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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삼국유사』의 유교 효 설화에 나타난 돌봄 윤리의 현대적 재해석/표정옥.숙명女大

 

1. 들어가며

 

13세기 일연은 몽골의 침입으로 민족의 훼손된 자주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나 라 사람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남겨진 이야기들을 모아 『三國遺事』를 집 필했다. 민족의 기원이 되는 고조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후삼국과 가야의 이야 기들을 <紀異篇1,2>에 59개의 이야기로 기록해서 민족의 자긍심을 가지도록 의 도했다. 총 9장으로 기록된 이야기들 중 마지막 이야기는 <孝善篇>인데, 이 이야 기들은 극심한 가난과 수탈로 피폐해진 민중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 간에 대한 도리와 사랑을 담고 있다는 미담들이다. 몽골이 나라를 침략했던 이 시기에 일연은 인간적인 도리와 회복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1)

 

     1) 정진원, 「『삼국유사』를 통한 한국문화 콘텐츠 개발 시론 -‘운문사’와 ‘효 선’ 편 관련 한국 세계문 화유산을 중심으로」, 『한국학연구』 50, 한국학연구소, 2014, 147쪽.  

 

효는 동 아시아 전통 윤리의 핵심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통해 가족과 사회를 통 합하는 중요한 윤리적 가치로 자리 잡아 왔다.

『三國遺事』는 <孝善篇>이라는 장 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효에 대한 문화적 관심을 지대하게 보여주고 있 다.

그러나, 『三國遺事』를 총체적으로 엄밀히 살펴보면, 비단 <孝善篇>에서만 효 를 다루지는 않는다.

총 9장으로 구성된 『三國遺事』의 곳곳에는 당시 살았던 사 람들의 효 인식과 실천적 삶의 이야기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저자 일연은 78세때 국사를 지냈지만, 96세 노모를 모시기 위해 인각사로 낙향하여 부모의 마지 막을 돌보는 효의 직접적인 실천자이기도 하다.

일연의 비문에 의하면, 보각국사 일연은 96세 노모를 모시기 위해 여러 차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왕에게 아뢰 었고, 몇 번 거절을 당한 후 결국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일연은 국사의 중책을 버리고 인각사로 돌아왔다.2)

본 연구는 『三國遺事』의 여러 부분에서 기 록하고 있는 효와 저자 일연의 효에 대한 서사들을 통해 한국 불교 문학과 전통 윤리의 교차점에서 효의 다양한 실천 사례와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三國遺事』에 기록된 효 설화들과 일연의 시비에 기록된 효 서사를 중 심으로, 불교적 인식과 함께 드러나는 효와 돌봄 윤리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탐 구하고자 한다.

이는 급격히 초고령화 되어가는 오늘날의 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과 과거 『三國遺事』의 효에 대한 사유를 융합해서 점검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간 『三國遺事』의 효에 대한 연구는 매우 다양하게 접근되어 왔으나, 본 연구 와 관련된 논거들을 크게 세 분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유교적 관점에서 『三國遺事』 속 효를 논의한 것이다.

효는 오랜 기간 유교적 윤리 체계에서 가족 내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핵심 덕목으로 간주되었다.

대표적 으로 효를 부모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헌신의 차원에서 논의하며, 이를 통해 가 족 중심적 질서와 사회적 안정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효가 가족 중심 윤리로 기능하면서 국가와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3)

 

    2)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서울: 민음사, 2007, 581쪽.

    3) 김덕균, 「삼국유사를 통해 본 삼국시대의 효문화」, 『효학연구』 3, 한국효학회, 2006

 

둘째, 효를 불교적 윤리와 자비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나아가 사회적 상생의 돌봄 윤리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효는 단순히 부모와 자 녀 간의 윤리를 넘어, 불교적 자비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 다.

불교에서의 효는 자신의 부모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정 신적 완성을 인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4)

또한 비슷하게 『三國遺事』 속 효를 단순한 가족 내 의무로 보지 않고, 영적 구원과 공동체적 책임으로 발전시키 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진정 스님의 효행과 같은 사례는 효가 개인적 실 천에서 종교적 구원과 자비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5)

  셋째, 『三國遺事』 속 효를 현대적 효 윤리와 사회에 적용해 보는 연구들이다.

현대적 맥락에서 효는 노년 돌봄, 세대 간의 연대,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서의 사회적 포 용성 증진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윤리적 틀로 논의되고 있다.

또힌 『三國遺事』 의 효 설화가 한국어 교육에서 사회적 가치 교육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논 의하며, 효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모델로 작용할 수 있음을 살필 수 있다.6)

본 논문은 『三國遺事』의 효 설화들이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효에 대한 토론 의 이슈를 던지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 개인주의의 심화, 다문화 가족의 확산 등으로 전통적인 효 개념이 더 이상 그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오늘날에는 가족 해체, 1인 가구의 증가, 노인 돌봄의 위기라는 사회적 현실이 효 개념의 구조적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는 개인의 자기희생이 아니라 공공 돌봄과 제도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노인혐오는 단순한 구조적 문제가 아니 라, 죽음 불안, 언어적 타자화, 존재론적 배제 등 인문학적 층위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7)

 

    4) 장정태, 「『부모은중경』에 나타난 불교 효 사상의 의미와 실천 방향」, 『한국의 청소년문화』 32, 한국청소년문화학회, 2018, 51쪽.

    5) 노태조, 「<부모은중경>과 『삼국유사』 효선편의 대비적 고찰」, 『불교문화연구』 6, 한국불교문화 학회, 2005.

    6) 윤영, 「한국어 교육에서 고전 설화를 활용한 ‘효’의 가치 교육 방안 연구: 『삼국유사』 「효선」편의 효행 설화를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 25(1),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2019.

   7) 강미영, 「노인혐오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과 대응」, 『횡단인문학』 제12호, 숙명여자대학교 인문 학연구소, 2022, 31-55쪽.  

 

 기존 효 서사가 노인을 이상화하거나 희생의 주체 로만 그린다면, 현대 사회에서 효 윤리는 비판적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이 제기된다.

