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응순(徐應淳, 1795-1880)>
안문령(雁門嶺)
毗盧峰在白雲間 비로봉 높이 솟아 흰 구름 속에 잠기니
金磴銀梯不可攀 금돌 은사다리 놓인 돌 감히 오를 수 없어라
安得身騎雙白鶴 어찌하면 이 몸도 백학을 잡아타고
乗風直去朗吟還 바람에 실려 올랐다가 노래하며 돌아올 거냐
유점사에서 법진에게 주노라(楡岾寺贈法真)
雁門嶺上夕陽明 안문재 고개 우에 저녁노을 붉게 타고
山映樓前流水聲 산영루 다락 앞에 시내물 주절대네
萬二千峯悟悵別 만 이천 봉우리 떠나기 아쉬운데
影松堂下又離情영송당 밑에 이르니 리별의 정 솟구치네
해금강(海金剛)
亭亭獨立玉瑳瑳 우뚝우뚝 솟은 바위 옥돌을 다듬었나
天海靑蒼水自波 하늘이 검푸르니 바다물도 푸르러라
澹抹斜陽明一片 담담한 저녁노을 쪼각빛 비껴드네
動人光氣不須多 사람마음 끄는 데야 경치 좋아서만이랴
<류영하(柳榮河, 1787-1868)>
신계사(神溪寺)
碧天如水雁橫秋 물빛처럼 푸른 하늘 기러기떼 날으는데
露白空庭塔形流 이슬 내린 빈 뜰 안엔 탑그림자 비꼈구나
惆悵獨登還犻下 서글퍼라 루대 우를 홀로 오르내리려니
去年明月庚公樓 그대와 함께 걷던 지난해 달밤이 떠오르네
안문령(雁門嶺)
昨踰介子嶺 어제 넘어온 개자령고개
險絶為無比 험하기 세상에 짝이 없는가 싶더니
雁門更崔嵬 안문령은 더더욱 위태하고 아슬하여
回顧即平地 사방이 모두가 평지같이 보이네
백운대를 바라보며(望白雲臺)
雲臺一路石枛稜 백운대가는 길엔 모난 바위 하도 많아
我欲登之下欲登 오르고 싶건만은 오르지 않겠노라
不是不能知不可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지만
此身安處便高層 이 몸이 있는 곳도 높이 솟은 층층 바위여라
팔담(八潭)
一曲黑龍海窟通 첫 굽이는 흑룡담 바다굴과 잇닿았나
滿山雷雨吼蒼穹 우뢰 치는 소낙비에 하늘이 뒤번지네
千年睡起忘珠顆 천 년 세월 자다깬 룡 여의주를 잊어선가
却誤銜翻落照紅 부질없이 물에 나와 노을 속에 딩군다네
二曲澄流圓作池 둘째 굽이는 비파담 맑은 시내 둥근 못 이루어
琵琶腰腹不參差 허리와 배 잘룩하니 비파모양 분명쿠나
抵彈大拍聲隨邊 줄 튕기는 박자소리 못가에로 울려 가고
石歯天然雁柱利 울퉁불퉁 돌서슬은 안족이 되였구나
三曲懸泉雪箔如 셋째 굽이는 분설담 쏟아 지는 물 눈발 같고나
四圍噴屑落空虚 사방으로 뿜는 가루 허공에서 떨어지네
霜天明月無人管 서리 찬 밝은 달은 주인이 따로 없고
只有巒頭小佛盧 산머리엔 작은 절간만 외로이 서있어라
四曲淵淵映日文 넷째 굽이는 진주담 못물 우에 해비치니
眞珠箇箇落紛紜 알알이 고운 진주 어지러이 흩어지네
憑君拾取應千斛 저 구슬 모으며는 천 섬은 실히 되리
須換青樓美似雪 녀인들의 숱진 머리 저 구슬로 단장하리
···
六曲層潭如踏梯 여섯 굽이는 벽하담 층층 사다리 오르는 듯
籃輿咿軋路高低 산길이 울퉁불퉁하니 람여소리 소란하네
最燐一種汎瀾水 출렁이는 저 못물 보기에도 가엾구나
淡碧残霞冷氣凄 저무는 저녁노을 찬 기운도 처량해라
七曲潭光黝且蒼 일곱 굽이는 화룡담 검푸른 물빛인데
火龍盤窟色朱陽 화룡이 서려있어 물빛이 붉어졌네
憑誰旱歲呼渠起 그 누가 날 가물 때 저 룡을 불러내여
