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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동학 ․ 천도교의 의미: ‘조선근대철학의 시작과 종결’이라는 은유/박민철.건국대

1.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와 동학 ․ 천도교

‘북한철학의 이해’는 연구자들에게 일종의 도약을 요구한다.

신성시되는 통치자의 교시를 이론적 으로 체계화한 주체사상이 다른 철학사상의 해석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에 따라 수행된 연구들이 북한 철학문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그 이해의 길에 놓인 거대한 걸림돌이 다.

그런데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이러한 조건들에 대해선 일단 ‘괄호(epoche)’를 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현실조건들이 북한의 철학사상 연구 및 그 수준을 해석하는 데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다.

이를테면 남북 학술계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온 서로 다른 사상체계와 방법론이 존재하고 있으 며, 더군다나 남북의 적대적인 이념지향 속에서 각자의 철학연구가 개별적이고 단절적으로 진행됨 으로써 이 둘은 단순한 이질성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조건을 과도하게 확장시 켜 남북 철학연구의 공존가능성을 부정하고 남북 철학연구의 소통불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해방80년을 목전에 둔 오늘날 앞 서 말한 각각의 한계 조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라는 이중의 물음에 직면했다.

실상 그 동안 북한철학에 대한 연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동시에 북한 철학계에서 보 편타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학문적인 연구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 제기 또한 중단 된 적이 없었다.

이 의문의 한쪽에는 북한철학이 통치 이데올로기의 절대적인 규정력으로 인해 학문 적 객관성과 보편성을 상실해 버렸다는 비관적 평가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면, 다른 한쪽에는 그러한 제한성을 염두에 둘지라도 북한 철학계의 자체적인 전개 역시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 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양분된 시각 속에서 선택은 오롯이 철학연구자들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물 론 북한 철학계의 ‘경직성’ 내지 ‘자의성’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 한의 철학연구에 대한 내재적 해석과 순환적 평가1)는 한국의 철학연구자들에게 주어진 숙제와 같다.

1) 송두율은 남북의 연대와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방법론으로 ‘내재적 해석과 해석학적 순환’을 제안한 바 있었다. 단적으로 전자는 선험적으로 구성된 가치체계를 절대화해서 타자를 해석하지 말고 타자의 본질을 통해 타자를 이해하는 논리(송두율,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한겨레신문사, 1995, 242쪽)이며, 후자 는 이를 통해 엄격한 자기비판 역시 수행하면서 엄밀한 타자 비판과 상호연대를 추진하자는 논리(송두율, 경 계인의 사색, 한겨레신문사, 2002, 104-105쪽)였다

북한철학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지언정 분단 76년에 비교할 수 없는, 오랜 기간 공유했던 문화 와 언어 그리고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환경으로부터 마련된 철학함의 주제와 방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낯설고도 낯선’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여전히 북한철학의 이해에 도달 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높고 경로는 더더욱 어둡기만 하다.

이때 북한 조선철학 연구는 이러한 낯선 당혹감 속에서도 그마나 북한철학의 이해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가 된다.2)

북한의 조 선철학 연구는 다른 철학사상에 비해 이데올로기적 연구로부터 상대적으로 비껴나 있으면서도 가 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연구 분야였다.

여기에는 우선 조선철학사의 발전경로가 결국 주체철학을 정 점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만큼이나 우리 고유의 사유체계로 향하는 북한 철학계의 학문적 관심 역시 매우 컸다는 이유도 존재한다.

실제로도 조선철학 연구에 대한 북한철학계의 관심 은 지속적이고도 강렬했다.3)

2) 이와 관련해서 선구적인 연구들이 존재한다. 이 연구들은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를 우리의 반성적인 성찰점으 로서 위치시키거나 우리철학의 온전함과 총체성을 회복하는 계기로서 사유하길 제안했다. 이준모, 「북한의 조선철학사 서술의 특징과 문제점」, 철학연구 제23집, 철학연구회, 1988; 성태용, 「조선철학사의 史實 性 문제」, 철학연구 제23집, 철학연구회, 1988; 선우현, 「민족통일과 북한철학 연구의 의미」, 인문학연구 제4호,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00; 임원빈, 「남북한의 실학사상에 관한 연구현황과 전망」, 강원문화연 구 제21권,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2002; 이기용, 「남북한의 유학사상에 관한 연구현황과 전망」, 동양 철학 제18집, 한국동양철학회, 2002

3) 전미영. 2006. 「북한의 철학연구 동향 및특성-학술지 분석을 중심으로」. 철학사상 제23권. 서울대학교 철학 사상연구소. 214-216쪽; 박민철, 「2000년대 이후 북한철학계의 연구경향과 그 특징: 철학연구(2000-2016) 을 중심으로」, 민족문화연구 제83호,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9, 626-627쪽; 박민철, 「‘조선철학’ 대 ‘한국철학’: ‘북’의 조선철학 연구 특징과 남북철학의 공동연구 가능성」, 시대와 철학 제30권 3호, 한국 철학사상연구회, 2019, 64-65쪽.

 

북한철학계에서 조선철학사 서술은 매우 ‘특이’하다. 이때 ‘특이함’이란 철학사 서술에 있어서 신 성화된 통치자의 강령적 지침이 완벽하게 개입하는 당혹감과, 그러한 원칙에 따라 철학적 사유들의 역사적 변화발전이 기계적으로 정리되는 명쾌함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상황적 표현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애매모호한 자리에서 한국의 북한철학 연구자들이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 런데 이때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 중에서도 동학․ 천도교는 중요한 방법론적 경로를 제공한다.

동학․ 천도교가 한반도에서 발생한 독특한 철학사상이라는 점, 일제강점기를 거쳐 분단 이후에도 남북 모 두에서 여전히 전승․ 유지되고 있는 민족종교라는 점, 동학․ 천도교에 대한 연구가 남북에서 현재까 지 진행․ 축적되어 왔다는 점은 북한 철학연구의 응축된 한 장면을 검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넘어, 향후 남북철학의 공동연구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단적으로 이 연구의 목적은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있어서 ‘조선근대철학의 시작과 종결’로 규정되는 동학․ 천도교의 의미와 위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 해 이하에서는 우선 북한 조선철학사 서술의 방법론적 강령과 그에 따른 동학․ 천도교의 위치를 확 인할 것이다.

이 속에서 북한 철학연구의 근본지향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동학․ 천도 교에 대한 ‘조선근대철학의 시작과 종결’이라는 은유가 어떻게 기획되었으며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논리들이 보충되거나 반대로 소거되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특히 동학 ․ 천도교를 거쳐 신인철학으로 집약되는 조선근대철학사의 특징을 검토할 것이다.

끝으로 남북 철학연구의 공존을 위한 방안들을 시론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여야 할 점은 이 연구의 분석대상과 관련된 다.

현재 북한의 철학책들은 자료도 많지 않을뿐더러 ‘특수자료’라는 규정 아래 특정 장소, 시간, 방 식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글은 국내에서 입수가능하며 전문 철학학술지로 대표 성을 갖는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1993-2022)와 철학, 사회정치학연구(1987-2020) 에 실린 동학․ 천도교 관련글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철학연구자들이 집 필한 동학․ 천도교 관련 주요 단행본 역시 분석대상에 포함시켰다.

2. 북한 조선철학사 서술의 방법론적 강령과 동학 ․ 천도교의 위치

북한 조선철학사 서술의 방법론적 강령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글은 「조선철학사연구의 강령적 지 침을 마련하여 주신 불멸의 업적」으로 판단된다.

