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정치사상이란 ‘인간의 체계화된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사상 분야는 현실에 대한 형이상학적(形而上
學的)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철학분야와도 다르고 사실(史實)에 대한
기술에 치중하는 역사학분야와도 구분된다. 물론 정치사상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인 한 시대적 사추와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
다는 점에서 철학이나 역사학 분야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 자체가 그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
려는 인간의 정치적 의식과 행위양식을 규정할 수는 없으며 시대적
사추방식(예를 들어 理氣論)은 그러한 정치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
론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점에서 정치사상의 학문적 위치가 설
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한국정치사상 연구 분
야는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전개된
21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한국인의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
다. 그러므로 그러한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에 영향을 미친 모
든 것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1)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정치사상이 지속과 변화라는 역동
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시대의 정치사상은 이전 시
대 그리고 이후 시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도 하고 변화를 보여주
기도 한다. 즉 정치사상은 역사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러한 역사성의 강조가 ‘정치사상’과 ‘정치사상사’를 구분하는 기
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자에 따라서 ‘정치사상연구’이라는 용
어 자체에 이미 역사적 배경과 사상적 연속성 및 변화를 함께 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현재
학계에서는 정치사상과 정치사상사를 큰 차이 없이 이해하고 있는 것
으로 보여진다.
정치사상 일반과 한국정치사상에 관한 위의 논의를 기초로 할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은 대략 일곱 가지 정도
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정치사상 연구방법론과 크게 다르
지 않다.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와 관련하여 “이기론(理氣論)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전통의 이론체계가
철학적 본체론(本體論)이라기보다는 그 이론의 배경이 되는 사회의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형성된 사상정책의 일단(一端)”(김만규, 「理氣論
의 政治的 照明」, 제4회 한국정치학회ㆍ재북미한국인정치학자회 합동학
술대회 논문집 (1981), 59쪽)이라는 지적과,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에
있어 “특정 연구대상이 포함하는 이론적 개념적 완전성 여부를 따지거나 현
실에 대한 철학적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테오리아(theoria)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각 시대마다 민족과 국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문제해결을
위한 처방, 그리고 현실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비전과 목표 등을 고려하
는 프락시스(praxis)적 차원의 연구가 중요하다”(정윤재, 「‘자아준거적 정
치학’과 한국정치사상 연구: 문제해결적 접근의 탐색」, 한국정치사상의 비
교연구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9), 35쪽)는 언급은 한국정치사
상(사) 연구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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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19
첫째, 개별 인물ㆍ사상가 또는 학파(學派) 중심의 연구방법론이
다. 특정 인물ㆍ사상가 또는 학파의 사상을 분석하여 그 정치사상적
의미를 제시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사상 전체를 다루거나 혹
은 특정 개념을 다루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사상형성의 시대
적 배경에 대한 분석이 전제가 된다. 사상 내용에 대한 치밀한 검토
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상가 또는 학파 중심의 연
구방법론은 이전 또는 이후 사상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
점이 있다.
둘째, 시대사적(時代史的) 연구방법론이다. 특정 시대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첫 번째 연구방법에 비하여 연구의 폭
이 넓은 장점이 있다. 당시에는 중요했지만 오늘 날에 많이 연구되지
않는 다양한 사상적 흐름을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적 연속성과 변화의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공통적인
단점이 있으며 개별사상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
다. 시대사적 연구방법론은 따라서 개별 논문보다는 저서(著書)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관념사적(觀念史的) 연구방법론이다. 특정 관념의 역사적
변용을 살피거나 관념들 간의 상호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대적 변천에 따른 관념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사
상적 성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관념의 변화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등한시 하거나 특정
관념으로서 사상전체를 일반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넷째, 사건(논쟁)중심적 연구방법론이다. 최근 한국정치(사상)학계
에서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방법론이다. 특정 사건을 중심으
로 그 사건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과 사건에 대한 사상가 또는 정
치가들의 입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사상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
나 당시 정치ㆍ사회적 이슈와 특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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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점이 있다. 역사학과 정치사상 사이의 구분이 모호할 수 있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다섯째, 비교사상(사)적 연구방법론이다. 동시대 한국의 사상(가)
들, 다른 시대의 한국사상(가)들, 그리고 한국사상(가)들과 다른 나
라의 사상(가)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연구의 장점으로는 한국사
상(가)들을 비교하는 경우에 사상적 연속성과 변화를 파악할 수 있
고, 다른 나라의 사상(가)들과 한국사상(가)들을 비교하는 경우에는
한국적 특성을 분석해 내는 데 유용하다. 단지 비교의 대상, 방법, 유
용성에 관한 치밀한 예비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리한 일반화의
경향으로 흐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여섯째, 주제중심적 연구방법론이다. 특정한 이론적 주제, 예를 들
어 민족주의(民族主義)와 같은 이념이나 제도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별도의 장ㆍ단점은 발견되어지지 않는 통상적(通常的) 방법론이다.
일곱째, 통사적(通史的) 연구방법론이다. 고대(古代)로부터 현대
(現代)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사상의 전개과정을 연대기적(年代記的)
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정치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 저술에는 연구자의 시각이 지
나치게 반영될 수 있고, 다수의 공동저술에는 일관성의 결여가 나타
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연구방법론은 순전히 필자가 판단하고 있는 학계의 흐
름이다. 학자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한 연구방법론의 한계 내지는 단
점을 보완하고자 다른 연구방법론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
반적이다. 여기서는 다만 주된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을 개략적으
로 기술하려고 했던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 하는 연구방법론 만큼 중요한 것이 왜
연구하느냐 하는 연구의 목적과 시각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의 목적
에 대해서 관련연구자들 간에는 그것이 현재적(現在的) 입장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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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1
국적인 것을 찾는 것’ 즉 한국의 독자적인 특성을 밝히는 데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입장이 보이고 있다.2)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치사상
연구의 보편성(普遍性)과 특수성(特殊性)의 관계를 설명한 김한식
교수의 주장3)은 재삼(再三) 음미할 필요가 있다.
김한식 교수는 우선 지금까지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이 제대로 연
구되지 못한 이유로서 첫째,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自激之心) 때문
에 ‘어제’의 ‘우리 것’에 대한 애정, 자신감, 자랑스러움을 가지지 못했
다는 점, 둘째, 소위 ‘과학적(科學的)’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 세
계를 휩쓸고 있는 서양 근대적 방법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셋째, 한국정치사상과 관련된 기초학문 분야가 미비하다는 점 등
을 들고 있다. 이러한 측면들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한국정치사
상 연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언급하였다.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이 연구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다음 세 가지는 필히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첫째,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사상의 특수성이 규명됨으로써
한국인의 자기 존재의 의미가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
떤 사람이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의 실존적(實
存的) 가치를 자신이 먼저 인정하고 그리고 남으로부터 그 가
치를 인정받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자기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를 남과 구별하고 비교하면서 자기 발전
을 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치사상의 자기 확인 노
력은 자아의식(自我意識)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2) 이러한 관점으로는 손문호, 「한국정치사상사 연구서설」, 한국정치연구 ,
제8ㆍ9호(1991): 한승조, 한국의 정치사상 (서울: 일념, 1989) 등을
참조 바람.
3) 김한식, 「한국정치사상 연구서설: 접근방법과 관련하여」, 한국정치학회보 ,
제33집 2호(1999),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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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 연구는 한국인으로서의 창조적 역량
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에 대한 존재의미를 인
식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집단도 그런대로 영리하고 근면하여
강한 힘과 부를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실존적 의미
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모방은 가능하나 어느 수준 이상의
창의력 발현은 기대할 수 없다. 셋째, 한국정치사상의 특수
성 연구는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이 원동력이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 연구에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동시에 보편성을 띨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기나 여건이 언제일지 모르나, 또 관련 분야나 주제에
따라 다소 사정이 다를 수 있으나,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보편
적 기준과 논리에 의해 걸러져야만 한다. 한국정치사상 연구가
보편성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쇼비니즘이라는 망령에 빠지게 되
어 외국 것이면 무엇이거나 나쁘고 또 내 것이면 무엇이든지
최고라는 허구의식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
는 보편성을 띠려는 노력을 통해서 진정한 자기 향상을 이
룩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가진 것까지는 아무리 노력한다
고 하더라도 그 동질성의 범주를 뛰어넘기란 어렵다. 한국
정치사상 연구는 어느 단계가 되면 재빨리 보편성의 관점에
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국정치사상
은 인류의 사상사 흐름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 시대 인류
의 공통된 문제에 대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에 대한 이러한 한국정치사상의 기여는 동시에 한국
정치사상 자체에 더욱 힘찬 발전의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한국정치사상은 우선 특수성 연구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져
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언젠가 곧 보편성의
세계와 마주쳐 산산이 쪼개지고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 해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조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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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3
위의 김한식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선적으로 한국정
치사상의 특성을 파악한 뒤 인류 공동체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
편성의 차원에서 그것을 재조명해야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러한 점에서 아마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한
국적 정체성 찾기에 주력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정치
사상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설명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반드시 유용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과거의 지배적 의식
구조가 오늘의 상황을 설명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미래
가치로 전환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대로 김한식 교수가 밝히고자
하는 한국인의 창조적 역량과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반드시 한국의 역
사 속에서 진행되어 온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적 특성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한국의 정치사에 미친 영향력의 정도를 중요시하느냐, 미래
가치와 부합될 수 있는 사상적 요소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느냐 하는
것이 연구자들 간의 분기가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
에 그러한 분기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
니다. 상호간의 끊임없는 의견교환과 대조, 그리고 수정과 심화가 진
행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실체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한국정
치사상의 특수성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
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동학사상(東學思想)을 중심
으로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특히 필자는 동학사상에 나타난 ‘조화와 협력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인의 사상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음을 지
적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동학사상이 근세 이후 지속되어 온 한국
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3.1운
동으로 대표되는 민족운동의 정신적 토대인 동시에 조화와 협력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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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동체적 발전이라는 인류공동의 미래지향적 가치체계를 담고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동학이 가진 사상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2.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특성
흔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의 특성을 서양의 자유주의적 특
징과 대비시켜 ‘공동체주의적(共同體主義的)’이라고 표현해 왔다. 여
기서 말하는 공동체주의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 가치와 존엄
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全體主義的) 의식이 아니라 개
인적 가치를 공동체적 가치와 지속적으로 결합시키려는 의식을 의미
한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평화로운 공동체의 유지ㆍ발전이라
는 목표의 달성을 위한 개체간 조화와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리고 그 공동체란 가장 최소단위인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계층, 사
회, 국가, 자연, 세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개체간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였다고 해서 그것이 곳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구체
적으로 한국의 사상적 전통 중 어느 사상도, 어떤 사상가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특정 개체의 극단적이고 자기중심적
인 이익추구를 용인하지 않았으며 개체간 갈등을 전제로 하지 않았
다. 나아가 갈등의 위험성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사회도덕적 실천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음을 확신하였다. 반면 개체간 관계에 있어서는 사
상(가)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였다. 즉 근세 한국의 지배사상인 주
자학적 유학이 개체간 차별을 전제로 한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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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5
면, 주자학의 모순을 직시하고 대내외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전개
된 실학과 동학 등 한국의 자생적 사회변혁사상들은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을 토대로 한 공동체적 발전을 목표로 하였다. 따라서 개체간
갈등을 해소하는 실천적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도 양자간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별과 위계의 공동체의식과 대별되는 동학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사회변혁론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다음에서는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1) 변혁의 당위성 논증 방식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첫 번째 내용은 차별과 억
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공동체건설이라는 변혁의 당위
성을 논증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전 실학사상의 기철학적(氣哲學的)
우주론과 동학적 특성의 시운관(時運觀)이 결합되어 전개되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정치사상사에 있어 모순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변혁
사상가들은 불변(不變)ㆍ고정(固定)의 차별원리(太極=理)의 선재
(先在)와 그것에 의해 생성된 음양(陰陽)의 차별을 강조4)하는 주자
학적 유학의 우주론에 반대하였다. 대신에 그들은 우주현상, 즉 자연
변화를 기존의 삶이 소멸하고 새로운 삶이 창조됨으로써 끊임없이 생
성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생멸(生滅)현상으로 보았다. 생성은 반드시
소멸을 수반하며 자연현상에서 영원한 지속이란 없다는 것이 개혁사
상가들의 논리였다. 이러한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변화의 근거를 기
(氣)라 하였고, 기를 변화의 근저로 하는 이기론(理氣論)을 전개5)
4) 朱子語類, 卷一, 理氣上 및 卷九十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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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하였다. 이것은 무엇보다 현실개혁 또는 변혁의 주장을 직접 언급할
수 없었던 시대적 제약을 안고 있었던 사상가들에게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순환ㆍ반복의 우주론이 체제유지 또는 지배권 유지를 목표
로 전개된 보수파의 논리를 극복하고 모순적 현실의 개혁 또는 변
혁의 필연성을 논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수단이었기 때
문이다.