頃刻甘霖遍入荒 단비 내리게 하여 마른 돌 적시게 할고
八曲曼歌山有花 여덟 굽이 선담이라 《산유화》 노래하니
花開花落自晴沙 철 따라 모래불에 꽃들이 피고 지네
如來普渡多生了 파도 우에 솟아나는 관음보살 술법 많아
抛擲空船潭日斜 빈 배 하나 던진 못에 석양만 비끼였네
보덕굴을 바라보고(望普徳窟)
靠著巉巖不避危 위태함을 무릅쓰고 절벽에 의지하였는데
一莖柱絧獨撑持 한줄기 구리기둥 버티고 서있네
縦然努力無奇觀 기이한 그 형상 힘들여 가볼 것 없으니
石上澄潭坐賦詩 늪가의 돌 우에 앉아 시 짓는 것이 나을 걸세
삼일포(三日浦)
三十六峰海上來 바다에서 떠밀려온 서른 여섯 봉우리
抱回一水畵屛開 호수물 감싸돌며 그림병풍 펼치였네
臨瀛太守尋仙去 이 고을 원님은 신선 찾아 떠나면서
三日湖中半日迴 삼일포 호수에서 반나절을 거닐었네
<김병연(金炳淵, 1807-1863)>
금강산으로 들어가며(入金剛山)
書為白髮劒斜陽 붓 들고 백발 되고 칼 잡고 늙었으니
天地為窮一恨長 이 세상 다 산 신세 원한만 깊고나
痛飲長安紅十斗 아프고 쓰린 마음 술 열 말 들이키고
秋風簑笠入金剛 가을바람에 삿갓 쓰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네
금강산(1수)(金剛山)
橋下東西南北路 다리 아래로 동서남북 길이 갈리고
杖頭一萬二千峰 지팽이 머리 우에 일만 이천 봉 솟았네
金剛萬二千峰月 금강산 만이천봉에 달빛이 밝았으니
應作山僧禮佛燈 산속에 사는 중들은 재올리는 등불로 삼으리라
금강산(2수)(金剛山)
泰山在後天無北 높은 산 뒤에 솟으니 하늘은 북쪽이 보이지 않고
大海當前地盡東 바다가 앞을 막으니 땅은 동쪽 여기가 끝이로구나
松松柏柏岩岩廻 소나무 잣나무숲 지나 바위바위 에돌아오니
水水山山處處奇 물은 물마다 새맑고 산은 산마다 기이하네
금강산(3수)(金剛山)
我向靑山去 나는 푸른 산 좋아 들어가는데
綠水爾何來 푸른 물아 너는 어찌하여 나오느냐
金剛山 삐죽삐죽 솟은 금강산에
高峰萬二千 높은 봉 만 이천이라네
遂來平地望 밑에서 그 모습 바라다보며
三夜宿靑天 사흘을 하늘 덮고 잠만 잤다네
금강산(4수)(金剛山)
有溪無石溪還俗 시내가에 돌 없으면 내물은 멋이 없고
有石無溪石不奇 돌 있는데 물 없으면 돌 또한 무색하리
此地有溪兼有石 이 고장엔 내물 흐르고 돌마저 곁들였으니
天為造化我為詩 하늘은 조화 부리고 나는 시를 짓노라
금강산(5수)(金剛山)
江湖浪跡又逢秋 강호로 떠도는 몸 가을철 또다시 맞아
約伴詩朋會寺樓 벗들과 짝을 지어 절간루각에 모였노라
小洞人來流水暗 작은 골에 사람 모여 시내물 가리우고
古龕僧去白雲浮 중 없는 옛 절간엔 흰 구름만 떠도네
금강산(6수)(金剛山)
薄遊少答三生願 잠간 동안 유람길에 삼생소원 풀리였고
豪飮能消萬鍾愁 마음껏 마시는 술 일만 시름 가시였네
擬把淸懹書杮葉 감나무잎을 따서 이내 회포 적으려다
臥聽西園雨聲幽 은근한 비소리를 무심중에 듣노라
금강산(7수)(金剛山)
萬二千峰歷歷遊 금강산 만이천봉 빠짐없이 돌고나서
春風獨上衆仙樓 신선 놀던 루대에 봄바람 타고 올랐네
照臨日月圓如鏡 비쳐드는 해와 달 둥글기 거울 같고
覆載乾坤小似舟 하늘과 발밑의 땅은 작기가 쪽배만 하네
금강산(8수)(金剛山)
東庄天洋三島近 동쪽은 넓은 바다 삼신산 멀지 않고