이 글은 2002년의 글4) 이후 국내에서 입수가능한 조선철학사 관련북한 통치자의 강조를 설명한 최초의 글이다. 글의 제목처럼북한 조선철학사 연구 에는 절대화된 강령적 지침이 존재한다.

그런데‘강령적 지침’이라는 말을 제외한다면 이 글은 북한 철학계에서 조선철학사 연구가 갖는 현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민족 의 철학사를 과학적으로 연구체계화”5)하는 것은 북한의 철학연구자들한테 있어 자신들에게 부여 된 신성한 학문적 임무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동양에 철학이 없고 단지 윤리사상 내지 종 교만이 있었다는 유럽중심주의적 태도가 비판되며, 조선에 철학이 없었다는 과거 사대주의자와 교 조주의자들의 의견들 역시 차례로 비판된다.

동서양의 철학사적 ‘동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북한철 학계의 전략은 투박하지만 그것 자체로 투철하다.

마침내 조선철학사 연구의 핵심은 “우리나라에 철학사상발전의 합법칙성”6)을 밝히는 것으로 집약된다.

4) 정성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는 조선철학사 연구의 진로를 명시하신 위대한 스승이시다」, 사회과학원 학 보 루계 제33호, 사회과학원출판사, 2002, 27-30쪽.

5) 김영철, 「조선철학사연구의 강령적 지침을 마련하여 주신 불멸의 업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4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8, 17쪽.

6) 김영철, 「조선철학사연구의 강령적 지침을 마련하여 주신 불멸의 업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4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8, 17쪽.

이는 주체철학을 제외한 모든 철학사상이 진보성과 제한성의 양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에 역사적 변천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지양된다는 단순논리이자,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를 지배하는 방법론적 강령이었다.

‘주체철학’이 증명하듯북한학술계에서 철학 및 철학사를 전유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은 독특함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하게 인정할 수 있는 북한 ‘철학함’의 고유한 방식, 관점, 논리 를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조선철학사 연구 및 서술의 기본 원리는 ‘계급성 원칙’과 ‘역사주의 원칙’이다.

‘모든 사상은 그 탄생부터 역사적 조건이 만들어 낸 특 정계급의 감정과 지향, 요구를 담고 있다’라는 선언은 북한의 철학연구에 있어 핵심전제와 같다.

구 체적으로 계급성 원칙은 계급적 관점에서 철학의 진보성과 제한성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역사주의 원칙은 철학의 역사적 진보성과 제한성을 그것이 발생한 역사적 조건과 상황에 따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급성과 역사성의 원칙이 개입한 조선철학사 연구 및 서술은 결국 특정 철학사상이 당대 역사적 조건에서 어떤 계급의 이익을 반영하였는지를 추적하는 한편, 그러한 철학사상이 사회 역사의 변화와 조응하면서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를 평가하는 이중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북한 조선철학사는 모순적인 두 입장의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진행되는 변증법적 발전 과정, 즉 ‘진보적인 철학과 반동적인 철학 사이의 투쟁사’7)이자, ‘조선인민의 자주적인 지향과 요구 를 반영한 유물론과 변증법 그리고 그 지향과 요구를 억제한 관념론과 형이상학의 투쟁사’8)로 정의 된다.

예를 들어 고대 조선에서는 관념론의 ‘하늘신숭배사상’과 유물론의 ‘선인(仙人)사상’, 삼국시 대에는 유교와 불교. 고려시대에는 주자 성리학과 불교, 조선시대에는 리일원론적 철학과 기일원론 적 철학이 대립했다.

이와 같은 대립과 갈등을 통해 그 다음의 철학사상들이 탄생하게 되고 또한 그 렇게 탄생한 철학사상 역시 대립과 모순이 발생해서 또 다른 철학사상을 낳게 된다는, 일정한 발전 적 도식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북한 조선철학사는 ‘고조선 단군의 종교적 세계관에 기 반한 노예사회 철학’, ‘삼국시기부터 조선시기에 해당하는 봉건사회 철학’, ‘실학으로 대표되는 봉 건사회 분해기 철학’, ‘동학․ 위정척사론 ․ 개화사상 ․ 애국계몽사상 등이 포함되는 자본주의 관계의 발전기 철학’ 순으로 구성9)된다.

그런데 동학 ․ 천도교의 위치는 도식적인 조선철학사의 발전과정에서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동했 다.

북한철학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에 이르기까지 조선철학에 대한 평 가에는 계급적 한계의 지적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1985년 주체사상 의 확립 이후 주체철학을 정점으로 하는 조선철학사의 체계화 시도 속에서 조선철학사는 보다 긍정 적으로 재구성된다.10)

특히 독자적인 조선철학사 연구 및 서술을 이론화하고자 했던 북한철학계의 의지는 기존 동학․ 천도교의 위상 변화에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단적으로 동학은 북한 ‘조선철학사’ 에 있어서 ‘근대’의 시발점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고 이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유지되는 정리이다.

현대철학사가 192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한 ‘주체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근대는 순수철학적 문제를 넘어서서 당대의 사회경제적인 생활을 주제화하고 인간 존엄성에 이념적 지향을 두었던 동 학사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11)

아울러 동학으로부터 천도교를 거쳐 도달한 신인철학은 “주 체철학 이전 조선철학을 총결한 철학조류”12)로 규정된다.

7) 정해섭, 조선철학사 제2판,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82, 5쪽.

8) 정성철. 「조선에서 철학사상의 발생과 발전」. 철학연구 루계 제45호. 사회과학출판사. 1991, 39쪽.

9) 정해섭, 조선철학사 제2판,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82, 2-3쪽.

10) 이병수. 「북한철학의 패러다임 변화와 사상적 특징」. 대동철학 제67집. 대동철학회, 2014, 14쪽.

11) 정성철. 「조선에서 철학사상의 발생과 발전」. 철학연구 루계 제45호. 사회과학출판사. 1991, 44쪽; 량만석 ․ 박춘란, 조선철학전사 7, 사회과학출판사, 2010, 18쪽. 특히 동학은 실학과의 비교를 통해 그 의의가 더욱 두 드러진다. 실학의 경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무비판적으로 반영할 뿐이지만, 동학은 당시 봉건적 사회경제 생활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봉익. 조선철학사 3. 백과사전출판사. 1991, 15쪽.

12) 정해섭. 「주체철학이전 조선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43 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97, 47쪽.

이렇게 동학 ․ 천도교는 ‘조선근대철학의 시작과 종결’ 사이에서 존재했던 고유한 사상사적 의미를 획득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1985년을 기점으로 동학 ․ 천도교와 관련된 북한철학계의 세부적인 평가와 서술도 크게 달라졌다.

1970년의 북한 철학사전에서는 없었던 ‘동경대전’, ‘천도교’, ‘최 제우’ 항목이 1985년 판에 추가되었으며, ‘동학’에서 ‘동학사상’으로 항목명이 변화되면서 보다 분 명한 사상적 내지 철학적 의미가 부여된다.

또한 ‘동학은 그 자체가 많은 본질적인 결함들을 내포하 고 있었다’(1970년 판)는 설명은, ‘동학사상은 그 초기에 일정한 긍정적 역할을 놀았으나 그의 본질 적인 결함으로 하여 많은 부정적 작용을 하였다.’(1985년 판)로 바뀌면서 긍정적인 기조가 추가된 다.

