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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야기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홍태한.전북대

 


Ⅰ. 머리말 Ⅱ. 무속 세계관의 의미 규명과 불교 Ⅲ. 무속의례 뒷전에 보이는
죽음 양상과 불교 Ⅳ. 맺음말

  

[ 요 약 문 ]
이 글은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죽음 형상의 인식을 비교한 글이다.
한국 무속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매우 많다. 무당들은 자신의 개인
신당을 절집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사명대사, 서산대사, 무학대사와 같은 승
려를 신령으로 모신다. 불교 의례로 수륙재가 있지만, 서남해안에서는 무당이
주재하는 수륙재가 진작에 있어 불교와 무속이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음
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감로탱>과 수륙재의 세계관, <바리공주>의 세계관을 살
펴보았다. 주목할 것은 수륙재에 보이는 상중하단의 의미망이 <바리공주>의
세계관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중하단의 관계망을 <바리공주>와 연
결한다면 수륙재의 상단은 바리공주의 천상계와 상통하고, 수륙재의 중단과
하단은 일상세계와 지옥에 대응된다. 바리공주가 서천서역에 가서 약수를 구
해와 부모를 살렸듯이 수륙재에서는 중단의 여러 성중들이 재를 통해 하단의
고혼을 천도하고 있다. 바리공주가 지옥과 서천을 수평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감로탱>의 중단과 하단이 연속적으로 그려진 것과 일치한다.
다음으로 죽음 양상에 대한 인식을 비교했다. 수륙재와 <감로탱>에 나타난
불교식 죽음 형상과 뒷전류에 보이는 무속의 죽음 형상에 공통으로 보이는
죽음이 한국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죽음이고, 이는 곧 가장 두려운 죽
음이라고 보았다. 이를 통해 무속과 불교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
다. 아울러 죽음을 바라보는 인식이 보편적이었고, 불교의례와 무속의례가 상
관성이 있다 했다. 죽음의 형상에서 종류나 죽음의 숫자는 차이가 있지만, 공
통된 몇 가지 죽음이 등장하고 있음에서 친연성이 보인다. 다만 불교가 무속
보다 고정체계를 지향하고, 사회변화나 수용층의 욕구를 반영하는 정도가 더
디다. 무당굿이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영하여 변화하는 반면 수륙재는 21
세기 현재에 설행되어도 과거의 죽음 형상이 그려질 뿐이다.
이를 통해 불교가 무속에 또는 무속이 불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단선적인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이고 상당
한 분석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 무속을 연구하는 입장에
서는 불교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무속의 다양한 의미망을 도출하는 데 필요
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불교의례에 대한 다양한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489
연구 성과가 이루어질 때 이 글에서 찾아본 의미망이 보다 명확하게 밝혀질
걸로 기대한다.
주제어 : 무속, 불교, 수륙재, 감로탱, 뒷전, 바리공주 무가, 지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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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무속을 연구하면서 풀기 어려운 의문들이 몇 있다. 무속에서는 저승을
아주 먼 곳이 아니라 이승에서 가까운 곳으로 인식한다. 민요의 한 구절로
‘대문 밖이 황천일세’라는 말에서, 무속인의 임사 경험 중 사자를 따라가
다가 ‘집 모퉁이를 도니 저승이더라.’는 말에서 저승과 이승이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인 서사무가 <바리공주>에도, 서천으로 약수를 구하러 가는 바리공주가
‘한 걸음 내딛으니 한 천리요, 두 걸음 내딛으니 두 천리라’고 서천서역국
으로 수평적 이동을 한다. 바리공주는 서천에 도착하여 약수지킴이와 혼
인하여 아들을 낳아 준 후에야 약수를 얻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
에도 수평적 이동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천상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낭화를 흔들어서 지옥성문을 열고 여러 영혼을 구제해준다는 공
간 인식도 있다.
흔히 한국 무속에는 사후관과 내세관이 없다고들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서는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글쓴이가 만난 여러 무속인들의
사례에서도 사후관이나 내세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현실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로 고민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사후세계의 모
습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십대왕과 지장보살이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울러 여러 무속인들은 자신들의 신당이름으로 ‘-암’, ‘-사’라는 명
칭을 즐겨 사용할 뿐 아니라, 신당에 여러 불상과 산신상, 용왕상 등을 함
께 봉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자신의 신당에서 불교적인 의례
를 거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불교의 여러 요소가 무속에 습합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104호로 지정된 서울의 대표적인 망자천도
굿으로 서울새남굿이 있다. 이승굿으로 분류될 안당사경굿과 저승굿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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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굿이 결합된 이 굿은 서울 지역에서 행하는 큰 굿이다. 지금은 수요가
많이 줄어 관찰하기 쉽지 않지만, 굿거리의 짜임이나 연행방식 등에서 볼
거리가 많은 대표적인 서울의 망자천도의례이다. 그래서 서울 지역의 무
속인들은 서울새남굿의 격식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큰 규모의 망자천도굿
을 할 때는 이를 일러 ‘새남을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새남굿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새남굿의 중간 부분에 승려들을 불러 불공의식을 거
행하는 ‘재받이’를 지금도 한다. 글쓴이가 굿을 조사하는 과정에 승려들이
와서 재받이 하는 것을 여러 차례 조사하였고, 그들은 이러한 의례 과정을
일반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무속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신령을 그림으로 그려 봉안한다. 무신도라
고 학자들은 부르지만, 무속인들은 이를 일러 탱화라고 한다. 서울 지역의
무속인들이 봉안하고 있는 무신도에는 서산대사, 무학대사, 사명대사라고
명명한 여러 장의 무신도가 남아있다. 복식 모양이나 염주와 목탁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불교와의 뚜렷한 관련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무속신화로 <제석본풀이‒당금애
기>가 있다. 아들 삼형제를 낳은 당금애기는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머
니로 여겨지는데, 아들은 나중 삼불제석이 된다. 삼불제석은 자손들의 수
명과 복을 관장하는 신령으로 여러 장의 무신도에는 승려의 모습으로 나
타나기도 한다. 당금애기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아준 존재로 황금산 황금
대사가 등장한다. 황금대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황금산에서 내려와 당금애기와 결합하는 장면을 바탕으로 환웅과
웅녀의 결합(고조선 건국신화), 해모수와 유화부인의 결합(고구려 건국신
화)과 같은 성격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황금대사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불교와의 관련성이다. 아들 삼형제를 낳은 당금애기가 황금대
사를 찾아오자 대사는 절 살림을 작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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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상재 열 두 시님
너 갈 듸로 너 가거라
살림이나 하여 보자
큰 법당은 헐어 내어
몸채 팔 간을 지어 보세
작은 법당을 헐어 내어
행낭 오 간을 지어 보세
오양 신선 신이로구나…”
큰 장삼은 뜯어 내어
흔 이불이가 제격이네
작은 장삼은 뜯어 내어
애기 보단이 제격이네
큰 북은 두둥둥 광쇠는 꽹꽹꽹
바래는 철철철
밥 솥이나 제격이다
대 솥을 치는구나
꽃 감투 벗어내어
밥 조리가 제격이네
목탁은 쪼개내어
장 종그래기 제격이다
장 죽장으 부질러서
부지댕이가 제격이다1)
이러한 사례 몇 가지를 글쓴이가 제시한 것은 한국 무속에 불교와 관련
이 있는 부분들이 여럿 있음을 기술하기 위해서이다. 불교에서 찾을 수
있는 무속적인, 또는 민간신앙2)적인 요소들도 여럿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불교와 무속의 상관성은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할 때 인정되어야 할 부분

 

1) 1970년 전북 부안에서 성씨무녀가 구송한 제석본풀이 무가의 일부이다. 이 자료 이외에도
살림을 차리는 부분이 나오는 무가가 여러 편 남아있다.
2) 민간신앙은 민속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민간신앙의 하위 분류에는 마을신앙, 점복신
앙, 무속신앙, 가정신앙 등이 있어 무속보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산업화로
인해 대부분의 민간신앙은 사라졌고 그래서 무속신앙이 민간신앙을 대표하는 사례가 되
면서 민간신앙을 대체하는 개념으로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493

 

