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현상텍스트(phénotext)와 생성텍스트(génotext)를 활용한 박경리 문학의 내적 생성 과정 연구/이승윤.인천大

 Ⅰ. 박경리 문학의 좌표

Ⅱ. 현상텍스트와 생성텍스트

Ⅲ. 체험과 창작의 교섭

Ⅳ. 반복과 변형의 축적

Ⅴ. 문학적 연대기를 위하여

 

 

Ⅰ. 박경리 문학의 좌표

 

2024년은 토지 완간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토지는 1969년 9월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만 25년이 되던 1994년 문화일보 8월 30일 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0자 원고지 4만여 장, 작품이 연재된 잡지와 신문 그리고 출판사를 달리하여 간행된 단행본만 모두 더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거기에 서희와 길상이 등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과 이름을 갖진 못했지만 서사에 참여하는 허구적인 인물들, 담론 속 에 등장하는 영웅과 정치인, 예술가 등 역사상의 실존 인물들을 모두 더 하면 약 700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수치화할 수 있는 외적 규모만으로 도 토지는 압도적이다.

대하소설(Roman fleuve)은 많은 등장인물,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는 광범위한 장소, 개인과 집단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역사적 시간을 그 특징으로 한다.

홍명희의 임꺽정을 필두로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 영의 객주,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이 모두 대하소설의 규모를 지니 고 있다.

하지만 장구한 시간에 걸쳐 소설적 배경을 변화시키면서 다양 한 등장인물을 그려내고 있는 토지야 말로 대하소설로서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동의보감1)처럼 미완인 채 세상에 나와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사실 세상에 나온 모든 작품은 작가에 의해서 완성 되고 독자와 만난다.

 

     1) 이은성, 소설 동의보감, 마로니에북스, 2012. 

 

그럼에도 우리가 ‘굳이’ 소설 토지의 완간에 의 미를 부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대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소설 토지의 서사가 담고 있는 역사적 시간이다.

토지는 구체적으로 1879년 한가위에서 출발하여 1945년 8월 15일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소설 속에 명시된 시간 밖의 동학농민운동과 최참 판댁의 전사(前史)를 포함하면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약 100년의 시간이 토지의 배경이 된다.

요컨대 토지는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이며, 언어로 쌓아 올린 한국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간은 1969년에서 1994년까지 만 25년 동안 지속된 작가 의 집필 기간을 들 수 있다.

3공화국에서 시작하여 6공화국까지 4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토지는 쓰인다.

서로 다 른 두 개의 시간대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살았던 물리적 시간은 치열한 작가의식과 역사의식으로 토지에 고스란히 각인된다. 출발에서 대단원까지 25년의 시간이 시간이 필요했지만, 실제 연재와 집필에 투입된 시간은 17년이다. 작가는 토지를 연재하는 중에도 장 편 죄인들의 숙제(1969), 창(1970), 단층(1974), 시집 못 떠나는 배(1988), 도시의 고양이들(1990), 수필집 거리의 악사(1977), 원 주통신(1985),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1994), 중국기행문 만리장성 의 나라(1990) 등을 발표한다. 토지 집필 중 8년의 공백은 각 부(部) 의 연재가 끝나고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기까지의 준비 기간, 연재했던 잡지사와 신문사의 사정, 가족사와 건강 문제로 연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포함된다. 그중에도 인상적인 것은 작가 스스로 과오를 고백하며, 절필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연재 중인 토지 4부의 3편 7장을 보면 해도사와 송관수의 대화가 있는 데 나는 그 치졸함에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3편 8장의 조찬하가 유 인실이 임명희의 제자인 것을 잊었다는 대목은 땜질이었다는 것을 고백한 다. 그것은 조찬하가 잊은 것이 아니다. 작가가 잊은 것이다. 실책은 이미 지나갔고 하기는 전열을 가다듬어 연재를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실책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연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 었다... 과욕이 저지른 이와 같은 차질이 참으로 부끄럽다. 시간에 쫓기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박한 희망과 나로서는 상당한 액수라 생각하 는 원고료를 탐했던 것도 틀림없는 일이다. 시간과 원고료에 사로잡힌 그 결과는 너무나 뚜렷한 것이었다...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정정한 마 음으로 토막내지 않는 이어진 시간속에서 토지를 완결하는 것만이 보상 의 길이라 자위하며 펜을 놓는다.2)

 

    2) 박경리, 원주통신, 지식산업사, 1985. 16-17쪽. 

 

그렇게 토지 4부의 연재는 중단된다. 다시 작가가 펜을 잡아 토지 의 연재를 이어가는 데에는 3년 8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1987년 8월 월 간경향에 연재를 시작하여 이듬해 5월 비로소 토지 4부의 연재를 마 무리한다.

토지의 4부는 전체 5부 중에서 분량 면에서는 가장 적으나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토지 5부의 출발은 4년 후인 1992년 9월 1일 문화일보를 통해서이다.

