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 복잡계 과학과 비선형 인과
Ⅱ. 인과의 두 방식 - 선형 인과와 비선형 인과
Ⅲ. 비선형 인과와 관계의 문제 - 연기와 비선형성
Ⅳ. 비선형 인과와 실체의 문제 - 공성과 비선형성
Ⅴ. 비선형 인과와 수행의 문제 - 뇌가소성과 명상
Ⅵ. 맺는 말 - 과학 시대의 불교
<한글요약>
실체론에서 관계론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현대 과학의 대표인 시스템 이론과 복잡
계 과학에서 관계론은 인과 관계의 비선형성으로 특징지어진다. 비선형 인과란 원인이
결과를 향해 일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선형 인과에 대한 거부로서, 결과가 다시 자
신의 원인에게 영향을 주어 그 원인을 재구조화한다는 인과의 양방향성을 가리킨다.
그런데 기존의 대다수 학문에서 인과율은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친
다는 선형 인과로 인식되어왔다. 고대의 이데아론과 중세의 창조론과 근대의 기계론은
모두 인과가 선형적으로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향으로만 간다고 본다는 점에서 공통되
는데, 이런 선형 인과는 그 일방향성으로 인해 사물과 인간을 위계화하고 도구화하는 데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복잡계 과학에선 이런 인과의 일방향성을
거부하고, 결과도 원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양방향성의 비선형 인과를 주장한다.
복잡계 과학에서 나타나는 비선형 인과의 방식은 불교 교학의 핵심 개념인 연기와 공
에서도 발견된다. 무명과 행, 행과 식, 식과 명색 등 십이연기의 각 관계 항목들에서 결과
가 거꾸로 원인에게 그 영향을 피드백하는 비선형적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원인과 결
과 사이의 비선형적 상호의존성은 인과의 성격이 비실체적 공성임을 함축하고, 이런 인
과의 공성은 인선과후(因先果後)의 선형성뿐만 아니라 과선인후(果先因後)의 비선형
성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인선과후의 선형성과 과선인후의 비선형성 간의 중도적 균형은 정신과 물질,
몸과 마음 혹은 뇌와 마음의 관계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준다. 이런 시각은 뇌가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하지만, 마음이 변화하면 뇌 역시도 변화한다는 뇌 가소성에서 분
명하게 드러난다. 마음의 변화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비선형적 가소성을 가장 잘 보
여주는 것이 불교의 명상 수행인데, 명상을 통한 마음의 변화는 뇌파의 변화와 아울러
뇌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주제어 : 선형 인과, 비선형 인과, 피드백, 십이연기, 자성, 공성, 뇌 가소성, 명상.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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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 복잡계 과학과 비선형 인과
서구적 학문의 역사는 이른바 만학의 여왕이라 불리웠던 철학(philosophia)의 분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세에는 철학에서 신학이 떨어져 나왔으며, 근대에는 천문
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이 자연철학에서 분화 독립하였고, 사회학과 심리학은 사회철
학과 인식론에서 벗어나 과학적 학문임을 표방하게 되었다. 이렇게 분화 독립한 여러 학
문 중에서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고
전 물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혁명적 세계관을 제시하였다.
토마스 쿤에 의해 과학혁명이라고도 규정되었던 이런 과학관의 혁신은 사물을 독립
된 실체보다는 상대적 관계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론 중시
의 사고는 베르탈란피(Bertalanffy)가 창시한 시스템 이론에서 강화되었고, 20세기 후반
복잡계 과학의 출현으로 구체화되었다. 시스템 이론과 복잡계 과학에서 관계론은 인과
관계의 비선형성으로 특징지어지는데, 비선형 인과란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선형 인과에 대한 거부로서, 결과가 다시 자신의 원인에게 영향을 주어
그 원인을 재구조화한다는 인과의 양방향성을 가리킨다.
본 논문은 이런 인과의 비선형성이 불교 교학의 근본인 연기와 공성, 그리고 불교 수
행의 기본인 명상 속에서 두루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작성되었다. 특히 심신
관계에서 비선형 인과의 전형적 현상인 뇌의 가소성은 마음의 훈련을 통해 뇌를 변화시
켜 심신을 치유한다는 불교 명상 수행의 타당성을 잘 증명해준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적
으로 진행될 경우, 복잡계 과학의 핵심인 비선형 인과가 불교의 이론과 실천 양면에 모
두 적용될 수 있음이 밝혀짐으로써, 불교가 현대 과학과도 상당 부분 양립하여 서로 소
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될 것이다.
Ⅱ. 인과의 두 방식 - 선형 인과와 비선형 인과
세상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러나 그냥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나 패턴을 가
지고 변화한다. 이런 패턴을 좀 더 정형화한 것이 세상의 이치 혹은 자연의 법칙인데, 이
런 이법의 대표적인 것이 인과율이다. 인과율(causality)이란 어떤 현상이 그 어떤 현상
으로부터 일어났다고 할 경우, 두 현상을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묶는 것을 말한다.