이다. 굿판에서 굿을 하는 이를 일러 재가집이라 하는데 불교 신자라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종교를 밝혀 애써 종교를 감추는 기독교 재가집과의
차이가 있는 것도 불교와 무속이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이다.
불교와 무속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여러 선학들의 연구 성과가 일정 부
분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민간신앙, 특히 무속의 입장에서 불교
를 바라본 연구 성과는 많지 않다. 무속신앙 연구자가 적은 것이 우선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현재 서울 지역에는 15만 명 이상의 무속인이 있는 것으
로 판단되고, 한 해 10만 건 이상의 굿이 연행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무
속을 연구하면서 현장을 다니는 연구자는 5명 이내이다. 그러다보니 무속
의 현상 연구에 몰두하기도 급급하여 불교와의 관련성을 따지는 깊이 있
는 성과에 이르지 못했다. 또 다른 하나는 불교에 대한 이해와 무속에 대
한 이해가 형평성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륙재가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면서 민속학계에서도 수륙재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륙재를 바라보는 민속학계의 관점과 불
교학계의 관점이 달라 지향하는 학문적 목표 또한 차이가 있다. 민속학계
에서는 수륙재를 민속의례의 하나로 보고 있으며, 무형문화재 평가 기준
에도 주로 민속학에서 정한 기준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이러한 흐름 때문이
다. 즉 불교의 교학적인 면, 불교 사상의 의례를 통한 표현 등에 대해서
평가하기보다는 한국문화, 지역사회, 예술성 등을 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앞으로 민속학과 불교학이 소통하면서 체계적인 의례 연구에
나서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 아래에 글쓴이는 그동안 한국 무속을 공부하면서 풀기 어
려웠던 몇 가지 문제를 불교에서 해명의 단초를 찾았음을 제시하려고 한
다. 글쓴이의 불교 공부가 워낙 미천하여 분명 아래에 제시한 여러 논의가
많이 부족하고 논의가 성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속을 공부하는 이들은
불교를 이렇게 인식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속학계와 불교
학계가 학제적 연합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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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무속 세계관의 의미 규명과 불교

 

수륙재는 얼른 보기에도 다양한 민속문화와의 비교가 가능하다. 관욕의
식에서 영가를 씻어 부처님께 모시고 가는 것은 호남 씻김굿의 <씻김>과
의미가 상통하며, 상단-중단-하단의 삼단 구성방식은 서울굿 굿거리 짜
임의 원리인 하늘-땅-인간의 원리와도 닮은 점이 있다. 수륙재의 세부
재차가 작은 게송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무당굿의 개별 굿거리가 작은
부속거리로 구성된 것과 닮은 점이 있다. 앞으로 수륙재를 무속의례, 유교
의례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 의례 문화의 보편적인 의미 구조와 함께 수륙
재의 고유한 의미가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륙재는 국가 차원에서 설행되기도 했지만 민간에서도 활발히 설행된
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전래된 지 오래 되어 우리의 생활과 긴밀한 관련성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교의례가 곧 민간의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
한 수륙재는 무속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례로 간주되었다. 재차 구성과
세부적인 짜임은 무속과 불교의 수륙재가 차이가 크지만, 수륙재라는 명
칭은 동일하다. 유교의 진혼의례인 여제를 무당이 담당하게 했다는 조선
왕조실록의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할 때, 불교의례인 수륙재를 무당이 담
당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교와 무속의 습합 양상은 우리 문화
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도 호남의 서부 해안지역에 수륙재라는 이름의 고을 단위의
공동체 의례가 전승되고 있어 주목된다3). 그런데 이들 수륙재는 이름은
불교의 수륙재와 같지만, 의례의 구성방식과 연행 방식은 사뭇 다르다. 무
속의 수륙재가 별도로 존재하고 있음에서 불교와 무속의 상호 습합성이
파악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수륙재라는 이름이 ‘뭍이나 물에 떠도는 영
혼을 달래는 의식’으로 일반화되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실제 호남지역의

 

3) 이영금, 「법성포 단오제의 수륙재 수용 가능성」, ?호남지역 무문화 해원과 상생의 퍼포먼
스?(민속원, 2011), pp.33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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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에는 용왕굿, 뱃굿, 넋건지기굿까지 포함되어 있어 진혼의례와 해
원의 의미를 한층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속 수륙재는 불교 수륙재와
명칭이나 목적은 동일하지만, 세부 재차 구성이나 성격은 다르다.
이처럼 수륙재라는 명칭은 이미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명칭이 되었다.
불교의례에서 출발했지만, 무속의례 및 마을 공동체 신앙의 이름으로까지
확장되어 있다. 이미 수륙재는 불교라는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도 그 지평을 넓힌 것이다.
오래전부터 수륙재라는 명칭이 우리나라에 사용되었고, 무속에서도 수
륙재가 거행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불교의례인 수륙재와 무속의례 사이에
상관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새남굿에 승려들이 참석하여 함께
의례를 거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불교와 무속의 상관성은 생각 이상으
로 다방면에 거쳐 나타났을 것이다. 동해안 무속에 보이는 불교와의 관련
성4)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여러 지역의 무속에도 수륙재를 중심
으로 한 불교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장에서는 수륙재를 중심으로 무속과의 관련성을 탐색하려고 한다.
불교의 교학적인 접근보다는 수륙재를 민속의례의 하나로 보면서 불교와
무속의 관련양상을 찾기로 한다. 여러 수륙재 중 글쓴이가 관찰 조사한
진관사 수륙재를 중심으로 진오기굿 <바리공주>에 보이는 세계관의 모습
이 수륙재 상중하단의 모습이나 <감로탱>과 상통한다는 점을 밝히기로 한
다. 이를 통해 무속이 불교의 영향을 받았거나 불교가 무속의 영향을 받았
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불교와 무속을 묶어
연구한 사례가 많지 않아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5).

 


4) 윤동환, ?동해안 무속의 지속과 창조적 계승?(민속원, 2010), 6장 참고.
5) 김헌선, 「서울 지역 바리공주와 <감로탱>의 구조적 비교」, ?구비문학연구23?(한국구비문
학회, 2006)이 이 글의 큰 지침이 되었다. 글쓴이는 불교의례를 조금 공부하고 나서야 바리
공주와 <감로탱>의 상통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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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로탱과 수륙재 세계관의 특징

 

이 글에서 말하는 세계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현실의 세계인 이승
과 저승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승에서 바라보는 저승의 위치 및
의미라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수평적 세계관은 이승과 저승이 수평의 세
계로 연결되어 같은 차원에 존재한다는 의미이고, 수직적 세계는 이승과
저승이 차원이 다르게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무속신화 <바리공주>는, 아
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지옥이 이승에서 걸어갈 수 있는 수평적 차원에 존
재하고 있으면서도, 이승과는 차원이 다른 수직적 세계로 천상계가 존재
하고 있어서 이렇게 인식한 것이다.
먼저 <감로탱>자료를 본다. <감로탱>에는 상중하의 3단 구성으로 그려
져 있으며, 상단에는 주로 불보살이 그려져있고 하단에는 여러 사람들의
군상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군상의 모습은 사람의 죽음을 형상화
한 것으로 달리 말하면 저승이 모습과 상통한다. <감로탱> 하단에 그려진
죽음의 양상은 수륙재 하단 의례에 나타나는 죽음의 모습과 일치할 뿐 아
니라, 우리나라 무속의 여러 뒷전류에 나타나는 죽음의 양상과도 일치한
다6). 이와 함께 다양한 연희 양상이 나타나 있어 그동안 상당한 연구가
진척되었다. 문제는 중단이다. 중단에는 제단이 크게 자리잡고 있고 여러
승려들이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감로탱> 중단에서 벌어지는 재는 결국
하단의 여러 고혼들을 구원하려는 재이다. 이 재가 곧 수륙재이다. 수륙재
에는 3소7단이라 하여 여러 단을 배설하고 의례를 거행한다. 이때 하단에
는 <감로탱>을 건다. <감로탱>을 통해 고혼들의 천도가 하단의 목적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모든 <감로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감로탱>에는 상단은 분명
하게 구분되지만 중단과 하단은 같은 선상에 배치되기도 한다. 가령 1682
년에 그려진 청룡사 <감로탱>의 경우에는 전체 도상의 1/2이 상단의 여러

 

6) 홍태한, 「수륙재 하단에 보이는 죽음 양상의 보편성」, ?남도민속연구24?(남도민속학회,
2012).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497

 


불보살이고 나머지 1/2에 재를 설행한 부분과 함께 여러 인간의 모습이 그
려져 있다. 1736년에 그려진 선암사 <감로탱>은 숫제 여러 인간들의 재를
구경하면서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를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7).
이처럼 감토탱은 상단/중단, 하단으로 구별된다. 상단의 여러 성중들이
위엄있게 재를 받는 모습이라면 중단에서는 재를 올리고 있고 하단에서는
여러 군상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를 구경하거나 재에 참여한
다. 중단과 하단이 같은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륙재에서도 상단, 중단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먼저 상단을 본다. 상단
은 소청상위편(거불-상위소-진령게-청제여래진언-청제보살진언-청제
성현진언-봉영거로진언-불부소청진언-연화부소청진언-금강부소청진언
-유치-향화청-가영)-헌좌안위편(헌좌게-헌좌진언-다게)-보례삼보
편(사무량게-사자게-삼정례-오자게-변식진언-시감로수진언-일자수
륜관진언-유해진언-오공양-보공양진언-보회향진언-불설소재길상다라
니-원성취진언-보궐진언-화청) 순으로 진행한다.