이와 같은 한국변혁사상 우주론의 전통적 특성은 동학사상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학사상 역시 모순적 사회의 변혁이라는
정치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론적으로 당위화 할 필요성
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동학 1대 교주 수운(水雲)의 경우 “지
기(至氣)란 허령창창(虛靈蒼蒼)하여 간섭하지 않는 것이 없고 명
(命)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형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표현하
기 어렵고, 들을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보기 어려운 것으로서 이것
역시 혼원(渾元)의 일기(一氣)이다”6)라고 하여 본체론적 측면에서
기론(氣論)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2대 교주 해월(海月) 역시 “우주
에 가득 찬 것은 혼원(渾元)의 일기(一氣)이다”7)라고 함으로써 수
운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동시에 “기(氣)라는 것은 천지(天
地), 귀신(鬼神), 조화(造化), 현묘(玄妙)를 모두 합한 이름이다”8)
5) 金時習, 梅月堂全集, 梅月堂集, 卷二十, 說, 鬼神說; 徐敬德, 花
潭先生文集, 雜著, 理氣說; 李珥, 栗谷全書, 卷九, 書, 答朴和叔;
朴世堂, 西溪全書, 上, 南華經註解, 卷一, 內篇, 齊物論第二; 朴趾
源, 燕巖集, 卷二, 烟湘閣選本, 書, 答任亨五論元道書 및 卷十四,
別集, 熱河日記, 關內程史, 虎叱;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九, 敎人門二, 敷運化乎宇內 등 참조.
6) 東經大全, 論學文; 「至氣者 虛靈蒼蒼 無事干涉 無事不命 然而如形
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7)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誠敬信: 「宇宙間 充滿者 都是渾元之一
氣也」.
8)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理氣分析: 「氣者 天地鬼神造化玄妙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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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7
라고 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기일원론(氣一元論)의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동학사상의 경우 일기(一氣)의 존재와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기에 의해 생성된 만물의 변천ㆍ변화운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사시성쇠(四時盛衰)의 원리가 모
두 천주(天主=한울님)의 조화’9)라고 한 수운의 말에서도 알 수 있
듯이 자연변화의 근거를 천주론(天主論)으로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동학사상에서의 사회변혁의 필연성은 무엇으로 논증되는
가? 그것은 만물의 생성과 소멸, 변천과 변화를 자연의 원리로 규정
한 전통적 자연관과 시운관(時運觀)의 결합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수운이 “천운(天運)이 순환하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無往不
復)이 없으니...”10)라고 하여 순환론적 자연관을 시운관(時運觀)과
결합시킨 것11)이나, 해월이 “낮이 밝고 밤이 어두운 것은 하루의 변
화이고, 달이 차고지는 것은 한 달의 변화이며, 추위와 더위 그리고
따뜻함과 시원함은 일년의 변화이다. 변하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고,
움직였다가 다시 정지하며, 정지했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이기(理
氣)의 움직임이고, 때에 따라 변하고 움직이고 정지하는 것은 자연
(自然)의 도(道)이다”12)라고 함으로써 이전 실학적 변혁사상과 동
摠名 都是一氣也」.
9) 東經大全, 布德文; 「春秋迭代 四時盛衰 不遷不易 是亦 天主造化之
迹 昭然于天下也」.
10) 龍潭遺詞, 敎訓歌.
11) ‘가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없다’는 무왕불복(無往不復)의 논리는 의암이 정
치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문(今若一變其政 敬天命而順民心 養人才
而達其技 郁郁乎文風 燦然復明於世 則無往不復之理 可得而致矣, 天
道敎經典, 義菴聖師法說, 明理傳, 創世原因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변천ㆍ변화의 우주론과 시운관이 동학 사회변혁론의 핵심
적인 이론적 논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2)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晝夜明暗 一日之變 晦望盈虧
一月之變 寒暑溫涼 一年之變 變而不變 動而復靜 靜而復動 是理氣之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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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일한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시운관(時運觀)을 활용하여 사회변혁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해월은 특히 성쇠명암(盛衰
明暗)은 천도(天道)의 운(運)이고 흥망길흉(興亡吉凶)은 인도(人
道)의 운(運)13)이라는 논리를 통하여 개벽(開闢)의 신세계의 도래
의 필연성을 설명하였다.
이처럼 동학사상은 이전 한국의 실학적 변혁사상가들과 사상적 연
맥점을 형성하면서도 시운관(時運觀)이라는 형식을 첨가함으로써 현
실 변혁을 통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지상천국(地上天國)의 필연
적 도래를 강하게 주창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2) 개체간 동등의식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두 번째 내용은 개체간 동
등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공동체건설의 실질적 주체로
서 인간간 본연적 평등성과 함께 자연계 모든 개체의 독자적 특성과
기능적 동등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동학사상이 파악하는 인간이란 우선 기본적으로 삶의 욕구주
체로서 각자의 고유한 독자적 능력, 즉 개체성을 지닌 존재이다. 삶
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은 특히 해월에게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는 “인간은 모두 시천주(侍天主)의 영기(靈氣)를 받고 살
아가는 것이다. 인간이 먹으려고 하는 마음은 곧 한울님(天主)이 감
응하는 마음이고, 먹으려고 하는 기(氣)는 곧 한울님(天主)이 감응
動也 有時而動 有時而靜 是自然之道」.
13)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盛而久則衰 衰而久則盛 明而
久則暗 暗而久則明 盛衰明暗 是天道之運也 興而後亡 亡而後興 吉而後
兇 兇而後吉 興亡吉兇 是人道之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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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9
하는 기운이며,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것은 한울님(天主)이 감응하
는 정(情)이다. 따라서 인간이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한울님과 감
응하지 않는 것이다”14)라고 하여 인간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 식(食)의 욕구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해월은 “모든 인간은 태어
나는 것으로서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곡백과(五穀百果)의 영
양분(慈養)을 얻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므로 오곡은 천지(天地)의
고기(腴)와 같다”15)는 논리를 통하여 인간이 본연적으로 동등한 삶
의 욕구주체라는 점을 밝혔다.
이와 같은 동등한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은 이전 실학사
상에서도 적극 부각되었던 것16)으로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권
과 생활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다. 동시에 이러한 논리를 민족ㆍ국가간 관계에 확대했을 경우 모든
민족의 평화로운 삶의 추구, 즉 생존권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이
었다.
동학사상 인간론의 또 다른 특징은 개체성 부각의 논리이다. 개별
사상가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한국의 실학적 변혁사
상의 전통에 있어서 개체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나는 인(人)ㆍ물
(物) 동등성의 입장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가 갖는 고유한 독
자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간간 평등성의 입장에서 인간
14)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難疑問答, 向我設位: 「人皆以侍天主之靈
氣生活者也 人之欲食之念 卽天主感應之心也 欲食之氣 卽天主感應之氣
也 人之甘食 是天主感應之情也 人之無欲食之念 是天主不感應之理也」.
15)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其他.
16) 金時習, 梅月堂全集, 梅月堂集, 卷二十, 說, 生財說; 李珥, 栗谷
全書, 卷十, 書, 答成浩原; 朴世堂, 西溪全書, 下, 孟子思辨錄,
告子上; 朴齊家, 北學議, 外篇, 祈天永命; 崔漢綺, 明南樓叢書,
一, 神氣通, 卷二, 口通, 饑飽與人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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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기능 또는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개체의 독자성을 적극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타개체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동시에 인정하여 인간의 주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다. 첫 번째의 관점은 자연계 내에서의 인간과 타개체간의 조화를 중
요시하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의 관점은 개체로서의 개
인 또는 계층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국가적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
하려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세 번째는 특히 후기 실학사상
가 정약용의 논리에 두드러지는 것으로서 자연을 인간의 이용대상으
로 인식하여 국가발전의 토대로 삼으려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성(性)은 사물의 성(性)이 아니며, 개(犬)의
성(性)이 소(牛)의 성(性)은 아닌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모든 개체
가 각각 그 성(性)이 다르기 때문이다”17)라고 하였던 이이(李珥),
그리고 이이와 동일한 논리를 가지고 인(人)ㆍ물(物)간 상대적 평등
론의 입장18)에서 모든 개체의 독자성을 인정하였던 홍대용(洪大
容)19), 최한기(崔漢綺)20)와 같은 후기실학사상가들의 논의는 전자
(前者)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체성 문제와 관련하여 인간동등성의 관점에서 인간 개개인 또는
계층의 기능적 독자성을 부각시켜 국가발전을 이룩하려는 입장은 특
히 후기실학가들의 논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홍대용은 이기론(理氣
論) 등을 통해서는 인간 개개인의 독자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논리를
전개하지 않았으나 구체적인 정책론에 있어서는 신분(身分)에 관계
없이 사회 내 모든 인간 개개인의 능력의 인정과 활용을 주장21)한
17) 李珥, 栗谷全書, 卷十, 書, 答成浩原.
