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21세기 개념사의 동점 3. 한국 개념사의 모색과 논점
2. 개념사 연구의 실험: 중국과 일본 4. 맺는말
21세기에 들어와 동아시아 각 지역에 유럽에서 기원한 개념사가 거의 동시에
수용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역사관의
요청으로 개념사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대한 근본적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사상사 연구의 전통 위에서 개념사 연구를 부분적으로 수
용하면서 일본의 근대적 사유 체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세기
에 서양을 수용하는 데 뒤처졌다고 평가되던 한국이 개념사를 둘러싼 논의에
서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근대가 유럽
과는 달리, 중국과 일본과도 달리 개념 연구 혹은 개념사적 방법을 통해 근대
를 성찰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의 근대와
동아시아의 전통이 여전히 경합하고 있는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인식론적 방법론적 논의가 충분히 이
루어져야 할 것이다.
1. ‘방법’으로서의 개념사: 개념사가 단지 서양 이론의 수용에 멈추지 않기 위
해서는 유럽의 다양한 개념사 연구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한국의
근대가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특질, 서양 또는 중국과 일본의 영향뿐만 아
니라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생성된 근대적 개념의 의미론적
투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의미’로서의 개념사: 한국의 근대 개념은 중국이나 일본의 번역을 경유하
여 수용됨으로써 번역의 부재라는 특성을 지니지만, 번역이 필요로 하지
않았던 문화적 전통과 연계하여 번역 없는 번역된 근대가 지니는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3. ‘소통’으로서의 개념사: 한국의 개념사 연구는 자국의 정체성의 확립을 위
한 근대적 기획을 넘어서, 지난 세기 세계사적 모순 속에서 야기된 동아시
아의 갈등과 충돌을 직시하면서, 이 지역에서 경제와 정치적 통합을 넘어
선, 상생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모색에 기여할 수 있
어야 한다.
논문분야 한국 근대사-개념사
주 제 어 개념사, 사회사, 방법, 번역, 소통, 역사적 의미론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7
1. 21세기 개념사의 동점
19세기 후반 이래 동아시아는 서양과의 만남을 통해 세계사의 단계에
진입하였다. 한자문화권 혹은 유교적 사회 체제 속에서 자족적인 질서를
구축해 온 동아시아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열강이
각축하는 국제질서 안에 거의 강제로 편입되었다. 유교를 중심으로 형성
된 경전과 문집, 역사서 등이 동아시아 지식 체계의 중심에 있었지만, 외
국의 실체를 파악하고 외국어를 학습하는 일이 국가적 혹은 국민적 차원
의 기획이 되었다. 기존의 전통을 고수하거나 혹은 변통하거나 혹은 거
부하면서, 한편으로는 외국의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거나 거부하면서 한
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해 왔다. 세계사의 무
대 위에서 서양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근대적 민족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삼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해온 것이다.
제국주의 열강들이 쟁탈하는 험난한 국제질서 속에서 동아시아 각 지
역은 지난 150여 년 동안 부국강병이라는 국방(國防)의 근대화 노선을 걸
어왔다. 세기의 전환점을 앞두고 21세기는 동아시아의 시대라는 희망찬
메아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냉전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오
리엔탈리즘의 주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이제야 동아시아는 자신들
이 걸어온 길의 역사적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근대 세계는 완성을 향해 달려오는 듯이 보였지만, 세계
사를 이끌어 온 서양 중심의 보편적 질서는 이미 균열과 위기의 싹을 내
재하고 있었다. 동아시아를 놀라게 하고 한편으로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극복의 바탕이 되었던 서양의 근대적 지식 체계와 세계관은 반성
적 사유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
는 근대에 대한 반성적 사유, 일국의 역사를 넘어선 지역적 역사 인식,
인문학의 새로 쓰기 경향 등은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8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지난 세기 이래로 동아시아는 서양에서 기원한 거의 모든 사조와 사상
을 받아들여 이를 번역하고 학습해 왔다. 최근 동아시아의 학계에서는
독일어권에서 출발한 개념사(Begriffsgeschichte) 관련 연구, 포콕(J. Pocock)
과 스키너(Q. Skinner)를 비롯한 영국의 케임브리지 학파의 정치사상 연
구, 영국의 문화비평가 윌리엄스(R. Williams)의 문화연구 및 키워드 연구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세 그룹의 연구는 각각 다루고 있는 시기와
지역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방법론이나 연구의 의도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각 학파 내부에서도 연구자의 문제의식과 연구 방
법은 적지 않은 차이가 가로놓여 있다. 이들을 개념사로 뭉뚱그리는 것
또한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정치와 사회 현상을 언어와 연계시키면서
언어의 분석에 중점을 두는 점은 공통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세기 후반
에 유럽에서 진행된 역사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이 21세기에 들어와 동아
시아에 수용되어 ‘개념사’ 혹은 ‘역사의미론’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
했고, 이를 둘러싼 논의가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동아시아의 근대를 서양과의 접촉과 연계시키는 분석은 오리엔탈리즘
의 혐의가 짙을 수밖에 없지만, 동아시아가 서양과의 불편한 만남 속에
서 인적, 물적, 지적 정보의 교류를 통해 서양을 타자로 세우고 자신의
주체를 형성해 왔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서양의 만남
을 소재로 다루면서 오리엔탈리즘의 경계를 넘어 동서양의 문화 교류, 특
히 번역의 의미를 천착한 최근의 연구들, 예를 들면 ‘언어 사이의 실천의
역사에서의 번역된 근대성(translated modernity)’,1) ‘번역과 주체(translation
and subjectivity)’2) 등과 같은 논의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동아
시아 세계는 지난 한 세기 이상에 걸쳐 유럽의 문화와 사상을 번역하였
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근대적 지적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나아
1) 리디아 H. 리우(2005), ?언어횡단적 실천?, 민정기 옮김, 소명출판, 63쪽.
2) 사카이 나오키(2005), ?번역과 주체: ‘일본’과 문화적 국민주의?, 후지이 다케시 옮김,
이산.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9
가 근대적 사회질서 체계를 형성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여기에 참여한 학적, 정치적, 사회적 주체들의 사회적 실천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근대를 구상하기 위해 필요한 서양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창조
적으로 번역한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개념사적 연구가 활발하게 소개되
기 시작하는 것은 지난 세기에 동아시아가 서양의 학술과 사상, 문화와
제도를 수용했던 전략과 상응하는 면이 있다. 즉 유럽의 개념사 연구는
21세기의 동아시아에서 선택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이며, 그러한 수
용과 학습상의 선택과 전략에는 동아시아의 시대적 배경이 숨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근대와 탈근대가 교직하고 있는 21세기에 자신들이 만들어
온 근대를 성찰하면서 미완의 근대를 완성하거나 혹은 근대의 그늘에서
야기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전의 수용 양상과 다른 점
은 종래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그리고 동서양 사이에 가로놓인 불균등
한 권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서양의 근대를 모델로 삼아 서양의 근대
및 이를 지탱하는 다양한 사상과 학문을 한꺼번에 수용하였다면, 지금은
동시대적인 문제의식 속에서 동서양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전지구화의 시
대가 던지는 물음들을 함께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발원한 개념사 연구가 유럽의 중심을 넘어 주변부로, 라틴아
메리카,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개념사 연구나 브라질의 연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3) 개념사 연구는 각
각 자신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념사
연구는 연구자와 연구 대상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닐 수 있다.
유럽의 타자로서 등장했던 동아시아는 지난 세기 동안 스스로의 정체성
을 찾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걸어왔으며, 마침내 ‘아시아의 세기’가 밝아
3) 유럽의 개념사 연구 상황은 멜빈 릭터(2010),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 — 비판적 소
개?, 송승철·김용수 옮김, 소화. 브라질의 개념사 연구는 나인호, 2011, ?개념사란 무
엇인가 —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역사비평사, 112∼118쪽 참조.
