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면서
2. 개념형성과 언어적 삶
3. 인문주의 전통의 주요 개념에 대한 분석
4. 나가면서
본고는 개념사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접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해석학이 ‘개념
사’ 연구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시도한 개괄적 형태의 글이
다. 개념과 언어의 유기적 관계를 전제하는 철학적 해석학은 개념사적 해명의
작업 역시 개념의 순수성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개념을 언어적 삶과 가능한
한 통합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가다머는 “개념사의
과제야말로 철학사 연구의 보충작업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수행과
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며, 철학 자체로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명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고는 가다머가 주장하는 ‘철학으로서의 개념사’가 어떤
것인지, 그 의도와 사상적 배경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가다머는 개념사 연구야말로 철저하게 광범위한 언어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져
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철학적 사유의 이상적 모델로 플라톤의 ‘대화’를 상정했
* 이 논문은 2012년 5월 31일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이 주최한 제7회 심포지엄 「개념사의
이론과 방법」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당시 질의와 토론을 통해 논문의
문제의식과 방향을 명료하게 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9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플라톤의 대화는 언어의 생명력을
담지하고 있는 터전으로, 질문과 답변 속에서 대화참여자 간에 역동적인 ‘지평
융합’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따라서 개념사적 과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개념
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정의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다채로운 전개상황과 긴장관계를 새롭게, 다양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즉 단어와
개념 간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통합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일상어가 새로운 개념
적 진술로 각인되는 다채로운 과정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다. 결국 일상적 언어의 사용과 개념형성 간에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보여 주는
지, 인간의 언어적 삶에 개념이 유입되어 어떤 개념적 수행을 이루어 내는지를
보여 주는 것은 개념사적 과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논문분야 서양현대철학, 철학적 방법론, 해석학
주 제 어 지평융합, 인문주의 전통, 영향사적 의식, 언어, 빌둥, 공통감각, 판단력,
취미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93
1. 들어가면서
철학자 베이컨(F. Bacon)은 사람을 거짓으로 말려들게 하는 마음의 경향
을 ‘우상(idola)’으로 간주하면서, 특별히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 생겨나는
편견인 ‘시장의 우상’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명확한
개념의 사용은 철학의 학문성을 담보해 주는 중요한 기능으로서, 특히 개념
의 정교화는 철학의 오랜 과제이자 요구였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 논리
실증주의의 등장은 철학의 본령이 개념의 정확성 추구를 통한 언어비판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깊은 관
심을 갖는 현대철학의 주된 경향은 이러한 논리실증주의적 사고야말로 과
학적 방법론의 이상을 대변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것이 ‘철학적 해
석학(philosophische Hermeneutik)’1)의 입장이다.
만일 세계의 해석을 표현하는 언어가 확실하게 경험의 산물임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언어적 해석의 한가운데서 발생하는 개념형성의 과정은 결
코 최초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무전제적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는 해석학은 개념과 철학의 관계를 논리실증주의와는 전혀 다른 각
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개념은 언어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개
념사적 해명의 작업 역시 개념의 순수성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개념을
언어적 삶(Sprachleben)과 가능한 한 통합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이다. 그래서 가다머는 “개념사의 과제야말로 철학사 연구의 보충작업으로
1) 가다머는 자신의 해석학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연원하는 실천철학(philosophia
practica)의 전통 안에 속해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자신의 해석학을 ‘철학적 해석
학’이라 명명한다. ?진리와 방법?의 부제가 ‘철학적 해석학의 기본 특징’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슐라이어마허, 딜타이에 이르는 이전 해석학이 일종의 제작학(poietike)의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한다면, 자신의 해석학은 특정 해석을 위한 기술론(Kunstlehre)을 넘어서
실천철학의 위상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다. 실천철학은 한마디로 기계적 적용이 불가능한
삶의 전 영역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한 지혜(phronesis)를 습득하는 영역이다.
가다머는 이러한 실천철학적 전통 안에 해석학의 중요한 본질이 있다고 본다.
9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수행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며, 철학 자
체로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2)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고는
가다머가 주장하는 ‘철학으로서의 개념사(Begriffsgeschichte als Philosophie)’
가 어떤 것인지, 그 의도와 사상적 배경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주요 목적
이다.
본고는 개념사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접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해석학
이 ‘개념사’ 연구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종의 개괄적
형태를 모색한다.3) 따라서 가다머 해석학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거
시적 안목에서 그것의 현실성을 도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물론 이러
한 논의가 개념사 연구의 보다 진전된 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음의 두
사안에 대한 해명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우선 가다머 해석학을 견인하는 ‘해석학적 보편성 주장(der Universalitätsanspruch
der Hermeneutik)’이 어떻게 개념사 연구와 연관되는지, 그 토대를
탐색하는 것으로 가다머의 언어관과 역사관의 핵심을 요약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다머가 시도했던 개념사 연구의 구체적 사례를 보여 줄 것이
다. 그의 주저 ?진리와 방법?의 도입 부분이 개념사적 작업으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근대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을 겨냥하여 인문주의 정신을 환기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지만, 개념사
에 대한 가다머의 관심과 이해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중요하다. 이
러한 해명 작업을 통해 개념사 연구에 가다머 해석학이 기여할 수 있는 가
능성을 면밀히 탐색해 볼 것이다.
2) Gadamer, H.-G.(1970), “Begriffsgeschichte als Philosophie,” Gesammelte Werke 2, p.81.
이하 GW로 약칭.