일간지의 연재를 시작한 지 2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토지의 마지막 문장이 쓰인다.

햇수로 25년, 17년의 집필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연구의 목표는 토지를 정점으로 하여 현상텍스트(phénotext)와 생성텍스트(génotext) 측면에서 박경리 문학 전반의 계통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의식과 생애 연구를 위한 기초 작업으 로서 박경리의 문학적 전기(critical biography)를 구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박경리 문학의 연구는 토지를 중심으로 하여 초기 단편 소설과 몇몇 평판작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개가 「불신시대」를 비롯한 1950년대의 몇몇 문제적 단편들과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에 발 표된 장편소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4) 등에 집중되어왔고, 주로 여성주의적 시각이나 운 명론적 세계관3), 가족주의에 대한 분석4)이 주를 이루었다.

 

     3) 김철, 「운명과 의지-토지의 역사의식」, 문학의 시대 3, 1986; 정호웅, 「토지론 - 지리산의 사상」, 동서문학, 1989, 11월호.

     4) 송재영, 「소설의 넓이와 깊이」, 문학과 지성 통권 15호, 1974, 봄; 서정미, 「토지 의 恨과 삶」, 창작과 비평 통권 56호, 1980, 여름; 김용구, 「박경리론-가족, 그 恨의 뿌리」, 한국 현대 작가 연구, 문학사상사, 1991.

 

이들 연구는 개별 작품에 대한 유의미한 성과들을 도출하였다.

하지만 대상과 방법론에 관한 협소함과 제한된 접근은 일정한 한계 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개별 작품이 박경리 문학 전체에서 어디에 위치하며, 작품 상호 간 어떤 영향 관계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논 의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다작의 작가인 박경리의 소설과, 시, 산문, 에세이 등 여러 장르에 걸친 창작들을 상호텍스트성을 바탕으로 살펴보 는 것은 개별 작품의 의미를 구명하는 데에도 필요한 작업이다.

소설을 포함한 여러 장르에 걸친 작가의 텍스트들을 살피는 일은 생 산된 결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그것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즉 토지 이전에 쓰인, 혹은 토지의 연재 중에 쓰인 모든 텍스트와 작가의 관련 기록에서 생성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작업 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토지 이전 시기의 작품을 토지와 의 관련성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박경리 문학의 의의뿐 아니라, 토지 라는 거대 서사의 작품 생성의 원리를 추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의 진행과 결과로부터 텍스트 생산의 주체로서 작가의 문학적 연대기를 구 성하는데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Ⅱ. 현상 텍스트와 생성텍스트

 

작품은 작가에 의한 ‘의미 실천’의 과정이다.5)

이러한 진술은 바르트 가 말한 ‘글쓰기’의 개념과도 연결된다.

바르트는 글쓰기란 “작가가 자신 을(텍스트를) 읽는 독자에게 사회에 대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무엇을 언어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6)이라고 말한다.

 

     5) 김인환, 「J. 크리스테바의 텍스트 유형에 관한 연구-생성텍스트, 현상텍스트 및 의미 실천을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구 제29권 제1호, 한국불어불문학회, 1994. 94-98 쪽 참조.

    6) R. Barthe s, Le degré zéro de l’écriture, editions du sSeuil, Paris, 1973, p.14. 1

 

J. 크리스테바는 텍스트를 ‘현상텍스트(phénotext)’와 ‘생성텍스트 (génotext)’로 나눈다.

‘현상텍스트’는 언어의 의사소통의 규칙을 준수하고 발화의 주체와 수신자를 전제로 삼는 텍스트이다.

‘생성텍스트’는 언 어구조물에 나타나는 비논리적이고 비언어적인 영역이다.

하나의 작품 을 ‘생성텍스트’로서 접근하는 작업은 텍스트를 생성해내는데 개입하는 모든 요소들을 포괄한다.

생성텍스트에 관해 크리스테바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구조가 부과하는 제약의 영향을 받는 주체가 정신적인 소통에 의하여 언어형식을 빌려 표현한다고 주장한다.7)

그동안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모티프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꾸준히 상호텍스트적 연구성과들이 발표되었다.8)

한편으로 많은 연구자가 박 경리 문학의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완전한)가족이야기, 부조리 한 세상과 운명론적 세계관, 개인의 불행과 비극적 결말9), 윤리와 가치 의 문제10) 등을 지적하였다.

 

    7) 김인환, 「J. 크리스테바의 텍스트 유형에 관한 연구-생성텍스트, 현상텍스트 및 의미 실천을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구 제29권 제1호, 한국불어불문학회, 1994. 90-98쪽.

