18세기 후반부터 해방기까지(1750-1945)  약 200년동안 다산, 혜강, 수운, 해월, 소태산, 만해등 6명을 중심으로하여 지금까지 일별하였다. 주체적 한국 근대화 정신의 마지막단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계에서 배출한 신천 함석헌(1901-1989)과 장공 김재준(1901-1989)을 살펴보려한다. 두 사람은 특히 20세기와 해방정국 이후, 20세기 한국의 마마지막 근대화과정의 진통속에서 한국인의 본래적 심성, 가치관, 세계관, 인간다운 삶의 비젼을 보여준 재야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함석헌(1901-1989)의 대표적 저작물은 1930년대에 쓴 ⌜뜻으로 본 한국역사⌟이며 그의 후기 사상은 월간지 ⌜씨알의 소리⌟ 발간사에 나타나 있으므로 함석헌 사상의 핵심만을 간략히 요약하려고 한다.

(i) 신천의 역사철학: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을 극복한 ‘뜻으로 본 고난 사관’에서 민중(씨알)
 함석헌은 평북 용천군 해변가 농어촌 출신자 이다. 평양고보를 다니다가 3.1만세사건에 열심히 참여하고 ‘반성문’제출을 거부한후 자퇴하고 남강 이승훈 선생의 정주땅 오산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동경사범학교에 유학하여 역사와 윤리를 전공했다. 우치무라 간죠의 무교회 영향을 받았고 말년에 영국 죠지 폭스가 시작한 퀘이커(Quakerism)에 가입했다.

 신천의 역사관은 당시 학계를 삼등분하여 지배하는 식민사관, 맑스유물사관, 민족주의사관을 극복하고 ‘뜻으로 본 고난사관’을 정립했다. 신천의 역사관은  수운의 후천개벽사상처럼 인류역사가 국가주의, 문명단위, 지역주의, 계급주의를 넘어서 전일화(全一化)단계 ‘하나’를 지향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본다. 역사를 뜻으로 본다는 말의 의미는 다양한 사실의 혼잡사건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보자는 마음, 하나를 찾는 마음, 의미를 찾는 마음”이다.  
 역사는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고 자유의지의 영역이다. 역사는 단순히 순환하는 것도 아니고 직선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순환 하면서 발전하는 나선형운동이라고 본다. 역사의 담지자는 영웅, 계급, 국가가 아니고 민중(씨)들이다. 고난후에 낙원이 온다는 법은 없다, “고난은 삶의 한가지 원리”라고 함석헌은 본다. 고난을 통하여 인생과 역사는 승화되고 동물적 본성을 점차로 극복하면서 정신화되고 영화(靈化)된다.

(ii) 신천의 삶의 철학: 동서철학의 융합, 물질/정신의 이분법의 극복, 과학과 종교의 공존
신천옹과 장공은  두 분 모두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알짬을 충분히 흡수하고, 동시에 서구 학문을 제대로 수학한 사상가요 종교인이었다. 사서삼경과 불교경전과 한문자로 된 시문학에 능통했다. 동시에 서구 계몽주의 정신중 합리적 비판정신과 진화론적 생명현상을 수용하였다. 그결과 그들의 사상과 삶 속에는 정신/물질, 형이상학/형이하학, 역사/자연, 정치/종교가 각각 분리된 이원론을 거절한다.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돌출한 사상과 비교한다면 딜타이-베르그송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낭만주의적 생의철학과 괘도를 같이 한다. 함석헌은 자신의 사상의 세가지 기둥은 하느님 신앙, 과학적 합리주의, 세계주의적 나라사랑 이라고 말했다. 함석헌의 종교시 중에서 <맘>과 <미완성>이라는 시제(詩題)에 나타난 다음구절이 잘 나탄내다.
  
  맘은 꽃 / 골짜기에 피는 란 / 썩어진 흙을 먹고 자라 / 미은 향을 토해
  맘은 씨 / 꽃이 떨어져 여무는 씨의 여무진  / 모든 자람의 끝이면서 ? 또 온갖 형상의 어머니.    [시집, <수평선 넘어>,15-16쪽]

  자연은 언제나 완성 할줄 모르는 영감(靈感)의 거장(巨匠),  
  역사는 영원히 끝날 줄 모르는 절대의 의지(意志),
  찰나 찰나의 고동(鼓動)의 울림마다 그대로 영원의 이김. [시집, <수평선 넘어>, 124쪽]

인간의 인격적 삶을 자연의 꽃과 씨알에 비유하되, 인격적 삶의 역사성(딜타이)과 ‘지속성’(베르그송)을 융합하고 있다. 동아시아적 자연주의와 서양의 역사주의 일변도로 치우친 실재관을 극복하고 있다.