18) 洪大容, 潭軒書, 內集, 補遺 毉山問答.
19) 洪大容, 潭軒書, 內集, 卷一, 心性問.
20) 崔漢綺, 明南樓叢書, 一, 推測錄, 卷二, 推氣測理, 推測如駔.
21) 洪大容, 潭軒書, 內集, 補遺, 林下經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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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1
바 있고, 박지원(朴趾源)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기능적 독자성과
그 들 사이의 평등성22)을 주장하였다. 또한 최한기는 모든 인간은
신분에 관계없이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며,23)
따라서 그와 같은 인간 개개인의 독자성은 귀천(貴賤)ㆍ빈부(貧富)
를 구별할 수 없다”24)고 하여 계층을 넘어서는 인간간 기능적 평등성
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형의 대표자로서 정약용은 “천지만물(天地萬
物)의 이(理)는 각기 그 만물(萬物)의 신상(身上=形體)에 있는
것이니, 어찌 다 나에게 갖추어져 있겠는가? 개(犬)는 개의 이(理)
가 있고 소(牛)는 소의 이(理)가 있는 것이다”25)라고 함으로써 이전
개혁사상가들과 동일하게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각자의 현실적 형태
에 따라 각기 다른 자존적 원리, 즉 개체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혔
다. 동시에 그는 “(초목이나 금수와는 달리) 인간만이 태어날 때부터
영명(靈明)한 것을 부여받아 만류(萬類)를 초월해 만물(萬物)을 이
용할 수 있다”26)라고 하여 자연이용자로서의 인간의 주체성을 보다
강하게 역설하였다.
개체성 부각의 논리와 관련하여 동학사상은 위의 세 가지 전통적
개혁사상의 개체성 논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
다. 우선 인(人)ㆍ물(物) 동등성의 입장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
체가 갖는 고유한 독자성의 인정과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체
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측면은 해월과 의암의 논의에서 보여지고 있
다. 이에 대하여 먼저 해월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이 모두 시천주
22) 朴趾源, 燕巖集, 卷十一, 別集, 熱河日記, 盛京雜識, 商樓筆談.
23)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四, 測人門四, 行事, 將來事測人測.
24)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十五, 選人門二, 薦擧格式.
25) 丁若鏞, 與猶堂全書, 第二集, 孟子要義, 卷二.
26) 丁若鏞, 與猶堂全書, 第二集, 中庸講義, 卷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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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侍天主) 아님이 없다”27)고 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의 본연적
동등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동질적(同質的) 기화(氣化)’와 이질적
(異質的) 기화(氣化)’라는 표현으로 인간과 타개체(他個體)의 자존
적 특성을 설명하는 한편 ‘이천식천(以天食天)’과 ‘인오동포물오동포
(人吾同胞物吾同胞)’의 개념을 통해 개체간 조화의 필요성을 역
설28)하였다. 의암 또한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일기(一氣)에서 시
작되어 각각의 형태와 그에 따른 본성을 지니게 된다”29)고 하여 만물
의 개체성을 인정하였다. 특히 “나(인간)와 만물이 각기 본성을 얻어
각기 도(道)를 지키고 각기 직분을 얻으니 나를 기쁘게 하고 물(物)
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찌 극락세(極樂世)가 아니겠는가”30)라고 하
여 자신만의 고유한 자성(自性)을 가진 모든 개체사이의 조화를 설
명하였다.
다음으로 인간간 평등성에 기초하여 인간 개개인의 장점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국가발전의 기초로 삼으려는 입장에서 전개된 후기실
학사상가들의 개체성 부각의 논리는 특히 해월에게서 동일하게 전개
되고 있다. 해월은 다음과 같은 말로써 모든 인간의 독자적 능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국가발전에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썩어서 버
릴 사람이란 한 명도 없는 것이니 한 사람을 한 번 버리면 큰 일에
해(害)가 된다. 쓰는 일에 있어 인간은 모두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를 택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
에 활용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31)
27)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靈符呪文: 「天地萬物 皆莫非侍天主也」.
28)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三敬 및 以天食天 참조.
29)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詩文, 偶吟: 「於天萬物始一氣 各有成
形各有性」.
30)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無體法經, 眞心不染, 後經(二): 「我我物
物 各遂其性 各守其道 各得其分 喜喜我 喜喜物 豈非極樂世界乎」.
31)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難疑問答, 吾道之運: 「人無一人捨朽 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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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3
마지막으로 정약용의 개체성 논리에서 보여지는 인간우위의 주체성
강조의 논리는 동학사상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먼저 수운은 용담유사 도덕가에서 만물(萬物) 생성 이
후에 가장 어리석은 것이 금수(禽獸)이고 가장 신령(最靈)한 것이
사람32)이라고 하였고, 해월 역시 같은 입장에서 “만물 중에서 가장
신령한 것이 인간이니 따라서 인간은 만물의 주(主)가 된다”33)고 하
여 인간우위의 입장을 명확히 표출하였다.
이것은 앞서 살펴 본 개체성에 관한 두 가지 입장과 일면 상충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동학사상이 모순적 사회를 변혁하
고자 하는 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사회변혁의 주체
가 바로 현실의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이와 같은 인간 우위의 입장은
인간의 주체적 의지, 즉 주체성을 강조하려는 동학사상 본래의 사상
적 목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즉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이들 사이의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현실 변혁의 실질적 주체로서 인간의 가치와 독자성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학사
상은 타개체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 개개
인이 곧 하늘이라는 논리를 통하여 최고의 존재로서 인간을 규정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해월의 ‘인시천(人是天)’과 ‘천즉아 아즉천(天卽
我 我卽天)’, 그리고 의암의 ‘인내천(人乃天)’은 이와 같은 동학사상
의 발전적 특징을 함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과 마찬가지로 동학사
상에 나타난 개체성 부각의 논리는 새로운 공동체건설을 위한 사회변
人一捨 毁害大事 用事 人皆有 特技專能 擇定於適材適所則 無不成功
者 未之有也」.
32) 龍潭遺詞, 道德歌.
33)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其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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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혁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주체적 능력과 독자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이
론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개체성의 문제를 민족ㆍ국
가에 적용시켰을 경우 개별 민족ㆍ국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독자성과
생존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등할 뿐 아니라 각각이 지닌 독
자성의 상호존중을 통해 조화로운 평등적 공동체의 건설을 이룩할 수
있다는 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의 실천론
동학사상은 변화의 당위성을 논증하고 변화의 주체인 개체간의 동
등성을 규명하는 동시에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
체의식의 세 번째 내용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동학사상이 제시한 실천론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개체간 평등성에 기초하여 개인차원에서 타개체와의 조화, 협력, 상
애(相愛)를 통해 차별과 배타, 독선, 이기(利己)의 현실을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점은 수운의 ‘오심즉여심(吾
心卽汝心)’과 해월의 물물천(物物天) 사사천(事事天), 경천(敬天)
ㆍ경인(敬人)ㆍ경물(敬物)의 삼경사상(三敬思想)에 잘 표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월은 “사람이 거저 놀고 있으면 한울님이 싫어하신
다”34)고 하여 생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의암은 서로 사랑하고 도
와주는 것이 큰 도(大道)이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35)이라고 하여 상애(相愛)ㆍ상조(相助)
34) 天道敎創建史, 第二編, 第六章, 布德 降書 敎說一般.
35)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無體法經, 神通考: 「人必相愛 大道必得
念念思之 我愛衆生 衆去天路 靈橋必成 衆生我愛 我去天路 靈橋必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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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5
의 실천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평등성에 기초한 조화와 협
력, 상애(相愛)의 필요성을 모든 인간이 자각하여 무욕(無欲)의 자
세를 갖게 될 때(無爲而化) ‘동귀일체’(同歸一體)를 이루어 비로소
지상천국(地上天國)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동학사
상 실천론의 핵심인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은 동학사상의 실천론은 인간간 관계와 인간과 타개
체간의 관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동학사상의 실천론에 내포된 평등과 조화, 협력, 그리고 상애
(相愛)의 가치관은 오랜 기간 서서히 전개되어 온 한국의 평등적 공
동체의식의 가치관을 포괄하여 새로운 이상세계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것이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특히 갈등과 경쟁, 배타와 독
선으로 점철된 민족ㆍ국가간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상적 대안으로
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3. 3.1정신과 동학사상의 사상적 연관성:
독립선언서 를 중심으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동학사상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한국
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종합이라는 특성과 함께 미래지향적 가치체
계를 담고 있다. 한민족(韓民族)이 일본 제국주의에 강압적 지배에
항거하여 표출한 3.1운동은 독립운동이라는 운동사적 측면의 가치와
더불어 사상사적 관점에서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내용을 민족ㆍ국가간 관계로 확대ㆍ적용시킨 것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眷眷相愛 必有得果 性心身三端 相助相愛 大道大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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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있다. 이는 민족대표 33인이 발표한 독립선언서 의 내용에 잘 드러
나고 있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특히 동학사상과의 관련성을 중심
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변혁의 필연성 논증 방식
먼저 독립선언서에는 불합리한 식민지배를 타파하고 독립쟁취와 새
로운 세계건설이라는 변혁의 필요성이 다음과 같이 논증되고 있다.
“대기운(大機運)에 순응병진(順應竝進)하기 위(爲)하야
차(此)를 제기(提起)함이니, 시(是) 천(天)의 명명(明命)
이며 시대(時代)의 대세(大勢)며 전인류(全人類) 공존동생
권(共存同生權)의 정당(正當)한 발동(發動)이다.”36) (강조
는 필자)
“아아 신천지(新天地)가 안전(眼前)에 전개(展開)되도
다. 위력(威力)의 시대(時代)가 거(去)하고 도의(道義)
의 시대(時代)가 래(來)하도다. 과거전세기(過去前世紀)에
연마장양(鍊磨長養)된 인도적정신(人道的精神)이 바햐흐로
신문명(新文明)의 서광(曙光)을 인류(人類)의 역사(歷史)에
투사(投射)하기 시(始)하도다. 신춘(新春)이 세계(世界)에
래(來)하여 만물(萬物)의 회소(回蘇)를 최촉(催促)하도다.