인과율을 둘러싼 종래의 철학적 논의에서 문제가 된 것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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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격이 개연적인가 필연적인가 하는 논쟁이었다. 흄(Hume)은 어떤 유사한 상태가
다른 어떤 유사한 상태와 연결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인간이 다음에도 똑 같이 그
럴 것이라는 제일성(齊一性, uniformity)의 심리에 따라 연결된 것이 인과율이므로, 원
인과 결과 사이에는 필연성(necessity)이 아니라 개연성(probability)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1) 그러나 이렇게 인과 관계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는 개연적인 것일 뿐이라
면 자연에서 필연적 법칙성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칸트(Kant)는 흄처럼 인과 관계
를 경험의 반복으로 설명하지 않고, 경험 이전의 선험적인 것(a priori)으로 이해한다. 이
경우 인과율은 인간 지성이 지닌 선험적 범주(Kategorie) 형식이 된다.2)
흄과 칸트 간의 논쟁이 인과 관계의 성격을 경험적 개연성과 선험적 필연성 간의 대
립으로 보는 것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적으로 영향이 미친다는
생각이다. 현대의 복잡계 과학에선 이런 인과의 일방향성을 거부하고, 결과도 원인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양방향성을 주장한다. 전자의 ‘일방향적 인과’(unilateral causality)
가 선형 인과라면, 후자의 ‘양방향적 인과’(bilateral causality)는 비선형 인과이다.
1. 일방향적 선형 인과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경험적 반복이던 선험적 형식이던, 종래의 인과 관계는 원인에
서 결과로 영향을 주기만 할 뿐 그 결과가 거꾸로 원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는 점에서 일방향적(unilateral)이고, 원인에서 결과로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직선적으
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선형적(linear)이다. 그리고 이처럼 원인에서 결과로만 일방적
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복잡하게 환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단순한(simple)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런 선형 인과는 일방향적이라는 점에서 원인은 결과에 대해 그 영향력의 총화로서
가치론적 우월성 내지는 종교적 초월성을 갖게 되고, 단순하다는 점에서는 결과에 대한
예측과 처리가 용이하다는 기계론적 효용성을 가지게 된다. 원인의 초월성은 최고의 원
인으로서 창조신의 유일성으로 비약할 수 있고, 결과를 향한 효용성은 초기 조건을 알면
최종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결정론적 낙관론으로 침잠할 수도 있다. 전자가 중세
의 기독교 창조론을 암시한다면, 후자는 근대 과학의 기계론을 상징한다. 그런데 선형
1) D. Hume, A Treatise of Human Natur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0), vol. I, Of The
Understanding, p. 90 참고.
2)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B 234.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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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가 지닌 이런 효과는 고대 철학에서도 나타난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 개념인 이데아(idea)란 한 사물의 외관을 바로 그런 것으로 규정
해 주는 본모양이라는 뜻에서의 형상(eidos), 혹은 한 사물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닮고자 하는 모범적인 본(本, paradeigma)을 의미한다. 자연의 모든 사물들은 자신의 본
질인 이런 이데아를 나누어 갖거나(metaschesis, 分有) 본받음(mimesis, 模寫)으로써 성
립한다.3) 그런데 이렇게 모사와 분유의 방식을 취하는 이상, 자연의 사물이 현재 지닌
것들은 이데아라는 원본 속에 이미 있던 것을 본 떠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선행
하는 원인 속에 이미 가졌던 것이 유출되는 방식이고, 근본적이고 초월적 원인인 이데아
가 모사된 결과인 사물에게 강력한 영향을 일방향적으로 미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 기독교의 창조론에서는 모든 것을 산출하는 신이 능산적 자연(能産的 自然,
natura naturans)이라면, 그에 의해 산출되는 자연은 소산적 자연(所産的 自然, natura
naturata)이고, 특히 인간은 최고의 원인으로서 조물주가 자신의 ‘신의 형상’(imago Dei)
대로 만든 것이 된다. 이런 창조론 역시 초월적이고 충만한 최고 원인이 자신의 소산적
결과인 자연과 인간을 향해 일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근대 과학에서는 최고 원인의 초월성에서 오는 신비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수량화된
역학 관계를 놓기 위해 기계론(mechanism)을 주장한다. 기계론에서는 기계가 부품의
집합이듯이 전체는 부분의 집합이고, 세계에는 미립자화된 최소 부분들 간의 기계적인
역학 관계만 남는다고 한다. 이런 각 부분들 간의 기계적 연쇄 속에서 원인과 결과는 마
치 도미노 게임처럼 원인에서 결과로 밀려 내려가고, 그렇기 때문에 초기 조건을 알면
최종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결정론적 낙관론이 일어나게 된다.
고대의 이데아론과 중세의 창조론과 근대의 기계론은 모두 인과가 선형적으로 원인
에서 결과로 일방향으로만 간다고 본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런데 원본으로서 원인인
이데아가 복사본으로서 결과인 사물에 대해서 그 완전함의 강도가 훨씬 세고, 창조주로
서 원인인 신이 피조물로서 결과인 자연이나 인간에 대해서 그 충만함의 정도가 비할 바
없이 높기 때문에, 원인[이데아, 신]과 결과[사물, 피조물]는 완전성과 충만성의 차이로
인해 위계화된다. 결국 인과의 선형적 일방향성은 인과 관계를 위계질서화한다. 더욱이
인과의 선형적 연쇄를 통해 기계적으로 정량화된 법칙을 가지고 설명을 단순화함으로
써 결과의 예측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그 예측가능성의 증대를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통제를 더욱 더 원활하게 해 준다. 인과의 기계적 일방향성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도구
3) 이데아와 모사물의 관계를 가지(可知)의 예지계와 가시(可視)의 감성계로 구분하는 것에 관
해서는 Platon, Politeia, 507b-c, 509d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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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이용성을 증폭시켜 주는 것이다. 선형 인과는 그 일방향성으로 인해 사물과 인간을
위계화하고 도구화하는 데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 양방향적 비선형 인과
선형 인과가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비선형 인과는
원인과 결과가 양방향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비선형 인과 역시 인과율이
므로 여기에서도 원인에서 결과로의 영향은 당연히 인정되지만, 그 결과가 다시 자신의
원인에게 영향을 주어 그 원인을 재구조화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런 인과는 비선형적
(non-linear)이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비선형 인과
는 상호적(mutual)이고, 결과가 다시 원인에 되먹임(feedback)되는 과정이 복잡하게 전
개되므로 비선형 인과를 복잡한(complex) 체계라 한다.