동학 ․ 천도교가 인민을 몽매화하고 농민들의 투쟁을 파탄시키는 반역적 행위를 했다는 평가 (1970년 판) 역시 민족반역자의 서술이 사라지고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측면으로 인해 자주의식과 계급의식의 발전에 지장을 주었다는 정도(1985년 판)로 서술양상이 변화했다.13)

동학․ 천도교 평가와 관련된 이와 같은 긍정적인 기조 변화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 로 보인다.

1980년대 ‘주체사상의 체계화’라는 이론 내적 맥락이 한 축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면, 1990년대 북한이 직면한 ‘체제위기와 그 극복’이라는 시대적 조건이 다른 한 축에 놓여 있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 1990년대 대외적인 사회주의권 붕괴와 내부적인 경제위기의 이중고를 겪고 있었 던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보존과 국가성의 정당화를 위해 ‘우리민족제일주의’, ‘우리식 사회주의’ 등 과 같은 새로운 통치 이데올로기의 개발에 몰두했다.

동학․ 천도교에 대한 연구의 활성화는 바로 이 러한 맥락이 작용한 결과였다.

이를테면 동경대전과 천도교리독본 이외에도 동학 ․ 천도교 경 전들이 폭넓게 인용되기 시작하면서 철학적 해석과 평가가 양․ 질적으로 증가14)한 것 이외에도, 동 학 ․ 천도교가 반제반봉건, 애국애족적 이념을 고수하면서 갑오농민전쟁과 3.1운동으로 대표되는 항일운동을 벌인 고유한 민족종교로 규정15)되는 것에는 당시 북한이 직면하고 있었던 시대적 조건 에 따른 필요가 겹쳐져 있었다.

그런데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른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조선철학사 내 동학․ 천도교의 위상과 의미는 반봉건 ․ 반외세의 진보적인 철학이자 근대철학의 시작으로서 특히 인간중심철학을 본격화한 사상이라는 점이다.

조선철학사에서 동학․ 천도교가 사람의 우위성을 전개하고 내포한 주 체철학 이전의 핵심적인 ‘인간중심주의 철학’인 반면, 유교성리학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 식, 창조적 능력 발전에 미친 해독적 영향”16)을 갖는 철학사상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13) 박민철, 「북한 철학계의 동학 ․ 천도교 이해와 그 특징: 199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한국학논집 제68집, 계명대학교2017, 276-277쪽.

14) 이전 시기와 달리 ‘주문’, ‘검무’, ‘기도’ 등 동학 고유의 수양론에 대한 긍정적 해석이 추가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정성철. 조선륜리사상사 3.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0. 26-28쪽.

15) 량만석. 동학의 애국애족사상. 사회과학출판사. 2004, 96-102쪽; 박창연. 천도교의 사상연구. 사회과학 출판사. 2013, 396쪽.

16) 로학희, 「유교 성리학이 조선철학사 발전과 인민대중의 자주의식, 창조적 능력 발전에 미친 부정적 영향」,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제66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20, 70쪽. 참고로 2020년부터 북한 철학 계의 논문작성방식이 확연하게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1. 서론, 2. 본론, 2.1. 유교 성리학이 조선철학사 벌전에 미친 부정적 영향’ 등 장(章)과 절(節) 구분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으며 글의 분 량도 6,7쪽 정도로 확연하게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절대주 의’로 포괄되는 인내천 개념이 동학․ 천도교 사상의 핵심원리로 규정되는 것처럼, 동학에서 천도교로의 계승을 포함하여 양자에 대한 평가를 관통하는 핵심 기준에는 주체철학의 인간론이 위치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철학계에서 두드러지는 동학 ․ 천도교 연구의 엄격한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이 었다.

3.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와 연관된 동학의 핵심지평들: 지기일원론과 인간중심주의

조선철학사 연구와 동일한 맥락에서 북한철학계의 동학 연구 역시 고정된 틀이 존재한다.

동학사 상을 주제별로 ‘철학리론적 기초’, ‘애국애족적 정치리념’, ‘애국애족적 륜리도덕견해’로 구분하며, 그 철학적 기초를 다시금 세계관인 ‘지기(至氣)’, 인간관인 ‘인내천(人乃天)’, 도덕관인 ‘사인여천 (事人如天)’, 역사사회관인 ‘개벽(開闢)’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거의 모든 연구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1990년대 이후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와 관련하여 고유한 위상을 확보하는 동학사 상 내 특정 개념은 무엇보다 지기이다.

“중세동방철학에서 세계의 시원적인 존재로 사용되여 온 ‘기’ 앞에 ‘지’를 덧붙여 〔.....〕 종래의 ‘기’ 개념과는 다르게 변천”17)된 지기 개념은 동학․ 천도교 의 철학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론적 기초에 해당한다.

특히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시간적 영원 성으로서 ‘무궁(無窮)’과 공간적 무한성으로서 ‘무극(無極)’을 자연세계에 이루어진 지기의 작용으 로 설명함으로써 지기 개념에 물질적인 속성을 부여하면서도, 의지적 속성을 추가로 부여하여 중세 철학의 기 개념과 대비시킨다.18)

중요한 것은 동학의 우주론이 바로 이러한 지기 이외의 다른 시원 적 요소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기일원론’19)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조선철학사의 변화발전을 추동시킨 핵심적인 흐름인 기일원론 철학에서 동학의 위치는 명확하 다.

지기 자체의 작용인 ‘무위이화(無爲而化)’ 개념이 특히 강조되어 서술되는 방식도 이와 연동되 어 있다.

최제우가 ‘무위이화’를 서구의 것과 대비되는 동학의 핵심으로 선언20)했듯북한 조선철학 사 연구에서도 이것을 동학 ․ 천도교의 이론적 체계를 구성하고 완성시키는 핵심 원리로 위치시킨 다.

일반적으로 무위이화는 최제우로부터 최시형을 거쳐 이돈화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조화로운 삶 을 따라야 한다는 인간 수양론적 측면과, 우주 자연의 영역에서 하늘님이 행하는 조화로운 기화작용 의 원칙을 의미하는 우주론적 측면21)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 는 전자와 흐름에 대해선 ‘주체의 능동적인 작용과 역할을 무시하고 자연필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다는 점’, 후자와 관련해선 ‘운동의 원인과 동력문제를 신령스러운 작용으로만 설명한다는 점’을 들 어 비판적으로 평가한다.22)

17) 량만석. 「동학의 ‘지기’설에 대하여」, 철학연구 루계 제107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6, 33쪽.

18) 량만석. 동학의 애국애족사상. 사회과학출판사. 2004. 28-31쪽.

19) 정성철. 조선륜리사상사 3.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0, 20쪽; 량만석. 「동학의 ‘지기’설에 대하여」, 철학연구 루계 제107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6, 32쪽; 로학희. 「동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08, 28쪽; 채주연, 「신인철학의 우주자연관의 력사적 의의」,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6, 63쪽.

20) 東經大全, 「論學文」, 吾道無爲而化矣 守其心正其氣 率其性受其敎 化出於自然之中也

21) 황종원, 「동학의 무위 사상 연구」, 대동철학 제66집, 대동철학회, 2014, 43-44쪽.

결국 동학의 지기일원론은, 다시금 신인철학을 통해 극복되기 이전까지, 비합리적이고 종교신비적인 성격으로 인해 결정적인 한계를 갖는 사상으로 머문다.23)

여기서 오히려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동학의 지기일원론이 갖는 한계를 인간관으로서 인내천, 도덕관으로서 사인여천 개념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전개시킨다.

