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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박탈’의 시학, 시의 주체에 따른 세월호 시의 정치성/ 정영진.건국대

 Ⅰ. 들어가며

 Ⅱ. 시간성 상실과 죄의식, 그리고 불가능한 책임의 자리

 Ⅲ. 기록으로서의 시와 연결된 고통의 재현

 Ⅳ. 불가능한 앎의 구성과 역사적 현실 인식

 Ⅴ. 결론: ‘박탈’의 시학과 정치성

 

 

I. 들어가며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0년이다.

2024년 4월 18일 KBS에서 방영 예 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제 작이 무산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으로 약 40%의 촬영이 진행된 상태였지만, “총선 앞뒤 한두 달 은 영향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1)

 

     1) <결국 불방된 KBS ‘세월호 10주기’다큐…“본부장 해임하라”>, 경향신문, 2024.4.16.; <“사사를 정쟁으로 만들었다”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한국일보, 2024.2.22.

 

KBS 제작본부가 세월호 다큐멘터리에 천안함 폭침,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등도 함께 담을 것을 요구했었다는 사실은, 세월호 사건을 ‘사고’의 차원에서 보이게끔 다른 담론을 배치해서 ‘정치적인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시 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세월호 시를 다룬다는 것은 여전히 정치적, 역사적 ‘기억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학 장에서는 시 장르가 세월호 사건을 가장 빠르고 가장 적극적으 로 다루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현대시와 역사의 관계를 떠 올리면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시사에서 시의 시대로 명명되 었던 두 시기가 있다. 바로 해방기와 1980년대다. 이 두 시기는 이전 시 대에 억눌렸던, 랑시에르 식으로 말하자면 ‘몫 없는 자’들이 자기 목소리 를 낼 수 있게 된 시기였다. 해방기는 일본 식민주의에 억눌렸던 민중들 이 새 나라 만들기를 꿈꿀 수 있는 시대였고, 1980년대는 독재정치와 산 업화 과정에서 착취당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박탈’당한 이들이 새로운 시대와 나라를 열망할 때, 시가 활발히 창작되었다. 가장 주관적으로 보이는 시 장르의 시대가 역사적 전환기에 해당한다는 점, 그리고 ‘국가(권력)’라는 문제가 전면화 될 때였음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국가를 사유하고 상상한다는 것은 단 순히 이데올로기나 시스템에 대한 것을 넘어서, 인간의 존재 양식과 결 부되는 까닭일 것이다.

세월호 시 연구는 크게 증언 문학의 범주에서 시를 살피는 작업과,2) 공감 및 위로, 애도와 치유의 차원에서 시를 살피는 작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3)

 

     2) 김영삼, 「세월호 ‘사건’과 ‘사건’ 이후 문학의 가능성」, 감성연구 제16호,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8, 61-95쪽; 김형중, 「문학과 증언: 세월호 이후의 한국문학」, 감성 문학 제12호,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6, 31-59쪽; 이경수, 「현실 접속의 실재와 증언문학의 가능성」, 서정시학 제26권 제1호, 계간 서정시학, 2016, 12-29쪽.

     3) 최강민, 「세월호 참사와 치유적 글쓰기」, 어문론집 제71권, 중앙어문학회, 2017,  197-230쪽; 임지연,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시적 주체의 능동적 역할」, 문학 치료연구 제61권, 한국문학치료학회, 2021, 211-239쪽. 

 

후자는 피해자들의 상처와 고통에 공감하면서, 치유와 회복의 차원에서 세월호 시(쓰기)의 능력을 분석하는 논의들이라 할 수 있 다.

세월호 시 연구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전자이다. 증언으로서의 시 (쓰기)에서 초점화 된 이슈는 ‘시의 재현’ 문제다.

김형중은 시, 소설 장르를 문학적 ‘기억술’로, 르포와 논픽션 등을 문 학적 ‘기록술’로 명명하고, 사실의 언어로 사건을 ‘기록’하는 일과 불가능 한 언어를 고안해 ‘기억’하는 일을 장르 간의 겸업과 협업의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르포와 인터뷰에 비 해, 새로운 언어 형식으로 세월호 사건을 재현하는 데 있어 그 성취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놓여 있었다.4)

김영삼은 이러한 김형중의 의견에 동 의하면서, 그간 문학이 역사적 사건의 재현에 있어 무기력하고 무능했 음을 지적한다. 그는 문인들이 ‘재현의 주체’가 아닌 ‘윤리적 주체’로 정 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윤리적 주체란 사건의 고통 내 부로 들어가, 자기 반성적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재정립할 수 있는 주체 를 뜻한다.5)

 

    4)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에 실린 모든 시들은 하나같이 말의 무능력에 대해 토로하고, 죄책감에 대해 한탄하고, 나라를 원망하고, 권력에 분노하고, 세월호 와 관련된 비리와 부정을 고발한다. 어투는 날것 그대로여서 그간 ‘문학성’ ‘시학’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언어적 미덕(?)을 찾기는 힘들다.” 김형중, 「문학과 증언: 세월 호 이후의 한국문학」, 감성문학 제12호,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6, 45쪽.

    5) 김영삼, 「세월호 ‘사건’과 ‘사건’ 이후 문학의 가능성」, 감성연구 제16호, 전남대학 교 호남학연구원, 2018, 66-67쪽. 

 

이 두 연구가 제시하는 문학의 일, 즉 불가능한 언어를 고안해 기억하 는 작업과 윤리적 주체로서 사건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의 관점에서, 세 월호 사건의 재현을 살피는 시도는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 호 사건의 시(문학)적 재현 양상을 분석하는 작업이 다소 피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세월호 사건의 시적 재현과 관련해 선행 연구 중에서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시를 살피는 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 이다.

또한 시적 재현에 있어 세월호를 다룬 많은 시가 무능하고 무기력 하고,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구체적으로 텍스트 분석 작업을 수행한 최근의 박사 논 문 「세월호 이후의 시와 ‘재현-윤리’」6)는 눈길을 쓴다.

이 논문은 ‘재현’ 에 미치지 못한 채 기존의 정치적 시의 문법을 ‘재생’한 시들을 신랄하 게 비판하고, 서정시 스타일로 세월호 사건을 재현한 시들의 성과와 한 계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의 타자성과 ‘재현 불가능성’을 재 현해 낸 시의 미적 성취에 주목했다. 이 연구는 세월호 시의 재현의 미 적 성취의 수준을 과감하게 구별해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역사적 시각에서 맥락화 하고자 한 시작 실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연구자들의 치열한 논의를 요청하는 부분 이라 판단된다. 증언 문학으로서의 재현 관련, 세월호 시 선행 연구들은 대체로 윤리적 주체 정립과 타자성의 심화, 확장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 ‘정치성’에 대한 논의가 사뭇 희미하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다. ‘기억’을 말하지만 ‘역사’를 말하기는 꺼리고, ‘타자성’을 말하지만 ‘공동체 성’은 후경화 되어 있다.

또한 ‘윤리적 주체’를 말하지만 ‘정치적 주체’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진은영은 세월호 피해자들을 시체 장사꾼 혹은 불온 세력으로 매도하는 반동적 감성 정치에 대항해, 세월호의 고통받는 이들 의 표상을 문학이 여러 방식으로 균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 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언제나 문학은 정치학야말로 진 정한 윤리학임을 입증해왔다”.7)

 

     6) 정유선, 「세월호 이후의 시와 ‘재현-윤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3.

     7)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 럼 길다」,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83쪽.

 

그러나 현재 세월호 시 연구에서는 윤리성이 정치성을 지워나가거나 혹은 압도하는 형국처럼 보인다.

이 글은 세월호 시(문학) 연구에 있어서 타자성/윤리성의 강조가 정 치성과 결합되어 사고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주디스 버틀러와 아테나 아타나시오우의 ‘박탈’의 개념 을 참조하여, 세월호 시를 ‘박탈’의 시학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이들은 현대의 박탈의 구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족적이고 소유권을 소유한 주체’라는 존재-인식론을 급진적인 방식으 로 의문시하여 비판적 행위성에 새로운 어법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에 따르면 ‘박탈’은 ‘저항이 불가피한 일종의 예속의 한 양식으로서 주체가 급진적으로 허물어지는 한 방식’으로8), 박탈의 기록은 정체성 정치를 위한 계기가 아닌 관계성 혹은 공동체의 기반을 형성할 가능성 의 계기이다.

박탈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공동체는 타자의 취약성을 배 려하고, 서로의 삶에 대한 집단적 책임감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 다.9)

 

   8)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 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56쪽.

  9)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 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218-219쪽.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세월호 사건은 주체가 급진적으로 허물어지는 ‘박탈’의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이 시대의 권 력과 자본에 의한 ‘일종의 예속의 양식’을 드러냈으며, ‘자족적이며 소유 권을 소유한 주체로서의 개인’이라는 우리 시대의 환상을 여지없이 날 려버린 사건이었다.