따라서 여기서 ‘복잡하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 되먹이는 식으로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하는 것을 뜻하므로, 복잡한 체계, 즉 복잡계(complex system)란 실타래가 과도
하게 겹쳐져 뒤얽혀 있는 것처럼 전혀 ‘질서 없는 무질서’로서의 ‘복잡한’(complicated)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날줄과 씨줄이 섞여 직물을 이루듯이 나름대로의 ‘질서있
는 무질서’로서의 ‘복잡한’(complex) 것을 가리킨다.4) 그러므로 복잡계란 일종의 ‘혼돈
으로부터의 질서’(order out of chaos)가 구축된 것을 말하고,5) 더 나아가 혼돈과 질서가
무한히 되먹이며 반복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혼돈과 질서의 피드백적인 복잡성은 엔트로피의 이중적 활동에서 잘 드러
난다.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복잡계란 원인과 결과가 계속 비선형적으로 피드백하면
서 에너지와 정보의 교환과 처리를 통해 총체적 네트워크로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이런 피드백은 엔트로피와 관련해 두 가지로 작동한다. 여기서 엔트로피(entropy)란
무질서의 정도나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한다. 먼저 네거티브 피드백
(negative feedback, 陰의 되먹임)은 엔트로피라는 무질서 정도에 대한 저항이나 감소이
니, 조직체를 형성해 질서화 함으로써 자기를 유지하는 것을 가리키고, 변화에 저항해
연속성을 보존하는 것을 함의한다. 그리고 포지티브 피드백(positive feedback, 陽의 되
4) 복잡함이라는 단어의 이의성에 대해서는 윤영수 ․ 채승병, ?복잡계개론?(서울: 삼성경제연구
소, 2006), p.19 참고.
5) 일리야 프리고진 ․ 이사벨 스텐저스, 유기풍 역, ?혼돈 속의 질서?(서울: 민음사, 1990), p.36 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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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임)은 엔트로피라는 무질서 정도에 대한 수용이나 증가이니, 조직체가 해체되어 질서
가 붕괴됨으로써 기존 질서나 패러다임이 창발적으로 급변하는 것을 가리키고, 변화를
받아들여 불연속성을 가중시키는 것을 함축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이라는 급격한 변화와 해체를 향해 가므로, 생명체의 필연적
인 숙명은 엔트로피의 증가로서 포지티브 피드백의 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모든 생명체는 엔트로피를 감소시켜 자기를 유지 보존하려는 네거티브 피드백의
길을 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를 제대로 유지 보존하려면 자기를 조직화해야 한
다. 단순히 자기의 현 상태를 고수하는 것을 넘어서 변화에 맞게 자신을 체계화하는 것
인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안정화
를 도모하지만, 점증하는 변화에 대응하여 포지티브 피드백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해체
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내며, 그리고 다시 네거티브 피드백을 통해 그렇게 성립된 질
서를 유지해 안정화를 시도한다. 결국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모든 생명체는 네거티
브 피드백과 포지티브 피드백의 쉼 없는 반복이고, 피드백의 피드백, 즉 원인과 결과의
양방향적 비선형 순환의 계속이다. 생명의 과정이란 이런 비선형 인과의 순환과 반복 과
정을 통해 창발적 질서와 복잡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명을 이렇게 피드백의 피드백으로서 양방향적 비선형 인과의 반복으로 이해하는
것은 근대의 기계론적 환원주의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기계론에서는 기계가 부품의
집합이듯 자연은 미립자적 부분들의 집합이며, 자연 세계에는 이런 최소 부분들 간의 기
계적인 역학 관계만 남고, 각 부분들 간의 이런 기계적 연쇄 속에서 원인과 결과는 도미
노 게임처럼 선형적으로 밀려간다. 이처럼 근대의 기계론은 ‘전체는 부분들의 합이다’
는 전제 하에서, 부분들 간의 일방향적 선형 인과의 연쇄를 주장한다.
이럴 경우 물체는 원자의 집합이고, 세포는 분자의 집합이며, 생물은 세포의 집합이
되어, 전체[물체, 세포, 생물]는 부분[원자, 분자, 세포]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비선형 복
잡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생명 시스템은 부분적 요소들로 환원될 수 없는 비누적적 전체
로서, 기계론적 환원주의로 접근할 수 없는 전일론(全一論)적 통합체, 즉 부분이자 동시
에 전체인 홀론(holon)6) 같은 것이 된다. 이는 일종의 포지티브 피드백인 창발 현상에서
잘 나타난다. 창발(創發, emergence)이란 하위 차원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 상위 차
원에서 돌발적으로 새롭게 출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단백질과 세포, 신경세포와
뇌, 개별 생물과 생태계 사이의 관계에서 확인되는데, 상위 차원[세포, 뇌, 생태계]은 하
위 차원[단백질, 신경세포, 개별 생물]을 구성하는 부분적 요소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6) Koestler, Ghost in the Machine (London: Hutchinson, 1967), 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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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통합체를 이루고 있다.7) 생명체의 이런 창발 현상은 전체는 단순히 부분들의
집합이 아니라, ‘전체는 부분들의 합 이상이다’는 것을 함축하고,8)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전체와 부분 혹은 부분과 부분 사이의 관계가 양방향의 비선형 인과로 이루어지기 때문
이다.
