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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왜 사회주의는 언제나 불가능한가/Trieu Nguyen.베트남경제연구소

독특한 ‘인과적-현실주의 접근법(causal-realist approach)’으로 특징지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the Austrian school of economics)’은 경제과학의 발전에 있어 많은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들의 심오한 공헌과는 별개로, 오스트리아학파의 분석에는 수학적 모델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학파는 대개 ‘비과학적(unscientific)’이라고 비난받아 왔다. 그러나, 그들이 ‘경제적 행위자(economic agent)’의 ‘행동(actions)’에 있어 계산의 중요성을 이론적 핵심으로 강조하는 한, 오스트리아학파의 분석 어디에서나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예시로,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체제의 불가능성에 대한 오스트리아학파의 개념에서, 경제 계산은 정말로 충분히 정교하게 짜여 있다.

경제 계산의 개념은 1920년에 출판된 논문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경제 계산’에서 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미제스보다 앞서 사회주의 경제의 운영방식을 비판한 사회사상가들은 수없이 많았다. 사회주의 자체가 인간의 근본적 본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비판들은 순전히 윤리적, 혹은 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였다. 막스 베버(Max Weber)와 보리스 브루츠쿠스(Boris Brutzkus)와 함께, 미제스는 이전까지의 경향과는 달리 최초로 사회주의를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베버는 ‘이상적인 심리학 모델(ideal-type psychological model)’을 설정하여1, 인간의 심리적 이유로 사회주의 경제가 ‘낭비적이고(wasteful)’,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고 지적했고2, 브루츠쿠스는 오직 러시아에서 발현된 사회주의의 구체적 사례만을 다루었다.3 조지 셀진(George Selgin)을 인용하자면, “베버와 브루츠쿠스는 사회주의 경제의 중심 문제를 독자적으로 지적해온 공로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미제스의 분석만이 정말 완전하고 체계적인 설명이었다.”4 미제스에게 있어 사회주의는 단순히 낭비적이거나 비효율적인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순수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제스의 분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5:

1.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에 ‘사유재산(private property)’이 없으면 생산수단의 시장은 없을 것이다.

2. 생산수단의 시장이 없다면 생산수단에 대한 ‘화폐가격(monetary prices)’은 없을 것이다.

3. 화폐가격이 없으면, ‘경제적 의사결정자(economic decision-maker)’는 자본재의 ‘대안적 사용(alternative use)’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재의 ‘상대적 희소성(relative scarcity)’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미제스는 중앙 계획자가 합리적 경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한마디로,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제스의 제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그의 스승의 최종적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미제스의 주장이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고 있지는 못하다.(it does not really touch the heart of the problem.)”라고 주장했다. 그의 논설문 모음집인 ‘개인주의와 경제질서(Individualism and Economic Order)’에서, 그는 ‘지식의 분산(division of knowledge)’이라는 자신의 개념을 사용하여 또 다른 분석을 시도했다6:

1. 지식은 ‘흩어져 있고(dispersed)’, ‘분산되어 있고(dispersal)’, 결코 하나로 ‘통일될 수 없다.(non-unified)’ 따라서 개인의 지식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2. 자유 시장 경제에서, 분산된 지식은 가격 체계를 통해 조정된다.

3. 가격 체계를 폐지하고 중앙에서 계획하는 사회주의 경제 하에서, 중앙 계획자는 사회 전체의 모든 지식을 소유할 수 없다.

4. 필요한 모든 지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 계획자는 자본재의 대안적 사용의 효율성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하이에크에게 있어서, 계산 문제의 궁극적 원인은 사실 ‘지식의 문제(knowledge problem)’인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 내에서, 하이에크의 분석이 미제스의 결론을 일관되게 발전시킨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7 그러나,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주장이 사실 서로 상이하다고 주장할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살레르노가 미제스의 논문의 후기를 쓰면서 지적한 바와 같이8:

따라서 이 주제에 관한 모든 저술에서, 미제스는 다음과 같이 가정한다: 계획자들은 당면한 기술적 조건 하에서 상품 생산에 이용 가능한 다양한 수단 및 최종재의 ‘소비자 가치(consumer valuations)’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제스(p. 21)에 따르면, “정부는 어떤 물건이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 또 ‘요구(needs)’의 충족과 관련하여 ‘철회(withdrawal)’ [역주: 특정 욕구 충족의 포기] 의 결과를 계산함으로써 생산 수단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분명하게도, 미제스의 패러다임에서 지식은 이미 완벽하게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나, “이렇듯 완전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행정가들은 생산수단에 대한 유용한 ‘사회적 평가(social appraisement)’를 ‘기수적(cardinal)’ 맥락에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9 [역주: 생산수단의 사회적 필요성을 양적인 측면에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계산의 문제는 순수 ‘이론적(theoretical)’ 기반에 근거하고 있지만, 지식의 문제는 사회주의 경제의 운용에 있어 정말 ‘실행적(practical)’ 문제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피터 클라인(Peter Klein)에 따르면, 만약 우리가 하이에크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일 경우, “경제 이론 그 자체로 중앙 계획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결정적인 것도 말할 수 없으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선택은 순전히 정치적임에 틀림없어진다." 10 [역주: 즉, 하이에크의 논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사회주의를 경제학적 차원에서 비판하기 어렵다. 그것은 단지 비효율적일 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원한다면 반대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

