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II. 인공지능과 휴머니즘
1. 의료와 건강의 경계에 있는 AI
2. 내러티브의 자연어 처리의 한계
III. 휴머니즘의 반성으로서 포스트 휴머니즘
1. 전통 인문학의 한계와 포스트 휴머니즘
2. 포스트 휴머니즘과 인문학의 도전
IV. 건강인문학에서 비판적 의료인문학으로
1. 건강인문학으로서 의료인문학의 한계
2. 비판적 의료인문학
V. 결론
I. 서론
현대의학이 지향하고 있는 주요 과제 중의 하나는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향상과 증강(enhancement)이다. 현대의학은 나노기술, 로봇공학과 신경과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말미암아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는 전통적인 치료의 임무 외에도, 인간의 생리적이고 심리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의학적 개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작금에 철학적 이슈가 되고 있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은 인간 증강(human enhancement)을 위한 신경, 바이오, 나노 등 다양한 기술의 사용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형된 인간 존재에 대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개념은 그 자체로 미래의 인간관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개념은 인간과 기술, 의학의 새로운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함의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이 과학 연구, 기술 및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을 주도하는 데 적합하다는 관점에서 이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러한 긍정적 관점에 내재된 위험을 쉽게 예측할 수 없으므로 과학과 기술을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입장 또한 존재하고 있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과 같은 ‘트랜스휴머니스트’ 는 포스트휴먼 미래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취하는 반면, 레온 카스(Leon Kass)와 같은 ‘생명보수주의자’는 이러한 전망을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보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1)
1) 이와 관련된 심층적 논의는 다음 논문을 참조: Nick Bostrom & Julian Savulescu, “Human Enhancement Ethics: The State of the Debate” in (Ed.) Nick Bostrom & Julian Savulescu, Human Enhancement,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Leon Kass, Life Liberty and the Defense of Dignity: The Challenge for Bioethics, Encounter Books, 2003.
디터 비른바허(Dieter Birnbacher)에 따르면 의미상 포스트휴머니즘은 트랜스휴머니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트랜스휴머니즘은 휴머니티를 넘어 포스트휴머니티로 나아가고자 하는 경향으로 정의될 수 있다.
사실 휴머니즘으로부터 트랜스휴머니즘을 거쳐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학적 증강의 역사와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2)
2) Dieter Birnbacher, “Post-humanism, Transhumanism, and Human Nature” in (Ed.) Bert Gordijn, Ruth Chadwick, Medical Enhancement and Posthumanity, Springer, 2009, p.95.
그러나 휴머니즘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을 향해 이어져 오는 사상적 흐름과 진보된 의료기술을 통해 ‘인간 증강’을 추구하게 된 현대 의학은 그 어느 시대보다 휴머니즘의 의철학을 포스트 휴머니즘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차원에서, 신체확장의 역사는 깃털을 달아 창공을 난 이카루스의 신화에서 시작하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발명품, 바우하우스(Bauhaus) 실험 극장의 기계적 및 유기적 신체 탐구 및 현대 예술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의 신체 확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정신적인 확장의 예로는 신화적 인물인 프로메테우스나 시지포스와 괴테의 <파우스트> 그리고 메리 셸리(Mary Schelley)의 <프랑켄슈타인> 등을 들 수 있으며, 철학적으로는 니체의 ‘초인’을 들 수 있다.
이를 트랜스휴머니즘의 예로 드는 까닭은 이러한 예들이 아직 실현되지 못한 이상적 인간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 혁명 시대에 이르러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인간의 실생활 속에 구체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하였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가위로 말미암아 보다 정밀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졌으며, 종간의 유전물질 공유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하이브리드(hybrid,혼종)에 대한 연구가 결실을 맺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돼지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사용하는 방안이 진행 중에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은 혼종현실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종현실의 경험은 인간의 몸과 마음, 즉 신체와 자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곧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강 현실은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종이란 무엇인가?
기술이란 무엇인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새롭게 던지고 있다.
케리 볼프(Cary Wolfe)는 트랜스휴머니즘(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나쁜” 충동)과 포스트휴머니즘(인간의 모습을 비판하지만 인간의 위치를 고려하려는 “좋은” 충동)을 구별하면서 포스트휴머니즘의 지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볼프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적, 생물학적 진화의 동물적 기원뿐 아니라 물질성과 물질성의 인간적 발휘(체현)를 모두 이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의 모습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과 대립되며, 트랜스휴머니즘을 휴머니즘의 강화로 볼 수 있다.”3)
3) Cary Wolf edt., What is Posthumanism,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 xiii. 볼 프는 이 저서에서 포스트 휴먼의 휴머니즘과의 개념사적인 논구를 심층적으로 하고 있다.
근자에 들어 생명공학이 분야를 더욱 세밀하게 나누어서 연구 발전하는 가운데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명공학의 가용성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위한 피하 조절기, 심장 박동기, 더욱 발전하고 있는 보철, 수명 연장에 대한 의료 기술은 중재 의학의 의미와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의학의 목표인 신체의 원상회복을 넘어, 신체에 대한 친밀하고 장기적인 개입을 통해 이상적인 신체적 형태를 갖춘 사람으로 인간을 ‘증강’시키는 것이 (사회적) 의료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최적화에 기초한 신체관을 장려할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이며 부유한 삶으로 정의되는 건강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더욱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4)
4) Anna McFarlane, “Medical Humanities” in (Ed.) Stefan Herbrechter, Ivan Callus, Manuela Rossini, Marija Grech, Megen de Bruin-Molé, Christopher John Müller, Palgrave Handbook of Critical Posthumanism, Springer, 2022, 934f.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주목할 점은 생명 연장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이다.
심장 박동기나 핏비트(Fitbit)는 인간 능력 증강을 의료적으로 보조하는 기술에 대한 매우 초보적인 사례이다.
이제 의학은 단순히 손상된 개인에게 상실된 기능을 복원시켜주는 기능을 넘어 인간에게 특정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학문영역으로 정의될 수 있다.
증강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학의 핵심적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기서 전통적인 생명공학, 미래를 앞당기는 인공지능, 생명 연장과 인간 증강 기술과 밀접히 연관된 의학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질문이 곧 포스트휴먼 논의의 연장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휴먼이 인간의 정의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술로 말미암은 의료의 역할에 대한 변화는 곧 의료인문학의 기초와 성격, 그리고 논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청한다.
의료인문학에 대한 이러한 성찰은 또한 인간의 육체·정신적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술과 도구에 대한 윤리적 숙고를 포함하고 있다.
본론에서는 전통적인 건강인문학의 바탕인 휴머니즘이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과 이에 따른 포스트휴머니즘적 의료인문학의 정초가 어떻게 가능하며, 각각의 고유한 가치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 논구해 보려 한다.
II. 인공지능과 휴머니즘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사용 기술은 의료인문학의 맥락에서 포스트휴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AI의 임상적 역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연구자들은 AI가 의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환자에게 공감 및 고유한 인간 형태의 치료를 제공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된 치료 기술을 요구하는 절박한 환자들은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기술적 한계와 윤리적 책임의 문제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으므로 회의적이다.