(iii) 씨사상이 말하는  자유혼의 저항성, 공공적 더불어 삶, 비폭력적 투쟁원리
 신천의 씨알사상에 함축된 세 번째 중요한 요소는 인간이 지닌 자유정신의 존엄성과, 개인주의를 극복한 공동체 삶과, 저항하고 투쟁하되 폭력을 거부하는 비폭력적 평화운동이다. 함석헌은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직후 삼엄한 언론통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5.16을 어떻게 볼까?>라는 시사론평문을 당시 사상계 잡지에 발표했다. 이 논설문에서 함석헌은 세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나라의 주인은 민중인데 군인이 무장하고 국민 입을 막은체 강행한 혁명은 주인허락 없이 행한 역사의 강탈이므로 용납못한다. 민중에게 물질적인 행복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선의는 아니다. 지배자로서 본색을 나타내고야 만다. 둘째, 인간개조, 민족 정신 개조, 유신을 부르짖지만 그것은 정치힘으로 되는것 아닌데 정치권력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교만한 만능통치철학이 민중에게 결국 비극과 화를 불러온다. 부국강병, 나라의 융성 이름으로 개인의 인격존엄성과 자유를 압살하고 인간을 비인간화시킨다.

 함석헌의 씨알사상은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적 저항정신을 물려받지만, 그것은 연약한 사상이 아니요 도리혀 가장 강력한 혼의 투쟁이기 때문에 불의, 부정, 폭압, 인권탄압, 정경유착, 결과중시의 행정편의주의등에 대하여 가차없는 비판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했다.

장공 김재준(1901-1987)은 함북 경흥사람으로서 기미독립운동만세(1919) 사건때까지는 한국땅 동북지방에서 자란 평범한 청년이었다.  소년기에 서당에서 사서삼경등을 익히고 농업 학교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만세사건이후, 뜻한바 있어 서울에로 진출하여 독학하고 신문화에 접함과 동시에 그리스도교에 입문한다. 성프란시스의 청빈사상에 몰입하였고, 일본 청산학원신학교와 미국 프린스톤과 웨스턴신학교에서 이스라엘 예언자 연구로서 석사학위를 하고 귀국한다. 30대 중반에 이른 장공은 평생 선비적 교사로서 천직을 삼은 이다.

  평양숭인학교와 간도 용정의 은진중학교 교목으로 일하면서 강원룡, 안병무, 문익환, 이상철들을 제자로서 기른다. 신사참배 강요문제로 선교사들이 조선땅에서 철수하자, 자생적 목회자 양성기관 조선신학교(1939)가  설립되던 시기에 장공은 그 주역이 된다.

  군사구테타로 인해 장공은 한국신학대학 학장직과 교수직에서 축출되어(1961) 세상 역사 한복판으로 나가게 된다. 그 사건이후, 장공은 한일굴욕외교 반대투쟁(1965),삼선개헌 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 위원장(1969),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1972),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북미주 국민연합 위원장(1978)등 한국의 인권, 민주주의, 평화통일 운동을 위한 진보적 기독교의 정신적 지주로서 일했다. 장공은 신천옹과 함께 한국근대화 정신의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사상과 삶을 대표한분이다. 그의 사상의 알짬을 다음 몇가지로 압축한다.

(i) 장공의 건국이념에 나타난 종교와 정치현실관계: 기독교의 하나님나라 실현의 뜻.
장공은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 아직 정권이 들어서기전, 1945년 해방정국에서 서울 경동교회 청년집회에서 <기독교의 건국이념: 국가 구성의 최고이상과 그 현실성>이라는 매우 중요한 신학강연을 했다. 장공은 그리스도인의 최고 비젼은 신국( 하나님의 나라)이 인간사회에 여실히 건설되는 것이라고 못박는다. 당시 한국기독교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가 사후 들어가는 초세간적인 천당으로만 해석하는 대세였는데 장공은 그것을 반박한다. 사후생도 포함하지만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나라는 역사적 현실삶의 모든 분야에 자유, 정의, 사랑, 평화가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경분리론은 국가권력이 인간양심과 종교적 신성성을 침해하하지못하게 하려는 안전핀일 뿐이지, 분리되는 실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 장공의 생활신앙,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군사정권에 대한 투쟁,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운동의 사상적 원점이 있다.