Ⅲ. 비선형 인과와 관계의 문제 - 연기와 비선형성
전체와 부분, 원인과 결과 등이 비선형적이라는 점은 이른바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
는 방식을 달리하게 만들어 준다. 실체들 간의 일방향적 위계성을 강조하는 선형적 사고
에서는 먼저 어떤 실체가 있고 그 다음에 그들 실체 사이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
다. 이럴 경우 ‘관계’란 선행하는 실체와 실체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선험적 범주
(apriori Kategorie) 혹은 ‘지성의 순수 개념’9)으로서, 실체의 독립성과 위계성을 전제하
는 또 다른 표현이 된다. 그러나 양방향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비선형적 사고에서는 먼저
다중적인 ‘관계’의 네트워크가 있고 함수상의 위치에 따라 그때그때의 사건들이 실체들
처럼 보여지게 될 뿐이라고 이해한다. 이럴 경우 ‘관계’란 오히려 실체나 물체에 선행하
는 사실 그 자체이고, 실상은 관계의 관계라는 피드백적인 반복일 뿐이며, 우리가 사물
이라 부르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이런 다중적인 조건들의 그물망 속에서 명멸하는 잠정
적 사건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관계’를 실체들의 독립성이 아닌 사건들이나 조건들의 상호의존성으로 이해
하는 것이 불교의 연기(緣起)이다. 연기(pratītyasamutpāda)란 ‘여러 조건들(pratītya)에
의해 함께(sam) 일어남(utpāda)’이라는 뜻으로서, 모든 것들은 수많은 조건들이 상호 작
용하여 발생 소멸한다는 일체법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가리킨다. 이런 연기
에 대한 가장 정형화된 공식은 “저것이 있을 때 이것이 있게 되고, 저것이 일어남으로 해
서 이것이 일어난다. 저것이 없을 때 이것이 없게 되고, 저것이 소멸함으로 해서 이것이
소멸한다”10)라고 표현된다. 여기서 ‘저것’이라는 원인과 ‘이것’이라는 결과는 현전과
동시에 부재로, 혹은 발생과 동시에 소멸로 표현됨으로써 인과 관계를 실체적 고정성이
7) 김종욱, 「복잡계로서 생태계와 법계」, ?철학사상? 41호(서울: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2011),
p.22.
8) 최종덕, ?부분의 합은 전체인가?(서울: 소나무, 1995), p.41 참고.
9)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B 234.
10) MN. Ⅰ, p.262, SN. Ⅱ, p.28.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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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비실체적 유연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비실체적 유연성은 원인과 결과를 선
형성만이 아닌 비선형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처럼 인과를 선형성과 비선형성의 이중적 복합태로 파악하는 것은 초기불교의 십
이연기에서 잘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해된 십이연기는 무명(無明) 행(行) 식(識) 명색
(名色) 육입(六入)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유(有) 생(生) 노사(老死) 등의 인과 계열
로 내려가는 선형적 방식이다. 이럴 경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서술된다.
무지(無明)에 의존하여 성향들이 일어나고, 성향들(行)에 의존하여 의식이 일어나며,
의식(識)에 의존하여 심리적 물리적 대상이 일어나고, 심리적 물리적 대상(名色)에 의존하
여 여섯 가지의 감각이 일어나며, 여섯 가지의 감각(六入)에 의존하여 접촉이 일어나고, 접
촉(觸)에 의존하여 느낌이 일어나며, 느낌(受)에 의존하여 갈망이 일어나고, 갈망(愛)에 의
존하여 취착이 일어나며, 취착(取)에 의존하여 존재의 형성이 일어나고, 존재의 형성(有)
에 의존하여 태어남이 일어나며, 태어남(生)에 의존하여 늙음과 죽음(老死)이 일어난
다.11)
통상적으로는 무명(無明)이 행을 낳는 것이 사실이다. 실상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행(行), 즉 누적된 역사 속에 쌓인 삶의 성향 혹은 그로 인한 맹목적 삶의 의지가 강화되
는 것이고, 그래서 선형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주어진 맹목적 삶의 의지나 여기서 비롯
된 번뇌와 집착이 강화될수록 무지가 더 심화되는 것 역시 사실이고, 이것은 오히려 성
향(行)이나 번뇌(漏)가 무지(無明)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서, 일종의 비선형적 방식이다.
그래서 ?중부경전?에서는12) “무명의 쌓임으로부터 번뇌의 쌓임이 일어난다”고 함과
동시에, “번뇌의 쌓임에 의해 무명의 쌓임이 일어난다”고 했던 것이다.
