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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정만호.충남대



<목 차 >
Ⅰ.서론
Ⅱ.動詞와 趨向動詞의 결합-口語的친
근감
Ⅲ.對偶句의 자제-辭達과 朴實의 효과
Ⅳ.被動文-焦點의 유지
Ⅴ.疑問文-겸양의 語氣형성
Ⅵ..결론


<국문초록>
한문학계에서 간찰은 다소 생소한 연구 영역이다.문집에 수록된 書簡文에서 관련
자료를 추출하여 연구한 성과는 많았지만,고문서 형태의 간찰 연구는 활성화되지 않
았다.고문서 간찰은 간찰의 형식과 투식어 이해,저자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의도
와 실제적 인간상 파악에 중요한 자료이다.동시에 사회사,문화사,인물 교류 등 다양
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한문학계의 무궁한 연구 영역 가운데 하나이다.난해한 초서로
작성되고,자료가 곳곳에 산재한 탓에 연구의 어려움이 있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연구 대상이다. 농암진적 은 김창협이 주로 김시좌에게 보냈던 간찰을 김시좌의 高孫김성근이
粧帖한 자료이다.본고는 농암진적 에 수록된 간찰의 문법 분석을 통해 각 문법 요소
들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표현의 효과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한문 문법은 한문학 연구의 중요한 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무관심 속에 침
체되었다.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충분한 성과를 축적하였으므로 더 이상
새로운 이론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다시 말해 用例종합을 통한 허사
의 기능이나 句法등의 연구는 기존 연구의 성과를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이제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각종 문법 규칙들이 한 문장 안에서,나아가 한 편의 글 안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임(NRF-2012S1A5A2A03034627).
**충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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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어떻게 활용되어 수사에 기여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그동안의 문법 연
구가 분석을 통한 이론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정립된 이론의 적용을 통해 작품
의 문학성을 분석하는 데 기여할 때이며,본고 역시 그러한 작업의 시도이다.


주제어:김창협, 농암진적 , 한문법, 표현 효과, 간찰


Ⅰ. 서론
한문학계에서 간찰은 다소 생소한 연구 영역이다.문집에 수록된 書簡
文에서 관련 자료를 추출하여 연구한 성과는 많았지만,고문서 형태의 간
찰 연구는 활성화되지 못하였다.중요한 내용이 포함된 간찰은 문집에 수
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문서 간찰은 상대적으로 학술적 중요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실제 고문서 간찰을 접해보면 일상적 안부와 소소한
생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대다수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문서 간찰도 경시할 수 없는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문집에
수록되는 간찰은 투식 부분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고문서 간찰을
통해 간찰의 형식을 파악할 수 있으며,투식어도 익힐 수 있다.문집의
내용은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간행 과정에서 수정되는 경우도 많아,1)
저자의 본래 의도는 오히려 고문서 간찰에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작품의
선별을 통해 저자의 고매한 인격과 높은 학문 수준을 드러내 모범적 인
간상을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문집은 일편 ‘가공’된 점도 있지만,고문서
형태의 간찰은 순수한 내용과 형태를 간직하고 있으며,어쩌면 저자의 인
간적인 모습을 사실 그대로 더욱 잘 간직한 자료이다.문집을 남기지 못


1)김성칠,「옛 사람들의 文集校正」, 민족문화사연구 3집,민족문화사학회,1993,2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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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도 적지 않으므로,간찰을 포함한 고문서는 한문학의 무궁한 연구
영역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문학 연구자들의 연구가 여기까지 확장되지 못하는 이유는
대다수의 간찰이 초서로 작성되어 解讀이 어렵다는 점과 산재한 자료를
일일이 구해야 하는 불편함,그리고 간행된 문집 연구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고문서를 수집,정리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므로,자료 수집의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다.脫草
능력이 가장 큰 걸림돌인데,지속적 관심을 통해 탈초 능력을 제도권 안
에서 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다행히 일부에서 이미 그런 노력을 경주
하는 중이다.
한편 간찰은 고문서 분야에서 좋은 연구 대상이 되었는데,간찰의 서식
과 관련하여 큰 족적을 남긴 것은 김효경의 연구이다.그는 간찰의 피봉
과 투식,간찰 서식집의 사적 전개 양상과 특징,간찰의 기원과 용도 및
문체적 특징까지도 고찰하였다.2)이외에도 서예사,3)한글 간찰,4)사회
사5)및 경제6)등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었는데,이는 간찰이 다양
한 측면에서 연구할 만한 정보를 간직했다는 증거이다.
본고에서 대상으로 삼은 농암진적 7)은 김창협의 서간을 모은 粧帖이


2)김효경,「조선시대 간찰 서식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2005.;「조선후
기에 간행된 간찰서식집에 대한 연구」, 서지학연구 제33집,서지학회,2006.;「간찰
의 산문 문체적 특징」, 대동한문학 제28집,대동한문학회,2008.
3)이인숙,「조선시대 한문 간찰의 서예사적 의의」, 서예학 연구 제6집,한국서예학회,
2005.
4)백낙천,「조선 후기 한글 간찰의 형식과 내용」, 한말연구 제18집,한말연구학회,
2006.
5)하영휘,「한 유학가의 서간을 통한 19세기 호서 사회사 연구」,서강대학교 박사학위논
문,2003.
6)김건우,「간찰을 통해 본 扶安金氏家의 경제활동」, 장서각 제12집,한국학중앙연구원,
2004.