 

1) 소청상위편(召請上位篇):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모
시는 거불(擧佛), 상단의식을 올리는 이유를 밝히는 상위소(上位疏), 요령
을 울려 시방세계의 성현을 청하는 진령게(振鈴偈)를 거행한 후, 여래(請諸
如來眞言), 보살(請諸菩薩眞言), 성현(請諸賢聖眞言)을 청하는 진언을 올린
다. 이때 봉영차로진언(奉迎車輅眞言), 불부소청진언(佛部召請眞言), 연화
부소청진언(蓮花部召請眞言), 금강부소청진언(金剛部召請眞言)을 설행한
다. 봉영차로진언(奉迎車輅眞言)은 수레를 맞이하는 의미가 있다. 유치(由
致)는 여러 부처를 불러모시게 된 사유를 고하는 것이고, 향화청(香花請)은
향과 꽃으로 부처님을 청하는 것이다. 부처님을 찬양하는 것이 가영(歌詠)
이다.

 


7) 김헌선은 이 부분을 신명풀이로 의미망을 드러낸다. 저승에서 나온 망자와 아귀들을 신명
의 도가니에 흠뻑 빠지게 하고 나아가서 혼융된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 이 놀이의 목표라
고 하는 지적은 바리공주와 <감로탱>이 가지고 있는 의미망을 잘 지적한 것이다. (앞의
글, pp.370~371).
498 한국불교학 76

 

2) 헌좌안위편(獻座安位篇):맞아들인 부처님을 편안한 자리에 앉도록
하는 의식이다. 자리를 내어서 편안하게 모시는 헌좌게(獻座偈), 헌좌진언
(獻座眞言) 후 차를 올린다(茶偈).
3) 보례삼보편(普禮三寶篇):삼보에 두루 예의를 갖추어 받는 의식이다.
삼보님게 예의를 갖춤을 말씀드리고, 대자대비(大慈大悲)와 대희대사(大喜
大捨)하는 사무량게(四無量偈)를 설행한다. 높은 덕을 찬양하고(四字偈), 삼
정례(三頂禮)와 오자게(五字偈)로 예를 올리는데 이때 나비춤과 바라춤으
로 기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사다라니진언(變食眞言, 施甘露水眞言, 一字
水輪觀眞言, 乳海眞言)으로 공양을 풍성하게 올리고, 향, 등, 다, 과, 미 다섯
종류의 공양을 올리는 오공양(五供養)이 이어진다. 공양을 올리는 진언(普
供養眞言)과 공양이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기를 바라는 진언(普回向眞言)을
한 후 부처님의 말씀으로 모든 재앙이 소멸하기를 바라는 불설소재길상타
라니(佛說消災吉祥陀羅尼)를 염하고 소원한 바가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바
라는 원성취진언(願成就眞言), 부족한 것을 채우는 진언(補闕眞言)이 뒤따
른다. 동희 스님의 화청으로 상단 의식이 마무리된다.
중단은 소청중위편(거불-중위소-진령게-소청삼게제천주-소청오통
선인주-소청대력선신주-소청일체천룡주-소청일체선신주-소청염라마왕
진언-유치-향화청-가영)-천선예성편(고유-보레게)-헌좌안위편(고유
-헌좌게-헌좌진언-법정계진언-다게-변식진언-시감로수진언-일자스
륜관진언-유해진언-오공양-보공양진언-보회향진언-불설소재길상다라
니-원성취진언-보궐진언-탄백-축원) 순으로 진행된다.

 

1) 소청중위편(召請中位篇):중위의 여러 대상들을 초청하는 의식이다.
나무천장보살마하살(南無天藏菩薩摩訶薩), 나무지지보살마하살(南無持地
菩薩摩訶薩), 나무지장보살마하살(南無地藏菩薩摩訶薩)을 모시는 거불(擧
佛), 중단의식을 설행하게 된 연유를 밝히는 중위소(中位疏)로 시작된다.
요령을 흔들며 게송으로 중위의 여러 대상을 청하는 진령게(振鈴偈)가 이
어지고, 삼계의 천신(召請三界諸天呪), 오통의 선인(召請五通仙人呪), 선신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499
(召請一切善神呪), 천룡(召請一切天龍呪), 염나마왕(召請閻羅魔王眞言)을 각
각 청한다. 유치(由致)에서는 중단의 여러 성군⋅진선⋅신기⋅염라 명군
들을 오시라고 청한 연유를 밝히고, 향화청(香花請)은 향과 꽃으로 여러
성현들을 청하고 이를 찬양하는 것이 가영(歌詠)이다.
2) 천선예성편(天仙禮聖篇):중단에 들어온 여러 보살들이 성인께 예를
갖추는 의식이다. 삼보께 예의를 올리는 보례게(普禮偈)가 있다.
3) 헌좌안위편(献座安位篇):중단의 자리에 편안하게 앉게 모시는 의식
이다. 자리에 모셔 공양을 올리게 된 연유를 아뢴 후 헌좌진언(獻座眞言)에
서 진언으로 자리에 모시고 도량의 분위기를 엄숙하게 하는 정법계진언
(淨法界眞言)을 올린다. 차 공양을 올리고(茶揭), 사다라니진언(變食眞言, 施
甘露水眞言, 一字水輪觀眞言, 乳海眞言)으로 공양을 풍성하게 올리고, 향,
등, 다, 과, 미 다섯 종류의 공양을 올리는 오공양(五供養)이 이어진다. 공양
을 올리는 진언(普供養眞言)과 공양이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기를 바라는
진언(普回向眞言)을 한 후 마불설소재길상타라니(佛說消災吉祥陀羅尼)를
염하고 소원한 바가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원성취진언(願成就眞言),
부족한 것을 채우는 진언(補闕眞言)이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덕을 찬양하
는 탄백(嘆白), 구해 스님의 축원이 이어진다.
상단과 하단의 차이점은 상단의 상위소(上位疏), 중단의 중위소(中位疏)
등 소문에 두드러진다. 상단 소문에서 모셔지는 성중은 다음과 같다.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佛陀耶衆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達摩耶衆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僧伽耶衆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大菩薩衆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緣覺僧衆
一心奉請 十方常住一切 聲聞僧衆
중단에 모셔지는 성중은 상단의 성중보다는 구체적이다. 상단이 <감로
500 한국불교학 76

 


탱>의 상단의 여러 불보살처럼 지엄하고 권위가 있는 존재라면 중단의 여
러 존재는 <감로탱>의 중단처럼 인간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직접 구제하
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중단의 여러 성중 중 귀왕과 판관이 있
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一心奉請 法界一切 四空天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十八天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六欲天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日月天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星君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五通仙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金剛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八部神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龍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阿修羅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大藥叉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矩畔拏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羅刹娑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鬼子母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大河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大山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幽顯神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冥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泰山府君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獄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判官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鬼王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將軍衆
一心奉請 法界一切 諸卒吏衆
그렇다면 <감로탱>의 상단/중단. 하단처럼 수륙재에서도 상단/중단. 하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01
단의 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수륙재의 중단은 <감로
탱> 중단의 재를 올리는 그림처럼 하단의 여러 고혼들을 직접 천도하는
기능을 한다는 의미이다.