3)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역사 연구의 기본 범주에 대한 이해의 차
이, 무엇보다 개념사에 대한 상이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코젤렉의 개념사를 넓은 의미에서
인문학적·해석학적 전통에서 보려고 시도한다면, 가다머 해석학은 개념사 연구에 중요한
시사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95
2. 개념형성과 언어적 삶
우선 가다머는 개념사 연구야말로 철저하게 언어적 삶의 광범위한 맥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가다머가 철학적 사유의 이상적 모델로
플라톤의 ‘대화’를 상정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플라
톤의 대화는 언어의 생명력을 담지하고 있는 터전으로, 질문과 답변 속에서
대화참여자 간에 역동적인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이 이루어지는
장이다.4) 이런 측면에서 개념사적 과제 역시 개념형성을 담지하는 언어적
삶(Sprachleben)에서 발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하나의 개념을 역
사적인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정의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다
채로운 전개 상황을 새롭고, 다양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즉 단어와 개념 간
의 긴장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어가 새로운 개념적 진술로 각인되는 다채로
운 과정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5) 가다머는 다음과 같
이 말한다.
개념사적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은 스콜라적 경직성으로부터 철학함의 표현을
풀어내는 것이며, 생동력 있는 담화의 잠재력을 위해 철학함의 표현을 재획득하
는 것이다. …철학적 사유는 화학적이고 순수한 개념들의 경직성을 무너뜨려야
한다.6)
결국 일상적 언어 사용과 개념형성 간에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보여 주는지,
4) 이에 대한 가다머의 언급을 직접 들어 보자. “언어가 비로소 대화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생명을 갖게 된다면, 플라톤의 대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 대화를 일깨울 것이며, 우리가
이 세계에서 묻고 추구하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나서는 모든 지평의 실속 있는 융합을 성
취하게 될 것이다.” Gadamer, H.-G.(1970), “‘Platos dialektische Ethik,’-beim Wort
genommen,” GW 7, p.127.
5) Gadamer, H.-G.(1970), “Begriffsgeschichte als Philosophie,” GW 2, pp.88∼89.
6) Gadamer, H.-G.(1970), 앞의 책, pp.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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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적 삶에 개념이 유입되어 어떤 개념적 수행(begriffe Leistungen)을
이루어 내는지를 보여 주는 것은 개념사적 과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철학으로서의 개념사’라는 가다머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언어관과 역사관에 대해 살펴보자.
1) 철학적 해석학의 시선에서 본 언어
우선 가다머는 언어에 대한 도구적 관점의 이해를 반대한다. 도구적 언어
이해는 언어를 대상성(Gegenstädlichkeit)이라는 개념을 통해 강제적으로 고
착화시킨 근대 사유의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에 대한
그리스적 관점을 환기시키면서, 언어를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언어 속에서
또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세계경험(Welterfahrung)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
을 찾는다. 즉 세계에 대한 인간경험의 본성을 ‘언어’라는 지평에서 바라봄
으로써 세계를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7) 이 점에 대해
가다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세계경험의 언어성은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진술되는 것과 비교해
서 앞서는 것이다. 언어와 세계 간의 근본관계는 세계가 언어의 대상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식과 진술의 대상은 이미 언어의 세계 지평에 둘
러싸여 있는 것이다. 인간적 세계경험의 언어성은 세계를 대상화하는 것을 포함하
지 않는다.8)
7) Gadamer, H.-G.(1985), “Die griechische Philosophie und das moderne Denken,” GW
6, p.7.
8) Gadamer, H.-G.(1972), Wahrheit und Methode: Grundzü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p.426. 이하 WM으로 약칭. 가다머는 ‘진술(Aussage)’이 ‘질문(Frage)’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과학이 대상에 대한 방법적 탐구활동의 결과로서 일종의 진술 체계
(logos apophantikos)라면, 역사학을 비롯한 정신과학은 해석학적 기능, 이른바 질문과
대답의 상호작용의 체계다. 즉 진술에 비해 질문이 갖는 우위성 혹은 근원성은 방법에
앞서는 진리(Wahrheit vor der Methode)의 우선성, 즉 과학적 인식이 정신과학적 인식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97
두 번째는 언어에서 생생한 사건(일어남, Geschehen)에 비중을 두는 입장,
이른바 구어성(Orality)에 대한 강조다. 텍스트를 비롯한 예술작품, 역사적
전승도 하나의 고정된 이해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살아 있는 대화
파트너로 존재한다.9) 따라서 해석학은 물음과 대답의 형태로 다채롭게 전
개되는 대화 속에서 그 역동적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 된다. 이
른바 주어진 표현의 의미를 드러내는 ‘발견술’이 아니라 ‘표현하는 존재와
이해하는 존재자 간의 상호적 대화’가 핵심인 것이다. 물론 이 대화의 가능
조건은 언어다. 해석의 대상은 정태적이고 개념적이고 무시간적인 대상으로
서가 아니라 구어적 사건으로 간주된다. 이런 측면에서 언어는 ‘말에 의한
사건’이며, 결국 이 사건(일어남)은 구어적 수행으로 생기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해석학의 보편성 주장과 직결되는 언어관이다. 가다머는 먼저
해석학의 보편성과 관련하여, “해석학의 영역이 딜타이 전통의 ‘문자적으로
고정된 삶의 진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의 일반
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10)라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삶의 진술에 대한 이해는 언어라는 기본적 토대 위에서 가능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해석학의 보편성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이다.11) 언어란 우리 존재
경험의 ‘보편적 매체’이며, 결국 해석학은 ‘언어적으로 매개된 세계경험의 보
편성’을 확보하는 노력이다.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언어다”라는 그의 언급
은 해석학의 보편성을 담지하는 근본명제인 것이다.12)
의 한 파생태임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가다머 해석학에서 ‘질문’의 중요성과 그 근원성
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김창래, 2001, 「언어철학적으로 살펴
본 정신과학의 의미」, 한국해석학회, ?해석학연구? 제8집, pp.67∼73.
