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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선진철학에서 감정의 활용에 대한 소고-맹자, 순자, 묵자를 중심으로 /고은강.서울과기大

 

<목차>

1. 선진철학에서 마음과 감정

2. 행동을 인도하는 감정

3. 결론

 

 

 

1. 선진철학에서 마음과 감정

 

감정, 정서 등으로 불리는 느낌(feeling)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안 다.

느낌은 감각을 지각하는 과정1)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마음의 상태인데 일반 적인 심리학 용어로 ‘감정(emotion)’이라 한다.

 

    1) “세상을 머리에 표상하기 위해서는 환경에서 물리적 에너지를 탐지하여 신경 신호로 부호화해야 하 는데, 전통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감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감각을 선택하고 조직하여 해석하여야 만 하는데, 이 과정은 전통적으로 지각이라고 부른다. 일상의 경험에서 감각과 지각은 하나의 연속 적인 과정으로 진행된다.” 데이비드 마이어스 저, 신현정·김비아 옮김, 심리학, 시그마프레스, 2008, 246쪽. 

 

유사한 용어로 정념(sentiment) 이 있다. 한자에서 ‘느낌’을 가리키는 글자로는 감(感)이 가장 일반적인데 감정 (感情)은 뭔가를 느낄 때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정(情)과 결합한 말 이다.

이성주의(rationalism)가 서양철학의 전통을 지배한 이래 감정은 스피노 자, 흄 등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철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을 뿐 대다수 이성주 의 철학자들에게는 오히려 이성의 방해물이었다.

동아시아 철학을 대표하는 유 가 철학의 주류를 형성하는 성리학의 관점에서도 감정은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 인 리(理)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선진(先秦) 유가 철학에서 심(心), 즉 마음은 생각, 감정을 주관한다.

 

“실천 한 후에 남은 힘이 있다면 학문을 하라(行有餘力 則以學文)”

 

는 논어의 경구 에서 알 수 있듯 도덕적 실천에 초점을 맞춘 유가 철학에서 행동과 연결되는 마 음의 작용은 중요하다.

인(仁)은 도덕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마음이다.

논어에서 공자가 인격의 완성이라는 관점에서 첫손꼽는 제자인 안회(顏回)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回)는 그 마음이 삼 개월 동안 인(仁)을 떠나지 않는데 그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인(仁)에 이를 뿐이다.”2)

 

     2) 논어 「옹야」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실천을 중시하는 유가 철학의 관점에서 인(仁)이라는 마음의 상태는 인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가치가 있다.

 

“지금 사람들이 갑자기 어린아이 가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본다면 모두 놀라 측은지심이 든다”3)

 

    3)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 上)」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맹자가 사단 (四端)을 인간의 본성으로 제시하는 근거가 되는 구절이다.

핸슨은 불교의 전래 이전인 선진철학에서는 개념적으로 정신과 육체가 구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다.4)

핸슨의 주장대로 데카르트적 정신-육체 구분(mind-body distinction)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선진철학에서 심(心)은 근육 경련, 빠른 맥박, 동공의 확장 등 육체의 반응을 포함하는 개념이다.5)

이렇게 본다면 맹자에서 측은지심만 이 아니라 놀람(怵惕)까지 마음의 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측은지심으로부터 촉발된 인(仁)이라는 마음의 상태가 마음 자체의 변화 또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 인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를 밝히고 방법론을 제시하는 유가철학이 수양론이며6) 인의 실천을 위해 인의 상태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수양론의 핵심이다.

 

  4) Hansen, C., A Daoist Theory of Chinese Thought, Oxford University Press, 1992, p.19.

  5) Hansen, C., A Daoist Theory of Chinese Thought, Oxford University Press, 1992, p.20.

  6) “수양을 인간의 의지, 욕구, 행위 간의 관계를 적절히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이러한 수양을 통한 사욕의 극복은 동아시아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었다.” 정재현, 「맹자와 묵자에 있어서의 私欲 의 조정 혹은 극복의 문제」,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철학논집제46권, 2016, 133쪽. 

 

순자에서 심(心)은 주인이다.

 

사람의 생을 욕망하는 바는 심하다. 사람이 죽음을 싫어하는 바도 심하다. 그 런데 사람은 생을 따르다 죽음으로 끝난다. 생을 욕망하지 않고 죽음을 욕망해서 가 아니다. 생이 불가하고 죽음이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욕망이 과한데도 행동이 그에 못 미치는 것은 마음이 막기 때문이다. 마음이 허락한 바가 사리 (理)에 맞다면 욕망이 비록 많다고 해도 다스림에 해가 되겠는가? 욕망이 미치지 않는데 행동이 과한 것은 마음이 시킨 것이다. 마음이 허락한 바가 사리에 맞지 않다면 욕망이 비록 적어도 어지러움을 어떻게 막겠는가? 그러므로 치란(治亂) 은 마음이 허락한 바에 있는 것이지 감정(情)이 욕망하는 바에는 없다.7)

 

    7) 순자 「정명(正名)」 人之所欲生甚矣 人之所惡死甚矣 然而人有從生成死者 非不欲生而欲死 也 不可以生而可以死也 故欲過之而動不及 心止之也 心之所可中理則欲雖多 奚傷於治 欲不及 而動過之 心使之也 心之所可失理則欲雖寡 奚止於亂 故治亂在於心之所可 亡於情之所欲 

 

위 인용문에 따르면, 마음의 사리 판단, 즉 이성의 작용에 해당하는 부분이 행동을 결정한다. 생의 욕망은 순자에서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핵심어이다.

살고자 하는 본능으로부터 촉발되는 감정, 감정에 따른 욕망 자체가 행동을 결정 하지는 않는다.

마음에는 사리 판단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리 판단 자체가 감정이나 욕망과 배치되지는 않는다.

마음은 감정을 느끼고 감정에 따르 는 욕망을 인지한 후에 이를 사리에 비추어 판단한다.

감정이 넘치고 욕망이 과 한 경우뿐만 아니라 감정이 들지 않고 욕망이 없는 경우라도 행동을 결정한다.

살고자 하는 욕망을 인지하는 마음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직접 관련된 본능, 이기심과 같은 감정 역시 인지한다.

순자에서 말하는 사리란 하늘과 땅으로 대표 되는 자연의 법칙과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의 질서다.

이상적 인간상으로 제시되 는 군자는 자연에 맡겨 두어야 할 것과 자신이 노력해야 할 것을 구별하여 자신 이 노력해야 할 것에 힘쓴다.8)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지만 생명 연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과 하늘에 맡겨 두어야 할 것을 구분하여 행동을 결정한다.

선진 유가 철학에서 도덕적 실천을 위해 중요한 마음의 상태에 대하여 기존 연구는 이성, 지성으로 감정, 욕망을 조정하거나 극복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리학자로서 선진 유가 철학을 도덕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조긍호 역 시 기존 철학 연구 방향과 유사한 관점을 견지한다.

