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고린도전서는 바울의 다른 서신들과 달리 장별로 주제가 확연히 구분된다.
즉 고린 도전서는 파당문제(1-4장), 근친상간과 음란 및 교인 간의 소송 이슈(5-6장), 결혼(7장), 우상제물을 먹는 문제(8-10장), 성만찬(11장), 성령의 은사(12-14장), 부활(15장) 등을 다루고 고린도후서는 바울에 대한 오해와 거짓 사도들로 인해 촉발된 바울의 사도권 이슈를 주로 다루기에, 고린도전후서에 있는 이 주제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 모두에서 세상의 지혜와 강함과 대비 되는 하나님의 지혜와 약함 및 어리석음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그 이유를 고찰하며, 또한 그 주제가 전개된 방식과 사례를 연구하였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 논문에서 바울의 약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해가 바울 개인의 고난 경험에 국한되 지 않고,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 전체에서 다루어질 뿐만 아니라, 바울이 그레코-로 만 세계에서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복음과 관련하여 재해석하여 신 학화한 다음 자신의 논지로 삼아, 당시 힘과 지식을 숭상하는 그레코-로만 문화의 세계 관을 극복하고자 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연구는 힘의 논리를 따라 가는 양극화에 익숙한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 된다.
주제어 고린도후서, 수사학, 세상의 지혜, 약함, 어리석음
I. 들어가는 말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가 기록된 배경 및 다루어지는 이슈는 전 혀 다르다.
고린도전서의 주요 논의 주제는 파당 문제(1-4장), 근친상 간과 음란 및 교인 간의 소송 이슈(5-6장), 결혼(7장), 우상제물을 먹는 문제(8-10장), 성만찬(11장), 은사(12-14장), 부활(15장) 등이고, 고린도 후서에는 고린도교인들의 바울에 대한 오해와 거짓 사도들로 인해 촉 발된 바울의 사도권 이슈가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고린도 전·후서는 연속성을 가진 문서라기보다는 별개의 책으로 간주되어 각 각 별도의 주제로 연구되는 경향이 많았다.1) 그럼에도 필자는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에 ‘강함’, ‘지혜’(혹은 ‘지 식’)와 대비되는,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개념과 용어가 적지 않게 그리고 공통으로 사용되는 점에 주목하였다.2)
1) 두 서신의 연속성을 고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안은 고후 2:5와 7:12에서 언급 된 ‘근심하게 한 자’와 ‘그 불의를 행한 자’를 고전 5장에 나오는 근친상간에 준하 는 음행을 범하여 치리받은 자(5:1)와 동일시하는 견해인데, 이들을 연계시킬 결정 적인 증거가 없기에 적지 않은 학자들이 이러한 접근을 반대한다. 박익수, 누가 과연 그리스도의 참 사도인가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468.
2)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약함’과 ‘어리석음’의 개념과 용어 역시, 각각 고린도 전서와 고린도후서 각 서신에 국한되어 고찰되었다. 예를 들면, Colin Ekstein, “The Death of God and ‘the Foolishness of the Cross’ in 1 Corinthians 1.18-2.5,” Modern Believing 60/4 (2019), 347-56; J. B. Polhill, “The Wisdom of God and Factionalism: 1 Corinthians 1-4,” Review & Expositor 80/3 (1983), 325-39; Joshua Heavin, “Power made Perfect in Weakness: Theologia Crucis in 2 Corinthians 13.3-4,” Journal of Theological Interpretation 13/2 (2019), 251-79.
분명 현대인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레코-로만 세계 안에서도 약함3)과 어리석음4)은 부정 적 개념이었는데, 언제부터 바울에게 있어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개 념이 그의 사역 전반, 그리고 사도권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요소가 되 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어떤 이들은 데살로니가전서가 기록된 바울의 초기 사 역 정도의 이른 시점에 이미 고난으로 인해 약함이 바울의 자의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아덴에서의 그의 경험 과 대적자들에 의해 제기된 그의 사도권 변호가 약함의 이슈를 고민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5)
3) 우선 많은 헬라 문헌과 신약성경에 있어서, 약함을 나타내는 ἀσθένεια와 그 동족어 들은 간헐적으로 문자적 용례에서 벗어난 경우가 있긴 하나, 대체로 질병 등의 불완전한 건강뿐 아니라 노령과 같은 신체적 약함, 그리고 불리한 여건으로 전쟁 에서 동맹을 맺지 못하는 상황 혹은 가난 등의 사회적 환경도 약함의 범주에 들어 갔다. 그리하여 약함은 헬라인들에게 있어 부정적 개념으로, 약하다는 것은 당연 히 자랑이나 축하의 대상이 아니라, 불쌍히 여김을 받아야 할 상태였다. 그러나 Greene은 그 어떤 문헌에서도 바울 안에서만큼 지속해서 약함을 신학적 개념으로 접근한 곳은 없다고 단언한다(고전 2:3, 15:43; 고후 11:30, 12:5, 12:9-10, 13:4). Coleman Greene, “The Theological Development of ἀσθένεια in 2 Corinthians 12:9- 10,” Presbyterion 48/1 (2022), 214-16.
4) 헬라 문헌에서 이 용어는 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헬라 비극에서는 어리석음은 광기를 말하며, 인간 이성의 혼돈으로 촉발된 성급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의미하 고, 정치적 문맥에서는 어리석음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신중하 지 못한 신출내기를 뜻하였다. 철학자들과 도덕론자의 상황에서는 어리석음은 이 성 혹은 자기 이해의 부족을 뜻하고, 수사학자들에게는 청중과 상황에 따른 설득 의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 요소들이 바 울의 ‘어리석음’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어리석음은 그레코-로만 세계에서는 특정한 사회 유형의 행동과 태도를 멸시하는 용어, 특히 낮은 계층의 어릿광대를 연상시켰다. 이 사회 유형의 어리석음은 신체적 기괴함과 함께 정신의 약함 혹은 결함을 뜻하였다. 아울러 그러한 존재들은 당시 오락의 일종으로 마임(mime)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Laurence L. Welborn, “Μωρὸς γενέσθω: Paul’s Appropriation of the Role of the Fool in 1 Corinthians 1-4,” Biblical Interpretation 10/4 (2002), 423-24.
5) Jerry L. Sumney, “Paul’s Weakness: An Integral Part of His Conception of Apostleship,” JSNT 52 (1993), 71-72.
한편으로는 고린도 서신에서 가장 빈번히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사용되는 고린도후서 10-13장은 개인의 변호에 불과하 기에 두 서신을 병행하여 그 개념을 바울의 주요 논지로 간주하여 접 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6)
하지만 이들의 견해는 바울의 약 함의 이슈를 바울 자신의 개인적 경험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한계가 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 모두에서 고린도 교인들을 가 르치면서 개인적 경험과 무관한 곳에서도 약함과 어리석음의 주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개념은 고린도전서 1-4장에서 확연하게 전면에 배치되는 데, 즉 바울은 즉 고린도전서 1장에서 세상의 지혜와 하나님과 십자가 의 도의 어리석음을 대조한 후(1:21-29), 2:1-4에서 자신의 소명에 대해 서도 약함, 수사학적 미숙함, 그리고 두려움으로 설명하고, 또한 자신 과 동역자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으나, 고린도 교인들은 그리스 도 안에서 지혜롭고, 자신들은 약하고 비천하나, 그들은 강하고 존귀하 다고 풍자적으로 말하며, 다시 한번 세상의 안목과 하나님의 시각을 강 하게 대조한다(4:10).7)
비록 이 개념이 1-4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지라도, 힘과 세상의 지혜를 숭상하는 그 질병과 폐단의 결과물이 고 린도전서 5-15장에서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8)
6) 예를 들면, Scott J. Hafemann, Suffering and Ministry in the Spirit: Paul’s Defense of His Ministry in 2 Corinthians 2:14-3:3 (Grand Rapids: Eerdmans, 1990), 69-72; Dustin W. Ellington, “Not applicable to Believers? The Aims and Basis of Paul’s ‘I’ in 2 Corinthians 10-13,” JBL 131 (2012), 326에서 재인용.