 

2. 무속신화 <바리공주>의 세계관8)

 

<바리공주> 무가는 서울 진오기굿 <말미거리>에서 부르는 장편 무속신
화이다. 그동안 <바리공주>에 대해서는 상당한 연구 성과가 집적되어 있을
뿐아니라, 여러 권의 자료집도 간행되어 접근이 쉽다9). <바리공주>가 연행
되는 서울 진오기굿의 재차 의미 및 구성 원리도 규명되어 있어 실상 파악
이 더더욱 용이하다10). <바리공주> 무가를 지역에 따라서는 ‘바리데기’로
부르기도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 충청지역에서는 존중의 의미로
바리공주라 불러서, 이 이름을 대표적인 무가 명으로 선택한 것이다.
<바리공주>에는 두개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데 오구대왕이 살아있는
일상적인 세계와 바리공주가 약수를 구해 오는 서천서역국이 포함되어 있
는 비일상적 세계가 그것이다. 오구대왕이 살아 있는 세계는 제약이 존재
하는 세계로서, 수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오구대왕이 병에 걸려서 죽
을 수도 있는 세계이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다하지 못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오구대왕이 연이어 딸을 낳고 아들을 얻지 못해서
고심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11).
그러나 서천서역국은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시간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는 일상세계와는 다르다. 바리공주가 많은 과업을 해결하고
아들 구형제를 낳아주고 와도 일상 세계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만큼

 

8) 이 부분은 글쓴이가 이미 간행한 홍태한, ?서사무가 바리공주 연구?(민속원, 1998)에 이루
어진 것을 저본으로 하면서 논의를 새로 다듬었다.
9) 홍태한 외, ?서사무가 바리공주 전집?(전4권)(민속원, 1998~2005).
10) 홍태한, ?서울 진오기굿?(민속원, 2005).
11) 이하 논의는 홍태한, ?서사무가 바리공주 연구?(민속원, 1998)에 이루어진 것을 정리하
여 다시 가져왔다.
502 한국불교학 76

 


시간이 특이하다. 특히 “산신이 허시는 말씀 여기라 하는 디는 일년이 하
루다 이년이 이틀이다 삼년이 사흘이로다 그렁저렁 석삼년 아홉해를 살고
나니”12)라는 구절에서 서천서역국이 가지고 있는 시간 구조가 일상 공간
과는 다르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또한 “한 발을 내던지니 한 번을 툭 구르
시니 억만 삼천 고개를 당도하니”13)라는 구절로 볼 때 이 곳은 공간 구조
도 일상적이지 않다. <바리공주>는 일상적인 세계와 비일상적인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일상적인 세계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서 등장하는 사람들도 모두 현실적인 인물들뿐이다. 이들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여서 점복자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보려고까지 한다.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일상적인 세계와 접촉함으로써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반면 비일상적인 세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하거나 문제를 궁
극적으로 해결시킬 수 있는 세계이다. 바리공주가 버려졌을 때 바리공주
를 구원해주는 인물들은 모두 비일상적인 세계의 존재들로서 일상 세계에
서 발생한 문제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틀을 제시한다.
이러한 일상공간과 비일상공간은 수평적 이동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바리공주가 약수를 구하는 노정기를 살펴보면 이 두 세계가 차원은
다르지만 수직적인 이동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이동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록 일상공간과 비일상공간이 성격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공간이지만 차원이 같은 곳에 존재한다. 노정기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타
난 이본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2) 「보성 김행연본」, 이는 보성 지역에서 김행연이 구송한 바리공주 무가라는 뜻이다. 지금
까지 조사 보고된 바리궁주 무가는 앞에 제시한 전집에 모두 수록되어 있어서 특별한
서지 사항을 제시하지 않는다.
13) 「공주 노재용본」.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03

 

① 팔봉사 절에서 스님들 만나기
② 백발노인 만나 밭을 갈기
③ 노할머니 만나 빨래하기
④ 삼거리(우측:극락,좌측:지옥,가운데:서천서역국)
⑤ 동대산 동대천에서 동수자 만나기
⑥ 약수탕 문열고 들어가 사자들 만나기
曉 삼천리 찾아가 약수 구하기14)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리공주가 찾아간 길이 모두 수평적 이동이었다
는 사실이다. 어디에서도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간다는 표현이 없
다. 특히 삼거리에서 지옥과 극락가는 길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길도 수직
적 이동이 아니라 수평적 이동이다. 지옥이 하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통념이나 <바리공주>에서는 지옥이 하계에 있다는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지옥에 대한 표현이 나타나 있는 다음 구절을 보자.
이때에 저 애기씨 또 한 발을 내 굴르시니 저승 문에 당도하니
십대왕이 바둑을 두시며 하시는 말씀이 네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날짐승도 못 날아들고 길짐승도 못 기어들건만은 바른대로 아뢰어라
소녀는 나라의 세자 옳습니다 부모소양에 왔나이다
십대왕 하는 말이 역정을 내고 화를 내시며
나라에 칠공주 있단 말은 들었으나
세자있단 말은 못들었으니 거짓말이 분명하니
저 아기씨님을 감옥에다 가두고 철커덕 자물통으로 챙구니
그 감옥에는 억만죄인들이 울신거리니 나도 저승보내주 나좀 내보내주
야단났고도 변사났으니 칠공주 하는 말이 죄인들 보고
여보시오 이 곳에 갇히면은 어느 천년에 나오, 어느 천년에 해방되오
석가여래도 탄생일날 나가면 모르거니와
그때 못나가면 억만년이나 갇혀있답니다 혹시 낙화가 있으면 모르거니와
그제서야 애기씨 깜짝 놀라 품안에 낙화를 꺼내어 흔들으시니
잠겼던 문이 철커덩 열리는구려 담이 무너지니 그 많은 죄인들이

 

14) 「영덕 김석출본」.
504 한국불교학 76

 


나도 저승보내주 나도 극락보내주 야단났고도 변사나서
또 한 번 굴러 동쪽을 바라보니 동에 문이요
남쪽을 바라보니 남에 문이요 서쪽을 바라보니 서의문이요
북쪽은 북에문이요 중앙을 바라보니 정토문이로구려
정토문 당도하니15)
서천서역에 약수를 구하러 가는 도중에 바리공주는 지옥에 도달하는데
이 역시 수평적 이동이지 수직적 이동은 아니어서 지옥 또한 수평적으로
는 같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약수를 구해가지고 돌아오는 도
중에 강에서 저승으로 가는 배들의 행렬을 만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사후
에 사람의 혼령이 이동하는 저승은 수평적 세계관의 연장이지 수직적 세
계관의 반영은 아니다. 일상적 세계에서 수평적으로 놓인 공간이 서천서
역국이고 서천서역국으로 가는 과정에 지옥이 있다는 것이 <바리공주>에
나타난 세계의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에 수직적 세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별도로 수직적
세계로서 천상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다음의 두 부분에서 천상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천상에 서왕모의 딸일러니
반도질석 나가도 동방석을 잠깐 만내
계수나무 밑에서 잠시 수작하다가 시간이 잠시 어기어서
옥황상제님네 적지하고 인간을 정배하야 갈 바를 모르더니
비리봉 비리암절에 부처님 미륵보살님네가
귀댁으로 지시하여 이제 찾아 왔나이다 어여세 여기소서16)
동대산 동대천 동수자란 카는 수자 산정에는 천상 사람인데 베리데기
도 천상사람이지마는 동수자도 천상 사람이라

 

15) 「공주 노재용본」.
16) 「동래 김경남본」.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05

 

동수자는 천상에 득좌하고
죄를 짓고 인간 세상에 나왔는데 삼십년으로17)
<바리공주>에서 천상계는 일상적인 이 세상보다는 더 환경이 좋은 세
상으로 보인다. 바리공주나 동수자 모두 천상계에서 죄를 짓고 적강하는
데 이로 미루어 보아 천상계는 극락과 상통하는 세계가 아닌가 한다. 동수
자가 자신의 죗값을 다 치르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죄없는 사람만이 갈
수 있는 세계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옥은 죗값을 치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극락으로 가는 길과 서로 그 모습이 다르다.
밝은 길은 시왕길이요 넓고도 어둔 길은 칼산지옥
좁고도 밝은 길은 찾아가면 개똥밭이 유리되고
황모란 백모란 철쭉 진달래 노간주 상나무 맨드라미 봉숭아
엉크러지고 뒤틀어졌으니 꽃가지 꺾지 말고
마늘밭에 밟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시왕세계 삼삼구품 연하대 시연으로
왕생극락하소사18)
그리고 망자가 극락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승에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꽃가지 꺾지 말고 마늘밭 밟지 말라’는 것은 더 이상 이승에 어떤
미련도 남기지 말고 저승으로 나가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들이 저승에
도달하기 위하여 반드시 건너야 하는 것이 강이다. 그 강에는 저승으로
사람들의 혼령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정박해 있다. 여기에서 망자가 이승
에 있을 때의 선악에 따라 그들이 타고 갈 배의 모양이 달라진다.