10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오고 있다. 탈냉전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아시아에서도 지역 통합의 움
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유무역권의 설정과 지역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관계를 주요 과제로 다루면서 동아시아공동체(East Asian Community)
혹은 동북아공동체(Northeast Asian Community)마저 구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동아시아,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였지만 아직도 냉전
의 굴레에서 고뇌하는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는 과연 다양하고 새로운 기
획을 촉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인접하
는 중국과 일본의 개념사 실험을 염두에 두면서 한국개념사의 논점을 정
리해 보기로 한다.
2. 개념사 연구의 실험: 중국과 일본
중국은 개혁개방을 표명한 지 이미 30여 년이 지났으며, 그동안의 정
치적 사회적 격변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학
문의 영역에도 다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인문학의 영역에서 “새로
쓰기[重寫]” 작업이 한창이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이제 중국의 학계는
새로운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학문의 재
정립에 대한 요구는 정치나 거대 담론으로부터 독립된 학문을 요구하
는 것만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20세기의 전
환기 이후로 전개되어 온 중국의 근대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훈풍은 중국의 학문의 영역에도 불어왔다.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그동안 자산계급의 학문이란 이유로 제한적으로 수용되었던 서양
의 온갖 학술 이론들이 물밀듯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개념사 연
구는 다른 방법론보다는 뒤늦게 소개되었다. 지난 2008년에 간행된 ?신
사학? 잡지는 「개념·텍스트·방법」이라는 특집을 다루면서 언어와 개념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11
에 주목하는 몇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다.4) ‘신사학’은 청말의 개혁가인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가 중국의 전통적 역사관을 비판하고 민족국
가의 건설에 도움이 되는 근대적 역사학을 정립하고자 ?신민총보? 창간
호(1902)에 발표한 논설의 제목이다. 21세기에 신사학을 주창하는 중국의
소장학자들은 탈구조주의의 담론, 신사회사(New Social History), 문화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코젤렉(R. Koselleck)의 개념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잡
지의 편집자는 중국의 근대적 지식 체계를 개념사적 접근으로 새롭게 조
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학계에서 개념사 연구는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중화독서보?에는 「언어학이 역사학을 혁신하는가?」라는 표제 아
래 중국근대사 연구에 개념사 도입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신사학’ 그룹의
의견과 이를 경계하는 반론을 게재하고 있다.5) 개념사 연구에 대한 반론
은 중국, 특히 비-서양에서 개념사 연구는 서양에서 시도된 개념사 연구
와는 다른 반성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양에서 개념사 연구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중국 혹은 비-서양에서 유럽 기원의 개
념사 연구를 비판적 안목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면, 유럽중심주의의 극복
을 목표로 하는 연구가 오히려 유럽의 근대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어떤 개념이 서양의 근대사에서 했던 작용과
그것이 중국에 이식되어 중국의 근대 역사에 작용하는 방식은 분명 차이
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근현대사에 개념사라는
유럽의 방법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작금
의 개념사 연구는 방법론과 인식론상의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반성적 성찰 없이 서양 기원의 방법론을 중국에 적용한다
면 서양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지라도,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4) 孫江 主編, 2008, ?新史學? 第二卷, 中華書局.
5) 孫江, 「近代知識亟需“考古” — 我爲何提倡概念史研究?」, 賀照田, 「橘逾淮而爲枳? —
警惕把概念史研究引入中國近代史」, ?中華讀書報?, 2008년 9월 3일.
12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되듯이, 중국에서는 오히려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개념사 연구의 필요성을 주창한 그룹은 사회사와 개념사의
통합을 제안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말하는 (신)사회사는 텍스트의 배후에
놓인 지식/권력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사는 “근대 중국
문화의 시대정신, 학술과 문화사조, 중국과 서양의 문화교류 및 신조어에
대한 분석”6) 정도로 설명되기도 한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사 혹은 사상사
의 전통을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의 출발선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에서 개념사
는 이제 막 출발한 단계이다. 2005년 화동사범대학출판사에서 스키너와
털리(J. Tully)의 연구를 비롯한 「케임브리지학파 사상사 번역 총서」를 기
획하였고, 2010년에는 릭터(M. Richter) 등의 연구를 「케임브리지학파의
개념사 번역 총서」로 번역 출판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현상의 일단을
보여 주고 있다.
홍콩중문대학에서 간행된 진관타오·류칭펑의 ?관념사 연구? 또한 사
상사적 성격이 강하지만 넓은 의미의 개념사라고 볼 수 있다.7) 중국의 근
현대를 만들어 낸 10여 개의 주요 관념들의 변화에 관한 연구와 100여
개의 중국근현대 정치용어의 용례 조사, 그리고 공동작업을 통해 구축한
1억 2,000만 자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 등은 분명 이전의 중국근현대
사 연구와는 외형적으로 구별되는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는 ‘키워드(key word)를 연구하는 데이터 분석 방법’에 의거한 것이다. 즉,
데이터베이스로 키워드를 검색하여 연대별 사용빈도를 통계 처리하고,
키워드와 관련된 예문들을 추출하여 해당 키워드가 시기별로 사용된 의
미의 유형과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해당 관념의 역사적 의미를
분석해 내는 일종의 ‘역사의미론’이라고 할 수 있다.
6) 黃興濤, 2000, ?文化史的視野?, 福建敎育出版社, 3쪽.
7) 金觀濤·劉靑峰, 2008, ?觀念史硏究 : 中國現代重要政治術語的形成?, 香港: 香港中
文大學當代中國文化硏究中心. 양일모 외 옮김, 2010, ?관념사란 무엇인가?, 푸른역사.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13
타이완 중앙연구원에서 기획한 「근대 중국의 지식 전형과 지식 전파
1600∼1949」 프로젝트 또한 직접적으로 개념사를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
만, 중국의 근대 지식 체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중국의 근대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념사 연구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광저우대학 상빙(桑兵)이 주관하는 「근대 지식
과 제도」, 우한(武漢)대학 펑톈위(馮天瑜)가 주관하는 「중국·일본·서양
의 문화적 상호작용과 근대 학술 용어 형성 연구」,8) 런민(人民)대학 황싱
다오(黃興濤)가 주관하는 「근대 중국 신명사의 형성, 전파와 학술 문화의
현대적 전형」, 푸단(復旦)대학 장칭(章清)이 주관하는 「중국 현대 학과의
형성」 프로젝트와 연동되어 전 중국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중국의 전통
학술의 내적 분화와 근대 지식의 전래와 번역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학계는 개혁개방 이후 해외로 진출
한 해외파들과의 연계 속에서 이러한 작업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활발하
게 전개하고 있다.
한편 세기의 전환점에서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가고 있는 일본에서도 개념의 분석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근대 지
식에 대한 반성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간사이(關西) 대학 동서학술연구소
및 아시아문화교류연구센터는 동서 언어의 접촉을 어휘사와 문화사적 관
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근대동서언어문화접촉연구회」에서는 ?혹문(或
問)』잡지뿐만 아니라 우수한 연구 결과를 이미 간행하였다.9) 교토대학
8) 馮天瑜, 2004, ?新語探源— 中西日文化互動與近代漢子術語生成?, 中華書局; 馮天瑜,
2006, ?‘封建’考論?, 武漢大學出版社. 펑톈위는 자신의 방법론을 ‘역사문화어의학(歷史
文化語義學)’이라고 명명한다.