7) 농암진적 은 2012년 한국한 중앙연구원에서 沈永煥正書,張裕昇ㆍ裵美貞譯註로, 金昌
協의 農巖眞蹟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필자가 촬영한 이미지와 탈초 내용도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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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진적 에 수록된 대부분의 간찰은 김창협의 族姪이며 高弟인 金時佐가
受信人인데,그의 玄孫金性根이 집에 보관되었던 간찰을 장첩하여 오늘까
지 전해졌다.이와 관련한 내용은 김성근의 발문에도 보이며,장유승과
배미정의 해제에 자세하므로,8)본고에서는 자료의 서지사항 정리를 생략
한다.배미정은 진적 과 농암집 의 비교를 통해 실물 편지가 문집으로
편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와 오류를 확인하기도 하였다.9)그의
연구 결과만 보아도 문집 간행 과정에서 작자의 본래 의도와 무관하게
본래의 글이 수정된다는 사실은 확인 가능하다.
진적 에서 본고가 주목한 것은 문법 요소들을 통해 거두고 있는 표현
의 효과이다.의도적 글쓰기의 결과인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결과물에
서 파악되는 표현 효과를 문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였다.한문 문
법은 한문학 연구의 중요한 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무관심 속에
침체되었다.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충분한 성과를 축적하였으
므로 더 이상 새로운 이론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허사의 쓰임이나 句法을 用例중심으로 고찰하고 통계를 추
출함으로써 일정한 규칙으로 정리하는 연구는 한계에 도달하였다.이제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각종 문법 규칙들이 한 문장 안에서,나아가
한 편의 글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어 수사에 기여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그동안의 문법 연구가 분석을 통한 이론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제는 정립된 이론의 적용을 통해 작품의 문학성을 분석하는 데 기여할
때이며,본고 역시 그러한 작업의 시도이다.


나 독자들의 참고에 편리하도록 본고에서는 이 책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원문을 인용
하고,이후로는 ‘ 진적 ’으로 표기한다.번역과 탈초도 이 책을 참조하였으나,일부 필
자의 의견을 반영하였으므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8)沈永煥正書,張裕昇ㆍ裵美貞譯註,위와 같은 책,7~41면.
9)배미정,「농암 김창협의 農巖眞蹟 과 農巖集 」, 書誌學報 제34집,한국서지학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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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動詞와 趨向動詞의 결합-口語的 친근감
言語가 사회 구성원 사이의 약속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어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기 마련이다.전통시대 한국과 중국은 漢
字를 기록문자로 공유하였으며,한자로 작성된 외교문서를 교환하였다.
그렇다면 두 나라에서 작성된 한문은 동일한 문법 체계를 지녔을 것이라
고 추정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고유의 구어를 사용하
였으므로,구어의 습관이 文語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데,
간찰은 즉흥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문체에 비해 그
가능성이 더 높다. 진적 은 이러한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요소를 지니
고 있는데,동사와 추향동사의 결합이 빈번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動詞는 漢文文章에서 주로 서술어로 사용되는 핵심 품사이다.다른 품
사와 마찬가지로 動詞역시 한 글자가 단독 사용되어 특정한 의미와 기능
을 수행한다.그러나 진적 에서는 동사와 추향동사의 결합이 자주 발견
된다.이때 앞의 동사는 주요 의미를 나타내는 반면 그와 결합한 추향동
사는 보조적 역할만 담당하는데,去,來,出등의 추향동사가 자주 사용되
었다.
① 此數日,幸次第減去.요 며칠 사이에 다행히도 차츰 덜해가고 있다
네. 진적 84면
② 無論本方所入與否,十許種送去.본 和劑에 들어가는지의 여부를 막론
하고 10여 종을 보내네. 진적 58면
③ 又帶疾入去.게다가 아픈 몸으로 들어갔다. 진적 62면
④ 試送置于墓奴處,未知果卽傳去也.시험삼아 묘소를 돌보는 하인에게
보내두었는데,과연 곧바로 전해졌는지 알지 못하겠네. 진적 66면
⑤ 第六第八書,亦未及抄錄,今竝付去.여섯 번째 편지와 여덟 번째 편지
도 미처 베껴 쓰지 못했는데 지금 함께 보낸다. 진적 8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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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大學問目,歲後當報去. 대학 에 대해 질문한 항목들은 해가 바뀐 뒤
에 마땅히 알려줄 것이네. 진적 80면
⑦ 白川之行,似亦不得前期發去.배천으로 가는 것도 약속보다 앞서 출
발하지 못할 것 같네. 진적 82면
⑧ 奴子遣去,而其回粮無辦出處.하인을 보내는데 돌아올 때 필요한 양
식을 마련할 곳이 없네. 진적 142면
⑨ 今欲復以數字答去,而以解其惑,而亦太區區,故不爲耳.지금 다시 몇
글자 적어서 답장을 보내 그 의혹을 풀어주고자 하지만 또한 대단
히 사소하기 때문에 하지 않네. 진적 162면
이상의 예문에서 減,送,入,傳,付,報,發,遣,答등은 모두 동사이다.
이들 동사 뒤에 모두 去가 직접 결합하였다.각 예문의 의미를 분석해보
면 去는 어떤 특정한 의미를 표현하기보다는 ‘상태의 변화’와 ‘동작이 이
루어지는 방향’정도를 표시한다.①은 앓고 있던 病勢가 호전되고 있다
는 말인데,減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去를 붙여서 마치 우리말의 ‘호전되
어 가고 있다.’또는 ‘덜해 가고 있다.’라는 어감을 표현한 느낌이다.②
는 약재를 보낸다는 의미이므로,十許種送之라는 표현이 적절하다.타동사
送의 목적어가 前置되었으므로 목적어의 본래 위치에 之를 쓰면 그만이
다.그런데 發信者가 소유한 약재를 受信者에게 보내는 것이므로 去를 이
용하여 약재의 이동 방향을 표현하였다.③은 수신자가 발신자와 만났다
가 헤어져 돌아갈 때 몸이 아픈 상태로 갔다는 말이므로 又帶疾而入,又帶
疾而去정도의 표현이 가능하다.그런데 굳이 入去라고 하여 수신자의 동
작이 진행된 방향을 명시하였다.나머지 예문에 사용된 동사에도 去를 꼭
덧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오히려 之정도를 붙인다
면 적당할 것 같다.