(ii) 장공의 비판정신은 우상타파의 예언자정신과 종교개혁정신이 근대 계몽주의적 비판정신과 융합된 것.
 장공의 기독교사상가로서 태도가 진보적 신학교육자, 사회정의 실현의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참여자, 빈민주주의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한 원동력은 그가 전공한 이스라엘 예언자정신과 마틴 루터등 종교개혁가들이 지녔던 우상타파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장공에 의하면 ‘우상’이란 상대적이고 유한하며 전능하지 않는 권력이나 이념을 신성시하고 절대화하는 것이며, 인간을 거기에 예속시켜 비인간화를 초래하는 무서운 유혹이라고 보았다. 성스러운 종교경전, 국가, 지도자, 철학적 이념, 과학주의, 경제제일주의등등 모든 것이 ‘우상’이 될 수 있다
 1953년 장공은 당시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을 중심한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신념중 제일 첫원리인 “성서문자무오설”을 성경비판적 연구방법을 강단에서 가르친 죄로 이단파문을 받았다. 박정희 군사정권을 비판하게 된 것도, 군사정권이 반공이념의 국시화, 경제건설의 지상목표로한 인권말살과 권력남용, 언론자유와 집회비판의 자유 박탈, 장충체육관식  선거제도를 만들고 민주적 헌법질서를 유린한 삼선개헌 불법자행이 결국은 <우상숭배 강요>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모세종교의 십계명정신에서 우상제작과 숭배에 대한 엄중한 금지명령은 결국은 인간정신의 자유와 인간성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로서 이해한다.

 (iii) 한국의 진보적 기독교의 상징인물 장공의 근대정신의 총괄개념은 <생명, 정의, 평화>로 압축표현된 네오휴메니즘.
  장공은 생애 말년에 전국 여신도회 연합회원 대표들이 요청하는 휘호 작품하나를 부탁받고 며칠동안 심사숙고한 후 먹을 갈아 화선지에 <생명, 정의, 평화>라고 써서 낙관하고 선물로 주었다. 이 모토는 우연히도 훗날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세계교회협의회 총회’(WCC. 2015)의 주제표어가 되었다. 장공은 생명의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들(국가, 경제, 종교, 기술, 무역)보다 가장 우선적이라야 한다는 확신이다. 그 생명가치의 현실적 실현을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 반드시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정의, 경제정의, 문화정의등 모든 분야의 정의확립을 말한다. 그것의 실현은 전쟁이나 폭력이 아닌 설득, 협의, 조정, 양보등 평화적 방법이라야 하고 삶의 궁극지향성이 평강(샬롬) 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장공은 투사적 인물이 아니라 외유내강한 선비적 학승이었다. 조선조 후기 함북지방에 유배된 실학파 거두 박제가의 제자들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적 실학자 가풍에서 자란 것이다. 그의 일생 좌우명 10가지는 그의 삶의 철학이 다산- 해월- 소태산- 만해로 이어져 내려온 한국인의 근대정신의 계보인 네오휴메니즘(Neo-humanism)임을 나타낸다.

4. 결론 : 토착적 한국인 근대화 운동의 주악상과 그 본질적 가치들

지금까지 우리는 서구적 근대화 바람이 동아시아를 휩쓸던 지난 200여년 동안, 그 충격을 감내하면서도 서구적 근대화와는 이념적 뿌리와 삶의 양태가 다른 토착적 한국인의 근대화 운동이 있었던가, 있었다면  그 주악상(leit-motiv)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를 8인의 대표적 인물들의 사상과 실천적 삶을 통하여 추적해보았다.

  이 글 서론에서  서구적 근대화 이념과 방향은 인간 개인 주체성 확립과 주장, 삶과 문화 전영역에서 합리화 과정과 과학기술 보급, 자본주의적 산업경제구조와 양육강식의 사회진화론 확장, 국민국가의 형성과 민주주의 제도 도입등 4가지 특징으로 총괄했었다. 다산 정약용에서 장공 김재준에 이르기 까지,  8명이 살았던 시대와 환경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반복되는 음악의 주악상(leit-motif)처럼 서로 통하는 가치지향성이 있음을 발견하며 결론으로서 서구적 근대화 이념이나 특징들과 비교하여 한국민 근대화의 주악상 특징을 다음같이 4가지로서 정리한다.