9) 沈国威·内田慶市 合編, 2010, ?近代東アジアにおける文体の変遷— 形式と内実の相
克を超えて?, 東京: 白帝社; 內田慶市·沈國威 編, 2009, ?言語接觸とピジン—19世
紀の東アジア : 研究と復刻資料?, 東京: 白帝社; 沈国威 編, 2008, ?漢字文化圏諸言
語の近代語彙の形成— 創出と共有?, 関西大學出版部; 沈国威·内田慶市 編, 2002, ?近代啓蒙の足跡— 東西文化交流と言語接触 : ?智環啓蒙塾課初歩』の研究?, 関西
大学出版部; 沈国威, 1994, ?近代日中語彙交流史?, 東京: 笠間書院.
14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인문과학연구소 부속 현대중국연구센터에서는 그동안의 중국 연구 성과
를 토대로 근대 중국 번역 개념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동아시아 차
원에서 사상의 연쇄와 문화교류를 분석하고 있는 정치사상사 연구 또한
개념사 연구와 근대적 지식 체계의 점검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연구와 관
련성을 지니고 있다.10) 일본에서 개념사 연구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연구자들과의 공
조 관계를 기반으로 공동연구가 활발하다.11) 아울러 일본의 인문학 분야
에 오랜 전통을 지닌 사상사 연구 방법론의 연장선 위에서 개념사가 접
합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일본의 사상사는 天, 道, 公 등의 추상적 개
념에 대한 분석에서 언제나 개념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코젤렉의 이름은 이미 1980년대 정치사상사학자들에게 알려
져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코젤렉의 개념사 작업이 가장 먼저 번역된 것
도 역시 동아시아의 모범생이라 지칭되는 일본이었다. 코젤렉이 1959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비판과 위기—시민세계의 질병의 기원에 관
한 연구?가 1989년에 일본어로 번역되었다.12) 뒤이어 코젤렉 등이 편찬
한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의 정치적·사회적 언어에 대한 역사사전? 중
에서 리델(M. Riedel)이 담당한 「시민사회(Bürgliche Gesellschaft)」가 ?시민
사회의 개념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13) 리델의 해석학적 방법론은
번역의 왕국인 일본에서 이 밖에도 4종이나 번역되어 일본의 법학과 정치
10) 2011년 2월에 교토대학에서 개최된 국제워크숍 「近代日本における翻訳概念の展開」
는 2006년부터 시작된 연구 성과를 발표한 것이다. 山室信一, 2001, ?思想課題として
のアジア— 基軸·連鎖·投企?, 岩波書店.
11) 일본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東アジアにおける知的システ
ムの近代的再編をめぐって?(2008), ?東アジア近代における概念と知の再編成?(2010), 아
이치대학이 난징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한 「동아시아 근대 지식과 제도의 형성」(2011) 등.
12) R. Koselleck(1989), ?批判と危機 : 市民的世界の病因論のための一研究?, 村上隆夫訳, 未来社.
13) M. Riedel(1990), ?市民社会の概念史?, 河上倫逸·常俊宗三郎 編訳, 東京: 以文社.
일본어 번역은 제1장 시민사회, 제2장 시민, 공민, 시민계층, 제3장 게젤샤프트, 게마
인샤프트, 제4장 시스템과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니힐리즘 부분은 제외되었다.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15
사상사 분야에서 주목받았다.14)
일찍부터 사회과학 분야에서 소개된 개념사 연구는 서양을 연구 대상
으로 하는 성과를 조금씩 제출하였으며, 최근 동아시아 차원의 개념사
연구 풍조에 편승하여 본격적인 일련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에 영국 정치사상사를 공부한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사토 세
이시(佐藤正志)의 일련의 저작은 정치와 언어, 그리고 정치 개념의 수용과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탐구하였다.15) 이 분야에서 제시된 최근의 본격적인
연구 성과는 오사카국제대학의 고가 게이타(古賀敬太)가 편집한 ?정치개념
의 전개?를 들 수 있다.16) 이 책은 정치 개념의 변천 과정을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어 살피고 있으며, 현대에서 논쟁적 상황의 일단을 소개하고
있다.
도쿄대학 미학과의 오타베 다네히사(小田部胤久)의 예술의 개념사는 독
일에 유학하여 독일 개념사를 정통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개념
사 연구를 대표하는 연구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17) 그는 ‘예술’이라는
개념,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예술가’, ‘예술창조’, ‘독창성’과 같은 온갖 개
념이 같은 시기에 발생하는 과정, 그리고 이러한 개념의 망으로 구성된
미학이라는 학문이 18세기 유럽에서 생겨나는 과정을 해명하고 있다. 나
아가 그는 18세기 독일어권의 미학 이론의 전개 과정 속에서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읽어 내고자 한다. 미학 분야의 개념사 연
14) 河上倫逸 編訳, 1984, ?解釈学と実践哲学 : 法と歴史の理論によせるヘルメノイティ
クの新たなる地平?, 以文社; 清水正徳·山本道雄 訳, 1976, ?ヘーゲル法哲学 : その
成立と構造?, 東京: 福村出版; 宮内陽子 訳, 1983, ?規範と価値判断: 倫理学の根本
問題?, 御茶の水書房; 川原栄峰 監訳, 1998, ?ハイデッガーとニーチェ : 何をおいて
も私を取り違えることだけはしてくれるな!?, 東京: 南窓社.
15) ?現代の政治思想?, 東海大学出版会, 1993; ?政治思想のパラダイム— 政治概念の持続
と変容?, 新評論, 1996; ?政治概念のコンテクスト— 近代イギリス政治思想史研究?,
早稲田大学出版部, 1999.
16) 古賀敬太 편, 2004∼2011, ?政治概念の歴史的展開? 제1권∼제4권, 晃洋書房.
17) ?象徴の美学?, 東京大学出版会, 1995; ?芸術の逆説— 近代美学の成立?, 東京大学
出版会, 2001; ?芸術の条件— 近代美学の境界?, 東京大学出版会, 2006.
16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구는 이상에서 서술한 법학, 정치사상 분야보다 조금 늦게 시작된 것이
지만, 이 두 분야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학문적 성과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으면서 전개된 일본의 서양 연구 분야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개념사 연구가 중국의 근대를 조명하는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면, 일본의 개념사는 중국 연구자 혹은 유럽 연구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보인다.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서는 개념장르사라는 방법론을 제
기하면서 근대 일본의 ‘문학’ 개념을 학술사적 관점에서 추적하는 문화론
적 연구가 있지만,18) 일본의 근대를 다루는 연구에서는 역사학자보다는
정치학자 혹은 문학 연구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3. 한국 개념사의 모색과 논점
냉전의 응어리가 남아 있는 분단 체제의 한국에도 변화하는 세계의 바
람이 불어왔다. 유럽중심주의를 상징했던 ‘세계사’가 해체되었고, 한편으
로는 전지구화(globalization)의 시대가 도래했다.19) 세기의 전환을 전후
한 이러한 세계적 차원의 지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한국에서는 근
대와 탈근대,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근대화론,
탈식민주의, 동아시아론 등이 학계를 풍미한 주요 논점이 되었다. 이러
한 논쟁 속에서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모방의
시대에서 창조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사회 개념의 뿌리를 확인하
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먼저
코젤렉의 개념사 연구에 주목하여 한국 사회과학 개념의 형성사 연구
가 시작되었다. “21세기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전초전”으로서 개념
논쟁을 파악하고 “21세기 변화하는 세계를 바로 보고 바람직한 미래를
18) 鈴木貞美, 2009, ?‘日本文学’の成立?, 作品社.