연기를 이와 같이 비선형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은 십이연기의 두 번째 단계인 행과 식
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행(行)이 식(識)을 낳고, 그래서 그렇게 맹목적인 삶의 의지가
의식이나 인식을 지배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사실이다. 따라서 맹목적 삶의 의지와 그로
인해 작위하는 태도나 능력을 뜻하는 행이 식의 활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13) 그러나 그렇게 해서 인식이 계속 강화되다 보면 그 인식이 저 의지의 맹목성과
11) SN. Ⅱ, pp.16-17, Kaccāyanagotta-sutta.
12) MN. Ⅰ, p.54.
13) 르네 요한슨 저, 허우성 역, ?초기불교의 역동적 심리학?(서울: 경희대출판국, 2008), p.21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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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성을 더욱 강화시켜 버리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괴로움 발생의 근본적
원인 중의 하나인 행이 자신의 결과인 식에 의해 거꾸로 영향을 받는 것처럼 이렇게 인
과가 역전되는 것은 십이연기 계열의 여덟 번째 조건인 갈애(愛)에서도 일어난다. ?상
응부경전?에서는14) “행이 갈애에 의해 연생된다”고 하는데, 이는 맹목적이고 작위적인
의지가 인간의 갈망과 애착에 의해 증장됨을 말한다. 이처럼 행은 식을 비롯한 나머지
조건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극받고 강화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원인과 결과 사이의 비
선형적 상호 작용을 함축한다. 그리고 이렇게 거꾸로 결과가 원인에게 그 영향을 피드백
하는 현상은 십이지의 나머지 조건들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는 십이연
기가 선형 인과와 비선형 인과의 이중적 복합태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Ⅳ. 비선형 인과와 실체의 문제 - 공성과 비선형성
연기가 원인과 결과 사이의 비선형적 상호의존성이라는 것은 연기를 이루는 제반 조
건들이 비실체적임을 함의한다. 각 조건들이 고정 불변의 실체적인 것이라면, 상호 의
존함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관불교에서는 이렇게 연기에 담긴 비실
체성을 공(空)이라고 표현한다. 설일체유부가 ‘비록 연기하지만, 요소들은 실재하고, 그
래서 자성은 존재한다’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주장을 편데 반해, 중관학파는 ‘바로
연기하므로, 요소들은 실재하지 않고, 자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공법공(我空法空)
의 반박을 펼쳤다. 이는 연기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이상, 실체적 자성은 용인할 수 없다
는 입장이다.
모든 것은 여러 요소들이 화합하여 연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요소들 자체는
독자적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고 여긴 설일체유부 논사들은 일체 존재의 궁극적 요소들
로 75종의 다르마(dharma, 法)들을 상정한 후, 이것들로 형성된 현상의 활동은 연기적
으로 생성 소멸하지만, 그 궁극의 본체인 다르마적 요소들은 계속해서 존재한다고 생각
했다. 이처럼 현상적으로는 찰나멸(刹那滅)이지만, 본체적으로는 삼세실유(三世實有)
로서 항상 존재한다(恒有)고 여겨지는 이면의 기체(基體)가 바로 자성(svabhāva, 自性)
이다.15) 자성은 ‘스스로 있음’(sva-bhāva)이라는 면에서는 자기만의 존재방식을 지니고
14) SN. Ⅲ, p.96.
15) D. Kalupahana, Causality: The Central Philosophy of Buddhism (Hawaii: University Press of
Hawaii, 1975), p. 75 참고.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95
- 295 -
있는 것, 즉 ‘자기 존재’를 가리키고, ‘언제나 있음’(sarvada-bhāva)이라는 면에서는 삼
세의 매 찰나마다 실재하는 것, 즉 ‘지속 존재’를 가리킨다. 이런 ‘자기 존재’는 독립적
개체로서 제1 실체와 유사하고, ‘지속 존재’는 보편적 본질로서 제2 실체와 유사하기 때
문에, 자성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안한 실체(ousia, substance)16) 개념과 거의 동일
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관학파의 용수가 보기에 이런 식의 자성 개념에서 ‘자기 존재’는 고립성을
뜻하고 ‘지속 존재’는 고정성을 뜻할 뿐이어서, 자성이란 한 마디로 연기하지 않는 것,
즉 상호 의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는 “자성이란 한정된 것이 아닌 것을 이
름하며,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이다”,17) “자성을 가진 것은 다른 것에
의존하여 생긴 것(연기한 것)이 아닌 것이며, 원인을 갖지 않는 것이고 영원한 것이
다”18)라고 말한다. 이처럼 자성의 존재는 곧 연기의 부정을 의미하므로, “만일 네가 모
든 존재를 자성을 가지고 실재하는 것으로 본다면, 너는 그 모든 존재를 인연 없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19)고 판정한다. 결국 연기인 이상 자성은 없고, 다시 말해 자성은 비
어 있어 공한 것이기에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여러 인연에 따라 났다면, 이는 곧 자성이 없음이고, 자성이 없음은 곧 공인 것이다”.20)
“아직까지 어떠한 존재도 인연에 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은 없으므로, 모든 존재가 공하
지 않은 것이 없다.”21)
“연기한 것을 공이라 한다. 왜냐하면 연기한 것에는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22)
연기가 곧 무자성의 공이니, 공이라는 말의 의미, 즉 공의(空義, śūnyatārtha)가 바로
연기이고, 연기하는 일체법의 실상은 공성(空性, śūnyatā)이 된다.23)
그런데 일체법의 실상이 공성이라면, 인과 관계도 공한 것이고, 원인과 결과도 비실
16) Aristoteles, Metaphysica, 1028a, 1030a.