이를테면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세계관으로서 ‘지기론’에 입각한 ‘인간관’이자 동학의 사상적 기초와 핵심적 실천원 리를 고스란히 응축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인내천의 핵심은 다름 아닌‘하늘신과 사람의 지위를 동 등하게 보는’, ‘인간의 절대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인간평등사상이라는 특징에서 드러난다.24)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인내천 개념 역시 범신론적인 요소가 지배적이며, 이 안에서 역사 주체인 인간의 자 주적이고 창조적인 행위 가능성이 충분하게 확인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결론적으로 북한 조선 철학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동학사상이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사회변혁의 내 적 원리25)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조선중세철학과 대비되지만, 주체철학과 비교할 때 인류역사 발전 을 추동하는 인민대중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강조와 비판은 주체철학으로 완결되는 조선철학사의 발전과정에서 동학 ․ 천도교를 바로 전단계의 애국애족사상, 인간중심사상으로 위치시키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 철학계의 동학 연구에 내재한 일관적인 특징은 주체철학을 최종점으로 하여 합법칙적 발전과정으 로 나아간 조선철학사의 체계화라는 목적이다.

로학희는 동학이 “유교와 불교, 선교를 기계적으로 합쳐 놓은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자체 내에서 포용한 포괄적이며 폭넓은 사상”26)으로 규정하면서 조선 민족의 철학사상과 사회사상, 민간신앙들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사상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동 학사상의 체계화 역시 역사의 필연적인 발전법칙에 의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유교와 불교, 선교가 부정되고 새로운 사상으로 교체되는 것은 필연적인 합법칙성”27)이었는데, 이러한 원리 속에서 최 제우는 유물론적인 것과 관념론적인 것, 종교신비적인 것과 현실긍정적인 것 등 서로 모순적인 사상 을 당대의 시대적 요구와 지향 속에서 가공하여 하나의 쳬계로 흡수하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순의 지양과 변화발전 등을 내포하는 변증법은 철학사상의 필연적인 발전을 근거짓는 원리가 된다.

합법칙적인 조선철학사의 발전 과정과 연계시켜 동학사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가장 최근 북한 조 선철학사 연구에서 더욱 명확하게 표명된다.

동학은 “력사발전과 사상사 발전의 합법칙적 귀결로서 발생”28)한 것으로 그 핵심은 반봉건반침략의 가치 환기와 인간평등사상 제기에 있다는 것이다.

22) 량만석. 동학의 애국애족사상. 사회과학출판사. 2004. 31-33쪽.

23) 정창학. 「동학이 제기한 <사인여천> 사상과 그 제한성」. 철학연구 루계 제120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 사, 2010, 45쪽.

24) 조원국.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그 범신론적 특성」, 철학연구 루계 제119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9. 39쪽. 39쪽.

25) 김성혁. 「우리 나라 근대사상가들의 개벽에 대한 견해‘」. 철학연구 루계 제100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 사. 2005, 35쪽.

26) 로학희, 「동학과 3교(유교, 불교, 선교)의 호상관계, 철학연구 루계 제148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7, 36쪽

27) 로학희, 「동학과 3교(유교, 불교, 선교)의 호상관계, 철학연구 루계 148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7, 38쪽

28) 오혁철, 「동학의 인간평등사상의 진보성과 제한성」,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루계 제157호, 과학백과사전 출판사, 2019, 56쪽. 기존의 철학연구는 2018년 루계 제152호부터 철학, 사회정치학 연구로 제호를 변 경했다.

물론 이와 같은 정리는 북한철학계가 조선철학사를 통해 정당화해야 할 현실적인 상황 및 정치지향과 연계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동양근대철학의 특성이 다른 무엇보다 “서유럽자본주의렬강들에 의한 동방나라들의 식민지, 반식민지화에 대립하여 외래 제국주의 침략을 반대하고 나라와 민족의 자주 권을 수호하기 위한 반침략 애국주의적 성격”29)에 있는 것처럼, 동학사상의 고유한 위상 역시 반외 세, 반봉건, 반침략의 사상이라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획득된다.

‘반외세, 반제국, 애국주의’를 선언 하는 통치자들의 여러 교시들이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가운데,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동학사상 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보국안민(輔國安民)’, ‘광제창생(廣濟蒼生)’, ‘지상천국(地上天國)’ 등의 개 념들이 선별된다.

곧이어 이 개념들은 다른 철학사조와 구별되는 본질적인 특성을 동학사상에 부여 하는 이론적 기능을 수행했다.

보국안민이 다른 민족주의 사조들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특징은, 상 대적으로 강하게 마련되어 있는 계급적 기초 위에서 개화사상이나 위정척사론과는 달리, 나라와 민 족을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며 보호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하게 광제창 생 역시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동학의 이념형으로 규정된다.30)

그런데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있어 ‘반침략애국애민사상’으로 동학사상을 위치시키려는 흐름 의 다른 한쪽에는 인간평등사상의 의미로서 동학사상을 특징지으려는 시도가 놓여 있다.

특히 이것 은 앞 선 첫번째 이유보다 더욱 중요하게 수행된다.

동학의 인간평등 사상에 대한 강조는 조선철학 사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신인철학을 예비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후 반에 이르러 더 이상 후 동학사상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북한철학계의 개별적인 연구는 거의 수행되 지 않는다.

동학의 인물과 개념들을 다룬 연구들이 2010년대 초반까지 등장했지만 그 이후 동학 연 구는 편수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조선철학사의 흐름에서 사상사적 지위와 의미 등을 평가하는 부차 적인 연구들만이 제출되고 있다.

동학 ․ 천도교의 우주론과 인간론 역시 신인철학으로 흡수되며 동 학사상은 애국주의 사상과 인간평등 사상이라는 측면에서만 간접적으로 다뤄진다.

“조선근대철학 에서 세계에 대한 견해를 두드러지게 제기한 것은 동학사상”31)이라는 정리처럼 동학은 조선철학사 내에서 세계관 문제를 본질적으로 제기한 철학사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은 신인철학으로 집약 된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은 곧 ‘사람은 한울이라 평등이요, 차별이 없다’는 말로 옮겨지 고 이로써 동학은 근대적 인간의 사회정치적 권리를 최초로 제기한 사상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인내 천 뿐만 아니라 광제창생, 지상천국 역시 “온갖 불평등과 차별을 후천개벽에 의하여 없애버리고 사 회적 평등을 실현할 데 대하여 주장”32)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힘을 얻게 된다.

29) 리덕남, 「근대동방철학사상의 일반적 특징」, 철학연구 루계 제149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7, 40쪽.

30) 호영식. 「동학의 민족주의적인 보국안민 사상과 그 특징」.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4 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07, 26-29쪽. 보국안민에 대한 강조는 2010년대 들어와 더욱 강해지는데, 인내 천과 함께 동학의 근본이념을 이루는 두 가지 핵심요소(오천일. 「최제우의 반침략애국주의사상과 그 제한 성」. 철학연구 루계 제130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12, 39쪽)로 규정된다.

31) 로학희, 「조선근대철학에서 세계에 대한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4호, 김일성종 합대학출판사, 2017, 42쪽.