동빙한설(凍氷寒雪)에 호흡(呼吸)을 폐칩(閉蟄)한 것이
피일시(彼一時)의 세(勢)라하면, 화풍난양(和風暖陽)에
기맥(氣脈)을 진서(振舒)함은 차일시(此一時)의 세(勢)
36) 註解 獨立宣言書,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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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7
니, 천지(天地)의 복운(福運)에 제(際)하고 세계(世界)
의 변조(變潮)를 승(乘)한 오인(吾人)은 아모(아무) 주저
(躊躇)할 것이 없으며, 아모(아무) 기탄(忌憚)할 것이 없도
다.”37) (강조는 필자)
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폭력과 억압의 시대가 가고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고 있음을 직시하여 변화하는 정세에 맞게 대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립선언서 에 보여지는 이러한 내용
은 20세기 초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사상적 관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위의 내용이 기본적
으로 변천ㆍ변화의 자연관과 시운관(時運觀)을 결합시켜 개벽의 신
세계 도래의 필연성을 논증했던 동학사상의 논리구조를 따르고 있다
는 사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수운과 해월은 “천운(天運)이 순환하
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無往不復)이 없으니...”38), 또 성쇠명암
(盛衰明暗)은 천도(天道)의 운(運)이고 흥망길흉(興亡吉凶)은 인
도(人道)의 운(運)39)이라는 표현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바램을 표출하였다. 이러한 동학사상의 논리가 시세(時勢)의 변화를
자연의 변천ㆍ변천변화로 상징화하고 특히 ‘대기운(大機運)’, ‘복운
(福運)’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변화의 적합성과 필연성을 강조하려는
독립선언서 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동학사
상과 3.1정신을 사상사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내용
인 것이다.
37) 註解 獨立宣言書, 26-30쪽.
38) 龍潭遺詞, 敎訓歌.
39)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盛而久則衰 衰而久則盛 明而
久則暗 暗而久則明 盛衰明暗 是天道之運也 興而後亡 亡而後興 吉而後
兇 兇而後吉 興亡吉兇 是人道之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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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2) 개체간 동등성의 논리
동학의 평등적 공동체의식과 3.1운동의 두 번째 사상사적 연관성
은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 논리이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동학은
실학의 사상적 전통을 계승하여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간 동등성
과 함께 개체성 부각의 논리를 통하여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
체의 독자성과 기능적 동등성을 주장하였다.
3.1정신은 이러한 동학 공동체의식의 바탕이 되는 개체간 동등성
논리를 민족ㆍ국가간 관계에 확대ㆍ적용시켜 민족간ㆍ국가간 관계의
본연적ㆍ기능적 동등성을 강조함으로써 한민족의 생존권과 독립의 당
위성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독립선언서 는 다음과 같
이 기술하고 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
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
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世界萬邦)에 고(告)하야 인류
평등(人類平等)의 대의(大義)를 극명(克明)하며, 차(此)로
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야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40)
“금일(今日) 오인(吾人)의 조선독립(朝鮮獨立)은 조선인
(朝鮮人)으로 하여금 정당(正當)한 생영(生榮)을 수(遂)하
케 하는 동시에...”41)
“아(我)의 고유(固有)한 자유권(自由權)을 호전(護全)하
야 생왕(生旺)의 락(樂)을 포향(飽享)할 것이며...”42)
40) 註解 獨立宣言書, 1-2쪽.
41) 註解 獨立宣言書,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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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9
이는 자주와 독립, 인류평등과 민족자존을 통한 한민족의 정당한
생존권 영유가 3.1운동의 기본 정신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고 여기에는 민족ㆍ국가단위로서의 독자성과 함께 민족ㆍ국가를 이루
는 인간의 본연적 평등성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개체로서의 한민
족의 독자성은 또한 ‘아조종세업(我祖宗世業)’ ‘아문화민족(我文化
民族)’, ‘구원(久遠)한 사회기초(社會基礎)와 탁락(卓犖)한 민족심
리(民族心理)’, ‘자족(自足)한 독창력(獨創力)’등의 표현방식으로
독립선언서 의 다른 부분에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족적 자존
성의 고취는 그러나 결코 타민족에 대한 한민족의 우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개체로서의 민족ㆍ국가,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의
개개 인간은 각자의 독자성을 보유한 상호 동등한 개체로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존권과 독자성 보유주체로서의 개체간 동등성
을 주장하였던 동학과의 사상적 연관성인 것이다.
) 변혁의 궁극적 목표: 인류의 평등과 세계평화의
달성
동학은 실학사상의 전통을 계승하여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
체의 동등성을 주장하면서도 개벽 신세계 도래의 주체로서 인간의 의
지와 노력을 특히 강조하였다. 독립선언서 역시 개체로서의 한민족
의 주체적 자각과 노력을 통한 독립의 확보와 국가건설을 1차적 과제
로 삼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되고 있다.
“최대급무(最大急務)가 민족적독립(民族的獨立)을 확실(確
42) 註解 獨立宣言書,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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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實)케 함이니, 이천만각개(二千萬各個)가 인(人)마다 방촌
(方寸)의 인(刃)을 회(懷)하고 인류통성(人類通性)과 시대
양심(時代良心)이 정의(正義)의 군(軍)과 인도(人道)의 간
과(干戈)로써 호원(護援)하는 금일(今日), 오인(吾人)은 진
(進)하야 취(取)하매 하강(何强)을 좌(挫)치 못하랴.”43)
“자기(自己)를 책려(策勵)하기에 급(急)한 오인(吾人)은
타(他)의 원우(怨尤)를 가(暇)치 못하노라. 금일(今日) 오인
(吾人)의 소임(所任)은 다만 자기(自己)의 건설(建設)이 유
(有)할 뿐이오, 결코 타(他)의 파괴(破壞)에 재(在)치 안이
하도다. 엄숙(嚴肅)한 양심(良心)의 명령(命令)으로써 자가
(自家)의 신운명(新運命)을 개척(開拓)함이요...”44)
그러나 독립선언서 에 나타난 3.1정신은 민족적 자각과 노력에
의한 독립의 확보와 국가건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존공생(共存共生)을 지향했다는 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
다. 민족의 독립과 국가건설이 타민족 또는 타국과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로서의 인류전체의 자유로운 발전
에 기초가 된다는 3.1운동의 정신은 상애(相愛)와 상조(相助), 즉
개체간 조화와 협력, 그리고 사랑을 통한 개벽의 신세계 도래를 추구
했던 동학의 실천론 및 사상적 목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독
립선언서 에서 전인류의 공존동생권(共存同生權)을 주창45) 하면서
한민족의 독창성을 발휘하여 세계의 조류에 기여할 것을 강조한
것46) 이나 한민족의 독립이 동양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 및 인류
43) 註解 獨立宣言書, 10-11쪽.
44) 註解 獨立宣言書, 16쪽.
45) 註解 獨立宣言書, 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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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1
행복에 필수적 요수임을 주장한 것47) 등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 맺는 말
필자는 이 글에서 한국정치사상 연구 분야의 목적과 기본관점을 한
국적 정체성(특수성) 찾기와 정치사상적 보편성 추구에 두고자 하였
다.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근세 한국의 자생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면서도 독자적인 사상적 발전을 이룩해 냈다고 평
가되고 있는 동학사상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동학사상이
제시한 ‘개체간 조화와 협력에 바탕을 둔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
정치사상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성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동학사상이 3.1운동에 미친 영향과 양자의 사상적 연관성을 분석함
으로써, 한국정치사상의 역사적 특성이 개체간 갈등과 배타, 자기중
심적 독선과 부정을 치유하는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체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 동학사상은 사회적 모순을 직시하고 그것을 변화시킴으
로써 궁극적으로 개체간 동등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적 발전을 이룩하
려고 했던 근세 한국 사회변혁사상의 정치목표 및 이론적 논의와 깊
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한국민족운동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던 3.1운동의 정신과도 사상사적 관점에서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이기도 하였다. 동학사상에서 보여지는 새로
운 개벽세계의 필연적 도래와 그것을 위한 동등한 인간의 자각과 노
46) 註解 獨立宣言書, 7쪽 참조.
47) 註解 獨立宣言書, 2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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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력,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공존공영의 공동체건설의 정신이 3.1운동
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19세기 후반 이후 수용된 서구의
근대 시민권 사상과 20세기 초 민족자결주의가 3.1운동의 형성에 미
친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3.1정신
은 동등성과 개체성, 조화와 협력의 신세계를 지향했던 동학의 정치
사상적 이상이 가장 뚜렷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동학사상을 중심으로 한 이전 개혁사상과 이후 전개된 3.1정신의 사
상적 연관성은 한국정치사상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
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동학사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생적 사
회변혁사상이 단순히 과거의 것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인류가 지향해
야 할 중요한 가치체계를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국가ㆍ지역간 무한
경쟁과 민족ㆍ인종ㆍ종교적 갈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개체의 독자적
특성을 상호 존중하여 조화와 협력에 기초한 전인류의 보편적 발전을
이룩하고자 했던 동학사상은 현재를 반성하고 통일과 미래를 개척해
야할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큰 시사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이 특수성과 함께 보편성의 차원에서 재조명 될 수 있는
것은 동학사상이 지닌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이 글에서 제시된 내용이 동학사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상적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동학
사상 자체의 독창적 논리구조를 간과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정치사
상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학사상 연구의 보다 큰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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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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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5
<국문초록>
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김정호
이 논문은 동학사상(東學思想)을 중심으로 한국정치사상의 특수
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
정치사상 연구의 방법과 내용, 그리고 시각을 기술하였다. 그리고
변혁의 당위성 논증 방식, 개체간 동등의식,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의 실천론 등으로 나누어 동학사상의 특성을 설명 한 뒤 동학사
상에 나타난 ‘조화와 협력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인의 사상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동시에 동학사상이
근세 이후 지속되어 온 한국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
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3.1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족운동의 정신적 토
대인 동시에 조화와 협력의 공동체적 발전이라는 인류공동의 미래지
향적 가치체계를 담고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동학이 가진 사상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해 보았다.
주제어: 한국정치사상, 동학사상, 3.1정신, 평등적 공동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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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Abstract>
Research of Korean Political Thought
and Tonghak
Kim, Jung Ho
This paper is to analyze the peculiarity and universality of
Korean political thought focusing on Tonghak thought. Firstly, it
briefly reviews the methodology, contents, and viewpoints of
Korean political thought research. Explaining the characteristics
of Tonghak thought which can be divided into three parts
such as theoretical demonstration way of change, equalitarian
consciousness among individuals, and practical methods for
constructing a new equalitarian community, this paper asserts
‘equalitarian and communitarian consciousness based on harmony
and cooperation among individuals’ of Tonghak thought
well shows the Korean identity in thought. Finally, it is safely
said that Tonghak thought is a spiritual basis of national
movements which can be represented by 3.1 movement, and at
the same time, has an important and future-directed value
system.