『三國遺事』에 나타난 효 서사는 혈연 중심의 가족 윤리를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효의 의미를 공동체 전체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손순의 설화와 같이 자식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효행 으로 미화하는 구도는 오늘날 인권과 사회적 윤리를 중시하는 흐름과 충돌한다. 이처럼 효가 타율적이고 일방적인 희생으로만 나타날 경우, 현대 사회에서 그것 이 도덕적 실천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지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三國遺事』 의 여러 서사들은 효를 자식의 복종과 순종, 희생의 미덕으로 그리는 경향이 매 우 강하며, 이는 돌봄의 자율성과 인간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윤리관과 상충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삼국유사』의 효 설화를 논쟁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그 서사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돌봄 윤리로 변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첫째, 가족 중심의 전통적 효 개념이 어떻게 공동체적 돌봄 윤리로 확장될 수 있는지 를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윤리적 함의와 한계를 분석한다.

   둘째, 자기 희생을 미화하는 효행의 서사 구조가 현대 사회의 윤리적 기준과 어떻게 충돌하 는지를 고찰하고, 이를 사회적 연대와 제도화된 돌봄 윤리로 전환할 수 있는 가 능성을 탐색한다.

   셋째, 복종과 순종 중심의 효 개념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상호 책임의 윤리를 중심으로 효의 현대적 재구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본 논문은 『三國遺事』의 효 서사가 오늘날 초고령사회, 가 족 해체, 돌봄 노동의 사회화 등 다양한 현대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윤리 적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가족 중심 효와 공동체적 돌봄

 

『삼국사기』<열전>의 향덕・성각・지은・설씨녀 설화는 효를 국가적 교화의 틀 안에서 제도화된 미덕으로 보여주며,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한다.

반면 『삼국유 사』<孝善篇>의 진정・김대성・손순 등의 설화는 효를 불교적 자비와 연결해 가족 간 소통과 자율성, 공동체 확장의 윤리로 재구성한다.8)

『三國遺事』의 효 설화 중 진정・김대성・손순의 효는 단순히 부모에 대한 의무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유 지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실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효가 단순히 가족 관계를 넘어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9)

 

    8) 강성숙, 「효행 설화 연구 -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효행 양상을 중심으로」, 『동양고 전연구』 48, 동양고전학회, 2012.

    9) 김상현, 「삼국유사 효선편 검토」, 『동양학』 30, 동양학회, 2000.

 

손순의 설화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부모를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 하려는 도덕적 딜레마를 통해, 효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윤리적 선택의 기초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설화는 효가 단순한 헌신적 봉사에서 그 치지 않고,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통해 더 깊은 인간적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장에서는 『三國遺事』<孝善篇>의 이야기 중 <진정법사 의 효도와 선행이 모두 아름답다(眞定師孝善雙美)>, <대성이 두 세상의 부모에게 효도하다(大城孝二世父母 神文代)>, <손순이 아이를 묻다(孫順埋兒 興德王代)>등 에 나오는 진정 스님과 김대성과 손순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중심 효에서 공동 체 윤리로 효가 확장되는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三國遺事』<孝善篇>의 <진정법사의 효도와 선행이 모두 아름답다(眞定師 孝善雙美)>는 전통적 효행과 불교적 자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진정 스님은 병든 어머니를 위해 온갖 약초를 구하고, 자신이 수행자로서 의 삶을 이어가면서도 부모의 정신적 고통과 신앙적 구원을 동시에 돌보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효를 단순한 혈연적 도리로 이해하지 않고, 영적 구원과 자 비 실천으로까지 확장시키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10)

또한, 진정 스님의 효행은 대승불교의 『부모은중경』과 비교될 수 있으며, 효가 부모와 자녀 간의 일 방적 헌신이 아니라 서로의 내세를 준비하는 상호 구원의 행위로 간주되는 점에 서 불교적 효 윤리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11)

 

    10) 김복순, 「『삼국유사』 ‘진정사 효선쌍미’조와 일연과 김부식의 효 인식」, 『신라문화제학술발표 논문집』 30, 신라문화제학회, 2009.

    11) 노태조, 「<부모은중경>과 『삼국유사』 효선편의 대비적 고찰」, 『불교문화연구』 6, 한국불교문 화학회, 2005.

 

그는 어머니에게 불법(佛法)을 권하 며 해탈의 길로 이끄는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자신 역시 보살행의 길을 실천하 는 존재로 변화한다.

이때 효는 단지 가족 간의 의무가 아니라, 불교적 수행의 하나로 정당화되며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 복덕을 전파하는 의례적・정신적 실천 의 차원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전통 윤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 스 님의 이야기는 여전히 부모에 대한 전적인 책임과 헌신을 자식이 감당해야 한다 는 사고를 전제로 한다.

효를 자비로 확장한 듯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부모를 위한 불교적 수행이 자녀의 삶 전체를 통제하는 또 다른 이상화 구조로 기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즉, 효를 공동체 윤리로 확장한다고 하면서도 그 실 천은 개인의 자기 희생과 종교적 완성을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적 효 역시 여전히 타율성과 헌신이라는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알 수 있다.

진정 스님의 서사는 오늘날의 노년 돌봄 담론과 연결될 수 있다.

초고령화 사 회에서 효는 더 이상 전통적으로 자식의 책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정서적 지지와 정신적 교감을 포괄하는 새로운 윤리로 재편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정서 적 돌봄 기능을 대신할 AI 로봇 효자의 등장이 주목받고 있다.

‘효돌이’나 ‘효순 이’와 같은 감정 교감 로봇이 노년층의 고립감을 줄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효 (孝)의 ‘아들 자(子)’를 대신해 ‘안석 궤(几)’를 붙인 새로운 의미의 로봇 효라는 한 자가 제안되고 있다.

이 제안은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시대에서, 기계와 제도가 효의 일부를 담당해야 한다는 현실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12)

결국 진정 스님의 효행은 효가 단지 생물학적 돌봄이나 물질적 보살핌을 넘 어, 심리적 안정과 영적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적 조건에서는 그러한 실천이 오롯이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효를 공동체 돌봄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혈연의 논리와 희생 윤리를 전제하 지 않고 가능한가에 대한 논쟁적 질문을 남긴다.