9) Gadamer, H.-G.(1972), 앞의 책, p.451.
10) Gadamer, H.-G.(1986), “Text und Interpretation,” GW 2, p.330 이하.
11) Gadamer, H.-G.(1986), 앞의 책, p.330 이하.
12) 코젤렉은 해석학적 보편성을 견인하는 가다머의 언어관이 언어결정론적 태도에 불과하
다고 비판한다. 여기에서의 쟁점은 언어 이전 혹은 언어 외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하나의
‘실재’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다머의 언어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관점은 역사 전체가 언어로 수렴 가능하다는 일종의 적극적 의미보다는 인간의 유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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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화 원리에 기반한 텍스트 개념
가다머의 해석학적 보편성 주장에서 텍스트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13) 텍
스트 개념이 대화원리(das dialogisches Prinzip)에 기반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해석학의 보편성 주장을 성립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가
다머는 텍스트가 철저하게 대화원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번역’의 예를 통해
밝힌다. 해석의 극단적 형태는 낯선 언어들이 통합되는 번역으로서, 매개
(Vermitellung)를 기본 구조로 갖는다. 가다머에 따르면, 번역의 과정은 하나
의 기준을 다른 기준에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언어 가운
데서 말해질 수 있는 것의 지평을 확대하는 과정이다. 즉 번역이 텍스트와
번역자(해석자)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화라고 가정할 때, 텍스트가 해석자와의
대화파트너로서 적극적인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주는 것, 이른바
텍스트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텍스트에 대한 번역(해석)
은 일종의 텍스트와의 변증법적인 상호작용이다. 그에 따르면, 텍스트에는
질문가능성·임의성·해석가능성의 다양성(Vielfältigkeit der Interpretations-
에서 나온 현실적 판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다시 말해 “이해될 수 있는 존재
는 언어다”라는 말은 언어에서 드러난 존재만이 우리에게 이해될 수 있으며, 언어적 표
현 이전에 존재하리라 추정된 존재 자체란 유한한 인간에게는 명백히 접근 불가능하고,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해될 수
있는 존재는 언어다’라는 문장은 존재에 관한 이해자의 절대적 지배존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곳에서 존재를 경험할 수 없으며, 무엇인가가 스스로
개시하는 곳에서만 존재가 이해될 수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어는 인
간 유한성의 표식이자, 해석학의 보편성은 유한성의 해석학(Endlichkeitshermeneutik)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 할 수 있다. Gadamer, H.-G.(1972), WM, “Vorwort zur 2 Auflage,”
p.XXIII 참조. 코젤렉과 가다머 사상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했다. 나
인호, 2002, 「독일 개념사와 새로운 역사학」, 역사학회, ?역사학보? 제174집, pp.293∼
328; 서규환, 2006,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역사이론에 대하여」, 한국서양사학회, ?서양사
론? 제91호, pp.43∼74.
13) 가다머는 텍스트 개념에 중요성을 부여하면서 “텍스트는 문학연구의 대상영역에 대한
표제어 그 이상이며, 해석은 텍스트에 대한 학문적 해석의 기술 그 이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Gadamer, H.-G.(1986), 앞의 책, p.337.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99
möglichkeiten)이 존재한다.14) 텍스트는 본질적으로 역사적 이해이며 항상
새로운 견해에 열려 있다. 즉 텍스트는 ‘의미과잉(Sinnüberschuß)’, 즉 그 자
체의 의미를 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무진성(Unausschöpfbarkeit)’을 가지
고 있으며, 이러한 ‘의미기대(Sinnerwartung)’는 텍스트를 파악하기 위한 도정
에서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가다머는 텍스트 해석이야말
로 언제나 ‘달리 이해함(anders verstehen)’으로 표현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화원리에 기반을 둔 텍스트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생한 대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도 텍스트 자체 속에 독자가 성취해
야 하는 해석지평(Auslegungshorizont)과 이해지평(Verständnishorizont)이 동시에
열려 있다. ‘글쓰기’는 말해진 것의 단순한 고정 이상의 것이다. 즉 각각의 문자적
고정은 원래 말해진 것으로 소급해 간다. 모든 말해진 것은 언제나 이미 이해에
정향되어 있으며 여기에 타자 역시 포함하고 있다.15)
가다머는 텍스트 개념을 설명하면서 텍스트의 타자성(Andersheit)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해석에 있어
중심이 되는 텍스트 개념을 “자신의 근거를 제기하는 해석자는 사라지고 텍
스트가 말한다”16)라고 정의한다.
3) 이해의 역사성: 영향사적 의식, 지평융합, 그리고 유한성의 계기
언어에 대한 가다머의 해석학적 성찰이 어떻게 심화되어 이해의 역사성
으로 이어지는지 그 이행과정에 주목해 보자. 가다머는 역사가 본질적으로
열려 있다면,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불가분하게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면, 역
14) Gadamer, H.-G.(1986), 앞의 책, p.337.
15) Gadamer, H.-G.(1986), 앞의 책, p.344.
16) Gadamer, H.-G.(1986), 앞의 책, p.360.