조긍호는 개인주의에 근간을 둔 서구심리학과 집단주의에 근간을 둔 선진유학을 대별하여, 선진유학이 도덕 적 주체로서 인간을 파악하고

“도덕성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특성 이라고 인식한다”9)

 

    8) 순자 「천론(天論)」 君子敬其在己者 而不慕其在天者 是以日進也 군자는 자신에게 달린 것을 공경하고 하늘에 달린 것을 연모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날이 진보한다.

   9) 조긍호, 선진유학사상의 심리학적 함의, 서강대학교출판부, 2008, 516쪽. 

 

는 점에서 서구심리학과는 다른 도덕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 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선진유학의 도덕심리학에서 자기통제론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유학 사상의 수양론에서는 모두 통제력의 근거를 도덕적 주체로서 개인이 갖추고 있는 도덕적 자각에서 찾아, 자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통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10)

 

그럼에도 불구 하고 맹자 성선(性善)의 출발은 측은지심이라는 감정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감 정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상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덕 감정에 대한 구체 적인 연구는 이성, 지성에 의한 감정, 욕망 통제에 관한 연구에 비하여 미흡하 다.11)

 

    10) 조긍호, 선진유학사상의 심리학적 함의, 서강대학교출판부, 2008, 486쪽.

    11) 감정에 초점을 맞춘 연구로 김명석, 「공자의 윤리적 감정관 시론(試論)」, 동양철학연구제59권, 2009, 303-326쪽; 안승우, 「周易의 위기상황의 은유적 개념화와 두려움의 감정 체계」, 유교 사상문화연구제56권, 2016, 183-215쪽; 정용환, 「유교문화에서 음양론과 여성의 감정」, 철학 연구제125권, 2013, 283-312쪽; 정재현, 「유교 윤리는 의무론인가, 덕윤리인가? - 측은지심을 중심으로」, 유교사상문화연구제93권, 2023, 129-155쪽 등이 있다. 

 

다음 장에서는 도덕 감정에 대한 논의를 행동 통제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 보고자 한다. 

 

2. 행동을 인도하는 감정

 

선진 유가 철학에서 감정은 욕망으로 연결되며 욕망의 적절한 통제는 도덕적 실천에 필수적인데 이는 이성, 지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연구가 주류를 이 룬다.

일부 연구에서 도덕적 실천을 위한 감정의 중요성을 언급함에도 불구하고 도덕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들 사이의 관계는 사단칠정론에 관한 연구 시각을 벗어나기 어렵다.

사단칠정론은 리(理)라는 이성의 개입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논리다.

이성, 지성에 의존하지 않고 감정을 감정으로 조절하고 통제하여 도덕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는 없는가?

본 장에서는 선진철학을 대표하는 문헌 중, 맹자, 순자, 묵자를 중심으 로 행동을 인도하는 감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맹자, 순자, 묵자에 나타난 도덕적 실천에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맹자, 순자, 묵자는 개인 차원의 윤리가 정치철학에 포함되는 철 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성, 지성으로 감정을 조절 또는 통제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인 문헌이기도 하다.

이상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도덕적 실천에 방해가 되는 감정이 아니라 도덕적 실천을 위한 감정을 제시하는 관점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논의의 범위를 좁히기 위해 맹자, 순자, 묵자를 대표하는 개념인 인(仁), 예(禮), 겸애(兼愛)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 론을 이성, 지성의 언어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도덕적 실천을 위한 감정을 분석할 것이다.

 

1) 맹자에서 인의 실천을 위한 감정

 

맹자에서 인의 실천을 위한 감정의 활용이란 마음 안에서 인의 단서가 되는 측은지심을 키우고 측은지심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감정 조절이라 할 수 있 다.

측은지심은 마음의 상태인데 이성, 지성보다는 감정에 가까운 마음으로, 인 에 해당하는 이상적인 행동 규범을 실천할 수 있는 감정이다.

맹자의 시작인 「양혜왕 상(梁惠王 上)」편은 측은지심을 활용하여 인에 해당하는 행동 규범을 실천하는 왕의 길, 즉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왕 께서는 하필 리(利)를 말씀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따름입니다.”12)

 

로 시작하여 백성과 더불어 즐거워해야 한다는 여민락(與民樂), 땅이 사방 백 리만 있어도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통치 방법인 인정(仁政),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떠 는(觳觫)” 소를 “차마 견딜 수 없는(不忍)” 마음으로 통치하면 노인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젊은이는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된다는 인정의 근본으로 끝을 맺는다.

 

“힘으로써 인을 빌린 자는 패자이니 패자는 반드시 대국을 가져야 한다. 덕으 로써 인을 행한 자는 왕자이니 왕자는 대국을 갖지 않아도 된다.”13)

라는 구절에 서 알 수 있듯이, 인은 행동 규범인데 통치자에게는 이상적인 통치를 위한 정책 과제로 볼 수 있다.

이상적인 통치를 위한 정책 과제, 즉 인정(仁政)은 측은지심 이 발휘되어야 할 때 측은지심을 발휘할 수 있는 자질, 즉 덕을 가진 사람이 수행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람을 왕자라 부른다. 자신의 자질에 의존해서 정책을 수 행하기에 자질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정은 지속된다.

그런데 이상적인 통치를 위 한 정책 과제를 측은지심이라는 자기 자신의 자질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존해 서 수행하는 사람은 외부의 힘이 없어지면 정책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인을 빌리다”, “인을 가장하다”라고 한 것이다.

패자는 대국을 소유하여야만 인 을 가장할 수라도 있다.

대국을 소유하지 못하면 인정(仁政)을 수행할 자질이 원래 없으므로 더 이상 가장조차 할 수 없다.

인정의 근본은 내면의 감정이다. 외부의 힘에 의존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계산 하여 거짓으로 인을 꾸미는 정치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갑자기 “놀라 두려워하며(怵惕) 측은지심”14)을 발휘하면 짐승의 고통조차 차마 견딜 수 없게 되므로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인정을 수행하게 된다.

 

   12)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 上)」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13)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 上)」 以力假仁者覇 覇必有大國 以德行仁者王 王不待大

   14) 맹자 「공손추 상」 怵惕惻隱之心

 

타인의 고통을 견딜 수 없는 마음은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백성을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고통 뿐만 아니라 쾌락 역시 인정과 연결된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왕이 못 가에 서 있었는데 기러기와 사슴을 보면서 말했다. “현자도 이런 것을 즐거워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현자여야만 이것을 즐길(樂) 수 있으니 현자가 아니라면 비록 이것들이 있어도 즐길 수 없습니다.”15)… 옛 사람들은 백성과 함께 즐겼습니다. 따라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16)…백성들이 그와 더불어 망하고자 한다면 비록 누대와 연못과 새와 짐승들이 있은들 어떻게 홀로 즐길 수 있겠습니까?17)

 

       15) 맹자 「양혜왕 상」 孟子見梁惠王 王立於沼上 顧鴻鴈麋鹿 曰 賢者亦樂此乎 

       16) 맹자 「양혜왕 상」 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

       17) 맹자 「양혜왕 상」 民欲與之偕亡 雖有臺池鳥獸 豈能獨樂哉 

 

성인군자야말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맹자의 주장은 법과 형벌이 아닌 예악 전장(禮樂典章)을 통치의 근간으로 삼는 유가 통치 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 악전장으로 대표되는 문화는 유가의 통치 질서를 위한 핵심적인 장치인데 그러한 문화를 정당화하는 사상이 앞서 언급한 맹자의 여민락이다.