이렇듯 의료 분야에서 AI가 함의하고 있는 기술적 휴머니즘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AI용 의료 애플리케이션에 내재된 문제점과 내러티브의 자연어 처리의 한계를 짚어 보고자 한다.
1. 의료와 건강의 경계에 있는 AI
IBM이 2015년에 AI용 의료 애플리케이션 을 개발한 이후 의료 분야에서 AI 사용이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화되었다.
일반적으로 “학습 능력이 있는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이해되고 있는 AI가 “인간 지능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기술”(Wang and Preininger, 2019: 16)로 정의되면서 임상 연구자들은 AI를 의학적으로 유효한 검사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AI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AI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의사의 능력을 강화하며 환자에게 공감 및 기타 독특한 인간 형태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예견하였다.
실제로 의료 응용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AI 연구는 진단기기, 의료 정보학, 의료법 연구, 생명윤리 및 의료 전문 분야에 적용되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이 분야의 진화하는 과정 안에서 일련의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5)
AI가 질병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 유지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함에 따라 전통적인 의료인문학은 보다 정확한 정체성 확립을 통해 AI 현상의 인문학적 의미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의료인문학은 1970년대 분과학문으로 정립된 이후 “의료”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실천 분야와 인간 경험 영역을 포함하게 되었다.
여기서 의료인문학은
1) 의료 개입 이상의 영향을 받는 건강에 대한 확장된 관점과
2) 의료 전문직이 실제 의료 전문 분야보다 더 많은 전문 분야를 포함한다는 인식을 나타내기 위해 “건강인문학(health humanities)”으로 더욱 정확히 정의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6)
실제로 의료용 AI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은 임상 환경 내외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임상 환경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수집, 저장 및 분석을 관리하는 규제 관행은 임상 환경 외부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 기반 건강 및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7)를 사용하여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것을 많은 임상의가 디지털 건강의 궁극적인 목표로 보고 있지만, “의료” 영역이 끝나고 “건강”이 시작되는 위치에 대한 질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5) 최근(2023년 7월 20일) 국회에서 ‘EU와 미국은 왜 인공지능(AI)을 규제하려는가’를 주제 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검증되지 않은 의료AI가 낳을 문제를 △부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개인의 건강 위협 △대규모 의사결정 시스템이 낳는 집 단적 건강문제 △의료 불평등과 차별 강화·영속화 △의료비 증가와 상업화 추세 가속화 △의사결정의 책임소재 문제와 의료현장의 혼란 등 총 5가지로 꼽은 바 있다.(<한의신 문>, 2023.7.21.)
6) Kirsten Ostherr,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edical Humanities”, Journal of Medical Humanities, vol. 43, 2020, 211f. 이러한 구분은 1996년 미국에서 제정한 건강 정보 이동 성 및 책임에 관한 법률(HIPA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전 검토와 같은 법률의 적 용과 관련되어 있다. HIPAA는 좁게 정의된 “의료” 맥락에서 보호대상 건강정보(PHI)를 다루고, 광범위하게 해석된 “건강” 맥락을 규제에서 제외한다.
7) 미국 국립보건원(NIH) 정의에 따르면, 바이오마커란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 질병, 진행 상황, 치료방법에 대한 약물의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또는 대리 표지자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여기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디지털기술을 바탕으 로 수집된 바이오마커를 의미한다.
의료인문학자들의 경우 새로운 기술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미지, 텍스트 및 컨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건강”과 “의료” 장치 및 데이터 사이의 미묘하고 변화하는 경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 두 영역과 교차점의 내용을 밝힐 과제를 안고 있다.8)
의료와 관련하여 디지털 바이오마커에 의해 수집된 전임상 데이터가 제공할 수 있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들(SDOH,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9)에 대한 가치의 변화는 의료인문학자들의 데이터 기반 의료에 대한 사회적 및 문화적 맥락의 해석에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8)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4.
9)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DOH)”이라는 용어를 “사람들이 태어 나고, 성장하고, 일하고, 살아가고, 나이 드는 조건과 일상생활의 조건을 형성하는 더 넓은 범위의 힘과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결정요인이 의료 개입이나 유전학 못지않게 개인 및 사회 건강과 복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일어났다.
따라서 2018년 이후 의료용 AI는 모든 AI 비즈니스 부문 중 가장 큰 투자 시장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Evidation, Welltok, Jvion 및 Notable Health와 같은 의료용 AI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는 SDOH 데이터를 사용하여 환자의 위험 프로필을 모델링하는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SDOH의 중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은 사회적 및 구조적 불평등이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고려하여 의료에 대한 보다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려는 의료인문학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10)
그러나 AI가 의료 분야로 이동함에 따라 치료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회 경제적 및 행동 데이터의 출처, 사용 및 해석에 대한 문제가 또한 발생하고 있다.
AI 회사의 코드 및 데이터 소스는 독점적인 영업 비밀로 취급되는 반면, 업계에 모델링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브로커의 관행은 SDOH 데이터 채굴을 관리하는 논리에 대한 고유한 방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LexisNexis 데이터 추출 도구가 건강 산업 고객이 바람직하지 않은 병력이 있는 잠재 환자를 제외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편향된 데이터는 이 분야에서 작업하는 학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오버마이어(Obermeyer)는 최근 미국 병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AI 시스템이 보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인종적 편견을 생성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를 입증했다.11)
10)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4.
11) Ziad Obermeyer, Brian Powers, Christine Vogeli & Sendhil Mullainathan, “Dissecting Racial Bias in an Algorithm Used to Manage the Health of Populations”, Science, 366, 2019, p.447-453.
또한 Facebook 및 Google, Amazon 및 기타 사이트 활동에서 얻은 SDOH 데이터와 임상 치료 환경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때 향후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DOH 데이터는 데이터의 가치가 그 관점의 특이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본질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연령, 체중, 인종 및 진단은 비슷한 환자일지라도 주거환경 또는 교육수준에 따라 매우 다른 개별적 프로필을 가질 수 있다.
선별적으로 SDOH를 선택하여 임상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근본적으로 휴머니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메타적 차원에서 내재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교정해 나가는 작업이 어떻게 가능한지 기술적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척도를 제공하는 윤리적 관점에서 새로운 과제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2. 내러티브의 자연어 처리의 한계
1970년대부터 의료인문학자들은 환자의 삶에 대한 관점의 원천으로서 개인 이야기의 가치를 인식하고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것의 가치의 중요성을 부각시켜왔다.
“내러티브 의학”의 실무자들은 환자 이야기가 의료 기록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이를 제네릭(generic, 데이터 타입의 일반화)으로 대체하는 대신 임상에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의료 및 연구에 있어서 환자의 관점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적 데이터와 드롭다운 메뉴를 선호하는 전자의무기록(EHR, Electronic Health Record)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환자의 이야기를 진단 및 치유 관행의 중심으로 보는 서사적 의학 옹호자들에게 중대한 도전이 제기되었다.12)
12)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7f.