10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사는 결코 종결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역사의 연속성(Kontinuität)을 주장하
는 가다머의 논의는 그의 영향사적 의식(wirkungsgeschichtliches Bewußtsein)
에서 구체화된다. 그에 따르면, 영향사적 의식은 자신의 고유한 역사성을
함께 성찰하는 의식이다. 모든 이해에서 ‘역사적’ 상황으로부터 독립된 이해
란 있을 수 없다. 역사적이라는 말은 하나의 ‘한계(Begrenztheit)’를 의미하며,
인간 스스로 자신의 존재방식이 역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결국 어
떤 한계 속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존재의 제한적 존
재방식을 상황(Situation)과 연관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향사적 의식이란, 무엇보다도 해석학적 상황의 의식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의
의식을 얻는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어려운 과제이다. 상황 개념은 사람이 그 상
황에 대립해 있지 않아서 대상적 지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특징지어진
다. 인간은 상황 가운데 존재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게 되는데, 그 상황을
해명한다는 것은 결코 완결될 수 없는 과제이다. 이것은 해석학적 상황, 즉 우리가
이해해야만 할 전승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17)
그가 말하는 상황 개념은 역사적 존재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와 연관되
면서 또 다른 개념인 ‘지평(Horizont)’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평이란, 어
떤 관점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시야의 범위(Gesichtskreis)
이다.18) 중요한 점은 지평 개념이 고정된 관점이 갖는 한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관점을 넘어설 수 있는 운동의 계기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다. 이러한 점에서 가다머는 인간 현 존재의 ‘역사적 운동성(geschichtliche
Bewegtheit)’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평 개념에서 찾는다.19) 모든 인간적 삶
이 이루어지고 전승의 방식으로 현존하는 과거지평은 언제나 움직임 속에
17) Gadamer, H.-G.(1972), WM, p.285.
18)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6.
19)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8.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01
있다. 과거지평은 마치 현재지평을 규정짓고 한계짓는 어떤 고정적인 경계
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해의 경계선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승 속
에서 그 자체로 결정적이고 명료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시도는 원칙적으로
포기되어야 한다.20)
일례로 우리의 역사적 의식이 역사적 지평으로 몰입해 들어간다고 할 때,
이것은 우리 자신과 상관없는 낯선 세계로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낯선 세계와 자기 자신의 세계가 하나가 되어 안으로부터 움직이는 더 큰
지평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지평은 우리의 역사적 의식 자체 속에 담겨 있
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유일한 지평인 것이다.21) 나아가 지평을 형성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전이(Sichversetzen)다. 물론 이러한 자기전이는 타자로의
감정이입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신의 본래 기준 아래에 타자를 굴복시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개별성을 극복하고, 나아가서는 타자의 개별성
도 극복하여 한층 더 높은 보편성으로 고양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이해란 언제나 소위 그 자체로 존립하는 지평들 간의 융합의 과정(Vorgang
der Verschmelzung)”22)이라고 강조하면서 내세운 ‘지평융합’은 근대 낭만주의
해석학이 간과한 현재라는 시간적 장(場)에서 새로운 매개와 통합의 계기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텍스트의 이해는 언제나 이미 전승과 현재의 역사적
인 자기 매개의 과제를 지닌다”23)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전승 개념을 언어라는 매개체 안에 존재한다고 밝힘으로써, 전승과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해석학적 과제를 더욱 구체화한다.
해석학적 경험은 전승과 관련된다. 전승은 반드시 경험화되는 것이다. 전승이란
단순히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되고 또 지배하는 것을 배우는 사건이 아니라 스
20)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7.
21)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8.
22)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9.
23) Gadamer, H.-G.(1972), 앞의 책, p.355.
10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스로 이야기하는 너로서의 언어다.24)
이제 영향사적 의식의 지속적 과제인 지평융합은 이해의 언어성과 지속
적인 대화의 실현형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통과 현재의 지속적인 매
개를 통해 확보되는 이해의 역사성은 역사의 자기완결적인 통일성과 체계
화를 거부하는 동시에 미래의 불확실성과 마주하는 삶의 세계에서 언어라
는 매개체를 통해 현재의 삶에 대한 풍부한 의미를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3. 인문주의 전통의 주요 개념에 대한 분석
“우리의 19세기를 특징짓는 것은 과학의 승리가 아니라 과학을 지배한 방
법의 승리다.” ?유고?에서 밝힌 니체(F. W. Nietzsche)의 시대진단은 정신과
학(인문학)25)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하는 가다머 해석학의 문제의
식을 선취하고 있다. 가다머는 확실성에 기반한 방법론이 자연과학뿐만 아
니라 정신과학에까지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19세기 정신과학의 전개과정에서 특징적인 사실은, 정신과학이 외
적으로 자연과학을 모델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 자연과학과 똑같은
근거로 나왔기 때문에 정신과학은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연구에
대한 동일한 열정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점이다.26)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24) Gadamer, H.-G.(1972), 앞의 책, p.340.
25) Geisteswissenschaften을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정신과학은 moral science의 번역어로,
인문학에도 경험적인 연구방법, 이른바 귀납추론이 통용될 수 있다는 흄(D. Hume)과
밀(J. S. Mill)의 견해가 암묵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번역어라 할 수 있다. 가다머는 정신
과학의 이러한 편향된 가치를 없애기 위해 방대한 개념사적 작업을 수행한다. 인문학의
근원이 바로 휴머니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의 paideia, 로마의 humanitas, 르
네상스의 studia humanitatis임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26) Gadamer, H.-G.(1972), WM, p.61.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03
“근대 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특수한 위선, 즉 과학적 방법과 과학에 대한
익명적 권위의 우상을 바로잡는 것”27)을 자신의 해석학의 중요한 현안문제
로 설정한다.
