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웨이모(美)와 바이두(中)의 자율주행 헤게모니 경쟁
2. 웨이모와 바이두의 혁신 경쟁 레이스의 파급효과
2024년 10월 테슬라의 ‘로보택시 데이’ 발표는 기술적 진보 수준이나 규제 승인 계획 등 세부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혁신적인 로보택시 컨셉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 았다.
이번 발표는 지난 3~4년간 식어버린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증폭시키 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은 2010년대 중반부터 AI와 공유경제가 부상하면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받 아왔다.
그러나 2020년대로 접어들며 상용화가 지연되고 안전사고들이 잇따르면서 대중 의 관심이 점차 식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포드와 폭스바겐이 투자한 아르고AI의 폐업, GM 산하 크루즈 로보택시의 샌프란시스코 영업 정지, 앱티브의 모셔널 지분 축소 등 주 요 기업들의 잇따른 사업 철수 혹은 축소는 대중의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있는 자율주행 상용화의 어려움을 잘 보여줬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의 웨이모와 중국의 바이두가 로보택시 서비스의 실질적인 상용화에 성공하며 자율주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양국을 대표하는 웨이모와 바 이두의 경쟁은 미중 자율주행 패권 다툼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자율주행은 고도의 기술 신뢰성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첨단기술로서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다음 4가지 핵심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자율주행에 적합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교통안전, 개인정보 보호, 사고책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밀접 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원활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도록 명 확하고 일관된 법적 프레임워크 구 축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완성도 높은 기술 혁신이 있어야 한다.
자 율주행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인간 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운행주체가 되는 만큼, 고도의 기술적 신뢰성 이 필수적이다. 셋째, 경제성에 기 반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시스템 유지 비용이 소요되므로, 이를 상 쇄할 수 있는 HW/SW의 원가 절 감 및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수용성이 개선돼야 한다.
소비자는 기존 경험과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불편함을 갖기 마련이다.
초기 상용화 단계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피드백을 제공할 것이 며, 이러한 피드백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자율주행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상용 화를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1. 웨이모(美)와 바이두(中)의 자율주행 헤게모니 경쟁
현재 자율주행 경쟁 구도는 미국 구글 산하의 웨이모가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웨이모는 2009년 구글의 구글X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연구를 본격 적으로 시작했으며, 글로벌에서 가장 빠르게 2018년 로보택시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사업 화에 나섰다.
웨이모는 처음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점진적으로 샌 프란시스코, 오스틴, LA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혀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778대에 달하는 자율주행차가 운행 허가를 얻으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 로 2024년 8월에는 업계 최초로 무인자율주행 주간 유료승차 10만 건이라는 이정표를 달 성했으며, 11월에는 LA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여 웨이모 로보택시의 최대 운영 도시 로 성장시켰다.
나아가 12월에는 좌측통행이라는 새로운 도로 환경 대응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일본을 첫 해외진출 국가로 선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바이두가 웨이모의 가장 강력한 경쟁 자로 떠오르며, 미중 간 주도권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바이두는 2013년 중국 최초로 자율주행 개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로보택시 운행 600만 회를 통해 누적 주행거리 1억 km를 돌파하였고, 현재 중국 내 1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지역인 우 한에서만 500대의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며, 2024년 말 1,000대를 추가해 상용화에 본격 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웨이모와 바이두의 자율주행 상용화 레이스를, 위에서 언급한 4가지 과제 관점에서 어 떤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비교해보자.
① [정책/규제] ‘업계 자율’ 웨이모 vs. ‘정부 전폭적 지원’ 바이두
미국은 시장 자율과 안전성 중심의 점진적인 규제 완화 방식을 선택한 반면, 중국은 정 부 주도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기반의 빠른 실증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의 자발적 시장 발전을 지원하는 미국의 정책 환경 속에서 성장 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22개 주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와 상업적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가 투명한 라이선스 발급 체계를 갖추며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웨이모가 유일하게 무인자율주행 라이센스를 받아서 운 영 중이다.
미국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보다 안전, 투명성 등 업계의 자율적 책임을 중시하는 무간 섭(Hands-off)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업계가 이를 위반할 경우 무거운 제재를 가하는데, GM 크루즈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자율주행 기술 관련 정보를 허위로 진술한 일이 운행 정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웨이모는 안 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전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며 주행 거리, 사고 발생률, 안전 개선 사항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정 부로부터 신뢰를 얻어내어 유료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반면 바이두는 2017년 중국 정부의 AI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분야 핵심 기업 으로 지정한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중국은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 테 스트 허가를 내주고, 이 중 우한을 바이두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제공했다.