    8) 박혜원, 「박경리 소설의 인물 창조 원리와 토지로의 확대 양상 연구」, 구보학보, 제2호, 구보학회, 2007; 이경, 「박경리의 토지에 나타난 집 떠나기 모티프와 여성」, 한국문학논총 제69호, 한국문학회, 2015, 159-190쪽; 최경희,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추리소설적 모티프의 의미와 양상 연구-가을에 온 여인, 타인들, 겨울비를 중심 으로」, 어문연구 제38권 제4호, 어문연구학회, 2010, 377-399쪽; 김남희, 「박경리의 <토지>에 나타난 구언 모티프, 땅에 관한 고찰」, 동학학보 제39집, 동학학회, 2016, 225-262쪽; 김양선, 「박경리 초기 장편 소설의 여성/문학사적 위치-전쟁, 여성, 선정주 의는 어떻게 여성 문학의 전통이 되었나」, 여성문학연구 제50호, 한국여성문학학 회, 2020, 177-195쪽; 박상민, 「박경리 토지에 나타난 자유연애 모티프 연구」, 현대 문학의연구 제74호, 2021, 419-451쪽.

     9) 이재선, 「숨은 역사·인간 사슬·욕망의 서사시」, 문학과 비평 제9호, 1989, 봄.

    10) 임헌영, 「토지의 작품세계와 그 사상」, 월간경향 통권 270호, 1987, 8월호; 김병 익, 「문화와 문명, 능욕당한 삶의 전경」, 열림과 일굼, 문학과 지성사, 1991; 정현 기, 「토지 해석을 위한 논리 세우기」, 작가세계 통권 22호, 1994, 가을. 

 

본 연구도 그 연장선에 놓인다.

단, 그 동안의 연구가 소설에 집중되어 그 대상이 제한적이었고, 주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은 지적해 두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그 대상을 확장하고 ‘현상텍스트/생성텍스트’로의 방법적 접근을 적용하여 이른바 ‘박경리 문학사’와 작가의 ‘문학적 전기’ 의 구성을 목표로 삼는다.

요컨대, 토지를 위시한 박경리 문학 전반 을 대상으로 하여 현상텍스트와 생성텍스트 해석의 방법을 활용하여 그 의미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밝히는 작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박경리의 단편과 중․장편 소설, 시와 산문 등이 연구의 대상이다.

작가 의 문학 전반에 대한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접근은 작가의식의 변화를 추적하고 작가의 문학적 전기(Critical biography)를 구성하는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리의 문학적 위상은 언제나 토지의 가치로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토지의 문학적 성취를 고려하면 그러한 판단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박경리 문학의 위상이 토지 하나로 갈음되어서는 곤란하다. 본 연구가 토지 외의 다른 소설, 그 리고 시와 산문들을 문제 삼는 것은 토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서도 필요한 일이다.

토지의 다층적인 의미도 이전에 발표된 박경리 문학 전반의 특징과 작품들과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보다 분명해질 것 이다.11)

 

  11) 김윤식, 박경리와 토지, 강, 2009; 김은경, 박경리 문학 연구, 소명출판, 2014; 조윤아, 박경리의 문학세계, 마로니에북스, 2014. 특히 조윤아의 저작은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중편과 장편, 에세이 등을 대상으로 삼아 작가의 사적 체험뿐 아니 라 발표 당시 시대 상황과의 관련성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작가 박경리가 어떠한 견해와 의식으로 작품을 집필해왔는지 통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중편 <환상의 시기>에 등장하는 일제강점기하의 여고생의 모 습은 일차적으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작가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지칭했던 이 작품은 일제 치하의 ‘민아’라는 한 여학생이 폭력적인 일상을 통과하며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이다.

크리스테바는 ‘텍스트란 주체가 세계에 대해 표명하는 저항적 언어’  라고 파악한다.

정치, 사회 역사적인 외적 조건들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 칠 수밖에 없다.

크리스테바는 그러한 조건들이 억압적이고 견디기 힘 들 때, 작가의 자아는 행동의 주체로 변모하고 그 행동이 텍스트로 나타 난다고 보고 있다.12)

 

     12) 김인환, 「J. 크리스테바의 텍스트 유형에 관한 연구-생성텍스트, 현상텍스트 및 의미 실천을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구 제29권 제1호, 한국불어불문학회, 1994 참고.

 

작품 속 ‘민아’의 ‘입학-전학-자퇴-재입학’의 과정은 작가 박경리의 실제 학창시절과 겹친다.

<환상의 시기>의 ‘민아’는 토 지 속에 등장하는 ES여고에 다니는 ‘이상의’란 인물의 창조로 주요 모 티프와 캐릭터들이 토지에 반복되어 수렴된다.

위의 사진은 작가 박경리가 1944년 진주여고 졸업 기념 공연 때 연극 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뒷줄 맨 왼쪽이 작가 박경리이다.

당시 대본을 확인할 수 없어 극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토지 5부에 보면 상의가 다니던 ES여고에서 졸업생을 위한 송별회 장면이 소 개된다.

“진주의 명물을 등장시킨” 희극이었으며, 상의는 “여학생 단골인 수예점 안주인 역할을 했으나 수줍어서 연기는 별무신통”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공연 당시 ‘우편 배달부’를 했던 친구와 ‘미치광이’ 역 할을 했던 친구가 대단한 인기였다고 나온다.