이른바 확실성의 이념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확실한 검증을 통해서만이
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철학자 데카르트에 의해 정식화된 이후 근대 과
학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가다머는 합리적 증명과 이론화 가
능성만이 참된 지식의 영역을 관장하는 유일한 시금석이 아니라는 전제 아
래, 데카르트의 확실성 주장에 의해 배제된 전통적 진리의 영역, 대표적으
로 역사·예술 영역에서의 진리의 경험가능성(Erfahrungsmöglichkeiten von
Wahrheit)을 복원하려고 한다. 정신과학의 실현방식(Vollzugsweise)은 통제된
탐구절차로서의 방법에서가 아니라 폭넓은 의미에서 이해 안에서 성립하기 때
문에 확실성의 이념에서 벗어난 학문 영역, 즉 ‘개연적인 것(verisimilitude)’28)
을 다루는 학문 영역 역시 중요함을 역설한다. 참된 것도 중요하지만 개연
적인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속되어 온 인문주
의의 중요한 정신이며, 가다머는 이러한 인문주의 전통 속에서 정신과학의
학문성(Wissenschaftlichkeit)을 확보하고, 이것을 자신의 철학적 해석학의 중
요한 출발점으로 삼는다.
가다머는 정신과학의 학문성을 특징짓는 핵심요소를 헬름홀츠(H. Helmholz)
에게 포착한다.29) 귀납추론이 모든 학문의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27) Gadamer, H.-G.(1975), “Hermeneutics and Social Science,” Cultural Hermeneutics 2,
p.316.
28) “역사는 기억의 삶”(키케로), “역사적 인식의 방식은 ‘타자의 증언에 대한 믿음’을 허용한
다”(테텐스), “개연성은 주로 역사적인 사실의 경우에서 작용하며 일반적으로 모든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들에 대해 작용한다. …이러한 지식의 부분은 비록 증거를 통해 발견
된 것이라고 해도 공리들에서 나온 것만큼의 강한 확신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달랑
베르) 개연성에 의해 도출되는 진리 주장을 옹호하면서 가다머가 언급했던 대표적 사상
가들이다. Gadamer, H.-G.(1972), 앞의 책, p.20 참조.
29) 이하의 논의는 Gadamer, H.-G.(1972), 앞의 책, p.3 이하 참조.
10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주장은 영국의 경험론적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이지만, 귀납을 두
종류로 구분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자연과학의 방법론에 전형적인
논리적 귀납 이외에 ‘예술적·본능적’ 귀납(künstlerisch-instinktive Induktion)
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정신과학에 고유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술적·본
능적 귀납은 무의식적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이 특징이며, 무엇보다 이
방식은 분별력(Taktgefühl)30)을 요구한다. 분별력은 기억과 전승의 권위를
요구하는 특별한 정신적 능력이다.
그는 이러한 분별력이 정신과학을 성립시키는 토대일 뿐만 아니라 인문
주의의 정신을 담지한 원천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가다머는 분별력에 대한
정확한 의미 규명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분별력과 유기적 관계를 가
지고 있는 빌둥, 공통감각, 취미, 판단력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일례로 인문
주의가 분별력의 육성을 중시했다면 육성된 분별력은 다름 아닌 빌둥이며,
나아가 공통감각·판단력·취미는 빌둥과 함께 중요한 인문학의 중요한 정
신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1) 빌둥(Bildung)
흔히 ‘형성, 교양, 도야’ 등으로 번역되는 Bildung은 처음에는 종교적 영
역에서 쓰였던 단어다. 신의 형상(imago dei)에 따라 창조된 인간은 자신의
영혼 안에 신의 형상을 잘 간직하고 이를 닮아 가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
다는 취지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Bildung은 Fomierung(Formation)
과 Kultur(Culture)라는 개념과 경쟁을 하면서 독자적인 의미 영역을 구축하
30) Taktgefühl의 원래 뜻은 ‘촉감’이지만, 가다머가 이 단어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바는 ‘상
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능력’, ‘상황에 대한 독특한 감수성’, 재치, 기지(機智)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 단어는 일종의 상황대처능력이라 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Problemsolving
competence)’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따라서 기존의 번역어인 감지력, 분별
감은 일정 정도의 한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Taktgefühl을 ‘분별력’
으로 옮겼다.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05
기에 이른다. 의미의 차이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31) 어떤 구체적 형태
(Form)를 ‘만들어 감(형성)’이라는 뜻에서 Formation과 유사하지만 Formation
에는 없는 요소, 이른바 모상과 전형을 담고 있는 Bild를 가짐으로써
Bildung은 ‘자연적 형성’이라는 개념적 외연을 넘어선다.32) 또한 인간의 자
연적 소질과 능력을 잘 육성·계발한다는 뜻에서 Kultur와 유사하지만
Kultur에는 없는 요소, 이른바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계발을 통한 ‘결과’를 포함으로써, Bildung은 ‘육성(계발)’이라
는 개념적 외연을 넘어선다. 이런 측면에서 Bildung은 스스로 산출하는 존
재이자, 산출된 존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자연(physis)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가다머에게 Bildung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결과’적 측면은 매
우 중요하다. Bildung은 육성(계발)의 과정에서 습득된 모든 것을 자기화하
고 보존함으로써 단순한 능력계발(Kultivierung)의 수단의 차원을 넘어선다
는 측면에서 교양은 진정한 역사적 개념이고, 이러한 보존(Aufbewahrung)의
성격이 바로 인문학의 중요한 정신이자 자산이라고 가다머는 강조한다.33)
이런 측면에서 그는 “정신과학은, 학문적 의식이야말로 이미 육성된 의식이
기 때문에 학습될 수 없고, 모방될 수 없는 올바른 분별력을 소유한다는 점
을 전제할 수 있으며, 특히 이 분별력은 하나의 원소처럼 정신과학의 판단
형성 및 인식방식을 담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34) 빌둥이 헬름홀츠가 말한
분별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분별력은 기억과도 유사하다. 기억은 일종의 보존행위이지만, 망각과 상
기라는 능력을 토대로 한 보존이다. 따라서 잊어버릴 것은 잊어버리고, 잊
어서는 안 되는 것을 상기하는 능력은 분별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분별력
31) Gadamer, H.-G.(1972), 앞의 책, pp.7∼9 참조.
