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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데카르트와 화이트헤드의 창조 이론 : 자유와 이율배반의 문제 /장효진.감리교신학대

I. 도입

화이트헤드는데카르트의이론을비판적으로수용한철학자이다.

대표적으로‘개조된주관주의원리’(reformed subjectivist principle)1)가 데카르트철학에대한화이트헤드의비판적이해방식을보여준다.

1) Alfred N. Whitehead/오영환 옮김, 뺷과정과 실재뺸 (서울: 민음사, 2009), 192, 335 참조. (필요한 경우 Process and Reality의 쪽수를 약어 ‘PR’로 병기할 것이다.)

여기 서비판적이해방식은그이론을수용하고또변형한다는것을의미하기 에화이트헤드철학의연구에있어화이트헤드가데카르트철학을수용 한부분과변용한부분을정확히구분하는작업은충분한의미가있을 것이다.

그러나우리가보기에대부분의화이트헤드연구는이러한작업 을경시하고두철학간의차이를밝히는데에집중하는경향이있다.

따라서우리는먼저화이트헤드와데카르트철학사이의동질성을규명하고, 그러한 뒤에 두 철학의 차이를 다룰 것이다.

그런데우리가주목하고자하는이두철학사이의동질성은창조 이론과신정론(theodicy)2)의영역에서발견된다.

자신의형이상학체계 에신을도입하여목적론적세계상을구축한화이트헤드는자신만의 고유한창조론과신정론을제시했다.

역시자신의형이상학체계에신을 도입한데카르트도암묵적으로목적론적세계상을구축했고, 또나름의 신정론을구상했다.

이렇듯이두철학자는창조론과신정론의영역에서 적지 않은 형식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데카르트와화이트헤드는계속적창조이론을주장함과동시 에시간의계기들사이의동시각에창조의이론적자리를마련한다는 점에서동질적이다.

다음으로내용상의차이에도불구하고이두철학은 모두목적론적세계관에따라창조론을개진한다는점에서도유사하다.

마지막으로이철학들은신의작용에대한피조물의순응할자유의지를 중심으로 신정론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하지만이들의철학이형식상동질적이기만한것은아니다. 이두 철학은신의작용과피조물의순응사이에서발생하는이율배반의문제 와관련해서서로다르며, 이차이는이둘의유사성을모두가릴수있는 만큼결정적으로보이기도한다.

그렇지만이러한차이는여전히이두 철학이공유하는동질적인형식을기반으로하여이해될필요가있다.

따라서우리는두철학의차이를밝히기에앞서동질성을먼저논의함으 로써 이 두 철학의 유사성 역시 놓치지 않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2)

신학의주제인신정론은데카르트가활동했던17세기에는철학의주제이기도했다.

또화이트헤드역시신에대한개념을도입함으로써신정론을그철학안에포함했다.

II. 계속적 창조의 이론적 자리

도터 케네스와 베티 파웰은 데카르트의 형이상학이 당시 기독교 권력을중심으로하는억압적환경에의해영향을받았다고주장한다. 3)

하지만우리가이들의주장에따라데카르트의형이상학을시대적상황 의 한계를 포함한 일종의 종교적 불순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물론 데카르트는공식적으로소르본으로부터뺷성찰뺸과관련한검수를받고 자하는등친기독교행보를보이기도했지만그렇다고그러한행동이 그의형이상학을기계론철학으로부터분리‧ 제거해야할충분한이유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이러한정황은이론적검토와는별개로데카르트의형이 상학이기독교와의친밀성을공유하고있음을예상케한다.

그리고우리 는이러한예상에부합하듯, 데카르트의형이상학에서창조론4)과신정 론을발견할수있는데, 이는당시기독교가주장했던무로부터의창조 (creatio ex nihilo)와자유의지이론에따라죄의책임이창조자가아닌 피조물에 지워진다는 점에서 신학적 형식과 닮았다.5)

3) Doter Kenneth, “Science and Religion in Descartes’ Meditations,” The Thomist 37(2) (1973); Betty Powell, “Descartes’s Machines,” Proceeding of the Aristotellian Society 71 (1971) 참조.

4) 철학의 원리, I권 20절. (AT VIII, 11.)

5) 철학의원리, I권29, 31, 33, 35, 36, 37절. (AT VIII, 16-19.) 물론데카르트의철학이 당시 신학과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데카르트의철학을 살피기전에먼저당시의신학을정확히규정할수있어야만하는데17세기신학 이라는일반관념을하나로말끔하게 정리하는것은단순성의 오류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차원에서만 데카르트의 창조론과 신정론이 당시 기독교 신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우리가보기에데카르트의창조론과신정론에서핵심이되 는개념은지속(duratio)과보존(conservatio)이고, 이개념을통해데카 르트철학과화이트헤드의철학은결정적으로차이나기도하고또일치 하기도한다.

이를구체적으로살펴보면, 데카르트는뺷철학의원리뺸 1부 21절에서우리존재가지속을갖는다는사실만으로도신의존재는증명 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논증한다.

시간의본성은그것의부분들이상호의존적이지않고, 결코공존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시초에우리를생산한그원인이계속적으로우리를재생산하고보 존하지않는한우리가존재할것이라는점은따라오지않는다. 즉우 리에게는우리자신을보존할수있는힘이없다는것을쉽게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과는 다른 우리를 우리의 존재 안에 보존할 수 있는 매우 큰 능력을 지닌 존재는 자신을 존재 안에 보존할 수 있으 며, 차라리 그는자신을존재안에보존하기위해아무것도요구하지 않는다.

즉 그것은 신이다.6)

6) 철학의 원리, 1권 21절. (AT VIII, 13.)

위구절에서확인할수있는바와같이데카르트에의하면시간의 본성은소멸에있기에세계는보존원리로서의신에기반해서만시간적 으로존재할수있다.

