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당(泗溟堂, 1544-1610)은 16세기 후반기에 활동한 애국적인 승려. 속명은 임응규(任應奎), 승명은 유정(惟政), 자는 리환(離幻), 호는 사명당(泗溟堂), 송운(松雲). 13살에 중이 되여 금강산에서 불학에 전념하다가 임진조국전쟁 때 스승인 서산대사의 격문을 받고 승병부대를 무어가지고 평양성전투에 참가하였다. 그 후에 스승을 대신하여 승군을 통솔하였다. 전후에는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려 나라의 존엄을 빛내였다. 시문집으로 《사명당집》이 전한다.
불정대에 묵으면서(宿佛頂庵)
琪樹瑶臺桂影秋 구슬로 엮은 듯한 숲속의 정자 계수나무에 가을빛 어렸구나
蓬山宿客思悠悠 금강산에 묵는 길손 생각도 깊어라
西風一夜露華冷 서풍이 불어오는 이 밤 이슬도 차디찬데
玉磬數峰人倚樓 사람들은 정자에 올라 산울림소리를 듣고 있네
반야사에 묵으며(宿般若寺)
古寺秋晴黃葉多 옛 절에 가을들어 나무잎도 누런데
月臨靑壁散棲鴉 벼랑에 달 비치니 자던 까치 깨여나 흩어지네
澄湖烟盡浄如練 안개 걷힌 호수가 비단 펴놓은 듯 정갈한데
夜半寒鐘落玉波 한방중에 울리는 종소리 물결 우에 떨어지네
만폭동(萬瀑洞)
此是人間白玉京 예가 인간세상에서 백옥경이라 부르는 곳
琉璃洞府衆香城 류리로 꾸민 골안 중향성 솟았구나
飛流萬瀑千峰雪 산마다 폭포수요 봉마다 흰눈일세
長嘯一聲天地驚 장중한 물소리에 하늘땅도 놀라는 듯
향로봉에 올라(登香爐峰)
山接白頭天杳杳 산줄기 뻗고 뻗어 아득히 백두산에 잇닿아있고
水連靑海路茫茫 강문을 흘러흘러 저 멀리 푸른 바다에 접하였구나
大鵬飛盡西南闊 붕새1)가 날아간 곳 넓고 넓은 서남쪽 어디라 하거늘
何處山河是帝鄕 어느 고장 산천이 신선해의 고향일가···
십왕동(十王洞)
王子何年築此城 어느 해에 마의태자 이 성을 쌓았던가
玉峰依舊老蓂靈 봉우리는 옛 같건만 세월은 흘러갔네
鳳凰一去無消息 봉황새 날아간 뒤 소식이 끊쳤으니
金井千秋瑶草生 천 년 지난 우물가엔 잡초만이 무성하네
진헐대(眞歇臺)
濕雲散盡山如沐 젖은 구름 말끔히 가시니 산은 목욕한 듯 청신하고
白玉芙蓉千萬峰 천만봉우리엔 백옥같이 흰 부용꽃 피였구나
獨坐翻疑生羽翼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날개라도 돋아난 듯
扶桑萬里御冷風 만리창공 동해바다 바람 타고 날아보리
한밤중의 회포(夜懷)
蓬莱仙洞衆香城 신선 사는 금강산은 경치 좋은 중향성
千朶芙蓉玉萬重 천송이 련꽃인가 일만 개 구슬인가
長在夢中何日到 꿈속에서 그리노라 언제이면 돌아갈가
春來依舊對群凶 예전처럼 봄 왔건만 눈앞에는 왜적들뿐
각주
1 붕새 : 날개를 한 번 치면 9만 리를 난다고 하는 전설적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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