19) 酒井直樹·西谷修, 1999, ?‘世界史’の解体— 翻訳·主体·歴史?, 以文社.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17
실천하기”20) 위한 개념사 연구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국제정치학 연구자
들의 주장은 종속과 분단의 현실 속에서 전개되어 온 한국의 학문적 연
구의 현실과 목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
문학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공유된 것이며, 개항기, 대한제국시기, 식민지
시대에 관한 연구가 증가하였고, 문화사, 일상사, 사회사, 학술사, 번역사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한 이른바 근대 전환기에 대한 연구가 고조되었다.
“한국 근대사에서 볼 수 있는 근대성의 문제를 정치체제론이나 경제발전
론 그리고 이데올로기론을 넘어서 하나의 대중적 지식과 개념의 형성과
과정이라는 문화사 전체로 바라보”21)면서 유럽의 지식과 개념이 동아시
아 각 지역에 수용되는 과정을 비교사적 관점에서 다루는 공동연구 또한
이러한 흐름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에서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
호소통 사업>을 수행하면서 개념사 연구를 표방한 것도 이러한 국내외적
사고의 전환 과정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22) 지난 세기에
서양을 수용하는 데 일본이 가장 빨랐고 한국이 가장 늦었다고 한다면,
최근 개념사를 둘러싼 논의는 오히려 한국이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한림과학원의 프로젝트와 연구 기
획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연구사 정리 작업과 반성, 개념총서 집필자들의
소회, <한국개념사총서>에 대한 학계의 비판 등은 한국의 개념사 연구에
대해 학적 연구로서의 위상 정립을 요청하고 있다.23) 학적 연구는 이론
20) 하영선 외, 2009,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 창비, 23, 29쪽.
21)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2004, ?근대계몽기 지식 개념의 수용과 그 변용?, 소명출판,
5쪽.
22) 한림과학원의 개념사 연구 활동과 성과는 http://has.hallym.ac.kr/ 참조.
23)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와 관련된 동향과 비평은 다음과 같다. 김현주, 2007, 「개념어
연구의 동향과 성과」, ?상허학보? 19집, 상허학회; 김학이, 2009, 「개념이 적은 개념사
연구」, ?역사와 문화? 17호, 문화사학회; 이행훈, 2011,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과거’
의 매혹적 만남 — 한국 개념사 연구의 현재와 미래」, ?개념과 소통? 7호, 한림과학원;
나인호, 2006, 「개념의 정치인가 개념의 역사인가」, ?역사비평? 77호, 역사비평사; 김
학이, 2011, 「나인호 교수의 저서를 읽고」, ?개념과 소통? 7호, 한림과학원.
18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적 토대를 요구하지만, 이론은 또한 구체적 연구를 통해 점검을 받는 과
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계의 반응에서 나타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장 큰 문제로서는 지금 왜 한국에서 개념사인가
라는 질문이며,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왜’라는 물음은 이러한 방법론이 기존의 한국근대
사 연구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일 뿐만 아니라, 연구의 동
기나 궁극적 목적과 관련된 문제이다. ‘어떻게’라는 물음은 우선 서양의
개념사 자체에 대한 이해가 충실한가 하는 원론적 물음이요, 다음으로
한국의 개념사 연구가 서양의 방법을 단순하게 수입하는 단계를 넘어서
유럽과는 다른, 혹은 동아시아 내에서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독자적인
특질을 발휘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라고 하는 구체적 문제이
기도 하다. 이는 서양에서 개념사 연구가 서양의 근대를 밝히는 데 일정
한 공헌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한국에서도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근대를 밝혀 주기 위해서 또
다른 차원의 방법론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이다.
1) ‘방법’으로서의 개념사 —근대성의 성찰
지난 세기 후반 이후로 시작된 독일의 개념사 연구는 자본주의의 길을
뒤늦게 좇아간 독일의 역사적 상황 및 역사철학과 해석학의 전통을 이어
가는 학문적 풍토 속에서 배태된 작업이었다. 독일의 개념사 연구를 대
표하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의 정치적·사회적 언어에 대한 역사사전?
(1975∼98)이 상정하는 가설은 독일어권 ‘전통 유럽’의 정치·사회 언어의
핵심적 개념들이 코젤렉이 명명한 안장시대(Sattelzeit), 즉 1750년에서
1850년 사이에 변모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동 작업은 “개념사를 활용하
여 독일어권 유럽에서 근대의 도래, 인지 및 결과를 추적하며, 독일어권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19
근대는 고유한 형식을 가지게 된다고 가정한다.”24) 독일어권에서 이루어
진 또 하나의 개념사 사전이라 할 수 있는 롤프 라이하르트(Rolf Reihardt)
등이 편찬한 ?프랑스 정치·사회 기본개념 편람: 1680∼1820?은 코젤렉
의 가설이나 방법과는 달리 프랑스혁명에 초점을 맞추어 이 기간 동안
개념의 용법에 단절이 일어났음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25)
케임브리지학파로 대표되는 영어권의 개념사 연구는 중세 후반과 근대
초기 역사로 시작하여 18세기 후반 이후를 다루지는 않는다. 이들은 독
일어권 개념사와는 다른 언어철학적 배경 속에서 출발하였고 독일의 연
구처럼 근대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포콕의 ?마키
아벨리적 순간?이 근대 초기 정치언어인 ‘시민적 인본주의’ 또는 ‘고전적
공화주의’를 다루고 있고, 스키너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근대 정
치사상의 토대?가 국가(State)라는 근대 개념이 형성되어 온 과정을 분석
하였듯이,26) 정치사상과 정치언어, 그리고 정치적 행동 사이의 연관 관계
의 분석에 집중한 케임브리지학파의 작업도 유럽 전체의 수준에서 근대
성의 해명을 기본과제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27)
유럽의 개념사 연구와 연동하여 전개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연구 또
한 각 지역의 근대성의 의미와 역사적 정체성의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
다.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의 방법론을 수용하는 것 또한 한국의 근대에
대한 성찰적 사고라는 한국 학계의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 서양중심주의
에 기반한 근대에 대한 반성과 함께 동아시아 속에서 주체적 학문 연구
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 또한 한국 학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각 지역
에 공유된 전제이기도 하다. 20세기에 들어와 진행된 ?역사용어 바로쓰
기?에서는 외부적 시각에 의해 고착된 역사 용어를 바로 쓸 것을 강조하
24) 멜빈 릭터(2010), 앞의 책, 78∼79, 220쪽.
25) 멜빈 릭터(2010), 앞의 책, 50쪽.
26) 멜빈 릭터(2010), 앞의 책, 228쪽.
27) 박상섭, 2009, 「한국 개념사 연구의 과제와 문제점」, ?개념과 소통? 4호, 한림과학원.
20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고, <한국개념사총서>에서는 비역사적 개념에 대한 반성과 개념의 정확
한 인식을 제안하면서 학문의 제국주의를 극복하고 역사의 정체성을 찾
아보고자 하고 있다. 이처럼 학적 용어와 개념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개
념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서양의 개념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
이다. 독일의 개념사에 정통한 서양사 연구자들이 개념의 혼란을 극복하
고자 하는 국내의 연구 경향에 대해 ‘정통’ 개념사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28)
물론 국내에 서양의 개념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국내 학계의 지
적 성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양의 개념사에 비해 국내의 개
념사 연구가 학문적 미성숙 단계에 있다는 것을 서양 개념사 연구의 경
전적 저작을 인용하여 예리하게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의 역사학
이나 사회과학의 용어의 혼란을 지적하고 용어의 정의를 확립하고자 하
는 작업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짙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한
국에서 개념사적 연구를 도입하는 연구 집단이 개념의 혼란을 지적하는
맥락은 또 다른 개념사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학술이
주체가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성립되었다는 최근 한국 학계의 공유된 전
제를 보여 주고 있고, 한편으로는 한국의 근대가 세계사적 모순과 동아
시아적 특수성이 다층적으로 교직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도 학술 용
어상에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역사학 용어 새로 쓰기는 “저항과 모방 사이에서 형성된 한국근대 역
사학이 유럽중심주의와 국사 중심 체제를 넘어서기”29)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올바른 학술 개념을 둘러싼 의미론적 투
쟁이 지금도 지속되는 것이 한국 근대사회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만큼 한국의 근대사는 학술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화
28) 김학이, 2009, 앞의 논문; 나인호, 2006, 앞의 논문.