다음의 예시문을 통해 진정 스 님과 어머니의 관계가 서로의 영적 성장을 돕는 관계, 즉 가족 중심의 효에서 공 동체의 윤리로 나아가는 효의 확장 서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산 지 3년 만에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다. 진정은 가부좌를 하고 선 정[禪定]에 들어가 7일 만에 일어났다. 설명하는 자가 말하기를, “추모 와 슬픔이 지극하여 아마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입정하여 정화수로써 슬픔을 씻은 것이다”라 하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선정에 들어 어머니 가 환생한 곳을 관찰하려고 하였다”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이와 같이 해서 어머니의 명복을 빈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정에서 나 온 후 이 사실을 의상에게 고하였다. <중략> 강의를 마치자 그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나는 이미 하늘에 환생하였다”라고 하였다. 『三國遺事』 권5, <孝善篇> <眞定師孝善雙美>중에서13)

 

   12) [한겨레S] <신희선의 로봇 비평: 로봇이 효도할 수 있을까?>, 2022. 10. 29.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64770.html

   13)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583-586쪽,  

 

위의 인용에서처럼 진정 스님의 효행은 극진한 효와 불교 수행을 접목한 대표 적 사례로 제시된다. 특히 홀어머니를 남기고 출가하기를 주저하던 진정에게 어 머니가 먼저 “부처님의 법은 만나기 어려우며 인생은 짧다”고 말하며 아들의 출 가를 격려하는 장면은, 효를 단지 육체적 봉양이나 물리적 보살핌이라는 가족의 의무에 국한하지 않고, 영적인 동반성장과 상호 이해를 핵심으로 삼는 공동체의 윤리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장면은 효와 수행, 세속과 출세간의 구분을 넘는 불이사상(不二思想)의 실천이자, 부모와 자식이 함께 궁극 적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공동체적 윤리의 사례로 평가된다.14)

 

     14) 정천구, 「『삼국유사』와 「사석집」의 효에 대한 인식 비교」, 『영남학』 14, 영남학회, 2008, 364쪽.

 

진정 스님의 효행은 부모를 향한 자식의 헌신을 불교적 수행과 결합한 이상적 모델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돌봄의 책임이 일방적으로 자식에게 전가되고, 부모 의 감정과 권리는 희생되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될 수 있다.

특히 어머니는 자식 의 출가를 응원하며 자신의 노후와 정서적 욕구를 뒤로한 채 침묵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이는 효를 자기희생의 미덕으로 고착시키는 서사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런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 중시되는 상호적 돌봄 윤리, 노년의 삶의 질, 감정적 권리 보장과 충돌한다.

결과적으로 진정 스님의 이야기는 공동체 윤리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니면서도, 효를 자식만의 의무로 강조하고 부모를 수동적 존재로 설 정함으로써, 오늘날의 돌봄 현실과는 다소 간극을 보인다. 따라서 『삼국유사』의 효 서사는 감동적 이상을 담고 있지만, 현대 윤리와의 비판적 재해석이 요청된다.

  둘째, 『삼국유사』<대성이 두 세상의 부모에게 효도하다(大城孝二世父母)> 편은 효의 의미가 전생과 내세까지 확장되는 불교적 관점을 보여준다.

김대성은 가난 한 어머니를 모신 공덕으로 재상 집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며, 전생의 어머니는 현생의 유모가 된다.

그는 두 어머니를 위해 각각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함으로 써, 효가 개인 윤리를 넘어 공공의 문화 유산과 공동체적 가치로 전이되는 과정 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사는 효행이 단지 가족 내부의 의무가 아니라 국가와 사 회 전체를 아우르는 윤리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 김대성의 효는 불교적 자비와 유교적 책임감이 융합된 형태로, 후대에 문화유산을 남긴 긍정적 실천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이야기는 효를 개인의 자율적 선택 이 아닌, 윤회와 업보에 따라 강제되는 운명적 의무로 그리는 측면도 있다.

또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지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회적 지위와 자본의 특권이 작동 하고 있으며, 이는 효가 특정 계층만이 구현할 수 있는 이상화된 윤리로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효는 개인의 희생이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행위라기 보다는 제도화된 돌봄과 상호적 책임, 그리고 모든 세대가 참여 할 수 있는 공공 윤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대성의 사례는 효의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하지만,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현실 가능 한 돌봄 윤리의 모델로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 다.

김대성의 행위는 오늘날 공공 복지시설, 장기요양기관, 지역 돌봄센터 설립 등과도 연결 가능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아래는 김대성이 전생과 현생의 부모 에게 효도하는 것에 대한 진술이다.

 

이로 인해서 이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佛國寺)를 세우고, 전생의 부 모를 위해 석불사(石佛寺)를 세워, 신림과 표훈(表訓) 두 승려에게 각각 절에 머물도록 부탁했다. 대성은 아름답고 큰 불상을 세워 길러준 부 모의 노고에 보답했으니, 한 몸으로 전세와 현세의 두 부모에게 효도 한 것이다. 이것은 옛날에도 듣기 어려운 일로 과연 시주를 잘한 징험 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三國遺事』 권5, <孝善篇> <大城孝二世父母 神文代>중에서15)

 

    15)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587-590쪽,

 

위의 인용처럼 김대성의 설화는 유교적 효와 불교적 선이 조화롭게 결합된 대 표적인 사례로, 단순한 가족 윤리를 넘어선 공동체적 실천 윤리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의 효행은 부모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불국사와 석굴암을 건립하는 데까지 나아가며, 효가 단지 사적인 덕목에 머물지 않고 문화적 유산과 공공의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태수는 효를 소효와 대효로 구분하면서, 대효는 부모를 해탈로 이끄는 실천이라고 보았고, 이는 김대성 설화가 강조하는 바와 부 합한다고 진술하였다.16)

특히 김대성의 행위는 발복(發福) 구도를 반영하면서, 효와 선을 함께 실천해야 복이 따른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남동신은 이러한 서사를 통해 효가 단지 개인의 덕행이 아닌, 사회적 기여와 인간 존엄의 상징으 로 기능하고 있다고 해석한다.17)

 

     16) 신태수, 「『삼국유사』 효선편의 효윤리와 이념 지향」, 『한민족어문학』 68, 한민족어문학회, 2014, 187쪽, 193쪽.