이런 까닭에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사회의 신자유 주의 질서 속 개인 주체의 타자를 향한 개방성 및 공동체성에 대한 반성 과 성찰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박탈의 사건이라 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시의 응전을 살 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의 시, 세월호 사건 관련 관찰자의 시, 그리고 시인들의 추모시라는 세 층위에서, 세월호 시의 재현 양상을 분석할 것이다.

각각에 해당하는 텍스트는 세월호 희생자 인 단원고등학교 학생 어머니인 유인애가 쓴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 낸다, 세월호 사건 소식을 듣고 사고 현장 봉사에 합류한 시인 최봉희 의 시집 5.18 엄마가 4.6 아들에게, 그리고 69명의 시인이 쓴 합동 추 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이다.

세월호 사건과의 거리에 따라, 시적 주체가 초점화 하는 감정과 세월호 사건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생일시, 추모시, 재난시 등의 시의 성격 에 따른 학술적 접근은 있었지만, 사건과의 근접성에 따른 시적 주체의 재현 양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사건과의 거리에 따라 주체가 느 끼는 감정과 성찰의 내용, 타자성 혹은 윤리적 감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시대적·역사적 책무를 인식하는 양상도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 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과의 근접성에 따른 시적 주체의 발화와 재현 양 상, 그리고 시집의 기획 등을 살피는 이 작업은, 박탈의 시학으로서의 세 월호 시의 정치성을 다각적으로 가늠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Ⅱ. 시간성 상실과 죄의식, 그리고 불가능한 책임의 자리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는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인 유인애 씨가 썼다. 이 시집 표지는 노란색이며, 맨 위에 세월호 리본이 그려져 있고, 표지 한가운데에는 ‘수학여행’이라고 써 놓은 딸의 다이어리 사진 이 실려 있다. 표지 날개의 시인 소개는 아주 짧다. 이력 같은 건 찾아볼 수 없고 단 한 줄, “유인애/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이혜경 엄마”라고만 되어있다. 그 아래 시인의 짧은 말이 옮겨져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 월호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한 엄마. 혜경이를 쓰고 또 쓰다. 그리고 쓸 것이다.”

 

이 시인은 ‘이혜경’의 엄마이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세월호 희생자들의 한 엄마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시쓰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표지와 시인 소개 부분을 설명하는 이유는 이 시집이 시들을 단순히 묶어놓은 시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시집 자체가 세월호 사건 을 기억하기 위해 기획된 문화상품이다. 여기에 실린 시 대부분은 시집 을 펼쳤을 때 오른쪽 페이지에 실려 있다.

함께 보이는 왼쪽 페이지에는 사진이 실려 있다. 이혜경 학생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사진, 그녀의 생 활을 엿볼 수 있는 사물함, 다이어리, 아이스크림 등의 사진, 자연의 한 조각을 담은 사진 등이다. 독자가 사진을 먼저 보고 시를 읽게끔 구성된 것이다. 간혹 사진 아래 시인의 말이 적혀 있기도 하다.

사진과 엄마의 말을 경유하여 시에 도착하면, 시인의 고통과 슬픔이 구체적이고도 현 실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고통과 언어, 창조의 관계에 대해 탁월한 사유를 보여준 일레인 스케 인은 “심한 고통은 한 사람의 자아와 세계를 분쇄한다. 자아와 세계의 분쇄는 우주가 몸 바로 옆까지 수축하는 것처럼, 아니면 몸이 부풀어 우 주 전체를 채우는 것처럼 공간적으로 경험된다. 심한 고통은 언어를 분 쇄한다.

한 사람의 세계를 채운 내용물이 붕괴하면서 그 사람 언어의 내용물도 붕괴하며, 자아가 붕괴하면서 자아를 표현하고 투사하던 언어 는 그 원천과 주어를 빼앗긴다.”10)라고 말했다.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의 시적 주체는 자아와 세계가 붕괴하는 경험과 더불어 언어의 한계를 경험한다. 유인애는 <시인의 말>에서 이러한 세계 붕괴의 상태 를 진술하고 있다.

그녀에게 세월호 사건 이후의 세상은 “하늘은 검게 덮이고, 지면은 낭떠러지가 된”11) 세계였다.

 

  10) 일레인 스케리, 고통받는 몸, 메리 역, 오월의봄, 2018, 54쪽.

   11)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9쪽. 

 

이러한 세계 속에서 주체가 온전히 서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간성이 문제가 되었다.

 

밀려오는 공포 참혹한 고통에 맞서 사투를 벌인 촌각 엄마인데도 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대신 아파해 주지도 않았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날 그 안을 찾는다. 마음은 전광석화 수십 번을 그날로 날아가 딸을 구출해온다. 딸과의 이별을 시린 사랑이 더 옭아맨다. 내 입에 음식이 있을 때 다 닳아진 신발 버리고 새 것 살 때 옷가지 하나 고심끝에 사 입을 때 직장에서 나 때문에 피해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어울려 웃을 때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 짝이 없다. 딸과의 이별은 금기어들의 시작이기도 했다. 추울 때 ‘춥다’거나 아플 때 ‘아프다’거나 이런 말들은 가능한 꾹 참는다. 미안하고 또 너무 많이 미안해서…. 나는 지금살아 숨쉬고 있는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문12)

 

   12)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144-145쪽.

 

시의 화자에게 시간은 세월호 사건의 그날, 그 순간에 멈춰 있다.

다 른 시들에도 멈춰진 시간에 대한 진술이 반복된다. 그것은 단순히 정지 된 시간이 아닌, ‘짓이겨 뭉개진 시간’ 13)이다.

이처럼 시간이 시간성을 잃은 이유를 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시간은 시적 화자의 시간이 아닌 죽은 딸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딸 혜경이가 ‘밀려오는 공포와 참혹한 고 통에 맞서 사투를 벌인’ 시간으로, 그 시간에 엄마인 ‘나’는 없었다. 엄마 는 사건 이후 수십 번 넘게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길 시도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 속의 일일 뿐이며, 그 시간으로 진입할 길이 없다.

시도하 면 할수록 ‘그곳에 나는 없었다’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그런 까닭에 대신 혹은 함께 아파해 줄 수 없었다는 죄책감과 괴로움이 주체를 사로잡고 있다.

화자는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도 없고, 그렇다고 들어가고자 하는 그 시간 속에도 있을 수 없다.

화자는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없는 자’이기에, 마지막 행에서 ‘나는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자기 존재 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는 이러한 상태를 아타나시오우는 ‘박탈’로 개 념화했고 ‘인간성 외부’라고 명명한다.14)

 

     13) 시집의 첫 시 <뒤돌아보아도 아프다>에서 화자는 “뒤돌아보아도 아프다./ 시간을 가슴에 짓이겨 뭉갰지./ 멈추어도 아프다./ 시간을 어미 발꿈치로 짓밟고/ 한 발짝 떼어도 아프다./ 시간은 뇌리에 정박해 있다.// 2014. 4. 16” 이라고 말한다.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13쪽.

    14) “인간이 그 존재가 허물어지는 가능성에의 노출을 포함해 사회에 의해 위치된 자신 의 자리와 사회가 자신에게 할당한 것으로서의 인간성 외부로 벗어나게 되면, 그가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 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61쪽. 

 

즉, 시의 화자는 자아 상실 혹 은 붕괴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성 외부’에 놓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간은 나를 파괴하는 작인(作因)으로 상상되기도 했다.

 

“딸을 잃고 나를 휘감는 시간의 테/ 흐르는 시간이 아니다./ 처절하게 내게로 안겨/ 또 모지게 부모와 헤어지는/ 낭 떠러지로 보냈다./ 그 순간부터 거꾸로 흘러/ 어느 순간 솟구치고 솟구 쳐/ 나를 베는 잠재된 기억의 고리가/ 엄마라며 아기랑 함께 퇴원하라 고/ 채찍을 가한다.”15)

 

예전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으로 여 겨졌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의 시간은 시의 화자를 휘감거나, 거꾸로 흐 르거나, 솟구치기도 한다. 또한 기억의 시간은 화자를 해치기도 한다.

‘나’를 베거나, 채찍질하는 시간. 인간성 외부의 자리에 존재하는 박탈당 한 이에게 시간성은 폭력적으로 경험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탈당한 이의 언어가 온전하기는 어렵다.

 

“고통은 다 른 어떤 현상보다도 더 언어적 대상화에 저항한다.”16)

 

뒤에서 살펴볼 관찰자의 시선에서 쓰인 시나 시인들의 추모시와는 다르게, 피해자가 쓴 이 시집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말할 수 없음’에 대한 직 접적 진술이다.

앞서 인용한 시 3연에서 화자는 세월호 이후, ‘말할 수 없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이른바 ‘금기어들의 시작’인 것이다.

화자는 이제 추울 때 춥다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

의지와 판단 등 주관적 인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혹은 경험된 사실 그 자체 도 발화할 수 없게 된 것이다.17)

 

     15) 유인애, <첫 페이지>,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54쪽.

     16) 일레인 스케리, 고통받는 몸, 메리 역, 오월의봄, 2018, 20쪽.