작가의 체험이 그대로 소 설에 반영된 사례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단편 <약으로도 못 고치는 병>은 토지의 연재가 시작되기 10개월 전인 1968년 12월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서사 또한 토지에 그대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한마을에 사는 용이라는 사내와 무당의 딸 월선의 사랑이라는 기본 설정부터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그대로 겹친다.

<약으로도 못 고치는 병>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월선이 마을 을 떠나고 용이가 병이 나 몸져눕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토지에 서는 마을을 떠나 일하던 용이가 몸져누워 있는 월선에게 돌아와 임종 을 지키는 것으로 변주되어 있다.

이처럼 인물과 배경, 설정에서 유사한 모티프의 반복과 변주, 차용과 교섭은 박경리 문학 전반에서 발견된다.

이에 대한 추적은 시대에 대응하는 박경리의 작가의식과 창작의 변화를 규명하는 주요한 토대가 된다.

 

Ⅲ. 체험과 창작의 교섭

 

박경리의 문학은 토지를 포함한 약 34편의 중·장편소설과 37편의 단편소설, 4권의 시집, 12권의 산문집과 문학론 등 방대한 저작으로 이 루어져 있다.

작가는 토지를 집필하던 중에도 장편 창과 단층을 연재하였고 수필, 기행문, 문학론 같은 글들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였다.

박경리는 또한 모두 4권의 시집을 발표한다.

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미학적 성취를 논하기보다는 ‘생활시’에 가깝다는 것이다.

기행문과 소설창작론을 포함한 12편의 산문은 직접적으로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그러나 박경리 문학 연구의 대부분이 토지 연구에 집중되어 있고, 여타 작품에 대한 연구조차 몇몇 작품에 한정되어 있다.

또한 작가 사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작가론에 대한 정리는 연표를 작성하는 수준 이상 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경리의 문학 연구의 이 같은 불균형은 1950년대 등단 작가인 박경리의 문학이 21세기 우리 문학사에 서 가지는 의미, 나아가 토지의 생성 과정에서 찾아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해석 가능성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토지를 제외하면 박경리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던 시기는 1960~70년대이다.

당시 신문과 잡지 등에 연재된 장편소설들은 대중소 설적 요소가 강하다.

따라서 가장 많은 작품이 생산된 시기였음에도 불 구하고 대중적·통속적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였다.

하지 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 낭만적 사랑과 가족의 문제, 운명에 대한 저항, 자연적 성의 세계와 엄격한 도덕적 징벌과 같은 주제를 뭉뚱그려 대중적·통속적이란 틀 안에 가둘 수는 없다.

이 시기의 중·장편소설 및 박경리의 시와 문학론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꼼꼼한 읽기(close reading)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경리는 문단 활동 초창기에 발표한 단편소설에 대해 ‘신변적 사소 설’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으로 이들 작품은 “작가의 체 험을 바탕으로 한 전후문학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소설로 평 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작가들이 당시 문단에서조차 ‘여류’라는 호 칭으로 예외적인 존재로 대우받던 시절을 떠올리면 ‘사소설 작가’라는 평가가 공정하다거나 박경리 초기 문학의 특징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 렵다. 평단의 ‘사소설’ 지적에 대해 박경리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한 다.13)

<사소설 이의>에서 박경리는 <불신시대>, <암흑시대>야말로 “해 부실에 들어간 아이의 사체에다 칼질을 다시 하는 행위”로 쓴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만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검열의 결 과로 작품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60~70년대 발표한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내 마음은 호수, 영원한 반려, 겨울비 등 이른바 ‘소설가 소설’ 역시도 작가 의 사소설이라는 평가로 치부하기보다는 작가의 체험과 작품과의 관계, 작가의 문학관과 세계관을 탐색해 볼 수 있는 텍스트이다.

‘소설가 소설’은 ‘예술가소설’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예술가소설이란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하여 예술가 자신의 사명과 창작의 문제,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 사회와 관련한 문제를 다룬 소설을 말한다.

예술가 소설(Künstlerroman)이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하위 장르로 규정되기도 하는 독일문학의 경우와 한국문학에서의 예술가소설 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14)

 

     13) 특히 작가가 아들을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불신시대>, <암흑시대> 연작이 발표 된 이후 이러한 평가가 두드러졌다. 이에 박경리는 「사소설 이의(異議)」라는 글을 발표하며 문단의 이러한 평가에 대해 저항한다. “그것은 순수한 눈물과 애통의 기록 이었다고 나는 생각지 않습니다. 만일 그것이 순수한 모성의 기록이었다면 내 마음 은 얼마만큼의 안식을 얻었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심한 자기 혐오에 빠지지도 않 았을 것입니다. 나는 자식의 죽음을 객관화하려고 했습니다. 만약 그 소재가 완전히 객관화되어 있지 못하다고 나무라면 나는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재가 신변에서 왔다고 하여 아주 협소한 뜻의 사소설이라 한다면 나는 저항을 느낍니다. 전쟁미망인만 나올 것 같으면 작품이 여하하게 윤색되었건 사소설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편견... 실전을 경험하고 전쟁 이야기만 늘 쓰는 남성 작가에게는 왜 사소설 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가.”