17) 龍樹, ?中論?, 제15품, 제2게.
18) 龍樹, ?廻諍論?, 제55송, K. Bhattacharya, The Dialectical Method of Nagarjuna (India:
Motilal Banarsidass, 1978), p. 37.
19) 龍樹, ?中論?, 제24품, 제16게.
20) 龍樹, ?十二門論?(?大正藏? 30, p.166下).
21) 龍樹, ?中論?, 제24품, 제19게.
22) 龍樹, ?廻諍論?, 제22송, K. Bhattacharya, op. cit., p. 17.
23) 龍樹, ?中論?, 제24품, 제7게.
296 佛敎學報 第77輯
- 296 -
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인과의 공성으로 인한 원인과 결과의 비실체성은 인과를 선형성
만이 아닌 비선형성으로도 해석할 여지를 남겨준다. 용수는 우선 “어떤 것이건 어디에
서건 원인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24)고 하여, 무인(無因, ahetu)의 우연을 부정하고
인과율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런 인과율이 기본적으로 원인에서 결과가 나오는 선형성
을 지님을 용인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있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찌하여
그런가? 모든 사물은 먼저 원인이 있고 뒤에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25)고 하여, 인선과후
(因先果後)라는 선형 인과를 일단 받아들인다.
그러나 원인이 앞서고 언제나 결과가 그 뒤에 온다는 발상은 원인과 결과를 고정된
본질을 지닌 실체로 여긴 것으로서 자성적 분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과에 대한
이런 자성적 분별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결과라고 한 것이 오히려 앞서고 원인이라 여긴
것이 오히려 뒤에 온다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용수는 “이것
들로 말미암아 결과가 발생하기에, 이것들을 일러 연(緣)이라고 하지만, 결과가 아직 발
생하지 않았을 때에는 어찌하여 비연(非緣)이라 하지 않는가? … 중략 … 결과(phala)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연과 비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26)고 주장한다. 여기서 연(緣)은
원문에는 pratyaya으로 되어 있을 뿐, hetu(因)나 karana(因)로 되어 있지는 않지만, 연
(緣)은 인(因)까지 포함한 조건들 일반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 글의 문맥상 연(緣)을
원인으로 보아도 무방하다.27) 그렇다면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연과 비연 역시 존
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과가 먼저 있어야만 원인도 있다는 일종의 과선인후(果先因
後)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선형 인과의 관점에서 보자면 계열의 발생 순서상으로는 원인이 항상 결과에 앞서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인식 과정상으로는 현재 인과가 문제시되고 있는 하나의 현상, 필
경 나중에 결과라고 이름 붙여질 그 현상을 보고 소급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원인을 찾
아내는 것이니, 결과가 없다면 원인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인식 과정상으로
는 결과가 오히려 원인에 앞설 수도 있기 때문에, 인과에 대한 바른 태도는 인선과후(因
先果後)의 선형성과 과선인후(果先因後)의 비선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다양한 조건들 간의 끝없는 상호 침투(相入)가 벌어지고 있는 이
연기 법계(法界)에서는, 결과로 보여진 사건이 그것의 원인이 되는 사건에 역행적으로
24) 龍樹, ?中論?, 제4품, 제2게.
25) 龍樹, ?十二門論?(?大正藏? 30, p.160上).
26) 龍樹, ?中論?, 제1품, 제5게, 제14게.
27) 실제로 Stcherbatsky는 pratyaya를 cause로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Th. Stcherbatsky, The
Conception of Buddhist Nirvana (Leningrad, 1927), p. 72 참고.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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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자성적으로 고립시킨 채, 원인을 일방향
에서만 선형적으로 추적할 수는 없는 것이다.28) 그러므로 인과를 자성적 실체로 보는
이상, 제반 관계성(緣起)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 용수에게서 인
과의 비선형성은 인과 관계의 비실체적 공성을 논증하는 훌륭한 전거가 된다고 하겠다.
Ⅴ. 비선형 인과와 수행의 문제 - 뇌가소성과 명상
인과 관계의 비실체적 공성을 통해 밝혀지는 인선과후(因先果後)의 선형성과 과선
인후(果先因後)의 비선형성 간의 중도적 균형은 정신과 물질 혹은 몸과 마음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서양 근대철학의 경우 데카르트가
‘생각하는 자’(res cogitans)로서의 인간과 ‘연장(延長)된 것’(res cogitans)으로서의 물질
을 분립시킨 후, 인간과 자연, 마음과 몸, 정신과 물질은 두 실체로 병립되었다. 정신과
물질의 이런 실체적 분리를 칸트는 선험적 주관에 의한 구성주의를 통해 현상과 물자체
의 분리로 해소하였으나, 물자체의 인식 불가능성을 관념론적으로 논박함으로써 헤겔
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절대정신을 통해 확립하였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의 등장
은 정신이나 마음의 현상을 뇌 신경세포들 사이의 전기 화학 반응의 산물로 간주함으로
써 일종의 물질적 환원주의 길을 열어 놓았고, 이로 인해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는 역
전되었다.
