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갓집 고택(古宅) 지붕
용마루 기왓골이 넘치도록
불볕을 쏟아내리는 날
안채 대청마루 앞뜰 배롱나무는
꽃망울을 붉디붉게 피워
여름을 소담스레 받쳐 들고 있다
마을 어귀 길 가장자리에 우뚝 솟은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드러누워
한낮 단꿈을 꾸던 뭉게구름은
참매미와 쓰르라미의
애끓는 울음에 선잠 깨나
소나기 눈물을 내리붓는다
토담 너머로 펼쳐진 들녘은
된더위를 온몸으로 품어 안은 채
토실토실 영글어가고
바깥채 뜨락에 자리한 해바라기는
여름날의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알알이 담아내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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