맹자의 여민락 은 잘 꾸며진 정원,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군주라면 백성들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군주여야 한다는 사상이다.

법 그 자체이기에 처자식마저 멀리해야 하는 한비자의 이상적 군주와는 달리 맹자의 이상적 군주는 쾌락을 떳떳하게 누 리는 군주다.

백성들의 고통이 견딜 수 없어 인정에 힘쓰는 군주이기에 군주가 쾌락을 느낄 때 백성들이 함께 기뻐한다는 논리다.

궁궐을 꾸미고 향락을 즐기면 인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양혜왕에게 맹자는 쾌락을 활용하여 인정을 행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백성의 삶이 안정되어 백성과 더불어 삶의 쾌락을 나누는 것이 인정의 목표다.

맹자에서 도덕 감정론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대상과 맥락의 문제다.

쾌락은 선, 고통은 악이라는 공리주의의 전제와는 다르다.

고통을 느끼 는 소를 보며 왕이 느끼는 고통은 선한 감정이다.

왕의 쾌락에 백성이 함께 쾌락 을 느끼면 인정이 성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 쾌락은 선이다.

반면, 백성들이 왕과 함께 망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왕이 누대에 올라 조수를 보며 느끼 는 쾌락은 악이다.

맹자에서 “즐거워하다(樂)”, “두려워하다(畏)”, “싫어하 다(惡)” 등 감정을 나타내는 말은 목적어가 중요하다.

즐거워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대상과 맥락에 도덕이 있다.

 

“짐승 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도 사람들은 싫어한다”18)는 구절에서, 짐승끼리도 서로 해치는 것을 보면 싫은 감정이 드는 것은 선하다.

 

  18) 맹자 「양혜왕 상」 獸相食 且人惡之 

 

싫은 감정을 활용하여 인을 실천할 수 있다.

맹자가 말한다.

 

“인(仁)하면 영화롭고 불인(不仁)하면 치욕스럽다. 지금 치 욕을 싫어하면서 불인한 상태에 머물면 마치 습기를 싫어하면서 낮은 곳에 머무 는 것과 같다. 만일 치욕이 싫다면 덕이 있는 사람을 귀하게 쓰고 사(士)를 중용 하는 것이 가장 낫다.”19)

 

    19) 맹자 「공손추 상」 孟子曰 仁則榮 不仁則辱 今惡辱而居不仁 是猶惡濕而居下也 如惡之 莫如 貴德而尊士 

 

이 구절에 주희는

 

“이것은 치욕을 싫어하는 감정에 기인하여 이것으로 인을 힘쓰는 일로 나아가도록 한 것이다.”20)

 

  20) 맹자집주(孟子集註) 「공손추 상」 此因其惡辱之情 而進之以彊仁之事也   

 

라고 주석하였다.

두려워하는 감정 역시 두려워하는 대상이 중요하다.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에 선악은 없다.

사람이 상 할까 두려워하는 감정은 사람을 살리는 노력의 이로움처럼 선하다.

두려움이라 는 감정에 기인하여 인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맹자가 말한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왜 인(仁)하지 못 할까? 화살 만드는 사람은 오로지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로지 사람이 상할까 두려워한다. 무당, 목수21)도 또한 그렇다.  따라서 기술을 (선택할 때)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22)

 

     21) 주희는 “무당은 사람을 위하여 기원하기에 사람이 사는 것을 이롭게 여기고 목수는 관을 만들기에 사람이 죽는 것을 이롭게 여긴다”고 주석하였다.

     22) 맹자 「공손추 상」 孟子曰 矢人豈不仁於函人哉 矢人惟恐不傷人 函人惟恐傷人 巫匠亦然 故 術不可不愼也

 

성리학의 사단칠정론은 알려진 대로 맹자의 도덕감정론을 정교화한 결과물 이다.

인을 행하는 단서가 되는 감정인 측은지심은 맹자에 나오는 출척측은지 심(怵惕惻隱之心)에서 알 수 있듯이 두려움과 놀람, 근심과 걱정이 섞인 감정이 다.

두려움, 놀람, 근심, 걱정, 동정심, 슬픔이 뒤엉킨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감정에 기인한 행동으로 그 감정의 선악을 알 수 있다. 특정 감정에 기인 한 행동이 인의예지의 실천으로 귀결되면 그 감정은 선하다.

 

2) 순자에서 예의 실천을 위한 감정

 

순자에서 예란 “인간의 욕망을 부양하는 것(以養人之欲)”이다.

 

“사람이 나 면서 욕망이 있는데 욕망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구하지 않을 수 없다.(人生而有 欲 欲而不得 則不能無求)”

 

이렇게 되면 다툼이 생기는데 사람의 욕구 충족을 위해 구분을 지어 물건과 욕망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장치가 예다.

이러한 예의 실천에 감정을 배제할 수는 없다.

 

모든 예는 소박함에서 시작하여 문식(文飾)에서 완성되며 쾌락에서 끝난다. 그러므로 (예가) 최고로 갖추어지면 감정과 문식이 구비되며, 다음은 감정과 문 식이 번갈아 치우치며, 가장 하급은 감정으로 돌아가 소박함에 귀결되는 것이 다.23)

 

순자에서 예와 관련하여 핵심이 되는 감정은 길함과 흉함, 근심과 즐거움이다.

 

기쁜 안색에 윤나는 것과 근심과 슬픔에 초췌하여 나쁜 안색. 이것은 길함과 흉함, 근심과 쾌락의 감정이 안색에 나타난 것이다. 노래하고 우스개 소리하는 것과 곡하며 울부짖는 것. 이것은 길함과 흉함, 근심과 쾌락의 감정이 목소리에 나타난 것이다.24)

…이 두 감정은 사람이 나면서부터 원래 단서를 가지고 있다. 만약 그것을 자르기도 하고 이어주기도 하고 넓혀 주기도 하고 좁혀 주기도 하고 더해 주기도 하고 덜어 주기도 하여 어울리기도 하고 다하기도 하고 성대하고 되 고 아름답게 되어 근본과 끝, 시작과 마지막이 순조롭지 않음이 없어 만세의 법 칙이 되기에 충분하다면 이것이 예다.25)

 

    23) 순자 「예론(禮論)」 凡禮 始乎梲 成乎文 終乎悅校 故至備 情文俱盡 其次 情文代勝 其下 復 情以歸大一也

    24) 이 구절 다음에는 음식(飮食), 의복(衣服), 거처(居處)에 길함과 흉함, 근심과 쾌락이 감정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관한 서술이 이어진다. 같은 취지의 예시이므로 생략하였다.