北撑高漢六鰲浮 북쪽은 은하수이고 여섯 자라 떠있네
不知無極何年闢 내 몰라라 이 세상 그 언제 생겼던가
太高山形白老頭 오랜 세월 흘렀으니 봉우리도 머리 세였네
금강산(9수)(金剛山)
長夏居然近素秋 긴긴 여름 다 지나고 가을철이 다가왔네
脱市抛棄步寺樓 두건 벗어 제쳐놓고 루대 우에 오르노라
波聲通野巡墻滴 들판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담장 돌아 젖어들고
靄色和烟繞屋浮 연기 섞인 노을빛은 집주변에 떠있어라
금강산(10수)(金剛山)
酒到空壷生肺喝 술병이 비였으니 목구멍은 컬컬한데
詩猶餘債上眉愁 짓던 시 빚졌으니 눈에는 시름일세
與君分手芭蕉雨 파초잎에 비 내릴제 그대와 헤여지니
應相歸家一夢幽 집으로 돌아가면 꿈길이 호젓하리
금강산(11수)(金剛山)
綠靑碧路入雲中 풀색 짙은 길을 따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樓使能詩客住笻 간 곳마다 시흥겨워 나그네 길 멈추네
龍造化含飛雪瀑 룡의 조화런가 폭포마다 눈발 날리고
劍精神削揷天峰 칼의 넋이런가 봉우리를 깎은 듯 서있네
금강산(12수)(金剛山)
仙禽白幾千年鶴 희디흰 저 신선새는 천년 사는 학이로세
澗樹蒼高萬丈松 푸르청청한 시내가 나무는 만 길 높은 소나무일세
僧不知吾春睡腦 중아 너는 모르리라 봄 맞아 노근히 잠든 이 몸을
忽無心打日邊鐘 석양 비낀 종을 무심코 치는구나
금강산 경치(金剛山景)
樂捨金剛景 즐거울 땐 금강산 잊어버리니
淸山皆骨餘 푸르렀던 금강산이 뼈만 남았네
其後騎驪客 내 뒤에 말타고 찾아온 길손
無興但躊躇 아무도 볼 것 없다 머뭇거리네
<최익현(崔益鉉, 1833-1906)>
만물초(萬物草)
懸崖移足路經幽 깎아지른 벼랑 따라 걸을수록 으슥한데
回首依然上玉樓 머리 돌려 바라보니 하늘 우에 오른 듯
奇獸珍禽無定體 기괴한 새 짐승들 제 모양이 하나 없고
羽仙金佛不齊頭 신선들도 부처들도 머리모양 같지 않아라
乃知造物功多費 알리로다 이 광경 조물주의 공적임을
能使來人意盡遊 사람들은 이 때문에 마음껏 노닐거니
最愛塵淸斜日外 그 중에도 좋은 것은 노을 비낀 맑은 저녁
崢嶸雪色亂峰稠 우뚝우뚝 높이 솟은 눈처럼 흰 산봉우리
응명과 함께 보운암에 올라서서(共應溟上普雲庵)
兩三客趁夕陽來 두서넛 길손과 함께 석양녘에 찾아드니
淸雅如君眼忽開 청수한 그대 모습 눈이 번쩍 트이는 듯
一室圖書藏法界 방 안 가득 읽던 책들 절 안에 간직하고
千秋衣鉢託靈臺 한평생 쓰던 기물 루대에 맡기였네
新溪魚菜人猶古 사람들은 늙었건만 신계사는 변함없고나
龍殿香燈歲幾回 전각 우의 향로와 등롱 그 몇 해를 묵었던고
至理分明無二道 명백한 세상리치 두 길이 없다 하니
胡將万事付塵灰 어이하여 모든 일을 티끌 속에 내버리랴
구룡동(九龍洞)
名區自若鬼神慳 명승지는 원래부터 귀신도 아끼는 듯
歷覧於今孰抑翰 예로부터 이 폭포에 올라본 사람 없네
百丈練垂雙鳳瀑 일백 발 비단인가 두 폭포 드리웠고
萬車雷吼九龍灘 천만 채 수레인가 구룡소 울부짖네
天然形色看常易 절로 생긴 천연의 미 보기는 쉽지마는
變熊風雲畵亦難 변화무쌍한 풍경은 그리기 어려워라
却恐塵人無慮到 이 세상 속된 사람 부질없이 찾을가 봐
海門十里列重巒 십 리 밖 바다가에 뭇 봉우리 벌려섰네