29) 도면회, 2009, 「한국과 일본의 20세기 역사학을 돌아보며」, 도면회·윤해동 엮음, ?역
사학의 세기 — 20세기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 휴머니스트.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21
적으로 개념의 정통성을 둘러싼 갈등과 투쟁이 치열했던 압축된 근대의
단면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 학계에서 진행되는 개념사는, 독
일 개념사 전공자들의 반론에 의한 학습 효과도 있겠지만,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개념의 정의를 추구하는 작업일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근
대 속에서 풍부하게 전개되었던 “정치적 혹은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지위를 지키거나 관철시키려는 의미론적 투쟁”30)을 찾
아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의 개념사 연구는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개념의 정통성과 권위를 둘러싼 기본적 자료 수집에
충실한 기초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19세기 이래로 세계사의 격랑 속에서 동아시아 각 지역은 왕조체
제 속에서 새로운 정치 체제를 구상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기획하고자 했
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일본에서는 입헌군주제가 성립하였고, 한국에서
는 대한제국이 성립하였고, 중국에서는 중화민국이라는 공화제 체제가
성립하였다. 새로운 정체(政體)는 내부적인 변혁의 요구와 함께 서양으로
부터 학습한 개념과 지식 체계의 역할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
다. 이러한 정치적 변동은 동아시아 각 지역이 세계사의 무대 속에 편입
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동서양의 충돌과 교류 속에서 동아시아 각 지
역의 지식인들은 서양의 부강과 군사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서양이 사
회를 구성하는 원리 및 그러한 원리를 지탱하는 학적 체계에까지 관심을
확대해 갔다. 새로운 정치 체제를 상상하면서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는
서양의 문헌이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언어들이 등장하였다. ‘민주’
와 ‘공화’, ‘국가’와 ‘사회’ 등 새롭게 나타난 언어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파
악하고 새로운 시대를 상상하고 기획하는 ‘지나간 미래들’이었고, 근대적
국민국가의 지적 토대가 되었다. 대부분 서양에서 기원하여 중국이나 일
본을 통해 수용된 이러한 개념들은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새로운 시대를
30) 라인하르트 코젤렉(1996), ?지나간 미래?, 한철 옮김, 문학동네, 128쪽.
22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위한 기획으로 구상되었으며, 사회의 구조를 등록하는 지표라기보다는
사회의 변화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기능하는 측면이 많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 기원한 새로운 개념이 중국이나 일본을 경유하여 한국이라는
장소에 도착하면서 전개되는 한국의 근대 개념의 생성, 굴절, 전유, 상징
등의 과정은 개념의 의미론적 투쟁이 어느 지역보다 다층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띠지 않을 수 없다. 개인 혹은 집단적으로 사용된 개념은 그 기원
의 모호성과 확신의 기대성으로 인해 개념의 정통성을 향한 투쟁과 관련
된 정치적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위험성이 증대될수록 개념장 혹
은 의미장은 계층과 성별에 의한 복잡한 양상을 잘 보여 줄 수 있을 것
이다.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는 우선 한국의 근대성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근대를 만들어 간, 만들고자 한 정치적 행위
주체들의 사상과 언어의 관계, 행위 주체들의 개념적 투쟁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언어들은 기존의 언어 체계와는 의
미를 달리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서양의 지적 체계와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될 수 있는 성질을 띤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근대를 서
양의 충격(western impact)으로만 규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언어가
서양으로부터, 혹은 중국과 일본을 경유해서 수용되었다 하더라도 거기
에는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들의 의미 부여 및 장소(topos)의 차이
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근대에서 막대한 작용을 끼친 주
요 개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국가’라는 개념을 보더라도, 한국어
로서의 ‘국가’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의미장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량치차오가 중국인은 “천하가 있는 것을 알지만 국가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31)라고 하면서 근대적 국가관을 주창하였듯이, 중국에
31) 梁啓超, 「論國家思想」, ?新民說?, ?飮冰室專集? 4:21, ?飮冰室合集?, 中華書局, 1989.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23
서 ‘국가’는 ‘천하’ 세계로부터 산출되었다. 일본에서는 ‘국가’는 만세일계
의 천황 지배 체제와의 연관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중국의
속방(屬邦)으로부터 독립한, “다른 나라의 관할을 받지 않는 것”32)이 강조
되었다. 이처럼 근대적 개념의 형성은 각 지역의 역사적 특성과 밀접하
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 개념 연구 또한 서양과의 관련성
뿐만 아니라 문화적 토대와 사상적 전통과의 연계성을 밝히는 작업이 되
어야 할 것이다.
코젤렉은 독일의 근대를 특징짓기 위해 ‘말안장의 시대(Sattelzeit)’, 나중
에는 ‘문턱의 시대(Schwellenzeit)’를 가정하였다. 한림과학원의 한국개념사
총서 또한 1850년에서 1950년에 이르는 100년을 “한반도라는 장소에서
인문·사회과학의 근대적인 기본 개념 형성에 중요한 시기”33)로 규정하
고 있다. 코젤렉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념사총서의 이러한 시간대의 설정
은 작업가설에 해당하므로, 앞으로의 연구 성과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개념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논
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것은 해방 이전보다는 그 이후의 공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는 19세기 말 서양과의 접촉뿐만 아니라 해방 후의
시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34) 나아가 코젤렉의 경우
와 같이 일정한 시기에 한정하여 한국사의 근대를 밝히는 것이 유의미한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100년이라는 특정한 시간대를 가정하
는 것은 역사의 다층적 변화를 무시한 지나치게 규격적이고 획일적인 성
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32) 유길준, 1971, ?서유견문? 3장 「방국의 권리」, ?유길준전서? 1, 85쪽. 일본과 한국의
국가 개념에 관해서는 박상섭, 2009, ?국가?, 소화, 98∼100, 121∼126쪽 참조.
33) 김용구, 2008, 「한국개념사총서 발간사」, ?만국공법?, 소화.
34) 박상섭, 2009, 「한국 개념사 연구의 과제와 문제점」, ?개념과 소통? 4호, 한림과학원;
송승철, 2009, 「미래를 향한 소통 — 한국 개념사 방법론을 다시 생각한다」, ?개념과
소통? 4호, 한림과학원; 윤해동, 2010, 「정치 주체 개념의 분리와 통합」, ?개념과 소통?
6호, 한림과학원.