    25) 순자 「예론」 說豫娩澤 憂戚萃惡 是吉凶憂愉之情發於顔色者也 歌謠謷笑 哭泣諦號 是吉凶憂 愉之情發於聲音者也…兩情者 人生固有端焉 若夫斷之繼之博之淺之益之損之類之盡之盛之美 之 使本末終始莫不順比 足以爲萬世則 則是禮也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인간이 지닌 특질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순자 「예론(禮論)」에서 제시하는 인간의 본성은 “길함과 흉함, 근심과 쾌락의 감정 (吉凶憂愉之情)”이다.

 

길하면 기뻐하고 흉하면 근심한다.

이 타고난 감정을 확 대하거나 축소하여 순조롭게 만들어 마침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될 정도에 이른 것이 예라고 설명한다.

순자에서는 타고난 감정을 확대하거나 축 소하는 도구로 음악을 제시한다.

「예론」 다음의 편명인 「악론(樂論)」에서는 국가의 통치 도구로서 예악의 기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백성의 마음 을 선하게 하는(善民心)” 음악이 “사람을 깊이 감동시키고 풍속을 변화시키기에 선왕이 예악으로써 인도하여 백성을 화목하게 하였다.”26)

 

    26) 순자 「악론」 其感人深其移風易俗易 故先王導之以禮樂而民和睦 

 

음악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행동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사회의 질서를 유 지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예와 관련하여 핵심이 되는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 다.

 

흉한 일을 당하면 근심하는 마음이 생기고 길한 일을 당하면 기쁜 마음이 생긴다. 좋아하는 음악 또는 싫어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호응하는 감정, 즉 근심 과 기쁨으로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 인용문에 이어지는 구절인

 

“백성들에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만 있고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감응이 없으 면 어지러워진다. 선왕이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여 그 행동을 닦고 음악을 바로잡 아 천하를 순조롭게 하였다.”27)를 보면 알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 쁘고 싫어하는 음악을 들으면 노엽다면 음악의 호오를 바로잡아서 행동을 인도할 수 있다.

이어지는 예시에

음란한 음악으로 제시되는 정(鄭)나라 음악을 군자는 듣지 않는다. 간사한 음악이 기운을 거스른다면 올바른 음악은 기운을 순조롭게 한다.

백성들이 군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여 그러한 음악을 들을 때 기쁨이 생긴다면

“예가 닦이고 행동이 이루어진다”28)

 

    27) 순자 「악론」 夫民有好惡之情而無喜怒之應 則亂 先王惡其亂也 故脩其行 正其樂而天下順焉

    28) 순자 「악론」 禮脩而行成

 

만약 음악의 호오에 대응하는 기 쁨과 노여움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행동을 인도할 수 없어서 어지러워진다.

순자의 도덕 감정론은 길흉과 호오에 반응하는 인간 본성에 내재한 쾌락과 근심, 기쁨과 노여움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길한 것과 좋아하는 것, 흉 한 것과 싫어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정과 연결되는 대상이다.

대상에 감정이 반응한다.

길한 것과 좋아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 기쁨을 얻고자 행동하며 흉한 것과 싫어하는 것에 근심하고 분노하며 이 감정을 겪지 않도록 행동할 것이 기에 인간의 행동을 인도할 수 있다.

즉, 인간의 행동은 감정으로 통제할 수 있 다.

예치(禮治)의 논리는 감정이 길흉, 호오에 반응하기 때문에 비로소 예와 악 으로써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길한 일에 반응하는 기쁨, 좋아하는 것에 반응하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취향을 바꾸도록 인도 함으로써 백성을 선행으로 인도하는 통치 방법은 쓸 수 없다.

 

마음이란 육체의 임금이며 신명의 주인이다. 명령을 내리기는 하지만 아무 곳 으로부터도 명령을 받는 일이 없다. 마음은 스스로 금하고 스스로 부리며…육체 는 협박하여 굽히거나 뻗게 할 수가 있으나 마음은 협박하여 뜻을 바꾸게 할 수가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받아들이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물리친 다.…<시경>에 “도꼬마리 뜯고 또 뜯어도, 납작바구니에도 차지 못하네. 아아. 내 그리운 님 생각에 바구니도 한길 위에 내던지네”라 하였다. 납작바구니는 채 우기 쉬운 그릇이고 도꼬마리는 뜯기 쉬운 풀이다. 그러나 “한길로 떠나간 님 생 각” 때문에 다른 일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갈라지면 아는 것이 없게 되고 마음이 기울어지면 정명(精明)하지 못하게 되며 마음이 헷갈리면 의 혹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참고하고 고증하면 만물은 아울러 알 수 가 있게 된다. 몸으로 일에 대해 성의를 다하면 곧 아름다워진다. 모든 일은 한꺼 번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하나를 택해 한결같이 하는 것이다.29)

 

    29) 순자 저, 김학주 옮김, 순자, 을유문화사, 2003, 612쪽. 순자 「해폐(解蔽)」 心者 形之君也而神明之主也 出令而無所受令 自禁也 自使也…形可劫而 詘申 心不可劫而使易意 是之則受 非之則辭…<詩>云 采采卷耳 不盈頃筐 嗟我懷人 寘彼周行 頃筐易滿也 卷耳易得也 然而不可以貳周行 故曰 心枝則無知 傾則不精 貳則疑惑 以贊稽之 萬 物可兼知也 身盡其故則美 類不可兩也 故知者擇一而壹焉

 

위 인용문은 순자에서 널리 인용되는 마음(心)에 관한 구절이다.

마음은 육 체의 임금이기에 행동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오직 스스 로 변할 수밖에 없다.

예시로 든 시에 등장하는 “내 그리운 님 생각”에는 감정이 암시되어 있다.

님을 떠나 보낸 일은 흉하고 싫어하는 일이다.

이에 근심하고 분 노하는 감정이 응한다.

“한길로 떠나간 님 생각”에 마음이 갈라지고 기울어지고 헷갈린다.

풀을 뜯는 쉬운 행동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바꿔야 하는데 그 마음은 “내 그리운 님 생각”에 수반되는 감정이다. 물론 생각을 멈출 수도 있다.

생각이 멈추면 생각에 수반되는 감정도 멈출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스스로 금하 고 스스로 부리기에 마음에 생겨나는 생각을 육체나 신명으로 멈출 수는 없다.

그러므로 풀 뜯는 쉬운 행동이라도 제대로 하기 위한 순자의 해법은 “하나를 택해 한결같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갈라지고 기울어지고 헷갈리는 마음일지라 도 참고하고 고증하여 사리 판단이 되면 당장은 “뜯고 또 뜯어도, 납작바구니에 도 차지 못하”겠지만 풀 뜯는 일이라도 하나를 택해 성의를 다하여 한결같이 하 다 보면 “곧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님을 떠나 보낸 일을 흉하거나 싫어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길하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지 모른 다.

이렇게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풀 뜯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 님은 “그리운 님”이 아닐 것이다.

순자에서 예의 실천을 위한 감정의 활용은 예의 실천을 통한 감정 순화이기 도 하다.