비봉폭(飛鳳瀑)
飛山廬山不可尋 비월산과 려산을 찾아선 무엇하리
箇中六六自然音 이 세상 모든 조화 여기에 모였거니
本來棲息殊凡鳥 봉황새 본래 뭇 새와 다르게 살았으니
雲表展來千仭心 천 길 아득한 구름가로 나래 펴고 날아가네
옥류동(玉流洞)
潭濶新添雨 방금 내린 비물에 못이 불었네
無風也自寒 바람은 안 불어도 날씨는 싸늘해
真如仙界坐 이내 몸 신선세계 찾아들었나
翻訝畵中看 생각하니 그림폭을 번져가는 듯
側石登誰捷 그 누가 삐뚠 바위 먼저 오를가
危橋望亦難 아슬한 구름다린 보기조차 두렵네
一邦斯潔淨 온 나라가 이처럼 깨끗하건만
回首難長安 서울아 너만 어이 어지러우냐
효운동(曉雲洞)
曉雲收處路微開 새벽구름 짙게 서려 길마저 희미한데
絶壑長川動地來 절벽에서 내리는 물 땅 울리며 흘러오네
前去九竜知近陳 떠나갔던 아홉 룡이 이곳에 있는가 봐
行行筇屐十分催 지팽이 휘두르며 바쁜 걸음 재촉하네
헐성루에서(歇惺樓次板上韻)
逶迤石殘掛晴空 돌층계길 우불구불 하늘가에 걸렸는데
躑躅相參綠葉紅 철쭉꽃 푸른 잎에 붉은 물이 들었구나
萬二千峰無盡態 금강산 만이천봉 각이한 그 모습이
歇惺樓下夕陽中 헐성루 저 아래로 석양 속에 드러나네
만폭동(萬瀑洞)
洞深宛若井中天 골 깊은 만폭동은 우물 속의 하늘인 듯
萬瀑嘉多出世傳 일만 폭포 아름다와 세상에 소문났네
元化奇巖因畵局 원화동천 기암괴석 한 폭의 그림같고
直珠活水自成淵 진주담 흐르는 물 저절로 못 이뤘네
品題幾度前人手 옛 사람의 호평인들 그 얼마나 받았던가
風物猶依太古年 아름다운 산천경개 옛 모습 그대로일세
堪笑東來千里客 가소롭다 서울 떠나 천 리 길 온 나그네
頺齡五十始求仙 쉰 살 나이 지난 오늘 금강산에 처음 왔네
보덕굴(普徳窟)
三五瀑潭沿溯回 세 폭포 다섯 늪을 거슬러올라가면
銅欞百尺倚山開 백 척 높은 구리기둥 산턱에 의지했네
躋攀寸寸憑虚地 한 치 한 치 더듬어서 허공에 기대서니
風袂輕如馭鶴來 소매바람 가벼워 학을 타고 올라온 듯
선담(船潭)
天造船形不偶然 하늘이 너를 만든 것은 우연한 일 아니건만
古來能有幾人牽 예로부터 그 몇 사람 너를 끌 수 있었더냐
瀑珠萬斛無容載 쏟아지는 만석 구슬 실을 수 없어
棄置尋常路一邊 길 한쪽 변두리에 무심히 버렸구나
중향성(衆香城)
重重石勢拌天長 중중첩첩 바위돌은 하늘에 치달아솟고
萬刼常含玉雪光 옥 같은 눈빛을 무궁토록 간직하였네
須識一山中最景 알리로다 이 산속에 가장 볼 만한 경치는
摩訶衍北繞城香 마하연 북쪽에 있는 중향성이로세
금강수(金剛水)
一泉金不換 한줄기 맑은 샘물 금 주어도 안 바꾸리
虚往實歸人 허약해서 왔던 사람 튼튼해서 돌아가네
信矣漿飮 신선들 마시던 물 틀림없구나
彼哉麴米春 누룩으로 빚은 술을 어찌 비기랴
豈徒淸肺腑 마시면 가슴 속만 맑게 해주랴
亦可爽精神 정신도 한꺼번에 상쾌해지네
各自充其量 모든 사람 마음껏 이 물 마시면
蕩然掃六塵 속세의 모든 생각 가셔버리리
령원동(靈源洞)
萬壑淸泉路 만 골자기 맑은 샘물 따라
行穿十里雲 구름덮인 십 리 길 헤치며 왔네
雜花多異見 범상한 온갖 꽃들 신기해 보이고
幽鳥駭初聞 그윽한 산새소리 처음 듣고 놀랐노라
朝紳果忘世 조정관리 까마득히 세상걱정 잊었는데
石面簇成群 바위들은 삐죽삐죽 무리지어 솟아있네