이처럼 去가 정도의 변화,또는 발신자에게서 멀어져가는 동작의 방향
을 나타낸다면 來는 반대로 발신자를 향해 진행되는 동작의 방향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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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⑩ 芸館冊子,欲借見,此須受得提調手決,可以取來,奉託申正甫,受出如何.
교서관의 책자를 빌려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반드시 제조의 서명을
받아야 빌려 올 수 있다네.신정보에게 부탁하여 받아내는 것이 어
떻겠는가? 진적 158면
⑪ 送來諸帋依到.보내온 종이는 숫자대로 도착하였네. 진적 138면
⑫ 六味元,昨日山甫來言渠有所劑不服,當送來云.육미원은 어제 산보가
와서 말하기를 조제해 두고 먹지 않은 것을 그가 가지고 있으므로
마땅히 보내오겠다고 하였네. 진적 186면
세 예문에 사용된 取와 送도 동사이다.⑩은 교서관의 책을 대출하기
위해 제조의 서명을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며,取來는 ‘(교서관의 책
을)가져오다.’정도의 의미이다.동작 행위가 교서관에서 김창협 본인에
게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⑪과 ⑫의 送은 이미 ②에서 去와 결합한 예
를 확인하였는데,이번에는 來와 결합하여 送의 동작행위가 ②와 반대 방
향으로 진행됨을 표시하였다.
去와 來의 용례보다 출현 빈도가 낮지만 出이 동사의 뒤에 직접 결합한
예도 발견된다.⑧의 辦出과 ⑩의 受出이 그것이다.⑧은 심부름 보내는
하인이 돌아올 때 먹을 식량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말이므로 辦之로도 의
미가 분명하다.⑩도 제조의 서명을 신정보에게 부탁해서 받는 것이므로
受之라고 하면 그만이다.그런데 出을 첨가하여 동작의 진행 방향을 표시
하였다.특히 ⑩의 受出은 마치 ‘받아내다’라는 말을 그대로 漢譯한 것처
럼 보인다.
이처럼 去,來,出등이 다른 동사와 결합하여 동사가 표시하는 동작행
위의 방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진적 에 자주 보이는데,이들은 실질적인
의미를 지닌 다음의 경우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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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去夜,果被梁上君子掃盡囊槖以去.지난밤 과연 도둑놈이 자루에 싹 쓸
어 가버렸네. 진적 68면
⑭ 數昨,又得去初五日所遣書.며칠 전에 또 지난 초닷새에 보내준 편지
를 받았네. 진적 92면
⑮ 此去書,傳于李生瑋爲佳.여기 보내는 편지를 이위에게 전해주는 것
이 좋겠네. 진적 46면
⑰ 檜浦書,順甫曾持去회포의 편지는 순보가 일찍이 가지고 갔네. 진
적 92면
⑬은 ‘가다’라는 동사로,⑭는 시간적으로 ‘과거’를,⑮는 인편을 통해
‘보내는’등의 실제적 의미를 갖는다.⑰은 위에서 살펴본 예문과 마찬가
지로 동사 持와 직접 결합하고 있는데,이 경우의 去는 다른 예와 달리
실질적 의미를 지녀서 持而去의 而가 생략된 형태이다.따라서 위에서 예
로든 動詞뒤의 去가 보조적 의미만을 표시하던 것과 다르다.또 動詞가
연이어 사용되어 각각의 동사가 실제적 의미를 갖는 다음의 경우와도 구
별된다.
⑱ 試送置于墓奴處,未知果卽傳去也시험삼아 묘소를 돌보는 하인에게
보내두었는데,과연 곧바로 전해졌는지 알지 못하겠다. 진적 66면
⑱에서 送은 편지를 보낸다는 뜻이고,置는 묘지기의 거처에 맡겨 두었
다는 의미이다.이 문장은 送之于墓奴處와 置之于墓奴處가 결합된 형태로
送而置諸墓奴處와 같이 표현 가능하며,이때 送과 置모두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따라서 去,來,出등이 다른 동사의 뒤에 결합하여 실질적 의미
가 약화된 채 앞 동사의 보조적 역할만 수행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처럼 동사와 추향동사를 결합시켜 추향동사가 우리말의 보조동사처
럼 사용된 예가 다수 발견된다.그러나 사실 동사와 동사의 직접 결합은
한문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자주 사용되었다.楊伯峻과 何樂士는 동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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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동작의 趨向을 표시하는 동사를 대동하여 보어를 만드는데,이것
을 趨向補語라 정의하였다.아울러 추향보어가 되는 동사는 매우 한정적
이어서 단음절의 추향동사로는 去,來,上,下,起,過,出,入등이 있을 뿐
이라고 하였다.10)그들은 “復釋去張儀.[다시 장의를 풀어주었다.]”라는 史記
의 문장을 예문으로 제시하였으니,추향보어의 사용은 그 유래가 오래임
에 분명하다.