이는 서사적 언어의 영역에 새로운 AI 언어가 진입하는 과정으로 자연언어와 기술언어의 의미와 해석에 대한 문제를 함의하고 있다.
AI의 하위 분야인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는 임상 EHR과 전(meta) 임상 생태계 모두에서 환자 내러티브에 변화를 가져왔다.
NLP는 인간 언어의 자동 분석 및 표현을 위한 다양한 컴퓨터 기술로 실제로 Google 검색 항목이나 Siri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자동응답기와 챗봇이 인간 사용자의 요구를 해석하고 응답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의료용 NLP의 사용은 환자 기록에 정성적 및 정량적 데이터를 더 잘 통합하기 위해 전산 텍스트 추출을 활용하여 의학에서 환자 관점을 표현해야 할 필요성에서 부분적으로 촉진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중재를 통해 환자 내러티브를 표현하는 데 수반되는 미묘함을 감안할 때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 방법은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내러티브의 질적 해석이 가능한 의료인문학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13)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대한 의료 산업의 새로운 관심으로 말미암아 NLP는 전 임상 소스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임상 데이터와 결합하여 AI 기반 환자 위험 모델링 및 의사 결정 지원을 생성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여기에 따르는 중요한 핵심 질문은 NLP가 환자 참여 및 내러티브 의학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이다.
NLP가 갖는 기능이 전통적인 건강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환자의 상태를 복원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채택될 수 있는가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질병과 돌봄에 대한 인간 내러티브 자동화를 향한 단계는 어떤 면에서 아직 요원할지도 모른다.14)
13)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4f.
14)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8.
바로 이 경계에 심판자가 아니라 성찰의 도구로서 의료인문학의 역할이 요구된다.
개별 환자의 치료 수준에서 임상의가 개인의 내러티브로부터 환자 관점의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추출하려고 할 때 환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임상 조건, 결정 및 결과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대규모 내러티브 데이터 세트를 추출하고 그 결과를 정량적 형식(Narrative Heatmap) 으로 나타내어 많은 환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표시하게 되면, 의학자, 임상 의료 전문가, 의료 서비스 이용자 등은 질병의 경과를 다른 사람의 질병 경과와 비교함으로써 좀 더 용이하게 현재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SDOH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NLP와 딥 러닝 및 신경망과 같은 기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여 환자 스토리를 추론할 때 오류, 탈맥락화 및 편향된 결과뿐만 아니라 신뢰,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Google과 시카고 대학 의료 센터를 상대로 최근 제기된 소송(Schencker)에서 보듯 기술 회사가 AI 시스템을 교육할 목적으로 건강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얻기 위해 임상 파트너를 찾을 때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5)
이를 통해 의료정보와 관련하여 임상의 사회 의료적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반증적으로 부각되었다.
이는 데이터 환원주의가 쉽게 간과하는 맥락적, 그리고 윤리적 고려를 일깨우고 있다.
스위니(Sweeney)는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임상 및 전 임상 환자 데이터의 NLP 추출 역할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라도 현재로서는 환자 기록의 진정한 비식별화가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16)
15)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19.
16) L. Sweeney, “k-Anomymity: A model for protecting privacy”, International Journal on Uncertainty, Fuzziness and Knowledge-based Systems, 10(5), 2002, p.557-570.
그는 더욱이 환자 내러티브에서 임상적 통찰력을 얻으려는 연구자들은 환자 기록에서 모든 식별 데이터(모든 PHI)가 제거될 때 해당 기록에서 내러티브적으로 존재하는 의미 있는 모든 정보도 제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실행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협력적인 방안으로 컴퓨터 과학 및 건강인문학은 의료 분야에서 환자 내러티브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내러티브 텍스트 추출에 대한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 방식이 의료 기록의 고유한 컨텍스트에 적용할 만한 귀중한 방법을 제공함을 인정할 수 있지만17) 내재된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의료인문학적인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17) Kirsten Ostherr, 앞의 논문, p.220.
이는 또한 전통적인 의료인문학의 방법론으로는 타개할 수 없는 난제이기도 하다.
이것이 의료인문학에서 비판적 의료인문학으로 넘어가는 방법론적 성찰을 요하는 까닭이다.
이에 앞서 의료인문학의 철학적 바탕이 된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III. 휴머니즘의 반성으로서 포스트 휴머니즘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포한 것18)은 인간이 세운 신의 표상에 기반한 신념과 가치체계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이는 ‘인간’ 개념에 대한 성찰적 선언이었으며 인간 본성에 부여된 존재론적, 도덕적, 인식론적 주체로서의 지위, 즉 휴머니즘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에 따르면 “니체의 계보학은 자연법과 가치들을 독단적으로 실현하기보다 해석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 이후의 철학적 논제의 주요항목은
첫째, 존재론적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데 따른 충격 이후 어떻게 비판적 사유를 발전시킬 것인가이며
둘째, 의심과 불신의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친화력과 윤리적 책임으로 결속된 공동체 의식을 재구성할 것인가가 되었다.”19)
18) 이 언급은 니체의 학문의 즐거움에 세 차례 나오며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도 한 차례 등장한다. 니체는 신을 죽인 살인자인 광인인 우리가 어떻게 신을 위로할 수 있 는가 물으며 스스로 우리가 신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며 초인 사상을 암시하고 있다. “신의 죽음”은 이미 헤겔과 하이네가 말한 바가 있는데 이에 관한 여러 해석이 철학적으로 논구되고 있다. 하이덱거는 신의 죽음을 형이상학의 죽음으로 이해했다.
브라이도티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휴머니즘은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을 만물의 척도(Homo mensura Satz)로 삼은 이래 르네상스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자율적이며 합리적인 이상적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의 인체의 비례론을 건축에 적용해야 한다는 원리를 좇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이 아이콘적 이미지는 목적론적으로 인가된 합리적 진보 개념에 인간 능력의 생물학적, 담론적, 도덕적 확장을 결합시키는 교리인 ‘휴머니즘(humanism)’을 상징한다.”20)
헤겔이 역사철학에서 보여주듯 역사를 인간의 자유 실현의 과정으로 파악하였으며 이에 따라 유럽문화와 유럽인의 인간상은 명시적으로 휴머니즘의 표상으로 보편적 문화의 척도가 되었다.
이러한 주체적 인간상은 철학적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과 에드문트 후설의 [유럽학문의 위기]에서도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21)
19) 로지 브라이도티, 포스트휴먼, 이경란 옮김, 아카넷, 2015(2013), 14쪽.
20)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24쪽.
21)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26쪽.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이율배반적인 휴머니즘의 해석을 표방하였듯이 1, 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휴머니즘과 사회주의 휴머니즘 그리고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정치적 실험과정에서 나타난 비극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반인종주의, 반핵운동, 반전운동은 서구 중심의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주의적 휴머니즘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정치적 반 휴머니즘 사조라 할 수있다.
반휴머니즘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휴머니즘의 철학적 바탕이 되었던 객관 실체론과 진보의 수단으로 파악한 기술문명에 대한 절대적 신뢰 그리고 로티(Richard Rorty)가 말하는 ‘자연의 거울’로서 바라본 언어의 실체와 실체 인식의 확신에 대한 이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 있었다.
