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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에피쿠로스의 사회사상 (사상사개설/사회문화연구소)

사모스섬에 사는 아테네인의 아들로 태어난 에피쿠로스(Epikuros ; 기원전 341~270)는 처음에는 소아시아의 미틸레네에 학교를 개설했으나 기원전 306년 아테네로 옮기고 친구의 유산인 저택을 학원으로 개조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다소 수정한 유물론적 세계관을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의 궁극적인 구성요인은 무한의 연장을 가진 공허한 공간과 무한수의 원자라는 것이다.

원자는 나눌 수 없으며 여러 가지 형태와 크기, 무게를 가지며 직선적인 낙하운동을 하지만 그때 수직방향으로부터 옆으로 빗나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원자의 복합체가 발생된다. 모든 물체는 이러한 방법으로 발생하는 다수 원자의 복합체이고 인간의 정신은 원자에 의해 형성되는 정밀한 물체이지만 그것은 신체의 전부에 산재해 있고 신체가 없어지는 동시에 함께 소멸된다. 영혼불멸의 신앙은 한없는 욕구에 근거한 것이며, 현인은 이 지상에서의 생존으로 만족해 한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자기 자신만을 위해 추구되어야 하고 또 기피해야 할 것은 쾌락과 고통뿐이다.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유일한 선을 행복으로 보았고 그것을 쾌락과 동일시하였다. 각 개인은 자신의 내적 본성의 법칙에 의해 행복을 얻는 데 힘써야 하며, 마찬가지로 고통을 피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그러나 선악이란 그 자신을 위해 추구 또는 기피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실천의 기본원칙은 쾌락의 획득 및 고통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다.

쾌락을 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것은 모든 동물의 공통된 본능이지만 이성을 갖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같이 눈앞의 쾌락을 구하고 눈앞의 고통으로부터 피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과거 및 미래의 사물마저도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어서 장기간에 걸친 쾌락 및 고통을 고려한 후에 선악을 판단하고 이것에 의해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 도덕은 인간의 전 인생의 행복을 목표로 하여 이성으로 일상생활을 조정함으로써 성립될 수 있는 것이지만, 고통이 따르는 쾌락은 진실한 쾌락이 아니며 고통이 따르지 않는 쾌락만이 진실한 쾌락이다. 따라서 모든 불안이나 동요로부터 초월한 평정한 마음의 상태(ataraxia)야 말로 최상의 쾌락이고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

이와 같은 쾌락주의의 윤리를 주장한 에피쿠로스는 당연히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소극적인 방법으로 사회생활의 의미를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쾌락의 획득 또는 고통의 회피를 위해 유익할 때만 비로소 사회적 활동 및 사회적 제도는 의의를 갖게 된다. 각자에게 있어서 유일한 실천적 목표인 행복의 향유는 각자가 타인의 침해로부터 생활의 안정을 방해받지 않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하는데, 타인의 침해를 방지하는 최상의 수단은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서로 타인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계약하고 이 계약에 따라 법률이 제정된다. 국가의 목적도 역시 인민의 생활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에 있지만 국가가 그 이상의 존재의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공공적ㆍ정치적 생활에의 참가는 평정한 생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가능한 한 이것을 멀리하는 것이 현인이 취할 태도인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했지만, 재산의 양의 증대는 결코 진실한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욕망의 제한만이 진실한 부의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장려했다. 다만 키니크 학파나 스토아 학파와 같이 금욕주의를 고취한 것뿐만 아니라 후기의 에피쿠로스 학파의 제자 중에는 비속한 쾌락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도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