     17) 남동신, 「대성효이세부모조에 보이는 효와 선」, 『신라문화제학술발표논문집』 30, 신라문화제 학회, 2009, 79쪽.

 

불국사와 석굴암은 부모를 위한 기념비이자, 공동체 전체를 위한 정신적・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하면서 효가 갖는 공동체의 윤 리적 의미를 확장시킨다.

  셋째, 『삼국유사』<孝善篇>의 <손순이 아이를 묻다(孫順埋兒)>는 효와 생존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서사로, 공동체 윤리로 확장되는 효의 한계를 비판 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손순은 극심한 기근 속에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어린 자식을 산 채로 묻으려는 결단을 내린다.

이 장면은 전통적으로 ‘지극한 효 심’의 상징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현대 윤리의 기준에서 보면 심각한 도덕적 딜 레마와 폭력적 선택의 정당화라는 논쟁적 지점을 드러낸다.

표면적으로 손순의 행동은 어머니에 대한 헌신이라는 윤리적 미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선택은 무고한 아들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특정한 윤리를 우선시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효의 실현을 위해 자식을 포기한다는 설정은 효를 절대적인 가치로 전제하고 있 으며, 이는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윤리를 파괴하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효라는 가치가 이처럼 비윤리적 선택의 정당화 논리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국유사』의 효 서사는 공동체 윤리와 충돌하는 내적 긴장을 품고 있다.

신호림은 이 설화가 불교적 자비의 서사 구조 속으로 흡수되 어, 손순의 희생이 영웅적이고 보상받을 만한 것으로 미화되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18), 이 역시 현대 공동체 윤리와 가족 윤리의 충돌적 관점에서 보면 논쟁 적 이슈를 담고 있다.

 

“아이는 또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모실 수 없소. 그런데 아이 가 어머니의 밥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니의 굶주림이 얼마나 심하겠소. 아이를 땅에 묻어 어머니의 배를 채워 드리도록 해야겠소.” 『三國遺事』 권5, <孝善篇> <孫順埋兒 興德王代>중에서19)

 

      18) 신호림, 「‘손순매아’조에 나타난 희생효 화소의 불교적 포섭과 그 의미」, 『우리문학연구』 45, 우리문학회, 2015, 65쪽, 76쪽

      19)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592-593쪽.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손순 설화는 자식을 희생하는 극단적 효행에 대해 땅에 서 금이 솟는 기적으로 보상받는 발복 구조를 보이면서 효의 가치를 이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자연적 보상은 효를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으로만 규정하 며, 행위 당사자의 고통과 윤리적 갈등을 무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대 돌봄 윤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 생명을 위한 선택이 다른 생명 의 희생을 전제로 삼을 경우, 그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폭력의 형태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특히 효의 실천이 자식에게 전적으로 부과되고, 부모는 침묵과 수 용의 자세만을 취하는 구조는 돌봄의 사회적 분담과 연대라는 현대 복지 개념과 충돌한다.

이처럼 개인의 헌신만을 미화하는 서사는 노인 빈곤, 돌봄 노동의 사 적 전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 로 기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강엽은 『삼국유사』의 효 설화가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상호 선을 주고받는 구조로 재해석될 수 있다고 보며, 효를 상생의 윤리로 확장하는 가능성으로 강조한다.20)

또한 윤경수는 『삼국유사』의 효 설화가 한국 효 문화의 기원을 민족적 정체성과 결부시켜 서술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것이 효 인식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21)

 

     20) 이강엽, 「『삼국유사』 「효선」편의 어머니상을 통해서 본 효의 의미」, 『우리말글』 63, 우리말글 학회, 2014, 247-249쪽.

    21) 윤경수, 「한국 최초의 효와 그 수용의 효행미 - 『삼국유사』와 그 수용을 중심으로」, 『한국의 청 소년문화』 28, 한국청소년문화학회, 2016, 16쪽.

 

결국 손순 설화는 공동체 윤리로서 의 효의 확장 가능성과 효가 자식의 자기희생으로만 실현될 때 발생하는 윤리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효는 단순한 가족 내 미덕 이 아니라, 제도화된 공공 돌봄 시스템 속에서 실현되어야 하며, 효 윤리는 상호 적 존중과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3. 자기희생의 미학과 제도적 돌봄

 

효라는 윤리 의식은 단지 가족 내부의 도리를 넘어, 공동체적 상생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고차원적 문제와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효는 부모를 향한 헌신이라는 가족 중심 윤리로 이해되어 왔지만, 『삼국유사』의 여러 설화들 은 효가 돌봄 윤리의 형태로 사회적 연대와 공동선 실현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진표 스님의 설화, 가난한 딸과 향득사지의 이야기, 오대 산 다섯 성중 설화 등은 효가 한 개인의 덕목을 넘어서 공동체의 윤리와 제도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효행 서사는 사회적 책임의 실현을 강조하면서도, 종종 타율적 희생이나 고통의 미화로 서사화된다는 점에 서 문제적 요소도 함께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삼국유사』의 효 서사는 오늘날 공공 돌봄의 윤리와 제도화된 사회적 책임이라는 현대적 돌봄 담 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으나, 동시에 그 한계와 위험성 또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三國遺事』<義解篇>의 <관동풍악의 발연수 비석의 기록(關 東楓岳鉢淵藪石記>의 진표 스님 이야기, 『三國遺事』의 <孝善篇>의 <가난한 딸이 어머니를 봉양하다(貧女養母)>의 설화, 『三國遺事』의 <孝善篇>의 <향득 사지가 넓적다리를 베어 어버이께 바치다(向得舍知割股供親 景德王代)>와 『三國遺事』의 <塔像篇>의 <오대산 월정사의 다섯 성중(臺山月精寺五類聖衆)>이야기 등을 살핀 다.