 

17) 「영일 김석출본」.
18) 「서울 새우젓집본」.
506 한국불교학 76

 

앞으로 황천강 뒤로는 유사강 까치여울 피바다에
어정쩡 떠오는 배는 무슨 배요
살어 생전 이승에서 나라에 역적하고 부모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없고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남에게 음식 주고 군소리 하고 도적질 하고
이간질하고 부처님 비방하고 사십구재 칠칠재 백제도 못받고
초단에 성황제 대다라니 이단 법식 삼단 진오기새남 못 받고
피흘려 낭자하고 칼든 이 창 든이 철편 든이 앞뒤로 겨누고
곡성이 낭자하여 억만사천지옥으로 가는 배로다
또 한 곳을 바라보니 벌거벗고 돌 위에 얹혀서 불도 끄고
밥을 먹으며 가는 배는 무슨 배요
이승에 여자로 태어나 남의 가문 들어가서
자손 못 이룬 죄로 조상에 득죄하여 무자무후로 가는 배라
또 한 곳을 바라보니 저기 어정쩡 떠오는 배는 무슨 배요
오색채운이 가득하고 좋은 향내 진동하고
청룡이 앞을 끌고 황룡이 뒤를 밀어
풍류소리 질탕하고 좋은 의복 갈아입고 지장보살이 인도하고
춤추고 놀면서 연줄 덩줄을 얻어가는 배는 무슨 배요
그 배는 이승에 나라 충성하고 부모 효도하고
동기 형제 우애하고 불쌍한 이를 구제하고
마음 닦어 선심하고 초단 성황제 이단 법석 삼단 천근새남 대도령 받고
사십 구제 백제 받어 상상 구품 연화대 천궁 옥경 요지연에
선관선녀되어 귀한 집 귀동자로 천도하고 불보살 제자되어 가는 배로서니다19)
그리고 이들이 저승에 들어가게 되면 십대왕을 만나서 심판을 받게 된
다. 이들 십대왕은 다음과 같다.
제일전에 진광대왕 제이전에 초광대왕 제삼전에 송계대왕
제사전에 오광대왕 제오전에 염라대왕 제육전에 변성대왕
제칠전에 태산대왕 제팔전에 평등대왕 제구전에 도시대왕
제십전에 철융대왕

 

19) 「성남 장성만본」.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07

 

이들 십대왕은 여러 지옥을 맡아 다스리고 있는데 <바리공주>에 각각
의 십대왕이 맡아 다스리는 지옥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옥
의 종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도산지옥에 흑탄지옥 한빙지옥 금수지옥
발설지옥 철상지옥 거애지옥 흑악지옥20)
이러한 지옥도 지하의 세계로 묘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리공주가
수평적으로 이동했을 때 도달하는 세계가 지옥이다. 서천서역을 가는 도
중에 바리공주가 지나가는 곳이 지옥이라는 것은 극락과 달리 지옥은 일
상세계와 차원이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상적인 세
계에서 수평적으로 이동하면 도달할 수 있는 세계로 표현되어 있다.
천상계는 <바리공주>에 구체적으로 나타나거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배
경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바리공주>의 중요한 무대가 되는 세계는 일상
세계와 지옥, 그리고 서천서역국인 수평적 세계이다. 수직적 세계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수평적 세계만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무
속의 공간 관념이 그러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지옥과 서천서역국이 일상세
계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고 있고, 일상세계와는 다른 차원인 천상세계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무속의 현실 중심의 사고관의 표현
이라고 볼 수 있다. <바리공주>에 나타난 세계의 구조는 다음 그림과 같다.
천 상 계 ▲





일상세계 → 지옥 → 서천서역국
◀-----------------------------------------▶
수 평 적 세 계 ▼

 

20) 「공주 노재용본」.
508 한국불교학 76

 


서사무가 바리공주는 죽음에 대한 노래이다. 약수를 구하기 위해 서천
서역국을 다녀오는 바리공주는 중간에 지옥에 가서 낙화로 영혼을 구제하
기도 하고, 천상세계 존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바리공주가 걸어
간 세계는 수평적 이동이다21). 그러면서 수직적 세계로서 천상계가 존재
한다.
수평적 세계가 기실 바리공주의 주요 공간이다. 바리공주에게 벌어진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수평적 세계이다. 수직적 세계는 바리공
주를 도와주는 세계로 등장한다. 병에 걸린 오구대왕이 낫기 위하여서는
버린 딸 바리공주를 찾아와야 함을 알려주거나, 서천에 가서 약수를 구해
와야 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곳이 수직적 세계
인 셈이다.

 

3. 세계관 비교의 의미

 

이상에서 <감로탱>과 수륙재의 세계관, <바리공주>의 세계관을 살펴보
았다. 주목할 것은 수륙재에 보이는 상중하단의 의미망이 <바리공주>의
세계관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중하단의 관계망을 <바리공주>와
연결한다면 다음 표와 같은 관계망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수륙재 바리공주
상단 수직세계(천상계)
중단
수평세계(일상세계, 지옥 등)
하단

 

21) 바리공주가 길을 가다가 삼거리에서 지옥과 극락 가는 길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길도
수평적 이동이다. 지옥이 하계에 있기보다는 수평으로 이동한 곳에 있다. 공주에서 구송
된 노재용본에는 아기를 감옥에다 가두는데 그 곳에서 여러 죄인들이 저승으로 보내달라
는 말을 듣고 낙화를 꺼내 흔들어 감옥을 부수자 여러 죄인들이 저승으로 극락으로 간다
고 되어 있다.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09

 

바리공주가 서천서역에 가서 약수를 구해와 부모를 살렸듯이 수륙재에
서는 중단의 여러 성중들이 재를 통해 하단의 고혼을 천도하고 있다. 바리
공주가 지옥과 서천을 수평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감로탱>의 중단과 하
단이 연속적으로 그려진 것과 일치한다.
서사무가 <바리공주>에 큰 위상을 갖지 않은 천상계가 등장하고 있음
을 이처럼 불교와의 관련성으로 해명될 수 있다. 진오기새남굿에 승려들
이 와서 재받이로 참가하는 것이 나름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바리공주>
에 보이는 세계관이 곧 불교 삼단의 구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수평적 세계에 굳이 수직적 세계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수륙재를 통
해 얻을 수 있다. 하단을 설단하면서 <감로탱>을 봉안한 것은 하단의 고혼
들이 천도되기를 바라는 수륙재의 의미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바리공주>에 보이는 세계관에서 수직적
세계에 대한 인식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수륙재나 <감로탱>을 통해 수
직적 세계가 불교에서 무속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보인다. 그동안
바리공주를 지장보살과 연결시킨 논의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러나 이것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22). 무속과 불교
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단히 어렵고 모호하다. 무불습합의 여러 과정에 대
한 고찰이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 삼국유사에 보이는 불교와 민간신앙과
의 접촉 및 습합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필요하다23).

 

22) 논의를 중세문명권 전반으로 확장한 김헌선의 연구는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하지만
글쓴이는 아직 여기까지 나가지 못한다. 불교와 무속에 대한 지식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이겠지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한국 종교의 흐름을 고려하면서 불교와 무속의 다양한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3) 최근 정민은 비형랑 설화를 해석하면서 소통과 단절의 의미를 거론하였다. 비형랑이
다리를 놓은 것은 소통의 의미이고, 부하 길달로 하여금 흥륜사 누문의 지킴이를 시킨
것은 단절의 의미라고 보았다. 길달이 여우로 변해 도망가자 잡아 죽인 것은 비형랑과
길달로 상징된 세계가 불교의 세계로 편입했다고 보고 있다. 정민, ?불국토를 꿈꾼 그들?
(문학의문학, 2012), pp.28~31. 삼국유사의 <원광서학>, <밀본최사>에도 여우로 변한 귀신
이 잡혀 죽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를 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510 한국불교학 76

 

Ⅲ. 무속의례 뒷전24)에 보이는 죽음 양상과 불교25)

 

1. 수륙재와 감로탱에 보이는 죽음 양상
수륙재 하단은 고혼들을 모셔 업장을 소멸시키고, 바른 길을 택하여 육
도 수행에 힘써 해탈의 길을 가게 해주는 의식이다. 하단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소청하위편(召請下位篇):하단의 대상을 청하는 의식이다.
2) 가지변공편(加持變供篇):가지로 공양물을 변하게 하는 의식이다.
3) 선양성호편(宣揚聖號篇):여러 성인의 이름을 청하여 그 위덕으로
영가를 변화하게 하는 의식이다.
4) 설시인연편(說示因緣篇):12인연을 보여주고 들려주어 깨닫게 하
는 의식이다.
5) 선밀가지편(宣密加持篇):은밀히 가지를 베푸는 의식이다.
6) 주식현공편(呪食現功篇):사다라니진언으로 공양물에 위덕으로
변화하게 하는 의식이다.
7) 고혼수향편(孤魂受饗篇):여러 고혼이 공양물을 받는 의식이다.
8) 참제업장편(懺除業障篇):여러 업장을 참회하며 없애는 의식이다.
9) 발사홍서편(發四弘誓篇):네 가지 큰 서원을 발원하게 하는 의식
이다.
10) 사사귀정편(捨邪歸正篇):사악한 스승을 버리고 바른 스승에게
귀의하게 하는 의식이다.
11) 석상호지편(釋相護持篇):계율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지키도록 하
는 의식이다.
12) 수행육도편(修行六度篇):육바라밀을 수행하도록 하는 의식이다.
13) 관행게찬편(觀行偈讚篇):제행의 실상을 관찰하는 게송을 찬탄하
는 의식이다.