32) 무엇보다 Formation에는 아리스토텔레스적 형상(forma, eidos)의 철학적 의미가 탈색되
고 순수하게 자연적인 의미로 전환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3) Gadamer, H.-G.(1972), 앞의 책, p.9.
34) Gadamer, H.-G.(1972), 앞의 책, p.12.
10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역시 일종의 상황대처능력으로서, 보편적 매뉴얼이나 보편적 원리로부터 도
출된 지식을 토대로 하지 않는 말 그대로 감각능력이기 때문이다.35)
가다머는 역사에 대해서도 이러한 감각능력이 작동한다고 보면서, 역사적
감각은 과거에 대한 일종의 보편적 감수성으로 보고 있다. 가다머는
Bildung에 대한 헤겔의 정의를 통해 감각능력의 보편성을 정당화한다. 헤겔
에게서 Bildung은 개체성, 직접성, 자연성으로부터 보편성으로의 고양, 이
른바 보편화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개인의 사적 목적, 개인적 필요성으
로부터 거리를 두고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함, 분별력을 갖춤으로써 개체성을
넘어 보편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보편성은 이성의 추상
적 보편성이 아닌 공동체적 삶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 보편성을 의미한다.
결국 빌둥의 본질은 일종의 보편 감각이며 공동체적 감각(ein allgemeiner
und gemeinschaftlicher Sinn)이라 할 수 있다.36)
2) 공통감각(sensus communis)
‘공통감각, 공동감각, 공통감, 상식, 건전한 인간오성’으로 번역되는 sensus
communis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37) 공통감각 개념의 기
원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소급되는데, 그는 이 개념을 각각 인식론적 차원
과 윤리적·정치적 차원에서 사용한다. 전자가 외부 감각의 공통적 뿌리로
서 외부 감각들을 통합시키는 공통능력(koine dynamis)을 가리킨다면, 후자
는 흔히 실천적 지혜, 즉 프로네시스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구체적 삶의 맥
락에서 최선의 선택을 이끄는 실천적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로마의 인문
35) Gadamer, H.-G.(1972), 앞의 책, p.13.
36) Gadamer, H.-G.(1972), 앞의 책, p.14.
37) 공통감각의 다양한 의미는 아마도 독일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에 해당하는 영어 개념
이 상식(common sense)으로 국한되는 데 반해, 독일어로는 gemeiner Sinn·Gemeinsinn·
Gemeinschaftssinn·gesunder Menschenverstand 등 다양한 용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07
정신(humanitas)을 주도했던 키케로는 공통감각의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적 정신을 환기시킨다. 가다머가
공통감각에 대한 개념사적 분석을 통해 보여 주려고 하는 것 역시 바로 후
자적 전통이다. 후자의 측면에서 공통감각의 변천 과정은 이탈리아의 수사
학적 전통과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이탈리아 수사학자 비코(G. Vico)에게서 공통감각은 불변의 이성규
칙 혹은 연역적 방법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위의 상황
에서 성립된다. 또한 공통감각은 구체적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면서 얻어진
감각이고, 공동체적 전통의 가치를 보존함으로써 규정된 감각이다. 그는 인
간의 의지에 방향을 부여해 주는 것은 이성이라는 추상적 일반성이 아니라
한 집단·한 민족·한 국가 또는 전체 인류의 공동성을 나타내는 구체적 일
반성이라고 역설하면서, 공통감각의 양성이야말로 삶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38)
공통감각을 인문주의의 정치적·사회적 전승에 연결시킨 영국의 섀프츠
베리(Schaftesbury)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공통감각을 공공복리에 대한
감각, 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한 인문주의자의 전통을 적극적으로 옹
호하면서, 이것을 사람들 간의 깊은 연대감을 형성시키는 사회적 덕목으로
정립한다. 특별히 그는 공동체의 이익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
만 고유하다고 본다. 모든 인간에게는 공익을 지향하는 관심이 존재하는데,
그는 이러한 관심을 ‘공동관심(common interest)’, ‘공동체 혹은 사회에 대한
사랑(love of the community or society)’, ‘공동번영감(sense of public weal)’, ‘휴
머니티 혹은 공동선에 대한 감각(humanity or sense of public good)’으로 다양
하게 부르면서 이러한 공통감각을 기반으로 공공성을 지향하는 윤리학을 발
전시킨다. 이러한 전통은 흄과 허치슨의 공감(sympathy)의 윤리와 도덕감
(moral sense) 이론, 라이드(Reid)·오스왈드(Oswald) 등의 스코틀랜드학파에
38) Gadamer, H.-G.(1972), 앞의 책, p.19.
10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서 모색한 공통감각의 철학으로 이어진다.39)
가다머는 “역사 연구를 비롯한 정신과학의 연구방식이 이러한 공통감각
의 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라고 분명히 말한다.40) 왜냐하면 정신과학의
대상, 즉 행위와 결과에서 구체화되는 인간의 도덕적·역사적 존재는 그 자
체가 공통감각에 의해 결정적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다머는 합리
적인 증명과 이론의 가능성이 인식의 영역 전체를 모두 해명할 수 없다는
점을 인문주의 전통 속에서 정당화하면서, 공통감각에 대한 개념사적 분석
을 통해 계몽주의 이후 절대화된 합리주의적 지식 모델을 비판할 뿐만 아니
라 정신과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보하고자 한다.