『삼국유사』 설화들을 중심으로, 효가 어떻게 개인의 희생에서 공동체적 돌봄 으로 확장되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 윤리와 공동선 실현이라는 현대적 과제 를 비판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 설화에 나타난 효 개념이 현대의 윤리적 기준 속에서 재구성되기 위해 어떤 전제가 필 요한지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三國遺事』<義解篇>의 <관동풍악의 발연수 비석의 기록(關東楓岳鉢淵藪 石記>에 등장하는 진표 스님의 설화는 효의 실천이 불교적 자비와 결합하여 공 동체적 돌봄 윤리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진표는 부처의 가르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로 내리쳐 만신창의(亡身瘡痍)가 될 정도로 수행하 며, 이후 발연수에서 수행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지 부모에 대한 효심 을 실천하는 것을 넘어서,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설법하고 물고기들이 스스로 나 와 죽음으로써 공동체의 생계를 돕는 기적을 통해 사회 전체를 구제하는 자비의 실천자로 그려진다.

이러한 서사는 효가 개인의 덕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실현하는 윤리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 히 진표가 늙은 부친을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발연수로 함께 가서 수행하는 장면은, 효가 단지 육체적 봉양이나 정서적 위로에 국한되지 않 고, 영적 동행과 공동의 삶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 목이다.

그러나 이 설화는 동시에 효의 실현 조건이 과도한 자기희생과 고행을 동반해야만 정당화되는 방식으로 서사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재검토가 필 요하다.

진표의 고통과 희생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전체의 구제를 가능하게 만든 다는 점에서 이상화되지만, 현대적 돌봄 윤리는 상호 협력과 제도적 지원에 기반 한 공동선의 실현을 지향한다.

따라서 진표 설화는 공동체적 책임으로서의 효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타율적이고 초월적 헌신을 정당화하는 전통 윤리의 경 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현대적 돌봄 윤리와의 접점과 간극을 동시에 내포한 사 례라 할 수 있다.

 

명주의 경계에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주렸는데, 율사가 그들을 위하여 계로써 설법하니 사람마다 받들어 지키고 삼보에 공손스럽게 절을 올 렸다. 얼마 후 갑자기 고성 바닷가에 무수한 물고기가 저절로 죽어 나 왔으므로 백성들이 이 고기를 팔아 양식을 마련하여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략> 율사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발연수로 돌아와 함께 수도하고 효도하면서 일생을 마쳤다. 『三國遺事』 권4 <義解篇>의 <관동풍악의 발연수 비석의 기록(關東楓岳鉢淵藪石記)>중에서22)

 

    22)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476-481쪽.

 

위 인용에서 진술되듯이 진표 율사의 설화는 효가 단지 사적 덕목이나 타율적 희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복리와 연대를 실현하는 윤리로 확장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삼국유사』<의해편>의 「관동풍악 발연수 비석기」는 불 교 수행과 효행이 결합된 서사로, 효를 통해 사회적 포용과 집단적 안정이라는 공동선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다시 발연수 로 돌아와 함께 수도하고 효도하면서 일생을 마쳤다”는 진술은 효가 삶의 종착 지이자 도덕적 실천의 결실임을 간결하게 암시한다.

이 서사에서 효는 감정적 드 라마가 아니라 정신적 수행과 사회적 책임이 맞닿은 실천적 윤리로 나타난다.

물 고기 설법을 통한 민중 구제 장면은 자비가 곧 사회적 책무로 전환되는 과정을 상징하며, 이는 효를 공공적 윤리로 재해석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사회의 노인 장기 요양보험이나 세대 간 주거 공유와 같은 제도들이 돌봄을 가족 중심의 책임에서 사회 전체의 연대로 분산시 키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진표 율사의 설화는 결국 효가 개인의 헌신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공동선을 실현하는 전환의 서사임을 보여준다.

  둘째, 『삼국유사』<효선편>에 수록된 <가난한 딸이 어머니를 봉양하다(貧女養 母)> 설화는 효가 단순한 가족 내부의 도덕을 넘어서 공동체와의 연대 속에서 실 현될 수 있는 윤리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극도의 빈곤에 처한 딸이 자신의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든 어머니를 정성껏 돌 보며 살아가는 모습은, 효가 물질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 윤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설화의 중요한 지점은, 딸의 효심이 공동체의 주목과 개 입을 유도하며 사회적 연대를 창출한다는 데 있다.

이웃들이 그녀의 사정을 듣고 도움을 베푸는 과정은, 효가 개인의 내면적 도덕에서 출발하되, 궁극적으로 사회 적 공동선으로 이어지는 윤리적 연쇄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 설화 는 효의 주체를 사회적 약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 계층의 윤리적 역 량과 존엄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서사는, 효의 실천이 여전히 여성의 자기희생적 역할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재검토의 대 상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간병과 돌봄 노동의 다수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 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서사가 효를 성별화된 도덕 실천으로 고착화할 우려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현대 논쟁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는 효를 공동체 윤리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이 설화는 공공 돌봄 정책 의 정당성과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 사회 중심의 노인 돌봄 네트워크나 커뮤니티 케어 같은 제도는 효를 사적 책임 이 아닌 사회적 연대와 책임의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설화는 효가 공동체적 윤리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그 실천 주체의 부담과 조건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논점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 다. 개인적 효와 희생이 사회적 책임 서사로 나아가는 것을 아래 가난한 딸 이야 기로 확인할 수 있다.

 

“분황사(芬皇寺)의 동쪽 마을에 나이가 스무 살가량의 여자가 눈먼 어 머니를 안고 서로를 부르며 울고 있었다. 같은 마을 사람에게 물으니, 말하길, “이 여자의 집이 가난하여, 끼니를 구걸하여 부모의 은혜를 갚 은 지 몇 년입니다. 때마침 흉년이라, 문에 기대어 빌릴 수단이 어려워 져, 남의 집에 품팔이하여 곡식 30석을 얻어, 부잣집에 맡기어 두고 일을 하였습니다. 해 질 무렵 쌀을 사서 집에 와서 밥을 지어드리고 함 께 자고, 새벽이 되면 부잣집에 일을 하러 돌아가니, 이와 같은 것이 며칠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말하길, “옛날에 거친 식사에도 마음은 편안했으나, 근래에 향기로운 멥쌀에도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三國遺事』 권5, <孝善篇> <貧女養母>중에서23)

 

     23)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594-595쪽.  