두 번째, 중앙 계획자가 모든 ‘시장 참여자(market participants)’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설계자가 시장에 대한 ‘질적 지식(qualitative knowledge)’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 계산은 질적 정보를 ‘수량적으로(quantitatively)’ 환원해야만 가능해진다.11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도 그런 점을 지적해 왔다. “미제스가 보여준 것처럼, 그의 ‘회귀 정리(regression theorem)’에 따르면, 화폐는 오직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비-화폐적 상품(non-monetary goods)’ 사이의 ‘물물교환(barter)’으로부터만 발생할 수 있으며, ‘서수적으로 순위 매겨진 주관적 가치(ordinally ranked subjective values)’를 기업가의 경제 계산에 반드시 필요한 화폐 가격으로 환원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12

마지막으로, 살레르노가 강조했듯이, 경제 계산은 현재의 지식, 혹은 과거의 가격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격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시장 참여자도 지금 당장 미래의 가격을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으며, 단지 추측을 통해서만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13 그렇다면 사회주의 중앙 계획자들에게 마법을 부려 그들이 이런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보자.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지식은 물론, 미래의 지식 역시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최상의 조건에서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경제 계산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가격 체계의 미비 외에도, ‘가격평가(appraisement)’는 언제나 개인의 ‘마음속에만(imaginative)’ 있다는 사실이 사회주의의 작동을 아직도 방해하고 있다.

살레르노의 분석에 따르면, 미제스의 통찰의 본질이 바로 이 평가에 있다. 시장의 기업가와 중앙 계획자를 구별하는 요소가 바로 평가이다.

‘분산된 지식’의 개념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하이에크의 중요한 공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분석의 중심에 지식을 두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회주의 계산논쟁>

  ‘경제계산 문제(economic calculation problem)’는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에 의해 1920년대에 처음 제기되었고, 추후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에 의해 자세하게 설명되었다.―그러나 80년대 말 부터 ‘라스바드주의자들(Rothbardians)’에 의해 제기 된 ‘비동일화 논쟁(dehomogenization debate)’에 따르면, 경제계산 문제에 있어 하이에크의 기여는 잘못되었고, 미제스와는 더욱 무관하다.― 이는 경제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에 관한 물음이다.

이에 대한 ‘자본주의(capitalism)’ 혹은 ‘자유시장(free market)’의 해결책은,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배분하는 것이다; 미제스와 하이에크는 이것이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메커니즘은 공급과 투자의 결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보다 용이하게 하며, 가격 절감을 통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떨어지는 재화 및 서비스의 공급을 줄인다. 그렇게 ‘원하지 않는(unwanted)’ 혹은 ‘비효율적인(inefficient)’ 생산자에게 주어진 자원은, 보다 원하고 효율적인 방면으로 재분배된다.

‘시장가격(market prices)’에 의해 ‘피드백(feedback)’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 즉 ‘중앙에서 계획된 사회주의(centrally planned socialism)’는 가격 메커니즘에 의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어느 시장처럼 ‘장기간에 걸쳐(extended period of time)’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가질 수 없다.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예로, 상대적으로 제한된 영역인 공공재(public goods) 혹은 공유재(common goods)가 제시된다. 이는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시대까지는 정설이었으나, 머레이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나 한스-헤르만 호페(Hans-Hermann Hoppe)같은 후학의 연구에 따르면, 흔히 공공재 혹은 공유재라 불리는 모든 재화 역시, 단 하나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가격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사회주의 ‘계획경제(planned economy)’가 경제 전반에 걸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수요가 높은 상품의 엄청난 부족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대량 과잉이 지속될 것이고, 이러한 분배 실패는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분배(misallocations)’와 ‘사회적 혼란(dislocations)’이 결국 경제 시스템 전체에 ‘무질서적 혼돈(chaos)’을 야기할 것이다.

사회주의가 실행 가능한 경제 체제인지에 대한 논쟁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격렬하게 벌어졌고, 그 논쟁의 구체적 시기는 경제사상사에 있어 ‘사회주의 계산논쟁(The Socialist Calculation Debate)’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20년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유명한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경제 계산(Economic Calculation in the Socialist Commonwealth)’이라는 논문에서, 사회주의 경제는 결코 가격 체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오직 정부만이 생산 수단을 소유한다면, ‘자본재(capital goods)’에 대한 어떠한 가격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재는 ‘최종재(final goods)’와는 달리 결코 ‘교환의 대상(objects of exchange)’이 되지 않으며, 오직 ‘상품의 내부 이전(internal transfers of goods)’의 대상으로만 간주된다.

자본재에 가격이 없다는 점에서, 중앙 계획자는 기용 자원의 효율적 할당 방법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시스템은 반드시 비효율적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 미제스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합리적 경제 활동은 불가능하다.(that rational economic activity is impossible in a socialist commonwealth.)”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