     17) 이를 잘 보여주는 시로는 <언니의 사랑>이 있다. 네 식구에서 세 식구가 된 가족에게 낯선 ‘세 개’의 숫자 앞에 말끝을 흐릴 수밖에 희생자 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인 애, <언니의 사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72쪽. 

 

이처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기도 하지만 고통의 감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500일의 그늘은 변함없이 마음을 읽을 줄 안다. 세월호를 잊지 않을 거라고 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 어우러진 일사불란한 군무(群舞) 난 딸을 보았다. 눈물이 주룩주룩 거침없이 쏟아진다. 살아 있었다면 그 속에 너도 함께했을 거라고 군무에 겹쳐진 너에게 닿지 못하는 이 간절함 미친 듯이 외치고 싶었다. 고개숙여 손에 든 촛불 컵을 눈물 그렁한 그림자로 내려다본다. 자신을 조용히 태우는 촛농의 눈물을 본다. 컵 안의 세상을 훤히 밝힌다. 나처럼 밝혀보라고 고개를 들어도 고개를 숙여도 참혹한 아픔의 그늘이 나를 채운다. -<500일 추모행사> 전문18)

 

       18) 유인애, <500일 추모행사>,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37쪽. 

 

이 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말의 범람과 대비되는, 피해 당사 자들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화자는 세월 호 500일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무대 위 일사불란한 군무를 보는 엄마 눈에는 딸이 겹쳐 보인다. ‘세월호를 잊지 않을 거라고’, ‘진실은 침 몰하지 않을 거라’는 말들이 무대에서 들리지만 엄마는 ‘미친 듯이 외치 고 싶었’어도 눈물만 주룩주룩 쏟는다.

2연에서도 촛불은 컵 안을 훤히 밝히고 있지만, 그 촛불 컵을 들고 있는 화자는 참혹한 아픔이 자신을 채우고 있음을 확인한다.

피해 당사자는 절대적 고통 속 아주 깊숙이 가두어진 채 말을 잃는다.

이 고통의 감정은 극단적인 절망과 분노, 서러움, 그리움, 공허감 등 여러 감정의 복합체일 테지만, 이 시집에서 가장 전면화 되고 있는 감정 은 죄책감이다.

앞서 인용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추울 때 춥다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유도 딸이 현장에서 느꼈을 공포와 참혹한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시인은 생전에 딸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화냈던 일에 대해 미안해하고(<후 회>),19) “청소년기에 딸의 정서와 취향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지 못해 지 금도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는 고백에 덧대어 시를 쓰며(<크리스마스 선물>)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20)

 

  . 19) “내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존귀함임을 안다./ 알면서도 화낸 적 있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린 네가 옳았을지도 모르는데/ 옳았을지도// (……) // 눈높이를 맞추지. /그때 엄마는 왜 그랬을까. /네가 사라진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 았을까. /미안해 미안해, 사랑하는 딸아.” 유인애, <후회>,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33쪽. 피해자 학생들은 사춘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기에, 가 까운 과거에 부모와 갈등을 빚을 일들이 종종 있었고 이 때문에 사건 이후 피해자 부모들이 자책하고 죄책감을 더욱 심각하게 느꼈다: 김익한 외, 「세월호 참사 피해 자 가족의 생활실태와 심리상태에 따른 공동체 욕구조사」, 정책연구, 경기연구원, 2016, 57쪽 참조.

   20)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128-129쪽. 세월호 참사 피해 자 가족들은 심각한 우울증상을 겪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사건 이후 정부 대처 에 대한 분노감과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자신 때문에 겪는 죄책감은 가장 만연한 감정이었다: 김익한 외,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의 생활실태와 심리상태에 따른 공동체 욕구조사」, 정책연구, 경기연구원, 2016, 35쪽, 56-59쪽 참조.

 

죄책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화자는 자신을 ‘죄인’으로 정체화 한다.

 

내게 고통과 상처와 일상은 딸내미가 세상 인연을 놓는 순간, 오직 거기에 가 있다

겨울추위가 매섭게 내 몸을 휘감아 허허롭게 생각을 훔쳐도 어미 가슴에는 애절한 딸내미 생각 오직 거기에 가 있다.

어린 자식 먼저 앞세운 죄 깊이 페인 상처 곳간 영원불멸의 단근질이 되었다. 그래도 어찌 여린딸 가는 길만 하겠나. 험난했던 그 길을 어미가 대신해주진 못했으니. -<단근질의 세월> 전문21) 하늘 같은 넓은 천으로도 이 많은 죄를 가릴 수 없다. 따뜻한 바람 선선한 바람 세찬 바람에도 너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비 오는 날 먼지 씻기는 베란다 창에도 내 마음 창에도 온통 그리움만 비친다. 불쌍하다, 어린 너를 어이 잊을까. 한평생 한울타리 엮으며 웃자했는데 내 마음 그루터기는 죄인으로 깊이 새겨졌다. 아- 세상을 등지고 싶어. -<엄마의 마음은> 전문22)

 

   21) 유인애, <단근질의 세월>,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25쪽.

   22) 유인애, <엄마의 마음은>,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23쪽. 298 현대문학의 연구 83

 

인용한 첫 번째 시 <단근질 세월> 앞에는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이 있다.

 

“‘단근질’은 불에 달군 쇠로 몸을 지지는 일, 곧 낙형(烙刑)을 뜻하 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이 말이 세월호 엄마들의 상처를 가장 적절하 게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23)

 

세월호 피해자 엄마들은 스스로를 형벌에 처해진 자이며 영원한 낙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죄인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의 화자는 이러 한 형벌마저도 어린 딸이 마지막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큰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늘 같은 넓은 천으로도/ 이 많은 죄를 가릴 수 없 다.’로 시작하는 두 번째 시는 미안한 마음이 끝이 없는 자신을 ‘죄인’으 로 규정한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함께 이 죄의식은 마지막 연에서 ‘아세상을 등지고 싶어’라는 탄식으로 이어진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기면서 많은 이들이 희생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한 감정, 즉 죄책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꼈다고 해도 형벌 받는 죄인의 형상으로 자신을 상상하는 데까지 나가지는 않았다.

이러한 죄의식이 죽음의식 혹은 죽 음 충동으로 경사되는 일은 희생자 가족, 특히 부모에게서 발견되는 특 징이다.

세월호 사건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죽음’이라는, 인간 생과 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하게 했다.24)

 

     23)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24쪽.

    24) 김익환 외,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의 생활실태와 심리상태에 따른 공동체 욕구조 사」, 정책연구, 경기연구원, 2016, 67-71쪽 참조. 

 

삶과 죽음이 맞붙어 있음과 동시에 엄청난 간극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시인은 죽음이라는 인간 현실 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시집 2, 3부에는 딸 혜경이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딸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시들(<첫 페이지>, <배냇저고리>, <아빠는 새우잡이>, <녹차>, <뷰티 아티스트> 등)이 많이 실린다.

그리움의 표현인 동시에,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의 간극을 매우려는 시적 주체의 고투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이 시집에서 시간성이 주체에게 낯설고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까닭 역시 삶과 죽음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그날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시인은 속수무책으로 그 과정을 목 격하고 있어야 했다.

죽음의 시간과 그 이후의 시간은 시인에게 천형의 시간으로 경험되었다.

시인은 죄인으로 자신을 인식하면서, ‘속죄’의 태 도로 엄마로서 다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고자 하는 것이다.

이 는 ‘박탈’당한 자의 현전이다. 세계와 자아, 그리고 언어의 붕괴를 경험 하면서 시간성을 상실한 시간의 난폭함에 노출된 시인은 기억하기를 반 복하면서, 자신을 죄인의 자리에 묶음으로써 불가능한 책임의 자리를 고수하며 죽음의 영역에 접속하고자 한다.

이는 “생명, 죽음, 그리고 인 간의 육체(특히 상처받고 유린당해 죽은 육체)에는 어떤 자리가 주어지 는가?

그것들은 권력의 질서 안에 어떻게 새겨지는가?”25)라는 질문을 가능하게 하며, 박탈’의 현전의 정치성을 드러낸다.

 

    25)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 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235-236쪽. 

 

Ⅲ. 기록으로서의 시와 연결된 고통의 재현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를 쓴 최봉희 시인은 1938년생이다. 그 녀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겪은 5.18의 아픔 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 다. 1년간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으로”26) 쓴 시를 묶은 것이 이 시집이다.

 

    26) 최봉희, <시집을 내며>,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앙, 2015, 5쪽.

 

표지에는 ‘세월호 참사 1년 기록 시집’이라 는 문구가 실려 있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들이 ‘기록 시’라 는 점이다.

언어 운용에 있어 주관성과 개성, 상상력 등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시 장르와, 진본성·무결성·신뢰성·이용 가능성 등을 속성으로 하는 기 록이 결합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기록학 분야에서는 기록의 정동적 차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범주에서는 그동안 주변화되어 온 개인적·주관적·감정적·비 공식적인 것 등을 통한 삶과 공간의 기록에 주목하여 사회적인 것과 연 결하고 일상의 권력 및 복합적 관계망 등을 파악하고자 한다.27)

 

     27) 이경래, 「정동의 기록화 - ‘4.16기억저장소’를 중심으로」, 기록학연구, 제74호, 한국 기록학회, 2022, 11-16쪽 참조.