32) 오혁철, 「동학의 인간평등사상의 진보성과 제한성」,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루계 제157호, 과학백과사전 출판사, 56-57쪽

광제창생은 인간의 사회적 평등 지향을 드러내주는 이념으로, 지상천국은 ‘각종 계급적 ․ 신분적 차별이 없는 사 회’, ‘일체 봉건적인 차별과 불평등이 없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 ‘누구나 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자기의 지식과 기능, 취미에 맞는 로동을 하는 사회’, ‘어떤 외부적인 침략과 구속도 없이 온 세상 사람들이 서로 화목하게 평화적으로 살아가는 사회’33) 등과 같이 다양하게 확장된 의 미로서 규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동학은 당시 인민들의 반봉건투쟁의 계기가 되었으며 천도교와 신 인철학으로 이어지는 근대사회의 평등을 획득할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된다.

북한 조선철학사 서술에서 동학사상의 축소는 또한 천도교의 축소와도 연결된다.

이는 향후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의 핵심적인 양상을 선취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학의 천도교로의 계승은 명시적이다.

동학에 대한 일제의 탄압, 동학 기본이념의 계승과 합법화의 필요성, 종교 자유의 세계 적 확산은 동학으로부터 천도교로의 계승을 둘러싼 역사적 조건이 된다.34)

뿐만 아니라 천도교는 동학의 ‘후신’으로서 무엇보다 북한 통치자의 항일운동을 함께 수행했다35)는 점에서도 조선철학사 내 일정한 역할과 중요성을 확보한다.

그런데 동학과 천도교의 연계성 및 천도교의 사상사적 지위에 도 불구하고 천도교 자체에 대한 연구는 북한철학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천도교가 “우리나라 근대철학사상의 서막을 열어놓은 중요한 사상조류의 하나”로서 분명하게 ‘천도교철학’ 이라고 명명36)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독자적인 연구는 수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2010 년 이후 북한 조선철학사의 동학․ 천도교 연구는 동학사상과 천도교철학을 집대성하여 체계화한 신 인철학으로 압축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연구가 오늘날 조선근대철학사 연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37)

33) 김영준. 「동학의 애국애민적 성격」. 철학연구 루계 제133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13, 40쪽.

34) 정창학, 「천도교 출현의 력사적 배경」, 력사과학 루계 제178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01, 33쪽.

35) 량만석 ․ 박춘란, 조선철학전사 7, 사회과학출판사, 2010, 78쪽.

36) 박창연, 천도교의 사상연구, 사회과학출판사, 2013, 5쪽.

37) 최근 북한철학계에서 동학 ․ 천도교 연구는 신인철학 연구로 수렴되고 있다. 단적으로 2015년 이후 북한철학 계에서 등장하는 동학 관련 논문은 단 2편에 불과하고 있으며, 신인철학은 6편에 이른다.

 

4. 동학 ․ 천도교에서 신인철학으로: 소거되는 의미와 수렴되는 원리

동학․ 천도교에서 신인철학으로의 수렴 과정에서 이돈화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북한 조선철학 사 연구는 이돈화의 해석방식을 극단적으로 전유하여 기일원론 철학으로 동학․ 천도교 사상전체를 집약시킨다.

이돈화는 新人哲學(1924)에서 동학 ․ 천도교 사상을 우주관, 인생관, 사회관, 개벽사 상, 도덕관 등으로 설명하는 한편, ‘후천개벽을 주도하여 지상천국을 건설하려고 하는 인간’으로서 ‘신인(新人)’을 이론화했다.

이 책에 유물론적 사회인식, 사회개조와 변혁, 인간주체의 실천 등이 포 함된다는 점에서 북한철학과의 이념적 친숙성은 분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북한철학에서 新 人哲學은 단순한 천도교 이론가의 대표저서를 넘어 동학사상․ 천도교철학을 집대성한 고유의 철 학체계로 이해된다.

1997년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처음 등장한38) 신인철학은 곧이어 ‘인간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견해를 진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되면서 조선철학사 내 독자적이고 독 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신인철학의 사상사적 지위는 2010년 이후 ‘주체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상체계를 이루 고 있는, “주체철학 이전 조선철학을 마감지은 철학조류”39)로 확립된다.

북한에서 신인철학 관련 연구를 거의 주도하는 로학희40)는 1997년 신인철학 연구의 의의를 “우리나라의 근대철학사를 옳게 서술하여 조선철학사를 풍부히 하는 데 관건적인 문제”41)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현재 북한에서 신 인철학 연구는 조선철학 연구 중 개별주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신인철학 연구의 폭발적인 활성화와 함께201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는 동학․ 천도교․ 신인철학을 유기적 으로 묶는 정리가 진행된다.

핵심은 1860년 최제우가 창도한 동학이 1905년 손병희의 천도교로 개 편된 이후 1920년대 이돈화에 이르러 다시금집대성 및 체계화되어 신인철학으로 재탄생했다는 점 에 있었다.

예컨대 이 시기 “동학의 기본사상과 리념이 천도교로 개편된 다음 천도교의 사상이 신인 철학으로 정립”42), “동학, 천도교의 교리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체계화된 것”43)이 바로 신인철 학이라는 정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38) 정해섭. 「주체철학이전 조선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43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97; 한분희. 「도덕의 본질에 대한 <신인철학>의 견해」. 철학연구 루계 제 71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7; 한분희. 「도덕발생에 대한 신인철학의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 (철학, 경제) 제43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97.

39) 로학희. 「우리나라 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의 력사적 변천(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1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5, 45쪽.

40) 현재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인 로학희는 2007년을 시작으로 철학연구(2020년까지)와 김일성종합대학학 보(2022년까지)에 동학 ․ 천도교 관련 논문 12편을 발표했다(조선철학 전체로 넓히면 25편). 그는 1997년 김일성종합대학학보에서 권근 관련 논문의 필자로 처음 등장했으며 박사학위 취득 이후 신인철학 관련 연 구를 수행 중인 교수연구자로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2018년 개최된 중국 연변대 학술대회에서 만난 사회과 학원 강명흡 교수에게 “종합대학의 로학희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제가 그분이 쓴 신인철학 글들을 많 이 봤습니다.”라고 물어본 적 있었다. 그에 대해 강명흡 교수는 “아, 그 친구 가끔 만나면 맨날 신인철학, 신 인철학 노래를 부른단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41) 로학희. 「신인철학의 세계에 대한 견해와 그 제한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1호. 김 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09, 49쪽.

42) 채주연, 「신인철학의 우주자연관의 사상리론적 전제」, 철학연구 루계 제144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6, 43쪽.

43) 리금혁, 「신인철학의 개벽사상 형성발전의 사상리론적 전제」, 철학연구 루계 제158호, 과학백과사전출판 사, 2019, 59쪽.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신인철학에 대한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크게 우주론(유물론), 사회변혁적 실천(개벽), 인간론 중심의 특징적인 이해방식을 보인다.

우주론은 동학․ 천도교를 관통하는 세계관적 기초로서 신인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과 같다.

최근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2010년 중반까지 ‘우주관’으로 규정되던 것을 ‘우주자연관’으로 바꾸 면서 신인철학 안에 물질적 자연세계에 대한 논의를 더욱 명확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신인철학의 우 주자연관은 동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본질이자 천지만물의 근원으로서 ‘지기’, 지기로 형성되는 ‘무극․ 무궁’한 세계, 지기의 자기운동 원리로서 ‘무위이화’가 반복적으로 배치되는 ‘지기일원론’으 로 설명된다.