 

위 설화 <가난한 딸이 어머니를 봉양하다(貧女養母)>의 인용처럼 효가 단순한 가족 윤리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이 따르는 윤리임을 보여준다.

가난한 딸의 효행은 곤궁한 개인의 덕목으로 끝나 지 않고, 효종랑과 왕의 관심과 보살핌을 이끌어내며 사회 전체가 책임을 분담하 는 구조로 확장된다.

이는 효가 가족 내부의 책임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함께 실 현해야 할 공동선의 윤리임을 시사한다.

현대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서사는 저소 득층 노인 돌봄 정책, 지역 기반 돌봄 체계, 세대 간 상생 프로그램 등 사회적 돌 봄 모델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상징적 사례로 읽힐 수 있다.

즉, 효는 더 이상 사 적 의무에 머물지 않고,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윤리적 기반 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셋째, 『三國遺事』<孝善篇>의 <향득사지가 넓적다리를 베어 어버이께 바치다 (向得舍知割股供親 景德王代)>와 『三國遺事』<塔像篇>의 <오대산 월정사의 다섯 성중 (臺山月精寺五類聖衆)>이야기에 등장하는 향득과 신효거사의 이야기를 살핀다.

 

웅천주에 향득이란 사지가 있었다. 흉년이 들어 아버지가 거의 굶어 죽게 되자 상득이 허벅지 살을 베어 모셨다. 주위 사람들이 그 일을 자 세히 아뢰자 경덕왕이 조500석을 상으로 내렸다. 『三國遺事』의 <孝善篇>의 <向得舍知割股供親 景德王代>24)

 

     24)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591쪽.

 

<향득 사지가 넓적다리를 베어 어버이께 바치다(向得舍知割股供親 景德王代)> 의 향득은 웅천주 사람이다.

흉년으로, 그의 아버지가 거의 굶어 죽게 되었다.

그 러자, 향득은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어 봉양하였다.

웅천주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왕에게 구체적으로 알렸고 경덕왕(景德王)은 상을 내렸다.

이는 가난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 효의 문 제를 공동체인 국가가 해결해 줌으로써 공동선으로서 효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효가 공공윤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상 체계나 사회적 인정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 목할 수 있다.

향득의 설화는 그런 제도화 가능성의 서사적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이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 기초연금과 같은 제도 로 살펴볼 수 있다.

신효 거사의 어머니 봉양 또한 개인의 효가 공동체의 공동선 이 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신효 거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그를 유동보살의 화신이 라고 한다. 그의 집은 공주에 있었고,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어머니 가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않았으므로, 거사는 고기를 구하기 위해 산과 들을 돌아다니다 길에서 학 다섯 마리를 보고 쏘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깃털 하나를 떨어뜨리고 날아갔다. 거사가 깃털을 주워 눈을 가리고 보았더니 사람들이 모두 짐승으로 보 였으므로 고기를 얻지 못하고 돌아와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어머니 에게 드렸다. 그리고는 후에 출가하여 그 집을 내놓아 절을 지었으니, 지금의 효가원이다. 『三國遺事』의 <塔像篇>의 <臺山月精寺五類聖衆>중에서25)

 

위에서 제시된 『三國遺事』<塔像篇>의 <臺山月精寺五類聖衆> 속 신효거사(信孝 居士)는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였다.

물론 이 이야기는 효를 위해 등장한 이야 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효라는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신효거사의 어머니는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않았고, 따라서 아들은 고기를 구 하러 산과 들로 다니다 길에서 학 다섯 마리를 보고 활로 쏘았다.

한 마리가 깃 하나를 떨어뜨리자, 거사는 그 깃으로 사람을 보니 사람이 모두 짐승으로 보였 다.

그 후부터 신효거사는 고기를 얻지 못하고,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어머 니께 드렸고, 그 뒤 출가하여 자기 집을 내놓아 효가원(孝家院)이라는 절을 세웠 다고 한다.

신효거사는 개인의 효를 넘어서 자신의 집을 공동의 공간인 효가원이 라는 절로 승화시키는 공동선의 예가 된다.

향득의 할고공친(割股供親)은 일상적 차원에서 거행된 공양이라는 점에서 그 끝이 불교적 효행이 된다고 할 수 있 다.26)

 

     25)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07, 393-395쪽.

     26) 신태수, 「『삼국유사』 효선편의 효윤리와 이념 지향」, 『한민족어문학』 68, 한민족어문학회, 2014, 191쪽.

 

자신의 부모를 위해 향득이 허벅지를 자른다는 행위에 대해 왕이 상을 내 린다는 것과 신효가 자신의 살을 베어 효도하고 자신의 집을 공동의 공간인 절 로 내놓는 것은 모두 효의 실천이 단순히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상생의 공 동선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신효거사의 이야기에서 이러한 할고공친(割股供親)은 효가원이라는 절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됨으로써, 효와 사 회적 상생의 공동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향득과 신효거사의 할고공 친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윤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과 공 동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함을 함의한다.

이는 개 인과 공동체가 함께 노인을 돌보는 지속 가능한 효 윤리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진표 율사, 가난한 딸, 향득, 신효거사 등의 사례는 『삼국유사』의 효 설화가 단순한 가족 중심 윤리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연대와 책임을 아우르는 사회적 윤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영은 이러한 효 설화들이 고전교육을 넘어 현대 한국어 교육에서도 윤리적 가치 교육의 실천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효가 공공 윤리로 전환될 가능성을 강조한다.27)

이는 효가 더 이상 혈연 중심의 미덕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화된 사회적 돌봄과 포용의 가치로 작동 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김복순은 진정 스님의 효행을 일연의 불교적 이상과 연결지어 해석하며, 효가 단지 자식의 헌신이 아닌 영적 구원과 공동체적 책임을 실현하는 매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연구는 『삼국유사』 속 효가 단순 한 전통 윤리를 넘어 현대 불교적 돌봄과도 접속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제공 한다고 평가한다.28)

 

    27) 윤영, 「한국어교육에서 고전설화를 활용한 ‘효’의 가치 교육 방안 연구: 『삼국유사』 「효선」편의 효행 설화를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 25(1),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2019.