7) Clint Schnekloth, “Paul is fool,” Word & World 30 (2010), 408.
8) 특이한 것은 바울의 권면은 대개 서신의 전반부에서는 암시를 주고 후반부에 구체 화되는 반면(롬 12:1; 15:30; 16:17; 갈 5:1, 13; 살전 4:1, 10; 5:14 빌 4:2),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는 강함과 약함, 지혜와 어리석음의 주제와 그것에 따른 권면을 아예 전반부에 배치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바울의 판단에 이 주제가 단순히 전체 서신의 서막이 아니라, 1-4장의 파당 이슈뿐 아니라, 5-15장에 등장하는 고린도 교회의 모든 공동체의 문제의 뿌리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Benjamin Fiore S. J., “‘Covert Allusion’ in 1 Corinthians 1-4,” CBQ 47 (1985), 86.
티슬턴(Anthony C.Thiselton)은 고린도 교회 안에 팽배해 있는 그 폐해에 대해
“ 첫째, 우 월한 지위 확보를 위한 경쟁적, 이기적 성취욕,
둘째, 타인을 고려치 않는 자기만족적 태도와 자기만의 자유를 누리려는 경향,
셋째, 사랑 이나 타인을 위한 배려 등과 같이 일상적 삶을 위한 좀 더 기본적인 은사보다는 ‘지식,’ ‘지혜,’ 그리고 ‘자유’ 등의 은사를 더 높이려는 경 향”이라고 규정한다.9)
그리고 고린도후서에서도 온전케 하는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개념이 10-13장에 집중하여 등장하지만, 비록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곳에서도 그 개념이 내재화되어 있다.10)
그리하여 필자는 이 논문에서 바울의 약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해 가 바울 개인의 고난 경험에 국한되지 않고,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 서를 관통함을 논증할 것이다.
즉, 두 서신을 통해 바울이 그레코-로 만 세계에서 약함과 어리석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복음과 관련하 여 재해석하여 신학화한 다음 자신의 논지로 삼아, 당시 힘과 지식을 숭상하는 그레코-로만 문화의 세계관을 극복하고자 했다는 관점을 제 시하고자 한다.11)
9) 앤터니 C. 티슬턴, 고린도전서, 권연경 역 (서울: SFC 출판부, 2013), 33.
10) 1장에서는 위로의 능력이 고난의 약함을 통하여 오며(1:3-7), 2장에서는 승리가 포로 됨을 통해 오고(2:12-17), 3장에서는 불충분을 통해 충분히 다루어지며(3:1-6), 4장에서는 생명이 죽음을 통해서 오고, 5장에서는, 육체의 파괴를 통해 영원한 장막이 오며(5:1-5), 6장에서는 고난을 통한 축복 (6:3-10), 7장에서는 슬픔을 통한 구원 (7:2-10), 8장에서는 가난을 통한 풍부(8:1-2, 9, 14), 9장에서는 줌을 통한 받음 (9:6-8, 11), 10장에서는 멸시를 통한 칭찬(10:10-18), 11장에는 고난을 통한 자랑 (11:16-30)이 다루어진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믿음 안에서의 약함이 갖는 역설이 강조된다. Dane C. Ortlund, “Power is Made Perfect in Weakness (2 Cor. 12:9): A Biblical Theology of Strength through Weakness,” Presbyterion 36/2 (2010), 101.
11) Paul Hertig, “Fool’s Gold: Paul’s Inverted Approach to Church Hierarchy (1 Corinthians 4), with Emerging Church Implications,” Missiology 35/3 (2007), 289; Jeremy Punt, “Who’s the Fool, and Why? Paul on Wisdom from a South African Perspective,” Religion & Theology 20 (2013), 109.
그리고 이 연구는 힘의 논리를 따라가는 양극화에 익숙한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II. 바울의 약함 및 어리석음과 대조되는 개념, ‘이 세 상의 지혜(고전 1:20)’의 배경적 이해
1. 그레코-로만 시대의 세계관
티슬턴은 바울에게 사용된 어휘 ‘이 세대의’(τοῦ αἰῶνος τούτου)를 ‘이 세상의 질서의’(혹은 규칙, of this world order)로 번역함으로써 유 대적, 기독교적 종말론에서 말하는 다가오는 세상의 질서와의 대조를 꾀한다.
우선 그는 세상(κόσμος)이라는 어휘는 요한복음에서처럼 이중 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그 어휘는 한편으로는 적극적 혹은 중립적 의미에서 창조된 전체 세상을 의미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구 조적 자기중심성(structural self-centeredness), 신분 추구(status-seeking), 그 리고 자기만족(self-sufficiency)을 추구하는 세상의 질서를 함의할 수 있 다.
티슬턴에 따르면 바울이 말하는 세상은 명백히 후자의 이해가 더 가능성이 있는데, 바울이 건전한 의미의 그레코-로만 철학의 합리성 과 이성에 따른 체계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12)
그렇다면 이 세상이 추종하는 지혜는 무엇일까?
비록 여러 학자가 다양하게 바울이 말한 이 세상의 지혜의 정체성에 대해 논할지라도, “하나의 특별한 철학 사조를 특정하는 시도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13)
12) Anthony C. Thiselton,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A Commentary on the Greek Text (Grand Rapids: Eerdmans, 2000), 165-66.
13) 이 지혜에 대해서 학자들은 다양한 이해를 갖는다: (1) 유대 지혜전승(Conzelmann, Windisch, Dupont), (2) 필로에서 종종 발견되는 헬라-유대적 전승(Horsley, Pearson, Davis), 혹은 (3) 영지주의의 초기 형태(Bultmann, Schmithals, Wilckens). Thiselton,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166.
그럼에도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지혜의 취득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 높은 집안 출신의 표식, 그의 지적 수준과 세련됨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정치적 힘과 영향력에 대한 증거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바울이 당시 편만했던 힘에 기반한 권 력 지향적인 문화를 뒤집어 전도(顚倒)하는 십자가의 의미를 강조한 배경일 것이다.14)
따라서 우리는 바울이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이 세상의 지혜’가 의 미하는 바를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에서 모두에서 추정해 볼 수 있다.
거시적 관점으로는 전술한 대로 그레코-로만 세계의 권력 지향 적인 세계관에 대한 것이다.15)
바울도 종종 이용하는 그레코-로만 세 계의 몸 메타포는 도시국가의 일치를 강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수사 학적 패러다임이었다.
이런 배경 아래서는 하층계급의 순응을 요구하 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다.16)
14) Courtney J. P. Friesen, “Paulus Tragicus: Staging Apostolic Adversity in First Corinthians,” JBL 134/4 (2015), 819. 15) 미시적 관점은 아래 “2. 고린도 시의 생성과 정서”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16) 유승원, 크고 넓은 교회, 높고 깊은 신학: 설교를 위한 에베소서 연구 (서울: 한국성서학연구소, 2001), 185. 플라톤은 머리가 둥근 형태인 것은 신성을 반영하 는 것으로 머리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하고 머리가 신체의 다른 부분들을 지배하 고, 몸은 머리가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떠받드는 것이 주요 기능이듯이, 하층계급 은 권력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가졌다(Timaeus 44D). 그러나 바울 은 약한 지체에 존귀할 것을 요구하여 당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뒤집는다. 유 승원, 크고 넓은 교회, 높고 깊은 신학, 183-84.
즉 당시 로마의 정치 체 계와 종교는 현재의 계층 구조적 질서에 순응하게 만드는, 우주적 균 형에 대한 통찰을 지혜의 핵심으로 간주하였다.