Key Words: Korean Political Thought, Tonghak Thought, 3.1 Movement,
Equalitarian and Communitarian Consciousness
[Provider사상
김정호*1)
1. 들어가는 말
정치사상이란 ‘인간의 체계화된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사상 분야는 현실에 대한 형이상학적(形而上
學的)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철학분야와도 다르고 사실(史實)에 대한
기술에 치중하는 역사학분야와도 구분된다. 물론 정치사상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인 한 시대적 사추와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
다는 점에서 철학이나 역사학 분야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 자체가 그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
려는 인간의 정치적 의식과 행위양식을 규정할 수는 없으며 시대적
사추방식(예를 들어 理氣論)은 그러한 정치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
론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점에서 정치사상의 학문적 위치가 설
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한국정치사상 연구 분
야는 시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전개된
*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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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한국인의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
다. 그러므로 그러한 정치적 사유방식과 행위양식에 영향을 미친 모
든 것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1)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정치사상이 지속과 변화라는 역동
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시대의 정치사상은 이전 시
대 그리고 이후 시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도 하고 변화를 보여주
기도 한다. 즉 정치사상은 역사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러한 역사성의 강조가 ‘정치사상’과 ‘정치사상사’를 구분하는 기
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자에 따라서 ‘정치사상연구’이라는 용
어 자체에 이미 역사적 배경과 사상적 연속성 및 변화를 함께 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현재
학계에서는 정치사상과 정치사상사를 큰 차이 없이 이해하고 있는 것
으로 보여진다.
정치사상 일반과 한국정치사상에 관한 위의 논의를 기초로 할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은 대략 일곱 가지 정도
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정치사상 연구방법론과 크게 다르
지 않다.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와 관련하여 “이기론(理氣論)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전통의 이론체계가
철학적 본체론(本體論)이라기보다는 그 이론의 배경이 되는 사회의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형성된 사상정책의 일단(一端)”(김만규, 「理氣論
의 政治的 照明」, 제4회 한국정치학회ㆍ재북미한국인정치학자회 합동학
술대회 논문집 (1981), 59쪽)이라는 지적과,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에
있어 “특정 연구대상이 포함하는 이론적 개념적 완전성 여부를 따지거나 현
실에 대한 철학적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테오리아(theoria)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각 시대마다 민족과 국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문제해결을
위한 처방, 그리고 현실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비전과 목표 등을 고려하
는 프락시스(praxis)적 차원의 연구가 중요하다”(정윤재, 「‘자아준거적 정
치학’과 한국정치사상 연구: 문제해결적 접근의 탐색」, 한국정치사상의 비
교연구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9), 35쪽)는 언급은 한국정치사
상(사) 연구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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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19
첫째, 개별 인물ㆍ사상가 또는 학파(學派) 중심의 연구방법론이
다. 특정 인물ㆍ사상가 또는 학파의 사상을 분석하여 그 정치사상적
의미를 제시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사상 전체를 다루거나 혹
은 특정 개념을 다루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사상형성의 시대
적 배경에 대한 분석이 전제가 된다. 사상 내용에 대한 치밀한 검토
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상가 또는 학파 중심의 연
구방법론은 이전 또는 이후 사상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
점이 있다.
둘째, 시대사적(時代史的) 연구방법론이다. 특정 시대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첫 번째 연구방법에 비하여 연구의 폭
이 넓은 장점이 있다. 당시에는 중요했지만 오늘 날에 많이 연구되지
않는 다양한 사상적 흐름을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적 연속성과 변화의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공통적인
단점이 있으며 개별사상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
다. 시대사적 연구방법론은 따라서 개별 논문보다는 저서(著書)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관념사적(觀念史的) 연구방법론이다. 특정 관념의 역사적
변용을 살피거나 관념들 간의 상호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대적 변천에 따른 관념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사
상적 성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관념의 변화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등한시 하거나 특정
관념으로서 사상전체를 일반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넷째, 사건(논쟁)중심적 연구방법론이다. 최근 한국정치(사상)학계
에서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방법론이다. 특정 사건을 중심으
로 그 사건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과 사건에 대한 사상가 또는 정
치가들의 입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사상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
나 당시 정치ㆍ사회적 이슈와 특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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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점이 있다. 역사학과 정치사상 사이의 구분이 모호할 수 있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다섯째, 비교사상(사)적 연구방법론이다. 동시대 한국의 사상(가)
들, 다른 시대의 한국사상(가)들, 그리고 한국사상(가)들과 다른 나
라의 사상(가)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연구의 장점으로는 한국사
상(가)들을 비교하는 경우에 사상적 연속성과 변화를 파악할 수 있
고, 다른 나라의 사상(가)들과 한국사상(가)들을 비교하는 경우에는
한국적 특성을 분석해 내는 데 유용하다. 단지 비교의 대상, 방법, 유
용성에 관한 치밀한 예비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리한 일반화의
경향으로 흐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여섯째, 주제중심적 연구방법론이다. 특정한 이론적 주제, 예를 들
어 민족주의(民族主義)와 같은 이념이나 제도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별도의 장ㆍ단점은 발견되어지지 않는 통상적(通常的) 방법론이다.
일곱째, 통사적(通史的) 연구방법론이다. 고대(古代)로부터 현대
(現代)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사상의 전개과정을 연대기적(年代記的)
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정치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 저술에는 연구자의 시각이 지
나치게 반영될 수 있고, 다수의 공동저술에는 일관성의 결여가 나타
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연구방법론은 순전히 필자가 판단하고 있는 학계의 흐
름이다. 학자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한 연구방법론의 한계 내지는 단
점을 보완하고자 다른 연구방법론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
반적이다. 여기서는 다만 주된 한국정치사상 연구방법론을 개략적으
로 기술하려고 했던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 하는 연구방법론 만큼 중요한 것이 왜
연구하느냐 하는 연구의 목적과 시각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의 목적
에 대해서 관련연구자들 간에는 그것이 현재적(現在的) 입장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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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1
국적인 것을 찾는 것’ 즉 한국의 독자적인 특성을 밝히는 데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입장이 보이고 있다.2)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치사상
연구의 보편성(普遍性)과 특수성(特殊性)의 관계를 설명한 김한식
교수의 주장3)은 재삼(再三) 음미할 필요가 있다.
김한식 교수는 우선 지금까지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이 제대로 연
구되지 못한 이유로서 첫째,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自激之心) 때문
에 ‘어제’의 ‘우리 것’에 대한 애정, 자신감, 자랑스러움을 가지지 못했
다는 점, 둘째, 소위 ‘과학적(科學的)’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 세
계를 휩쓸고 있는 서양 근대적 방법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셋째, 한국정치사상과 관련된 기초학문 분야가 미비하다는 점 등
을 들고 있다. 이러한 측면들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한국정치사
상 연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언급하였다.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이 연구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다음 세 가지는 필히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첫째,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사상의 특수성이 규명됨으로써
한국인의 자기 존재의 의미가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
떤 사람이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의 실존적(實
存的) 가치를 자신이 먼저 인정하고 그리고 남으로부터 그 가
치를 인정받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자기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를 남과 구별하고 비교하면서 자기 발전
을 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치사상의 자기 확인 노
력은 자아의식(自我意識)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2) 이러한 관점으로는 손문호, 「한국정치사상사 연구서설」, 한국정치연구 ,
제8ㆍ9호(1991): 한승조, 한국의 정치사상 (서울: 일념, 1989) 등을
참조 바람.
3) 김한식, 「한국정치사상 연구서설: 접근방법과 관련하여」, 한국정치학회보 ,
제33집 2호(1999),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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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 연구는 한국인으로서의 창조적 역량
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에 대한 존재의미를 인
식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집단도 그런대로 영리하고 근면하여
강한 힘과 부를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실존적 의미
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모방은 가능하나 어느 수준 이상의
창의력 발현은 기대할 수 없다. 셋째, 한국정치사상의 특수
성 연구는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이 원동력이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 연구에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동시에 보편성을 띨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기나 여건이 언제일지 모르나, 또 관련 분야나 주제에
따라 다소 사정이 다를 수 있으나,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보편
적 기준과 논리에 의해 걸러져야만 한다. 한국정치사상 연구가
보편성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쇼비니즘이라는 망령에 빠지게 되
어 외국 것이면 무엇이거나 나쁘고 또 내 것이면 무엇이든지
최고라는 허구의식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국정치사상 연구
는 보편성을 띠려는 노력을 통해서 진정한 자기 향상을 이
룩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가진 것까지는 아무리 노력한다
고 하더라도 그 동질성의 범주를 뛰어넘기란 어렵다. 한국
정치사상 연구는 어느 단계가 되면 재빨리 보편성의 관점에
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국정치사상
은 인류의 사상사 흐름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 시대 인류
의 공통된 문제에 대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에 대한 이러한 한국정치사상의 기여는 동시에 한국
정치사상 자체에 더욱 힘찬 발전의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한국정치사상은 우선 특수성 연구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져
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언젠가 곧 보편성의
세계와 마주쳐 산산이 쪼개지고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 해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조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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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3
위의 김한식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선적으로 한국정
치사상의 특성을 파악한 뒤 인류 공동체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
편성의 차원에서 그것을 재조명해야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러한 점에서 아마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치사상 연구는 한
국적 정체성 찾기에 주력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정치
사상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설명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반드시 유용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과거의 지배적 의식
구조가 오늘의 상황을 설명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미래
가치로 전환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대로 김한식 교수가 밝히고자
하는 한국인의 창조적 역량과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반드시 한국의 역
사 속에서 진행되어 온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적 특성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한국의 정치사에 미친 영향력의 정도를 중요시하느냐, 미래
가치와 부합될 수 있는 사상적 요소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느냐 하는
것이 연구자들 간의 분기가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
에 그러한 분기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
니다. 상호간의 끊임없는 의견교환과 대조, 그리고 수정과 심화가 진
행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실체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한국정
치사상의 특수성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
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동학사상(東學思想)을 중심
으로 한국정치사상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특히 필자는 동학사상에 나타난 ‘조화와 협력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인의 사상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음을 지
적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동학사상이 근세 이후 지속되어 온 한국
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3.1운
동으로 대표되는 민족운동의 정신적 토대인 동시에 조화와 협력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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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동체적 발전이라는 인류공동의 미래지향적 가치체계를 담고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동학이 가진 사상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2.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특성
흔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의 특성을 서양의 자유주의적 특
징과 대비시켜 ‘공동체주의적(共同體主義的)’이라고 표현해 왔다. 여
기서 말하는 공동체주의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 가치와 존엄
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全體主義的) 의식이 아니라 개
인적 가치를 공동체적 가치와 지속적으로 결합시키려는 의식을 의미
한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평화로운 공동체의 유지ㆍ발전이라
는 목표의 달성을 위한 개체간 조화와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리고 그 공동체란 가장 최소단위인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계층, 사
회, 국가, 자연, 세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개체간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였다고 해서 그것이 곳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구체
적으로 한국의 사상적 전통 중 어느 사상도, 어떤 사상가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특정 개체의 극단적이고 자기중심적
인 이익추구를 용인하지 않았으며 개체간 갈등을 전제로 하지 않았
다. 나아가 갈등의 위험성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사회도덕적 실천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음을 확신하였다. 반면 개체간 관계에 있어서는 사
상(가)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였다. 즉 근세 한국의 지배사상인 주
자학적 유학이 개체간 차별을 전제로 한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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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5
면, 주자학의 모순을 직시하고 대내외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전개
된 실학과 동학 등 한국의 자생적 사회변혁사상들은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을 토대로 한 공동체적 발전을 목표로 하였다. 따라서 개체간
갈등을 해소하는 실천적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도 양자간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별과 위계의 공동체의식과 대별되는 동학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사회변혁론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다음에서는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1) 변혁의 당위성 논증 방식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첫 번째 내용은 차별과 억
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공동체건설이라는 변혁의 당위
성을 논증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전 실학사상의 기철학적(氣哲學的)
우주론과 동학적 특성의 시운관(時運觀)이 결합되어 전개되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정치사상사에 있어 모순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변혁
사상가들은 불변(不變)ㆍ고정(固定)의 차별원리(太極=理)의 선재
(先在)와 그것에 의해 생성된 음양(陰陽)의 차별을 강조4)하는 주자
학적 유학의 우주론에 반대하였다. 대신에 그들은 우주현상, 즉 자연
변화를 기존의 삶이 소멸하고 새로운 삶이 창조됨으로써 끊임없이 생
성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생멸(生滅)현상으로 보았다. 생성은 반드시
소멸을 수반하며 자연현상에서 영원한 지속이란 없다는 것이 개혁사
상가들의 논리였다. 이러한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변화의 근거를 기
(氣)라 하였고, 기를 변화의 근저로 하는 이기론(理氣論)을 전개5)
4) 朱子語類, 卷一, 理氣上 및 卷九十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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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하였다. 이것은 무엇보다 현실개혁 또는 변혁의 주장을 직접 언급할
수 없었던 시대적 제약을 안고 있었던 사상가들에게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순환ㆍ반복의 우주론이 체제유지 또는 지배권 유지를 목표
로 전개된 보수파의 논리를 극복하고 모순적 현실의 개혁 또는 변
혁의 필연성을 논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수단이었기 때
문이다.