정신과 물질 혹은 마음과 몸 사이의 이런 혼전 양상은 이미 양자를 별도의 실체로 간
주했을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 사이
를 실체가 아닌 연기적 관계로 이해한다. 몸과 마음은 오온(五蘊) 상으로는 색(色)과 수
상행식(受想行識)의 관계인데, 초기불교에서는 오온의 각 작용들이 연기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십이연기 중 식(識)과 명색(名色)의 관계에서 보다 분명하
게 드러난다. 명색(名色)이란 일종의 심리적 물리적 대상을 뜻하는데, ?상응부경전?에
서는 “식에 의존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에 의존하여 식이 있다”고 설한 뒤, 이어서 “그것
은 마치 갈대 두 묶음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29) 이것은 의식
이라는 마음 작용에 의해 심리적 대상(名)과 물리적 대상(色)이 구성되지만, 심리적 물
28) J. Macy, Mutual Causality in Buddhism and General Systems Theory (New York: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1), pp. 17-20 참고.
29) SN. Ⅱ, p.114.
298 佛敎學報 第77輯
- 298 -
리적 대상의 의미화가 축적될수록 주체의 구성 작용 역시 강화된다는 뜻으로서, 주체와
객체 혹은 정신과 물질은 두 묶음의 갈대처럼 완전히 서로 의존한다는 말이다. 더욱이
식이 명색이라는 결과를 낳고, 그 명색이 자신의 원인인 식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양방향적 비선형성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식
이 마음을 상징한다면, 색은 색신으로서의 몸을 가리키므로, 식과 색의 관계는 마음과
몸의 상호의존성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몸을 뇌로 치환할 경우, 이런 상호의존성은 뇌와 마음의 관계에서도 성립하는데,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이 바로 뇌의 신경 가소성이다.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에
서 플라스틱(plastic)은 보통 합성수지를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조형적 형성력이 있는’,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하고 예민한’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가소적(可塑的)이란 ‘진
흙을 이겨서 형태를 만드는’이라는 뜻이다. 마치 진흙이 부드럽고 유연해서 원하는 대
로 빚어 형태를 형성할 수 있듯이, 뇌가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스스로의 기능과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을 일러 가소성이라 한다.30) 즉 뇌 가소성이란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재설계할 수 있는 뇌의 능력31), 경험과 훈련에 의해 뉴런들의 구조나 기
능이 변화 강화되는 뇌의 능력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와 같은 뇌 가소성은 유년기나 성
년기뿐만 아니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일생에 걸쳐 나타난다.32)
이런 뇌의 가소성은 뇌가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하지만, 마음이 변화하면 뇌 역시도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뇌의 작용이 원인이 되어 마음의 활동이라는 결과
가 일어나지만, 지속적 훈련을 통한 마음의 변화는 자신을 있게 한 뇌의 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이는 결과가 다시 원인에게 영향을 주어 원인을 재구조화되게 만든다는 비선형
인과를 함축한다. 또한 뇌 가소성은 뇌가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
에서 정신 현상만의 독자적 우위를 내세우는 심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며, 마
음이 변화하면 뇌 역시도 변화한다는 것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물질적 환원주의에 입각
해 뇌 구조의 고정성을 내세우는 물리주의의 덫에도 걸려들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
다면 비선형인과로 이루어지는 뇌의 가소성은 물리주의와 심리주의 사이의 일종의 중
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명상이야말로 마음의 변화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뇌 가소성을 가장 잘 보
30) 안지영 ․ 김종욱, 「불교 명상을 통한 심신치유의 뇌과학적 이해」, ?불교연구? 41집(서울:
한국불교연구원, 2014), p.452 참고.
31) C. L. Shatz, “Dividing up the neocortex,” Science 258 (1992): pp. 237-238.
32) N. P. Azari, and R. J. Seitz, “Brain Plasticity and Recovery from Stroke,” American Scientist 88
(2000): pp. 426-431.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299
- 299 -
여주는 현상인데, 명상을 통한 마음의 변화는 뇌파의 변화와 뇌구조의 변화를 가져온
다. 지속적인 명상의 수행은 깊은 통찰이나 직관적 깨달음에서 나타나는 세타파(Ɵ
wave)를 활성화해 창의적인 생각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시킨다. 또한 명상 수행은
명료한 생각이나 사랑 ․ 공감에서 일어나는 감마파(γ wave)의 발생을 활성화하여 깊은
주의 집중과 자비심의 출현을 유도한다.33) 아울러 명상을 하면 보다 긍정적 정서, 즉 행
복이나 기쁨, 낙천성, 열정 등과 관련된 뇌 부위인 좌측 전전두피질이 강화되어, 긴장과
불안과 우울 등 부정적 정서를 주재하는 뇌 부위인 우측 전전두피질을 압도해 버린
다.34) 그리고 명상이 활성화될 경우, 기억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해마, 연민을 담당하
는 대상회피질,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두정 경계 부위 뇌피질 등에서 신경세포체
가 팽창되며, 흥분이나 긴장과 관련된 교감신경계의 반응성은 낮아지면서 억제나 이완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계는 활성화된다. 더욱이 명상을 할 경우 뇌 속 스트레스 호르몬
인 아드레날린(adrenalin)이나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또는 코티솔(cortisol)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감소하는 대신, 일종의 평화의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과 엔
도르핀(endorphin) 그리고 행복의 감정을 전달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등의 신경전달
물질 분비는 촉진된다.35) 이렇게 세로토닌이 높은 상태로 되면 흥분 긴장 불안 등과 관
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이 제어되어, 통증의 완화와 마음의 안정을 가져
온다. 이처럼 뇌의 비선형적 가소성의 원리는 명상 수행이라는 마음의 훈련을 통해 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Ⅵ. 맺는 말 - 과학 시대의 불교
세상의 이치 혹은 자연의 법칙에서 대표적인 것이 인과율이기 때문에, 철학과 종교와
과학에서는 인과율을 지속적으로 탐구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대다수 학문에서 인과율
은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선형 인과로 인식되어왔다. 고대의 이
데아론과 중세의 창조론과 근대의 기계론은 모두 인과가 선형적으로 원인에서 결과로
일방향으로만 간다고 본다는 점에서 공통되는데, 이런 선형 인과는 그 일방향성으로 인
33) 장현갑, ?뇌를 움직이는 마음의 비밀?(서울: 담앤북스, 2013), p.14 참고.