   28) 김복순, 「『삼국유사』 ‘진정사 효선쌍미’조와 일연과 김부식의 효 인식」, 『신라문화제학술발표 논문집』 30, 신라문화제학회, 2009.

 

결국 『삼국유사』의 효 설화는 타율적 희생의 윤리에서 벗어 나, 연대와 책임을 바탕으로 한 공공 돌봄의 사회 윤리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이는 효가 여전히 유효한 도덕 담론이 되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4. 복종의 효와 자율과 상호책임의 돌봄

 

『삼국유사』에 담긴 효 서사는 자식의 일방적 복종이라는 고전적 효 개념에서 벗어나,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 존중과 책임에 기반한 관계로 현대적 재해석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효가 단순한 의무나 헌신이 아니라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 하는 윤리적 선택일 수 있음을 『삼국유사』는 설화를 통해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효는 타율과 복종의 윤리로 기능했지만, 일연이 구성한 『삼국유사』의 효 설화는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주체성과 수행적 의미를 드러낸다.

이혜경은 일연의 서사 가 신라 중기 유교적 효의 비판에 대응해 불교적 자비와 인간 존중 사상을 담아 내려 했음을 지적한다. 효는 단지 혈연에 기반한 윤리를 넘어서 만민의 평등성과 자각의 실천으로 재정립되었다는 것이다.29)

 

   29) 이혜경, 「고사상과 고문화: 효문화의 생산과 『삼국유사』에서의 표현」, 『한국의 청소년문화』 18, 한국청소년문화학회, 2011, 85-86쪽.

 

이러한 효 재구성의 중심에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의 효행 실천이 존 재한다. 그는 국사(國師)로서의 위치를 내려놓고 96세 노모를 돌보기 위해 인각 사로 귀향할 것을 왕에게 요청한다.

보각국사 일연의 시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국존은 평소 개경[京輦]을 좋아하지 않았고 또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옛날에 머물던 산으로 돌아갈 것을 간청하였는데, 사임할 뜻이 매우 간절하였다. 임금께서 그 뜻을 어기기가 어려워 윤허하였다. 근시 좌랑 (佐郞) 황수명(黃守命)에게 명하여 행차를 호위하게 하고 하산(下山)하 여 어머니를 잘 모시게 하니, 조야(朝野)에서 드문 일이라고 감탄하였 다. 다음해에 어머니가 96세로 돌아가셨다. <중략> 어머니를 봉양함에 지극히 효성스러웠으며, 〈당나라의〉 목주(睦州) 진존숙(陳尊宿) 〈스님 의〉 풍모를 흠모하여 스스로 호를 목암(睦庵)이라고 하였다.나이 80세 를 넘어서도 총명함이 조금도 쇠하지 않았고 사람을 가르치기를 게을 리하지 않으셨다. 지극한 덕과 진실한 자비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와 같이 할 수 있겠는가?30)

 

     30) <인각사 보각국사 비명> 중에서

 

위의 비문에서처럼 “지극한 덕과 진실한 자비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와 같이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일연에 대한 평가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연의 효는 단순히 자식의 의무를 넘어서는 자율적 결단과 윤리적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어머니를 직접 돌보며 불교적 수행도 병행함으로써, 효를 개인적 이상과 가족 간 정서적 연대를 동시에 실현하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연의 시비를 통 해 역사적 사건과 일연의 노모 봉양에 관한 이야기를 살필 수 있다. 일연은 나라 의 중요한 직책인 국사를 맡고 있었지만, 96세 노모를 돌보기 위해 왕에게 인각 사로 귀향의 의사를 간청한다.

그리고 일연은 어머니를 지근에서 보살피면서 자 신의 수행에 정진한다.

이러한 일연의 부모 섬김은 <부모은중경>에서 이야기하 는 부모를 계도하는 것이 길러준 부모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는 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일연 스님의 효행은 단순히 가족 내 윤리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이 고 독립적인 삶과 불교적 가르침을 동시에 실천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부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수행과 공양을 병행하며, 효를 영적 구원과 개인적 이 상으로 확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일연 스님의 삶은 효가 단순히 부모를 돌보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관계 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효 를 새로운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일 연의 선택은 효가 반드시 자녀의 희생과 복종이라는 방식으로만 실현되지 않아 도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효는 자율적으로 선택될 수 있으며, 자식과 부모 모두 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실천될 수 있다.

김상현 또한 『삼국유사』의 효 서사가 복종과 순종만을 강조하지 않고, 독립성과 주체성을 존중하는 윤리적 관 계로서의 효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31)

 

    31) 김상현, 「삼국유사 효선편 검토」, 『동양학』 30, 동양학회, 2000.

 

이는 전통 효 개념의 수직적 구조 를 수평적 관계로 재구성하는 현대 윤리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대 사회는 초고령화로 접어들고 있고, 전통적인 효 개념에 대한 재해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녀의 삶과 부모 돌봄이 병행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는, 효가 복종이 아닌 상호 돌봄의 윤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연의 사례는 자식 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부모에 대한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실천적 모델로 제시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효가 자율성과 공동체의 책임을 동시에 담 보하는 새로운 윤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자율적 효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노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연금 제도, 자녀와 부모 간의 상호 케어를 가능하게 하는 돌봄 네트워 크,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 등은 모두 효의 재구성된 형태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효가 가족 중심 윤리를 넘어서 공적 윤리이자 사회적 책임으 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무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제도와 정책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일연 스님의 효행은 전통 효 윤리의 한계를 넘어, 부모와 자녀가 자율 적 주체로서 공존하고 상호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돌봄 윤리로 효를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삼국유사』<효선편>서사 구성은 단순한 이야기의 배열을 넘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이 승려로서 실천한 자율성과 관계적 윤 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삼국유사』가 비극적 효행의 결말을 기적이나 공동체적 보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효가 개인의 고통에 머무르지 않 고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연의 종교적 윤리와 역사 인식이 서사 구 성에 개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삼국유사』의 효 서사는 오늘날 가족 구조 변화, 노년 돌봄 위기, 세대 간 갈 등이라는 현실 속에서 지속 가능한 윤리적 틀을 모색하는 데 유효한 이론적 자 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효는 더 이상 순종과 복종의 덕목이 아니라, 상호 존중 과 선택의 윤리로 거듭나야 한다.

