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是仙山託異靈 선산은 이령을 붙이지 않나니
滄洲遊跡想餘淸 창주의 유적을 생각함에 맑아라
故能感激前宵夢 그러므로 전날 밤의 꿈에 감격하여
一櫂賡歌九曲聲 노를 두드리며 구곡가를 이어서 부르네
我從一曲覓漁船 내가 일곡에서 고깃배에 찾아 오르니
天柱依然瞰逝川 천주봉이 의연하게 서천을 굽어보네
一自眞儒吟賞後 진유가 한 번 음상한 후로부터는
同亭無復管風烟 동정에 다시 풍연을 관장함이 없어라
二曲仙娥化碧峰 이곡이라 선녀가 변화한 푸른 봉우리
天姸絶世靚修容 아름답고 빼어나게 단장한 얼굴이라
不應更覬傾城薦 다시는 경국지색 엿보지 않노라니
閭闔雲深一萬重 오두막엔 구름이 깊고 깊게 드리우네
三曲懸厓揷巨船 삼곡이라 높은 벼랑에 큰 배가 걸려 있어
空飛須此怪當年 공중을 날아와 걸린 그 때가 괴이하다
濟川畢竟如何用 내를 건넘에 마침내 어떻게 할 것인가
萬劫空煩鬼護憐 오랜 세월 귀신 보호와 사랑이 부질없네
四曲仙機靜夜巖 사곡이라 선기암은 밤이 되어 고요한데
金鷄唱曉羽毛毿 금계에 새벽 되니 깃털이 길게 보이네
此間更有風流在 이 사이에 참으로 풍류가 있으니
披得羊裘釣月潭 양구 벗고 월담에서 낚시를 하리라
當年五曲入山深 그 때 오곡은 산 깊이 들어가니
大隱還須隱藪林 대은이 도리어 수풀 속에 은거하네
擬把瑤琴彈夜月 요금을 빗겨 안고 달밤에 타노라니
山前荷簣肯知心 산 앞의 하궤자가 이 마음 알겠는가
六曲回環碧玉灣 육곡이라 푸른 옥만이 둘러 있고
靈蹤何許但雲關 신령한 자취는 어디인가 운관뿐이로다
落花流水來深處 물 위에 꽃잎은 심처에서 오나니
始覺仙家日月閑 비로소 알겠네 선가의 한가로움을
七曲橕篙又一灘 칠곡이라 노를 잡고 또 한 여울 오르니
天壺奇勝最堪看 천호봉의 기이한 풍경 가장 볼 만하네
何當喚取流霞酌 어찌하면 신선 먹는 유하주를 얻어서
醉挾飛仙鶴背寒 취하여 비선을 끼고 학의 등을 타려나
八曲雲屛護水開 팔곡이라 구름이 걷히니 호수가 열리고
飄然一棹任旋洄 표연히 노에 맡기고 물 위를 선회하네
樓巖可識天公意 고루암은 조물주의 뜻을 가히 알아서
鼓得遊人究竟來 유인을 불러서 끝까지 찾아오게 하네
九曲山開只曠然 구곡이라 산이 열리니 눈 앞이 트이고
人烟墟落俯長川 사람 사는 촌락이 장천을 내려다 보네
勸君莫道斯遊極 그대는 이곳이 유극이라 말하지 말라
妙處猶須別一天 묘처는 오히려 모름지기 별천지가 있어라
*참고
이 글은 退溪李滉의 「陶山雜詠」의 시 작품에 담긴 理學的의미와 그 전승과정을 역사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논고이다. 퇴계의 「도산잡영」은 주자의 「武夷精舍雜詠」의 전통을 이어 퇴계 자신의 문학과 理學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특히 「도산잡영」시의 몇 편은 天理, 敬, 義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天淵臺>, <天光雲影臺>, <玩樂齋>시에서 자신의 이학적 정서를 잘 표현하였다. 퇴계의 敬과 理에 대한 탐구는 `天光雲影`과 `鳶飛魚躍`으로 상징된다. 그는 `천광운영`에서 敬을 드러내고 `연비어약`에서 天理의 생동적인 모습을 표현하였다. 송대 이학에서 새롭게 제기된 천리는 이제 퇴계에 의해 도산의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그리고 程?에 의해 제기된 敬은 완락재에서 퇴계에 의해 실천되었다. 그는 완락재에서 敬과 義, 無極과 太極, 陰陽과 五行의 오묘함을 부단히 탐구하였고, 자연의 理가내 마음에 이른다는 `理到`설을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퇴계는 「도산잡영」을 통해 도산에 펼쳐진 자연이 그의 마음에 다가와서 하나가 되는 理學의 최고 경지인 和의즐거움을 맛보았다. 퇴계의 「도산잡영」은 이미 당대의 학자에게도 크게 주목 받던 작품이었고, 후대의 학자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퇴계의 제자인 奇大升은 「도산잡영」詩韻에 의거하여 퇴계 이학의 함의를 드러내었다. 특히 기대승은 「완락재」시에서 涵養공부를 강조하였고, 敬과 義가 순환하는 묘리의 탐구를 강조하였다. 그런데 퇴계의 「도산잡영」을 그대로 모방하여 시를 짓고 기문을 쓴 학자는 李象靖이다. 이상정의 「高山雜詠」은 주자가 武夷九曲을 경영하고 「무이정사잡영」을 읊었던 것과 퇴계가 도산을 경영하고 「도산잡영」을 읊었던 것을 수용하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산수 공간을 시로 읊은 것이다. 이상정은 삼라만상과 사귐에 자신의 즐거움이 삼라만상과 더불어 무궁하다고 하였다. 그는 퇴계의 이학을 정리하면서 산수로 대표되는 자연 속에서 `仁`과 `智`를 제기하여 퇴계의 이학의 최고 경지인 樂(즐거움)을 구현하려고 했다. 주자의 「무이정사잡영」에는 아직 敬과 義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퇴계는 「도산잡영」에서 주자의 「觀書有感」등 작품에서 과감하게 이학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용하여 도산을 이학의 공간으로 만들고 이학적 함의의 시를 읊었다. 그리고 程顥의 `天理`와 程?의 敬, 周敦?의 太極의 묘를 탐구하는 공간임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퇴계가 구축한 이러한 理學의 詩세계는, 조선시대에 詩로서 이학을 논한 하나의 전형이 되어 그뒤기대승과 이상정 등 많은 학자들에 의해 더욱 闡明되고 전승되어 나갔다.
<권오영, 퇴계(退溪)의 「도산잡영(陶山雜詠)」의 이학적(理學的) 함의(含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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