 

그렇다 면 이 시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개인 기록을 시의 형식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서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월호 시(문학)에 대한 연구/비평 에서 재현의 문제가 초점화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기록 시’들은 증언 문학의 한 형식으로서 주목될 가치가 있어 보인다.

Ⅱ장에서 살핀 희생자 어머니가 쓴 시집이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문 화상품으로서 기획·구성되었던 것처럼 이 시집 역시 단순 시집이 아니 라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으려는 문화기획의 산물로 보인다.

노란색 표지 로 되어있고, 현장 사진들이 시와 함께 배치되었다. 시집의 가격이 4월 16일을 잊지 않으려는 의미에서 4,160원으로 책정된 점도 눈길을 끈다.

기록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세월호 사건 이 후 공식적인 사건 처리 현장의 기록이다. <노란 리본 금지령>은 교육부 가 시도교육청 산하에 노란 리본 금지령을 내린 날인 ‘2014년 9월 16일, 세월호 참사 154일째’의 이야기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의 공판이 있던 날의 기록은 <눈물의 증언>에, 세월호 수색 작업 종료 공식 발표가 있었던 날의 기록은 <겨울비 내린 뒤>에 남겨졌다.

   둘째, 세월호 사건을 기 억하려는 다양한 문화행사에 대한 기록이다

<노란 기억 팔찌>에는 생 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노란 기억 팔찌’를 손목에 매달고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안산에서 국회 앞까지 1박2일 동안 걸어서 온 이야기 가 담겨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십자가 물병>에는 방한한 프란치 스코 교황과 유가족들의 만남이 그려졌다.

<기억의 숲>은 오드리 헵번 의 아들 트리플레닛 션 헵번이 한국에 와서 ‘기억의 숲’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일을 기록하고 있다.

   셋째,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자 시신을 기 다리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신분증>, <축하합니다> 등이 여기에 속 한다. 넷째, 세월호 사건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다.

광주법원 앞에서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과의 만남을 다룬 시 <진실마중 사람 띠잇기>, 참사 현장에서 어선을 몰고 학생 20명을 구조했던 진도 군 조도면 주민이 단원고를 방문한 일을 기록한 시 <아름다운 만남> 등 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 장에서 살펴본 대로,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의 시에서는 시간성의 상실의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당사자가 아닌 관 찰자로 사건을 바라보고자 한 시인은 명징한 시간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세월호 사건을 의미화하고자 했다.

‘기록 시집’이라는 이름에 걸맞 게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는 ‘날짜와 세월호 참사 ○○일째’로 시작 한다.

<하얀 비명>의 첫 연은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참사 31일째, 다 섯 번째 금요일’이다. 이날은 유가족의 대통령 면담이 이뤄진 날이다. <신분증>은 ‘2014년 6월 3일, 세월호 참사 49일째/ 7일이 일곱 번, 사십 구재’로 시작된다.

세월호 사십구재가 있었던 날의 관찰 기록이다. 이처 럼 시를 시작할 때 정확한 날짜와 함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를 적시함으로써, 세월호 사건 이후 사고처리 과정과 다양하게 펼쳐지는 크고 작은 행사, 그리고  다양한 만남의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배치되고 있다.

시인이 구체 적인 시간과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부터의 ‘시간적 거리’를 표시하는 것 으로 시를 시작함에 따라, 이 시집의 시들은 사실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혼합된 형태를 띰으로써 독특한 정서를 자아낸다.

시적인 정서와 분위 기 등이 구체적 현실 사건들에 묶여 있기에 시는 리얼리티를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시의 감응력이 높아졌다. 이 시집의 시들이 시간의 한 지점과 사건으로부터의 시간적 거리를 정박점으로 삼을 때,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은 ‘장소’다. 현장 경험을 기 록한 시들이기에 이 시집에서 ‘장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 <노란 팬 지꽃>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명시하고 있는 시다.

2015년 2월14일, 세월호 참사 305일 97톤급 낚시 어선 307호 덕원호타고 팽목항 인근 서망항에서 출발 1시간 만에 유가족 11명이 바다로 나갔습니다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2.7킬로미터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던 노란팬지꽃 한 다발 바다 위에 던졌습니다 “널 마지막으로 안아보고 싶었어!” 엄마는 뱃전에 주저앉아 흐느낍니다 “우리 아이, 저기 있어요! 얼른 돌려주세요!” ‘박탈’의 시학, 시의 주체에 따른 세월호 시의 정치성 303 사고 지점을 알리는 지름50센티미터 노랗고 둥근 부표만이 파도에 흔들립니다 -<노란팬지꽃> 전문28) 참사 305일째, 고통의 진원지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킬로미 터’에는 사고 지점을 알리는 ‘지름 50센티미터’ 노랗고 둥근 부표만이 흔 들리고 있다.

 

    28) 최봉희, <노란 팬지꽃>,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앙, 2015, 99쪽. 

 

그곳에 한 엄마는 ‘노란 팬지꽃 한 다발’을 던지고 주저앉 아 흐느낀다.

‘노란 부표’가 객관적 사실의 장소를 표시한다면, 엄마가 던진 ‘노란 팬지꽃’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영원한 고통의 장소를 표시 한다.

이 장소는 305일 전에는 그저 바다의 한 지점이었고, 4월 16일에 는 사고 현장이었고,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지점으로 시간이 쌓인 장소 인 것이다.

이곳은 엄마를 주저앉게 만들고 절규하게 만드는 장소로서, ‘박탈’의 현장이다.

이러한 ‘박탈’의 현장이 가장 비극적으로 재현된 장소는 유가족들이 희생자가 돌아오길 기다렸던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이다.

<신분증>, <신 원 확인>, <축하합니다> 등의 시들은 이 장소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2014년 6월3일, 세월호 참사 49일째 7일이 일곱 번, 사십구재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에서 유가족이 된 부모님들은 개처럼 하나씩 목에 줄을 걸고 다녔습니다.

그것이 무슨목줄입니까? 그래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팽목항에서 하루에도 수십차례 우리 아이가 몇 번째로 돌아오는지 순서에 따라 붙여진 가증스러운 일련번호입니다. 우리가 목에 걸고 있는 목줄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부모라서 주어지는 섬뜩한 신분증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신분증> 전문29)

 

   29) 최봉희, <신분증>,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앙, 2015, 32쪽.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다.

그런데 기록을 남기는 관찰자로서 시인은 ‘섬뜩함’을 느낀다. 우리는 낯선 것이 출현할 때 보통 섬뜩함을 경험한다. 이 시에서는 ‘신 분증’이 섬뜩함을 유발한다. 유가족이 된 부모들은 ‘개처럼 하나씩 목에 줄을 걸고’ 있다. 그 ‘목줄’에는 시신이 돌아온 순서를 표시한 일련번호 가 표시되어 있다. 신분증은 세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표식이다.

화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부모’임을 증명하는 일련번호 신 분증에서 섬뜩함을 느낀다. ‘개’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목줄만큼 박탈당 한 이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제시해주는 게 또 있을까 싶다. 박탈의 잔혹한 현실에서 발생하는 섬뜩함은 물질성과 무매개적 관계에서 출현하는 것이라고 에티엔 발리바르는 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잔혹함은 벌거벗은 관계 안으로 어떤 무서운 이상성(異常性)들의 복귀 와 관련된다.30)

시인은 고통스러운 부모의 감정과, 관례적·행정적 처 리의 산물인 신분증의 무매개적 관계를 선명하게 부각함으로써 섬뜩함 과 잔혹함으로 경험되는 폭력적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31)

 

    30) 에티엔 발리바르, 대중과 공포, 도서출판 b, 서관모 역, 2007, 491쪽.

    31) 박탈의 잔혹함과 섬뜩함을 담은 또 다른 시로는 <축하합니다>가 있다. “다른 아이들 은 돌아오는데/우리 아이는 오지 않습니다// 먼저 돌아온 아이의 부모님은/ 장례를 치르러 아이를 안고 헬기를 타고/ 팽목항에서 안산으로 날아갑니다// 아이를 못 찾 은 부모님은/ 아이를 찾아 팽목항을 떠나는 부모님께/ “축하합니다.”/ 슬픈 듯 부러 운 듯 기막힌 듯/ 그렇게 말을 한다네요// 축하하다니요?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부모 님 마음입니다” 최봉희, <축하합니다>,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 앙, 2015, 74쪽.

 

이러한 재현 의 성취는 현장에서 포착된 현실 기록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하겠다. 또 한 폭력적인 박탈의 현실 재현에 있어 화자의 목소리가 분노에 휩싸이 지 않고 있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기록으로서의 시쓰기를 수행하고 있는 시인이기에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 를 띤다.

이 점이 박탈의 잔혹한 폭력성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절제된 목소리는 고통을 나누고, 기억 투쟁을 이어가 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때도 힘을 발휘한다.