이는 더 이상 표상을 실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원리적 사고로 환원할 수 없다는 엄격한 철학적 성찰을 표명하고 있다.22)
브라이도티에 따르면 휴머니즘의 토대가 되는 이념은 자연과 문화의 단절을 전제로 하는 사회구성주의를 짝으로 하고 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론 체계의 전제가 된 사회구성주의적 접근방법은 주어진 자연과 구성된 문화를 범주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 범주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문화 연속체에 기반을 두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접근 방식이 장밋빛 전망만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념이든 양가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피할 수 없다.
브라이도티23)를 따라 내재된 문제점에 다가가 보자.
22)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28쪽 이하.
23) 여기서 로지 브라이도티를 따라 논지를 전개함은 포스트휴먼에 대한 그의 신유물론적이며 페미니즘적인 방법론을 통한 선구자적인 탁월한 논구와 업적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 전통 인문학의 한계와 포스트 휴머니즘 전통
휴머니즘은 인문학을 우리의 사회적 행위와 가치들과 시민의 상호작용을 인간화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인문학이 인간을 위한 도덕적 임무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가 더 이상 우위를 지킬 수 없고 종의 위계가 흔들리는 시대에 이러한 주장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불가항력적으로 지속되었던 팬데믹 그리고 기후변화와 같은 대규모의 재난과 대량 이주 난민, 테러와의 전쟁, 기술로 매개된 로봇무기와 드론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문학은 이러한 과제 안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자리할 수 있을까?
브라이도티는 기술적으로 매개된 탈–인간중심주의가 인문학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원격 커뮤니케이션, 뉴미디어, 정보기술뿐 아니라 유전공학 코드의 자원을 불러내어 자율성과 이질성과 다면적 관계성을 통한 포스트휴먼 주체성의 휴머니즘적 실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위해 브라이도티는 포스트휴먼 사유를 세 갈래로 나누어 보고 있다.
첫째는 도덕철학에서 출발하여 보수적인 포스트휴먼 형태를 발전시킨 유형,
둘째는 과학기술 연구에서 출발하여 분석적인 포스트휴먼의 형태를 강화하는 유형,
셋째는 브라이도티가 속한 반휴머니즘적 주체성 철학 전통에 서 있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이다.
첫 번째 유형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포스트휴먼에 대해 근대 휴머니즘적인 접근을 옹호하는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있다.
누스바움은 전통적인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철저하게 옹호하며, 유럽 휴머니즘의 역사적 쇠락과 위기 자체를 부인한다.
기술혁명이 가져온 우리 시대의 지구경제의 도전들을 고전적 휴머니즘의 이상과 진보적 자유주의 정치로 극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하지만 브라이도티가 보기에 누스바움에게는 새로운 자아 모델을 실험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녀에게 포스트휴먼의 조건은 단지 주체에 대한 휴머니즘적 전망을 회복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24)
두 번째로 중요한 포스트휴먼의 발전은 과학과 기술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의 이 학제적 영역은 인간의 지위에 대한 중요한 윤리적 개념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문제들이 주체성 이론에서 함의하는 바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25)
중요한 분석적 포스트-휴머니즘의 또 다른 예는 피터-폴 베어벡(Peter-Paul Verbeek)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인간 주체와 기술적 인공물을 분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연결하는 탈인간학적 선회가 필요함을 인정하면서 기술에 대한 매우 휴머니즘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베어벡에 따르면 기술이 인간의 윤리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므로 규범적 문제들에 대한 인간의 의사결정을 인도할 수 있는 행위자로서 기술적 도구들이 내재적으로 지닌 도덕적 본성을 강조한다.
그는 현상학적인 과점에서 다수의 기계의 지향성(machinic intentionality) 형식을 소개하는데, 이 모든 형식은 인간의 것이 아닌 도덕적 의식 형식에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물의 도덕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 때 기술을 더 넓은 사회 공동체에 통합시킬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근대 휴머니즘의 포스트휴먼 유형을 21세기에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베어벡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규범을 기술 과학적으로 환원하고 기술이 자체적으로 규범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전제되어 있다.26)
24)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55쪽.
25) 로지 브라이도티는 이와 관련하여, 인문학과 과학의 지식의 분리와 연관된 브루노 라투르 의 반인식론과 반주체성 포지션의 영향,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유전자 구조를 장악함으로 써 인간 종을 모두 통합한다고 하지만 인간주체의 이해에 대해서 인식론적 한계를 보인다 는 점, 기술적으로 매개된 인간과 환경의 관계망으로서 ‘범인류’, 사회주의자에 의해서 시 도되는 생명정치적 접근의 분석적 휴머니즘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26) Peter-Paul Verbeek, Moralizing Technology: Understanding and Designing the Morality of Things, Chicago University Press, 2011;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57쪽 이하.
포스트휴먼 사유의 세 번째 유형은 브라이도티가 추구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개념적으로나 규범적으로 모호함 없이 포스트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당면하고 있는 곤경을 극복하려 생산적 잠재력을 펼쳐 보이는 사유의 흐름은 계보학적으로 푸코(Michel Foucault), 데리다(Jacques Derrida), 라캉(Jacques Lacan)의 포스트구조주의자들, 페미니즘의 반보편주의, 프란츠 파농(Franz Fanon)과 그의 스승 에메 세제르(Aimé Césaire)의 반식민주의적 현상학에까지 이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 주체와 인류 전체에 대해 우리의 공통된 이해를 위해 포스트휴머니즘이 함의하는 바를 끈질기게 헌신적으로 작업했다는 것이다.
또한 포스트 식민 이론가들과 인종 이론가들의 작업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보여주듯 비서구의 원천에 기반을 둔 만큼 유럽의 전통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에 기반을 둔 세계시민적 포스트휴머니즘(situated cosmopolitan-posthumanism)을 보여준다.27)
27)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63쪽.
브라이도티는 이렇게 포스트휴머니즘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면서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휴머니즘 자체가 갖고 있는 철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인 ‘포스트휴먼 곤경’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할 역사적, 윤리적, 정치적 필요성이 분명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황적이고 책임 있는 지식을 실천하는 “위치의 정치학(the politics of location)”(Rich, 1987)을 전술적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째, 휴머니즘의 쇠락을 인정하는 새로운 주체이론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고전적 휴머니즘의 종말이 위기가 아니라 긍정적 결과를 수반한다는 것,
셋째, 서구자본주의가 서구 휴머니즘의 쇠락과 지구화의 문화적 혼종 과정 속에서 착취를 진행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은 근대 휴머니즘과 반휴머니즘의 대립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지향하는 담론을 추구하는 역사적 계기인 것이다.28)
28)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69-70쪽.
2. 포스트 휴머니즘과 인문학의 도전
후쿠야마와 같은 철학자의 논리에 따르면, 포스트휴머니즘은 인본주의의 부재와 도덕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인간을 새로운 종류의 종으로 대체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이는 곧 휴머니즘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포스트휴머니즘을 통해 치료와 증강 사이의 윤리적 구분이 모호해짐을 우려하였다.
