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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무이정사잡영〉 12수/주희

정사(精舍) 12-1

 

琴書四十年 거문고와 책을 벗 한지 40년

幾作山中客 몇 번이나 산중의 객이 되었던가

一日茅棟成 어느 날 띠 집 하나를 완성하니

居然我泉石 확실히 나의 샘과 산이 되었네

 

인지당(仁智堂) 12-2

 

我慙仁知心 나는 인과 지의 마음에 부끄러운데

偶自愛山水 우연히 스스로 산수를 사랑하도다

蒼崖無古今 푸른 산악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

碧澗日千里 푸른 시내는 날마다 천리에 있네

 

은구실(隱求室) 12-3

 

晨窓林影開 새벽 창에 숲 그림자 열리고

夜枕石泉響 밤중 베갯머리엔 샘물 소리 울리네.

隱居復何求 은거함에 다시 무엇을 구하며

無言道心長 말없는 가운데 도의 마음은 자라네

 

 

지숙료(止宿寮) 12-4

 

故人肯相尋 친구가 서로 찾는 것을 즐겨하여

共寄一茅宇 함께 띠 풀 집에 머물렀네.

山水爲留行 산수에 머물렀다 가니

無勞具鷄黍 힘쓰지 않아도 닭 모이를 갖추어주네.

 

석문오(石門塢) 12-5

 

朝開雲氣擁 아침이 열리면 구름 기운에 안기고

暮掩薜蘿深 해 질 녘이면 담쟁이 넝쿨 무성 하네

自笑晨門者 새벽 문에 기대어 홀로 웃는 이

那知孔氏心 어찌 공자님의 마음을 알까?

 

관선재(觀善齋) 12-6

 

負笈何方來 스승 찾아 어디에서 오셨는가?

今朝此同席 오늘 아침 자리를 함께 했네

日用無餘功 날마다 하는 공부로 다른 일 없이

相看俱努力 서로 격려하며 같이 노력할 뿐

 

한서관(寒棲館) 12-7

 

竹間彼何人 저 대숲에 서있는 이 게 누구인가

抱甕靡遺力 옹기를 안고 힘쓰기를 버리지 않네

遙夜更不眠 긴긴 밤 다시 잠 못 이루어

焚香坐看壁 향 피우고 앉아 벽만 처다 보네

 

만대정(晩對亭) 12-8

 

倚笻南山巓 지팡이에 의지해 남산 정상에 오르니

卻立有晩對 도리어 만대봉(晩對峰)이 서 있네

蒼峭矗寒空 푸르고 높게 차가운 하늘과 가지런한데

落日明影翠 저녁놀은 푸른 절벽을 선명하게 비추네

 

철적정(鐵笛亭) 12-9

 

何人轟鐵笛 어떤 사람이 철적을 요란하게

噴薄兩崖開 뿜어내어 양쪽 언덕을 열었네

千載留餘響 천년의 남은 소리 남아 있으니

猶疑笙鶴來 오히려 생황 부는 학이 오는 듯하네

 

 

조기(釣磯) 12-10

 

削成蒼石稜 깎아 세운 푸른 모서리

倒影寒潭碧 찬 못에 비쳐 푸르도다

永日靜垂竿 종일 조용히 낚시를 드리우니

兹心竟誰識 이 마음을 끝내 누가 알리

 

다조(茶竈) 12-11

 

仙翁遺石竈 선옹이 돌 아궁이 남겨 놓았으니

宛在水中央 완연히 물의 한 중앙에 있도다

飲罷方舟去 차를 다 마시고 배로 나아가려고 하니

茶烟裊細香 차 연기는 향기를 내며 하늘거리네

 

어정(漁艇) 12-12

 

出載長烟重 나갈 때는 무거운 안개를 오래 싣고

歸裝片月輕 돌아올 때는 가벼운 조각달을 싣고 오네

千巖猿鶴友 많은 바위는 원숭이와 학의 친구이고

愁絶棹歌聲 뱃노래 소리에 근심이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