따라서계속적창조이론에의하면신이라는보존 원리를제외하고시간의함수만으로는우리가경험하는지속의성질을 해명할수없다.

그렇다면신은시간적존재를어떠한방식으로보존하는가?

신이최초에물질의부분을창조했을때, 신은물질의부분에다양한 운동을주었고, 지금까지도신은물질을창조할때와같은방식과과 정으로 이 물질들을 보존한다.7)

신이 창조할 때 각 물질에 전달된 운동량은 신에 의해 보존된다.

그래서시간이아무리물질들의운동량을소멸시켜도물질의운동량은 신이라는보존원리를통해무화되지않는다. 물질은태초에정해진창조 의원리에따라그리고계속된신의창조에따라언제나관성-직선운동 (제1, 2 법칙)을할것이고, 물체가충돌한다고할지라도두물체사이의 운동량 변화의 총합은 보존될 것이다(제3 법칙).8)

한편운동량을보존하는신의계속적창조역시점적인시간단위들 로분석될수있다.

신은시간의계기들안에서창조하기에신의창조 역시존재와무의불연속적터전을갖기때문이다. 9)

7) 철학의 원리, 2권 36절. (AT VIII, 62.)

8) 철학의 원리, 2권 37-40절. (AT VIII, 62-65.)

9) 신의 창조 행위는 과거의 직전 계기 t¹과 현재의 계기 t² 사이에 위치해야 하고, 따라서신의창조는존재(지금)와무(직전계기) 사이의존재론적공백을가진다.

 

마치스위치를통해 한순간의껐다켜기를무한히반복하는점멸등처럼신은세상을매순간 보존하고 다시 창조하기를 반복한다.

실로, 어떠한 것이든 그것이 지속되는 매 순간 보존되기 위해서는, 그것이아직현존하지않았을경우에새롭게창조하기위해필요했던것과전적으로동일한힘과작용이필요하다는것은시간의본성 에주의를기울이는이들에게는명료하고, 그런만큼보존은개념적 으로만창조와구별된다는것역시자연의빛에의해명백한것들가 운데 하나이다.10)

여기에화이트헤드와데카르트창조이론의동질성이있다.

물론 한순간이지속의폭을내포하는지에관한차이가이두철학사이에는 존재한다.

즉데카르트는지속을순간이라는동시성에외연적인것으로 보지만화이트헤드는지속을동시성에내연적인것으로이해한다는점 에서다르다.

그러나창조의문제와관련하여한순간이지속을내포하는 지에관한문제는중요한요소가아니다.

여기에서동시성문제는하나의 시간계기t에관한것이아니라t¹과t² 사이의존재론적틈새와관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하나의순간이지속을내포하든아니든간에순간과 순간사이에존재론적틈을전제할수있다면신이자연의생성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이론적 자리로서 동시성은 주어질 수 있다.11)

10) 「제3 성찰」 (AT VII, 49.)

11) 혹자는시간의최소계기가지속의폭을내포한다는점에서화이트헤드의철학을 라이프니츠의 철학과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문에서말한바와같은이유가아니더라도라이프니츠철학에는계속적인창조 이론 자체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화이트헤드의 창조 이론과 다르다. 라이프니츠 의창조이론에서신은모든사건을미분하고, 전체사건을적분하여무한한가능 세계를 수학적으로 도출한 뒤, 그중에윤리적으로최선의 세계를 선택하여 창조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라이프니츠의 수학적 창조 이론은 합생의 초기 위상에 최초의 지향으로 매 순간 개입하는 화이트헤드식의 계속적 창조 이론과는 매우 큰 차이를보인다. 따라서화이트헤드의 창조 이론은 적어도라이프니츠의 것보 다는 데카르트의 것과 유사하다.

여기서“물리적느낌”은다른현실태에대한느낌으로정의된다.

만 일이다른현실태가자신의개념적느낌에의해객체화되고있다면, 문제 되는 주체의 물리적 느낌은 “혼성적”(混成的, hybrid)이라고 불린다.

따라서최초의위상은그합생에대하여“주어진” 우주에직 접관련되는신의개념적느낌을통한, 신에대한혼성적인물리적느 낌이다.

이로부터개념적평가(conceptual valuation)의범주, 즉범 주적 제약 IV에 따라, 그 주체에 있어서 신의 개념적 느낌의 여건과 평가를재현하는파생된개념적느낌이있게된다.

이러한개념적느 낌이앞의진술에서언급한최초의개념적지향이다. 이러한의미에 서신은각각의시간적인현실적존재의창조자라할수있다.

하지만 이러한표현은, 우주의궁극적창조성이신의의지에돌려져야한다 는것을암시하고있다는점에서오해를불러일으킬소지가있다.

진 정한 형이상학적 견해는 신이 이 창조성의 원생적 사례(aboriginal instance)이며따라서신은이창조성의활동을제약하는원생적조 건이라는것이다.

창조성을특징짓는것은현실태의기능이며, 신은 영원한 원초적 특성이다.12)

12) 과정과 실재, 448. (PR 225.)

이 인용문은 화이트헤드 철학에서 신에 의한 창조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데카르트의 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하나의 합생 (concrescence) 과정이만족(satisfaction)으로인해소멸하여자신의목 적인을상실함과동시에자기초월적주체(superject)로서작용인을획 득하는순간, 바로그순간자기초월적주체는잇따르는현실적계기들 (actual occasions)에최초의여건(initial datum)으로서13) 그리고신의 혼성적느낌으로주어진다. 14)

즉화이트헤드의합생이론에서이전계기 가만족으로종결한그합생의정보는현재계기에무매개적으로주어지 지는않는다.

이전계기의만족은신의결과적본성에의해물리적으로 파악되어신의원초적본성(primordial nature)에의한개념적파악과 종합되고, 신이우리에게최초의지향(initial aim)으로유혹하는매개적 형식에종속되기때문이다.