길한 일에 기쁜 마음이 반응하고 흉한 일에 근심하는 마음이 반응하는 인간의 본성을 “마음으로 참고하고 고증하”여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그러함을 인 정하고 “몸으로 일에 대해 성의를 다”하는 예의 실천을 통해 근심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순화한다.

인간의 본성을 분별 능력이라 말하면서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굶주리면 먹어야 하고 추우면 따뜻한 것을 바라는 본성을 예의 출발로 보는 순 자의 관점에서 길한 일에 기쁘고 흉한 일에 근심하는 인간의 감정 역시 예의 출발이자 예를 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길한 일과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고 흉한 일과 싫어하는 일을 피하게 하는 기쁨과 근심이 없다면 왜 예를 실천하겠는 가?

호랑이를 보면 공포심이 일어나기에 도망칠 수 있는 것처럼 흉한 일에 근심 과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기에 예의 실천을 통해서 흉한 일로부터 멀어질 수 있 다.

순자의 도덕 감정론은 길흉호오에 반응하는 인간의 기쁨, 근심에 근거를 둔 예의 실천이라 요약할 수 있다.

 

3) 묵자에서 겸애의 실천을 위한 감정

 

묵자는 학술사적으로 유가의 대항 담론을 담고 있는 문헌으로 해석된다.

선 진 유가의 삼대 문헌인 논어, 맹자, 순자에서 묵가를 유가의 적으로 지목 하고 묵가 사상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낸 이유가 가장 크다.

현대 학술연 구에서도 유가와 묵가의 차별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감정의 관점 에서도 유가와의 차별점에 초점을 맞춘 묵자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공맹 의 도덕 감정과 대비되는 묵가의 이성을 강조하는 연구가 많다.

민홍석은 묵자 철학의 핵심을 리(利)로 정리하며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시켜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을 잠재울 방법”30)이 겸애라고 주장한다.

 

    30) 민홍석, 「묵자철학의 핵심처는 어디인가」, 양명학제34집, 2013, 149쪽. 

 

민홍석의 주장을 이경무는 묵자의  “합리적 이성”31)을 중심으로 보충한다.

이경무는 공자의 “정감적 도덕성”과 묵 자의 “이성적 합리성”을 대조하고 “이성적 합리성” 실현의 토대를 “이해타산”이 라 제시함으로써 감정이 아닌 이성 중심으로 겸애를 개념화한다.

정재현은 「맹자와 묵자에 있어서의 私欲의 조정 혹은 극복의 문제」라는 논문 에서 맹자와 묵자의 사욕 극복 방식이 전자는 수양, 후자는 지성의 운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 역시 존재한다고 밝힌다.

묵자의 지성의 운용에서, 욕구나 감정은 비록 지성의 통제를 받는 것들이지만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행위를 하게 하는 요소이다.

묵자는 우리의 의도를 강조함 으로써 감정을 도덕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또한 수양을 강조한 맹 자는 손익 계산보다는 순수한 도덕적 감정을 강조하였다.

그는 공자와 마찬가지 로 적절한 감정이 뒷받침된 행위만이 도덕적 행위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가 강조 한 친친이나 사단의 감정도 이미 이성적 요소가 개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친친이나 사단은 思나 權같은 지성적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점에서 묵자의 지성적 접근에 상당히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32)

정재현에 따르면 묵자나 맹자 모두 도덕 감정을 중시하고 있다.

황성규는 묵 자 「비악」을 중심으로 감정을 살펴보았는데, 그에 따르면 묵자는 “인간의 감정 을 표현하는 심미적 기능으로서의 ‘악’을 긍정”33)한다.

 

     31) 이경무, 「묵자 겸애설의 의의와 한계」, 철학연구제124집, 2012, 233-234쪽

     32) 정재현, 「맹자와 묵자에 있어서의 私欲의 조정 혹은 극복의 문제」,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철학 논집제46권, 2016, 152쪽.   

    33) 황성규, 「순자 ‘악론(樂論)’과 묵자 ‘비악(非樂)’의 내재적 동일성 고찰」, 충남대학교 유학연구 소, 유학연구제47권, 2019, 209쪽.  

 

그는 “묵자 자신도 ‘악’ 을 통한 감각적 쾌락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있고, 또 그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님 을 분명히 전제하고 있다.”34)

 

    34) 황성규, 「순자 ‘악론(樂論)’과 묵자 ‘비악(非樂)’의 내재적 동일성 고찰」, 충남대학교 유학연구 소, 유학연구제47권, 2019, 223쪽. 

 

고 설명한다.

감정과 욕망의 문제에 대한 맹자와 묵자의 공통점에서 출발한 정재현의 논의와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순자와 묵자의 공통점에 주목한 황성규의 논의는

  첫째, 욕망과 연결되는 감 정 문제

  둘째, 감정에 의해 촉발되는 욕망 조절의 필요성에 유가와 묵가가 공통 적으로 동의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황성규에 따르면 감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은 아니다.

음악이 주는 즐거운 감정은 이로우며 좋다.

그러나 특정 욕망, 정재현의 용어로 사욕으로 연결되는 감정 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재현과 황성규의 연구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 묵자연구라는 점에서 의의 가 있지만, 묵자의 핵심 사상을 이성 및 합리성을 중심으로 해석한 기존 연구 에 대한 비판적 또는 대안적 해석으로서 감정 연구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묵 자의 핵심 사상을 겸애(兼愛)가 아니라 천지(天志)35) 또는 상동(尙同)36)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에도 불구하고,37) 유가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서 겸애, 천지, 상동을 관통하는 묵가의 핵심 사상은 “차별에 대한 비판”38)이다.

천지(天志)란 다름 아닌 겸애39)이며 겸애의 실천은 차별하지 말고 화동(和同)을 숭상하는 실 천이기 때문이다.40)

자기 부모와 다른 사람의 부모를 구분하는 유가의 인(仁), 나눔(分別)을 기초로 하는 유가의 예(禮)에 대하여 묵가는 나누지 않는 사랑으 로 맞선다.

하늘의 뜻(天志) 역시 부모, 스승, 군주 등 특수성에 기반을 둔 기준 이 아니라 보편적 기준을 말한다.41)

 

     35) “郭沫若은 天志가 묵자 사상의 핵심이며, 컴퍼스와 곡척이 없으면 수레바퀴 만드는 사람과 장인 노릇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핵심을 빼버리면 묵자는 묵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민홍석, 「묵자철학의 핵심처는 어디인가」, 양명학제34집, 2013, 153쪽). 그 외에도 박진우, 「묵자 철학의 핵심은 天志인 義다」, 민족문화논총81, 2022 등이 있다.

     36) “상동(尙同)은 겸애(兼愛)와 천지(天志)를 함축하고 있다.”(손영식, 「묵자의 국가론 : 상동(尙 同). 겸애(兼愛). 천지(天地) 편을 중심으로」, 대동철학제76집, 2016, 195쪽) 그 외에도 문 한샘, 「묵가의 정치적 합리성: 상동(尙同)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철학연구121, 2018 등이 있다.