이와 같은 한국변혁사상 우주론의 전통적 특성은 동학사상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학사상 역시 모순적 사회의 변혁이라는
정치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론적으로 당위화 할 필요성
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동학 1대 교주 수운(水雲)의 경우 “지
기(至氣)란 허령창창(虛靈蒼蒼)하여 간섭하지 않는 것이 없고 명
(命)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형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표현하
기 어렵고, 들을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보기 어려운 것으로서 이것
역시 혼원(渾元)의 일기(一氣)이다”6)라고 하여 본체론적 측면에서
기론(氣論)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2대 교주 해월(海月) 역시 “우주
에 가득 찬 것은 혼원(渾元)의 일기(一氣)이다”7)라고 함으로써 수
운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동시에 “기(氣)라는 것은 천지(天
地), 귀신(鬼神), 조화(造化), 현묘(玄妙)를 모두 합한 이름이다”8)
5) 金時習, 梅月堂全集, 梅月堂集, 卷二十, 說, 鬼神說; 徐敬德, 花
潭先生文集, 雜著, 理氣說; 李珥, 栗谷全書, 卷九, 書, 答朴和叔;
朴世堂, 西溪全書, 上, 南華經註解, 卷一, 內篇, 齊物論第二; 朴趾
源, 燕巖集, 卷二, 烟湘閣選本, 書, 答任亨五論元道書 및 卷十四,
別集, 熱河日記, 關內程史, 虎叱;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九, 敎人門二, 敷運化乎宇內 등 참조.
6) 東經大全, 論學文; 「至氣者 虛靈蒼蒼 無事干涉 無事不命 然而如形
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7)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誠敬信: 「宇宙間 充滿者 都是渾元之一
氣也」.
8)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理氣分析: 「氣者 天地鬼神造化玄妙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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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7
라고 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기일원론(氣一元論)의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동학사상의 경우 일기(一氣)의 존재와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기에 의해 생성된 만물의 변천ㆍ변화운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사시성쇠(四時盛衰)의 원리가 모
두 천주(天主=한울님)의 조화’9)라고 한 수운의 말에서도 알 수 있
듯이 자연변화의 근거를 천주론(天主論)으로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동학사상에서의 사회변혁의 필연성은 무엇으로 논증되는
가? 그것은 만물의 생성과 소멸, 변천과 변화를 자연의 원리로 규정
한 전통적 자연관과 시운관(時運觀)의 결합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수운이 “천운(天運)이 순환하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無往不
復)이 없으니...”10)라고 하여 순환론적 자연관을 시운관(時運觀)과
결합시킨 것11)이나, 해월이 “낮이 밝고 밤이 어두운 것은 하루의 변
화이고, 달이 차고지는 것은 한 달의 변화이며, 추위와 더위 그리고
따뜻함과 시원함은 일년의 변화이다. 변하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고,
움직였다가 다시 정지하며, 정지했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이기(理
氣)의 움직임이고, 때에 따라 변하고 움직이고 정지하는 것은 자연
(自然)의 도(道)이다”12)라고 함으로써 이전 실학적 변혁사상과 동
摠名 都是一氣也」.
9) 東經大全, 布德文; 「春秋迭代 四時盛衰 不遷不易 是亦 天主造化之
迹 昭然于天下也」.
10) 龍潭遺詞, 敎訓歌.
11) ‘가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없다’는 무왕불복(無往不復)의 논리는 의암이 정
치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문(今若一變其政 敬天命而順民心 養人才
而達其技 郁郁乎文風 燦然復明於世 則無往不復之理 可得而致矣, 天
道敎經典, 義菴聖師法說, 明理傳, 創世原因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변천ㆍ변화의 우주론과 시운관이 동학 사회변혁론의 핵심
적인 이론적 논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2)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晝夜明暗 一日之變 晦望盈虧
一月之變 寒暑溫涼 一年之變 變而不變 動而復靜 靜而復動 是理氣之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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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일한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시운관(時運觀)을 활용하여 사회변혁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해월은 특히 성쇠명암(盛衰
明暗)은 천도(天道)의 운(運)이고 흥망길흉(興亡吉凶)은 인도(人
道)의 운(運)13)이라는 논리를 통하여 개벽(開闢)의 신세계의 도래
의 필연성을 설명하였다.
이처럼 동학사상은 이전 한국의 실학적 변혁사상가들과 사상적 연
맥점을 형성하면서도 시운관(時運觀)이라는 형식을 첨가함으로써 현
실 변혁을 통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지상천국(地上天國)의 필연
적 도래를 강하게 주창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2) 개체간 동등의식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두 번째 내용은 개체간 동
등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공동체건설의 실질적 주체로
서 인간간 본연적 평등성과 함께 자연계 모든 개체의 독자적 특성과
기능적 동등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동학사상이 파악하는 인간이란 우선 기본적으로 삶의 욕구주
체로서 각자의 고유한 독자적 능력, 즉 개체성을 지닌 존재이다. 삶
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은 특히 해월에게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는 “인간은 모두 시천주(侍天主)의 영기(靈氣)를 받고 살
아가는 것이다. 인간이 먹으려고 하는 마음은 곧 한울님(天主)이 감
응하는 마음이고, 먹으려고 하는 기(氣)는 곧 한울님(天主)이 감응
動也 有時而動 有時而靜 是自然之道」.
13)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盛而久則衰 衰而久則盛 明而
久則暗 暗而久則明 盛衰明暗 是天道之運也 興而後亡 亡而後興 吉而後
兇 兇而後吉 興亡吉兇 是人道之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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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29
하는 기운이며,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것은 한울님(天主)이 감응하
는 정(情)이다. 따라서 인간이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한울님과 감
응하지 않는 것이다”14)라고 하여 인간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 식(食)의 욕구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해월은 “모든 인간은 태어
나는 것으로서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곡백과(五穀百果)의 영
양분(慈養)을 얻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므로 오곡은 천지(天地)의
고기(腴)와 같다”15)는 논리를 통하여 인간이 본연적으로 동등한 삶
의 욕구주체라는 점을 밝혔다.
이와 같은 동등한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은 이전 실학사
상에서도 적극 부각되었던 것16)으로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권
과 생활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다. 동시에 이러한 논리를 민족ㆍ국가간 관계에 확대했을 경우 모든
민족의 평화로운 삶의 추구, 즉 생존권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이
었다.
동학사상 인간론의 또 다른 특징은 개체성 부각의 논리이다. 개별
사상가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한국의 실학적 변혁사
상의 전통에 있어서 개체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나는 인(人)ㆍ물
(物) 동등성의 입장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가 갖는 고유한 독
자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간간 평등성의 입장에서 인간
14)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難疑問答, 向我設位: 「人皆以侍天主之靈
氣生活者也 人之欲食之念 卽天主感應之心也 欲食之氣 卽天主感應之氣
也 人之甘食 是天主感應之情也 人之無欲食之念 是天主不感應之理也」.
15)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其他.
16) 金時習, 梅月堂全集, 梅月堂集, 卷二十, 說, 生財說; 李珥, 栗谷
全書, 卷十, 書, 答成浩原; 朴世堂, 西溪全書, 下, 孟子思辨錄,
告子上; 朴齊家, 北學議, 外篇, 祈天永命; 崔漢綺, 明南樓叢書,
一, 神氣通, 卷二, 口通, 饑飽與人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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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기능 또는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개체의 독자성을 적극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타개체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동시에 인정하여 인간의 주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다. 첫 번째의 관점은 자연계 내에서의 인간과 타개체간의 조화를 중
요시하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의 관점은 개체로서의 개
인 또는 계층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국가적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
하려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세 번째는 특히 후기 실학사상
가 정약용의 논리에 두드러지는 것으로서 자연을 인간의 이용대상으
로 인식하여 국가발전의 토대로 삼으려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성(性)은 사물의 성(性)이 아니며, 개(犬)의
성(性)이 소(牛)의 성(性)은 아닌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모든 개체
가 각각 그 성(性)이 다르기 때문이다”17)라고 하였던 이이(李珥),
그리고 이이와 동일한 논리를 가지고 인(人)ㆍ물(物)간 상대적 평등
론의 입장18)에서 모든 개체의 독자성을 인정하였던 홍대용(洪大
容)19), 최한기(崔漢綺)20)와 같은 후기실학사상가들의 논의는 전자
(前者)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체성 문제와 관련하여 인간동등성의 관점에서 인간 개개인 또는
계층의 기능적 독자성을 부각시켜 국가발전을 이룩하려는 입장은 특
히 후기실학가들의 논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홍대용은 이기론(理氣
論) 등을 통해서는 인간 개개인의 독자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논리를
전개하지 않았으나 구체적인 정책론에 있어서는 신분(身分)에 관계
없이 사회 내 모든 인간 개개인의 능력의 인정과 활용을 주장21)한
17) 李珥, 栗谷全書, 卷十, 書, 答成浩原.