이 지혜관에 따르면, 이교적 우주 안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자 하는 개인은 사회조직 내에서 그에게 주어진 지위에 따라 행동하 고, 그를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돌보는 그보다 우월한 자에게 합당한 존경을 보일 때 그는 선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 균형이 손상될 때 혼돈이 시작된다.
악은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개인들이 더 이상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17)
즉 자녀가 그들의 부모를, 종들이 그들의 주인들을 더 이상 복종하지 않을 때의 상황이다.
로마 의 권력 체계의 중요한 축들 가운데 하나인 후원자-피보호자 관계는 이 우주관에 기반한다.
그리하여 세상의 지혜는 양극화를 당연시하여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분열을 규범화한다.
우월한 사람들은 저열 한 사람들이 복종하고 순종하도록 일련의 명령체계를 유지하였다.
이 지혜는 일치보다는 불일치, 협력보다는 가진 자의 우월성과 공동체에 대한 지배를 선호한다.18)
이런 맥락에서 키케로(Cicero)도 “서열은 유 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9)
따라서 세상의 지혜는 기성의 권력체제의 질서 유지 목적을 갖는 다.
바울이 세상의 지혜로 부르는 것이 바로 당시의 통치 목적 지향의 세계관이다.
로마인들에게 있어 지혜는 계층구조적 질서의 유지와 실 제로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좁은 영역에서는 고린도 교회, 고린도 사 회, 그리고 보다 넓은 영역에서는 로마 사회가 바울이 세상의 지혜라 고 부르는 이 우주적 균형을 추구하는 질서에 의해 다스려졌다.20)
17) Eckstein, “The Death of God and the ‘Foolishness of the Cross’,” 349.
18) Margaret M. Mitchell, Paul and the Rhetoric of Reconciliation: An Exegetical Investigation of the Language and Composition of 1 Corinthians (Tübingen: J. C. B. Mohr, 1991), 211-12.
19) Hertig, “Fool’s Gold,” 289에서 재인용.
20) Eckstein, “The Death of God and the ‘Foolishness of the Cross’,” 349-50.
2. 고린도 시의 생성과 정서
이 세상의 지혜에 대한 좀 더 미시적인 접근은 고린도 시의 사회역 사 문화적 정황 및 고린도 시의 재건과 관련이 있다.
겐그레아와 레카 이움이라는 두 개의 천혜의 항구를 끼고 있던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고린도 시는 아가야, 펠로폰네소스 반도까지 동서남북 사방팔방의 중 요한 국제 무역 요충지가 되어 매우 번창하였다.
특히, 이른바 디올코 스로 알려진 도로망을 통해 두 개의 항구를 연결한 덕분에 관세와 운 송비로 풍족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또한 고대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이며, 고대 그리스 3대 스포츠 축 제 중 하나였던 이스트무스 체육 제전이 2년마다 개최되어 선수와 관 람객, 그리고 여타의 이유로 사업가, 무역 상인, 다양한 철학자와 교사 등을 끌어들여 오늘날의 매머드 도시에 해당할 만큼의 성장을 보였 다.
경제적 번영으로 다소 기고만장했던 고린도 시는 로마와 갈등을 빚다가 주전 146년 로마의 군대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100여 년 동안 폐허로 있다가, 줄리어스 시저의 유훈에 따라 주전 44년경 로마 군단 의 퇴역군인을 위한 식민지로 재건되었다.21)
폐허 위에서 신도시가 생성되면서 초기 정착민은 로마의 군인과 노 예였으나, 점차 도시가 활성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성공의 꿈을 안 고 고린도로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100여 년 동안 도시 기능을 상실한 채 거의 폐허로 있다가 재건된 도시에는 텃세를 부릴 이른바 터줏대 감들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 성공을 꿈꾸는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터전 삼을 만한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몰두하였다.
자연 스럽게 자기과시, 자기선전, 자기판촉의 문화, 승자 독식주의 등과 같 은 경쟁사회의 폐해가 자연스럽게 고린도시의 정서로 자리 잡았다.22)
21) 티슬턴, 고린도전서, 24-29.
22) 티슬턴, 고린도전서, 32. 최근 1세기 고린도 시의 생성 및 정황 그리고 고린도인 들의 유입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이해가 시도되고 있어, 이 소고 이후의 추가적인 연구의 동기가 된다. 참조. 참조. Daniel N. Schowalter and Steven J. Friesen (ed.), Urban Religion in Roman Corinth: Interdisciplinary Approaches (New York: Harvard Divinity School Press, 2005); Cavan Concannon, “Negotiating Multiple Modes of Religion and Identity in Roman Corinth,” The First Urban Churches 2: Roman Corinth, ed. by J. R. Harrison and L. L. Welborn (Atlanta: SBL Press, 2016), 85-104.
그리고 그들은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후원자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었 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술한 대로 그레코-로만 시대의 상류층 사람들이 개인적 으로 추구했던 권력 지향 혹은 체제 유지적인 성향을 지닌,23) 바울이 말하는 ‘세상의 지혜’는 특정 사유체계라기보다는 단지 어떤 사회나 문화 내에서 살아감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동화될지도 모르는 사유의 습관이나 형태이다.
고린도 교인들은 경쟁과 힘을 추구하는 정서와 삶의 태도를 그들이 마시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흡입했을 것이다.24)
23) R. A. 호슬리, 고린도전서, 박경미 역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9), 61, 64.
24) 데이비드 갈런드, 고린도전서, 조호영 역 (서울: 부흥과 개혁사, 2019), 104. Hays 는 고린도 서신에서 언급되는 지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지식의 소유와 그 지식을 수사학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식 모두를 가리키며, 인상적인 인간 지혜에서 영광을 찾았기 때문에 허망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혔다고 주장한다. 리처 드 B. 헤이스, 고린도전서, 유승원 역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6), 69-70.
3. 고린도 교회 구성원들의 삶의 자리와 바울의 정황
고린도 시는 수많은 부유한 엘리트들을 흡수하였는데, 그들은 로마 의 후원자 시스템을 통하여 고린도 대중들 위에서 그들의 우월한 사 회적 경제적 지위를 권력으로 휘두르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 통적으로는 고린도 교회 내의 파당 이슈에 대해, 바울이 고린도 교회 안에 성행했던 실현론 종말론과 그에 따른 현세적 만족의 추구에 도 전했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최근에 확대되는 이론은 공동체 내의 긴 장들은 성격상 덜 신학적이고, 더 정치 사회적이어서, 사실상 제기된 모든 문제는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야기된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즉 다수의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자들과 부를 가진 소수의 파워 그룹이긴장 관계에 있었다는 이해이다.25)
따라서 상위 계급 출신의 소수의 영향력 있는 자들과 하위 그룹의 대다수가 내적인 갈등을 경험했는데, 타이센(G. Theissen)에 이어 믹스 (W. A. Meeks)는 바울 교회들이 신분적 불일치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 회적 신분상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26)
이러한 정황은 교회 공동체 안의 사회적 관행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쳤고, 바울에 게도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느 시점엔가 고린도에서 자비량 사역을 감당하고 일정 부분 빌립보 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던 바울에게 고린 도 교회의 구성원 중 유력한 자(혹은 유력한 자들)가 재정적 지원을 제안했었을 수 있다.
물론 그 제안은 선한 의도였을 수도 있으나, 고 린도 교회의 실제적 혹은 잠재적 파당주의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제안은 결국 자신들의 파당과의 동맹관계 에 대한 요구를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27)
복음이 갖는 ‘거저 줌’이라는 성격에 자기 사역의 기반을 두고 있던 바울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만일 그 제안이 그의 지위를 심각히 타협적인 것으로 만드는 경우라면, 그 제안의 수 용은 바울은 공동체 구성원들 가운데 유력한 자들에게 종속적인 위치 로 만들 수 상황이었다.
