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25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 이후 변화된 인태 지역 정세를 고려하여 대중 견제와 압박을 보다 강력하게 시행하고 중국의 공세적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동남아 국가들과 양자 차원에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호 무역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역내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및 무역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확인된 아세안 다자체제에 대한 경시는 2기 행정부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결과, 2022년 11월 수립된 미-아세안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의 이행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내정자,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강조하는 공화당 보수 국제주의파(conservative internationalist) 인사들이 참여함으로써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달리 동남아 국가들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보다 관여할 가능성이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성향을 고려하여 대중 견제와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한정하여 선별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동남아 국가들은 아세안 차원의 집단적 대응과 개별 국가 차원의 양자적 대응을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차원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양자 외교를 선호하고 아세안 및 아세안 주도 다자협의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세안 중심성 강화 및 소집력(convening power) 개선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5년 5월 채택될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 및 하위 비전 문서를 통해 아세안 경제 통합을 위한 노력, 특히 역내 공급망 연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중 경쟁 상황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중견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전략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국에 대한 책임 분담(burden-sharing) 요구에 대응하여 군비 부담 확대 및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국가 중 미국의 인태 전략 내 가장 긴밀한 안보협력을 추진해 온 싱가포르는 해양 안보, 국경 안보, 핵확산 방지, 사이버 안보, 테러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고도화하고 AI,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미 투자를 확대하여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과정에서 지정학적 가치를 빠르게 높여온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안보 분야를 포함한 미국과의 포괄적 협력을 지속 추진하되 동남아 국가 중 최대 대미 무역흑자국으로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인 통상 압박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립적·적극적(bebas-aktif) 외교 원칙을 고수해온 전통을 이어가되 미중 간 확대되는 전략경쟁 속에서 지정학적 균형을 고려한 주요국과의 핵심광물 협력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립외교를 표방하지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유화적 태도 및 2024년 브릭스 플러스(BRICS+) 회원국 가입 등을 통해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온 말레이시아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보복성 관세 및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차단에 따른 경제적 여파에 대응하고 2025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미국의 아세안 관여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조약에 의한 동맹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태 전략 하에서 추진된 소다자 협력에서 소외되어 온 태국은 최근의 친중 행보 및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대미 수출 감소에 대비한 무역 다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훈 마넷(Hun Manet)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에 대한 편승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트럼프 1기 동안 대미 수출 규모가 급증했던 점을 고려하여 실용적인 대미 정책을 구사하되, 인권, 부패 등 국내적 요인이 미칠 영향을 관리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정권을 장악해 온 미얀마 군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하에 2025년 총선을 실시할 예정으로 이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에 따라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얀마 민주주의 진영은 중국이 핵심광물인 미얀마산 희토류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하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얀마 사태 해결에 나서도록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역내 주도권 및 영향력을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이 보다 격화되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다원적 외교를 통해 자율성 확보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한국은 기존의 아세안 및 동남아 주요국과의 전략적 공조 확대 기조를 유지·심화하여 동남아가 추구하는 협력 다변화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점을 계속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군사력 강화 및 군 현대화를 추진 중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여 미국산 무기 구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미국 무기체계와 상호운용성이 우수하고 높은 기술력과 소프트파워를 보유한 한국의 강점을 부각하여 동남아 주요국과의 국방 및 방산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화석 연료 생산을 지원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동남아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약속한 대규모 자금 지원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됨으로 한국은 미국의 공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동남아 그린 에너지 전환에 리더십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삭감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남아 내 보건 접근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 민주적 거버넌스 개선, 성평등 및 여성역량 제고 등을 위해 실시되어 온 미국의 원조 사업도 축소할 것으로 보이는바, 한국은 여전히 유효한 동남아 수원국의 원조 수요를 고려하여 동남아 중심의 ODA 기조를 유지하되, 효과성을 확대하여 역내 한국의 실질적 기여를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요국제문제분석 20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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