(1)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주장하되 ‘창없는 단자’같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적 인간관
 서구적 근대화의 기초석은 사유행위의 주체로서, 세계의 중심으로서 인간개인의 주체적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서구근대성의 인간주체성 자각은 위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근대성의 개인적 주체성 자각은 점점 단자론적-개인적인 유아론(唯我論)으로 경도되어갔고 마침네 자폐증 환자같은 극단적 개인주의 인생관을 현대인에게 각인시켰다. 서구적 근대성 이념에 의하면 ‘사회’란 독립된 개인들의 주체적 ‘계약’ 결과물에 불과했다. 소위 사회계약설이 그것이다.
 이러한 서구적 근대철학 기초석인 ‘개인’으로서 인간이해와 비교할 때, 한국인들의 근대화과정에서 보여준 인간이해는 사뭇다르다. ‘전체’에 몰입되어 개인이 망실되는 것도 아니고, 공동체에 앞서서 선험적으로 독존 가능한 개인성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더불어 있음의 존재’요, 인간성이란 사회성을 자신의 다른 얼굴로 이해하는 ‘공인간성’(co-humanity)으로 파악한다.  공자의 가르침을 일이관지하는 것은 타자의 희비애락을 공감하고 응답하는 인간의 능력인 ‘서’(恕)라고 했다. 불교적 연기설에 기초한 보살행(菩薩行)은 불자들의  ’윤리적 당위성‘이 아니고 ’존재론적 당위성‘인 것이다. 기독교 창조설화에서 ’신의 모상‘(Imago Dei)으로서 인간성은 아담개인이 아니라 <아담과 이브>라는 공인간성(Mit-menschlichkeit)인 것이다(칼 바르트).

 틸리히의 존재론적 지론에 의한다면 인간생명체의 첫번째 운동인 ‘자기통전’(self-integration)은 ‘개체화와 참여’(individualization and particiation)라는 양극적 요소의 통전과정이라는 주장에 한국인의 근대화 인간관은 더 가까운 것이다. 한국인이 지향하는 삶의 양태는 개인절대주의도 아니고 집단주의도 아니다. “씨를 맺자는 것이 숲이요, 숲을 이루자는 것이 씨‘(함석헌)라고 은유한다.  복지정책으로 말하면 ’보편적 복지론‘이 옳은 것이다. 더 크게보면 “생명은 하나”인 <온 생명>이고(장회익), 만물동체라는 것이다.  

(2) 서구적 근대화 핵심인 합리화과정을 ‘우주-신-인간적 영성’(cosmos-theos-anthropos spirituality) 안에서 인정함.
 우리는 서구 근대화 과정의 둘째특징으로서 삶의 전영역의 “합리화”(막스 베버) 과정으로 파악했다. 삶의 전영역의 합리화라는 이념은 서구 유럽문명이 계몽주의적 이성주의가 낳은 귀중한 결실물이이다. 그러나, 서구적 근대성개념의 핵심인 ‘합리화’는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에 기초를 둔 ‘도구적-기술적 이성’(instrumental-technical reason)개념으로 축소되어 갔으며,  결과적으로 ‘탈종교화’를 부추기고 인간적 삶을 ‘세속화’시켜갔다. 그 결과 근대사회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 미적 감득력, 초월적인 것의 현존체험등에 장님이 되어갔고 ‘영적치매’ 현상을 가속화 시켰다, 세계는 점점 상업거래의 ‘시장터’가 아니면 무용담을 자랑하는 ‘사냥터나 전쟁터’로 인식되어 갔다.

 한국 근대화과정에서 선각자들이 받은 충격은 서구의 기계기술을 생산해낸 문명이 보이는 야만성, 일차원적 세계관, 대자연을 약탈하고 ‘궁극적 실재’를 살해한 무신론적 실재관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토착적 근대사상가들은 그러한 세계관을 거부하였다. 타성에 젖은 굳어진 기성종교에 대하여 비판적이지만,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우주-인-인간적 영성’의 담지자로 본다. 우주로 표현되는 대자연, 신으로 표현된 긍극적 실재, 하늘과 땅을  통섭하는 인간의 자의식,  그 세가지는 서로 분리되거나 혼동되거나 흡수당하지 않고 상호침투되고 내주하고 순환구조 속에 있다는 깨들음이다. 그 결과, 한국적 근대화론자는 모두 ‘생활의 성화’를 주창하였다.

