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대리고 낚는 맛을
자네 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신다.
예 이 맛은 알만 합니더
靑山白雲아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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