34) 제임스 오스틴 저, 김성동 역, ?선과 뇌의 향연?(서울: 대숲바람, 2012), p.409 참고.
35) 불교의 명상이 스트레스 치료, 우울증 치료, 강박장애 치료 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안
지영 ․ 김종욱, 앞의 논문, pp.465-471 참고.
300 佛敎學報 第77輯
- 300 -
해 사물과 인간을 위계화하고 도구화하는 데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
의 복잡계 과학에선 이런 인과의 일방향성을 거부하고, 결과도 원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양방향성의 비선형 인과를 주장한다. 그리하여 생명의 과정은 비선형 인과의 순
환과 반복 과정을 통해 창발적 질서와 복잡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복잡계 과학에서 나타나는 비선형 인과의 방식은 불교 교학의 핵심 개념인 연기와 공
에서도 발견된다. 무명과 행, 행과 식, 식과 명색 등 십이연기의 각 관계 항목들에서 결과
가 거꾸로 원인에게 그 영향을 피드백하는 비선형적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원인과 결
과 사이의 비선형적 상호의존성은 인과의 성격이 비실체적 공성임을 함축하고, 이런 인
과의 공성은 인선과후(因先果後)의 선형성뿐만 아니라 과선인후(果先因後)의 비선형
성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인선과후의 선형성과 과선인후의 비선형성 간의 중도
적 균형은 정신과 물질, 몸과 마음 혹은 뇌와 마음의 관계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
준다. 이런 시각은 뇌가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하지만, 마음이 변화하면 뇌 역시도 변화
한다는 뇌 가소성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음의 변화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비선
형적 가소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불교의 명상 수행인데, 명상을 통한 마음의 변화
는 뇌파의 변화와 아울러 뇌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상에서 보듯, 인과의 비선형성은 불교 교학의 근본인 연기와 공성, 그리고 불교 수
행의 기본인 명상 속에서 두루 확인될 수 있는 원리이다. 이는 비선형 인과가 불교의 이
론과 실천 양면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틀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음의 훈련을 통
해 뇌를 변화시켜 심신을 치유하고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이 시대 불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할 때, 이런 뇌 가소성 기반의 수행 역시 비선형 인과가 전제되
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현대 과학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복잡계 과학의 핵심인 비선
형 인과가 불교의 이론과 실천 양면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불교가 현대 과학과
도 상당 부분 양립하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301
- 301 -
<참고문헌>
1.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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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 = Majjhima-nikā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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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樹, ?十二門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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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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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 인과의 불교철학적 이해 303
- 303 -
<Abstracts>
A Buddhist Philosophical Interpretation of Non-linear
Causality
Kim, Jong-Wook
Representative of contemporary science, systems theory and complexity science aim
at the transition from substance theory to relational theory. In complexity science,
relational theory is characterized by the non-linearity of causation. Linear causality holds
that a cause influences an effect unilaterally, while non-linear causality posits that an
effect influences its cause in reverse, and thus restructures the cause. The bilateralness of
cause and effect characterizes non-linear causality.
The majority of the existing sciences have historically supported linear causality. The
idea of theory in ancient philosophy, the doctrine of creation in the Middle Ages, and
mechanical philosophy in the modern era all have the unilateralness of linear causality
as a common denominator. Their unilateralization brought about the hierarchy between
the human and nature, and hence the instrumentalization of nature. However,
contemporary complexity science rejects the unilateralness of linear causality in favor of
the bilateralness of -non-linear causality.
The non-linear causality style of complexity science can be found in pratītyasamutpāda
and śūnyatā, core constructs of Buddhist doctrine.
Avidyā and saṃskāra, saṃskāra and vijñāna, vijñāna and namarūpa, and so on, in
twelve links of dependent origination represent the feedback phenomenon of non-linear
causality. The non-linear interdependence between cause and effect implies the
non-substantial śūnyatā in causality. This śūnya causation admits not only the linearity of
cause first and effect last, but also the non-linearity of effect first and cause last.
The middle way between the linearity of cause coming first and effect last, and the
non-linearity of effect first and cause last provides a well-balanced perspective of the
relation of mind - matter, mind - body, and mind - brain. - This vision comes out in the
304 佛敎學報 第77輯
- 304 -
plasticity of the brain, which can make alterations in its structure and function through
experience and practice, or through thinking and acting by itself. The continuous practice
of meditation activates theta and gamma brain waves; strengthens the left prefrontal lobe,
related to positive feeling; enlarges the hippocampus and orbitofrontal cortex related to
memory and emotion control; activates the 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 related to
inhibitory and relaxant actions.
• Keywords
linear causality, non-linear causality, feedback, twelve links of dependent origination,
śūnyatā, brain plasticity,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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