18) 洪大容, 潭軒書, 內集, 補遺 毉山問答.
19) 洪大容, 潭軒書, 內集, 卷一, 心性問.
20) 崔漢綺, 明南樓叢書, 一, 推測錄, 卷二, 推氣測理, 推測如駔.
21) 洪大容, 潭軒書, 內集, 補遺, 林下經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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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1
바 있고, 박지원(朴趾源)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기능적 독자성과
그 들 사이의 평등성22)을 주장하였다. 또한 최한기는 모든 인간은
신분에 관계없이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며,23)
따라서 그와 같은 인간 개개인의 독자성은 귀천(貴賤)ㆍ빈부(貧富)
를 구별할 수 없다”24)고 하여 계층을 넘어서는 인간간 기능적 평등성
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형의 대표자로서 정약용은 “천지만물(天地萬
物)의 이(理)는 각기 그 만물(萬物)의 신상(身上=形體)에 있는
것이니, 어찌 다 나에게 갖추어져 있겠는가? 개(犬)는 개의 이(理)
가 있고 소(牛)는 소의 이(理)가 있는 것이다”25)라고 함으로써 이전
개혁사상가들과 동일하게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각자의 현실적 형태
에 따라 각기 다른 자존적 원리, 즉 개체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혔
다. 동시에 그는 “(초목이나 금수와는 달리) 인간만이 태어날 때부터
영명(靈明)한 것을 부여받아 만류(萬類)를 초월해 만물(萬物)을 이
용할 수 있다”26)라고 하여 자연이용자로서의 인간의 주체성을 보다
강하게 역설하였다.
개체성 부각의 논리와 관련하여 동학사상은 위의 세 가지 전통적
개혁사상의 개체성 논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
다. 우선 인(人)ㆍ물(物) 동등성의 입장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
체가 갖는 고유한 독자성의 인정과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체
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측면은 해월과 의암의 논의에서 보여지고 있
다. 이에 대하여 먼저 해월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이 모두 시천주
22) 朴趾源, 燕巖集, 卷十一, 別集, 熱河日記, 盛京雜識, 商樓筆談.
23)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四, 測人門四, 行事, 將來事測人測.
24) 崔漢綺, 明南樓叢書, 二, 人政, 卷十五, 選人門二, 薦擧格式.
25) 丁若鏞, 與猶堂全書, 第二集, 孟子要義, 卷二.
26) 丁若鏞, 與猶堂全書, 第二集, 中庸講義, 卷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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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侍天主) 아님이 없다”27)고 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의 본연적
동등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동질적(同質的) 기화(氣化)’와 이질적
(異質的) 기화(氣化)’라는 표현으로 인간과 타개체(他個體)의 자존
적 특성을 설명하는 한편 ‘이천식천(以天食天)’과 ‘인오동포물오동포
(人吾同胞物吾同胞)’의 개념을 통해 개체간 조화의 필요성을 역
설28)하였다. 의암 또한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일기(一氣)에서 시
작되어 각각의 형태와 그에 따른 본성을 지니게 된다”29)고 하여 만물
의 개체성을 인정하였다. 특히 “나(인간)와 만물이 각기 본성을 얻어
각기 도(道)를 지키고 각기 직분을 얻으니 나를 기쁘게 하고 물(物)
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찌 극락세(極樂世)가 아니겠는가”30)라고 하
여 자신만의 고유한 자성(自性)을 가진 모든 개체사이의 조화를 설
명하였다.
다음으로 인간간 평등성에 기초하여 인간 개개인의 장점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국가발전의 기초로 삼으려는 입장에서 전개된 후기실
학사상가들의 개체성 부각의 논리는 특히 해월에게서 동일하게 전개
되고 있다. 해월은 다음과 같은 말로써 모든 인간의 독자적 능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국가발전에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썩어서 버
릴 사람이란 한 명도 없는 것이니 한 사람을 한 번 버리면 큰 일에
해(害)가 된다. 쓰는 일에 있어 인간은 모두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를 택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
에 활용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31)
27)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靈符呪文: 「天地萬物 皆莫非侍天主也」.
28)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三敬 및 以天食天 참조.
29)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詩文, 偶吟: 「於天萬物始一氣 各有成
形各有性」.
30)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無體法經, 眞心不染, 後經(二): 「我我物
物 各遂其性 各守其道 各得其分 喜喜我 喜喜物 豈非極樂世界乎」.
31)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難疑問答, 吾道之運: 「人無一人捨朽 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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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3
마지막으로 정약용의 개체성 논리에서 보여지는 인간우위의 주체성
강조의 논리는 동학사상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먼저 수운은 용담유사 도덕가에서 만물(萬物) 생성 이
후에 가장 어리석은 것이 금수(禽獸)이고 가장 신령(最靈)한 것이
사람32)이라고 하였고, 해월 역시 같은 입장에서 “만물 중에서 가장
신령한 것이 인간이니 따라서 인간은 만물의 주(主)가 된다”33)고 하
여 인간우위의 입장을 명확히 표출하였다.
이것은 앞서 살펴 본 개체성에 관한 두 가지 입장과 일면 상충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동학사상이 모순적 사회를 변혁하
고자 하는 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사회변혁의 주체
가 바로 현실의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이와 같은 인간 우위의 입장은
인간의 주체적 의지, 즉 주체성을 강조하려는 동학사상 본래의 사상
적 목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즉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이들 사이의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현실 변혁의 실질적 주체로서 인간의 가치와 독자성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학사
상은 타개체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 개개
인이 곧 하늘이라는 논리를 통하여 최고의 존재로서 인간을 규정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해월의 ‘인시천(人是天)’과 ‘천즉아 아즉천(天卽
我 我卽天)’, 그리고 의암의 ‘인내천(人乃天)’은 이와 같은 동학사상
의 발전적 특징을 함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성 규정과 마찬가지로 동학사
상에 나타난 개체성 부각의 논리는 새로운 공동체건설을 위한 사회변
人一捨 毁害大事 用事 人皆有 特技專能 擇定於適材適所則 無不成功
者 未之有也」.
32) 龍潭遺詞, 道德歌.
33) 神師聖師法說, 海月神師法說, 其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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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혁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주체적 능력과 독자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이
론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개체성의 문제를 민족ㆍ국
가에 적용시켰을 경우 개별 민족ㆍ국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독자성과
생존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등할 뿐 아니라 각각이 지닌 독
자성의 상호존중을 통해 조화로운 평등적 공동체의 건설을 이룩할 수
있다는 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의 실천론
동학사상은 변화의 당위성을 논증하고 변화의 주체인 개체간의 동
등성을 규명하는 동시에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
체의식의 세 번째 내용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동학사상이 제시한 실천론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개체간 평등성에 기초하여 개인차원에서 타개체와의 조화, 협력, 상
애(相愛)를 통해 차별과 배타, 독선, 이기(利己)의 현실을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점은 수운의 ‘오심즉여심(吾
心卽汝心)’과 해월의 물물천(物物天) 사사천(事事天), 경천(敬天)
ㆍ경인(敬人)ㆍ경물(敬物)의 삼경사상(三敬思想)에 잘 표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월은 “사람이 거저 놀고 있으면 한울님이 싫어하신
다”34)고 하여 생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의암은 서로 사랑하고 도
와주는 것이 큰 도(大道)이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35)이라고 하여 상애(相愛)ㆍ상조(相助)
34) 天道敎創建史, 第二編, 第六章, 布德 降書 敎說一般.
35) 天道敎經典, 義庵聖師法說, 無體法經, 神通考: 「人必相愛 大道必得
念念思之 我愛衆生 衆去天路 靈橋必成 衆生我愛 我去天路 靈橋必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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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5
의 실천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평등성에 기초한 조화와 협
력, 상애(相愛)의 필요성을 모든 인간이 자각하여 무욕(無欲)의 자
세를 갖게 될 때(無爲而化) ‘동귀일체’(同歸一體)를 이루어 비로소
지상천국(地上天國)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동학사
상 실천론의 핵심인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은 동학사상의 실천론은 인간간 관계와 인간과 타개
체간의 관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동학사상의 실천론에 내포된 평등과 조화, 협력, 그리고 상애
(相愛)의 가치관은 오랜 기간 서서히 전개되어 온 한국의 평등적 공
동체의식의 가치관을 포괄하여 새로운 이상세계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것이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특히 갈등과 경쟁, 배타와 독
선으로 점철된 민족ㆍ국가간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상적 대안으로
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3. 3.1정신과 동학사상의 사상적 연관성:
독립선언서 를 중심으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동학사상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한국
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종합이라는 특성과 함께 미래지향적 가치체
계를 담고 있다. 한민족(韓民族)이 일본 제국주의에 강압적 지배에
항거하여 표출한 3.1운동은 독립운동이라는 운동사적 측면의 가치와
더불어 사상사적 관점에서 동학사상에 나타난 평등적 공동체의식의
내용을 민족ㆍ국가간 관계로 확대ㆍ적용시킨 것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眷眷相愛 必有得果 性心身三端 相助相愛 大道大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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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있다. 이는 민족대표 33인이 발표한 독립선언서 의 내용에 잘 드러
나고 있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특히 동학사상과의 관련성을 중심
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변혁의 필연성 논증 방식
먼저 독립선언서에는 불합리한 식민지배를 타파하고 독립쟁취와 새
로운 세계건설이라는 변혁의 필요성이 다음과 같이 논증되고 있다.
“대기운(大機運)에 순응병진(順應竝進)하기 위(爲)하야
차(此)를 제기(提起)함이니, 시(是) 천(天)의 명명(明命)
이며 시대(時代)의 대세(大勢)며 전인류(全人類) 공존동생
권(共存同生權)의 정당(正當)한 발동(發動)이다.”36) (강조
는 필자)
“아아 신천지(新天地)가 안전(眼前)에 전개(展開)되도
다. 위력(威力)의 시대(時代)가 거(去)하고 도의(道義)
의 시대(時代)가 래(來)하도다. 과거전세기(過去前世紀)에
연마장양(鍊磨長養)된 인도적정신(人道的精神)이 바햐흐로
신문명(新文明)의 서광(曙光)을 인류(人類)의 역사(歷史)에
투사(投射)하기 시(始)하도다. 신춘(新春)이 세계(世界)에
래(來)하여 만물(萬物)의 회소(回蘇)를 최촉(催促)하도다.