또한 한쪽 그룹의 제안을 받을 경우, 라이벌 그룹과는 적대감을 형성하게 될 형국이었다.28)
25) Punt, “Who’s the Fool, and Why?,” 112.
26) 참조. Wayne A. Meeks, The First Urban Christians: The Social World of the Apostle Paul, 2nd ed.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3), 73; Gerd Theissen, The Social Setting of Pauline Christianity: Essays on Corinth, ed. and trans. by John H. Schutz (Philadelphia: Fortress, 1982), 69, 138-39.
27) Christopher Forbes, “Comparison, Self-Praise and Irony: Paul’s Boasting and the Conventions of Hellenistic Rhetoric,” NTS 32 (1986), 14.
28) Forbes, “Comparison, Self-Praise and Irony,” 14.
또한 우리는 이 사안이 예루살렘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의 대표급으로 추정되는 ‘외부인들의 도착’과 관련하여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정 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외부인들은 예루살렘의 추천서를 소지하 였고, 그들의 신학은 팔레스타인 유대계 그리스도인들과 맥락을 같이 하여 의도적으로 바울과는 대립각을 세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 다(참조. 고후 11:5; 12:11).
그들은 고린도에 도착하자마자 반 바울 진 영과 금세 합류하였을 것이다.
바울의 변증은 이 연합전선을 펴고 있 는 두 그룹 모두를 염두에 두는데, 하지만 이들이 꼭 신학적으로 일치 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29)
따라서 비록 파당이라는 용어는 고린도전서 1-4장에 집중될지라도, 분열의 어감을 가진 어휘들과 일치에 대한 용어들이 고린도전서뿐 아 니라 고린도후서 전체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30)
29) Forbes, “Comparison, Self-Praise and Irony,” 15.
30) τὸ αὐτὸ λέγειν, σχίσμα, καταρτίζειν, ὁ αὐτὸς νοῦς, ἡ αὐτὴ γνώμη, ἔρις, μερίζειν, συζητητής, συγκεραννυύναι, φυσιοῦσθαι, κοινωνία, αἵρεσις, ζητεῖν τὸ σύμφορον … 등, Mitchell, Paul and the Rhetoric of Reconciliation, 180. 또한 각주 53 참조.
결과적으로 바울의 고린도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은 이 세상의 질서 혹은 지혜로 표 현되는 힘을 지향하는 로마의 가치 체계에 대한 정죄로 읽히게 될 것 이다.
III. 바울의 약함과 어리석음 개념의 출처와 수사학적 기술 양식에 대한 이해
자신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노출하는 것은 좋은 수사학적 전략은 아 니었다.
자기를 낮추는 화자는 권위와 힘을 선으로 간주하는 사회에 서는 비굴함과 복종적인 굴욕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자기비하의 위험 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었기 때문이다(Aristotle, Eth. Nic. 4.328-29, 35 [1125a]).31)
31) Ryan S. Schellenberg, “Paul, Samson Occom, and the Constraints of Boasting: A Comparative Rereading of 2 Corinthians 10-13,” Harvard Theological Review 109/4 (2016), 514.
그럼에도 바울이 이 전략을 세우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 까?
1. 바울의 약함과 어리석음 개념의 출처
가. 구약과 유대 전승
바울이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 하고”(고전 2:4)라고 했음에도, 그의 논지에 대한 연구는 주로 그레코- 로만 시대의 수사학적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바울은 또한 자 기 뿌리의 가장 중요한 축인 구약과 유대 전승을 통해 전수받은 유대 적 석의에도 익숙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바울은 제2성전기 유대인들 의 성경 해석의 틀을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최근의 학자 들은 고린도전서를 연구하면서 인용과 암시, 반향 등의 형태로 나타 나는 구약성경의 단락과 유대적인 석의 기술 연구도 진행해 왔다.32)
이 연구는 한 두 세대 전의 뵐너(W. Wuellner)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는 고린도전서 1-3장과 유대적 설교 양식과의 유사성을 연구한 후, 바 울이 구약의 인용을 통하여 ‘지혜,’ ‘현명함’ 뿐만 아니라 ‘어리석음’이 라는 핵심적 신학 용어를 사용하여 세상의 지혜에 대한 하나님의 우 월성을 강조하는 유대 전통에 익숙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33)
32) 예를 들면, H. H. Drake Williams III, The Wisdom of the Wise: The Presence and Function of Scripture in 1 Cor. 1:18-3:23 (Leiden: Brill, 2001), 1-4; John Paul Heil, The Rhetorical Role: Scripture in 1 Corinthians (Atlanta: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2005), 4-5.
33) 참조. Wilhelm Wuellner, “Haggadic Homily Genre in 1 Corinthians 1-3,”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89 (1970), 199-202; César Melgar, “Paul’s Use of Jewish Exegetical/Rhetorical Techniques in 1 Corinthians 1:10-3:23,” Review and Expositor 110 (2013), 611.
바울이 배운 유대 전통의 석의적 기원을 찾자면 바벨론 포로기 이 후가 될 것이다.
유대인들이 바벨론 포로기에서 돌아온 후, 토라의 교 사나 현자들과 같은, 유대 전통을 세우는 핵심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포로기 이전의 다라쉬(vrd)는 신탁의 해석을 중계하기 위해 선지자나 예언자를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온 말씀을 찾는 과정을 의미하였다 면(왕상 22:7; 겔 14:7), 포로기 이후에는 다라쉬는 가르침의 활동과 연 계되었고, 궁극적으로 토라의 해석자인 훈련 받은 개인들의 계급을 형성하기에 이른다(에 7:10; 대하 32:31).
토라 교사들 외에도 현자들이 성경을 자신들의 가르침의 중요 부분으로 사용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벤 시라(Ben Sira)나 솔로몬의 지혜서 (the Wisdom of Solomon)의 저자가 이에 해당하며, 그들은 성경 본문 안에 담긴 신비적 의미를 밝혀 설명하며, 묵시적 혹은 종말적 관점에 서 세상과 구별되는 하나님의 지혜와 특정 시대나 시간에 제한되지 않는 영원한 원리를 추구하게 되었다.34)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명예와 부와 권력을 가진 유력한 자들을 무력하게 하시고 비천한 구성원들을 구원하시고자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승리에 대 한 노래들도 이 전통에 서 있다(출 15장; 삿 5장; 삼상 2:1-10; 참조. 눅 1:46-55).35)
멜가(César Melgar)는 바울도 동일한 전통에 속한다고 하면서 바울 이 자신의 서신에 인용을 통해 그 사고를 반영했을 가능성 있는 성경 본문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고전 1:19와 사 29:14; 고전 1:31과 렘 9:22-23; 고전 2:9와 사 52:15; 64:3 그리고 렘 3:16; 고전 2:16과 사 40:13; 고전 3:19-20과 욥 5:12/시 93:11.36)
34) Melgar, “Paul’s Use of Jewish Exegetical/Rhetorical Techniques,” 612.
35) 호슬리, 고린도전서, 63.
36) Melgar, “Paul’s Use of Jewish Exegetical/Rhetorical Techniques,” 613.
한편 말과 지혜는 헬레니즘 유대교의 지혜 신앙에서 매우 긴밀히 연계되어 나타나는데, 헬라파 유대인들은 헬레니즘 세계의 철학의 유 창함과 유대 지혜 전승에서 말을 높이 평가하는 기조를 결합하는 경 향이 있었다(잠 1:2-7; 시락서 6:5, 18:28-29, 38:33, 39:1-6).
언변에 약점 을 가졌던 바울은 이 기준에 부합되지 않았던 것이다(고후 10:10).