 도구적 기술이성은 훈련받고 기술을 습득하기만 하면 뒤쳐진 근대적 합리화를 보강할 수 있다. 한국의 정보화 기술이나 의료시술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철학은 서구적 근대성의 합리화와 동아시아적 ‘우주-신-인론적 영성’과의 상호경청 및 보완에서만 가능하다.

(3) 우상화된 국가주의를 비신격화 시키고, 민주체적 <생명, 정의, 평화>를 실현하려는  <살림의 정치>  
 서구적 근대화는 근대 국가주의를 결실로 맺었다. 근대화에 앞서서 성공한 나라들과 아시아에서 일본은 근대 국가주의의 부국강병정책을 기본정치철학으로 내세웠다.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로서 기능을 본래목적으로 생각했지만, 인간의 권력지향적 성향과 국제관계의 경쟁은 국가의 기능과 존재 이유를 점점 강화해갔다. 마침네 본말이 전도되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국가의 번영과 존립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가치전도가 일어났다. 국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침략전쟁에 몰아넣고, 국가안보와 안전을 빌미로하여 온갖 독재권력장치와 생명살해를 당연시하는 반인륜적 행위가 자행되었다.

 한국의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제도도입 이전부터 <생명, 정의, 평화>를 담보하는 민주체적 정치의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동학농민전쟁, 3.1만세 운동, 4.19 학생혁명, 6.10 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항쟁, 2016년 시민촛불명예혁명을 관통하는 정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로움과 공공성을 상실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적  저항이며, 생사여탈권을 쥔 것 처럼 자신을 절대화하는 국가권력의 우상화에 대한 목숨내건 투쟁이었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생명을 보호하고 살리는데 있으며, 정의를 지키고 불의가 생명을 상해하거나 살육하지 못하게 하는데 있으며, 인간이기심의 정글왕국을 상호견제와 감시를 통해 가급적 인간다운 평등과 평화공동체를 만들자는데 있다. 그런데, 정치권력과 경제권력과 문화권력은 언제나 야합하여 자기를 은폐하고 국가의 주인인 민(民)을 억압하고 비인간화시킨다.

 한국적 근대화 선각자들은 이 모순을 직시하고 ‘역사와 나라의 최종 주권자는 민(民)’임을 천명했고 투쟁했다. 200년간 달려온 거대한 한국적 근대화의 정치철학이 하나의 큰 매듭을 맺은 것이 2016년 시민촛불혁명이다.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민주주의라고 명분을 내건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의  정치단계를 넘어서, 이제 국민에 의한 (of the people) 정치라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행동에 옮긴 사건이었던 것이다.    

(4) 인간중심주의적인 기존 휴메니즘을 넘어선 생태윤리적인 네오휴메니즘을 지향함

 마지막으로 한국적인 주체적  근대화과정을 관통하는 주악상으로서 생태윤리적(ecological ethics)인 네오휴메니즘(neo-humanism)을 그 특징으로 듣게된다. 지구상 인류들에게 자연과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문제가 지구적 담론으로 등장한 해는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가 출판된 1970년대 초엽이었다.  그런점을 생각하면 한국적 근대화 선구자들이 이구동성 인간중심만의 휴메니즘을 넘어서 생태학적 윤리의식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근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통찰은 놀라운 일이다. 수운과 해월의 ‘삼경사상’ 뿐 아니라 다산, 혜강, 소태산, 만해, 신천, 장공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경제구조적 순환체계 안에서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말을 듣던 때가 먼 과거가 아니다. 그러나, 기후붕괴의 현실을 피부로 해마다 감지하고, 조류독감이나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인간은  생태윤리적인 네오휴메니즘을 다시 진지하게 되새김해야할 때가 도래했다. 자연자원의 무한개발과 생태계파괴를 조장했던 근대적 휴메니즘의 한계가 드러난지 오래이다.  새로운 실재관, 새로운 생명철학,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 요청되는 우리시대에, 한국의 근대화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추동해왔던 선각자들의 사상과 삶에 존경을 표하며, 그들의 사상과 삶을 현대에 맞도록 계승발전시키는 과제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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