 

24) 뒷전은 무당굿의 종반부에 행해지는 굿거리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러 혼령들과
격이 낮은 여러 신령들을 불러 대접하고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 지방마다 명칭은 조금
달라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뒷전, 호남굿에서는 삼설양, 황해도굿에서는 마당거리라고도
부른다.
25) 이 부분은 홍태한, 「수륙재 하단에 보이는 죽음 양상의 보편성」, ?남도민속연구24?(남도
민속학회, 2012)에서 이루어진 것을 다시 가져와 논지를 다듬어 제시한 것이다.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11

 

이 중 <소청하위편>이 고혼을 불러 모시는 부분으로 하단의 대상을 청
하는 의식이다. 나무극락도사아미타불(南無極樂道師阿彌陀佛), 나무좌보처
관세음보살(南無左補處觀世音菩薩), 나무우보처대세지보살(南無右補處大
勢至菩薩)을 청하는 거불(擧佛), 하단의식을 거행하게 된 연유를 고하는 소
청하위소(召請下位疏)로 시작된다. 요령을 울려 명도와 귀계를 청하는 진
령게(振鈴偈)가 그 다음 차례이다. 곧 이어 지옥문을 부수는 진언(破地獄眞
言), 악업의 원인이 되는 악취를 없애는 진언(滅惡趣眞言), 아귀를 부르는
진언(召餓鬼眞言), 악취가 있는 여러 중생을 부르는 진언(鉤召請惡趣衆眞
言), 고혼을 부르는 진언(普召請眞言)이 있어 하단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렇게 여럿을 불러 모신 연유를 밝히는 유치(由致)가 있고, 하단의 백미인
고혼청(孤魂請)이 이어진다. 고혼청에서는 인로왕보살, 천선, 제왕후비, 대
신재상, 고행사문, 지옥, 아귀, 방생을 청한 다음 육도에 윤회하는 중생을
21위로 나누어 청한다. 이들은 모두 당대 문화가 반영되어 있는 육도윤회
중생으로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청하위편에 등장하는 고혼청이 고혼을 불러들이는 부분이
어서, 이 부분에 죽음의 형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진관사 수륙재
하단에서 불러 모신 고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굶어 죽음
2) 얼어 죽음
3) 병으로 죽음
4) 전쟁에서의 죽음
5) 창이나 칼에 찔려 죽음
6) 목매달아 죽음
7) 바다나 물, 우물에 빠져 죽음
8) 짐승에 물려 죽음
9) 수레에 깔려 죽음
10) 말에서 떨어져 죽음
11) 담장이나 건물, 돌에 깔려 죽음
512 한국불교학 76
12) 불에 타 죽음
13) 독약으로 죽음
14) 목 베여 죽음
15) 형벌 받다 죽음
16) 아이 낳다 죽음
17) 벼락 맞아 죽음
18) 술 또는 도박으로 인한 죽음26)
이외에도 여러 죽음이 나온다. 부자 간에 서로 죽이고 주인이 그 노비를
죽이고 부부가 해로하지 못하고 싸우다 죽이는 등 집안 내부의 죽음 형
상27), 서생이 부임하는 도중 병에 걸리거나 실망하여 우울병에 걸려 죽는
등 벼슬과 관련된 죽음의 형상28) 등이 있지만, 이는 아래에 제시할 <감로
탱>이나 굿판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죽음의 원인이라
기보다는 죽음의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어서 제외했다.
수륙재에서는 이러한 죽음을 고혼청에서 부른다. 그리고 공양을 올리고
가지를 베풀어 업장을 없앤 후 육도 수행에 힘쓸 것을 다짐하면서 그에
대한 찬양을 보내는 의식이 이어진다. 고혼청에 나오는 죽음의 형상이 불

 

26) 수륙재 하단의 고혼청은 동일한 형식의 반복이다. 한 마음으로 봉청한다고 하면서 청하
는 대상을 나열하고 삼보의 힘을 가지고 오늘밤 열리는 법회에 와서 법공(法供)을 받으라
는 내용이다. 청하는 대상을 나열할 때 죽음의 여러 형상이 거론되는 것이다. 진관사 수륙
재 하단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모두 23회 반복되는데 그 한 소절을 제시한다. 一心奉請 塵塵刹刹 四大部洲 十方三世 孤魂等衆 天誅雷滅 神殛鬼排 身死法場 命亡囚獄
刀兵殞歿 寃賊傷殘 疾疫流離 飢寒凍餒 火焚水溺 獸嚙虫傷 樹折巖摧 墻崩屋倒 堕車堕馬
落孕落胎 非命夭殤 一切魂爾 無量無邊 一一克塞 一一塵刹 願承呪力 雲集道場 咸脫幽塗
普霑法供
이상의 의문(儀文)은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진관사수륙재?(진관사, 2011)에 수록되어 있
다. 진관사수륙재 의문은 진관사에 소장된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水陸無遮平等齋儀撮
要)?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책은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조선시대 수륙재의 전통을 계승한
진관사 국행수륙대재?(진관사, 2011)에 번역되어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삼화사 수륙재의
전거는 임종욱,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동해시, 2007)로 번역되
어 있어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27) 一心奉請 寃讎報恨 㤪生於親 師資互害 父子相誅 主殺其奴 奴犯其主 夫婦不諧 鬪擊傷殺
28) 一心奉請 螢窓秀才 飽學書生 或赴選而半路遭疾 或失望而憂愁喪命 州府郡縣 轉賦典吏
孤館命終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13

 

교에서 인식한 보편적인 죽음의 형상이라는 의미이다.
<감로탱> 하단에 역시 고혼의 의미가 보인다. 이 부분에는 여러 연희패,
무당굿패와 함께 죽는 과정이 묘사된 그림이 다수 있다. 죽음의 원인을
의미하는 다양한 양상을 그려놓아, 수륙재에서 부르는 고혼의 성격을 짐
작할 수 있다
<감로탱>에 보이는 죽음의 형상29)을 바탕으로 죽음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것은 현존하는 <감로탱> 하단부에 나오는 죽음의 양
상을 <감로탱> 화면 옆에 기록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1) 전쟁에서의 죽음
2) 불에 타 죽음
3) 물이나 우물에 빠져 죽음
4)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음
5) 담장이나 건물, 돌에 깔려 죽음
6) 형벌 받다 죽음
7) 몽둥이에 맞아 죽음
8) 칼에 찔려 죽음
9) 술 또는 도박으로 죽음
10) 도적을 만나 죽음
11) 아이 낳다 죽음
12) 병에 걸려 치료받다 죽음
13) 개나 호랑이에 물려 죽음
14) 말에서 떨어져 죽음
15) 벼락 맞아 죽음
16) 넘어져 눈멀어 죽음
17) 목매달아 죽음
18) 마차에 깔려죽음

 

29) ?조선시대 감로탱 감로 하?, pp.194~220.
514 한국불교학 76

 


그런데 이들 죽음은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오는 환난
장면과 유사하다고 하는데30), 이러한 죽음이 일상적인 죽음임을 고려하면
이 죽음의 양상은 일상생활을 불교적으로 수용한 예라고 하겠다.
<감로탱>에 나타난 죽음을 쉽게 무속적인 용어로 풀이해서 말하면 ‘싸
우다 죽은 귀신, 불 타 죽은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 맞아 죽은 귀신,
아이 낳다가 죽은 귀신, 호랑이에 물려 죽은 귀신, 벌 받다 죽은 귀신, 도적
만나 죽은 귀신, 뱀에 물려 죽은 귀신, 목매달아 죽은 귀신, 벼락 맞아 죽은
귀신, 병에 걸려 죽은 귀신’이 될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실상 굿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감로탱>에 나타난 죽음 형상이 보편적이라는 의
미이다.