 

세월호침몰 해역에서 동거차도는 1.7킬로미터 동육마을에서 동막마을로 가는 깔끄막 지나서 산몰랭이 오르면 그 바다가 제일 가까이 보인다는 섬 그곳에 생애 마지막을 보낸 아이들이 비명으로 수장되었습니다.

수도도 전기도 논도 없는, 미역 뜯고 고구마 먹고 살았다는 두 마을뿐인 동거차도 한 어부의 아내가 어느 날 바다에 나가서 조류에 밀린 오일펜스를 고정시키는 방제 작업 중에 조명탄낙하산 줄에 걸리고 낙하산 줄이 닻줄에 닿은 지점에서 길 잃은 한 아이를 만나 품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백만 원 수표와 함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아이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부모님이 동거차도를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이 이름으로 마을회관에 거울 하나 걸어주세요." 평생 살아도 이런 난리는 없었다며 동거차도 주민들이 모여 흐느끼며 웅성거렸습니다. -<동거차도> 전문32)

 

   32) 최봉희, <동거차도>,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앙, 2015, 63-64쪽. 

 

동거차도는 세월호가 침몰한 곳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섬 이다.

시인은 섬 주민이 바다에서 방제 작업 중 세월호 희생자 시신을 발견해서 수습한 일과, 이후 유가족이 감사의 표시로 돈과 편지를 보내 고, 방문한 일을 사실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기록하고 있다. 객관적 진술 과 건조한 전개에도 유가족과 동거차도 주민들이 상처와 아픔을 나누는 따뜻함이 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희생자 학생의 이름으로 마을회관 에 거울 하나를 걸어 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에 흐느끼며 웅성거리는 동 거차도 주민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시는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크고 작은 행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이고 공적 인 차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작업 못지않게, 사적인 영역에 서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시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에서 ‘동거차도’에 대한 지역 정보가 비교적 소상하게 제시되 고 있는 점은 특기할 부분이다.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사실 외에, 1연과 3연에서 제시되는 동거차도의 지형과 지명, 수도와 전 기도 없는 오지와 같았던 과거의 모습 등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왜 시인은 이런 내용을 시에 담았을까.

동거차도는 시신 수습을 해준 ‘한 어부의 아내’와 섬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간과 신체는 상호규정적이다.

공간은 신체를, 신체는 공간을 구성하 는 데 결정적이다.

동거차도의 지리적, 생산적 조건은 그곳 주민들이 도 시/육지로부터 고립된 삶을 살아감을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 ‘평생 살아 도 이런 난리는 없었다’며 흐느끼는 이들을 통해 세월호 사건으로 이 땅 의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안온하고 폐쇄적인 작 은 섬의 마을회관에 세월호 희생자 아이의 이름으로 걸리게 될 거울은 이에 대한 상징이다.

동시에 이 시는 온 국민이 함께 겪고 오랫동안 기 억할 세월호 사건의 비통함을, 마을회관이라는 공적 장소의 거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시집에는 이 시 외에도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들이 여러 장소의 사람 들과 만났던 사건들을 기록한 시가 많다.

세월호 재판을 보기 위해 광주 법원으로 향한 유가족들은 법원 앞에서 광주 시민들을 만나고(<진실 마 중 띠잇기>), 세월호 침몰 중 개인 어선으로 학생 스무 명을 구한 조도 면 주민들은 단원고를 방문해 학생들을 만난다(<아름다운 만남>).

프란 치스코 교황과의 면담(<8월의 크리스마스>, <십자가와 물병>)과 진도에 만들어질 ‘기억의 숲’에서 기념 식수를 한 오드리 햅번의 아들 트리플레 닛 션의 방문(<기억의 숲>)의 이야기도 담겼다.

이러한 장소의 중첩과 신체들의 조우는 ‘감응’의 힘을 보여준다.

감응 에 대해 아타나시오우는

 

“감응은, 연계성과 상호 취약성, 인내의 육체적 역학에 영향을 주고 영향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응은 우리 자신으로 부터 이탈해 존재하는 것을 수반합니다. 곧, 끄집어내지고, 넘겨지고,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움직여지고, 움직이는 것을 수반하게 되 는 것이지요. (……) 정지해 있는 동시에 움직이는 그 육체들은 고정된 물리적 장소로서가 아닌 흐름과 힘, 확대와 강화가 이루어지는 불확정 적인 장으로서의 공간을 창조해냈습니다.”33)라고 말한다.

 

     33)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 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284쪽. 

 

고정되지 않 고 움직이거나 흐르는 장소와 신체를 구성하고 불확정적인 공간을 출현 시키는 감응의 관계는, 박탈당한 주체의 신체와 장소가 낯선 신체, 낯선 장소와 접속됨으로써 그 정치성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 하면 쏟아낼엄마의 눈물은 말라 버렸다.1980년 5월18일 엄마는 젊었고 세 아이를 낳아 기를, 35년이 흘러 2014년 4월16일 엄마의 아들은 아빠가 되었다 엄마는 열일곱 너의 행방을 찾으러 광주 금남로 길을 헤맸다 10일간의 총소리, 군인들의 거리에는 전화가 끊기고 하늘은 최루가스로 어둠에 덮여 엄마는 자주 기침에 시달렸다 엄마는 먼 길을 홀로 걸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 한번 불러보지 못하고 오직 기도하며 침묵했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아도 너의 슬픔은 엄마보다 더 깊고 엄마의 슬픔은 너보다 더 길다 엄마는 팽목항 바다를 향해 울음을 삼키고 있는 안산의 아들을 본다 네가 낳은 열일곱 아이는 어디 있느냐?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그러했듯 네 아픈짐은 내려놓고 길은 한 길이니 숨쉬면서 걸어라 광주의 엄마가 물려주고 안산의 아들이 젖먹던 힘까지 내고 걸음마 하듯 자박자박걸어서 가거라 4.16 아들 곁에 5.18 살아서 죽지 않은 엄마가 있다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전문34)

 

    34) 최봉희,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 앙, 2015, 127-128쪽.

 

이 시집의 표제작,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에서는 광주와 안산이 라는 두 장소, 5.18과 4.16이라는 두 사건이 중첩되고 있다.

5.18에서 아 들을 찾아 헤맸던 시인의 경험이 녹아 있는 까닭에 시의 울림이 크다. 앞서 살펴본 시들에서의 ‘감응’이 피해자들과 이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 하는 이들의 만남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면,

이 시에서는 유사한 아 픔과 고통의 경험을 가진 피해자들의 조우 속에서 ‘감응’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 파급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화자는 5.18에 열일곱 살 아들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는 엄마다.

그 리고 35년 후 4.16에 그 아들이 열일곱 살 된 아이를 잃고 울음을 삼키 고 있다.

엄마는 아들의 고통과 한없는 슬픔에 참여하며 힘을 주고 있 다.

화자는 분노와 절망, 위로의 말을 할 수 없다.

5.18 중에 아들의 행 방을 찾으러 다녔던 엄마는 아무 말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아도/ 너의 슬픔은 엄마보다 더 깊 고/ 엄마의 슬픔은 너보다 더 길다’라는 구절은 깊고도 긴 슬픔의 역사 에 대한 시적 증언이다.

‘4.16 아들 곁에/ 5.18 살아서 죽지 않은 엄마가 있다’라는 마지막 연의 여운이 각별한 까닭은, 반복되는 역사적 고통 가 운데서도 ‘살아서 죽지 않고’ 가야할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 고, 그 길을 곁에서 함께 할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의 ‘엄마’는  또다시 찾아온 고통을 다시 품고 지금까지 그랬듯 삶을 지속하는 이 땅 의 생명적 존재의 형상이다.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고통의 내밀함을 기록한다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다.

이 시집은 세월호 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거리를 유지 한 시선 속에서 담아내고 있다.

날짜와,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한 시 간적 거리를 정확하게 제시함으로써 기록의 사실성을 확보하고, 중첩된 장소와 연결된 사람을 통해 박탈에 따른 고통의 깊이를 재현하면서 동 시에 그것을 고정하지 않고 유동적인 것으로 주조하였다.

이는 박탈의 경험을 역사(시간)에 접속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Ⅳ. 불가능한 앎의 구성과 역사적 현실 인식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69명의 시인의 합동시집으로, 원로 시인과 중견 및 신인 시인들이 참여했다.

세월호 사 건 100일을 염두에 두고 발간된 시집이었지만 앞에서 다룬 두 시집과 달리 표지 등의 출판 디자인이나 내용 구성에 있어 문화 상품적 기획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집의 머리말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 한 시인들의 뚜렷한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머리말은 2014년 6월 2일 문 학인 시국 선언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지 않았다>의 발췌문으로 대신하고 있다.

 

문학은 본래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 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 우리는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의 자존을 겁박하는 권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사랑을 자본에 통째로 맡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퍼뜨리면서 절망 과 싸울 것이며 사랑을 지키면서 억압을 깨뜨릴 것이다. 정의를 말하면서 협잡을 해체할 것이며 공동체를 껴안으면서 권력의 폭력을 고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것 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다.35)

 

     35) 고은 외, <책머리에-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기>,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 다, 실천문학사, 2014, 9-10쪽. 