그리고이렇게새로운경험으로유혹하는 그순간이신의창조가위치하는시‧ 공적자리이며, 이자리는데카르트 의 창조 이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창조의 자리와 정확히 같다.

이를더세분화시켜보면, 화이트헤드는신이창조하는순간을(생성 혹은합생의일치속에있는) 지속(duration)이아닌(지속의연속으로서) 존속(endurance)의과정사이에위치시킨다.

우리가데카르트의창조 이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t¹과 t² 사이의 동시성이라는 말했던 앞의 논의를상기한다면화이트헤드와데카르트의창조이론의동질성은더 욱잘드러날것이다.

데카르트의이론에서t¹과t² 각각은모두지속의 폭을갖지않지만, 화이트헤드의현실적계기들은지속을내포한다.

그 러나이차이는지금의논의에서는중요하지않다.

지금논의에서는존속 의과정에서과거의지속/합생과현재의지속/합생사이에동시성이라 는틈이있고, 그틈이화이트헤드의사변철학에서주장하는창조이론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15)

13) 같은 책, 200. (PR 85.)

14) 합생의 위상에 관해서는 토마스 호진스키의 도식이 참조할 만하다. Thomas E. Hosinski/장왕식‧이경호옮김, 뺷화이트헤드철학풀어읽기뺸 (대구: 이문출판사, 2006), 220.

15) 그리핀은 ‘존속하는 객체들’(enduring objects)이 주체가 아닌 객체임을 분명히 하며 ‘존속하는 개체들’(enduring individual)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제안하고 있지만, 객체들의존속사이에는존재론적인틈이있다는점은무시한다. 그렇지 만더이상분석될수없는시간의극소로서지속은합생‘중인’ 하나의계기안에 포섭되어있기에지속과지속의연속으로서의존속에는불연속이내포될수밖에 없다. 한편 주디스 존슨에 의하면 일련의 현실적 계기들은 존재론적 동일성이 아닌 존재론적 차이를 갖는 만큼 이들 사이에는 불연속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David R. Griffin/이경호 옮김, 뺷화이트헤드 철학과 자연주의적 종교론뺸 (고양: 동과서, 2004), 194 ; Judith A. Jonse, Intensity (Nashville and London: Vanderbilt University Press, 1998), 54-55 참조. 물론 존스 역시 존재론적 차이를 내포하는 존속하는 현실적 계기들이 변환(transmutation)의 범주를 통해 자기-동일성을 획득하게 된다고 말함으로써 우리의 논의와는 결을 달리한다. 우리는 객체들의 불연속이 창조의 이론적 자리임을 주장하는 데 반해 존스는 객체들의 존재론적 불연속이 하나의 합생 안에서 변환을 통해 자기-동일성을 획득한다고 말하며 화이트헤드의 이론을 해설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 74-75 참조.

주체적 형식은, 완결된 주체의 “만족”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통합을추구하는주체적지향에의해규정된다. 달리말하면, 목적인 (目的因)과 원자론은 상호 연관된 철학적 원리들인 것이다.16)

16) 과정과 실재, 79-80.

위구절이의미하는바는앞서논한창조의자리를상기하면더욱 명확해진다.

목적인으로서신의창조는불연속적시간을전제하는시간 의원자론과상호연관하여철학적원리를구성한다.

즉화이트헤드에게 있어핵심적인철학적원리는신이불연속적/원자적시간의틈새에서 목적인으로서작용하고합생의주체는신의유혹에순응하여주체적지 향으로만족을최대한유보한다는점이다.

이는데카르트의주의주의적 (voluntarism) 철학원리, 즉신이매순간보존의작용인으로작용하고 피조물은오류를회피하기위해자유의지로판단을유보하고신의결정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과 형식상 동일하다.

III. 신의 작용과 피조물의 순응 도식

우리가자연의사물들에관해다룰때, 결코우리는신이나자연이사 물을창조할때품었을지도모르는의도를우리의논의에끌어들이 지않을것이고, 우리의철학에서목적인을탐구하는것을철저히배 제할것이다.

왜냐하면우리는우리가신의계획을공유할수있다고 전제하는식으로오만하지않기때문이다.

대신우리는신을모든사 물의 작용인으로 생각해야 한다.17)

데카르트스스로말하는바와같이데카르트자신은목적인이아닌 작용인에따른기계론에관한연구를더선호했다.

물론데카르트가목적 론에관한연구를하지않겠다고말한것이곧데카르트가목적론적사유 를하지않았다는것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 18)

데카르트는분명뺷성찰뺸 에서신학적형이상학을전개한바가있고,19) 신학과형이상학의터전 위에서자연학을종합했다는점에서20) 여전히목적론의영역안에서사유했다고 볼 수 있다.

17) 뺷철학의 원리뺸, 1권 28절. (AT VIII, 15-16.)

18) Richard Manning, “Spinoza’s Physical Theory” in: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ed. Edward Zalta (2012), 3. 1.

19) Stephen Gaukroger, Descartes: an Intellectual Biography (Oxford: Clarendon, 1995), 352 참조.

20) Blake D. Dutton, “Physics and Metaphysics in Descartes and Galileo,” Journal of the History of Philosophy 37 (1999): 50 참조.

뺷성찰뺸에서데카르트는기만자(decepdor) 가설을통해참의가능 성을근본부터의심해보지만, 그결과무한하게완전한신의관념은형상 적으로, 그리고탁월하게실재해야만한다는명석·판명한앎의근거를 얻게된다. 그와더불어데카르트는무한하게완전한신은기만자일수도 없다고말하는데, 그이유는“모든사기와기만은어떤결함에달려있다 는 것이 자연의 빛에 의해 명백하기 때문이다.”21)

데카르트가기만자가설을스스로논파하는과정에서흥미로운점 은 그가 모든 사기와 기만을 어떤 결함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것을의심해본결과오직무한하게완전한신의존재만을앎으로 획득한순간, 데카르트는기만에대한가치판단을전제로신의특성마저 규정한다.