    37) 이 외에도 묵자의 사상을 공리주의, 실용주의 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해석 역시 이성과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다. 공리주의 해석으로는 박언진, 묵자 공리주의의 현대적 의의에 관한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018 등이 있으며 공리주의 해석에 대한 반 론으로는 황성규, 「중국 선진시대의 묵가 사상과 서양 공리주의 간의 상이점 고찰- 묵가 사상을 공리주의로 규정한 입장에 대한 반론」, 유학연구57, 2021 참조. 실용주의 해석으로는 하윤서, 「묵자(墨子)의 겸애사상(兼愛思想)에 기반한 철학상담의 의의」, 인문사회과학연구19-3, 2018 등이 있다.

    38) 묵자 「겸애(兼愛)」 子墨子曰 別非也

    39) 묵자 「법의(法儀)」 然則奚以爲治法而可 故曰莫若法天…然而天何欲何惡者也 天必欲人之相 愛相利而不欲人之相惡相賊也 그렇다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법을 삼는 것이 옳은가? 그러므로 말 하기를 하늘로 법을 삼는 것만한 것이 없다.…그렇다면 하늘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가? 하늘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기를 바라지 사람들이 서로 싫어하고 서로 해치 기를 바라지 않는다.

   40) 묵자 「천지(天志)」 하늘의 의지를 따르는 것은 겸한다는 것이며 하늘의 의지에 반하는 것은 구 별한다는 것이다. 順天之意者兼也 反天之意者別也

   41) 묵자 「법의」 然則奚以爲治法而可 當皆法其父母奚若 天下之爲父母者衆而仁者寡…當皆法其 學奚若 天下之爲學者衆而仁者寡…當皆法其君奚若 天下之爲君者衆而仁者寡…然則奚以爲治 法而可 故曰莫若法天 天之行廣而無私 그렇다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법을 삼는 것이 옳은가? 모두 가 그 부모를 법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천하에 부모가 된 자는 많지만 인(仁)한 사람은 적다.…모 두가 그 학문을 법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천하에 학문하는 자는 많지만 인한 사람은 적다.…모두가 그 군주를 법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천하에 군주가 된 자는 많지만 인한 사람은 적다.…그렇다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법을 삼는 것이 옳은가? 그렇기에 말하기를 “하늘을 법으로 삼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하늘의 실천은 광대하여 사사로움이 없다. 

 

나누기보다 함께 하는 화합을 숭상함으로써 정치의 요체를 삼는다.42)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43) 특수보다는 보편, 차별보다는 화합을 지향하는 묵자의 핵심 사상에 부합하는 감정으로 향(鄕)을 들 수 있다.

 향은 향(向)과 통한다.44)

 

    42) 묵자 「상동(尙同)」 尙同爲政之本而治要也 상동이야말로 정사의 근본이며 다스림의 요체다.

    43) 묵자 「겸애(兼愛)」 故天下兼相愛則治 交相惡則亂 故子墨子曰 不可以不勸愛人者此也 그러 므로 천하가 모두 서로 사랑하면 다스려지고 번갈아 서로 미워하면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묵자가 “남을 사랑하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44) 鄕通向(王煥鑣, 墨子校釋, 杭州:浙江文藝出版社, 1984, 131쪽)

 

 

 

아래 인용문에서 묵자는 겸애가 어려워서 실천할 수 없다고 하는 사 람들을 겸애의 실천으로 인도하는 방법으로 “향”이라는 감정을 제시한다.

 

향은 선망하는 누군가를 지향하는 감정이다. 자신이 선망하는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 을 자신도 좋아함으로써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감정을 느낀다. 현대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소위 아이돌 산업에는 이 “향”이라는 감정이 깊게 개입하고 있 다. 자신이 선망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서 그들을 보는 행동을 넘어서 아이돌 이 자신의 눈앞에 없어도 그들이 갔던 전시회를 가고 그들이 읽는다는 책을 읽고 그들이 즐겨 먹는다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향”이 다.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향함으로써 그들과 함께하는 감정을 느끼고자 하는 일 련의 행동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을 관광하고 한국 소설을 읽는 소위 케이팝 문화를 만든다.

 

어렵다고 여겨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일찍이 어려움이 있어도 했던 사 람이 있다. 옛날 형(荊)의 영왕(靈王)은 작은 허리를 좋아했다. 영왕의 시대에 는 형의 사(士)들이 밥을 먹는데 한 번을 넘지 않아 뭔가를 잡은 후에야 일어설 수 있었고 담에 기대서야 다닐 수 있었다. 먹을 것을 제약한다는 것은 심히 행하 기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하니 영왕이 기뻐하였다. 세상을 바꾸지 않 아도 백성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곧 윗사람에게 향(鄕)함을 구 했기 때문이다.45)

 

 45) 묵자 「겸애」 意以爲難而不可爲邪 嘗有難此而可爲者 昔荊靈王好小要 當靈王之身 荊國之士 飯不逾乎一 固據而後興 扶垣而后行 故約食爲其難爲也 然后爲而靈王說之 未逾于世而民可移 也 卽求以鄕其上也 

 

영왕의 일화 다음에 월왕(越王) 구천(句踐)과 진문공(晉文公)의 일화가 이어 진다. 몸을 불태우거나 신분에 맞지 않는 누추한 옷차림을 하는 극단적인 행동에 대한 예시다.

두 일화 모두

“그렇게 함으로써 곧 윗사람에게 향(鄕)함을 구했기 때문이다.(卽求以鄕其上也)”

라는 구절로 끝난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 과 같다.

월왕 구천은 용기를 좋아하였다.

사(士)와 신하들에게 북을 치며 불 속으로 진격하도록 교육한 결과 나중에는 북을 치지 않아도 물러서지 않게 되었 다.

그들도 두려웠지만(顫) 자기 몸을 불에 던지면서까지 윗사람을 향하고자 하 였다.

진문공의 일화는 옷차림에 관한 내용이다. 진문공은 왕의 신분임에도 조야 한 옷을 즐겨 입었다.

진나라 사(士)들이 이를 따라 했고 문공이 이를 기뻐했다. 세 일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먹을 것을 제약하고 자기 몸을 불태우고 조야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천하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행하니 윗사람이 기뻐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곧 윗사람에게 향(鄕)함을 구했기 때문이다. 지 금 아울러 서로 사랑하고 번갈아 서로 이롭게 하는(兼相愛 交相利) 것이 이롭고 또 쉽다는 점은 이루 계산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해 보니 이것을 기뻐하는 윗사람 이 없는 것일 뿐이다.46)

 

      46) 묵자 「겸애」 今若夫兼相愛交相利 此其有利且易爲也 不可勝計也 我以爲則無有上說之者而 已矣 

 

묵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성이 아닌 감정에 근거를 둔 겸애의 실천 가능성이다.

겸상애교상리가 쉽고 이롭다는 점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어렵다고 말하면서 실천하기를 주저하는가?

여기서 묵자는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눈을 돌린다.