하지만 우주자연관과 연계된 신인철학의 철학적 위상은 ‘한울’로 대표되는 동학의 종 교신비주의를 극복한 사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동학에서는 지기가 곧 ‘한울’로서 모든 것의 창조주, 주재자, 전지전능한 존재였다고 한다면, 신인철학의 체계에서 지기는 이돈화의 설명 을 빌려 ‘자연적인 존재’, ‘우주의 본체’, ‘시공간적 형식’으로서 존재하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신인철학의 지기일원론은 동학의 지기일원론을 발전시킨 사상이 된다.

구체적으로 “신인철학의 지기일원론과 동학의 지기일원론은 그 원리적 내용에서 근본적인 차 이”44)를 갖는다.

북한 조선철학사는 동학의 지기와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신인철학 내 지기의 특성 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그것은 신인철학의 지기가 물질과 정신의 속성을 총괄하면서 이 양자의 근 본바탕이 되는 본체로서 생명력으로 확장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생명 력의 원리가 곧 진화운동이라는 점에 있었다.

이를테면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우주를 일대지기 적 생명체로 본다. 이 생명체가 계통 있는 유기적 발전을 하는 법칙을 수운은 ‘무위이화’라 명명한 것”, “화라 함은 곧 향상을 의미한 것이며 진화를 의미한 것이며 선을 의미한 것”45)이라고 한 이돈화 의 설명을 강조하면서, 동학의 지기가 자연의 운동변화원리인 것은 맞지만 거기에 상승작용이 없음 을 비판한다.

오히려 신인철학의 지기 개념은 “낮은데서 높은데로, 하등에서 고등으로, 덜 발전된 것 으로부터 발전된 것으로, 덜 조직된 것으로부터 조직된 것에로 발전하는 과정”을 이끄는, 즉 “자기 원인과 자기 법칙, 질서에 따라 저절로 끊임없이 상승발전하는 창조적 진화운동”46)을 한다는 점에 서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의 우주자연관은 “주로 사회역사관과 관련된 문제들에서만 논의했던” 위정척사 론, 동학, 개화사상, 애국문화계몽사상 등에 비해 신인철학이 보다 발전한 철학사상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47)

하지만 주체철학을 제외하고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와 서술에서 빈틈없이 수행되는 원리에 따라 신인철학 역시 이전 사상들에게 내려졌던 동일한 비판이 주어진다.

대표적으로 생명력 을 지기의 속성으로 이해하려는 방식은 범신론적 견해이며 결국 부르주아 관념론 철학에 합류하게 된다는 점, 또한 신인철학이 세계의 발전법칙을 변증법적인 합법칙성으로 파악함에도 불구하고 사 회 변화의 원동력인 사람의 운동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었다.48)

44) 채주연, 「신인철학의 우주자연관의 력사적 의의」,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1호, 김일성 종합대학출판사, 2016, 63쪽. 여기서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동학 ․ 천도교의 지기 개념 해석 변화, 신인 철학의 위상 변화 등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돈화의 지기 개념에 대한 애초의 이해는 “최제 우나 최시형의 단계에서보다 보다 물질적인 성격이 약화되고 더욱 신비화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학이 천도교로 변천되면서 그에 맞게 종교철학적 세계관으로 변화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량만석. 「동학의 ‘지 기’설에 대하여」, 철학연구 루계 제107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6, 33쪽)였다. 최근 이러한 정리는 찾아볼 수 없다.

45) 李敦化, 新人哲學, 천도교중앙총부, 1968, 38-39쪽.

46) 로학희, 「조선근대철학에서 세계에 대한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4호, 김일성종 합대학출판사, 2017, 47쪽. 한국에서 무위이화는 “지기가 가진 자체의 활동성과 생명력에 의해, 그리고 그 자 체의 작동원리와 메커니즘”(김용휘,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동학의 무위이화(無爲而化) 비교 연구」, 동학학보 제51호, 동학학회, 2019, 229쪽)에 의한 우주의 자율적 운동으로 설명되듯이 여기서 진화론적 상승작용이 강조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무위이화를 수련법으로서 “하늘의 지기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고, 그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방법”(230쪽)으로 이해하는 방식 역시 북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47) 채주연, 「신인철학의 우주자연관의 력사적 의의」,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1호, 김일성 종합대학출판사, 2016, 63-65쪽, 인용은 65쪽.

48) 박창연, 천도교의 사상연구, 사회과학출판사, 2013, 244, 355쪽; 로학희. 「신인철학의 세계에 대한 견해와 그 제한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09. 50-53쪽; 김선희. 「신인철학의 우주자연에 대한 견해」. 철학연구 루계 제119,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9, 48쪽.

바로 이러한 한계들은 곧 주체철학과 신인철학을 구분짓는, 나아가 신인철학이 결코 주체철학의 위상에 다다를 수 없 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된다.

그런데2015년 이후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새롭게 강조되는 신인철학의 ‘개벽관’은 좀더눈 에 띄는 특징을 차지한다.

기존 연구들에서 천도교의 사상체계가 우주관, 사회역사관, 인생관, 도덕 관으로 정리49)되는 것처럼, 개벽관은 동학 ․ 천도교의 맥락이 아닌 대체로 신인철학과의 연관성 속 에서 보다 특징적으로 위치했다.

현재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이 공식화되어 설명되고 있다.

로 학희는 이돈화 대신 통치자의 교시50)를 빌려와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이 “정신, 민족, 사회분야 의 개벽을 통하여 불합리한 당시의 세상을 뜯어고치고 땅 우에 <천국>과 같은 새 사회를 건설할 데 대한 사상”51)이라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일종의 사상개벽인 ‘정신개벽’은 정신행위가 인간의 본 질적인 특성이라는 점과 관련되어 인간의 역사적 과정 및 주변 환경에 대한 극복으로 나아가는 의식 적인 각성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신인철학의 정신개벽은 인간의 정신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 서 의의를 갖지만 계급적인 각성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민족성 의 개조와 민족의 지위향상을 내용으로 하는 ‘민족개벽’은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윤리도덕적인 폐해의 극복을 의미한다.

이 역시 현실적인 민족해방투쟁을 도외시하고 단순한 관념론적인 민족성 의 개조만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안락한 인간 삶을 위한 사회의 실 현인 ‘사회개벽’은 사회의 물질적이자 정신적인 진화발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개벽 역 시 정신적인 진화발전의 구체적인 상을 단순히 관념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52)

그럼에도 신인철학의 개벽관은 동학사상의 극복으로부터 일정한 철학사적 의의를 확보한 것으 로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기존 철학사상의 진보성과 제한성을 동시에 다루고 그 지양을 다 른 철학사상의 이행으로 근거지우는 조선철학사 서술방식을 반복한 것이다.

동학의 개벽이 사람들 의 목적의식적인 투쟁이 아니라 ‘무위이화’를 통해서 이뤄지는 자연적인 변혁이었다고 한다면, 신 인철학의 개벽관은 “동학의 <개벽> 사상을 받아들이는 한편 그 리론적 미숙성을 극복하고 사회력 사발전의 합법칙성을 보다 원리적으로 전개”53)한 현실변혁의 이론이라는 점이다.

49) 박창연, 천도교의 사상연구, 사회과학출판사, 2013, 3쪽 목차.

50) “천도교는 지상천국건설을 최고의 리상으로 삼는다. 과거의 종교가 이 세상을 괴로운 것으로 보고 건질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면 천도교는 이 세상을 개벽하여 천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바로 이런 원리 로부터 출발하여 천도교는 <후천개벽>을 교의 중요한 사상의 하나로 간주하고 <정신개벽>, <민족개벽>, <사회개벽>으로 불리우는 3대 개벽의 실천운동을 전개하였다.” 김일성, 김일성전집 99, 조선로동당출판 사, 2011, 383쪽.