반 면에 바울은 고린도전서 2:7-8에서, 이 시대의 통치자들이 알지 못했 던 하나님의 숨겨진 지혜를 말하는데, 지혜와 신비는 유대 묵시 문학 에서 동의어로 자주 사용되었고, 지혜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바울이 고린도 서신에서 공동체의 상황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약함과 어리석 음에 담긴 하나님의 신비로운 지혜라는 논지를 이끌어가는 기본 구성 이 되었을 것이다(참조. 단 2:18-19, 27-28; 1QS 3:13-4:25; 1QpHab 7:1-5; 고전 15:51).37)
37) 호슬리, 고린도전서, 72.
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약함과 어리석음의 재해석
바울은 세상의 지혜를 능가하는 하나님의 지혜의 우월성을 강조하 는 전통에 서 있으면서도, 그 지혜의 구체적 실현이 예수 그리스도 안 에서 이루어졌음을 분명히 한다.
그는 자신이 옛 세상의 적대적 세상 과 그리스도와 성령의 도래 안에서 강력하게 시작된 새 창조가 만나 는 교차점에 위치한다고 이해하였다.
바울에게 있어 옛 세상은 때때 로 현세적이지만(살전 5:12), 때때로 우주적이고 초자연적이어서(갈 4:3, 8), 그 세력은 단순히 세속적이고 사회적 정치적 힘만 가지는 것 이 아니라 우주적 영역 안에서 일시적일지라도 이 세상에 전방위적으 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전 2:8).
그러나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히 신 그리스도가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나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가 되며,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다고 하여 십자가의 말씀 이 세상의 지혜를 심판하는 방편이 된다고 말한다(고전 1:18, 23-25). 그리하여 바울에게 힘이라는 개념은 그리스도의 묵시 안에서 재구성 된다.38)
곧 바울은 십자가 안에서 하나님이 옛 질서 안으로 침투하시 며, 새 창조로 포로된 자들을 놓아주고 옛 질서를 해체하시는 분으로 이해한다(참조. 고후 5:11-17).
그 침투는 하나님의 아들의 십자가 처형 으로 시작되고, 세상이 인정하는 강력한 구원의 방편과는 모순되기에 걸림돌로 작동한다. 반면에 하나님의 사랑은 이 세상의 통치자들과 실제적 전투로 들어가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절정에 이르게 되는 하나님의 힘의 표현으로서의 이 명백한 ‘약함’의 행동이 하나님 의 힘을 인식하는 새로운 길이 된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일하시는 방식(modus operandi)으로서 약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계시되 는 종말적 사건으로 근본적으로 재정의된다.39)
그리하여 바울이 비록 고린도 교인들에게 말의 지혜로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는 지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 에서 지혜에게 십자가의 반(反) 논리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40)
38) Alexander R. Brown, “The Gospel takes place: Paul’s Theology of Power-in-Weakness 2 Corinthians,” Interpretation 52/3 (1998), 278-79.
39) Robert Moses, “Discerning the Body of Christ: Paul, Poverty and the Powers,”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New Testament 40 (2018), 474, 479.
40) Punt, “Who’s the Fool, and Why?” 118.
하나님의 지혜는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십자가에 달리신 메 시아의 수치스러운 선택으로 예시된다.
또 십자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의 사람들과 연장선상에 놓이며, 약하고, 수사학적으로 솜씨가 없으며 영적으로 고갈된 사도를 통해 표현된다(고전 1:26-2:5). 십자가 는 약한 사람들, 가난한 이들에게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가 위하여 죽 은 존재라는 가치를 부여한다(고전 8:11).
이 고린도 교인들은 가난한 자들과 바울을 멸시하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목적을 위하여 그들을 선택하셨다. 그리하여 십자가는 경쟁적이고 거만한 이들을 해체한다.
이러한 십자가 신학에 기반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을 향하여 자신이 종이자 노예로서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닮은 것처럼 자신 을 닮도록 권고한다(4:1, 16, 11:1).
그는 약함과 어리석음 속으로 자신 을 노예처럼 만들어 더 많은 사람, 특히 그처럼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 들을 얻고자 함이 그의 목적이자 자랑이 된다(고전 9:19-22).
즉 바울 은 자신의 사회적 힘과 지위를 희생하여 다른 이들을 얻고자 한다.
그 것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추천하는 삶의 모범이다.
십자가에서 시작되 는 신학이 바울에게 있어 힘을 추구하는 문화에 젖어 있는 그 어떤 종교에도 근본적인 해독제가 된다.41)
41) Tomlin Graham, “The Theology of the Cross: Subversive Theology for a Postmodern World?,” Themelios 23/1 (1997), 61-62.
2. 고린도 서신 안의 바울의 수사학적 기술 양식에 대한 이해
수사학의 목적은 원래 진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사람들을 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자기 이익을 위 하여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얄팍한 설 득의 기술로 변질되었다.
대중들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익의 극 대화를 꾀하는 소피스트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설득 기술의 효과에 넘어갔다.
이에 퀸틸리아누스(Marcus Fabius Quintilianus)는 수사학 웅 변술이 공연에 지나지 않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에 개탄하였다.42)
42) 티슬턴, 고린도전서, 41-42.
그러나 바울은 승리주의적 자랑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 여, 명백히 당시 청중의 기호에 맞추는 소피스트들의 수사학을 거부 한다(고전 2:1-5).
고전적 수사학과 바울서신을 연구하는 이들 가운데 는, 바울이 신학적 이유로 기독교적 선포에 있어서 성령의 도우심을 따를 뿐, 인간적인 수사학의 사용을 거부하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바울이 수사학 사용에 대해 학자들로 눈감게 한 것은 또한 신학적 편견이다.43)
그렇다면 바울이 수사학을 사용하였다면, 어 떤 수사학을 사용하였을까?
무엇보다 바울은 힘의 논리에 천착하고 자기 과시 자기 자랑에 급 급하여, 잔뜩 부풀어 오른 일부 고린도 교인들의 허세에 바람을 빼기 위해 풍자 혹은 자기 풍자(self-parody)의 수법을 사용한다.44)
자랑을 거부하면서도 자랑의 형태로 고린도 교인들을 책망하는 아이러니를 사용한다. 고전적 수사학에서 아이러니는 ‘말하고자 의도하는 바의 정확히 반대되는 바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의는 패러디, 풍 자, 조소, 코미디와 유머와 같은 다른 유형의 비유를 통해서도 적용된 다.45)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에 의하면, 청중이 화자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때, 화자는 간접적 방식으로 청중과 소통할 필요 가 생기고,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아이러니이다.46)
바울이 자신의 핵 심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이 기교를 고린도 서신에서 사용한다. 최근에는 바울의 아이러니를 연극의 일종인 마임(mime)과 연결하 여 이해하고, 바울이 힘을 숭상하는 당시 문화를 전복시키는 수단으 로 마임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47)
43) Joop F. M. Smit, “Epideictic Rhetoric in Paul’s First Letter to the Corinthians 1-4,” Biblica 84/2 (2003), 184-85.
44) 티슬턴, 고린도전서, 46-47.
45) J. A. Lubser, “A New Look at Paradox and Irony in 2 Corinthians 10-13,” Neotest Amentica 26/2 (1992), 507-508. 46) Søren Kierkegaard, The Point of View for my Work as an Author (New York: Harper and Row, 1973), 40; A. B. Spencer, “The Wise Fool (and the Foolish Wise): A Study of Irony in Paul,” Novum Testamentum XXIII/4 (1981), 349에서 재인용.
47) Punt, “Who’s the Fool, and Why?,” 115. 그리고 이 마임은 다른 문학적 장르들, 예를 들면, 코미디, 풍자뿐 아니라 비가(elegy), 철학적 대화와 심지어 소설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Laurence L. Welborn, “The Runaway Paul,” Harvard Theological Review 92/2 (1999), 127.