결국 去,來,出등의 추향동사를 동사 서술어에 결합하여 사용하는 예
는 이미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어왔고,김창협의 글뿐만 아니라 한국
한문의 여러 글들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 예이므로,口語의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구어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운데,예문
을 통해 확인했듯이 動詞뒤에 결합하는 去,來,出등은 실제적 의미가
약화된 채 動詞의 趨向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이는 우리말의 보조
동사와 성격이 유사하다.送이 ‘보내다’라면,送去는 ‘보내주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동사와 추향동사의 결합이 구어의 영향에 의한 것은 아니
라할지라도 이러한 동사의 연용이 진적 에 자주 사용되어 구어적 친밀
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김창협의 산문 가운데 간찰에서 이러한 용례가
더욱 많이 발견되는데,이는 김창협이 간찰을 작성하면서 전아한 글쓰기
를 추구하기보다는 긴장을 이완시켜 비교적 가벼운 글쓰기를 진행한 결
과로 판단된다.
10)楊伯峻ㆍ何樂士, 古漢語語法及其發展 ,語文出版社,1992,632면.趨向補語,指的是動詞後帶
有表示動作趨向的動詞作補語.作趨向補語的動詞很有限,單音節的,如;“去、來、上、下、起、
過、出、入”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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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對偶句의 자제-辭達과 朴實의 효과
간찰에서 두드러지는 句法의 특징은 4字句의 지향이다.4자구는 시경
에서부터 시작하여 후대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유행되었는데,간찰에서
는 특히 4자구를 애용하였다.그 결과 ‘甚幸[매우 다행이다.]’을 ‘甚幸甚幸’,
‘奈何[어찌할까.]’를 ‘奈何奈何’와 같이 반복하여 굳이 4자구를 만드는 것이
일반화되었다.특히 頭辭와 結辭부분은 4자구의 지향이 더욱 뚜렷한데,
이는 투식어의 영향이 크고,나머지 부분은 造語의 편리성과 친숙한 구법
으로 의사전달에 용이하기 때문이며,수사보다는 내용에 치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대우는 한문의 대표적 修辭방법 가운데 하나로,두 句의 字數는
물론 문법구조까지도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한자는 일부 다음절어를 제
외하면 한 글자가 하나의 독립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대우 형성에 매우
적합한 문자이다. 詩經 에 “出自幽谷,遷于喬木.[깊은 계곡에서 나와 높은 나
무로 옮겨가네.]”라는 구가 있는데,이를 분석해보면 出과 遷,自와 于,幽와
喬,谷과 木이 詞性과 어순에서 정확히 짝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詩經 은 韻文이므로 대우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지만 書經
에도 “罪疑惟輕,功疑惟重.[죄상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오직 가볍게 처리하고,공
로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오직 무겁게 장려한다.]”과 같이 대우구가 사용되었
다.이처럼 대우는 그 유래가 오래되었고,사용 빈도도 높은 수사의 방법
이다.
대우는 변려문에 이르러 극치를 보였다.변려문의 화미한 문풍을 개혁
하고,순박한 고문으로 돌아가고자 韓愈와 柳宗元을 비롯한 唐宋의 여러
문장가들은 古文運動을 전개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글의 짝을 맞추려는 경
향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나 진적 에서는 대우구를 발견하기 어렵다.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43
그렇다면 다른 간찰에서도 대우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가?다음 간찰은
淵齋宋秉璿에게 受學을 청하는 일종의 執贄簡札이라고 할 수 있는데,상
대방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대우도 사용하였다.
11)
1897년에 韓紹殷이 송병선에게 보낸 이 간찰에서 송소은은 송병선에게
극도의 존경심을 나타내기 위해 “謹齋沐上書[삼가 재계목욕하고 글을 올립니
11)崇禎五丁酉五月初四日,淸州韓紹殷謹齋沐上書,請納再拜之禮于淵齋宋先生丈席座下.小生生於
遐土,幼而幸蒙父兄勸率之訓,粗知稍易之文字.若於聖賢君子高明光大之域,則未嘗得聞其所由
之如何也.而踢蹶擿埴於汙習流俗者,今已三十有六歲矣.伏聞先生,邦國之模楷,儒林之繩準也.
盖自尤庵老先生世傳之道統,典章文物,煥然復明於孔孟程朱之後,儀範標則,粹然繼昌於靜退栗
沙之源.夫爐鞴之恢弘,規矩之方圓,環東土三千里,風下之士生,孰不激勵而振作也哉.以若小生
鹵質,亦漸漬陶鎔中之身也,尙有鼎鐺之耳.但信兌澤之講,千里負笈,不計禮貌,來門墻之外,先
以書略布宗慕之誠,恭俟進退焉.伏惟先生,特賜容足之地,使此遠方孤陋之小生,獲遂觀感之願,
千萬幸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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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고 하였다.또 송병선에 대해서는 “邦國之模楷,儒林之繩準.[나라의 모
범이며 유림의 표준]”이라고 극찬하였다.송병선에게 수학하기를 바라는 입
장에서 한소은은 최대한 존경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일반적으로 간찰에
서는 草書를 사용하는데,이 간찰은 楷書를 사용하였고,내용 역시 즉흥적
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수사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그 대
표적인 예가 다음과 같은 대우구의 사용이다.
∙典章文物,煥然復明於孔孟程朱之後,儀範標則,粹然繼昌於靜退栗沙之源.
전장과 문물을 공자와 맹자와 정자와 주자의 뒤에 환하게 다시 밝히
셨고,의범과 표준을 정암과 퇴계와 율곡과 사계의 근원에서 순수하
게 이어 주창하셨습니다.