미래의데카르트는뺷철학의원리뺸에서목적론적으로사유하 지않겠다고말하겠지만그는이미뺷성찰뺸에서일종의목적론적사유를 전제로하고있는데, 이전제를통해데카르트는“무한하게완전한신은 존재해야만한다”라는존재론적명제를은근슬쩍“무한하게완전한신 은기만할수없다”라는도덕적당위명제로바꿀수있게된다. 22)

21) 「제3 성찰」 (AT VIII, 52.)

22) ‘완전’이 결함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기만이 결함인 것은 아니다. 기만이 결함이 되기 위해서는 ‘정직=완전’이라는 일종의 목적론적 사유 를 전제해야 한다.

따라서 기만하지않는신은우리의인식을기만하지않으며, 또윤리적측면에서 도우리를기만하지않는다.

이렇게데카르트의신은자연학적으로는 보존, 인식론적으로는 참, 윤리학적으로는 선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데카르트의창조이론은보존이라는자연학적차원을넘어인식론적, 윤리적문제로확장될수있다.

즉신은참되고선한방식으로세계를 매 순간 보존하고 창조한다.

이제우리는데카르트의철학과관련하여신정론의문제역시제기 할수있다.

신이윤리적인방식으로매순간세계를창조한다면세계에는 왜오류와악이존재하는가?

이에관해데카르트는우리에게자유의지가 있기때문이라고대답한다.

우리가자유의지를통해신의참되고선한 의지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와 악이 발생한다.

한편화이트헤드의목적론이전통적인선·악이론과다르다는점은 잘 알려져 있다.

화이트헤드 철학에서 신은 이성적 가치 판단에 따른 선으로우리에게명령하기보다는새로움의더큰강도에대한느낌을 위해유혹한다.

화이트헤드는‘느낌을위한유혹’(lure for feeling)을설명 하기 위해 다음 구절을 직접 인용한다.23)

영원한객체간의관계가현실적계기간의상호관계를초월한범위 에서실현되는것이야말로영원한객체간의관계의전영역이각각 의계기에파악된다(prehends)는것을말한다. 나는이분단적실현 을, 각계기가자신의종합태속에파악하는“등급화된직시”(graded envisagement)라고 부른다. 이 등급화된 직시는 현실적인 것이 (어 떤의미에서) 비존재인것을자신의성립형태에기여하는적극적인 인자(因子)로서 포함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오류나 진리 또는 예술 이나윤리및종교등의원천이다. 그것으로말미암아사실은양자택 일에 직면하게 된다.24)

23) 과정과 실재, 387.

24) Alfred N. Whitehead/오영환 옮김, 과학과 근대 세계 (파주: 서광사, 2008), 288.

위인용과같이, 화이트헤드는데카르트가덕을따르는고매함이나 올바른겸손을함양하여정념에대한지성과의지의우위를주장하며25) 다소단순한목적론을주장하는것에반해매우복잡한목적론도식을 제안한다.

25) AT XI, 445-456; 488 참조.

먼저 느낌을 위한 유혹은 신의 원초적 본성에 의한 개념적 파악을전제로하는데, 신의개념적파악은유형론에입각한다층적인 영역에서모든영원한객체들을대비한다.

신은현실적계기를초월하여 영원한객체들을실현하는데, 이러한일종의시뮬레이션을거쳐아직 실현되지않은순수한가능태의영역으로까지우리를유혹한다.

이렇듯 화이트헤드의철학에서최고의가치는새로움의향유이며이는오류와 진리의 기준을 바꾸고, 또 예술과 윤리, 종교의 원천을 제공한다.

하지만위인용에서우리가더욱주목하고싶은점은“양자택일에 직면”한다는마지막문장에있다.

신의느낌을위한유혹은우리를양자 택일의순간으로내몬다.

우리의주체적지향은신에의한최초의지향에 순응할 수도 있고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며기존의만족을반복할수도 있다.

따라서화이트헤드의신정론에서도상황은데카르트의것과동질 적인데, 문제가결국신의 창조 행위에 피조물의 순응 여부로환원되기 때문이다. 물론화이트헤드의신정론은더이상신이선하다면세상에왜악이 존재하는지를묻지않는다. 화이트헤드의철학에서결국시간적소멸로 귀착되는악은신조차어찌할수없는필연적사실로서남게되기때문이 다.

오히려화이트헤드의신정론은다음의질문과관련된다.

“신이새로운느낌으로우리를매순간유혹하고있음에도세상이점점더경직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의 관심은 두 신정론 간의 구체적 내용 차이가 아닌 이 둘의형식적동질성을찾는데에있다.

따라서적어도지금우리의논의에 있어‘선’과‘새로움’이라는내용적차이는지엽적이다.

그보다이두이론 에서 모두 신은 매 순간 작용하고 우리는 그에 순응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신의작용에순응하지않을때신정론의문제가발생하고역으로 신정론의문제는신의작용에우리가순응하지않는다는점을전제로 한다는 것이 우리 논의의 핵심이다.

IV. 미학적 자유와 이율배반의 문제

이상에서다룬데카르트철학과화이트헤드철학의동질성을기반 으로하여이제두철학의차이를살펴보면, 먼저이두철학은자유에 대해서로다른관점을취하는것을보게된다.

물론이들모두자유란 하나의주체가행하는양자택일의선택을의미한다는점에서동질적이 지만더세부적으로자유개념을분석하면이둘사이에작지않은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카르트철학에서자유는비결정성(indiffenetia) 개념을전제로 하는선택의자유(arbitrii libertas)를의미한다.

그리고데카르트의구분 에따르면신의자유26)는비결정성을내포하지않지만27) 인간의자유는 ① 비결정성그자체로서자유의지, ② 비결정성의감소로서결정된자유 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규정된다.