 

이 시집이 문학의 윤리와 문학의 자유를 강렬하게 의식하면서 기획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문학은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기에 시인들은 시로 써 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 회피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 을 천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 시집의 시들은 앞서 살핀 직접 사건을 경 험한 피해자의 시나 현장을 담은 기록 시들과는 사뭇 다르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혼란, 슬픔과 절망, 분노와 죄책감 등을 느 꼈던 만큼 시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이들의 시에도 이러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하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분노가 그것이다. 머리말의 제목인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기’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이 시집의 시들이 보여준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혀 침몰하는 2시간 30 분 동안의 과정이 TV 등으로 고스란히 생중계되었고, 이후 ‘가만 있으 라’는 안내 방송으로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했던 상황과, 인명 구조와 사 고 수습 및 사고 조사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총체적 부실 상태가 드러났 기에 분노의 감정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당시의 보편적 감정 중 하나였 다.

그런데 시인들의 시에서 유독 분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유는 무 엇인가.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가 시인들의 분노보다 작았을 리 없음 에도 말이다.

여기에 ‘재현’의 문제가 개입된다.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가 쓴 시들을 살펴보면, 분노의 감정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죄책감이 전면화 되었다. 박탈당한 당사자들은 실제적 고통으로 언어의 붕괴를 경험한다. 꼭 당 사자가 아니더라도 국민들 대다수가 거대한 분노를 경험했지만 분노의 감정을 온전히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언어적 감수성이 뛰어난 시인들 의 몫이 여기에 있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를 표현 할 수 있는 언어적 역량을 소유한 자들이다. 시집의 머리말에서 보이듯 시인들 스스로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떠맡고 있다.

이 때문에 재현 주체로서의 시인의 자의식이 중요하다.

“분노가 나의 신전입니 다”36)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 이 증언 주체의 소임에는 ‘기억하기’와 함 께 ‘분노하기’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시집에서 분노의 재현을 떠받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고통 의 재현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은 ‘기억하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세월 호 희생자들의 마지막 순간, 그것은 타인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다.

사실 희생자들이 경험한 육체적 한계상황과 절망,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르주-디디 위베르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37)

 

    36) 문동만, <소금 속에 눕히며>,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69쪽.

    37) 이어지는 말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1944년 여름의 아우슈비츠라는 지옥이 무엇이었는지 상상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구실로 내세우지 말자. 모든 방법을 통해서도―사실이 그러하니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없다고, 우리는 끝까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보호하지 말자. 참으로 우리는 그 매우 부담스러운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빚지고 있다’. 몇몇 수감자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끔찍한 실재에서 우리를 위해 얻어낸 말들과 이미지들 에 진 빚이 제공해야 할 대답으로서 우리에게 남아 있다.” 조르주-디디 위베르만, 모든 것을 무릅쓴 이미지들, 오윤성 역, 도서출판 레베카, 2017, 13쪽. 

 

사건의  고통을 상상하는 것과 그 상상을 바탕으로 재현하는 행위는 우리가 결코 온전히 알 수 없는 ‘불가능한 앎’을 구성하는 행위다.

이것은 사건의 실재 적 이미지들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누구도 깨주지 않던 유리창 위에 씁니다 아수라의 객실 바닥에 쓰고 씁니다 골절된 손가락으로 짓이겨진 손톱으로 아가미 없는 목구멍으로 오늘의 분통과 심장의 폭동을 죽여서 죽었다고 씁니다 -문동만, <소금속에 눕히며> 부분38) 어른들은 기다리래요 어른들은 춤추면서, 우리들의 바다를 밟아대면서 기다리래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래요 이젠 안 돼요, 더 이상은 기다리지 않을래요 어른들은 나를 두고 가버렸어요 이제 나는 떠나가요 나는 지금 어둠속에 눈 꼭 감고 있어요 파도에 결박되어 평화란 이런 것인가 봐요, 아무도 없는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진흙 들만 살아서 나를 먹어버리는 것, 진흙의 거품이 되는 것 -강은교, <딸의 편지> 부분39)

 

   38) 문동만, <소금을 눕히며>,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71쪽.

  39) 강은교, <딸의 편지>,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14-15쪽.

 

두 시 <소금 속에 눕히며>와 <딸의 편지>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순간 을 재현한다.

첫 번째 시는 기다리라 했지만 두고 가버린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준다.

희생자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아무도 없이,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진흙만이 있어서 진 흙에 먹히고 진흙의 거품으로 토해졌다고 <딸의 편지>는 말한다.

희생 자들의 ‘골절된 손가락’과 ‘짓이겨진 손톱’의 이미지로부터 시인 문동만 은 이들의 고통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소금 속에 눕히며> 를 통해 말한다.

‘죽여서 죽었다’ 이 간명한 진술은 생명을 박탈당한 이 들의 고통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단순히 그들의 고통스러웠 던 순간이 아님을 알려준다.

즉, 시(문학)적 재현은 현상을 제시하는 것 이 아니라 사건의 의미를 구성하고 그 본질을 밝히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애통해하고 분노했지만 엄밀히 말해 분노의 감정은 비 가시적인 것이다.

여기에 시인의 책무가 있다.

분노를 가시적인 것으로 재현하는 시들을 살펴보자.

 

 ① 차를 마시다니 꽃이 피다니 목구멍으로 무엇을 넘기다니 꽃을 보다니 해변을, 파도 끝을, 신 벗어 들고 걷다니 웃음까지도 생기다니 배가 고프다니…… 분노여 입을 벌려라 바다를 넣겠다 쏟아 넣겠다 분노여 변덕이 심한 짐승이여 바다를 모두 먹어라 바다여, 분노의 이름으로 영원히 철썩여라 -장석남, <차를 마시다니> 전문40)

 ② 무덤가에 휘이 호랑지빠귀울면 그건 너의 목소리 휘파람 소리 잠들지 마 잠들지 마 눈감지 마침몰하는 세상 조문하러 흰꽃들 피네 오월 산천이 수의(壽衣)를 입네 푸르게 타오르는 나무 아래 나는 꽃잎을 따 입속에 넣어본다 천천히 씹어 먹는다 .너의 희고 춥고 여린 살을 -허은실, <제망매(祭亡妹), 흰꽃들의 노래> 부분41)

   ③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탐욕으로 뒤집힌 세상, 부패와 음모와 기만으로 뒤집힌 세상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폭력과 약탈로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저 죽음을 뒤집어라 뒤집지 않고서는 살리지 못해 저 죽음의 세력을 뒤집어라 -백무산, <세월호최후의 선장 박지영> 부분42)

 

     40) 장석남, <차를 마시다니>,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150-151쪽.

     41) 허은실, <제망매(祭亡妹), 흰 꽃들의 노래>,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184-185쪽.

     42) 백무산, <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 학사, 2014, 85쪽. 

 

①번 시는 분노를 정제된 언어로 강력하게 재현해 낸 시 중 하나다.

화자는 차를 마시고 꽃을 보고 해변을 걷고 웃기도 하는 자신의 일상을 진술한다.

‘내가 이러다니’의 반복되는 언술 구조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 었는데’라는 말이 숨겨진 채 따라붙어 있는 것이다.

일상이 발화될수록 숨겨진 말, 세월호는 점점 더 또렷해져 온다.

마침내 시적 반전이 열린다.

‘분노여 입을 벌려라/ 바다를 넣겠다/ 쏟아 넣겠다// 분노여/ 변덕이 심한 짐승이여/ 바다를 모두 먹어라’ 분노의 재현에 있어 분노라는 감정 의 크기가 이렇게 단숨에 재현될 수 있는 것은 시인의 역량에 힘입은 것이다.

세월호를 삼킨 바다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바다인가.

그런데 이 제 그 바다를 분노의 입에 넣어버리겠다고 했을 때 그 분노는 얼마나 크며 무시무시한가.

②번 시의 화자는 자연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희생자들의 넋을 기 리며 오월 산천에 핀 흰 꽃들을 수의 입은 꽃으로 바라본다.

시의 마지 막이 강렬하다. 화자는 꽃잎을 따 입속에 넣고 씹으면서, 희생자들의 ‘희고 춥고 여린 살’이라고 말한다.

애도와 추모의 시이지만 동시에 ‘살 기’가 느껴진다.

애도의 대상자의 살을 씹어먹는 행위에서 ‘너’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결의와 함께 ‘너’를 이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분노와 복 수의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시의 화법을 ③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시는 세월호가 뒤 집힌 사건에 맞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세월호를 뒤집히게 한 것이 부패 와 음모, 폭력과 약탈의 세상이라면, 이제 우리는 그런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분노를 모아 우리에게 부여된 실천적 과제가 무엇 인지, 즉 박탈당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명과 죽음의 세력을 대조하며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재현은 현상의 복제 혹은 재생이 아니다.