3) 판단력(Urteilskraft)과 취미(Geschmack)
영국과 라틴 계통 국가들에 비해 공통감각의 사회적·도덕적 의미가 제
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18세기 독일에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개념적 변화
가 일어난다. 공통감각의 도덕적·사회적 의미를 라틴어 judicium의 번역어
인 Urteilskraft(판단력)이 대신 감당하고, 공통감각은 철저하게 이론적 판단능
력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기에 이른다. 판단력은 일종의 ‘정신적 덕목(geistige
Tugend)’으로, 특수한 것을 일반적인 것 아래로 포섭하는, 즉 어떤 것을 한
규칙의 사례로 인식하는 능력으로 주로 실천적·도덕적 영역에서 작동하는
정신의 고차적 능력으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41)
그러나 판단력이라는 개념조차 바움가르텐(Baumgarten)과 칸트(Kant)를 통
해 그 의미의 반경이 위축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바움가르텐
에게서 판단력은 미학의 영역에서 저급한 인식능력으로, 칸트에게조차 도덕
의 영역이 아닌 미학의 영역에서 단순한 미적 판단능력으로 간주되기에 이
39) Gadamer, H.-G.(1972), 앞의 책, pp.21∼22.
40) Gadamer, H.-G.(1972), 앞의 책, p.20.
41) Gadamer, H.-G.(1972), 앞의 책, p.28.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09
른다. 미적 판단능력은 개념적 판단과는 다른 감각적 대상 안에서의 내적
일치에 따라 결정내리는 형태를 의미하며, 칸트는 이러한 감각적 판단을 취
미(Geschmack)라고 부른다. 결국 칸트는 주어진 대상에 대한 감정을 보편적
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판정하는 능력, 이른바 미적 판단능력을 취미이자
공통감각으로 간주한 것이다. 가다머가 보기에, 인문주의의 주요한 자산인
빌둥이 특별히 독일적 상황에서 공통감각·판단력·취미 개념과 연계 및
전환되는 과정은 인문학의 정체성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아쉬운 것이었다.
그래서 가다머는 인문주의의 주도적 개념 가운데 하나인 취미를 미적 영
역에 국한시켜 사용한 칸트 철학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그라시안(B.
Gracian)이 정립한 취미 개념의 도덕적·사회적 의미를 환기시킨다.42) 그라
시안이 말하는 취미란, 어떠한 삶의 상황과 영역 속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에게서 취미는 사교적·정치
적 삶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예민한 감성과 날카로운 판단 같은 것이다. 취
미는 그라시안에 의해 처음으로 개념적 중요성이 부여된 이후 현명한 삶을
실천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매우 중요한 사회적 현상으로 이어진다.43) 예를
들어 17세기 그라시안적 취미는 귀족적 삶의 방식의 한 표현으로서 궁정문
화의 특성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정립되었으며,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부르주아지가 취미를 지닌 새로운 사회집단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의 취미라
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44)
그러나 가다머는 근대의 취미 개념의 특성을 이와 같은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에서가 아니라 판단의 공통성에서 찾는다. 즉 취미란, 편협한 이해관
계나 사적 선호의 성격에서가 아니라 그 사회가 내리는 판단의 공통성을 통
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좋은 취미의 이상, 이른바 좋은 취미와 좋은 사회,
이상적 공동체의 유기적 연관성이 확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서 가다
42) Gadamer, H.-G.(1972), 앞의 책, pp.32∼33.
43) Gadamer, H.-G.(1972), 앞의 책, p.45.
44) 페터 호헨달 외, 1995, ?독일문학비평사?, 반성완 편역, 민음사, p.45 참조.
11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머는 유행과 취미를 구분한다. ‘사회적 일반화’라는 측면에서는 유행(Mode)
과 같지만, 유행과 달리 취미는 공동체성(Gemeinschaftlichkeit)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동체성을 형성한다. 유행이 가지는 강제성에 비
해 취미는 자유와 우월성을 담지함으로써 그 자체에 고유하고 규범적인 힘
을 가진다. 따라서 취미는 유행과 달리 정신적 구별능력이고 보편적 판단능
력으로서의 공동체적 감각인 것이다.45)
이와 같이 정신과학은 자연과학과는 전혀 다른 학문성과 그 기원을 가지
고 있다. 인문주의적 전통과의 단절이 결국 정신과학 내부에서조차 방법론
에 집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면, 정신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진리 요구의 정
당화’라는 과제를 위해 이러한 인문주의 전통을 다시금 회복하는 것이다. 일
례로 역사적 전승은 과거로부터 정립되어 후대의 역사가에게 주어지는 하
나의 외적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 오고 있는 해석학적 경험의
대상이다. 해석학적 경험의 본질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상호 대
화를 통해 형성되는 경험이다. 역사적 전승과의 대화 속에서 참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역사학이 방법론에 집착한다면, 전승을 대상화함으로써 사실
확인이나 원전 비판(Quellenkritik)의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가다머는
우려한다. 결국 전승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 이것이 정
신과학에 고유한 타자경험의 방식인 것이다.
4. 나가면서
가다머가 근대적 유산의 한계를 문제시하며 모색한 철학의 방향은 단순
한 ‘극복’이나 ‘청산’이 아니라 역사적 전통과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었
다.46) 이를 위해 가다머는 인문주의 전통을 담고 있는 개념들에 대한 역사
45) Gadamer, H.-G.(1972), 앞의 책, p.34.