동빙한설(凍氷寒雪)에 호흡(呼吸)을 폐칩(閉蟄)한 것이
피일시(彼一時)의 세(勢)라하면, 화풍난양(和風暖陽)에
기맥(氣脈)을 진서(振舒)함은 차일시(此一時)의 세(勢)
36) 註解 獨立宣言書,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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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7
니, 천지(天地)의 복운(福運)에 제(際)하고 세계(世界)
의 변조(變潮)를 승(乘)한 오인(吾人)은 아모(아무) 주저
(躊躇)할 것이 없으며, 아모(아무) 기탄(忌憚)할 것이 없도
다.”37) (강조는 필자)
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폭력과 억압의 시대가 가고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고 있음을 직시하여 변화하는 정세에 맞게 대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립선언서 에 보여지는 이러한 내용
은 20세기 초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사상적 관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위의 내용이 기본적
으로 변천ㆍ변화의 자연관과 시운관(時運觀)을 결합시켜 개벽의 신
세계 도래의 필연성을 논증했던 동학사상의 논리구조를 따르고 있다
는 사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수운과 해월은 “천운(天運)이 순환하
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無往不復)이 없으니...”38), 또 성쇠명암
(盛衰明暗)은 천도(天道)의 운(運)이고 흥망길흉(興亡吉凶)은 인
도(人道)의 운(運)39)이라는 표현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바램을 표출하였다. 이러한 동학사상의 논리가 시세(時勢)의 변화를
자연의 변천ㆍ변천변화로 상징화하고 특히 ‘대기운(大機運)’, ‘복운
(福運)’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변화의 적합성과 필연성을 강조하려는
독립선언서 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동학사
상과 3.1정신을 사상사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내용
인 것이다.
37) 註解 獨立宣言書, 26-30쪽.
38) 龍潭遺詞, 敎訓歌.
39)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開闢運數: 「盛而久則衰 衰而久則盛 明而
久則暗 暗而久則明 盛衰明暗 是天道之運也 興而後亡 亡而後興 吉而後
兇 兇而後吉 興亡吉兇 是人道之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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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2) 개체간 동등성의 논리
동학의 평등적 공동체의식과 3.1운동의 두 번째 사상사적 연관성
은 개체간 관계의 동등성 논리이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동학은
실학의 사상적 전통을 계승하여 삶의 욕구주체로서의 인간간 동등성
과 함께 개체성 부각의 논리를 통하여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
체의 독자성과 기능적 동등성을 주장하였다.
3.1정신은 이러한 동학 공동체의식의 바탕이 되는 개체간 동등성
논리를 민족ㆍ국가간 관계에 확대ㆍ적용시켜 민족간ㆍ국가간 관계의
본연적ㆍ기능적 동등성을 강조함으로써 한민족의 생존권과 독립의 당
위성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독립선언서 는 다음과 같
이 기술하고 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
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
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世界萬邦)에 고(告)하야 인류
평등(人類平等)의 대의(大義)를 극명(克明)하며, 차(此)로
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야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40)
“금일(今日) 오인(吾人)의 조선독립(朝鮮獨立)은 조선인
(朝鮮人)으로 하여금 정당(正當)한 생영(生榮)을 수(遂)하
케 하는 동시에...”41)
“아(我)의 고유(固有)한 자유권(自由權)을 호전(護全)하
야 생왕(生旺)의 락(樂)을 포향(飽享)할 것이며...”42)
40) 註解 獨立宣言書, 1-2쪽.
41) 註解 獨立宣言書,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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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39
이는 자주와 독립, 인류평등과 민족자존을 통한 한민족의 정당한
생존권 영유가 3.1운동의 기본 정신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고 여기에는 민족ㆍ국가단위로서의 독자성과 함께 민족ㆍ국가를 이루
는 인간의 본연적 평등성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개체로서의 한민
족의 독자성은 또한 ‘아조종세업(我祖宗世業)’ ‘아문화민족(我文化
民族)’, ‘구원(久遠)한 사회기초(社會基礎)와 탁락(卓犖)한 민족심
리(民族心理)’, ‘자족(自足)한 독창력(獨創力)’등의 표현방식으로
독립선언서 의 다른 부분에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족적 자존
성의 고취는 그러나 결코 타민족에 대한 한민족의 우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개체로서의 민족ㆍ국가,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의
개개 인간은 각자의 독자성을 보유한 상호 동등한 개체로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존권과 독자성 보유주체로서의 개체간 동등성
을 주장하였던 동학과의 사상적 연관성인 것이다.
) 변혁의 궁극적 목표: 인류의 평등과 세계평화의
달성
동학은 실학사상의 전통을 계승하여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든 개
체의 동등성을 주장하면서도 개벽 신세계 도래의 주체로서 인간의 의
지와 노력을 특히 강조하였다. 독립선언서 역시 개체로서의 한민족
의 주체적 자각과 노력을 통한 독립의 확보와 국가건설을 1차적 과제
로 삼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되고 있다.
“최대급무(最大急務)가 민족적독립(民族的獨立)을 확실(確
42) 註解 獨立宣言書,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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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實)케 함이니, 이천만각개(二千萬各個)가 인(人)마다 방촌
(方寸)의 인(刃)을 회(懷)하고 인류통성(人類通性)과 시대
양심(時代良心)이 정의(正義)의 군(軍)과 인도(人道)의 간
과(干戈)로써 호원(護援)하는 금일(今日), 오인(吾人)은 진
(進)하야 취(取)하매 하강(何强)을 좌(挫)치 못하랴.”43)
“자기(自己)를 책려(策勵)하기에 급(急)한 오인(吾人)은
타(他)의 원우(怨尤)를 가(暇)치 못하노라. 금일(今日) 오인
(吾人)의 소임(所任)은 다만 자기(自己)의 건설(建設)이 유
(有)할 뿐이오, 결코 타(他)의 파괴(破壞)에 재(在)치 안이
하도다. 엄숙(嚴肅)한 양심(良心)의 명령(命令)으로써 자가
(自家)의 신운명(新運命)을 개척(開拓)함이요...”44)
그러나 독립선언서 에 나타난 3.1정신은 민족적 자각과 노력에
의한 독립의 확보와 국가건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존공생(共存共生)을 지향했다는 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
다. 민족의 독립과 국가건설이 타민족 또는 타국과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로서의 인류전체의 자유로운 발전
에 기초가 된다는 3.1운동의 정신은 상애(相愛)와 상조(相助), 즉
개체간 조화와 협력, 그리고 사랑을 통한 개벽의 신세계 도래를 추구
했던 동학의 실천론 및 사상적 목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독
립선언서 에서 전인류의 공존동생권(共存同生權)을 주창45) 하면서
한민족의 독창성을 발휘하여 세계의 조류에 기여할 것을 강조한
것46) 이나 한민족의 독립이 동양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 및 인류
43) 註解 獨立宣言書, 10-11쪽.
44) 註解 獨立宣言書, 16쪽.
45) 註解 獨立宣言書, 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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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1
행복에 필수적 요수임을 주장한 것47) 등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 맺는 말
필자는 이 글에서 한국정치사상 연구 분야의 목적과 기본관점을 한
국적 정체성(특수성) 찾기와 정치사상적 보편성 추구에 두고자 하였
다.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근세 한국의 자생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면서도 독자적인 사상적 발전을 이룩해 냈다고 평
가되고 있는 동학사상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동학사상이
제시한 ‘개체간 조화와 협력에 바탕을 둔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
정치사상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성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동학사상이 3.1운동에 미친 영향과 양자의 사상적 연관성을 분석함
으로써, 한국정치사상의 역사적 특성이 개체간 갈등과 배타, 자기중
심적 독선과 부정을 치유하는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체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 동학사상은 사회적 모순을 직시하고 그것을 변화시킴으
로써 궁극적으로 개체간 동등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적 발전을 이룩하
려고 했던 근세 한국 사회변혁사상의 정치목표 및 이론적 논의와 깊
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한국민족운동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던 3.1운동의 정신과도 사상사적 관점에서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이기도 하였다. 동학사상에서 보여지는 새로
운 개벽세계의 필연적 도래와 그것을 위한 동등한 인간의 자각과 노
46) 註解 獨立宣言書, 7쪽 참조.
47) 註解 獨立宣言書, 2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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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력,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공존공영의 공동체건설의 정신이 3.1운동
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19세기 후반 이후 수용된 서구의
근대 시민권 사상과 20세기 초 민족자결주의가 3.1운동의 형성에 미
친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3.1정신
은 동등성과 개체성, 조화와 협력의 신세계를 지향했던 동학의 정치
사상적 이상이 가장 뚜렷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동학사상을 중심으로 한 이전 개혁사상과 이후 전개된 3.1정신의 사
상적 연관성은 한국정치사상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
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동학사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생적 사
회변혁사상이 단순히 과거의 것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인류가 지향해
야 할 중요한 가치체계를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국가ㆍ지역간 무한
경쟁과 민족ㆍ인종ㆍ종교적 갈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개체의 독자적
특성을 상호 존중하여 조화와 협력에 기초한 전인류의 보편적 발전을
이룩하고자 했던 동학사상은 현재를 반성하고 통일과 미래를 개척해
야할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큰 시사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이 특수성과 함께 보편성의 차원에서 재조명 될 수 있는
것은 동학사상이 지닌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이 글에서 제시된 내용이 동학사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상적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동학
사상 자체의 독창적 논리구조를 간과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정치사
상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학사상 연구의 보다 큰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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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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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245
<국문초록>
한국정치사상 연구와 동학사상
김정호
이 논문은 동학사상(東學思想)을 중심으로 한국정치사상의 특수
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
정치사상 연구의 방법과 내용, 그리고 시각을 기술하였다. 그리고
변혁의 당위성 논증 방식, 개체간 동등의식, 새로운 평등적 공동체
건설의 실천론 등으로 나누어 동학사상의 특성을 설명 한 뒤 동학사
상에 나타난 ‘조화와 협력의 평등적 공동체의식’이 한국인의 사상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동시에 동학사상이
근세 이후 지속되어 온 한국적 사회변혁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
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3.1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족운동의 정신적 토
대인 동시에 조화와 협력의 공동체적 발전이라는 인류공동의 미래지
향적 가치체계를 담고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동학이 가진 사상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해 보았다.
주제어: 한국정치사상, 동학사상, 3.1정신, 평등적 공동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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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동학학보 제10권 1호(통권 11호)
<Abstract>
Research of Korean Political Thought
and Tonghak
Kim, Jung Ho
This paper is to analyze the peculiarity and universality of
Korean political thought focusing on Tonghak thought. Firstly, it
briefly reviews the methodology, contents, and viewpoints of
Korean political thought research. Explaining the characteristics
of Tonghak thought which can be divided into three parts
such as theoretical demonstration way of change, equalitarian
consciousness among individuals, and practical methods for
constructing a new equalitarian community, this paper asserts
‘equalitarian and communitarian consciousness based on harmony
and cooperation among individuals’ of Tonghak thought
well shows the Korean identity in thought. Finally, it is safely
said that Tonghak thought is a spiritual basis of national
movements which can be represented by 3.1 movement, and at
the same time, has an important and future-directed value
system.
Key Words: Korean Political Thought, Tonghak Thought, 3.1 Movement,
Equalitarian and Communitarian Consciou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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