재현은 상 상력이 작동하는 창조행위이기에 뚜렷한 시인의 개성이 발현된다.

이 시집에서 나타나는 분노의 재현과 관련해서 유심히 생각해 볼 부분은 분 노의 다양성이다.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온 국민이 느꼈을 분노는 결코 단일한 감정이 아니다.

합동시집의 힘이 여기에 있다.

‘분노’라는 이름으 로 결집된 다양한 분노의 감정들이 시집에 담김으로써, 시집은 우리 시 대의 분노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자 분노의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집을 통해 다양한 분노의 양태와 강렬도를 경함할 수 있기에, 독자들은 자신의 분노와는 또 다른 결의 분노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분노가 어떤 것이며 이것이 어떠한 성찰과 실천으로 이 어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시집은 개인의 분노를 사적인 것으로 고착시키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분노와 연결해서 사회적·정치적 실천의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라 하겠다.

‘박탈’의 시학의 관점에서 시인들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시적 재현은 시의 정치성 및 문학의 저항성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다.

버틀러는 전지구적 ‘박탈’의 현실에서 “상처를 강조하는 것에 억압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박탈당한 이 의 정체성의 범주를 역사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43)

이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이 ‘분노’를 재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 까닭이 여기에 있 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시화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억압된 현실을 재현 함으로써, 시인들은 역사적 현실 인식을 예각화하고 저항으로서의 시쓰 기를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덧붙여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바로 세월 호 사건에 대한 분노를 역사와 접속하는 시도에 대한 불만에 관한 것이 다.

정유선은 세월호 관련 문학 담론과 시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호출하 는 것을 두고 ‘정치에 의해 봉합된 문학’이라고 평가한다.44)

 

     43)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 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145쪽.

   44) 정유선, 「세월호 이후의 시와 ‘재현-윤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3, 71쪽.

 

세월호 사 건이 그토록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명 구조 과정 과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국가 시스템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온전히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했던 국가는 없었다. 국민과 국 가의 관계를 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세월호 사건이기에 본원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4.19, 5.18 등 국가폭력이 문제 되었던 역사가 호출된 것이라 하겠다. 몇몇 시인들 은 역사적 맥락에서 세월호 사건을 인식함으로써, ‘박탈의 역사’를 시로 옮겼다. 수많은 젊은이가 이 땅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역사의 흐름 가운데 세월호 사건을 배치하는 것을 ‘역사의 신성화’ 로 규정하는 태도는45) 시적 재현과 역사와의 관계를 괄호 속에 묶음으 로써 시의 정치성을 위축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 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45) 정유선, 「세월호 이후의 시와 ‘재현-윤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3, 48쪽.

 

세월호 시와 그 재현의 문제를 다룰 때 시의 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 성화된 것은 개인 주체가 아닌 공동체성과 타자성이 주목된 까닭이다.

시의 윤리가 시의 정치성에 접합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을 텐데, 역사(인 식)의 개입을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것, 랑시에르 식으로 ‘치안적인 것’으 로 뭉뚱그려 말할 수 있을까. 분노의 결집이 저항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노의 목소리다.

다소 상투적으로 보일지라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노를 기억하고자 하는 실천 역시 분노의 유의미 한 한 갈래의 목소리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이를 포괄하는 다양한 기억, 기록, 재현이 그 자체로 역사를 이룬다는 사실도 함께 기 억되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박탈’의 시학과 정치성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삶 속에서 총체적으로 작동하는 국가권력과 신 자유주의/자본의 문제를 가시화했다. 세월호 사건은 민영화, 탈규제, 사 회비용의 삭감,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추진한 국가가 정작 국민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 대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한 신 자유주의 시스템은 ‘각자도생’의 잔혹한 인간 삶의 방식을 주조했으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도래했음을 보여 주었다.

많은 국민이 세월호 사건으로 비통함을 느꼈던 까닭은 이러한 참혹 한 대한민국의 실상을 직면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한국 사회를 구성해 온 일원이라는 자각 때문이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질서를 수용하면서 고도화된 경쟁 사회에 순응해온 결과가 세월호 사건으로 가시화된 것이기에,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국 가에 대한 분노와 함께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시민 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단번에 보여준 세월호 사건이었기에, 반성과 성찰, 그리고 실천의 문제 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문학 장에서는 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 과제를 수행했다. 이 글은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시의 수행성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주디스 버틀 러와 아테나 아타나시오우가 제시한 ‘박탈’ 개념을 참조하여 세월호 시 를 ‘박탈’의 시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들은 일종의 예속의 한 양식 으로 주체가 급진적으로 허물어지게 되는 전지구적 ‘박탈’의 현실에 대 응할 수 있는 윤리적, 정치적 차원의 실천 가능성을 탐구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시적 주체의 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시의 양상 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점에 주목하여 희생자 어머니의 시, 세월호 사 건 이후 현장 봉사에 참여하며 현장을 기록한 시인의 시, 그리고 한국작 가협회 소속 전문 시인 집단의 시를 살피고 그 특성을 알아보았다.

세월호 사건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이혜경 학생의 엄마가 쓴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에는 딸을 잃은 엄마의 고통과 그리움을 담 은 시들이 실려 있다.

시의 화자는 세계와 자아, 그리고 언어가 붕괴되 는 경험 속에서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없는 자’로서 ‘인간성 외부의 자리’  있는 박달 당한 자의 형상을 보여준다.

시인은 딸의 고통스러웠을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 속에서 자신을 죄인으로 정체화한 다. 시인은 속죄의 태도로 엄마로서 끝없는 책임의 자리, 죄인의 자리에 서기를 자처한다.

이러한 죄의식은 죽음의식으로 경사되는데, 희생자 어머니에게 시쓰기는 닿을 수 없는 죽음의 세계를 향한 끝없는 문 두드 림이다.

시집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는 5.18 당시 자식을 찾아 헤맨 기 억이 있는 여성 시인이 세월호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경험한 내용 을 담은 시를 묶은 것이다.

시인은 ‘기록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사건 이후 사건 처리 현장과 다양한 세월호 문화행사, 고통받는 유가족들과 이들이 이후 타인들과 접속되는 사건들을 시로 기록했다. ‘기록 시’답게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밝힘으로써 ‘박탈의 현장성’이 재현 되는 특징을 보인다. 희생자 엄마의 시에는 죄의식과 죽음 등 실존적 고통이 그려졌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 시집에는 관찰자의 시선에서 포착 된 섬뜩하고 잔혹한 박탈의 현실이 담담한 어조 아래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이 피해자들과 연결되는 장면을 기록함으 로써, 연결된 고통으로서의 ‘박탈’의 시학의 정치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사건 100일을 맞아 합동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펴 낸 한국작가협회 소속 시인들은 분노와 저항의 기수로서 시쓰기를 수행 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고통의 순간을 시로 형상화하여 ‘불가능한 앎’ 을 구성함으로써 ‘박탈’의 세계를 가시화한다.

시인들은 증언 주체로서 자신을 정체화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들은 신자 유주의 질서와 무능한 국가가 초래한 박탈의 현실을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기입함으로써 역사적 현실 인식을 강조하고 저항으로서의 시쓰기 를 실천했다.

버틀러는 재현의 불가능성이야말로 언어적 재현을 떠받치는 힘으로인식했다.

그에 따르면 언어의 재현에 있어 한계 혹은 실패로 불릴 만한 그 부분으로 인해 재현 가능성은 개방되는 것이다.

그의 다음과 같은 말은 재현의 결과물이 아닌 재현의 행위 자체가 내장하고 있는 힘을 사 유할 수 있게 한다.

 

“정확하고 참된 이미지를 발견하는 일이 우리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일이고 그때 어떤 실재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이다.실재는 이미지 내부에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재가 전달하는 도전―재현에 대한 도전―을 통해 전달된다”46)

 

     46)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경성대 출판부, 양효실 역 2008, 200쪽. 

 

몇몇 위대한 시인들의 탁월한 시로, 세월호 시의 재현이 성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재현의 한계들이야말로 계속해서 시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세월호 사건과의 거리에 따른 주체의 시적 재현의 각각의 층위는 그 자체의 고유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층위의 재현 불가능한 부분을 비춰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적 재현의 층위가 노출하 는 차이들은 시의 심미적 성취의 심급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간극으로서 의 심연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차이야말로 시의 정치에 있어 다수성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그릇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박탈의 시학에서 중요한 것은 이 차이 그 자체인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목소리의 정치성의 접합 가능성을 개방하는 것 이기에, 다층적 시쓰기를 재현의 한계 지점을 통해 범주화하여 논의하 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생과 사의 갈라짐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죄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떠 맡는 희생자 어머니와 ‘분노여 입을 벌려라/ 바다를 넣겠다’고 외치는 시인이 함께 있고, 또 그것을 바라보고 시로 기록하는 이름 없는 시인이 곁에 서 있다.