46) 전통과의 연속성을 강조한 가다머의 입장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한다. 정연재, 2008, ?윤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11
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정신과학에서 여전히 도모해야 할 진리탐구의 정신
과 학문성에 대한 성찰을 일깨웠다. 또한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를 기반으
로 과거와 전통을 비판적 관점에서 보았던 니체와는 달리 역사적 ‘성찰’과
미래의 능동적 ‘창조’를 연계시켰다. 이른바 영향사적 의식 안에서 성취되는
지평융합을 통해 전통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면서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
는 진리의 영역을 복원시키려 했다. 가다머에게 전통에 대한 이해는 일종의
창조 행위였다. 가다머가 “전통 안에는 결코 우리가 맹목적으로 따를 수밖
에 없는 관습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놓여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전통은
그 자체가 지속적인 변화 가운데 있음”47)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
한 점에서 전통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가다머의 해석학적 관점은 개념
사 연구의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가다머의 해석학은 “타자성을 극복하고 이해의 합의에
이르는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다. 가다머가 개념적 수행의 터전으로 플라톤
의 대화를 주목했던 이유 역시 인간의 유한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종결
되지 않는 질문의 길을 모색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
에서 언어는 유한한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타자에 대한 개방성과
해석학적 경험의 개방성은 이러한 언어성(Sprachlichkeit)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행적 차원의 의미를 획득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개념사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에 대한 개별적 연구
보다는 역사적 기본 범주의 상관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연구일 것이
다. 가다머 역시 개념들에 관한 개별적 정의에 국한되는 개념사 연구는
철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적 전승을 통해 확정된 개
념들이 언어적 삶에 유입되어 어떻게 다채로운 개념적 수행(begriffliche
Leistungen)을 담당하는지, 그 면모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리학과 해석학?, 아카넷, pp.201∼206.
47) Gadamer, H.-G.(1986), “Replik zu Hermeneutik und Ideologiekritik,” GW 2, p.268.
11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런 측면에서 통합적 연구를 지향하는 개념사 연구는 해석학의 기본 정신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돌아가 ‘철학으로서의 개념사’라는 가다머 표현의 의미를 생각해 보
자. 개념사가 개념의 대상화와 방법론에 집착하고 개념의 순수성 확보를 위
한 경직성에 묶여 있는 한, 그것은 철학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개념
사가 개념과 언어적 삶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풍부한 의미를 얻고자 끊임없
이 시도한다면, 그것은 철학 자체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개념사 연구가
진정한 철학적 사유의 길을, 역사 연구의 길을 여는 단초가 될 것이다.
접수일(2012. 5. 25), 심사 및 수정(2012. 6. 19), 게재확정일(2012. 6. 19)
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13
참고문헌
1. 1차 문헌
Gadamer, Hans-Georg(1970), “Begriffsgeschichte als Philosophie,” GW 2,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72), Wahrheit und Methode: Grundzü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3 Aufl.,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75), “Hermeneutics and Social Science,” in Cultural
Hermeneutics 2.
Gadamer, Hans-Georg (1976), Vernunft im Zeitalter der Wissenschaft, Frankfurt am
Main: Suhrkamp Verlag(한국어판: 가다머(2009), ?과학시대의 이성?,
박남희 옮김, 책세상).
Gadamer, Hans-Georg(1985), “Die griechische Philosophie und das moderne
Denken,” in GW 6,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86), “Replik zu Hermeneutik und Ideologiekritik,” in
GW 2,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86), “Text und Interpretation,” in GW 2,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91), “‘Platos dialektische Ethik’ ―beim Wort genommen,”
in GW 7, Tübingen: Mohr Siebeck.
Gadamer, Hans-Georg(1993), Über die Verborgenheit der Gesundheit, Frankfurt
am Main: Suhrkamp Verlag(한국어판: 가다머(2002),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 몸과마음).
2. 2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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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해석학과 개념사 _ 115
Abstract
Philosophical Hermeneutics
and Conceptual History
Yeonjae Jeong(Visiting Professor, Sejong University)
■ Key Words: fusion of horizon, humanistic tradition, historically effected consciousness,
language, billdung, common sense, judgement, taste
This article attempts to investigate the relation between philosophical
hermeneutics and conceptual history. More specifically, this study lays the
foundation for future work on a research model for conceptual history.
Thus, this study aims to provide an overview of the essential feature of
Gadamer’s philosophical Hermeneutics.
This study is organized as follows: the first section sketches out
Gadamer’s view of conceptual history; Gadamer applies his hermeneutically
attuned thought to the concept of conceptual history, claiming that
the task of research of conceptual history is to fulfill as philosophy itself. For
example, Socratic dialectic is an excellent model of conceptual practice. The
second section deals with the importance of philosophical hermeneutics as
model of conceptual history. Gadamer describes the hermeneutic task as
11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coming into conversation with the text. He elaborates that opening a
conversation cannot be mechanized, or methodized, either, and that,
indeed, the function of hermeneutics is to transform a fixed assertion into
conversation, and to bring the bygone and static past back into the process
of history. In dialogue, as with tradition questioning is reciprocal. To open
a conversation with a text means to understand the question to which the
text is an answer as an open question. The third section, then, summarizes
Gadamer’s detailed analysis of humanistic concepts. As Gadamer aims to
seek out the experience of truth, which transcends the realm of control of
scientific methodology. The human sciences merge with kinds of
experience which lie beyond the natural sciences — kinds of experience
which Gadamer claims cannot be verified by the methodological means of
the natural sciences. Gadamer examine humanistic concepts to clarify the
source of truth that can legitimate the human sciences as science.
Considered together, Bildung, common sense, judgement, and taste are
ways of knowing and being. He discerns the significance of the humanistic
tradition behind this unity of ways of knowing and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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