그는 상업적 생명공학 모델이 인도주의적 관심에 기반한 윤리를 압도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에게 포스트휴머니즘은 증강을 지향한 부도덕한 작업일 뿐이다.29)
또한 문화적 포스트휴머니즘을 표방한 하버스탬과 리빙스톤(Halberstam & Livingstone)의 주장에 따르면, 포스트 휴먼의 몸은 권력과 쾌락의 관계, 가상과 현실의 관계에서 원인이자 결과로 나타났다.30)
한편, 헤일즈(Hayles)는 신체의 경계가 의료로 말미암아 ‘타협’되고 있으며, 현대에는 신체의 부담을 해소하려는 욕망, 더 정확하게는 신체를 물질이 아닌 정보로 변환하려는 욕망이 두드러지게 관찰된다고 주장한다.31)
29) Andy Miah, “Posthumanism: A Critical History”, in (Ed.) Gordijn, B. & Chadwick, R. Medical Enhancements & Posthumanity. New York: Routledge, 2007, p.74.
30) Judith Halberstam & Ira Livingston, Posthuman Bodies, Indiana Uni. Press, 1995, p.3.
31) Katherine Hayles,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Chicago Uni. Press, 1999, p.5.
사이보그라는 용어의 현대적 사용을 유행시킨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작업은 지난 20년 동안 포스트휴머니즘이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에 대한 주장은 인간성을 향상시키려는 데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포스트휴머니즘의 특정한 형태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이보그 작업을 ‘동반종(companion species)’이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했다.
그것은 인간이 된다는 것과 이것이 의미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자격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 포스트휴머니스트인 해러웨이, 헤일즈는 각각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주체의 해체를 포스트휴머니즘의 핵심적 특징으로 강조하고 있다.32)
32) Andy Miah, 앞의 책, p.77.
브라이도티의 진단처럼 인간중심주의가 자리를 빼앗기고 종의 위계가 뒤섞이면서 ‘휴먼’은 종래의 기초를 상실하고 인문학은 기본적인 인식론적 토대를 박탈당하였다.
인문학의 미래와 관련하여 인문학과 관련된 분과 학문들이 위기에 처할 때 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과의 결합이며 나아가 인간의 정신적, 생리적 기능의 기초가 되는 생물학적 시스템인 ‘웨트웨어(Wetware)’와 비생물학적인 ‘하드웨어’의 결합이다.
즉 원격 커뮤니케이션, 뉴미디어, 정보기술, 유전공학코드가 결합됨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확장된 인간 또는 새로운 비인간적 타자와의 관계적 영역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위기라기보다는 새로운 생태철학적 차원을 열어주었다.
실로 현대에서 인식론, 환경학, 유전공학, 진화론, 그리고 디지털 담론들이 인간중심주의적 인문학을 횡단하며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동물연구와 생태연구가 있지만 무엇보다 장애연구는 규범적 신체모델에 대한 비판과 생명공학을 통한 창조적 신체모델에 대한 옹호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문학이 새롭게 정초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33)
나아가 우리 시대에 여전히 상존하는 타협할 수 없는 비극34)에 대해 인문학은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33)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188-191쪽.
34) 리오타르(Lyotard, 1983)는 인간이 보상이나 보복은커녕 적절한 정의 형식도 존재할 수 없는 범죄나 도덕적 전락을 ‘디페랑(differend)’이라 표현했다.
사회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과학적 그리고 생태적 측면에서 인문학은 아포리아(aporia)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이후 등장한 새로운 담론으로 등장한 갈등과 평화연구, 인권 중심의 의학, 트라우마와 화해연구, 죽음연구 등은 전통적인 인문학의 경계를 여는 ‘네오휴머니즘’의 지평을 새롭게 열고 있다.
앞선 시몬느 드 보봐르(Simone de Beauvior)의 사회주의 휴머니즘과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타자의 실존적 인격성 회복을 포스트 식민이론 이후의 네오휴머니즘의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인문학의 메카였던 대학은 후설이 진단했듯이 칸트적인 합리적 판단의 자율성에 따른 교양교육을 실천할 역량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대학은 소위 산학이라는 시장경제 안에 종속되었고 더 이상 초월적 이성과 내재적 도덕성을 간직한 인문학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인문학에 더욱 강하게 밀어닥친 새로운 추세, 즉 소위 과학적으로는 테크노 과학의 급진전, 뉴미디어의 혁명, 사회적으로는 젠더, 소수민족, 비유럽문화, 장애 등의 연구가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위기는 무엇이 인문학의 과학적 지식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성찰적 질문으로 발전해 갔다.
1990년대에 미국 대학에서 일어난 이론 전쟁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패러다임의 차이에서 일어났으며 반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인문학의 과학적 부절함과 무지함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푸코는 인문학이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인식이 일련의 휴머니즘적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가정들이 보편적인 것인 것 같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생명과 노동과 언어로 틀 지워지고 맥락 속에서 정의된 것임을 밝혔다.35) 브라이도티가 인문학의 성찰을 통해 결정적으로 제시하는 포스트휴먼 인문학은 스피노자의 생기론에 기반한 물질-실재론적 일원론으로 휴먼과 휴먼아님, 지구행성과 우주, 주어진 것과 제작된 것의 결합된 배치이다.
이로부터 추론한 것이 ‘인간세 인문학’인 환경인문학이다.
환경인문학은 유기적 토대에서 분리된 탈자연화된 사회질서를 배제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요인을 강조한다.
이는 디페시 차크라바르티(Chakrabarty)가 시도한 대로 지리학의 역사와 사회경제적 역사를 결합하여 지구적 요인과 문화적 변화를 결합하는 것이다(Deep History).
인간은 지구행성적 요인과 문화적 변화가 결합하여 창조되었다.
이는 세계화에 대한 현재의 역사 기술과 기후변화의 인간 발생론이 요구하는 역사기술의 차이를 더 비판적으로 숙고하라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의 분리가 붕괴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 밖에도 포스트휴먼 과학의 영향은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에게서 영감을 받은 공중보건용어 “건강은 하나의 운동(One Health Initiative)”36)이란 개념에서도 관찰된다.
35)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190,194-195쪽.
36) Ian McNeely, Medicine on a Grand Scale: Rudolf Virchow, Liberalism, and the Public Health, The Wellcome Trust. 2014: 인간의 건강이 동물의 건강, 생태계건강과 연결되어 있으며 건강이 하나의 운동이 됨으로써 모든 종의 건강과 안녕을 촉진하고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류독감, 광우병,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경험하듯 동물과 인간의 의 학을 분리하기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의료인들과 건강과 환경에 관련된 과학적 학문을 결합하는 학제적 제휴로 면역학, 박테리아학, 백신개발에 있어 인간과 동물의 구조 가 이종동형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브라이도티의 전망처럼 포스트휴먼 인문학은 새로운 서사를 창조할 수 있다.