 

2. 무속의 뒷전에 보이는 죽음 양상

 

서울굿의 <뒷전>, 호남굿의 <삼설양>, 교동굿의 <마당거리>에도 이러
한 죽음 양상이 있다. 먼저 서울굿의 <뒷전>을 본다31). 서울굿의 <뒷전>을
온전하게 갖추어 연행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간략하게 연행하기 일쑤
이고, 장구잽이와 함께 연행해야 할 <뒷전>을 무당 혼자 징을 치며 연행하
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조사한 것은 서울에서 오랫동안 무업에 종
사해온 이순자 무녀가 구송한 것으로 <뒷전>의 전 과정이 상세하게 기록
되어 있다.
<뒷전>은 뒷전만수받이로 시작한다. 여기에서는 뒷전에 들어올 여러
신령들을 나열하는데 영산을 불러들이는 부분에 죽음의 형상이 있다. 뒷
전만수받이에서 거론된 죽음의 형상은 만수받이가 끝나고 개별 신령들이
연이어 들어오는 터주대감, 업양, 물할아버지 물할머니, 장독, 지신, 맹인
을 거쳐 영산을 불러들여 놀 때 다시 거론된다. 영산에서 죽음의 형상을
거론하는 부분을 가져온다.

 

30) 이영종, 「해인사 감로탱」, ?조선시대 감로탱 감로 상?(성보박물관, 2005), p.68.
31) 홍태한 외, ?전통굿 노들제 연구?(민속원, 2010), pp.366~389.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15

 

들로 나려 처사영산 목매달아 가던 영산
약을 먹어 자결영산 물에 빠져 수살영산
불에 타 화살영산
난리 폭격 끝에 총칼 맞아 파편 맞아 가던 영산
경기 끝에 마마 끝에 홍역 끝에 가던 영산
미쳐 가고 맺쳐 가던 영산
자전거 리어커 오도바이 경운기 도라꾸에 치어가던 영산
상사귀야 상한귀야 해산귀야 해탈귀야 무자귀야
굶어 죽어 가고 얼어죽어 가던 영선
흙더미에 묻혀 가고 돌더미에 깔려 가던 영산이야
수술 끝에 가던 영산 부인병 가던 영산
성인병 가던 영산32)
원인을 바탕으로 제시된 죽음을 정리하면 물에 빠져 죽음, 불 타 죽음,
전쟁으로 죽음, 병에 걸려 죽음, 흙이나 돌에 깔려 죽음, 차에 치여 죽음,
굶어 죽음, 얼어 죽음, 아이 낳다 죽음 등이다. 특히 난리 폭격이라는 말로
최근에 일어난 죽음의 원인까지 함께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 형상의
다양성은 <감로탱>이나 수륙재보다는 부족하다. 죽음의 형상 중 보편적이
라 할 수 있는 것을 주로 수용하였다.
호남의 씻김굿에도 동일한 표현이 보인다. 씻김굿의 <거리굿>의 한 구
절이다33).
불에 타서 화장살 물에 빠져 수살허고
애기낳다 지왕신 식도암에 위장암에
간암에 당뇨병에 열두가지 혼신
비행기 추락사고 떨어지고 엎어지고
교통길에 사고진 앞차 뒷차에 치어죽고
버스질에 택시질에 오토바이에 자전거

 


32) 홍태한 외, 위의 책, pp.387~388.
33) 이경엽, ?씻김굿 무가?(박이정, 2000), pp.307~308.
516 한국불교학 76

 

짐차에 갈려죽고 치어죽고 목불러
뇌진탕에 가는 혼신 장파열에 가는 혼신
서울의 <뒷전>과 유사하게 불타 죽음, 물에 빠져 죽음, 병으로 죽음, 자
동차 사고로 죽음, 아이 낳다 죽음 등이 보인다. <거리굿>을 연극적으로
형상화한 <삼설양굿>에는 특히 ‘총 맞고 죽은 자, 목매고 죽은 자, 수사자,
임산부로 죽은 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소도구를 이용하여 죽음의 형상을
보여준다34). 하지만 서울굿의 <뒷전>과 동일하게 역시 소략하다. 무당굿
은 불교의례만큼은 죽음 형상을 다채롭게 다루지는 않는다.
서울굿과 황해도굿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강화도 교동굿의 <마당거리>
에도 이러한 죽음의 형상이 있다. 한국 무속에서 죽음의 형상을 거론하는
것이 지역성을 바탕으로 하되 그를 넘어서는 보편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모두 총맞아서 가고 매맞아서 가고
골한테 가고 개씨바리 눈앓이 눈아파서 가고
오냐 가심앓이 속병에 가고 오늘 간암에 가고
위암한테 가고 대장암에 가고
차에 갈려가고 오도바이에 치여 가고 차에 급살맞아 가고
오늘은 엠병하다 가고
나는 모두 약을 먹고 가고
오늘은 농약 먹고 쥐약 먹고 소문제 먹고 꽁약 먹고 잿물 먹고
나는 이렇게도 모두 객귀가 되고 수살이 되고
오늘 애 낳다 모두 해산길에 가고
오늘 부어서 가고 엠병 수비통에 가고35)
교동지역은 대농(大農)이 많다. 그러다보니 농약, 쥐약 소문제, 꽁약과
같은 죽음의 형상이 상세하다. 그 외 해산길, 전쟁,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34) 이경엽, 「순천 삼설양굿의 연극적 전개와 연희성」, 앞의 책, pp.93~94.
35) 2010년 12월 10일 강화군 교동면 고구리에서 주정자 만신이 연행. 이 자료는 홍태한, ?한국의 무가4-강화 지역무가?(민속원, 2012)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17

 

죽음 형상 수륙재 <감로탱> 서울굿 호남굿 교동굿
굶어 죽음 + - - - -
얼어 죽음 + - + - -
병으로 죽음 + + + + +
전쟁으로 죽음 + + + - +
창 또는 칼에 찔려 죽음 + + - - -
목 매달아 죽음 + + + - -
바다, 물, 우물에 빠져 죽음 + + - + +
짐승에 물려 죽음 + + - - -
수레에 깔려 죽음 + + + + +
낙마로 죽음 + + - - -
담장, 건물, 돌에 깔려 죽음 + + + - -
불타 죽음 + + + + -
독약으로 죽음 + - - - +
목 베여 죽음 + - - - -
형벌받다 죽음 + + - - -
아이 낳다 죽음 + + + + +
벼락 맞아 죽음 + + - - -
술병에 맞아 죽음 + + - - -
넘어져 눈멀어 죽음 + + - - -
다른 지역과 같다. 강화, 서울, 호남굿에서 죽음의 형상이 유사하다는 것
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굿의
짜임 방식, 음악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하지만 죽음의 형상 묘사는 지역
적인 편차가 없이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앞에 살펴본 수륙재나 <감로탱>
과도 상통한다. 불교와 무속에서 죽음의 형상에 대한 인식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3. 죽음 양상의 비교

 

앞에 제시한 죽음의 형상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비교해 본다. + 는 죽음
의 형상이 있는 것이고 ‒ 는 없는 것을 의미한다.
518 한국불교학 76

 