바이두는, 2019년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리옌훙(로빈 리) CEO가 “교통체증 완화와 탄소배출 감소에 자율주행 차량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책지원 및 규제 완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16개 도시에서 무인자율주행 승인
▲베타테스트 위해 32,000km 의 공공도로 개방
▲지방 정부의 로보택시 보조금 지급 등 자율주행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자율주행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직접 통제하며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특수성이 반영된 강력한 지원 정책이 자율주행 시대의 개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신중한 접근 방식이 제도적, 사회적, 기술적 부작용을 미리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정책 방향이 자율주행 확산 속 도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② [기술] 선도 기업 웨이모의 기술 혁신을 후발 주자 바이두가 빠르게 추격
현재 자율주행 기술력은 선두 주자인 웨이모가 바이두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자체 개발한 고정밀 지도와 3차원 사물 인식이 가능한 라이다를 비롯해, 레이 더, 카메라 등 다중 센서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 사는 인 간 운전자 대비 사고율을 80%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안전 위주의 주행으로 인해 여전히 낮은 평균 주행속도, 잦은 급제동 등 사용상 불편함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선도 기업인 웨이모는 자체 가상 공간 시뮬레이터(Simulation City) 를 통해 다양한 위험 시나리오를 학습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 다(5→4)와 카메라(29→13)의 수를 줄이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 6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그 결과 인간 운전자 대비 에어백 전 개 사고 81% 감소, 부상 유발 사고 72% 감소, 경찰 신고 사고 57% 감 소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었으며, 월간 차량호출 건수도 2023년 대비 2~3배 증가 한 14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후발 주자였던 바이두는 2014년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며 미국의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고성능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과 다양한 시나리오 학습을 통해 자체 고정밀 지도를 고도화한 결과, 자율주행 기술력 순위가 2019년 8위에서 2023년에는 3위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최근 2년간 바이두의 아폴로 로보택시는 인간 운전자 대비 90% 수준까지 낮아진 사고율을 기록했는데, 웨이모에 필적하는 안전성 수준이다.
바이두 는 더 나아가 테슬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전역을 고정밀 지도화하여 서비스 영역을 2025년 65개, 2035년 100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③ [경제성]
웨이모는 수익성 개선 난항, 바이두도 보조금 의존도 높아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주 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웨이모와 바이두는 자체 로보택시 호출 플랫폼을 통한 유료 서 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웨이모가 2018년 ‘웨이모 원’으로 세계 최초로 유료화를 시 작했고, 바이두는 ‘아폴로 고’를 2021년에 유료화하며 그 뒤를 따랐다.
웨이모는 현재까지 수익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회사 알파벳이 웨이모의 재무상태 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알파벳 산하 실험적 사업들의 2024년 상반기 20억 달 러 규모 적자 중 웨이모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운용 모델인 재 규어 I-페이스 기반 5세대 로보택시의 높은 차량 가격(대당 1.3억 원)과 모니터링 인건비 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웨이모는 6세대 모델에서는 라이다 등을 자체 개발 하고, 현대차, 지커(中) 등 차량 공급 파트너를 다변화해 원가를 절감하려 한다.
또한 우 버와도 플랫폼 통한 승차공유를 확대하면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바이두도 원가 절감에 적극적이 다. 35개 이상의 OEM과 200여 개의 Tier1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 원가를 이전 5세대의 절반 수 준인 20만 위안 (3,800만 원)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2024년 5월 에 발표했다.
이를 입증한다며, 중 국 국영 자동차 회사 장링모터스(JMC)로부터 구매한 차량 세금계산서를 직접 공개하기 도 했다.
나아가 바이두는 2025년 안에 운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운영비용 30% 절감, 자율주 행 기술 최적화를 통한 서비스 비용 80%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시간 무인주행을 통한 인건비 절감과 지방정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우한에서는 2024년 말 손익분기점 달성이 예상되나, 보조금을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바이두는 우한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검증한 뒤 다른 도시로 확장한다는 전략이지만, 정부 지원 없는 수익성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④ [소비자 수용성]
웨이모는 투명 공개, 바이두는 실시간 피드백 체계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사회적 공 감대 형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미국에서는 GM 크루즈와 웨이모의 연이은 사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에 대한 반발이 실제 차량 파손과 방화로 이어지는 등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웨이모는 안전 성 관련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애 리조나 피닉스의 Early Riders Program1 에서 나온 긍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등 신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소비자들의 85% 정도가 레벨4 자 율주행에 대해 긍정적인 수용 의사를 보일 정도로, 신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
이러한 자국의 소비자 특성을 고려하여 바이두는 아 폴로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소비자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개선 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예컨대 특정 지역의 교통신호 대응이 느리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접 수되면, 즉각적인 업데이트로 대응하고 있다.
우한에서는 300건 이상의 소비자 신고가 접 수되었으나, 바이두의 신속한 대응으로 ‘아폴로 고’ 서비스는 5점 만점에 4.9점이라는 높은 고객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2.웨이모와 바이두의 혁신 경쟁 레이스의 파급효과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후발 주자였던 바이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 완 화와 보조금을 통한 경제성 확보, 그리고 우호적인 소비자 수용성 측면을 앞세워 웨이모 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출범하는 정부효율화위원회를 통 해 전향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면, 웨이모의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근 소한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 산업의 향후 발 전 방향을 여러 각도에서 내다볼 수 있다.
첫째, 당분간 자율주행 시장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개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웨 이모와 바이두가 개발 중인 기술 방식은 고정밀 지도에 기반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과 중국의 주요 거점에서 시작해 자국 내 다른 지역 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양국을 넘어선 글로벌 확산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될 것 으로 보인다.
둘째, 자율주행 시장은 국가별·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개별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도로 인프라, 교통 문화, 법제도 등 자율주행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국가나 지 역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복잡한 도로 환경과 미국의 격자형 도로 체계는 서로 다른 기술적 접근을 요구하며, 이는 지역에 특화한 자율주행 솔루션의 개발 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고정밀 지도와 다중 센서에 기반한 웨이모와 바이두의 기술 방식은 새로운 지역 확장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반면 테슬라의 카메라 비전 방식은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도 확장이 용이한 측면이 있어, 두 기술 방식 간 표준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셋째,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제조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할 전 망이다.
고도화한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 플랫폼과 결합하여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로봇 기술과 융합되어 물류·배송,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인지(센서, 정밀지도) / 판단(AI) / 제어 기술은 스마트 팩토리, 무인 물류 시스템 등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시키 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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