36세가 되도록 조금 쉬운 글만 알 뿐 성현과 군자의 광대한 경지는 알
지 못한다고 겸사하였으나 修學을 바라는 입장에서 한소은은 자신의 학문
수준을 내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그 방안으로 수학을 요청하는 간찰
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때문에 그는 확실한 의사 전달 뿐만 아니라
수사에도 유의하여 이 간찰을 작성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간찰에도 대우가 사용되는데, 진적 에서는 그 용례를 찾을 수
없었다.그 이유는 첫째 간찰의 주요 기능이 傳信즉 소식을 전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한문의 여러 문체는 일정한 형식 요소는 물론,문체마다
요구되는 내용 요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간찰은 안부를 묻는
두사와 실제 전달하려는 내용을 기술하는 본문,글을 끝맺는 결사로 구성
되는12)형식 요소가 있을 뿐이다.핵심 내용은 소식의 전달에 있기 때문
에 굳이 修辭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작성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12)김효경,앞의 논문(2008),138면.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45
∙昨覆冗擾,不盡所欲言.어제 보낸 답장은 바빠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
지 못하였네. 진적 70면
∙昨便甚急,不及易紙.어제 인편이 대단히 급해서 고쳐 쓰지 못하였네.
진적 70면
∙早起忙艸,不能一一.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쓰느라 하나하나 다 말
하지 못한다. 진적 70면
∙來使又立督,難容細商.편지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재촉하고 있으니 자
세히 생각하기도 어렵네. 진적 156면
예문이 말해주듯 간찰은 즉석에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자료를 준
비하고,글을 구상하고,교정하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편이 있을
때마다,또는 상대편의 편지를 가지고 온 인편이 돌아가는 길에 답장을
보내야 했으므로,간찰을 작성할 때 수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
다.그에 비해 한소은의 간찰은 적어도 인편이 옆에 서서 재촉하는 정도
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셋째,문장을 餘事로 여기고,글은 의사를 전달하면 그만이라는 전통시
대 선비들의 사고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문장의 조탁과 수식에 공을 들
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전통시대 지식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소식을 주고받는 데 목적이 있었던 간찰에서 굳이 대우를 추구하
는 등 수사에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적 에서 대우구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를 위의 몇 가지 요인으로 추
정해 보았다.이처럼 대우구 사용을 자제한 채 실질적으로 전달하고자 하
는 내용만을 적음으로써 실제가 형식에 묻히는 부작용을 피하였다.화려
한 수사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중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辭達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아울러 화려한 수사가 사려져 투박한 듯하지
만 실제적인 글,실용적인 글이 이루어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146 |47집
Ⅳ. 被動文-焦點의 유지
주어의 잦은 변경은 글의 초점을 산만하게 만들고,독자의 맥락 파악을
어렵게 한다.간찰은 기본적으로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간찰의 경우에는 주어가 발신자와 수
신자에 한정되기도 하고,이 경우에는 주어를 생략해도 의미가 분명하다.
그러나 제삼자가 등장하는 경우,주어가 바뀌면 글의 맥락도 산만해지는
데,피동문은 주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주
어 변경에 따른 문맥의 산만함 방지에 기여한다.
주어는 일반적으로 서술어의 동작행위를 하는 주체인데,피동문에서의
주어는 동작행위를 당하는 대상이다.13)漢文의 피동문은 意味上의 피동문,
見ㆍ受ㆍ被를 활용한 피동문,于ㆍ於를 활용한 피동문,‘爲〜所〜’피동문
등으로 구분된다.見ㆍ受ㆍ被는 動詞의 앞에 위치하여 동사의 동작행위를
主語가 당함을 표시하여 피동문을 형성한다.于ㆍ於와 爲는 動詞의 행위
주체를 이끌어서 피동문을 형성한다.때문에 見ㆍ受ㆍ被를 활용한 피동문
에서 행위자를 표시하고자 할 때는 于ㆍ於를 활용한다. 진적 에서는 주
로 見과 被를 활용하였다.
① 科事旣過,而吾黨皆見落.과거가 이미 끝났는데 우리 무리의 사람들
은 모두 낙방하였다. 진적 48면
② 再明舍菜,見推爲初獻官.모레 있을 석채례에 초헌관으로 추천되었
다. 진적 54면
③ 但是甚選之擧,恐銓長必以爲重難,言發而不見施,無如初不開口.다만 중
요한 인사라 이조 판서가 반드시 신중하게 여길 것이니 말을 했다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애당초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진적 78면
13)廖振佑, 古代漢語特殊語法 ,內蒙古人民出版社,2001,237면.这種句子主語不是動作行爲的
發出者,而是動作的承受者.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47
④ 到處見敗,其將奈何.하는 일마다 낭패를 당하고 있으니 어찌하겠는
가. 진적 132면
⑤ 愼君書見之,其以冉求爲見絶於聖門者,似未詳集註語意而然也.신군의
편지를 보았는데,염구가 성인의 문하에서 절교를 당했다는 것은 집
주의 뜻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네. 진적 162면
이상은 見을 활용한 피동문의 예이다.見이 피동문을 형성할 때는 이처
럼 동사 앞에 위치하게 되고,만일 행위자를 표시하고자 한다면 ⑤와 같
이 於(于)를 사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被를 이용한 피동문은 다음과 같다.