지구행성 차원에서 전 지구화된 인류, 도덕성의 진화론적 원천, 우리 종과 다른 종의 관계적 미래, 기술적 장치의 기호학적 체계, 디지털인문학의 영역확장, 젠더와 민족성의 포스트휴먼적 역할, 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기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37)
37)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206, 208, 209쪽.
포스트휴먼 인문학은 의료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IV. 건강 인문학에서 비판적 의료인문학으로
안나 맥파레인(Anna McFarlane)의 정의대로 “의료인문학은 인문학의 방법론과 의학 연구를 결합한 학제 간 연구 분야이자 여러 관련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문학과 의학, 의료와 사회, 의학의 역사, 의학과 예술, 비판적 사고, 의학적 글쓰기, 생명윤리, 의료법, 등 모두가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의료인문학은 또한 인문학의 방법론을 때때로 개별적인 목표를 갖는 것으로 표현되는 학문적 성과 안에서 의학 연구와 결합할 수 있는 학제 간 분야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환자 경험에 대한 임상적 이해를 향상시키는 것을 기대하지만 학술적 목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38)
38) Anna McFarlane, 앞의 책, p.928.
의료인문학의 연구 분야는 넓게 이해하면 의학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해석을 포괄하며 의학, 인문학 및 사회 과학의 교차점에 있다.
사회문화적, 윤리적, 정치적 측면이 의료기술의 발전과 활용, 의료지식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이 분야의 기술과 지식생산이 사회문화적, 윤리적, 정치적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분야는 또한 질병, 고통, 신체 및 기능적 변형의 경험을 조사하고 그러한 경험이 실존적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문학은 의료의 의미, 의료 행위자, 대상, 윤리 및 권력에 대한 질문을 위해 적합한 도구를 제공하는 데 학문의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인문학의 경계에 대하여 살펴보았듯이 포스트 휴먼 시대에 여타 분과학문의 학술적 경향과 경계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의료인문학은 지속적이며 안정된 연구를 유지하기 어려운 여건을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과학적 조건이 의료인문학 자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1. 건강인문학으로서 의료인문학의 한계
의료인문학은 일반적으로 “건강인문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질병으로 병리화된 상태뿐 아니라 일반 웰빙을 포함하여 더 광범위한 문제로 간주되는 “건강”의 정의에도 의료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이 점에서 장애 연구에 대한 관심 역시 의료인문학의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장애 연구는 장애를 사회적 역할의 비정상 상태로 보는 의학적 모델과 장애가 사회적 환경에 의하여 구성된다는 사회적 모델이 충돌하는 접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의료인문학이 한계를 드러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의료인문학과 장애 연구 간의 관계는 왜곡된 의사소통을 풀어갈 가능성이 있는 학제 간 협력의 과제이다.
“의학”에 초점을 맞추면 의료인문학은 필연적으로 질병과 장애의 의학적 모델에 관여하는 반면, 장애 연구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과 폭넓게 협력하여 개인이 아닌 제한적이고 능력 있는 사회에서 역량에 대한 제한을 받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임상적으로는 신체적 장애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신체를 보철물을 통하여 보강하거나, 정신적 장애는 약물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단지 의료인문학이나 건강인문학이 장애 연구의 접근 방식을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이러한 프레임워크 중 하나가 환자에게 다른 프레임워크보다 더 적절할 수 있으며 하나의 프레임만을 중시하는 연구자들 사이의 비판적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39)
39) Anna McFarlane, 앞의 책, p.936.
특히 의료 분야에서 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교육은 의료진이 환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듣도록 하고, “내러티브 의학”으로 설명되는 과정에서 특정 언어의 사용으로 전달되는 내용을 신중히 고려하도록 권장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내러티브 의학에 대한 강조점은 의사와 환자 간의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인문학 교육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의사소통의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의료진이 환자를 인격적 대상으로 생각하고, 죽음과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환자와 함께 일하는 전일적(holistic) 작업으로서 의료에 접근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 방식은 인문학이 보다 나은 의사(의술을 환자에게 보다 인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데 있어 도구적 사용 가치를 갖고 있음을 중시하나 의사소통은 주로 일부 신체적 언어와 함께 구두로 한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건강인문학이 전제로 하는 자유주의적 휴머니즘과 합리주의와 서구중심주의는 더 넓은 체계에서 개인의 의미를 인정하는데 한계를 보여 왔으며 신체와 기술 사이의 연속성에 대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인문학적 경향을 “비판적 의료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의료인문학과 그 교육적 기초에 대한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여 보다 구체적인 이론적인 흐름이 “비판적 의료인문학”40)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Whitehead & Woods, 2016) 비판적 의료인문학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근대 휴머니즘 비판 이론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40) 비판적 의료인문학은 의료인문학의 이론적 전제를 조사하고 그 한계를 폭로하는 것을 추 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 BMJ Medical Humanities 저널의 특집호에서 처음 시도되 었다.
그는 신체에 대한 이해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하면서 신체에 대한 이전의 정치적 통제와 달리 그가 “생명정치”라고 명명한 상황으로 권력이 인간 생명에 개입하여 정치적 감독을 통해 대중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았다.
푸코의 관점에서 보면 의학은 대중을 나누는 표면상 사회과학적인 구분(예: 성, 인종, 섹슈얼리티)의 구성에 기여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비판적 의료인문학은 문화적 가정을 뒷받침하는 담론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수잔 존탁(Susan Sontag)은 Illness as Metaphor(메타퍼로서 질병), 1978)과 AIDS and Its Metaphors(에이즈와 그 메타퍼, 1989)에서 의료적 서사 구성이 다음과 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암과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 특히 암 환자를 질병과의 “전투”에서 군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질병의 심리적 부담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쟁 은유의 의미는 사망한 환자가 결국 질병과 충분히 “싸우는 데” 실패한 것을 암시하며 환자에게 이러한 종류의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직면하고 있는 질병에 대한 불공평하고 불필요한 추가 부담을 가한다는 것이다.
질병을 사회적 은유로 사용하는 것(예를 들어 사회 문제를 “암”으로 묘사하는 것)은 낙인을 찍는 것이므로 심각한 질병에 대한 열린 대화를 촉진하고 환자가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표현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41)
41) Anna McFarlane, 앞의 책, p.930f 참조.
환자가 경험하는 질병은 개인의 고유한 경험, 나아가 삶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질병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2. 비판적 의료인문학
비판적 의료인문학은 기존의 건강인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의 정체를 밝혀서 비판하고, 의사소통의 복잡한 관계적 개념을 수용하며, 더 넓은 체계에서 주체적 개인의 의미를 인정하는 동시에 신체와 기술 사이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포스트휴먼 의료 인문학(posthumanist medical humanities)이 배태되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인문학이 전제로 하고 있는 “휴머니즘”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포스트휴먼적 의료인문학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며 이는 의료인문학의 변증법적인 발전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휴먼케어의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나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대처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가져온 삶의 조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생명공학과 AI의 발전에 따른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포스트휴먼의 미래에 포스트휴먼 의료인문학은 단지 의료인문학의 한계를 비판하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휴먼 시대에 인간의 모습과 인간의 삶을 재평가하도록 돕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점에서 비판적 의료인문학에서 우리에게 이 만남을 비판하도록 초대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노력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환자의 공정한 치료를 촉진하기 위한 핵심 개념인 공감과 연민을 넘어서 의사는 환자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들과 공통점이 있는 특성을 공유하는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도록 요청받는다.