24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역사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장기근대사론’은 19세기 어느 시점
에서부터 민족통일까지의 역사적 시간대를 상정하면서 한국의 고유의
‘근대’를 발견하고자 하고 있다.35) 한국에서 근대 개념의 탄생과 개념의
사회사적 연구 또한 개항기, 식민지시기, 해방 이후를 분절하는 방식을
지양하는 ‘장기근대사론’과 같이 근현대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근대를 만들어 낸 개념은 서양과의 접촉
이래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그러한 개념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결속되지 않은 것을 보면 지금도 개념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근
대의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서양
과의 접촉, 즉 서양의 충격을 근대로의 이행의 계기로 삼는다면, 미국의
중국사 연구자인 폴 코언(Paul A. Cohen)이 비판하였듯이, 내재적 발전을
거부하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36) 중국사 연구에서 ‘후
기제국시대(Late imperial China)’라는 용어로 18세기 이래 중화민국까지 장
기간에 걸쳐 지속되면서 서서히 변화가 발생하는 측면에 주목하는 연구
경향이 각광을 받고 있듯이, 한국의 개념사 연구 또한 ‘장기근대사론’을
넘어서 전통과 근대의 단절이 아니라 전근대를 포괄하는 보다 장기적인
시간대에 걸쳐 개념의 변화하는 양상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의미’로서의 개념사 —번역 없는 번역된 근대
서양에서 기원한 개념이 중국이나 일본의 번역을 경유하여 수용되었다
는 점에서 한국의 근대가 번역의 부재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자주 지적되어 왔다. ‘하느님’, ‘어린이’와 같이 한글
35) 정연태, 2011,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화 논쟁?, 푸른역사, 410쪽.
36) 서양의 충격을 상징하는 아편전쟁(1840)에 중국사의 근대의 기점을 설정한 연구에 대
해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비판한 것으로서는 폴 A. 코언(2003), ?학문의 제국
주의 — 오리엔탈리즘과 중국사?, 이남희 옮김, 산해, 340∼358쪽 참조.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25
로 된 근대 언어도 있지만, ‘근대’, ‘진보’, ‘자유’, ‘사회’ 등과 같이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지칭하는 언어는 대체적으로 서양의 언어를 직접 번
역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은 언어의 수용사적인 측면
에서 볼 때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경로의 근대를 경험하였다. 독자
적 번역이 부족했다는 것은 한국의 근대가 타율적이며 단순한 수용이라
고 평가될 수도 있지만, 개념사적 방법 혹은 번역된 근대의 관점에서 볼
때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의 언어와 중국어 사이에서와 같이 서로 다른 언어권 간에 이루어
지는 번역의 문제에 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언어 사이의
실천(translingual practice)’ 혹은 ‘개념의 전유의 다층성’37) 등으로 설명되기
도 하였다. 중국 혹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근대 한어(漢語)가 한국에 수용
되는 과정은, 비록 서로 다른 두 언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지만,
이 지역이 오랜 기간에 걸쳐 한자라는 보편적 언어를 중심으로 문화적
지적 교류를 전개해 왔다는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즉 조선시대까지 한문 텍스트로 구성된 중국의 학술과 사상이 한국에 전
래되는 과정에서는 번역이라는 문화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시대까지는 번역 없는 문화 교류를 통해서도 조선은 중국
의 유학과는 다른 유교적 담론을 창출하였고, 나아가 중국과는 다른 정
치 사회 조직을 형성했다. 즉 근대 이후 중국 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
입되는 한자로 이루어지는 개념 또한 전통적인 문화 교류 방식과 연속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루어진 번역 작업은 서양과 자국 사이에 이해의 공
간을 구축했다면, 한국의 근대 개념은 서양이 사상된 것이 아니라 동아
시아화된 서양을 한국이라는 시대와 지역 속에서 또 다시 ‘독해’하면서 근
37) Kurtz, Joachim(2001), “Coming to Terms with Logic,” Michael Lackner, Iwo Amelung
and Joachim Kurtz, New Terms for New Ideas: Western Knowledge and Lexical
Change in Late Imperial China, Leiden: Brill.
26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대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근대가 중국이나 일본
과는 다른 복잡성과 중첩성을 띠게 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근대 개념에 관한 연구는 ‘번역’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의미의 ‘독
해’로서 역사의미론적 접근이 더더욱 요청된다. 번역이 불필요했던 한국
적 상황은 오히려 의미의 새로운 ‘독해’를 통한 사회적 실천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근대 개념의 사회적 실천과 담론 형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38)
한국의 번역 없는 번역된 근대는 리쾨르(Paul Ricoeur)의 번역론과 관련
해서 더 깊이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번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
서 고려되어야 한다. 즉 “하나는 번역이라는 말을 엄밀한 의미로 해석하
여 한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작업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다른 하나는 번역을 포괄적 의미로 이해하여,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표의 총체에 대한 해석과 동
의어로 간주하는 것이다.”39) 야콥슨(Roman Jakobson)이 분류한 번역에 따
르면, 후자는 언어 내적 번역(la traduction intralinguale) 혹은 바꾸어 말하
기(reformulation)이다.40) 청일전쟁 이후 일본에서 건너온 신어가 중국의
정치와 사회를 형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과정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건너온 신어가 한국의 근대를 형성하는 데 끼친 역할 등은 다
같이 넓은 의미의 번역, 즉 해석 혹은 독해의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할 것
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근대가 번역 없는 번역된 근대의 특질만을 지니
는 것은 아니다. 신문 매체에서도 이미 각국 서적을 번역하는 중요성을
38)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동일한 한자어 개념들이 수용되고 확산되면서 생겨나는 의미
변형과 재구성의 차원에 주목하면 매우 새로운 쟁점들이 제기될 수 있다”(박명규,
2009, ?국민·인민·시민 — 개념사로 본 한국의 정치주체?, 소화, 265쪽)는 주장 또한
번역이 결핍되어 있는 한국 근대 개념사 연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39) 폴 리쾨르(2006), ?번역론— 번역에 관한 철학적 성찰?, 윤성우·이향 옮김, 철학과 현
실사, 93쪽.
40) 로만 야콥슨(1989), ?일반 언어학 이론?, 권재일 옮김, 민음사, 84쪽.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27
강조하였고 국가 차원에서 번역 기관을 설치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41)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성신보?에서 「나폴레옹전」(拿破崙傳, 1895년
11월∼1월)이 번역된 이래 각종 신문에서 중국과 일본 문헌을 국한문 혼
용체로 번역하여 게재하였다.42) 제임스 게일(James S. Gale)의 ?톈로력뎡?
(The Pilgrims’s Progress, 1895), 파리외방전교회가 요코하마에서 간행한 ?한
불전?(1880) 등 선교사들의 번역과 사전편찬 작업 또한 유럽어와 한국
어 사이의 교류가 담긴 흔적이기도 하다. 안국선의 ?금수회의록?(1908)
등 개화기 문학작품이 대체로 일본 작품의 번안이기도 하지만, 번안 역
시 넓은 의미의 번역이요 해석이다. 이러한 번역 작업과 함께 한편으로
는 중국과 일본에서 번역된 서양 사상 관련 문헌들이 한국에 수입되고
신문지상에 광고가 실리기도 하였다.43)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부터의 순
한글 번역, 국한문혼용 번역, 번안, 그리고 외국 서적의 직접 독해 등 한
국의 근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번역하는 언어의 다양
한 양식 또한 독자의 성격을 달리하였으며, 번역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개념사 연구는 이러
한 번역 문헌의 발굴과 정리뿐만 아니라, 개념사적 연구 방법론을 이용
하여 번역의 내재적 의미와 사회적 파급 효과를 상관적으로 분석할 필요
가 있을 것이다.
또한 1909년 일간지 ?대한민보?에 수록된 「신래성어(新來成語)」, 1913년
5월 천도교 월간지 ?천도교회월보? 34호에 게재된 「현용신어(現用新語)」,
아울러 최근 발굴된 ?최신 실용 조선백과전서?(1915)에 수록된 「현용 신
41) 「論學政第三」, ?한성주보? 1886년 2월 15일; ?독립신문? 1897년 8월 5일; ?황성신문?
1902년 4월 30일.