奇觀於斯足 신기하다 이 풍경 이만하면 만족하거니
何須向望軍 무엇하러 망군대를 또다시 찾아가랴
령원암(靈源菴)
蒼崖削立洞天幽 푸른 절벽 깎아세워 골안은 으슥한데
誰遺丹霞護別區 그 누가 붉은 노을 띄워 별천지 지켜주나
論交物外多靑眼 물욕 없이 사귈 때는 다정한 벗 많더니만
寓迹靈源愧白頭 령원도에 와서 보니 흰 머리 부끄럽네
沿流定好開花晩 시내가 철 늦은 꽃 볼수록 유정하고
過僻還嫌著樹稠 외진 산 빽빽한 숲 마주 서기 두려워라
一度禪房高爽處 높고도 시원한 곳 자리잡고 앉았으니
百千世事等雲浮 천만 가지 세상일이 떠가는 구름 같네
해금강(海金剛)
不盡金剛這處尋 금강산 절승경개 여기서 찾아보리
櫂歌数曲散煩襟 배노래 몇 곡조에 답답한 속 열리누나
一旬勞攘登山脚 열흘 동안 산구경에 다리힘 진했는데
萬里通明觀海心 만경창파 바다구경 이 마음 통쾌해라
曾謂天涯知己少 하 넓은 이 세상에 알아 줄이 적다건만
偶逢地主屬情深 우연히 만난 경치 볼수록 정겹구나
打魚沾酒斜陽路 노을 비낀 저녁길에 고기 낚아 술 마시니
千里懷親慷慨吟 천리 밖 부모생각 애달파서 시 읊노라
사선정에서(四仙亭次板上韻)
半世経營入海舟 반생을 벼르다가 바다에 배 띄웠네
溪山百折路悠悠 산천은 굽이굽이 오솔길 끝없어라
四仙三日知何處 사흘 논 네 신선은 그 어디에 갔다더냐
浦月亭雲不盡秋 달빛 밝은 사선정에 가을이 깊었구나
<황현(黃玹, 1855-1910)>
해금강(海金剛)
入海蓬山更可憐 볼수록 아름다운 바다 속의 봉래산
嵌巖峯壑尙依然 높은 산정 깊은 계곡 더더욱 장하여라
佛頭仙掌三千疊 부처 신선 조화부린 듯 중중첩첩 삼천 굽이
蜃雨鰲霜一万年 만 년 세월 변함없이 운무 속에 잠겨있네
難道泡漚能化石 물거품 고이여 바위로 변했더냐
強求形氣是凝烟 형형색색 그 모습을 구름이라 하여볼가
無由遍照靑蒼底 시퍼런 밑바닥을 다 비칠 길 없거니
只算蒼桑劫後田 수수천년 흘러가면 이 바다도 물이 되리
<김상헌(金尙憲, 1570-1652)>
정양사에서 비를 그으며(正陽寺雨留)
淋浪簷雨夜連明 처마 밑의 락수물 밤새도록 흐르더니
臥聽山中萬瀑聲 산골짝 폭포소리 잠자리에 들려오네
洗出玉峯眞面目 옥 같은 산봉우리 빗물에 씻겼으리
却留詩眼看新晴 여기 잠간 머물러서 날 개인 뒤 다시 보리라
법연의 시운을 따라(次法演詩)
蓮社當年五老峰 백련사1) 결성하던 그때의 오로봉2)인가
虎溪來徃有陶翁 도연명이 왕래하던 그때의 호계3) 이런가
金剛石室無多地 금강산 돌집은 넓고 크지 않으나
今日還堪嗣古風 옛 모습 그대로 오늘도 생생히 남아있어라
楓岳山中白足師 풍악산 깊은 곳 백족스님 지켜살고
蓮花具葉水神奇 만발한 련꽃송이 신비스럽기도 하여라
秋風遠過終南下 멀리서 불어오는 가을바람 남쪽으로 밀려가는데
添得詞林幾首詩 문득 떠오르는 시상 얼마인 줄 알 수 없어라
각주
1 백련사 : 중국 진나라 중 혜원이 강서성 려산의 동림사에서 무은 결사. 동림사를 지을 때 못을 파고 련꽃을 심은 데서 유래된 명칭으로 일명 련사라고도 한다.
2 오로봉 : 려산 남쪽에 있는 다섯 봉우리.
3 호계 : 려산에 있는 강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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