의료진은 치료의 대상으로서 환자의 역할을 넘어서 개인의 돌봄과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인간의 정체성을 보고 상호 주관적 관점에서 환자를 사려 깊게 돌보도록 권장된다.
포스트휴먼적 의료 개념은 환자를 더 넓은 공동체에 통합된 구성원으로 보게 하며, 질병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기에 질병의 문제를 환자의 몸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교차점에서 발견하며 의사 자신이 이러한 시스템에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보도록 이끈다.
따라서 내러티브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심과 의료의 단순한 생명공학적 역학 사이의 구분보다는 이 둘의 진정한 학제 간 융합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의학 담론과 실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필요성이 확실히 요구되며, 의료인문학은 그러한 비판이 일어날 수 있는 담론의 비옥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에서 의사와 환자의 상호 “얽힘”(entanglement, Whitehead와 Woods이 차용한 양자 물리학 용어)을 인식하는 포스트휴머니즘 의료인문학은 의료인문학을 새롭게 현상화되는 의료 행위를 비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료인문학자는 의료 행위 외부에서 진정한 학제간의 위치에서 의료 행위와 인문학 방법론을 결합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를 방해하는 방식을 중립적으로 비판하게 될 것이다.
관망자의 관점에서 의학을 넓은 영역과 인위적으로 구획된 담론과 실행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의료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엄격한 비판을 수행하는 것이다.42)
신자유주의적 생명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몸은 더 이상 안정적인 개성을 나타내는 자율적 표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인간인 “소유자”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기질로 여겨진다.
육체를 개조가 필요한 재산으로 보는 관점이 진정으로 포스트휴머니즘적 구현의 모델을 찾는 것이 아니지만 이는 소유권과 개성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개념과 결부되어 있다.
생명공학, 생물의학, 미용수술, 보철물, 등 “포스트휴먼” 신체의 개념이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의 개인주의적 이데올로기 속으로 쉽게 빠져드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의 흐름은 필연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모든 기술의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포스트휴먼의 신체는 이러한 권력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도 혼종성의 한계를 탐색하는 실험과 비판의 장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비판적 의료인문학의 역할은 포스트휴먼 신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43)
42) Anna McFarlane, 앞의 책, p.932f.
43) Anna McFarlane, 앞의 책, p.936.
생명공학과 의료의 미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전통적인 형태의 의료, 즉 치료 자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가장 근본적인 의료 형태로서 전제되어야 할 역할이며 의료인과 간병인의 정서적 역할을 통한 의료적 돌봄의 핵심개념이다.
여기에 전제된 것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영성의 중요성, 신성한 생명의 존엄성, 살아있는 모든 사람의 삶의 양식을 존중하는 자세이다.
V. 결론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 1533-1592)의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은 자연 질서 가운데 놓인 인간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좌절에서 비롯되었다.
몽테뉴는 인간 간의 차이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대조함으로써 인간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는 동물이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인간과 동물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기며, 인간이 비인간과 구별되거나 우월하다고 하기보다는 동물과 더 비슷해지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자신의 우월성을 전제로 완전을 추구하는 가운데 잘못을 범하고, ‘실수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인위적으로 구축된 문화와 자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포스트휴먼 사상을 인간 완성의 추구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특별한 능력으로 특징짓는 것은 포스트휴먼 사상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다.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의학 발전의 역사와 깊은 연관성이 있지만 어느 정도 구별된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 따를 때, 의학적 개입을 단지 치료적 적용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아가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의학적 향상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술 변화는 포스트휴먼적 상상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되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이러한 관점은 인간에 대한 의료적 증강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현시대에 이르러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개념들이 더욱 폭넓게 철학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발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새로운 기술의 맥락’ 안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답을 찾는 철학적 해석이라 볼 수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한편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일련의 철학적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료인문학은 구체적으로 생물학·철학·기술학의 경계를 잇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포스트휴먼적 의료인문학은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의 출현과 윤리에 관한 새로운 사회성을 발전시키는 능력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확산될수록 의료적 증강의 정당성에 대한 중요한 정책 지향적 논쟁에서 많은 부분이 여전히 모호함이 드러나고 있다.
의료인문학의 역할은 ‘증강’에 수반되는 윤리적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데 있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인류세 시대 의료인문학의 역할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포스트휴먼 논쟁의 여러 문제의식의 근본에 자리한 개념 및 상황인식을 밝히고 인간을 새로운 지평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또한 비판적 의료인문학은 포스트휴머니즘이 당면하고 있는 내재적 딜레마를 통찰할 여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머니즘의 논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주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일원론적 유물론은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물질이 자기 조직적이며 구조적으로 관계적이다.
또한 다양한 환경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정보 코드에 의해 추동되고 사회적, 정신적, 생태적 환경 속에서 여러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관계적 자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즉 주체성은 확장된 관계적 자아가 되고 육체를 포괄하는 생명물질은 확장된 생기적 힘으로 나타나 분리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44)
44) 로지 브라이도티, 앞의 책, 81쪽.
관계적 주체성의 확장은 일면 타당한 점이 있다.
하지만 윤리적 판단과 실천을 요구하는 인격적 차원에서 주체성은 책임의 소재를 묻게 된다.
관계적 주체의 영역이 확장되고 비인격적이 될수록 과연 윤리적 판단의 소재가 어디에 있으며, 확장된 주체는 무엇에 근거하여 윤리적 판단을 할 것이며, 어떻게 행위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윤리적 성찰에 대한 타당한 답을 얻지 못한다면 관계적 자아가 갖는 제한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부터 주체성이 과학기술적 지평에서는 윤리적, 미학적, 영성적 관점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지평에 비판적 의료인문학의 역할이 새롭게 열려 있는 셈이다.