죽음 형상 수륙재 <감로탱> 서울굿 호남굿 교동굿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음 - + - - -
몽둥이에 맞아 죽음 - + - - +
도적을 만나 죽음 - + - - -
재물이나 처첩 빼앗기고 죽음 - - - - -
수륙재와 <감로탱>의 죽음 형상은 큰 차이가 없다. 불교를 배경으로 전
승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특히 <감로탱>을 수륙재 하단에 배설하고
의례를 거행하기 때문에 <감로탱>과 수륙재는 대부분 일치하는 것이 자연
스럽다. 무엇보다도 수륙재의 의례 순서가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죽음
형상에 변화가 없다. 실제 수륙재 설행 현장에서는 의례를 맡은 어산스님
이 불교의례집을 보고 음악에 맞춰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륙재 의례는 구
비전승이라기보다는 문헌전승에 의존하고 있어 죽음의 형상이 다양한 반
면 고정적이다. 각 지역의 수륙재에 차이가 크지 않다.
수륙재의 여러 내용은 한문이나 범어로 되어 있어 재에 참여한 이들은
알아듣기 어렵다. 그러므로 재를 설행하는 어산스님들은 대중들의 반응에
구애받지 않고 문헌에 기록되어 전승한 대로 진행하면 된다. 무엇보다 수
륙재는 집단의례이다. 사부대중이 다수 참가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죽음의
형상이 온전하게 이어질 수 있다.
무당굿은 구비전승이어서 대단히 가변적이다. 그리고 굿판에서 구송하
는 무가를 정리해둔 기록물이 없어 즉흥성이 높다. 정해진 틀을 보면서
구송하지 않고 암송한 무가를 구송한다. 굿판의 분위기나 굿판에 참가한
이들의 속성에 긴밀하게 대응하여 굿판을 꾸려나간다. 무당의 말은 알아
듣기 쉬워 굿판에 온 이들은 무가 사설의 대부분을 이해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무당은 죽음의 여러 형상을 다양하고 체계 있게 기술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자연환경과 관련한 죽음 형상을 주로 거
론한다. 이에 따라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죽음 형상이 무가
에 등장하는 것이다.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19
전쟁으로 인한 죽음은 시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수륙재나 <감로탱>
에 나타난 전쟁 형상은 말을 타고 칼이나 창으로 싸우는 재래식 전투가 주
가 된다. 물론 흥천사 <감로탱>처럼 현대 전쟁의 모습을 다룬 <감로탱>도
있지만 이는 보편적인 형상은 아니다. 반면 무당굿에 등장하는 전쟁은 모
두 현대식 전쟁이어서 총으로 인한 죽음, 난리 폭격으로 인한 죽음, 파편으
로 인한 죽음이라는 현대식 전투장면이 반영된 죽음형상이 등장한다.
수륙재와 <감로탱>에 나타난 불교식 죽음 형상과 뒷전류에 보이는 무
속의 죽음 형상에 공통으로 보이는 죽음이 한국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죽음이고, 이는 곧 가장 두려운 죽음이 될 것이다. 불교와 무속 양쪽
에 모두 보이는 죽음은 병사, 전쟁사, 익사, 차압사(車壓死), 분사(焚死), 해
산사(解産死)이다. 익사와 분사를 통해 물과 불이 생활과 긴밀하게 관련되
어 있음이 보이고, 병사와 전쟁사를 통해 삶의 가장 큰 고통이 질병과 전
쟁임을 보여준다. 차압사는 이동 과정에 생기는 죽음이다. 과거에는 수레
이지만 최근의 무당굿에는 자전거, 리어커, 오도바이, 경운기, 자동차 등의
현대식 이동 수단이 등장하여 시대 변화상이 드러난다. 해산사가 골고루
나타나고 있음에서 해산이 여성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병사, 전쟁사, 익사, 해산사가 가장 보편적인 죽음의 형상이다.
이를 통해 무속과 불교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아울러
죽음을 바라보는 인식이 보편적이었고, 불교의례와 무속의례가 상관성이
있음이 보인다36). 죽음의 형상에서 종류나 죽음의 숫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몇 가지 죽음이 등장하고 있음에서 친연성이 보인다. 다만 불교가
무속보다 고정체계를 지향하고, 사회변화나 수용층의 욕구를 반영하는 정
도가 더디다. 무당굿이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영하여 변화하는 반면
수륙재는 21세기 현재에 설행되어도 과거의 죽음 형상이 그려질 뿐이다.
전쟁의 형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전쟁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

 


36) 유교의 의례 중의 하나인 <여제>에도 이러한 죽음 양상이 있어 불교, 유교, 무속의 공통
점 도출이 가능하다.
520 한국불교학 76

 

고, 자동차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레를 고집
하고 있듯이 불교에 나타난 죽음 형상은 변화가 적다. 수륙재에 참여한
이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죽음까지 반복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불교
에서 죽음 형상은 고정적이다. 반면 무속은 시대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영하여 새로운 죽음 형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재가집의 수용과 욕구에
따라 죽음의 형상에 변화를 주어 그 숫자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수륙재나 감로탱에 보이는 죽음의 형상을 바탕으로 할 때 과거 무속의
뒷전류에도 다양한 죽음 형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무속에서는 불교와 달리 죽음 형상에 교훈적인 의미는 부여
하지 않았다. 불교에서 죽음에 교훈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술병에 맞아 죽는 형상이다. 술병에 맞아 죽는 장면은 감로탱에도 등장하고
수륙재 儀文에도 나타나는데, 단지 술병에 맞아 죽는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다가 갈등이 벌어져 죽음까지 이르고 있음을 제시한
다. 이는 죽음의 원인을 도덕적인 데까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불교
가 가지고 있는 교화적인 기능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무속에서는 이러한
죽음 양상을 거론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죽음, 그리하
여 재가집의 입장에서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죽음만을 거론한다.
이것은 무속이 불교보다 적응력이 빠르다는 의미이다.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지만, 무속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주고 있음이 이러한 죽음 형상의 변화에 보인다.
무속은 발 빠르게 사람들의 욕구를 수용하면서 시대 변화상을 받아들인
것이다.

 


Ⅳ. 맺음말
이상에서 세계관과 죽음 양상을 중심으로 무속과 불교의 상관성을 고찰
하였다. 이를 통해 불교가 무속에 또는 무속이 불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21
단선적인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이고 상당한 분석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 무속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불교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무속의 다양한 의미망을
도출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불교
의례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가 이루어질 때 이 글에서 찾아본 의미망이
보다 명확하게 밝혀질 걸로 기대한다.
무속을 중심으로 민속을 연구하는 이들은 민속 현상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민속의 특징이라 할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치중하다 보니 생긴 결과
이다. 그래서 불교를 바라보는 관점도 자못 현상적이다. 내재되어 있는 불
교의 깊이 있는 관점까지는 도달하기 어렵다.
수륙재, 영산재, 예수재 등에 대해서는 민속학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민
속의례로 바라보는 민속학의 관점이 불교학과는 달라, 오해가 쌓일 가능
성도 있다. 다만 한국문화를 바라보는 큰 틀에서는 소통하는 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22 한국불교학 76

 

접수일:2015.10.31 심사수정일:2015.11.25 게재확정일:201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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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속과 불교의 세계관 및 죽음에 대한 관점 비교 / 홍태한 523
≪ Abstract ≫
A Study on the Comparison of World View and Death
between Korean Shamanism and Buddhism
Hong, Teahan
(Co-Researcher, Center for Intangible Culture Studies, Cheonbuk National Univ.)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dentify and compare the world view
and death form between Korean shamanism and Buddhism. Shamanism
has been heavily influenced by Buddhism. Shamans often consider their
personal shrine as a temple house while dedicating their shrine to reverend
Buddhist monks such as Samyeong Daesa, Seosan Daesa and Muhak
Daesa. There is a Buddhist ceremony called ‘Suryukje’ but it has been a
long while since Suryukje was hosted by shamans in the southwest coast
region of Korea, which indicates Buddhism and shamanism have long
mutually influenced each other. This paper has looked into the world view
of <Gamnotaeng> and Suryukjjae, followed by that of <Princess Bari>.
What’s noticeable is that the semantic network of the top, middle and
the bottom seen in Suryukjjae is aligned with the world view of <Princess
Bari>. Connecting this relation network of the top, middle and the bottom
with <Princess Bari> creates the result of the top in line with the celestial
world of Princess Bari with the middle and the bottom in line with the
ordinary world and the hell, respectively. As Princess Bari saved her
parents by bringing mineral water from the west of Seocheon, Suryukjjae
has had several monks in the middle of the stairs help lone spirits of the
deceased on the bottom attain rebirth in the heavenly realm by redemption
of their sin. The movement of Princess Bari to and from the hell and the
western heaven horizontally coincides with the middle and the bottom of
<Gamnotaeng> drawn in succession. Next, a comparison has been made
on the awareness of death form. The Buddhistic death demonstrated in
Suryukjjae and <Gamnotaeng> and the shamanistic death form shown in
524 한국불교학 76
Duitjeonryu are the most common and familiar image of death to
Koreans, which was also deemed the most dreadful death. It also indicates
that shamanism and Buddhism are closely interrelated. In addition, the
awareness of death was universal with the existence of correlations
between Buddhistic and shamanistic rituals. Despite the difference in type
of death forms and the number of deaths, there is closeness between them
in that there are several deaths that have something in common, except
that Buddhism tends to adhere to fixed systems more strongly than
shamanism while being slower than shamanism in the extent of
incorporating the social change and the demand of the congregation.
Shaman rituals, or gut, have changed in line with this flow while
Suryukjjae depicts death forms in the past even when performed in the
21st century. I do not intend to use this as a means to draw a unilinear
conclusion that Buddhism and shamanism have influenced each other.
This is more complicated than this and requires further analysis and
studies. However, I would like to note that a proper understanding and
research into Buddhism from the perspective of studying Korean
shamanism is necessary to draw a variety of semantic networks. Reality
is no fairy tale. Further and deeper research into Buddhistic rituals from
various perspectives only will shed light on the semantic network dealt
with in this paper more clearly.
Key Words : Shamanism, Buddhism, Gamnotaeng, Princess Bari, Suryukjjae,
Duitjeon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