51) 로학희,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 판사, 2017, 41쪽.

52) 박명. 「신인철학의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9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3, 68-72쪽; 로학희,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2호, 김일 성종합대학출판사, 2017, 41-44쪽.

53) 리금혁, 「신인철학의 개벽사상 형성발전의 사상리론적 전제」,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루계 제158호,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2019, 60쪽.

이처럼 신인철학 의 개벽은 보다 진전된 목적의식성에 기반한 사람들의 사회변혁적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신인철학의 개벽관에는 사상이론적 전제로서 동학의 ‘질병론’이 선별되어 강조된다.

최제우가 제시한 ‘악질(惡疾)’, ‘괴질(怪疾)’ 등의 논리가 차용되면서 기존 동학에서 포함 시켰던 육체적 질병,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에서의 고통, 조선사회의 봉건성 뿐만 아니라 서구자본주 의의 폐해 등을 포괄하는 사회정치적 혼란과 부패 등이 신인철학 개벽관의 대상이라고 규정54)된다.

결과적으로 신인철학의 개벽관이 얻게 되는 위상은, 부패한 봉건사회의 극복과 이상사회의 실현 을 주창한 동학의 ‘광제창생’, ‘지상천국’ 등의 구호를 계승하고, 나아가 당시 서구 자본주의 사회문 제를 비판한 유럽 사회이론까지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진일보한 철학사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최 근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서 두드러지게 수행되는 동학, 천도교, 신인철학의 발전적 도식의 이론화 이자 조선근대철학사의 체계화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테면 新人哲學에 등장하는 ‘노예와 자유민 의 투쟁, 농노와 영주의 투쟁, 평민과 봉건계급의 투쟁은 곧 사회진전의 원동력’이라는 구절이 인용 되면서 “인민대중이 노는 역할을 중시하고 단결을 이룩할 데 대하여 주장한 것, 인간의 활동에서 정 신, 사상의 역할을 일정하게 강조한 것, 전체를 위한 도덕을 강조한 것”55)이 결국 신인철학의 가장 뛰어난 지점으로 선별되는 것은 동학에서 천도교로의 발전, 나아가 이후 주체사상으로의 이행을 설 명하기 위한 이론적 도식이 된다.

마지막으로 북한 신인철학 연구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탐색이 차지한다.

원래 이 부분은 신인철학의 인생관과 도덕관 등으로 설명되어 왔다. 이때 핵심은 개체보다 전체를 앞세운 인생관과 도덕관이었다.

이를테면 신인철학의 인생관과 도덕관은 압축적으로 “가치있는 삶 즉 자기 개인만을 위하여 사는 무의미한 삶을 반대하고 전체를 위하는 삶을 주장한 인생관”56)으로 정의되는 방식이었 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신인철학의 인생관 및 도덕관과 관련된 집단주의적 이해방식은 2010년 중반 이후 인간의 지위, 능력, 본성 등을 다루는 인간관으로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다.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들에서는 신인철학의 인간관이 동학의 인간관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공식화한다. 동학이 사 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종래 다른 철학사상과 구별되는 기본적인 특징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짓밟는 봉건적 폭압과 예속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유교성리학과 불교 등에 의한 정신적 구속 과 이성의 해방 문제라는 철학사적 배경 등은 동학이 인간문제를 제기한 근본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동학의 인간관은 ‘시천주(侍天主)’, ‘인내천’ 등의 개념을 거쳐 자유롭고 평등한 인 간존재의 의미와 위상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신인철학으로 발전적으로 계승된다.

최종적으로 신인 철학은 “동학의 사람에 대한 견해를 리론적 전제로 하여 인간관을 전개”한 사상으로 위치한다.57)

54) 로학희,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 판사, 2017, 43-44쪽; 리금혁, 「신인철학의 개벽사상 형성발전의 사상리론적 전제」,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루계 158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9, 60-61쪽; 리금혁, 「신인철학의 개벽관의 진보성」, 철학, 사회정치 학연구 루계 제156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9, 57쪽.

55) 리금혁, 「신인철학의 개벽관의 진보성」,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루계 제156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9, 58쪽.

56) 로학희. 「신인철학의 력사적 진보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6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 판사. 2010, 56쪽.

57) 림수연, 「신인철학의 인간에 대한 견해형성발전의 사상리론적 전제」,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6, 60-63쪽. 인용은 63쪽.

이 제 조선철학사의 발전과정 속에서 신인철학은 우주의 모든 존재를 중 가장 완벽하고 최고인 ‘인간의 지위’, 자신의 의식으로 객관세계를 능동적으로 개조해가는 ‘인간의 능력’, 사회성 ․ 창조성 ․ 평등 ․ 자유 등을 내포하는 ‘인간의 본성’ 등을 다룬철학체계로 공식화되기에 이른다.58)

하지만 이러한 신 인철학의 인간관의 진보성 역시 사람을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지닌 사회적 존재로가 아니라 자연 적 존재로 본다는 점59)에서 사실 주체상사상로 지양되어야 할 사상으로 국한되는 것 역시 물론이다.

58) 로학희. 「우리나라 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의 력사적 변천(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1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5, 46-48쪽.

59) 림수연, 「신인철학의 인간에 대한 견해의 진보성연구」, 철학연구 루계 제147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6. 41쪽.

5. 남북 철학연구의 공존을 위한 모색, 그 전망들

최근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있어서 신인철학의 위상에 대한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조선근대철학사의 총결’과 같은 표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다시금“1920년대 리 돈화에 의하여 제기된 조선근대철학조류의 하나”60)로서 건조하게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60) 로학희, 「조선근대철학에서 세계에 대한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4호, 김일성종 합대학출판사, 2017, 45쪽.

이는 물론 주체철학의 절대적인 위상에 조금도 손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 따른 표현수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동학사상과 천도교철학에 대한 해석과 평가, 동학․ 천도교의 사상사적 계승 및 이에 대한 정리, 아울러 신인철학으로의 수렴과 한계 지적 등은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북한 조선근대철학 사 연구에서 최근 30여년 간 핵심적으로 지속되어왔던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선철학사 연 구 및 서술의 장기작업에 결정적으로 개입하면서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동했던 것은 바로 철학체계 화의 맥락에 노정된 주체사상의 성립과 전문화였다.

그 자체로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 의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위상을 확인할 때,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를 온전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종 종 주저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다름 아닌 한반도 근현대철학사상에 대한 북한철학계 내부의 이론적 관심과 요구가 존재했는지, 만약 존재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나이다.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대한 엄밀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일정한 왜곡과 기계적인 적용의 철학사 연구라는 비판으로 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조선철학사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라는 태도로부터 출발해 한국철학사 연구에 있어서 반성적 성찰 지점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나아간다면 눈에 띄는 몇 가지 장면들 역시 존재한다.

이를테면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가 강조하는 역사적 상황 및 사회경제적 배경 중시, 철학사상의 탄생에 전제된 계급적 요소들에 대한 강조, 철학사상의 연속과 단절을 끊임 없이 부각시키려는 태도, 우리철학의 중요성에 대한 민감한 인식 등이다.

특히 당대 정치경제적이고 문화적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철학이 발생한다는 사유의 ‘존재구속성’을 지독하게 추구하는 관점은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이유가 된다.