다시 말하면 ‘함께 있음’에 대하여, 가령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나오는 말과, 분노 속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 그 리고 상황을 담담히 기록하는 말들의 웅성거림의 총체로서, 우리는 세 월호 시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닭대가리들아!”라고 한 시인이 외칠 때47) 그 한 편의 시의 심미성을 평가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집합적인 목소리로 울리는 시의 정치성에서 포착되는 울부짖음에 주목하여 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47) 최종천, <이 닭대가리들아!>,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167-172쪽. 

 

다양한 정체성과 그 목소리들의 간극을 포괄하는 이접적 시야가 ‘박 탈의 시학’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개인의 기억과 저항의 언어를 파편 화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의 거대한 부정정신의 역사적 실천으로 바라볼 때, ‘세월호 시’의 능력이 뚜렷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1. 기본 자료

고은 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 유인애,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 굿플러스북, 2017. 최봉희,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 도서출판 레디앙, 2015.

2. 논문과 단행본

김영삼, 「세월호 ‘사건’과 ‘사건’ 이후 문학의 가능성」, 감성연구 제16호,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8, 61-95쪽. 김익한 외,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의 생활실태와 심리상태에 따른 공동체 욕구 조 사」, 정책연구, 경기연구원, 2016, 1-131쪽. 김형중, 「문학과 증언: 세월호 이후의 한국문학」, 감성문학 제12호, 전남대학교 호 남학연구원, 2016. 31-59쪽. 이경래, 「정동의 기록화-‘4.16기억저장소’를 중심으로」, 기록학연구, 제74호, 한국기 록학회, 2022, 5-43쪽. 이경수, 「현실 접속의 실재와 증언문학의 가능성, 서정시학 제26호, 계간 서정시학, 2016, 12-29쪽. 임지연,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시적 주체의 능동적 역할」, 문학치료연구, 제61호, 한국문학치료학회, 2021, 211-239쪽. 정유선, 「세월호 이후의 시와 ‘재현-윤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3.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최강민, 「세월호 참사와 치유적 글쓰기」, 어문론집 제71호, 중앙어문학회, 2017, 197-230쪽.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양효실 역, 경성대 출판부, 2008. 주디스 버틀러·아테나 아타나시오우, 박탈-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한 대화, 김응산 역, 자음과모음, 2016, 에티엔 발리바르, 대중과 공포, 도서출판 b, 서관모 역, 2007. 조르주-디디 위베르만, 모든 것을 무릅쓴 이미지들, 오윤성 역, 도서출판 레베카, 2017. 일레인 스케리, 고통받는 몸, 메리 역, 오월의봄, 2018.

 

 

국문요약

‘박탈’의 시학, 시의 주체에 따른 세월호 시의 정치성 정영진 이 글은 세월호 시(문학)에서의 타자성/윤리성의 강조가 정치성과 결 합되어 사고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필자는 주 디스 버틀러와 아테나 아타나시오우가 제시한 ‘박탈’ 개념을 참조하여 세 월호 시를 ‘박탈’의 시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들은 일종의 예속의 한 양식으로 주체가 급진적으로 허물어지게 되는 전지구적 ‘박탈’의 현실 에 대응할 수 있는 윤리적, 정치적 차원의 실천 가능성을 탐구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시적 주체의 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시의 양상 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점에 주목하여, 희생자 어머니의 시집, 세월호 사건 이후 현장을 기록한 시인의 시집, 그리고 한국작가협회 소속 전문 시인 집단의 시집의 재현 양상을 비교 분석했다.

희생자 어머니의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에는 인간성 외부의 자리에 있는 박탈 당한 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세월호 사건 이후 시인에 게 시간은 천형으로 경험되었다. 시간성을 상실한 시간을 경험하게 된 시 인은 자신을 죄인의 자리에 묶음으로써 불가능한 책임의 자리를 고수한 다.

그는 죽음의 영역에 접속하며 시쓰기를 통해 딸을 기억하고자 했다.

시집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는 5.18 당시 자식을 찾아 헤맨 기억 이 있는 여성 시인이 세월호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경험한 내용을 담 은 시를 묶은 것이다.

시인은 ‘기록자’로서 섬뜩하고 비극적인 ‘박탈의 현 장성’을 담담하게 그렸다.

또한 세월호 사건 이후 중첩된 장소와 사람들 의 만남을 기록하면서 고통의 실체를 유동적인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제시했다.

합동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펴낸 한국작가협회 소속 시인 들은 희생자들의 고통의 순간을 시로 형상화하여 ‘불가능한 앎’을 구성함 으로써 ‘박탈’의 세계를 가시화했다.

시인들은 증언 주체로서 자신을 정체 화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무능한 국가가 초래한 박탈의 현실을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기입함으로써 역사 적 현실 인식을 강조하고 저항으로서의 시쓰기를 실천했다.

이 글에서 살펴본 세월호 사건과의 거리에 따른 주체의 시적 재현에는 각각 고유한 특질이 있다. 박탈의 시학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재현 간 의 차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재현 양상은 다른 층위의 재현 불 가능한 부분을 비춰주는 것이기도 하다.

필연적 재현 불가능성 때문에, 재현 행위는 계속 시도될 수 있으며 시적 재현이 함축한 정치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정체성과 그 목소리들의 간극을 포괄하는 이접적 시야가 ‘박탈의 시학’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개인의 기억과 저항의 언어를 파편화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의 거대한 부정 정신의 정치적, 역사적 실천으로 바라볼 때, ‘세월호 시’의 능력이 뚜렷하 게 드러날 것이다.

핵심어 : 세월호, 시의 주체, 시적 재현, 재현 (불)가능성, ‘박탈’의 시학, 정치성, 역사 인식

 

 

❚Abstract

The Poetics of ‘Dispossession’, The Politics of Sewol Ferry Disaster Poetry according to the Subject of the Poem

Jeong, Young-jin

This article is based on the awareness of the problem that the emphasis on otherness/ethics in Sewol Ferry disaster poetry(literature) should be thought of in conjunction with political nature of the accident. I examine Sewol Ferry disaster poetry from the perspective of a poetics of ‘Dispossession’ by referring to the concept of ‘dispossession’ presented by Judith Butler and Athena Athanasiou. They have explored the possibility practices in the ethical and political domains that can respond to the reality of global dispossession, in which subject is radically collapsed as a form of subordination. In this article, I comparatively analyzed the representation aspects of the collection of poems by the mother of the victims, by the poet who documented the scene of the Sewol Ferry disaster after the event and a group of professional poets belonging to the Korean Writers Association by focusing on the fact that the aspects of the poems written display significantly definite differences depending on the distance of the poetic subject from the Sewol Ferry disaster. The collection of poems by the victim’s mother, ‘My longings for you’, presents the figure of a disenfranchised person in a position outside of humanity. Following the occurrence of the Sewol Ferry disaster, time was experienced as a retribution by the poet. The poet, who experienced time  as a loss of temporality, adheres to an impossible position of responsibility by binding herself to the position of a sinner. She, by accessing the realm of death, tried to remember her daughter through composition of poetry. The collection of poems, ‘From 5.18 mother to 4.6 son’, is a collection of poems written by a female poet who has the memory of having searched her child at the time of the 5.18 Democratic Movement containing the contents of her experiences while participating in volunteer services at the site of the Sewol Ferry disaster. As a ‘recorder’, the poet composedly depicted the eerie and tragic ‘immediacy of dispossession’. In addition, by recording the encounters with places and people that overlapped after the occurrence of Sewol Ferry disaster, the poet 3-dimensionally presented the reality of suffering in the midst of fluid flow of such experiences of suffering. In the joint collection of poems, ‘We were all Sewol Ferry’, published by the poets affiliated with the Korean Writers Association, the poets visually materialized the world of ‘dispossession’ by composing the ‘impossible knowledge’ through embodiment of the moments of the victim’ suffering into poems. The poets identified themselves as testifying subjects and unabashedly poured out their voices of outrage. By writing the reality of dispossession caused by the neoliberal order and the incompetent government in the history of Korea, they emphasized awareness of historical reality and practiced composition of poem as an expression of resistance. Each of the poetic representation of the subjects in accordance with their respective distances from the Sewol Ferry accident examined in this article has their unique corresponding characteristics. What is important in the poetics of dispossession is the differences between the various representation themselves. Specific aspect of representation also illuminates the unreproducible aspects of  other layers. Due to this inevitable unreproducibility, the act of representation can continue to be attempted, and the political nature that has been implied by the poetic representation can be accessed through diversified formats. Therefore, a disjunctive perspective that encompasses the interstices of diversified identities and their respective voices is crucial in constituting a ‘poetics of dispossession’. The power of ‘Sewol F erry accident poetry’ will become apparent when we do not recognize the memories of individuals and languages of resistance as being fragmented, but, rather, view them as a political and historical practice by the enormous spirit of denial of the poetry.

Key Words : Sewol Ferry, Subject of the Poem, Poetic Representation, (im)possibility of Representation, Poetics of ‘Dispossession’, Politics, Historical Awareness

 

 

 2024년 5월 6일 접수   2024년 5월 10일 심사   2024년 5월 30일 게재 확정

 

현대문학의 연구 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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