⑥ 去夜,果被梁上君子掃盡囊槖以去.지난밤 과연 도둑놈이 자루에 싹 쓸
어 가버렸다. 진적 68면
⑦ 聞又被李君行泰所借去未還.듣자니 또 이행태 군이 빌려가서 돌려주
지 않았다고 한다. 진적 92면
見이 동사의 앞에 사용되어 피동문을 형성한 것과는 달리 ⑥은 명사 梁
上君子의 앞에 被가 위치하였다.자세히 살펴보면 掃盡의 행위를 한 것은
梁上君子이고,그 행위를 당한 것은 발신자인 김창협 자신이다.이러한 역
할은 爲가 주로 담당하였다.爲가 동작행위자를 이끌어서 ‘주어+爲+명사
(행위자)+동사’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14)爲
가 동작행위자를 이끌 때 所와 호응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⑧ 多多益善,何爲爲我禽.信曰,陛下不能將兵,而善將將,此乃信之所以爲
陛下禽也.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다면 어찌하여 나에게 잡혔는가?
한신이 말하기를 “폐하께서는 군사를 잘 거느리지는 못하지만 장수
들을 잘 거느리십니다.이것이 제가 폐하에게 사로잡힌 까닭입니
14)廖振佑,앞의 책,238면.在主語後面用介詞“爲”字,引進動作行爲的主動者.(卽主語+介詞
“爲”+名詞+動詞)
148 |47집
다.”라고 하였다. 史記卷92淮隂侯列傳
⑨ 高祖擊布時,爲流矢所中.고조가 경포를 공격할 때 날아가던 화살에
맞았다. 史記卷8高祖本紀
⑥과 ⑧,⑦과 ⑨를 비교해보면 被와 爲만 다를 뿐 나머지는 그 詞性이
동일하다.그런데 진적 에서는 爲를 활용한 예는 보이지 않고 被를 활용
한 예만 보인다.15) 진적 에 사용된 피동문의 종류와 사용 빈도는 많지
않지만 피동문은 주어를 고정시켜 내용의 초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한 건의 간찰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점이 쉽게 드러난다.
⑩ 奴歸,見覆書,慰沃爲多.此中大忌臨迫,愴痛如新.新寓齟齬,固慮有慢藏
之誨,去夜果被梁上君子掃盡囊槖以去,已破之甑,置之無奈何,而方來之
憂又更未艾,不知所以爲計也.材木,誤認所許是全株,昨已斫取三樹矣.今
見來示及牌子,當依此取用耳.餘不具.노비가 돌아와 답장을 받아보니
대단히 마음이 놓이네.나는 대기가 임박하였으니 애통한 마음이
새로운 듯하네.새 집이 허술하여 아무렇게나 보관하면 도둑질을
가르치게 된다는 말처럼 될까 염려되었는데,지난밤에 과연 도둑이
싹 쓸어 가버렸네.이미 깨진 독은 어찌할 수 없지만,앞으로의 근
심이 사라지지 않으니,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재목은 허락해
준 것이 온그루인 줄로 오인하여 어제 이미 세 그루를 베었네.이제
보내준 편지와 배자를 보았으니 여기에 의거해서 베다 쓰겠네.나
머지는 이만 줄이네. 진적 68면.
인용문에서 主語는 奴하나뿐이며,此中,新寓,甑,憂,材木등은 主題로
등장하였다.見,不知,誤認,斫取,取用등의 주어는 모두 김창협인데,여
15) 농암집 에서는 “其能決然勇退,不爲富貴所沒溺者,廑可指數.[결연한 자세로 과감히 물러
나서 부귀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은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농
암집 권7代靈巖儒生請煙村書院賜額疏 ”와 같이 爲와 所의 호응을 이용한 피동문이 보
인다.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49
기서는 생략되었다.밑줄 친 부분은 ⑥에서 언급한 내용인데,만일 이 부
분을 피동문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면,내용의 초점이 新寓즉 새 집에 집
중되지 못하고 梁上君子가 불쑥 주어로 등장하게 된다.그럴 경우 김창협
자신이 주어인 경우에 모두 생략한 한 건의 간찰 안에서 梁上君子가 주어
로 나타나게 되는데,이처럼 피동문으로 처리하여 내용을 간명하게 함과
동시에 주어를 고정시키고,내용의 초점이 新寓에서 바뀌지 않도록 하였다.
Ⅴ. 疑問文-겸양의 語氣 형성
국어는 종결어미와 선어말어미의 활용,그리고 조사를 통해 존대를 표
시한다.반면 한문은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거나 不肖,不佞과 같은 투
식어로 자신을 낮추고,상대방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직위 등을 사용하여
상대를 높인다.그런데 간찰은 손위 사람에게 보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손아래 사람에게 보내는 경우라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경향
이 뚜렷하다.같은 의미라 하더라도 연배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구분된
경우도 있는데,기본적으로 겸양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서
면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문서라는 점에서 간찰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예의와 격식 또한 간과하지 않았
다.이를 위해 호칭과 용어의 선택에 신중했을 뿐만 아니라,작성 형식에
있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공란을 두거나 줄을 바꾸어 적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니,그야말로 내용과 형식을 모두 중시하였다
고 하겠다. 농암진적 의 간찰 한 건을 실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50 |47집
16)
전술한 바와 같이 간찰은 頭辭와 本文과 結辭로 구성된다.두사는 주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내용이며,본문은 전달하고
자하는 용건이며,결사는 글의 마무리이다.위의 간찰을 분석하면,먼저
“卽玆雨裏,調況如何.[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는 상대
방의 안부를 묻는 말이다.雨裏아래에 충분한 여백이 있는데도,상대방
을 높이기 위해 줄을 바꿔 調況이 위에 오도록 배치하였다.“生昨過伯父祥
祭,愴慟難勝.引期隔日,此懷又不可狀.[나는 어제 백부의 상제를 치렀으니,애통한
심정을 견디기 어렵네.발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니 이 심회를 표현할 길이 없네.]”