참고문헌
Ağın, B., Horzum, Ş. (Ed.), Posthuman Pathogenesis, Contagion in Literature, Arts, and Media, New York: Routledge, 2022. Beck, Ulrich, Risikogesellschaft, Suhrkamp, 1986 (울리히 벡, 위험사회, 홍성태 옮김, 새물결, 1997). , “The cosmopolitan condition: Why methodological nationalism fails”, Theory, Culture & Society, 24(7/8), 2007, p.286-90. Bostrom, N. Superintelligence, Oxford Uni. Press, 2014 (닉 보스트롬, 수퍼인텔리전스, 조성진 옮김, 까치, 2017). Bostrom, N & Savulescu, J., “Human Enhancement Ethics: The State of the Debate”in (Ed.) Nick Bostrom & Julian Savulescu, Human Enhancement,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Braidotti, Rosi, “New Concepts for Materialism, Philosophy Today, vol. 63, 2019, p.1181-1195. , Posthuman, Polity Press, 2013 (로지 브라이도티, 포스트휴먼, 이경란 옮김, 아카넷, 2015). Crawford, R., “The Boundaries of the Self and the Unhealthy Other: Reflections on Health, Culture and AIDS”, Social Science & Medicine, (38/10), 1994, p.1347-1365. Fukuyama, F., “Transhumanism: The World’s Most Dangerous Ideas.” Foreign Policy, 2004, pp.42-43. Garcia Cuadrado, Jose, “Modernity and Postmodernity in the Genesis of Transhumanism-Posthumanism”, Cuadernos de bioetica: revista oficial de la Asociacion Espanola de Bioetica y Etica Medica, vol. 25, 2014, pp.335-350. Gordijn, B. & Chadwick, R.(Ed.), Medical Enhancements & Posthumanity, New York, Routledge, 2007. Halberstam, Judith M., Livingston, Ira, Posthuman Bodies, Indiana Uni. Press, 1995. Haraway, Donna, “A Cyborg Manifesto”, Socialist Review 5, 1985, p.65-107. Hayles, N. Katherine,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40 인간연구 제52호 | 봄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Chicago Uni. Press, 1999. Herbrechter, S., Callus, I., Rossini, M., Grech, M., de Bruin-Molé, M. & Müller, C.J.(Ed.), Palgrave Handbook of Critical Posthumanism, Springer, 2022. Kass, L., Life Liberty and the Defense of Dignity: The Challenge for Bioethics, Encounter Books, 2003. Lewis, B., “Mindfulness, Mysticism, and Narrative Medicine”, Journal of Medical Humanities, vol. 37, 2016, pp.401-417. McNeely, I., Medicine on a Grand Scale: Rudolf Virchow, Liberalism, and the Public Health, The Wellcome Trust, 2014. Obermeyer, Z, Powers, B, Vogeli, C. & Mullainathan, S., “Dissecting Racial Bias in an Algorithm Used to Manage the Health of Populations”, Science, 366, 2019, pp.447-453. Ostherr, Kirste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edical Humanities”, Journal of Medical Humanities, vol. 43, 2020, pp.211-232. Sarah Spence, Conference Report: Inaugural Congress of the Northern Network for Medical Humanities Research, 2022.12.20: https://blogs.bmj. com/medical-humanities/2017/10/17/conference-report-inauguralcongress-northern-network-medical-humanities-research/. Strawson, Galen, “Against Narrativity”, Ratio (new series) XVII 4, 2004, pp. 428-452. Sweeney, L., “k-Anomymity: A model for protecting privacy”, International Journal on Uncertainty, Fuzziness and Knowledge-based Systems, 10(5), 2002, pp.557-570. Verbeek, P., Moralizing Technology: Understanding and Designing the Morality of Things, Chicago Uni. Press, 2011. Wang, F. & Preininger, A., “AI in Health: State of the Art,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Yearbook of Medical Informatics, 28, 2019, pp.16-26. Whimster, S., Understanding Weber, Routledge, 2007. Wolfe, Cary, What is Posthumanism?,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 pp.x-xiv. Zeiler, Kristin, “Self, Identities and Medicine”, Health Care Anal, 17, 2009, pp.95-99.
【 국문초록 】
시대를 막론하고 의학에 주어진 기본 과제는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는 일이다.
눈부신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의학은 이러한 역할에 더해 인간 능력의 증강과 향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현재의 인간보다 그 육체적·정신적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된 인간을 ‘포스트휴먼’이라 칭할 수 있다. 현대의학이 포스트휴먼 시대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인류의 진보와 연관된 과학 기술 및 의학 분야의 새로운 과제로서 포스트휴머니즘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포스트휴머니즘에 내재된 위험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과학과 기술을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견해 역시 존재한다.
한편, 트랜스휴머니즘은 휴머니티를 넘어 포스트휴머니티로 나아가고자 하는 운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런 의미로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존의 트랜스휴머니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다 큰 의미에서, 이런 논의는 의료분야의 AI(인공지능)가 함의하는 기술적 휴머니즘에 대한 숙고에 닿아 있다. 발전된 치료기술을 요구하는 절박한 환자들은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 분야의 AI가 함의하고 있는 기술적 휴머니즘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전통적인 인간 중심적 의료인문학은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데 필요한 효율적인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시대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의료인문학의 전개를 요청하고 있다.
주제어: 인공지능, 트랜스 휴머니즘, 포스트 휴머니즘, 내러티브, 증강, 혼종, 생명공학, 건강인문학, 비판적 의료인문학
【 ABSTRACT 】
The Role of Medical Humanities in the Posthumanism Era
Lee, Hyang Man / Sung, Kee Heon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Overcoming disease and aging is a basic task given to medicine. With the remarkable development of medical technology, modern medicine is given a new task of augmenting and improving human capabilities in addition to this basic task. A human whose physical and mental abilities have been dramati- cally strengthened compared to the current human can be called a “posthuman.” Modern medicine has come to stand at the forefront of the posthuman era. There are people who positively accept “posthumanism” as a new task in science, technology, and medicine related to human progress. In contrast, since the dangers inherent in posthumanism are unpredictable, there is also a conservative view that one should resist the temptation to improve human life through science and technology. Indeed, transhumanism can be defined as a movement that seeks to move beyond humanity to posthumanity, and in this sense, posthumanism is closely linked to the existing transhumanism. On a broader scale, this discussion touches on the speculation on the tech- nological humanism impli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AI) in the medical field. Desperate patients who demand advanced treatment technologies are showing high interest in new technologies such as AI; however, humanistic discussions on the technological humanism implied by AI in the medical field are still insufficient. Traditional anthropocentric medical humanities do not seem to provide the effective academic perspective needed to approach these issues. The current era necessitates the development of new medical humanities that are suitable for the posthuman era.
Key words: Artificial Intelligence (AI), Posthumanism, Transhumanism, Enhancement, Narrative, Biotechnology, Hybrid, Health Humanities, Critical Medical Humanities
투고 접수: 2024. 03. 04. 심사 완료: 2024. 04. 15. 게재 결정: 2024. 04. 18.
인간연구 제52호 (2024/봄)
'인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충의(忠義)론 -‘충’을 둘러싼 군신 간의 삼각구도, 그 비극의 실체를 중심으로-/송현순.우석대 (0) | 2024.11.13 |
---|---|
(비)존재하는 자연: 오토래디오그래피, 객체지향 생태미학, 정신분석학적 대안/김지훈外.중앙대 (0) | 2024.10.10 |
메타버스와 재즈의 모순 연습/최원재.경희대 (0) | 2023.08.10 |
여성 경험의 서사와 페미니스트 대항-공적 공간: 박완서와 공지영의 낙태 서사를 중심으로 /양혜원.이화여대 (0) | 2023.07.10 |
무속신화 <이공본풀이>의 서사문학적 변용과 그 의의 -고소설 <안락국전>의 소재적 원천과형성과정에 대한 고찰을 겸하여-이수자.문화재전문위원 (0) | 2023.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