26) 데카르트는 신학적 논쟁으로 향할 것을 우려하여 신의 자유보다는 인간의 자유 문제를 규정하는 데 집중한다. Lawrence Nolan, ed., The Cambridge Descartes Lexic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 302 참조.

27) 그렇지만 신은 비결정성을 가지고 있는데, 신의 비결정성은 단지 신도 결정을 한다는 것, 따라서 결정하지 않은 상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는 인간과 같이 참과 선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리로서의 비결정성과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AT VII, 431-432 참조.

신의자유가비결정성을갖지않는이유는신은어떠한것이선이기 때문에그것을행하는것이아니라신이원하고결정했기때문에그것이 선이될수있다는데에있다.

즉신을판단유보하고비결정의상태에 있게하는신보다더선행하는참과선의기준은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반면인간의자유와관련해서는상황이이와다른데, 데카르트는① 아르 케실라오스의신아카데미아학파의전통을따라28)

파악에대한‘동의유 보’ (epochē)를비결정적인자유그자체로이해하고, ② 스토아학파의 전통을따라파악에관한동의(adsensio) 혹은승인(approbatio)29)이라 는 형식으로 결정을 한 상태를 진정한 자유로 본다.

28) Diogenes Laertius, Lives of Eminent Philosophers, edited by Tiziano Dorandi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318-329 참조. (국역: 김주일‧김인 곤‧김재홍‧이정호옮김, 뺷유명한철학자들의생애와사상1뺸 (파주: 나남, 2021), 357-370.)

29) 이 두 개념은 모두 하나의 헬라어‘synkatathēsis’의 라틴어 번역어이다. Marcus Tullius Cicero/양호영 옮김, 아카데미아 학파(파주: 아카넷, 2021), 78 참조.

데카르트에게②가진정한자유인이유는①이오류와악의가능성 을내포하기때문이고, 따라서세상에악이존재하는이유는비결정적인 자유의지에그자체에있다.

반면신의명령에대해동의하고승인하는 결정, 즉 신의 명령에 대한 순응으로서의 결정은 진정한 자유이며 그 자체로 선이다.

반면화이트헤드의경우자유와결정성의문제가범주적차원에서 다음과같이정식화되는데, 여기서상황은데카르트의경우와는전혀 다르다.

화이트헤드에게자유란현재의현실적계기가스스로내릴수 있는결단(decision)의가능성그자체이지만, 이는데카르트가말하는 비결정성으로서의자유의지가아니다.

화이트헤드철학에서주체의자 유는곧주체적지향(subjective aim)으로서이는기본적으로자기초월 적주체들의내적결정에의해인과적으로결정된상태이므로데카르트 의 자유의지와는 같은 개념일 수가 없다.

자유와 결정성Freedom and Determination의 범주. 개개의 개체적인 현실적 존재의합생은내적으로결정되어있으되외적으로는자유롭다. 이 범주는다음의정식으로압축될수있다. 즉개개의합생에있어결정 가능한것은무엇이든지결정되지만, 거기에는그합생의자기초월 적주체의결단에맡겨지는것이언제나남아있다는것이다. 이자기 초월적주체는그종합에있어서의우주이며, 그것너머에는아무것 도존재하지않는다. 여기서최종적으로내려지는결단은, 그전체의 통일체가그자신의내적결정에대하여나타내는반작용이다. 이반 작용은 정서, 이해, 목적의 최종적인 수정이다.30)

30) 과정과 실재 95. (PR 27-28.)

이구절에따르면하나의현실적계기들은합생에있어이미결정되 어있지만, 내적결정에대한반작용으로서자신의목적을최종적으로 수정한다는측면에서자유롭다.

그렇다면현실적계기들은이전계기들 에순응하는결단을내릴때부자유한경향이있고, 그것을거부할때 더큰자유를누린다고볼수있을것이다.

그런데앞서이야기한것처럼 하나의합생주체에게는이미초기위상에서최초의지향이주어진다. 따라서신의결정으로주어진최초의지향조차한주체에있어자유의 요소가 아닌 결정의 요소가 된다.

이상의논의가의미하는바는화이트헤드에게있어진정한자유란 최초의지향즉신의유혹마저거부할수있다는점이다. 이렇듯화이트헤 드에게있어서자유가신을포함한모든계기의결정에대한반동이라면, 화이트헤드가말하는자유는도덕과윤리에선행하고, 또반동자체로서 자유로운주체는순전히자신의반동그자체만을음미한다는측면에서 순수 미학적(aesthetic)이다.31)

사물의궁극적자유는저갈릴레오가속삭였던−“그래도지구는움 직인다”(E pur si muove)라는− 바로그자유이다.

그것은종교재판 관에게는부당하게사고할수있는자유였고, 갈릴레오에게는정당 하게사고할수있는자유였으며, 지구에게는갈릴레오나종교재판 관의 생각에 구애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그러한 자유였다.32)

31) 조경진, “화이트헤드철학의미학적정립문제,” 「미학예술학연구」 제61집(2020), 133-134.

32) 과정과 실재 134. (PR 47.) 하지만 화이트헤드는 뺷관념의 모험뺸에서 이와는 다른자유에관해논하고있다. 다만우리가보기에뺷과정과실재뺸에서화이트헤 드는자유에관해이론적으로첨예하게분석하는데에반해뺷관념의모험뺸에서는 자유를폭넓게적용하며상식적으로논의한다는측면에서전자의논의가후자에 우선한다. 따라서자유가신의“최상의통찰에자신의번성을자유롭게순응시키 는 영혼에 귀속된다”(뺷관념의 모험뺸, 135)라는 식의 이해는 화이트헤드와의 대화가 그러하듯 과정과 실재의 논의에 후속한다는 점에서 모순되지 않는다. 부연하면, 뺷과정과실재뺸에서 논의되고 있는바는 최상의 강도로서자유는 모든 도덕·윤리를 넘어선다는 점인 데 반해뺷관념의 모험뺸에서는 이론상최상의 자유 가아닌도덕과윤리를모두포함한우리가실증적으로경험하는자유라는점에서 차이가 있다. 3

화이트헤드는한대화에서정태적종교33)를사상의죽음이라고경 고했지만,34) 자유의의미그자체에관해서는정태적종교의전형으로 보이는종교재판관의행위조차, 즉정신을죽이는행위조차궁극의자유 로규정할수밖에없다.