    14) 조윤아, ‘「박경리의 소설가 주인공 소설 연구」, 비평문학 제29호, 한국비평문학회, 2008, 415-417쪽. 

 

한국문학의 경우 예술가소설이 모두 성장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작가 자신의 근대적 자아에 대한 탐구가 내면의 발견을 이루게 하는 고백체 양식을 통해 완성된 것이 근대 이후 한국문학의 ‘소설가 소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소설 가 소설’은 ‘사소설’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박경리의 소설가 주인공 소설은 달리 고백체 양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그를 작가 자신과 일치하는 환경과 상황으로 설정하지 않고, 음악가나 화가를 등장시키는 여타 예술 가소설처럼 허구적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내 마음은 호수(조선일보, 1960.4.6.~1960.12.31.)에서 소설가인 주인공은 40대 여성으로 6·25 전쟁 이전에 이미 소설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학생인 딸을 둔 것 으로 그려진다.

영원한 반려(조선일보, 1965.11.23.~1966.9.13.)에서 주인공인 소설가는 남성으로 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다른 남 매가 있는 것으로 등장한다.

겨울비(여성동아1967.11.~1968.6.)에 서 주인공은 남성 전업 작가이며 후손이 없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소설가 주인공 작품들 속에는 박경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문 학과 작가, 그리고 작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견해가 많이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박경리의 문학관과 세계관을 추정해보는 것 도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사회에 대한 혐 오, 타락한 현실에 대한 거부, 자존을 위해 선택한 고독, 작가로서 선택 한 고립 등을 박경리의 ‘소설가 소설’ 주인공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 품 속에 등장하는 전쟁미망인의 삶과 소설가의 삶은 연결되고 겹쳐지면 서 전쟁미망인으로서, 작가로서 박경리가 걸어간 오랜 시간 동안에 겪 었을 삶의 변화와 작가 의식의 변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경리는 ‘토지 이전의 작품은 토지를 위한 습작’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토지 해석을 위한 또 다른 단서로서 이전의 작품과 의 상호텍스트적 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현상텍스트/생 성텍스트’로서 토지의 의미와 박경리 문학의 내적 생성과정을 연구 함으로써 박경리 문학의 정체성을 읽어내고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설을 포함한 여러 장르에 걸친 작가의 텍스트들을 살피는 일은 생 산된 결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그것이 생산되기까지의 창작 과정에 초 점을 두는 것이다.

즉 토지 이전에 쓰인, 혹은 토지의 연재 중에 쓰인 모든 텍스트와 작가의 관련 기록에서 생성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Ⅳ. 반복과 변형의 축적

 

산문의 경우 작가의 세계관을 규명하고 문학적 전기를 구성하는데 보 다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1966년 간행된 수필집 기다리는 불안 은 1962년 3월 27일 동아일보에 실렸던 <기다리는 불안>이라는 짧은 글을 표제로 삼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신문에 실린 <기다리는 불안> 의 삽화 역시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박경리는 여학교 시절 미술학교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 았다.

이 수필집에 실린 <모 녀상(母女像)>에는 딸과 함께 앉아 그림을 그리 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수필에 서 작가는 중학교 2학년인 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 림을 그리는 딸의 모습은 작가에게 죽은 아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 다.

작가는 죽은 아들 생각 때문에 살아있는 딸에게 마음 놓고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수필<세월>과 소설<불신 시대>,<암흑시대>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수필 <세월>과 단편들 을 비교해 봄으로써 작가가 처한 실상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문제의식 을 비교하여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문학적 전기를 구성하는데 10권이 넘는 산문집은 중요한 자 료이다.

예컨대 ‘문학적 인생론’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Q씨에게(1966) 의 경우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작가란 무엇인가, 언어란 무엇인가, 어떻 게 작품을 쓸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담은 ‘작가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Q씨에게는 ‘문학수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 계적인 문호들의 작품에 대한 분석과 비교 평가, 성찰 등으로 채워져 있 다.

그러면서 자신이 창작했던 작품에 대하여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하고 집필 당시의 심경이나 상황을 되돌아보기도 하였다.

평자에 따라서는 구한말에서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토지 를 ‘소설로 쓴 일본론’이라고 평가한다.15)

또 다른 논자는 토지의 백 미는 ‘일본에 대한 담론들을 위시한 문명과 야만의 논리’에 대한 서술16) 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1897년에서 1945년으로 설정한 명시적인 시간 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만약 토지에서 일본 관련 서술을 제외한다 면 작품의 서사구조가 무너지고, 등장인물들의 역할은 무화되거나 축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지를 수식하는 ‘민족 대서사시’란 의미도 타자로서의 일본을 배제하면 성립하기 힘들다.