은 김창협 자신의 근황을 적은 것으로,백부의 상에 애통한 심정을 말하
16)이 간찰은 진적 50면에 수록되었으며,이미지는 필자의 촬영본이다.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51
고 있다.伯父의 앞에 공란을 두어 경의를 표시하였다.여기까지가 이 간
찰의 두사이다.전체 내용 자체도 짧지만 용건을 밝힌 본문은 “祭文艸,昨
日袖來矣.欲寫出一通,幸令時敏從容淨寫如何.[제문 초본을 어제 소매에 넣어왔네.
한 통을 베꼈으면 하니 시민에게 차분히 정서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내용뿐이다.결사는 “餘不具.卽日,仲和.[나머지는 이만 줄이네.즉일에 중화.]”
와 같이 간찰의 내용을 마무리하고,작성일과 작성자를 기록하였다.자신
의 字는 문서의 끝에 적었지만 상대방의 字道以는 가장 앞에 그것도 한
글자 높이는 擡頭의 형식을 취하였는데,이것도 상대를 높이기 위한 의도
적 배치이다. 진적 에 수록된 대부분의 간찰은 이러한 형식을 갖추고 있
다.물론 省式과 같은 말로 두사를 생략한 경우도 있고,17)결사의 뒤에
추신과 물목 등의 내용이 추가된 경우도 있지만18)대다수의 간찰은 이와
같이 삼단으로 구성되었으며,수신자를 높이기 위한 형식도 유지하였다.
문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주목되는 것은 진적 에는 의문문이 많이 사
용되고 있다는 점이다.의문문은 상대방에게 답을 요구하는 경우와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의문문으로 구분된다.상대방
의 답을 요구하는 의문문은 안부를 묻는 두사 부분에 자주 등장한다.
① 昨見如不見,夜來啓處何似.어제 만났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나 마찬
가지네.밤사이 어떻게 지냈는가. 진적 236면
② 數日頗寒,不審侍奉學況如何.며칠 동안 퍽 추웠는데,부모님을 모시
고 공부하는 근황이 어떠한가. 진적 203면
③ 卽問霜淸,侍學佳勝.서리 맑은 가을에 부모님 모시고 공부하며 잘
지내고 있는가? 진적 49면
17) 농암진적 166면.
18)추신이 있는 간찰은 진적 70면과 72면,물목이 있는 간찰은 50면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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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가운데 ①과 ②에는 의문사 何가 있어서 의문문임을 쉽게 알 수
있다.③의 ‘侍學佳勝’은 의문사가 없어서 형태적으로 평서문이지만 앞에
問이 있으므로 의문의 어기를 띠는 것이 분명하다.그런데 간찰에는 의문
문의 형식을 전혀 갖추지 않았지만 관용적으로 의문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④ 日間凝冱,學履佳安.요사이 혹한에 공부하는 근황이 평안한가? 진
적 146면
⑤ 夜來,侍況佳安.밤사이 부모님 모시고 평안하였는가? 진적 114면
④는 ③과 유사한데,③은 問을 통해 의문의 어기가 파악되지만 ④는
간찰의 두사 부분에서 안부를 묻는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의문의 어기
를 전혀 찾을 수 없다.⑤ 역시 마찬가지이다.만일 이들 문장만을 간찰
에서 떼어 놓는다면 평서문으로 읽어도 문제가 없어서,간찰을 읽고 번역
하는 데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진적 의 표현 효과를 고찰하면서 의문문에 주목한 것은 의문문이 상
대방의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사 타진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겸양의 어
기를 형성하는 효과를 거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김시좌는 김창협의 族
弟이며 제자이므로,손아래 사람이다.명령문으로 지시하는 형식을 취해
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관계이고,실제로 그런 경우도 없지 않다.그러나
본문 부분에서 명령문을 통한 지시를 택하지 않고 의문문을 활용함으로
써 겸양의 어기를 형성한다.
⑥ 行祀固已奉託,而今又分付婢僕輩以送.幸預知委時刻,使免後先之患如何.
제사를 지내달라고 이미 부탁했네만 지금 또 노비들에게 지시하여
보내니 미리 시각을 알려주어 늦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
가? 농암진적 104면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53
⑦ 但未詳其外家,問之順甫,所答亦不明,幸卽往問於金希魯兄弟以示如何?
다만 그의 외가 사람들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순보에게 물었지만
그의 답변도 분명하지가 않았네.바라건대 김희로 형제에게 곧바로
가서 물어보고 알려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진적 140면
두 예문에는 모두 如何가 사용되어 의문문을 형성하였는데,직접 어떤
답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의문문의 형식을 취해 상대방에게 의사를 타진
함으로써 일방적 명령에 의한 지시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며,자연
스럽게 겸양의 어기를 형성하였다.만일 如何를 생략한다면 앞에 幸이 있
어서 청유의 어기를 띤다고 해도 그대로 명령문이 되기 때문에 如何가 있
을 때와는 어기가 완연히 달라진다.한 건의 간찰을 분석하여 이 점을 살
펴보기로 한다.
∙頭辭:相會不多日,別意倍覺悵黯.還後不審佳勝.此間只如前.만나는 날
이 많지 않으니,헤어져 지내는 마음이 갑절이나 아쉽네.돌아간 뒤
에 잘 지내고 있는가.나는 여전하네.
∙本文:再明舍菜,見推爲初獻官.而但祝文頭辭稱謂似難用常例,欲稍變改,
又未得其宜.蓋後學二字旣不可用,改稱後孫,嫌於私廟之禮.若只書職銜姓
名,則又似簡略,未知如何而可.今試書問於李台子三,而君亦商量示之如何.