오늘날 초고령사회는 생명과학기술과 자본 논 리가 결합하여 노인을 관리의 대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재준은 노화가 단순 한 자연적 경로가 아니라, 기술과 소비 욕망 속에서 ‘노인-되기’라는 포스트휴먼 적 과정을 거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효 윤리가 단순한 가족적 헌신을 넘어, 자율성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돌봄 체계로 전환되어야 함을 더욱 절 실하게 만든다.32)

 

     32) 이재준, 「포스트휴먼의 노인-되기」, 『횡단인문학』 제3호,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9, 27-48쪽.

 

따라서 『삼국유사』의 효 설화는 초고령 사회 속에서 새로운 세대 윤리와 공동체적 상생을 추동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재해석되어 거듭날 필 요가 있다.

 

5. 나오며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효 설화는 단순한 가족 내의 윤리를 넘어, 인간 존엄, 자율성, 사회적 연대를 포함하는 포괄적 돌봄 윤리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전통적 효의 서사를

  첫째, 공동체 연결의 윤리적 기반,

  둘째, 사회적 책임과 공동선,

  셋째, 자율성과 공존의 가치라는 세 축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하였 다.

진정 스님과 김대성의 사례는 효가 사적 헌신을 넘어 공동체의 영적 유산과 사회적 구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효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상징 적 매개임을 시사한다.

진표 스님, 가난한 딸, 향득과 신효거사의 이야기에서는 효가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연대 윤리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드러난다.

이들 서사는 효를 혈연 중심 도덕에서 벗어나게 하고, 공동체적 실천윤리로 전환시키는 서사 전략을 품 고 있다.

특히 『삼국유사』가 이러한 효행을 개인의 수난이나 감동의 미학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기적이나 공동의 보상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구성한 점은 일연의 종교적 역사 인식과 사회적 윤리가 반영된 서사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아가 일연 스님의 삶과 저술 태도는 효와 자율성이 충돌하지 않고 상호 공 존할 수 있는 윤리적 지향을 드러낸다.

그의 삶은 부모에 대한 헌신과 동시에 개 인의 구도적 자율성을 실현한 사례로, 오늘날 복잡한 돌봄 현실 속에서도 효가 여전히 유효한 윤리임을 방증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초고령화, 가족 해체, 돌봄 노동의 사유화, 다문화화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서 효 개념을 재 구성해야 할 실천적 필요성을 드러낸다.

결국 『삼국유사』의 효 서사는 과거의 전통적 미덕으로만 남지 않고, 공공 돌 봄, 세대 윤리, 제도적 연대의 서사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효는 더 이상 타율적 자기희생의 윤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회적 책임과 제 도적 공동선을 향한 윤리적 실천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삼국유사』 의 고전적 서사를 통해, 효의 현대적 윤리 전환 가능성과 그 문화적・제도적 접속 가능성을 모색하였으며, 이는 돌봄 윤리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현대 인문학 에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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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Contemporary Reinterpretation of Confucian Filial Piety Narratives in Samguk Yusa

Pyo, Jung-ok(Sookmyung Women’s University)

The filial narratives found in Samguk Yusa should not be regarded merely as idealized stories of familial virtue, but rather as ethical resources that invite critical reflection and engagement with the contemporary challenges of care and social responsibility. This study reinterprets the text from a critical and modern perspective, focusing on how the concept of filial piety in Samguk Yusa can be expanded into ethical frameworks involving communal solidarity, institutional responsibility, and mutual autonomy. First, the stories of Jinjeong, Kim Daeseong, and Sonsun illustrate how filial piety moves beyond private familial duty to embody collective well-being and spiritual legacy. Second, the cases of Jinpyo, the poor daughter, Hyangdeuk, and Sinhyo Gosa show how filial acts can shift from involuntary self-sacrifice toward socially shared responsibility and systemic care ethics. Third, through the life and actions of Iryeon, this paper explores a model of filial piety that harmonizes personal autonomy with intergenerational care. Ultimately, this study argues that Samguk Yusa offers not only historical moral guidance, but also a compelling framework for rethinking filial ethics in the context of super-aging societies, public welfare, and institutionalized caregiving. By reinterpreting these traditional stories, we reveal their relevance and applicability in addressing the ethical needs of modern society.

 

Key Words: the Samgukyusa, A Socio-Cultural Study, Buddhist Perceptions, the Concept of Dignified Care, Filial Narratives

 

국문초록

 

『삼국유사』에 수록된 효 설화는 단순한 가족 중심 윤리를 이상화하는 미 담으로 수용되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윤리적 과제와 접속 가능한 비판적 성찰의 자산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삼국유사』의 효 서사 를 공동체 윤리, 사회적 책임, 자율성과 상호책임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고전 서사의 현대적 돌봄 담론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논쟁적으로 검토한다.

 첫째, 진정 스님, 김대성, 손순의 사례를 중심으로 효가 가족 중심의 사적 윤리에서 공동체적 연대와 영적 유산 창출로 확장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둘째, 진표율사, 가난한 딸, 향득과 신효거사의 설화를 통해 효가 타율적 자 기희생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공동선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살폈 다.

 셋째, 일연 스님의 삶과 효행을 바탕으로, 자식의 헌신과 개인의 자율성 이 대립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실천될 수 있는 효 윤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삼국유사』의 효 서사를 통해 효가 단순한 과거의 미덕이 아닌, 초고령사회와 복지사회에서 요구되는 구조적 연대와 제도적 돌봄 책임이라는 윤리로 재정립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전 통 윤리의 현대적 전환 가능성과 고전 텍스트의 사회문화적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주제어: 삼국유사, 효 설화, 돌봄 윤리, 공동체, 사회적 책임, 자율성, 공존

 

논문투고일 2025.09.29. 심사개시일 2025.10.20. 게재확정일 2025.11.12

한국유교문화 제5집

 

[통권] 한국유교문화 제5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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