42) 예를 들면, 「경국미담(經國美談)」, ?한성신보?, 1904; 「헝가리 애국자 코슈트전(匈加利
愛國者噶蘇士傳)」, ?조양보?, 1906; 「비스마르크전」, ?태극학보? 1906년 12월∼1907년
5월; 「표토르대제전(彼得太帝傳)」, ?공수학보?, 1907; 「롤랑부인전」, ?대한매일신보?
1907년 5월∼7월 등. 김욱동, 2010, ?번역과 한국의 근대? 제3장, 소명출판 참조.
43) 김효전, 2008, 「번역과 근대 한국」, ?개념과 소통? 창간호, 한림과학원.
28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어 약해」, 최녹동(崔錄東)이 편찬한 ?現代新語釋義?(1922), ?청년 조선?
잡지 부록으로 간행된 ?신어 사전?(1934) 등에서 나타나는 사전적 정의는
개항과 식민지시대에 한국인의 사유와 언어가 농축되어 있는 귀중한 자
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전 또한 발행하는 주최 측의 의도가 포함되
어 있으며, 사전 간행을 위해 사용된 외국 자료의 연관 관계 또한 밝혀져
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 간행된 서적이 먼저 한국에서 복각판으로 간행되어 지식인을
중심으로 수용되다가, ?이언?(易言, 1883), ?태서신사?(泰西新史, 1897), ?중
일약사?(中日略史, 1898), ?음빙실자유서?(1907) 등과 같이 한국어로 번역
되어 대중화되는 것도 한국의 근대가 지니는 번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문본 혹은 일본어 서적을 읽을 수 있는 독자와 한국어를 읽는 독
자의 구분은 계층에 따른 독해와 번역의 풍부함을 보여 줄 수 있다. 또한
근대의 모범으로 삼아야 할 대상이 일본에 집중되면서 이에 대해 “오늘
날 우리나라 학생의 일본 학문을 숭배하고 모범하려 하는 것은 그림자의
그림자요 그림의 그림이라 어찌 문명의 실지 진경을 구경하리오”44)라는
주장은 번역의 주체 내부에서 나타나는, 일본 유학파와 구미 유학파 사
이의 갈등과 투쟁의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채의 ?월남
망국사?,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윤치호의 ?우순소리? 등의 번역 서적이
1909년에 제정된 출판법에 의해 발매와 사용 금지 조처를 당한 것은,45)
번역이 지배와 저항이라는 정치적 담론 속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실천이
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3) 소통으로서의 개념사 —동아시아론을 넘어서
세계사의 해체와 근대성의 성찰이라는 시대적 조류 속에서 개념사를
44) ?공립신보? 1908년 7월 8일,
45) 김욱동, 2010, 앞의 책, 228쪽.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29
비롯한 국내의 연구는 대체적으로 주체적 학문 연구라는 기본 자세에서
출발하여 한국 근대사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념
사는 자국의 근대성이 지니는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자국의 정체성을 확
인하고자 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근대의 기획 속에 담겨진 개념
을 해석하면서 자국의 근대적 주체를 재확립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태
생적으로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아시아는 전지구화시대에 진입할수록 각
지역 국가의 정체성과 주체성은 불가결한 요청이다. 상생의 공동체를 위
해서는 구성원의 주체적 참여와 정체성의 확인이 선결조건으로 구비되어
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중국과 일본의 연구에서 번역된
혹은 창안된 근대적 개념이 자국에서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밝히고
자 하는 모습은 단선적 근대의 기원과 전파, 시간의 선후로 근대의 질을
재단하는 근대적 기획의 불행한 이면을 노출시킬 뿐이다. 한자언어권 내
부에서 드러나는 언어와 문화의 교류는 전파와 수용이라는 권력 관계 속
에서만 볼 수 없는 번역과 해석의 다면성을 안고 있다. 전파와 수용 혹은
수용과 굴절과 같이 전달하는 자명한 의미가 수용하는 측에서 굴절 혹은
왜곡된다는 방식의 이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 혹은 동일한 문화권
내부에서 출발언어와 도착언어 사이의 대화와 교류가 중시되어야 할 것
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동아시아에서 근대적 주체를 확립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백여 년 동안 아시아는 저항과 침략으로 얼
룩졌고, 전쟁의 기억과 아픔이 한으로 맺혀 있다. 지금도 영토 문제와 역
사청산의 문제로 한국과 중국, 일본은 첨예하게 근대적 유산 싸움을 하
고 있다. ‘아시아는 하나다’라고 외치던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의 이상
만으로 결코 아시아에서 상생과 공존의 통합이 실현될 수는 없다. 근대
적 주체가 동반하는 폭력적 위험성을 폭로하지 않는 근대의 기획은 근대
를 넘어서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기 어렵다. 국가와 기업의 차원
에서 정치와 국방,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아시아 지역 공동체
30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의 구상이야말로 근대적 기획에 담겨진 최대의 위험성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개념사 연구는 지난 세기 세계사적 모순 속에서 야기된 동아시아
의 갈등과 충돌을 직시하면서 이 지역에서 경제와 정치와 통합을 넘어선,
상생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모색에 기여할 수 있어
야 한다.
한국근대사의 일천한 경험 속에서도 국민·인민·시민을 분석한 박명
규의 연구는 개념사가 소통의 인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일국가의 국민으로서, 천부인권과 평등권을
지닌 인민으로서, 나아가 각기 다른 개체로서의 자율성과 개별성을 인정
받고 독자적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성격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폄하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46) 여기에는 남북한
의 정치적 갈등과 분단의 경험이 녹아 있고,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기대
지평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개념사 연구는 각 지역 사회나 국
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사회를 이끌어
간 개념의 사회사를 밝혀야 하며, 타 지역과의 비교는 우열이 아니라 차
이의 특성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상생과 소통을 위한
개념사가 되기 위해서는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근대의 자취를 더듬는 것
이 아니라, 차이의 인정 속에서 공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에 일본과 중국에서 이루어진 아시아주의의 경험 속에서 아
시아는 서방에 대한 타자로서 하나의 아시아라는 상상과 희망 속에서 출
현하였지만, 아시아로서 표상된 공간은 일정하지 않았고 하나도 아니었
다. 아시아는 황색 인종만의 세상이 아니었고, 유교도 불교도 신도(神道)
도 아시아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 인종, 문화의 동질성
을 통해 아시아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고자 하는 소박한 아시아주의는
일본의 침략적 아시아주의를 통해 그 동질성이, 연대를 보장하는 근거를
46) 박명규, 2009, 앞의 책, 270쪽.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31
상실하였다. 일본의 정치적 아시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에서 형
성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아시아 담론은 일본을 아시아의 범위에서 배
제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개념사는 지난 세기에 나타난 근대
적 기획의 이면을 검증하면서, 새로운 동아시아의 세기를 창출할 방법론
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는 한자문화 혹은 유교문화라는 공동적 지반을 갖고 있지만,
이 또한 개념사와 사회사를 통해 분석한다면 동일성보다는 차이성의 측
면이 부각될 수 있다. 유학의 담당자에 대한 개념 또한 베트남은 유사(儒
士), 중국은 독서인(讀書人), 한국은 양반(兩班), 일본은 유자(儒者), 류큐는
사(士)였으며, 각 지역의 유학은 서로 다른 사회와 국가를 형성해 간 것
이다.47) 전근대의 동아시아는 한자를 공유하는 문화권에 속하지만 공유
된 문화적 기반 위에서 개념의 전유 과정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동아시
아의 근대 또한 기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각 지역마다 확신에 찬 개념과
해석은 남북한, 중국, 일본이라는 독특한 근대상을 만들어 냈다. 한국의
개념사는 동아시아 각 지역의 근대 경험의 차이와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상생의 공동체가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통합의 이상이 경제와 군사라는 근대적 기획 속
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혹은 아시아가 특수한 지역
으로서 아니라 보편주의로서 기능할 수 있는 미래개념을 찾아가야 할 것
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개념의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어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할지라도 동아시아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반일, 반미, 위안부,
왜정)과 상생(환경, 평화, 생명)의 미래를 포괄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능력
을 가진 개념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47) 渡辺浩, 1997, ?東アジアの王権と思想?, 東京大学出版部, 5장, 「東アジアにおける儒学関連事項対照表」.