사실이는매우상식적인주장인데, 자유란그 자체로비결정일수밖에없기때문이다.

화이트헤드의자유는아마도 주체를키르케고르가말하는독단자의자리35)에세우는지도모른다.

하지만화이트헤드가말하는높은등급의자유는키르케고르가말하는 독단자의신에대한순종으로서의자유와는결이다르다.

키르케고르에 게자유는모든도덕과윤리를넘어서있음에도신의뜻에따른다는종교 적 형식을 띠고 있지만, 화이트헤드에게 자유는 모든 것을 넘어 오직 자신의합생그자체를음미하고신을포함한우주의전(全) 결정을미학 적으로 재조정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36)

33) 여기에서정태적종교의개념은아마도베르그송에게서빌려왔을것이다. Henry Bergson/박종원 옮김, 뺷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뺸 (파주: 아카넷, 2015), 2장 참조.

34) Alfred N. Whitehead/Recorded by Lucien Price, 오영환 옮김, 뺷화이트헤드와의 대화뺸 (서울: 궁리, 2006), 499-500.

35) Søren Aabye Kierkegaard/임규정옮김, 뺷두려움과떨림: 변증법적서정시뺸 (서울: 지만지, 2014) 참조. 36) 장왕식, “미학적 우주와 목적론: 화이트헤드와 칸트,” 「화이트헤드연구」 제32권 (2016): 71 참조.

이렇게보면, 화이트헤드가말하는높은등급의자유란데카르트가 말하는비결정으로서의자유의지와닮은것같아도사실은그렇지않다는점이드러난다.

데카르트철학에서는추상적으로(혹은권리적으로) 순수비결정의자유의지가주어지고신의명령에순종하는진정한자유 는이념적으로추구되는데에반해, 화이트헤드철학에서는경험적으로 (혹은사실적으로) 이전계기의결정들이주어지고신의명령조차거부 할수있는미학적자유가경험상에서(혹은사실에서) 도출된다는점에 서확연히구분되기때문이다.

그리고이상을정리하면다음과같은도식 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식 1

데카르트 (추상 ‧ 이념) 화이트헤드 (경험 ‧ 사실)

낮은 등급의 자유 순수 비결정된 자유의지 주어진 결정 속에서 비결정된 자유

높은 등급의 자유 신에 순종하는 결정으로 서 자유 신에 순종하는(혹은 하지 않 는) 결정으로서 자유

(도덕 ‧ 윤리적) (미학적)

이도식에서보여주는화이트헤드의자유에관련하여문창옥은다 음과 같이 정리한 바가 있다.

합생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차이화가 전적으로 주체적 지향에 이끌 리는것이라면, 그래서생성하는계기에게주체적지향에근거한결 단만이 가능하다면 불가예측적 차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주체가향유하는모든결단은신이자신의주체적지향에따 라분배하는최초의지향에따르는것이며, 따라서예정된것이라고 할수있기때문이다.

그것은주체의자율적결단이라기보다신의의 지에따르는수동적결단이라고해야할것이다. 그리고그렇다면여 기서자율은허상이다. 더욱이주체의자율이모두이런것이라면우 주는신의기획에따르는예정조화된우주일것이다. …… 그러나화 이트헤드는 보다 급진적인 차이의 생산 기제를 설정함으로써 자신 의합리적기획자체를열린과제로간주하고있다. 앞서언급했듯이 그것은신에게서파생된“최초의지향을수정하는현실적계기의결 단”(PR 47)이다.37)

37) 같은 곳.

즉데카르트의경우가그렇듯, 화이트헤드철학에서진정한새로움 과차이, 자유가신의유혹에근거하고, 또우리가그에순응함으로써 발현하는것이라면세계는이미신의결단으로조정되어있을것이다.

하지만화이트헤드에게진정한자유는신에의한예정조화가아닌, 신의 결단조차부정적으로파악할수있는현실적계기들의능력에귀속된다.

따라서화이트헤드에게있어우주에서발생하는차이, 새로움, 곧자유 의강도는각현실적계기들이행하는부정적파악의함수로이해된다.

그런데여기에서데카르트철학에는없던이율배반(antinomy)의 문제가화이트헤드의철학에개입하는것같다.

이율배반이란하나의 명제에두개의법칙이공존함으로써긍정과부정이모두가능하고, 따라 서그명제자체가무의미해짐을의미하는데, 38) 수직적인방식으로신과 세계를다루는데카르트와달리수평적방식으로이를다루는화이트헤 드의 철학은 이율배반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38) Immanuel Kant/백종현옮김, 뺷실천이성비판뺸 (서울: 아카넷, 2010), 236-241 참조.

데카르트철학에서인간은선험적으로비결정적자유를, 신은결정적자유를갖는다.

그리고인간의의지가신의결정에일치하는정도에 따라자유의강도역시커지게되는데, 이때자유의강도는도덕‧ 윤리적 판단기준을따른다.

물론인간이모든도덕‧ 윤리의문제를하나의도식으 로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우리는 데카르트의철학도식에서나의판단이신의결정에순종하는것인지 아닌지를도덕‧ 윤리적으로성찰할수는있다.