박경리는 토지 완간 이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소설에서 다하지 못한 ‘일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17)

 

     15) 鄭顯琦, 「日本論として書かれた小說」, 週刊朝日百科 世界の文學 112, 2001年 9月, 朝日新聞社.

     16) 김병익, 「문화와 문명-능욕 당한 삶의 전경」, 열림과 일굼, 문학과지성사, 1991.

     17) 1994년 10월 8일, 현재는 ‘박경리문학공원’이 된 원주시 단구동의 박경리 옛집에서 ‘토지 완간 기념 잔치’가 열린다. 최일남, 박완서, 이문구, 조정래, 박범신, 정현기, 임우기 등 문단의 여러 작가와 평론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토지 이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토지 속편(續篇)과 일본론의 집필 계획을 이야기한다. 토지의 속편 은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제목으로 2003년 4월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나 건 강이 악화되어 3회 연재로 미완에 그치고 만다.‘일본론’ 역시 미완인 채, 작가 유고 후 일본산고라는 제목으로 출판된다:<어떤 잔치>, MBC 新 인간시대, 10월 8일 촬영분 참조. 

 

1926년 출생인 박경리는 만 20세가 될 때까지 일제 치하에서 살았으며 일본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체험한 세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 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박경리는 생전에 자신은 공공연히 “나는 철두철미 반일작가”18)라고 표명하기도 하였다.

토지에는 지식인과 일반 민중 등 여러 인물을 통 해 국가로서의 일본과 개인으로서의 일본인, 집단으로서의 일본 민족, 그리고 일본문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분석이 등장한다.

이러한 대목 은 연구자에 따라서 ‘일본에 대한 탁월한 통찰’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하 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친 비판의식이 작품의 서사적 완결성과 미학 적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다.19)

 

   18) 박경리, 생명의 아픔, 이룸, 2004, 31쪽.

   19) 김용의, 「박경리의 토지에 등장하는 일본의 역사적 인물」, 한국일어일문학회 2011년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32-235쪽. 

 

2008년 작가가 타계한 후, 2013년에 간행된 작가의 유고집 일본산고 (日本散稿)는 일본에 관한 미발표의 글들을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일 본산고는 일제강점기를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증언과 작가의 역 사의식으로 직조한 공동체에 전하고 싶은 ‘일본 사용 설명서’이다.

요컨 대 일본산고는 소설 안에 형상화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작가의 태 도와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일본산고와 책으로 묶이지 않은 박경리의 일본 관련 유고(遺稿)는 토지 속 일본 관 련 서사의 이론적 토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의 상호텍스트성을 밝히는 것은 작가의 창작 의도와 세계관을 규명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

 

Ⅴ. 문학적 연대기를 위하여

 

본 연구는 토지와 몇몇 개별 작품에 집중되었던 박경리 문학 연구 를 토지를 정점으로 하여 박경리 문학 전반에 대한 계통도를 마련하 기 위해 기획되었다.

‘박경리 문학사’를 구성하는 1차 작업인 셈이다.

작 가 박경리는 1926년에 태어나 1950년대 중반에 문단에 데뷔하여 2008년 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일제강점기에서 국가 만들기, 한국 전쟁과 이후 근대화와 민주화의 과정이 한 작가의 삶 속에 그대로 체화 되어 있는 것이다.

박경리의 작품들을 살피는 일은 한국 현대문학의 흐 름을 이해하는 유의미한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2008년 작가 박경리가 작고한 후 10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하 지만 아직 박경리에 대한 본격적인 작가론은 쓰이지 않았다.

객관적 거 리의 확보가 어려운 탓일 수도 있으며, 작가 개인에 대한 자료 수집이 쉽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개별 작품에 대한 현상텍스트와 생성텍스 트 차원에서의 검토와 상호텍스트성의 연구는 본격적인 작가론을 쓰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한 문학적 연대기의 구성 은 성긴 작가의 연표를 채우고 작품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며, 이 후 박경리 문학 연구자들에게도 작가와 작품 해석의 유용한 도구로 활 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박경리, 그리고 소설 토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문학 공간이 존 재한다.

박경리는 국내 작가 중 가장 많은 공간 관련 콘텐츠를 가진 작 가이다.

원주의 ‘토지문화관’과 ‘박경리 문학공원’, ‘박경리뮤지엄’, 하동 의 ‘박경리 문학관’과 ‘최참판댁과 토지마을’, 통영의 ‘박경리 추모공원’과 ‘박경리 기념관’이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각의 문학 공간은 나름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나 주로 토지에 집 중된 전시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통시적이고 총체적인 본 연구의 결과는 문학관과 기념관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 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토지학교’의 경우도 동어반복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왔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토지를 정점 으로 하여 박경리 문학 전반에 대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이른바 ‘박경리 문학사’를 세우기 위한 정지(整 地) 작업이며, 작가 연구의 초석을 놓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일회의 소논문으로 문학사를 구성할 수는 없다.