稱謂終未得穩便者,則無乃不爲獻官爲宜耶.모레 석채례에 초헌관으로
추천되었네.다만 축문 두사의 호칭은 일반적인 예를 쓸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바꾸려고 하는데 또 마땅한 말이 없네.대개 후학 두 글자
는 사용할 수 없고,후손으로 고치자니 사묘의 예라서 꺼려지네.만
약 직함과 성명만 쓴다면 또 너무 간략할 듯하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지금 이자삼 대감에게 편지를 보내 문의하였는데 자네도
생각해보고 알려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적당한 호칭을 끝내 찾지
못한다면 헌관을 맡지 않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結辭:餘不宣.丁丑二月十四日.仲和.나머지는 이만 줄이네.정축년 2
월 14일.중화. 진적 5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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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찰의 핵심은 석채례의 초헌관으로 추천된 김창협이 제문에서 자
신의 호칭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김시좌의 의견을 구한 것이다.내
용 가운데 “君亦商量示之如何”와 “無乃不爲獻官爲宜耶”는 의문문이다.“君亦
商量示之如何”와 “君亦商量示之”는 내용은 같지만 표현되는 어기는 다르다.
“君亦商量示之”는 명령문으로,경직된 어기를 띠지만 여기에 如何두 글자
를 더해 의문문으로 표현함으로써 훨씬 부드럽고,부탁하는 입장의 겸손
함도 느껴진다.“無乃不爲獻官爲宜耶”도 “不爲獻官爲宜”라고 한다면,이미
자신의 의사가 결정된 것이 되기 때문에 호칭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
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그러나 “無乃不爲獻官爲宜耶”와 같이 의문문으로
표현하여,김시좌에게 의견을 구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함과 동시에
헌관을 맡지 않는 방안까지도 고려해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Ⅵ. 결론
농암 김창협은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한 명이며, 농암진적 은
그의 간찰을 粧帖한 자료이다.본고는 농암진적 에 수록된 간찰의 문법
분석을 통해 각 문법 요소들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표현의 효과를 고찰하
고자 하였다.논의 내용을 정리하여 결론을 대신한다.
첫째,동사와 추향동사의 결합이 빈번한데,이는 구어적 친근감을 준다.
동사와 추향동사의 결합은 한문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를 전적으로 口語의 영향으로 볼 수는 없으나,김창협의 글 가운데 간찰
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적어도 이완된 글쓰기를 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둘째, 농암진적 에는 대우구가 등장하지 않는다.대우는 한문의 대표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55
적 수사법이고,간찰에서도 사용된 예를 확인하였다.김창협이 의도적으
로 대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그러나 대우구를 사용
하지 않음으로써 간찰의 주된 목적인 ‘소식 전달’,즉 내용이 수사라는
형식 속에 묻히지 않았고,그 결과 박실한 문체가 이루어졌다.
셋째,피동문의 활용을 통해 내용의 초점을 유지하였다. 농암진적 에
는 見과 被와 於를 활용한 피동문이 다수 사용되었는데,이들 피동문은
주어를 고정시킨 채 내용을 기술할 수 있게 작용함으로써 초점 유지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넷째,의문문을 통해 겸양의 어기를 형성하였다.간찰은 형식과 내용면
에서 자신은 낮추고 상대방은 높이려는 의식이 강한데,의문문이 여기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보았다.
간찰은 한문학 연구에 다양하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자
료이다.전국적으로 많은 고문서 자료가 축적되고 있는 만큼 한문학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아울러 침체된 한문 문법 연구도 규칙 정리보다
는 이미 정리된 규칙의 적용을 통한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
야 할 때이다.두 분야의 연구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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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휘,「한 유학가의 서간을 통한 19세기 호서 사회사 연구」,서강대학교 박사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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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2015년 6월 10일에 접수되어,
2015년 6월 26일에 심사를 의뢰하여 7월 6일에 심사 완료되었으며,
2015년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수정하여
2015년 7월 27일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게재가 확정되었음.
문법 분석을 통해 본 농암진적 의 표현 효과 157
A Study on the Expressive Effect on Nongamjinjeok
through an Analysis of Grammar
Jeong, Manho
Ganchal is a somewhat unfamiliar research area in classical Chinese. There
has been a wide range of researches on letter writings from literary
collections but studies on Ganchal has not developed fully in historical
manuscripts. Ganchanl in historical manuscripts are significant resources to
gain a better understanding of an actual human character, a pure intention of
writers, terms of style and forms. It also contains diverse information on
social and literature perspective along with interchanges of characters at the
same time. Therefore it makes one of infinite research fields in classical
Chinese. It is written in enigmatic cursive scripts and its resources are
everywhere. It is pretty challenging to study this field but is has undeniable
worth.
Nongamjinjeok is an album of letters which Kim Chang- Hyeop sent to
Kim Si-Jwa and was kept by Kim Sung-Keun who was a great great-grand
child of Kim Si-Jwa. This paper takes an in-depth study on analysis of
grammar in Ganchal included in Nongamjinjeok and on consideration in
expressive effects of each grammatical element.
Although Chinese grammar is an important area in classical Chinese, it has
been in depression from indifference of academic society. At the same time,
there have been enough research results so it is hard to come up with a
new theory.
In other words, it is hard to go beyond conventional research especially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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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s and styles of the expletives through comprehensive examples. It is
time to pay a careful attention to grammatical rules and their application not
only in one sentence but also in a whole writing. The conventional
grammatical research had focused on the theorization from analysis. However
it is time to apply those theories to analyze the nature of the literature in
writings. This paper suggests a new academic approach for this.
Key Words:Kim Chang- Hyeop, Nongamjinjeok, classical Chinese grammar, expressive
effects, Ganch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