모든 극장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오늘날 권력자들이 언론을 통제하려 는 것처럼, 그레코-로만 세계의 권력자들은 종종 극장을 활용하였다.
그 목적들 가운데 하나로 바보를 무대에 올려 기득권의 즐거움을 향 유 하려 하였다.
당시 바보 유형은 낮은 계층의 어릿광대를 연상시키 는데, 그는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약하고 결 함이 많은 존재이다.
무대 위에서 바보는 불룩한 배를 가지고 있고, 삐져나온 귀, 대머리, 넓은 코, 험상궂은 형상을 가진 이들이 바보로 묘사된다.48)
그리하여 ‘어리석음’은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익살스러운 바보를 표현하는 총칭이 되었다.49)
그러나 종종 극장의 배우들은 억압받는 상황에서도 힘 있는 엘리트 에 대한 반문화적 대안의 목소리를 내어왔다.
바보의 당시의 관습과 법률을 서슴없이 위반하는 행동은 웃음을 일으킬 뿐 아니라, 우회적 으로 그들에게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특권과 권위에 대한 저항의식 을 일깨우게 된다.
바보는 조롱받고 천대받는 역할일지라도, 사회에 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비록 매 맞고 학대받을지라도, 그들은 부당한 사회권력 구조를 노출하고 조롱하는 힘을 증명한다.
그들은 연극의 숨겨진 언어 밑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모방은 고대 연극의 궁 극적 목표이다.
극장은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여주지만, 거기에서 그 치지 않고, 사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역량을 보여준다.
극장 은 모든 것이 변혁될 수 있다는 믿음을 수반한다.50)
48) 고후 10:10과 바울과 테클라 행전의 묘사가 연상된다. “바울은 키가 작고, 대머 리이며, 안짱다리와 일자 눈썹과 매부리코를 지녔다.” Welborn, “Paul’s Appropriation of the Role of the Fool in 1 Corinthians 1-4,” 433에서 재인용.
49) Hertig, “Fool’s Gold,” 288.
50) Hertig, “Fools Gold,” 291에서 재인용.
그리하여 바울의 십자가 신학을 개진하기 위해 극장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기를 원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바울은 마임의 수사 학을 통하여 자신을 무대 위의 바보 이미지와 결합하고, 궁극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광범위한 스펙트럼과 노예들과 동일시하는 것이다.51)
51) Hertig, “Fool’s Gold,” 289-90.
IV. 고린도 교회의 정황과 바울의 대응에 대한 분석
아이러니를 활용하는 극장 이미지를 통해 바울은 힘의 숭상에서 파 생된 고린도 교회의 파당과 관련한 신학적, 사회적, 정치적 주제들을 자신의 선교 현장, 특히 고린도 교회의 정황과 관련지어 엮어낸다.52)
52) Hertig, “Fool’s Gold,” 287. 특히 εἰς 용어가 그 서신 안에서 놀라우리만치 31번 등장하여 한 분 하나님, 한 분 주 예수 그리스도, 한분 성령님, 하나의 믿음의 고백, 하나의 세례, 하나의 성만찬,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 하나의 언어 등이 강조된다. 바울의 하나 됨의 강조는 공동의 유익이 파당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비치 며, 자신의 권리를 다른 사람과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내려놓는 권고가 이를 증명 한다. Mitchell, Paul and the Rhetoric of Reconciliation, 180.
이로써 신분이나 권력의 우열을 인정하는 것이 우주적 질서라는 그레 코-로만 시대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린도 서신 전체에 두루 퍼져 있지만, 이 소고에서는 가장 확연히 나타나는 크게 세 주제를 중심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1. 고린도전서 1-4장
가. 수사학적 상황
전술한 대로 고린도는 상업을 기반으로 번영을 구가하여 사업과 이 익에 관심이 있는 자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여서 수많은 사람을 유인하였다.
이 도시에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자유민과 노예, 그리고 이방인들과 유대인들이 경쟁 속에 공존하였다.
호슬리는 고린도의 사회문화적 에토스에 대하여
“바울의 이전 선교 지역과 대조적으로 원자화된 개인주의였다. … 고린도에서도 부와 권력을 거머쥔 한 줌 도 안 되는 엘리트와 노예건 자유인이건 대다수 극빈자 사이에 엄청 난 간격이 존재하였다. 그 때문에 그리스와 로마 사회는 더더욱 신분 과 지위에 매달렸다.”53)
53) 호슬리, 고린도전서, 35-36; 이승문, “고린도전서 4:1-2에 나타난 고린도 교회의 사회적 정황과 리더십 갈등,” 신약논단 27/4 (2020), 1052-53에서 재인용.
실질적으로는 아볼로만 언급되기에 전통적 이해처럼 고린도 교회 내에 게바파, 아볼로파, 바울파, 그리스도파의 4개의 분파가 있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신분과 지위에 매달린 파당 이 존재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바울이 고린도 사역을 마무리하고 떠난 후 성경 주해에 탁월한 아볼로가 후임으로 오면서 아볼로의 추 종자들이 빈약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를 지녔던 바울과 비교하였을 것 이고, 바울은 바보처럼 비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아볼로의 성경 해석의 탁월성과 바울의 십자가에 대한 선포의 단순성을 비교했 을 것이다.54)
54) Welborn, “Paul’s Appropriation of the Role of the Fool in 1 Corinthians 1-4,” 431-32.
나. 바울의 대응
그러나 바울은 하나님의 역설적인 지혜와 선택을 설파한다:
“그러 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 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고전 1:27-28).
그리하여 바울은 후원자의 도움에 의존하는 소피스트 수사학자들 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복음을 전함에 있어 낮은 신분 의 위치를 선택하였다.
장막업을 고수한 것은 더 큰 전략의 한 부분이 었을 수 있는데, 수공업자 계층과 동일시함으로써 바울은 자신을 경 제적 곤경에 노출했고 고린도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신분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따라서 바울은 ‘하향 움직임’의 길을 의도적으로 택한 것 이다.
이는 당시의 명예와 특권이 보장되는 지위 상향을 추구하는 정 서와 정반대의 길이었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세상의 지혜를 파괴하기로 결정하신 그분의 지혜 안에서 세상을 이기는 하나님이 정 하신 방식이었기 때문이다.55)
55) Joel R. White, “Meals in Pagan Temples and Apostolic Finances: How Effective is Paul’s Argument in 1 Corinthians 9:1-23 in the Contexts of 1 Corinthians 8-10?,” Bulletin for Biblical Research 23/4 (2013), 542-43.
바울은 또한 극장 용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을 묘사하고 그러한 자기 의 모습을 본받도록 권고한다:
“내가 생각하건대 하나님이 사도인 우 리를 죽이기로 작정된 자 같이 끄트머리에 두셨으매 우리는 세계 곧 천사와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노라 …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 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전 4:9, 16).
여기에서 ‘구경 거리’로 번역된 θέατρον은 극장 용어이다.
바울의 그레코-로만 독자들, 곧 고린도 교회 교인들은 어리석음에 대한 바울의 언급을 들으면서 ‘하층계급에 속하는 어릿광대’라는 특별한 유형의 삶의 모습을 떠올 렸을 것이다.
자만심과 자랑에 빠진 고린도 교인들의 면전에서 행한 바울의 무가치한 존재라는 자기 정체성의 선언은 진정한 영성은 모든 유형의 자 기의의 포기에서 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어리석음의 강조를 통해 바 울은 모든 사회적 규범의 기준을 재정의한다.
하나님이 선택하는 이들은 약하고 아무런 지위를 가지지 않는 ‘아무나’이다.
세상의 지혜는 높은 사람들과 낮은 사람들을 구분하고 양극화로 이끈다.
우월한 사람들은 열등한 사람들을 복종적이고, 온순하며, 의존적인 사람들이 되게 한다.