작가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생 존해 있는 작가 지인들과의 인터뷰와 유족들의 증언도 수집해야 한다.

전체적인 밑그림이 완성되고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었을 때 ‘문학사’는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기본 자료

박경리, 창작실기론, 어문각, 1962. ______, 오늘의 산문선집 20 : 거리의 악사, 민음사, 1977. ______, 박경리 문학전집, 지식산업사, 1979~1990. ______, 「박경리 대담」, 여성신문, 1988.12.2. ______, 박경리 시집-도시의 고양이들, 동광출판사, 1990. ______, 박경리의 원주통신-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나남, 1994. ______, 환상의 시기, 나남, 1994. ______, 박경리 강의노트-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현대문학사, 1995. ______, 「본성에 대한 공포」, 현대문학, 1997. 6. ______, 「작가는 왜 쓰는가」, 작가세계, 1994 가을. ______, 만리장성의 나라, 나남, 2003. ______, 생명의 아픔, 마로니에북스, 2016. ______, 신 원주통신-가설을 위한 망상, 나남, 2007. ______,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마로니에북스, 2008. ______, 토지 1-20, 마로니에북스, 2012. ______, 박경리 문학전집, 마로니에북스, 2013~2020.

2. 논문과 단행본

구재진, 「1960년대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생활’의 의미」, 민족문학연구소 현대문학분과, 1960년대 문학연구, 깊은샘, 1998. 김남희, 「박경리의 토지에 나타난 구원 모티프, 땅에 관한 고찰」, 동학학보 제39호, 2016, 225-262쪽. 김양선, 「박경리 초기 장편 소설의 여성/문학사적 위치-전쟁, 여성, 선정주의는 어떻게 여성 문학의 전통이 되었나」, 여성문학연구 제50호, 한국영성문학학회, 2020, 177-195쪽. 김연숙, 「토지에 나타난 ‘수치(Shame)’ 감정과 윤리적 가능성」, 대중서사연구 제24 권 제2호, 대중서사학회, 2018, 129-161쪽. 김윤식, 박경리와 토지, 강, 2009. 김은철, 「박경리 시의 내면 풍경」, 한국문예비평연구 제45호,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현상텍스트(phénotext)와 생성텍스트(génotext)를 활용한 … 179 2014, 151-181쪽. 김인환, 「J. 크리스테바의 텍스트 유형에 관한 연구-생성텍스트, 현상텍스트 및 의미실천을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구 제29권 제1호, 한국불어불문학회, 1994, 83-104쪽. 김치수, 박경리와 이청준, 민음사, 1982. 노앨 맥아피,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이부순 옮김, 앨피, 2007. 문재원, 「토지에 재현된 신여성과 젠더 정치」, 코기토 제87호, 부산대 인문학연구 소, 2019, 131-160쪽. 박경리․조세희, 「‘상생(相生)의 문화’를 찾아서-작가 박경리에게 듣는다/ 빈곤보다 두려운 것은 터전의 상실이다」, 당대비평 6, 삼인, 1999 봄. 박상민, 「박경리 토지 연구의 통시적 고찰」, 한국근대문학연구 제31호, 한국근대문 학회, 2015. 271-319쪽. , 「박경리 토지에 나타난 자유 연애 모티프 연구」, 현대문학의연구 제74호, 한국문학연구학회, 2021, 419-455쪽. 박혜원, 「박경리 소설의 인물 창조원리와 토지로의 확대양상 연구」, 구보학보 제2 호, 구보학회, 2007, 319-336쪽. 백지연, 「박경리의 토지-근대체험의 이중성과 여성주체의 신화」, 역사비평, 1998 여름, 335-352쪽. 서영인,「박경리 초기 단편 연구-1950년대 문학 속에서의 의미를 중심으로」, 어문학제 66호, 한국어문학회, 1999, 259-276쪽. 안숙원, 「식민지 소녀의 입사식-박경리의 <환상의 시기>를 대상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권 제3호,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 2002, 225-252쪽. 이 경, 「박경리의 토지에 나타난 집 떠나기 모티프와 여성」, 한국문학논총 제69호, 한국문학회, 2015, 159-190쪽. 이덕화, 「자기 길 찾기로서의 여성 문학」,현대문학이론연구제17권, 현대문학이론학 회, 2002, 197-224쪽. 이상진, 「식민 체험과 기억의 이면-박경리의 토지, 「환상의 시기」, 「옛날이야기」에 나타난 역사적 무의식」, 어문학 제94호, 한국어문학회, 2006, 325-355쪽. 이승윤, 「박경리의 토지 연구」, 연세대대학원 석사논문, 1994.12. ______, 「1950년대 박경리 단편소설 연구」, 현대문학의연구 제18호, 한국문학연구학 회, 2002, 229-250쪽. ______, 「토지의 서사 전개 양상과 소설 작법」, 대중서사연구 제24권 제1호, 대중 서사학회, 2018, 417-447쪽. 이태희, 「박경리 장시 ‘바다와 하늘’연구」, 현대문학의연구 제72호, 한국문학연구학회, 180 현대문학의 연구 83 2020, 337-358쪽. 임지연, 「박경리의 시 인식과 생명적 능동성의 시학」, 한국문학연구 제48호, 동국대한 국문학연구소, 2015, 349-384쪽. 장미영, 「박경리 1960-70년대 장편소설 연구」, 여성문학연구 제26호, 한국여성문학학 회, 2011, 273-298쪽. ______, 「박경리 문학의 여성 인물 원형 연구-초기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대중서사연 구 제24호, 대중서사학회, 2018, 449-479쪽. 조윤아, 「박경리 토지의 생명사상적 변모에 관한 연구」, 서울여대 박사논문, 1998. ______, 박경리 문학세계-운명으로부터의 자유, 마로니에북스, 2014. 최경희,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추리소설적 모티프의 의미와 양상 연구-가을에 온 여인, 타인들, 겨울비를 중심으로」, 어문연구 제38권 제4호, 어문연구학회, 2010, 377-399쪽. 최유찬, 박경리의 토지 읽기, 세창미디어, 2018. 최유희, 「소설 토지의 강간 서사 연구」, 현대문학의연구 제73호, 한국문학연구학 회, 2021, 265-290쪽. 최희재, 「현상텍스트와 생성텍스트의 변증법적 균형 그리고 그 작가와 독자: 율리시즈 를 중심으로」, 제임스 조이스 저널 제9권 제2호,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 2003, 195-212쪽. 토지학회 편, 박경리 문학과 젠더, 마로니에북스, 2018. 한국문학연구회 편, 현대문학의 연구 6: 토지와 박경리의 문학, 솔출판사, 1996. 鄭顯琦, 「日本論として書かれた小說」, 週刊朝日百科 世界の文學 112, 2001年 9月, 朝日新 聞社. R. Barthes, Le degré zéro de l’écriture, editions du sSeuil, Paris, 1973. 