다시말해나의판단은 ‘인간의최소자유=1’에서‘신의최대자유=100’ 사이어딘가에정확히 위치할것이고, 우리가인식론적성찰을통해‘참’을명석‧ 판명하게인식 할 수 있듯이 윤리적 성찰을 통해 ‘선’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꼭 그만큼 나의 판단은 신의 명령에 순종한 것이며 따라서 꼭 그만큼 자유로울 것이다.

하지만화이트헤드의철학에서상황은이와같지않다. 물론화이트 헤드철학에서신은단수로서의현실적존재(actual entity)로규정되고, 그외모두는복수로서의현실적존재들(actual entities)로규정되기에 데카르트처럼존재론적위계를갖는다고볼수도있다.

그리고만일상황 이이와같다면, 화이트헤드의철학에서한주체의결단이향유하는자유 의강도는‘계기의최소자유=1’과‘신의유혹=100’ 사이어딘가로고정할 수있을지도모른다.

하지만문제는신을포함한모든현실적존재들이 추구하는바가다름아닌새로움의강도라는데에서발생하는데, 인간은 도덕과윤리에관한학문은소유할지언정새로움에관해서는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우리는여기에서새로움의느낌에관한미학적가치판단을 제시할수있을것인데, 그렇다고해도이율배반의문제는사라지지않는 다.

미학의주제로서새로움의강도, 새로움의느낌은순수질에속하는 것으로서그것을측정하기위해양으로변환할지라도새로움에대한 느낌은언제나측정될수없는질을남겨둘것이기때문이다.39)

그리고 이렇게새로움에대한질적인느낌이측정을본성상넘어서는것이라면 우리는한주체의결단에서그주체에귀속되는자유의분량과신에귀속 되는 유혹의 분량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40)

39) Henry Bergson/최화옮김, 뺷의식에직접주어진것들에관한시론뺸 (서울: 아카넷, 2011), 1장 참조.

40) 윤자정은 화이트헤드 철학에서 체계적인 미학 사상을 발견할 수 없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화이트헤드의미학이나름의다양한기준을갖고체계적으로이해 될수도있음을보인다. 윤자정이제시하는미학적판단기준은‘중요성의범주들’ (categories of importance)에 속한 조화로운 개별성, 지속, 새로움, 대비, 깊이, 생동성이 있고, 또 가치 판단의 경우 저급미, 살아남기, 자유, 도덕적 선, 이해, 신성함, 진리, 고급미, 모험, 문명, 평화가있다. 그런데우리논의와관련해문제는 한 주체의 질적 가치 판단과 그에 따른 결단에 신과 합생 주체라는 두 주체가 개입함으로써이율배반이발생한다는것에 있다. 즉 이 복잡한 미학적기준들에 따라 하나의 결단이 발생했다고 할 때, 그 결단은 신의 결단에 순응한 것인지 주체 고유의자유에속하는것인지를 우리는경험적으로 전혀 판단할 수없다는 데에있다. 윤자정, “화이트헤드의미학적관점: “중요성의범주” 및“가치유형들” 을 중심으로,” 「美學」 제46권 (2006) 참조.

정리하면화이트헤드의철학에서이율배반은하나의질적경험에 두주체를놓기때문에발생한다.

그런데우리가앞에서다루었던것처럼 데카르트역시화이트헤드와동질적인신-인관계를전제하고하나의 결정에두주체를끼워넣지만, 데카르트의철학은이율배반에빠지지 않는다.

이유는데카르트가도덕과윤리라는더욱양적인개념에근거하 여두주체의결정에등급을매긴다는데있다.

반면화이트헤드철학에서 미학은데카르트철학에서도덕과윤리가수행하는바로그양화작업을 수행할 수 없기에 이율배반의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결정과자유의문제에서발생하는이율배반이화이트헤드철학의 결함은 아닌 것 같다.

다음의 인용을 보면 오히려 화이트헤드 스스로가자신의철학안에이와같은이율배반의문제가있음을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신은항구적이고세계는유동적이라고말하는것은, 세계는항구적 이고신은유동적이라고말하는것과마찬가지로참이다. 신은일자 (一者)이고 세계는 다자(多者)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는 일자이고 신은다자라고말하는것과마찬가지로참이다. 세계와비교할때신 이탁월하게현실적이라고말하는것은, 신과비교할때세계가탁월 하게현실적이라고말하는것과마찬가지로참이다. 세계가신에내 재한다고말하는것은신이세계에내재한다고말하는것과마찬가 지로참이다.

신이세계를초월한다고말하는것은세계가신을초월 한다고말하는것과마찬가지로참이다. 신이세계를창조한다고말 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 다.41)

41) 과정과 실재, 658. (PR 348.)

위인용은정확히신의결정과현실적계기들의결정사이에발생하 는이율배반을드러낸다.

그런데흥미로운사실은화이트헤드본인이 신과세계의이율배반을전혀해소하려고하지않는다는점이다.

그리고 우리가보기에바로이지점이화이트헤드의철학과데카르트의철학 사이에결정적인차이가발생하는곳이다.

화이트헤드는데카르트처럼 신-인관계의이율배반을해소하기는커녕그것을‘대비’(contrast)의개념으로변용‧ 허용함으로써신과세계가서로를창조한다는과정철학 고유의 창조 이론을 제안할 수 있었다.

아마도과정신학이화이트헤드의철학을빌려기독교신을재해석 하고, 또악의문제를해명하고자할때핵심적으로기대고있는사유는 이율배반적인혹은대비로서의신관념일것이다.42)

42) John B. Cobb & David R. Griffin/류기종 옮김, 뺷과정신학뺸 (서울: 황소와소나무, 2002), 9장; Nicholas Rescher/장왕식 옮김, 뺷과정형이상학과 화이트헤드뺸 (대구: 이문출판사, 2010), 245-249; Lewis S. Ford/정승태 옮김, 뺷설득하시는 하나님뺸 (서울: 누가, 2008), 104; 장왕식, “악의 실재성에 대한 과정신학적 이해,” 「화이트 헤드 연구」 제19집 (2009), 153-165; 이경호, “화이트헤드의 과정 철학에서 신과 형이상학적 원리들,” 「화이트헤드 연구」 제35집 (2017), 93; 손호현, “아름다움의 모험: 화이트헤드의세가지신정론분석,”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제43집(2006), 213-215 참조.