묵자는 극단적인 식이 제한, 불에 뛰어들어 몸을 태우는 행동, 조야한 옷차림과 같은 비합리적 행동조차 왕을 기쁘게 한다면 사람들은 행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성적 합리성으로는 설명되 지 않는 이러한 행동을 견인하는 동인은 감정이다.

윗사람을 지향하는 감정은 사 람들이 가지고 있다.

또한 겸상애 교상리는 이롭고 쉽다.

이 지점에서 겸상애 교상리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단 하나의 조건은 겸상애 교상리를 기뻐하는 윗사람 이다.

사(士)들이 거동조차 힘든데 영왕이 기뻐한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식이 제 한을 실천한다.

왕에 대한 지향은 불에 타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누르고, 두려움은 북소리가 없어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로 대체된다.

조야한 옷을 입음으로써 느끼는 왕과 함께한다는 감정이 멋진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우쭐한 감정과 조야 한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을 이긴다. 위 인용문 다음에 겸상애 교상리를 기뻐하는 윗사람을 향하여 사람들이 겸상 애 교상리를 실천할 때, 이들의 실천을 윗사람이 포상으로 권면하고 형벌로 위엄 을 보이기까지 한다면 사람들의 실천은 불이 타오르고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포상과 형벌이 더해지는 단계에서는 윗 사람을 향하는 감정이 아니라 리(利)를 추구하는 합리적 이성이 사람들의 행동 을 인도한다는 설명이 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이 선망하는 존재 를 향하고자 구하는(求以鄕其上也) 단계에서는 밥을 굶고 몸을 태우고 누추한 옷을 입는 비합리적 행동을 통해서라도 선망하는 윗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감정 이 행동을 인도한다고 볼 수 있다. 윗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감정은 두려움과 기쁨이라는 또 다른 감정과 연결 된다. 윗사람과 함께한다고 느낄 때 기쁘지만 윗사람과 함께하지 못할까 두렵다. 묵자에서 사람들의 기쁨과 두려움은 다스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묵자의 정치사상이 함축된 「상현(尙賢)」편에는 기쁨과 두려움을 활용하여 국정을 맡길 만한 인재, 즉 현(賢)을 가려내는 방법이 제시된다.

 

만약 한 제후가 여기 있어서 자기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데 말하기를 “우리나 라에 활 잘 쏘고 수레 잘 모는 사(士)에게 나는 상을 주어 귀하게 만들 것이고 활 못 쏘고 수레 못 모는 사(士)에게 나는 벌을 주어 천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한다고 하자. 만약 그 나라의 사(士)에게 누가 기뻐하고 누가 두려워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활 잘 쏘고 수레 잘 모는 사(士)는 기뻐할 것이고 활 못 쏘고 수레 못 모는 사(士)는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로부터 (다음과 같이) 유 도한다. 말하기를 “우리나라의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사(士)에게 나는 상을 주어 귀하게 만들 것이고 충성스럽지도 믿음직하지도 않은 사(士)에게 나는 벌을 주어 천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한다고 하자. 만약 그 나라의 사(士)에게 누가 기뻐하 고 누가 두려워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사(士)는 기뻐 할 것이고 충성스럽지도 믿음직하지도 않은 사(士)는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47)

 

    47) 묵자 「상현」 今若有一諸侯于此 爲政其國家也 曰 凡我國能射御之士 我將賞貴之 不能射御之 士 我將罪賤之 問于若國之士 孰喜孰懼 我以爲必能射御之士喜 不能射御之士懼 我賞因而誘之  矣 曰 凡我國之忠信之士我將賞貴之 不忠信之士 我將罪賤之 問于若國之士 孰喜孰懼 我以爲 必忠信之士喜 不忠不信之士懼 

 

앞서 「겸애」 편에서 “먹을 것을 제약하고 자기 몸을 불태우고 조야한 옷을 입 는다는 것은 천하에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근거 역시 사람이 느끼는 보편 적인 감정인 기쁨과 두려움에서 찾을 수 있다.

먹는 일은 기쁨이라는 감정을 불 러일으킨다.

자기 몸을 불태우는 일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야 한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 역시 두려운 일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감정 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천하에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 것이다.

“천하에 매우 어려운 일”은 사(士)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겸애」 편에서는 향(鄕)이라는 감정이 기쁨과 두려움을 이겼다.

윗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감정, 윗사람을 지향 하는 감정이 동물적 생존 본능과 가까운 식욕을 이기고 신체적 위협에 대한 두려 움을 이겼다.

위정(爲政)에서 백성들에게 겸애를 실천하기 위해 사(士)에게 “천하에 매우 어려운 일”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향(鄕)이라는 감정을 활용했다면, 「상현」 편 에서는 사(士)가 가지고 있는 기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위정에 활용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통치자가 좋아하는 것을 사(士)는 하려고 한다는 전제는 「겸애」 편과 같다.

사(士)라면 통치자에게 발탁되어 상을 받고 귀하게 될 때 기 쁘고 벌을 받고 천하게 될까 두렵다.

통치자가 활 잘 쏘고 수레 잘 모는 사람을 인재로 여긴다고 하면 활 잘 쏘고 수레 잘 모는 사람이 현(賢), 곧 인재이므로 이러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기뻐할 것이다.

위 인용문에서 묵자는 충성스럽고 믿 음직한 사람이 위정에 필요한 현(賢)이라 생각하기에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자질 을 갖춘 사(士)를 발탁하는 방법을 같은 논리로 제시하였다.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인 기쁨과 두려움을 그대로 활용하든, 아니면 이러한 보 편적인 감정에 역행하는 실천을 끌어내기 위해 다른 감정을 활용하든, 묵자에 서 겸애를 핵심 철학으로 하는 위정에는 감정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묵자에서 이러한 감정의 활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된 가장 근본적인 감정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된다.

 

백성들은 삶은 심히 욕망하지만 죽음은 심히 싫어한다. 바라는 바는 얻지 못 한 채 싫어하는 바가 거듭 닥친다면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하고도 천하에 왕노릇하고 제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48) 

 

    48) 묵자 「상현」 民生爲甚欲 死爲甚憎 所欲不得而所憎屢至 自古及今 未有嘗能有以此王天下正 諸侯者也 

 

사람은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한다.

겸상애 교상리로 대표되는 리(利)에 기반을 둔 정치는 백성이 바라는 바, 즉 삶을 바라고 죽음을 싫어하는 감정에 부응하는 정치다. 부귀를 기뻐하고 빈천을 두려워하는 감정은 삶을 좋아하고 죽 음을 싫어하는 감정으로부터 파생된다.

상을 받고 귀하게 되면 생존을 위한 물리 적 조건을 충족하기 쉬워진다.

벌을 받고 천하게 되면 생존을 위한 의식주를 조 달하기 어렵게 되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리(利)에 기반을 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사(士)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사(士)를 발 탁하여 겸애를 실천하게 하는 위정(爲政)에 그들이 가진 지향(鄕), 기쁨과 두려 움(喜懼)의 감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맹자의 측은지심, 순자의 기쁨과 근심, 묵자의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 은 각각 인(仁), 예(禮), 겸애(兼愛)를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감정 활용이다.