따라서 한반도 근현대철학사상에 대한 북한철학계 내부의 이론적 관심과 요구가 존재했다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당연하게 남북철학연구 의 공존을 위한 목적으로부터 마련된, 공동연구의 주제를 발굴하고 소통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지금 껏 살펴봤듯이 분단 이후 동학 ․ 천도교 연구는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이에 반해 그와 관련된 연구의 상호교섭과 이해는 극소수에 불과했거나 심지어 대내외적인 상 황에 의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을 뛰어넘어 동학․ 천도교․ 신인철학 연구와 관련하여 남북 각각의 사상적 토대 및 역사적 경험 속에서 형성되어 온 이해 방식의 공통성과 차이 를 밝히는 작업 자체는 큰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동학․ 천도교의 반봉건과 반외세적 성격은 남북 모두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동학의 사회변혁론을 강조하면서 변혁의 필연성을 근거짓는 ‘우주론’과 변혁의 실천성을 설명하는 ‘인간론’에 주목하는 연구는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도 진행된 바 있다.61)

61) 김정호, 「동학 사회변혁론의 이론적 기초」, 동학학회 편저, 동학과 전통사상,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05, 237-267쪽.

이처럼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에 있어서 동학 ․ 천도교․ 신인철학 이해의 특징 을 검토해보는 것은 곧 한국근현대철학의 특정한 흐름을 생성했던 이들 철학사상에 대한 입체적 조 망과 총체적 이해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투박하면서도 투철하게’ 전개되는 북한의 조선철학사 연구에 대한 평가 이전 에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저보자.

엄밀하게 한국근현대철학 연구를 살펴보면 한국현대철학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구체적 성과, 특징적인 경향과 흐름 등에 대한 총체적 조망은 여전히 잘 포착되 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근현대철학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론적 관점이 구체화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갖 는 어떤 본질적인 속성이다.

철학이 당대 역사적 현실과의 유기적인 접합 속에서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생성되는 사유체계라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이럴 경우 한반도 근현대 철학의 형성과 발전에 근본적으로 개입하는 어떤 계기들에 섬세한 관찰은 반드시 필 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제국의 지배와 식민의 경험,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등의 격동적 인 한국근현대사의 계기들은 한국근현대철학적 사상들을 발생시킨 현실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쉽 게도 그러한 계기들을 한국근현대철학과 관련시켜 해석하려는 연구는 실상 많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북한철학계 가 열정적으로 수행중인 조선철학사의 체계화는 한국근현대철학사에 대한 보다 심화된 연구를 필 요로 하는 우리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동학, 천도교, 신인철학 이후의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를 살펴보면 위정척사론, 개화사상, 애국문 화계몽사상 등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화사상으로서 박규수, 오경석, 류대치, 이동인 등의 초기 개화파를 비롯한 김옥균, 박영호, 홍영식, 유길준 등의 사상이 소개되고 있으며, 애국계몽 사상으로서 장지연, 리상재, 서재필, 박은식, 신채호, 한용운 등이 포함되어 설명되고 있다.

물론 이 러한 철학적 조류는 곧 민족적 독립과 자주권을 위한 우리 인민의 애국적 지향과 염원의 반영이며 민족사가 남긴귀중한 사상정신적 유산으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 여기에 ‘인민의 민족 자주의식을 높이고 나라의 근대적 발전을 추동하는데긍정적 기여를 한 사상적 조류’, ‘인민의 자주적 지향에 편 승하여 봉건적 낙후성에서 벗어나 나라의 근대적 발전을 이룩하려 노력한 사상’, ‘외세의 침략으로 부터 민족 자주권을 고수하기 위한 철학적 견해를 내세운 사상적 흐름’으로 평가가 추가된다.62)

62) 리은경, 「애국문화계몽사상가들의 문화개혁사상과 그 제한성」, 철학연구 루계 제103호, 과학백과사전출 판사, 2005, 41쪽; 리상욱, 「조선근대계몽사상가들이 제기한 유교비판론의 진보성과 제한성」, 철학연구 루계 제127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1, 42쪽; 김영준, 「근대동방철학사상의 특징으로서의 반침략애국주 의적성격」, 철학연구 루계 제137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14, 38-39쪽.

이 렇게 볼 때 남북철학의 공동연구가 가능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반외세, 반제국, 탈식민 등의 지향을 갖는 철학사상에 대한 연구는 남북 모두에게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외세의 진입, 식민과 분단, 전쟁, 군사독재 등의 현실은 여러 학문분야에 영향을 끼쳤겠지 만 다른 무엇보다 한반도근현대사상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한반도근현대철학 의 지평, 그것이 갖는 고유성과 의의 등은 여전히 회색지대에 가깝게 보인다.

더많은 연구자들이 등 장해야하고, 더많은 토론의 장이 생겨야하고, 더많은 논의와 주장 등이 제출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 하다.

여기서 북한 조선철학사 연구는 조금은 삐뚤게 보이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북한 조 선철학사 연구에 대한 한국의 연구는 틈틈이 수행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더욱 발전된, 지속적인 연구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의 시각 모두를 포함하는 한반도철학사 연구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연구주제 이다. 우리 철학과 사유의 구체성과 현재성을 획득하는 데 있어, 특히 이 부분에 대한 검토는 생략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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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

김영철, 「조선철학사연구의 강령적 지침을 마련하여 주신 불멸의 업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4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8. 림수연, 「신인철학의 인간에 대한 견해형성발전의 사상리론적 전제」,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6. 로학희. 「동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1호. 김일성종합대 학출판사, 2008. 로학희. 「신인철학의 세계에 대한 견해와 그 제한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1호. 김일 성종합대학출판사. 2009. 로학희. 「신인철학의 력사적 진보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6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 판사. 2010. 로학희. 「우리나라 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의 력사적 변천(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 61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5. 로학희, 「조선근대철학에서 세계에 대한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4호, 김일성종 합대학출판사, 2017. 로학희, 「신인철학의 3대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3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 사, 2017.. 로학희, 「유교 성리학이 조선철학사 발전과 인민대중의 자주의식, 창조적 능력 발전에 미친 부정적 영향」,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제66권 1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20. 박명. 「신인철학의 개벽사상」.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9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13. 정해섭. 「주체철학이전 조선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2)」.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43권 2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1997. 채주연, 「신인철학의 우주자연관의 력사적 의의」,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62권 1호, 김일성 종합대학출판사, 2016. 한분희. 「도덕발생에 대한 신인철학의 견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 제43권 4호, 김일성종합대 학출판사, 1997. 호영식. 「동학의 민족주의적인 보국안민 사상과 그 특징」.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제54권 4호,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2007.

3) 기타 단행본 및 논문

東經大全, 「論學文」 李敦化, 新人哲學, 천도교중앙총부, 1968. 김일성, 김일성전집 99, 조선로동당출판사, 2011. 정해섭. 1982. 조선철학사,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정성철. 조선륜리사상사 3,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0. 정성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는 조선철학사 연구의 진로를 명시하신 위대한 스승이시다」, 사회과학원 학 보 루계 제33호, 사회과학원출판사, 2002. 정창학, 「천도교 출현의 력사적 배경」, 력사과학 루계 제178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01. 량만석. 동학의 애국애족사상, 사회과학출판사, 2004. 량만석 ․ 박춘란, 조선철학전사 7, 사회과학출판사, 2010. 박창연. 천도교의 사상연구, 사회과학출판사, 2013.

2024년도 한국철학회 학술대회자료집(2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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