바보와 연관된 극장 이미지를 통해 바울은 가난한 삶을 살 고 있는 이들과의 동화를 꾀한다.56)
그리고 바울은 자신과 동료들을 ‘그리스도를 위한 바보’로 규정한다(4:10).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복음이 실제로 제시하는 어리석음을 품으라고 권고한다.
그리하여 하 나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세상의 지혜를 어리석게 만드시고, 인간의 지혜와 논리를 전복시키셨기에, 바울은 어리석음을 그 공동체 를 위한 신학적이고 선교적인 규칙으로 이해하길 조언한다.57)
56) Hertig, “Fool’s Gold,” 291-93.
57) Michael D. Barram, “Fools for the sake of Christ: missional hermeneutics and praxis in the Corinthian correspondence,” Missiology 43/2 (2015), 199.
2. 고린도전서 8-10장
가. 수사학적 상황
이 본문은 그리스도인이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을 수 있는가? 하는 신학적 이슈가 우선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논의는 이른바 지식 있고, 힘을 가진 [상류층에 속한 소수] 고린도 교인들의 자기 합리화의 가능성이 높다.
고린도 시의 경우, 도시 구성원의 대부 분이 사회-경제적 사닥다리를 이용하여 ‘상향적 이동’(upwardly mobile) 의 삶을 추구하고 있었고, 지식 있는 자와 강한 자인 교회 내의 유력 한 자들이 그러한 기회에 더 민감하였기 때문이다.58)
58) Gerd Theissen, 원시 그리스도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김명수 역 (서울: 대한기 독교출판사, 2001), 353-54, 819-20; 정복희, “그레코-로만 식사 제도에 대한 바울의 해석: 고린도전서 8, 10장을 중심으로,” 신약논단 27/3 (2020), 820.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방 신전에서 나온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일이었다.
다양한 사교 모임 에서 이러한 식사 모임에의 참여는 고대 세계에서 사회적 신분 상승 에 중요한 명예를 주고받는 일에 참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자리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불쾌감을 촉발하였으며, ‘강한 자들’을 포함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반 사회적이고 왜곡된 종교적 신념으로 이상해진 의심스러운 범죄자들 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신분상의 불이익뿐 아니라 곧바로 크나큰 경제적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다.59)
59) White, “Meals in Pagan Temples and Apostolic Finances,” 530.
그런 맥락에서 강 한 자들은 이방 신전의 식탁 교제에 참여하기 위한 자기들 나름의 신 학적 명분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나. 바울의 대응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자 유와 권리의 사용 이슈이다.
하나님은 한 분 창조주이시고, 우상은 목 석에 불과하므로 먹을 수 있다는 이른바 강한 자들의 주장에 원론적 으로는 바울도 동의하나,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뿐 아니라, 능히 먹을 수 있는 고기마저도 남을 실족시킬 상황이 있다면 그 고기를 입에 대 지 않겠다는 선언(8:13)과 함께 목자, 농부, 군인이 자기 수고의 열매 를 먹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바울 자신도 자신의 사역을 통해 사례를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자비량 선교를 고집하는, 자기 권리의 포기를 강조함(9장)으로 바울은 당시 세상 권력자들과의 사교를 위한 신학적 가면을 벗겨내면서, 강한 자들 주장에 내재한 탐욕과 거짓을 드러낸 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바울은 기꺼이 높은 신분과 경제적 안전을 포기하고, 대신에 복음을 위하여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해를 감당하기 로 결정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도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사 회체계 속에 하나님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위험을 기꺼이감수하도록 설득한다.
힘의 논리를 가진 당시의 문화 안에서는 어리 석은 선택을 권고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울의 견해는 비록 우상제 물 이슈를 다룰지라도, 그가 고린도전서 1:17-2:5에서 개진했던 십자가 의 신학을 고린도 교회의 일치를 지향하는 모든 가르침의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적 특권과 권리의 추구 대신에 예수 그리 스도의 십자가에 기반하는 약함과 자기 권리의 포기가 진정한 그리스 도인의 지표가 되는 까닭이다.60)
3. 고린도후서 10-13장
가. 수사학적 상황
바울을 향한 고린도 교인들의 견해는 바울 자신으로 인한 오해와 바울과 자신들을 비교하는 거짓 사도로 언급되는 라이벌 교사들의 개 입으로 크게 훼손되었다(고후 10:2, 12, 11:4, 12-13, 15, 18, 19, 21b, 23a).
바울과 그의 사도권에 대한 그 교사들의 공격은 바울이 무시할 수 없 을 만큼 고린도 교회 안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고, 손상된 자신의 복 음과 사도권을 변호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11:7-9, 12:13-18, 참 조. 고전 9:3-18).61)
60) White, “Meals in Pagan Temples and Apostolic Finances,” 544-45.
61) David Garland, “Paul’s Apostolic Authority: The Power of Christ Sustaining Weakness (2 Corinthians 10-13),” Review and Expositor 86 (1989), 371. 거짓 사도들의 정체성 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다. 유대주의자, 영지주의자, 헬라 유대적 배경을 가진 기독 교적 선전가들(propagandists), 카리스마적 순회 전도자들 등. 다음의 특징들이 고 려되어야 한다. 그들은 대적자들은 그리스도의 합법적 사도로 주장한다(11:12-13), 그들은 수사학적 탁월을 가지고 있다(10:9-10), ‘이적과 기사와 능력’을 행할 능력 이 있다(12:12), 바울과 달리 고린도 교인들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1:4, 7-11, 20; 2:17). 그리고 그들은 히브리적 유산을 가진 그들은 또한 권위 있는 추천서를 갖고 있었다(3:2; 10:10). 만일 그들이 선포, 치유, 귀신 축사 등에 대한 예수의 위임 적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었다면, 그들의 숙식을 위해 청중의 환대에 의존했었을 것이다(눅 10:7; 마 6:25-33). Brown, “The Gospel Takes Place,” 274.
고린도후서 1-7장에서도 사도권을 변호하였던 바울 (1:3-14, 4:7, 5:1-4, 6:3-10, 7:5-17)은 이제 본격적으로 약함 속에서 강함 (power-in-weakness)이라는 논지로 고린도후서 10-13장에서 명백한 자기 변호로 나아간다.62)
62) Brown, “The Gospel Takes Place,” 272-73.
나. 바울의 대응
바울이 사용하는 방식을 ‘바보 연설’(Die Narrenrede)이라고 칭하는 장르63)가 등장한다(11:12-12:13).
바울은 자신을 바보, 곧 ‘어리석은 자’ 로 반복하여 소개하는 아이러니로 대응한다(ἀφροσύνη[11:1, 17], ἄφρων [11:16, 19]).
특히 그의 바보 연설에는 ‘약한’이라는 뜻의 형용사가 여 섯 차례(11:30, 12:5, 9, 10, 13:4), ‘약하다’는 뜻의 동사가 세 차례(11:21, 29, 12:10) 등장한다.
그의 수사학은 그가 약하고 소심하다는 비난에 대응하며, 힘에 대한 신학적 재정의로 나아간다.
그 자신과 자랑하는 대적자들 사이를 비교하면서, 영웅주의를 통한 합법성을 추구하는 무 리 앞에서 자신이 자랑으로 대응한다.
바울의 시대에 자기 자랑은 매 우 위험한 게임이었는데, 자기 힘을 드러낼 수도 다른 사람의 혐오를 가져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울은 잠시 이 자기 자랑의 게임에 돌입한다.
일종의 풍 자적 아이러니로, 바울의 자랑은 대적자들의 자기 자랑에 대한 패러 디로 바울의 아이러니한 자랑은 결국 진정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셈이 된다.64)
즉, 그가 뒤이어 개진하는, 이른바 고난 목록65)
63) 아직은 많은 학자가 이 장르의 존재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Windisch가 주창하였던, 바보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여 바보에 대한 언급으로 종결되면서 마임에서의 바보를 문학적으로 활용하는 장르를 가리킨다. 참조. Hans Windisch, Der zweite Korintherbrief, KEK 6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24), 349; Welborn, “The Runaway Paul,” 123.