 

 

❚국문요약

 이 연구의 목표는 토지를 정점으로 하여 현상텍스트(phénotext)와 생성텍스트(génotext) 측면에서 박경리 문학 전반의 계통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박경리 문학의 연구는 토지를 중심으로 하여 초기 단편 소설과 몇몇 평판작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상과 방법론에 관한 협소함과 제한된 접근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개별 작품이 박경리 문학 전체에서 어디에 위치하며, 작품 상호 간 어떤 영향 관계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다작의 작가인 박경리의 소설과, 시, 산문, 에세이 등 여러 장르에 걸친 창작들 을 상호텍스트성을 바탕으로 살펴보는 것은 개별 작품의 의미를 구명하 는 데에도 필요한 작업이다.

소설을 포함한 여러 장르에 걸친 작가의 텍스트들을 살피는 일은 생 산된 결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그것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즉 토지 이전에 쓰인, 혹은 토지의 연재 중에 쓰인 모든 텍스트와 작가의 관련 기록에서 생성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작업 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토지 이전 시기의 작품을 토지와 의 관련성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박경리 문학의 의의뿐 아니라, 토지 라는 거대 서사의 작품 생성의 원리를 추적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작업의 진행과 결과로부터 텍스트 생산의 주체로서 작가의 문학적 연대 기를 구성하는데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어 : 박경리, 현상텍스트, 생성텍스트, 상호텍스트성, 토지, 소설, 에세이, 문학 적 전기 

 

 

❚Abstract

A Study on Inner Generation Process of Pak kyong-ni’s Literature Using Phénotext & Génotext

Lee, Seung-yu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raw a systematic diagram of Pak Kyong-ni’s overall literature in terms of phénotext and génotext, with as the peak. Until now, research on Pak kyeong-ni literature has been conducted on early short stories and several famous works, focusing on . The narrowness and limited approach to objects and methodologies were bound to have certain limitations. Above all, discussions on where individual wor ks ar e located in the entir e literatur e of Pak kyeong-ni and how they exchange influences with each other are still insufficient. Examining Pak Kyong-ni’s novels, poems, prose, and essays based on mutual textuality is also a necessary task to investigate the meaning of individual works. Researching the text of an artist across various genres, including novels, is not a work as a result of production, but a focus on the process until it is produced. In other words, it refers to the work of discovering the “traces” of creation in all texts written before or in the serialization of and related records of the artist. Therefore, this study aims to track not only the significance of Pak kyeong-ni’s literature but also the principle of the creation of works in a historical novel called by analyzing wor ks fr om the pr evious per iod of . In addition, from the progress and results of these works, it will be possible to lay the foundation for constructing the writer’s critical biography as the subject of text pr oduction.

Key Words : Pak kyong-ni, Phénotext, Génotext, “TOJI”, Inter-textuality, Novel, Essay, Critical Biography

 

2024년 5월 6일 접수   2024년 5월 10일 심사    2024년 5월 30일 게재확정

 현대문학의 연구 83권

 

KCI_FI003097243.pdf
1.6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