32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4. 맺는말
개념사 연구는 유럽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심과 주변
이라는 사고방식, 혹은 정치적 경제적 차원의 논의는 근대성의 산물이다.
한국의 개념사는 비록 숙명적으로 주변부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할
지라도, 한국의 특수성, 혹은 동아시아적 특수성 속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한국에서 막 시작된 개념사 연구는 유럽의 방법론적 논의를 토대
로, 중국과 일본의 실험을 경험 삼아 상생과 소통의 개념사를 지향하고
있다. 유럽의 개념사 연구가 지향하는 근대성의 탐구뿐만 아니라 이를
모방했던 동아시아의 근대성에 대한 양면적인 검토가 요청된다. 루치안
횔셔(Lucian Hölscher)가 유럽연합이 구상하고 있는 유럽정치사전(European
Political Lexicon) 기획에 즈음하여 독일의 개념사가 유럽 각국 문화의 다
양성과 풍부함을 드러내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은 한국의 개념사
연구가 상생과 공존을 지향하기 위한 하나의 귀감이 될 것이다.48)
물론 한국의 개념사 연구를 위한 필자의 모색과 제언은 기본적인 출발
선의 확인에 불과하다. 기본개념 혹은 일상개념의 설정이나 이와 관련된
연구가 아직은 학문적 권위를 확립하고 있지는 않다. 코젤렉의 작업이
25년에 걸쳐 끊임없이 자신들의 방법론의 변화를 추구해 왔듯이, 한국의
개념사 작업 또한 이론과 연구의 순환적 검토 속에서, 유럽과의 대비 속
에서, 동아시아의 내부적 경험 속에서 자신과 현재를 성찰하는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견 근대국가를 성립시킨 일본의 개념사 연구는 분
단된 상황을 간직한 중국과 한국과는 같지 않을 수 있으며, 중화문명의
발상지를 자부하는 중국의 개념 연구 또한 수용과 의미의 독해를 중심으로
48) Hölscher, Lucian(2003), “The Theory and Method of German “Begriffsgeschichte” and
Its Impacts on the Construction of an European Political Lexicon,” History of
Concepts Newsletter, No. 6, Spring Renvall Institute for Area and Cultural Studies,
University of Helsinki.
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33
하는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는 종래의
사상사적 연구 방법론의 전통 위에서 근대 개념의 성립과 전파를 연구하
는 성격이 짙고, 중국은 토대와 상부구조라는 사회주의적 방법론을 일신
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개념사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의 개념사 연구는 무엇보다도 언어와 개념의 측면에서 한국의 근
대성을 밝히기 위한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 및 영어권의 개념사
연구는 정치·사회와 언어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사회적 변화를 위
한 언어의 주도적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개념사 연구 또
한 목적론이나 사회의 토대와 구조를 강조하는 방법론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인간의 의지와 관념, 사유와 행동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개념의 통
시적 의미 변화와 개념을 둘러싼 각 계층 간의 의미론적 투쟁 등을 밝힘
으로써 한국의 근대성 규명에 일조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적 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자문화권 내에서
이루어진 문화 교류 현상 속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전유의 특징을 한국
의 개념사 연구가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
았던, 어떤 의미에서는 주변에 위치한 한국의 상황은 오히려 의미의 새
로운 독해와 해석을 통한 사회적 실천을 요청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세기 동아시아의 근대가 국민국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갈등과 충
돌 속에서 전개되었다는 점을 직시하면서, 상생과 소통을 위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모색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개념사 연구가 지향해야 할 점은 여러 방면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1880년대 이후로 한국의 언론 및 개인의 언어 행
위에서 나타나는 언어는 그야말로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49)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전통적인 용어, 전통적 용어에서 의미의 변용, 신조어
등 다양한 시간을 함축한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층
49) 라인하르트 코젤렉(1996), 앞의 책, 148쪽.
34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time strata)을 지닌 언어는 전통과 근대라는 도식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
관만으로는 분석될 수 없는 양상을 지니고 있다. 동아시아의 어느 지역
보다도 전통의 흔적과 어휘를 많이 남기고 있는 한국의 경우, 근대적 개
념의 형성은 전통 개념과의 길항 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근
대사의 격랑 속에서 근대적 개념에 의해 부정적으로 함의가 변했지만 여
전히 한국 사회에서 의미 전달력과 가치가 현재에도 살아 있는 효도, 수
양, 의리 등과 같은 전통 개념 또한 한국의 개념사 연구가 대처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아울러 근대 형성기에 정치·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엘리트의 담론이나 학술적 어휘에 편입되지 못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표상하는 일상적 언어, 예를 들면 청년, 연애 등과 같은 개념도
개념사적 연구가 요청되기도 한다.50)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는 여전히 다
양한 가능성을 가진 방법론이지만, 연구자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개념사적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접수일(2012. 1. 5), 심사 및 수정(2012. 1. 6), 게재확정일(2012. 1. 7)
50) 일상개념에 대한 개념사적 연구를 위한 시론으로서는 김지영, 2010, 「풍속·문화론적
(문학) 연구와 개념사의 접속, 일상개념 연구를 위한 시론」, ?대동문화연구? 70집,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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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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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념사 연구의 모색과 논점 _ 37
Abstract
Some Speculations on Conceptual Historical
Temperament in Korean Contexts
Ilmo Yang (Professor, Hallym University)
■ Key Words: conceptual history, social history, method, translation,
communication, historical semantics
Recently, intellectual circles in East Asia, nearly at the same time, began to
discuss the conceptual history study having emerging in German and
England. Conceptual history is now underway in China to meet demand for
a new history, yet there is not a little criticism against it. Japan accommodated
some part of conceptual history on the basis of its own tradition of
the intellectual history, calling on itself to reflect on its own modern system
of ideas. Discussion over conceptual history is rather active in Korea, that is
considered to fall behind in accepting the West in the last century. In Korea,
where the Western modernity and the East Asian tradition are still
competing each other, discussion about conceptual history has to take the
epistemological and methodological problems in the following into
consideration to lead to meaningful results.
38 _ 개념과 소통 제8호(2011. 12)
1. Conceptual History as ‘Method’: It is necessary to incoporate a variety
of conceptual history in Europe into Korean conceptual history not to end
into the mere acceptance of the Western theory. It has to grope for its own
modernity, unlike not only the West but also even other nations in East Asia.
Therefore it could be said to pay attentions to semantical struggle caused by
the Korean historical cultural background, besides the impact of the West,
China, Japan.
2. Conceptual History as ‘Historical Meaning’: Modern Korean language
has a tendency of absence of translation in its nature since it was accepted
by way of Chinese or Japanese translation. Nevertheless, it is important for
us to focus on social practice and formation of discourse in this conditions.
3. Conceptual History as ‘Communication’: Korean conceptual history has
to face up to the East Asian reality of conflict and collision brought by the
World-historical contradiction of the last century, and positively contribute to
a new humanistic paradigm for mutual prosperity and intercommunication,
which should go beyond simple economic and political comb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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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子의 中庸해석에 관한 고찰/임헌규.강남대 (0) | 2018.10.01 |
유식불교의 5심을 시간의식으로 밝힘/정은해.성균관대 (0) | 201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