64) Matthew C. Pawlak, “Consistency Isn’t Everything: Self-Commendation in 2 Corinthians,”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New Testament 40/3 (2018), 360, 362
65) 고난 목록은 그레코-로만 수사학적 전통에서 거짓 철학자와 참 철학자를 구분하는 확립된 장치였다. 바울도 이 전통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바울의 고난 목록 은 더 창조적이다. 그것은 고난받는 의인과 고통당하는 선지자에 대한 구약 전통 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바울의 고난 목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그의 고정 개념에 의한 것이다. 고난과 하나님의 권능에 대한 바울 의 경험도 한몫한다. 모든 권능과 확신은 하나님께 속해 있는 인간의 성취와는 무관하다는 그의 이해가 강조된다. 모든 인간 확신과 자랑이 배제되는 십자가의 말씀이 그의 수사학의 근본 취지이다. P. J. Gräbe, “The All-surpassing Power of God through the Holy Spirit in the midst of our broken earthly Existence: Perspectives on Paul’s Use of DUNAMIS in 2 Corinthians,” Neotestamentica 28 (1994), 153.
속에 등장하는 자랑은 용감한 자의 것이 아니라 열등하고, 노예적이며, 약한 자의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조롱을 상기시키면서 매 맞고 수치를 당하 고, 상처로 십자가에 달린 주 예수처럼, 수치를 당하고, 노예적인 삶 속에 노출된 바보로서의 자기 묘사는 바울이 바로 하나님의 진정한 사자임을 드러낸다.
한편 바울이 10:1-6에서 보여주는 담대한 용사로서의 이미지는 곧 바로 다메섹에서의 비겁한 도주와 대조된다.
고난 목록에 이어지는 이 도주 이야기(11:32-33)는 적의 성벽을 첫 번째로 넘어 가장 용감한 전사로 칭송되는 이에게 붙여진 명예, corona muralis에 어울리는 자랑 을 패러디한 것으로 간주된다.
바울은 가장 먼저 성벽을 넘은 자가 아 니라 가장 먼저 도주한 자가 감내할 수치와 약함의 대명사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66)
66) Garland, “Paul’s Apostolic Authority,” 379.
이어지는 하나의 약함의 사례는 사탄의 사자로 남아 있는 ‘육체 안 의 가시’이다.
바울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주님의 대답은 명확하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 짐이 라”(12:9).
또한 바울의 고백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해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에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12:9).
약함 속에 있는 신적 강함의 강조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약함과 신비적 결합에 근거한다.
바울의 대적자들은 바울의 신체적 약함과 언변의 약함을 조롱하였지만, 바울은 이 상처 안에서 수치의 표식이 아니라 그리스 도의 수난의 신비적 연합을 본다. 바울의 바보 연설은 고린도 교인들 에게 보냈던 바울의 선교의 핵심을 회상시킨다:
“나는 너희 안에서 아 무것도 알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그분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을 알기 원하노라”(고전 2:2).67)
67) C. J. Roetzel, “The Language of War (2 Cor. 10:1-6) and the Language of Weakness (2 Cor. 11:21b-13:10),” Biblical Interpretation 17 (2009), 94-97. 68) Charles L. Campbell, “Principalities, Powers, and Fools: Does Preaching Makes an Ethical Difference,” Homiletic 33/2 (2008), 3.
V. 맺는말
캠밸(Charles L. Campbell)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어릿광대 사역 으로 정의한다
.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어릿광대는 근본적으로 세상 을 다르게 보는 인물이다. 그는 종종 익살스러운 표현과 몸짓으로 사 람들이 그 시대의 상식이라는 개념을 제쳐놓고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 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여 특별히 권력자들을 놀라게 하고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에 따르면 예수님은 종종 이런 종류의 행동을 하셨는 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면서 나귀를 타셔서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장 면을 연출하셨다.
하지만 이는 힘과 지배와 제국이라는 세상의 개념 을 전복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비유를 사용하셨으나 동시에 파격으로 우리를 흔들어 놓아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 그렇게 살도록 초대하셨다.68)
그 파격의 절정은 바로 십자가였다.
바울이 이 모든 내용을 숙고하고 십자가에 대한 자기 통찰에 포함했는지는 불확실하나, 하나님의 지혜인 십자가의 어리석음으로 서신 을 시작한 바울은 자신을 어리석고 약한 바보와 동일시하여 고린도 서신의 신학이 전체적으로 십자가의 어리석음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 여준다.
하지만 바울은 지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지 혜와 어리석음을 재정의하며 당시의 규범과 사회의 가치를 비틀어 놓 고, 십자가 안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능력을 선포하는 것이다.69)
그리하여 바울은 고린도 서신을 통해 약함과 어리석음에 기반한 십 자가적 삶의 예시적 패턴을 제시함으로써 고린도 교회의 제 문제들에 대응하며, 그의 대적자들에게 대답한다.
바울에 의하면, 약함의 상황 들은 신자들의 삶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공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능력을 향해 문을 열게 한다.
그러한 순간에 그 리스도의 능력이 신자들의 삶에 흘러 들어감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고린도 교인들은 약함 속에 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고대하는 바울의 상황을 통해 또한 건강한 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그리하여 바울의 지혜와 힘에 대한 이해는 바울 자신과 고린도 교인들 그리고 힘이 선 과 정의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속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70)
전술한 대로 향후 1세기 고린도 시의 생성 및 정황, 고린도인들의 유입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이해와 바울이 약함과 어리석음을 자신의 사도권 강화의 한 방편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 구71)는 본고의 논지와 주제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으로 사료된다.
69) Punt, “Who’s the Fool, and Why?,” 118.
70) Ellington, “Not applicable to Believers?,” 336.
71) 참조. Punt, “Who’s the Fool, and Why?,” 123-26; Heavin, “Power Made Perfect in Weakness,” 2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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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for the Concept of ‘Weakness’ and ‘Foolishness’ as Paul’s Core Arguments throughout 1 and 2 Corinthians Wang, InSeong (Busan Presbyterian University, Professor)
Unlike other Pauline letters, 1 Corinthians has distinct themes for each chapter. That is, the issue of factionalism (chapters 1-4), issues of incest, obscenity, and lawsuits between church members (chapters 5-6), marriage (chapter 7), eating food sacrificed to idols (chapters 8-10), the Holy Communion (chapter 11), and gifts of the holy spirit (chapters 12-14), Resurrection (chapter 15), etc. are covered. Since 2 Corinthians mainly deals with issues of Paul’s apostolic authority triggered by misunderstandings about Paul and false apostles, these topics in 1, 2 Corinthians tend to be studied individually. However, I noted that the theme of God’s wisdom, weakness, and foolishness contrary to the worldly wisdom and strength runs through both 1 Corinthians and 2 Corinthians, examined the reasons for it, and presented examples and ways in which the theme was developed. Therefore, in this paper, I argue that the understanding of Paul’s weakness and foolishness is not limited to Paul’s personal suffering experience, but penetrates 1 and 2 Corinthians, that by reinterpreting and theologizing the negative image of weakness and foolishness in the Greco-Roman World in order to use it as his argumentative ground, and that he attempted to overcome the worldview of the Greco-Roman culture that revered power and knowledge at the time. And this study will also have many implications for modern Christians who are accustomed to the polarization that conforms to the logic of power.
Keywords 1, 2 Corinthians, rhetoric, foolishness, weakness, wisdom of the world
신약논단 제31권 제2호∙2024년 여름
투고일: 2024. 5. 11. 최종심사일: 2024. 6. 2. 게재확정일: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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