본 논문에서는 도덕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맹자뿐만 아니라 도덕 실천을 인간의 동물적 본능 활용으로부터 시작하는 순자, 그리고 이익 실현이라는 냉철한 이 성적 논리로 대표되는 묵자에 이르기까지 도덕 실천에서 감정의 긍정뿐만 아 니라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함을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감정 이외에도 맹자에서 수오지심으로 대표되는 증오 등 다양한 감정들이 도덕 실천을 위한 방법으로 기능할 것이다.

 

3. 결론

 

본 논문은 감정의 문제를 감정 차원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는 시도에 관한 연구 다. 감정 차원의 이해란 감정의 문제를 이성에 속하는 개념 또는 이성에 기반을 둔 설명 체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리키는 언어로 설명하는 시도다.

해결이란 감정 을 가리키는 언어로 이루어진 이해 혹은 설명 틀에 기초하여 개인이 내리는 의사 결정이다.

동아시아 철학에서 감정은 서양철학에서 이성과 감정의 관계와 유사 한 궤적을 보인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 언어로 이루어지는 개인의 행동 결정, 사 회 질서는 감정을 이성의 지배 하에 놓여야 할 마음의 상태로 여기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하였다.

AI의 급속한 발달로 이성이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며 비인간 주체가 일상을 파고드는 현재 이성 중심의 인간성(humanity)은 재검토되고 있다.

철학 전통에서 감정 중심의 언어 및 설명 체계를 고찰하는 작 업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 이래 이성이 감정에 우위를 점한 까닭에 감정 수준의 의사 결정은 이성에 의한 의사 결정보다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그 자체로 잘못된 의사 결정이라는 시각이 현재에도 지배적이다.

감각 정보 및 지각에 직접적으로 영향 을 받으며 감각 및 지각과 구분조차 어려운 감정에 비하여 이성은 철학 전통에서 육체와 분리되어 과학적⋅객관적 언어에 의해 독립적인 체계를 이루었다.

이성 에 의한 의사 결정은 가설을 세우고 행동을 검증하고 반성하여 가설을 수정하거 나 행동의 준칙을 세우는 일련의 과정들을 개인을 넘어 집단 수준에서 가능하게 한다.

현재 전지구적 범위의 근대화는 이성적 합리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정의조차 쉽지 않은 감정은 그렇지 않다. 동일한 행동을 감정에 의해 설명할 수도 있다.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감정의 언어로 설명하면 과학화⋅객관화가 쉽 지 않다. 이성적 합리성에 기초한 근대 사회에서는 과학화⋅객관화를 통한 합리 적 의사 결정과 충돌하는 감정에 의한 의사 결정의 정당성을 부정할 필요가 있 다.

감정적 행동은 충동적이며 반사회적이라는 시각이 그러하다.

그러나 감정에 의한 의사 결정이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의사 결정이라거나 반사회적이라거나 오 류가 많다는 통념에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

특히 신체와 관련된 의사 결정은 감 정이 감각 정보 및 지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이성보다 개인에게 적절한 행동 을 알려 줄 수 있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지금 일하러 나가야 하지만 감정적 충동 에 의해 집에서 쉬기로 했다면 결과적으로 감정적 충동을 따르는 것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일 수도 있다.

현재 뇌과학이 설명하는 인간의 즉각적인 의사 결정 기제는 감정적 의사 결정 의 필요성 및 정당성을 시사한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감 정, 즉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외부의 위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불안감, 공포감, 긴장감 등을 극대 화함으로써 이러한 감정들에 반응하는 신경과 근육의 작용이 인간을 위협에서 벗 어나도록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이성에 의한 판단은 안정감, 냉정함을 가져오고 근육을 이완시켜 즉각적인 위협에 대처하기 어려운 신체 조건을 만들어 낸다.

감정에 따른 즉각적인 의사 결정이 성공적인 경우, 이성주의자들은 이를 직관으로 미화한다.

직관은 이성적 합리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감정과 유사하다.

무의식과 의식, 감정과 이성, 동물적 본능과 사회화된 사고 등 인 간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명명하 고 서열을 정하고 기전을 설명하는 일련의 활동이 윤리학을 비롯한 학문 활동이 며, 본 논문은 기존의 선진철학 연구 주제를 감정에 초점을 맞춰 재조명하는 연 구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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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본 논문은 감정의 문제를 감정 차원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는 시도에 관한 연구다.

감정 차원의 이해란 감정의 문제를 이성에 속하는 개념 또는 이성에 기반을 둔 설명 체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리키는 언어로 설명하는 시도다.

해결이란 감정을 가리키는 언어로 이루어진 이해 혹은 설명 틀에 기초하여 개인이 내리는 의사 결정이다.

동아시아 철학에서 감정은 서양철학에서 이성과 감정의 관계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 언어로 이루어지는 개인의 행동 결정, 사회 질서는 감정을 이성의 지배 아래 놓여야 할 마음의 상태로 여기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하였다.

본 논문은 기존의 선진철학 연구 주제를 감정에 초점을 맞춰 재조명하는 연구이다.

선진철학을 대표하는 문헌 중, 맹자, 순자, 묵자를 중심으로 행동을 인도하는 감정을 설명한다.

맹자, 순자, 묵자에 나타난 도덕적 실천에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을 분석하여, 감정을 활용한 도덕 실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논의의 범위를 좁히기 위해 맹자, 순자, 묵자를 대표하는 개념인 인(仁), 예(禮), 겸애(兼愛)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을 이성, 지성의 언어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도덕적 실천을 위한 감정을 분석한다.

【주제어】 감정, 느낌, 맹자, 순자, 묵자

 

 

Abstract

Rethinking the Role of Emotions in Early Chinese Philosophy-With a Special Focus on Mencius, Xunzi, and Mozi

Koh Eunkang( Professor, College of Liberal Arts,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This paper is a study that attempts to understand and resolve the issue of emotions through the dimension of emotion itself. In East Asian philosophy, emotions follow a trajectory similar to the relationship between reason and emotion found in Western philosophy. Personal decision-making and social order, which are based on rational language, have tended to view emotions as mental states that must be governed by reason or as secondary elements. This paper reexamines existing topics in Pre-Qin philosophy with a focus on emotion. It seeks to explain the emotions that guide behavior in representative Pre-Qin texts such as Mencius, Xunzi, and Mozi. Based on references to the importance of emotion in moral practice found in these texts, the paper examines their specific content. To narrow the scope of discussion, this paper analyzes the emotions necessary for moral practice by explaining the methodologies for practicing ren (benevolence), li (ritual propriety), and jian'ai (impartial care)—the representative concepts of Mencius, Xunzi, and Mozi respectively—not through the language of reason or intelligence, but through the language of emotion.

【Key words】 emotion, feeling, Mencius, Xunzi, Mozi * 

 

 

논문접수일: 2025.09.18. 논문심사기간: 2025.09.24.~10.10. 게재확정일: 2025.10.13.

철학·사상·문화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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