이율배반과대비 개념을통해신은세계가되고세계도곧신이된다.

신이세계를창조하고 세계도신을창조한다.

신은세계를최상의느낌으로유혹하고세계도 신을최상의느낌으로인도한다. 신이새로우면세계도새롭다.

세계가 경직되면신도경직된다.

신이기쁘면세계도기쁘고세계가고통스러우 면신도고통스럽다.

우리의아픔을공감하는신이라는그유명한과정신 학의 테제는 이와 다른 것이 아니다.

V. 결론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데카르트와 화이트헤드는 모두 신의 계속적창조를주장하고또창조의이론적자리를불연속적시간단위 사이에둔다는점에서동질성을갖는다.

그리고이두철학은모두목적론 적전망을담고있으며신의작용과피조물의반작용을도식화한다는 점에서동질적이다.

하지만데카르트가추상적인비결정성을전제로 하는자유의지개념을긍정하는반면화이트헤드는그렇지않다는점에 서, 또데카르트가신의결정에순응하는것을최상의자유로이해하는 데반해화이트헤드는신의명령조차거부할수있는것을최상의자유로 이해한다는점에서다르다.

나아가데카르트는신-인관계사이의이율 배반을도덕‧ 윤리의문제로해결하는데반해화이트헤드의미학은이율 배반을허용한다는점에서다르고, 결국이차이는화이트헤드가신이라 는고전적개념을자기철학에수용하고있음에도그의이론을근대철학 이아닌현대철학으로분류할수있게끔하는결정적이유를제공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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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화이트헤드와 데카르트는 모두 신의 계속적 창조를 주장하고, 신의 창 조가 과거와 현재의 계기 사이에 있는 존재론적 틈새 혹은 동시성에 위 치한다고 보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또 신은 세계를 향해 명령/유혹한다 는점에서그리고세계는신의명령에순응한다는점에서도동질적이다.

반면 데카르트와 화이트헤드의 자유 이론은 서로 매우 이질적이다.

먼 저 데카르트는 순수한 비결정성을 추상하여 그것을 주체의 자유의지로 규정하지만, 화이트헤드는 하나의 주체는 이미 물리적으로 결정되어 있 다고 본다.

또 데카르트는 신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을 더높은등급의 자 유로 이해하지만, 화이트헤드는 신의 유혹조차 부정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체의 고유한 결단을 진정한 자유로 이해한다.

더 나아가 데카르 트의 창조 이론이 윤리학에 기반하는 데 반해 화이트헤드는 미학에 기 초한다는 점에서 이 두 철학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양적인 분석이 더 용이한 윤리학은 신의 명령과 주체의 판단 사이의 정도 차이를 규정할 수 있지만 고유한 질적 느낌을 대상으로 하는 미학은 신의 유혹과 주체 의 판단 사이에 정도 차이를 규명할 수 없다.

따라서 신-인 관계와 자유 의 문제에 있어 데카르트의 철학은 나름의 위계질서를 구축하여 이율배 반에 빠지지 않지만,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이율배반에 빠진다.

즉 한 주체의 결단이 신의 유혹을 긍정한 것인지 부정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그의 철학에는 부재한다.

하지만 이는 화이트헤드 철학의 결함이 아닌 고유한 특성을 조성한다.

신과 세계의 이율배반을 통해 신 과 세계가 상호 공존하는 역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 설적 신관은 과정신학에 그대로 수용된다.

주제어‖ 데카르트, 화이트헤드, 창조론, 신정론, 지속, 존속, 자유, 자유의지

Abstract

Descartes and Whitehead’s Creationism: Problems of Freedom and Antinomy

Jang, Hyojin( Visiting Professor Methodist Theological University Seoul, Korea )

Whitehead and Descartes are homogeneous in that they both claim God’s continuous creation and see God’s creation as being located in an ontological gap or simultaneity between past and present moments. Also, God is homogeneous in that he commands/tempts the world, and the world obeys God’s commands. On the other hand, Descartes’ and Whitehead’s theories of freedom are very different from each other. First, Descartes abstracts pure indeterminacy and defines it as the subject’s free will, but Whitehead believes that a subject is already physically determined. Also, while Descartes understands obedience to God’s commands as a higher level of freedom, Whitehead understands the subject’s unique decision to perceive even God’s temptation negatively as true freedom. Furthermore, these two philosophies are crucially different in that Descartes’ theory of creation is based on ethics, whereas Whitehead’s is based on aesthetics. Ethics, which is easier to analyze quantitatively, can define the degree difference between God’s command and the subject’s judgment, but aesthetics, which targets unique qualitative feelings, cannot determine the degree difference between God’s temptation and the subject’s judgment. Therefore, in matters of God-human relationship and freedom, Descartes’s philosophy does not fall into antinomies by establishing its own hierarchy, but Whitehead’s philosophy falls into antinomies. In other words, the standard by which one can judge whether a subject’s decision affirms or denies God’s temptation is absent in his philosophy. However, this is not a flaw in Whitehead’s philosophy, but creates a unique characteristic. This is because the paradox of God and the world coexisting through the antinomy of God and the world arises. And this paradoxical view of God is accepted as is in process theology.

Keywords ‖ Descartes, Whitehead, creationism, theodicy, duration, endurance, freedom, free will ∙

투고접수일: 2023년 11월 01일 ∙ 심사(수정)일: 2023년 11월 18일 ∙ 게재확정일: 2023년 11월 30일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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