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1. 들어가며
2. 주음(主陰) 사상과 도교의 여성 숭배
3. 삼합상통(三合相通)과 수일(守一)—조화와 공존의 사유
4. 음(陰), 땅, 어머니
5. 나오며
1. 들어가며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에 대해 갖가지 실험이 실행 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의 성과가 높 아질수록 배아줄기 세포, 장기 이식, 유전자 조작, 낙태 및 안락사 등 여러 문제 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윤리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더욱이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제모델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고, 불공정한 경 제체제의 폭력은 토지, 삼림, 물, 종자, 다양한 생명체를 고갈시키고 폭력을 심 화한다.
현대 문명의 이기심과 무한한 욕망에 직면한 상황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 고대 중국의 도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교는 무엇보다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다.
질병이나 자연재해 등 의 위험에서 몸을 지키고, 주어진 생명을 잘 유지하여 육신을 가진 채로 불사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도교가 현대 의술이 나 생명공학과 다른 점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 더 나아가 만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데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 만물의 평등, 순리를 거스 르지 않은 삶을 강조하는 도교는 근대 생명윤리 사상에 새로운 지혜와 영감을 줄 수 있다.
본 논문은 태평경(太平經)을 통해 고대 중국에서 생명과 여성을 중시하였 던 상황을 살펴보고, 자연과 환경, 인간이 마주할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도교 경전 중에서도 태평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천(天)— 지(地)—인(人)의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지(地) 즉 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태 평경의 사상에 있다.
초월적인 존재인 천(天)을 인간과 자연의 최고 주재자로 보는 관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땅과 여성, 생명을 중시하는 사상이 태평경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고대 중국의 다른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 한 관점이다.
민간 도교에 기반을 둔 태평경은 무속 신앙의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어 당시 귀족 계층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전이었다.
하지만 생명 존중 사상과 관련하여 태평경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신선이 되는 방법으로 내단(內丹)과 도덕적 실 천을 제시한 데 있다.
이는 갈홍(葛洪, 1152—1237)의 포박자에서 외단(外 丹)이 다루어졌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1)
외단은 납과 수은 등으로 단약(丹藥)을 만들어 먹는 방법으로 단약을 먹었던 사람들은 중금속 중독이 되어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다.2)
오래 살기 위해 단약을 만들었지만, 단약은 오히려 인간의 몸 을 해치는 독이 되었다.
반면 태평경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방법인 내단을 지향하였다.
어렵게 단약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그저 착한 일만 하면 복을 받고 수명이 저절로 늘어 난다고 하였는데,
이는 ‘승부(承負)’라는 종교적 개념에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태평경에서 권장하였던 선한 행동이란 현실에서 고통받는 여성을 보호하고 지켜주거나 동물과 식물,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인 간이 자연에 대해 연대 의식을 지니고, 차별이 아니라 평등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는 봉건 사회의 계급 구조에서 나오기 힘든 것이었다.
자연과 여 성, 생명을 중시하였던 태평경을 통해 도교의 생태학적 지혜와 가치를 논하 고,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패러다임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자 한다.3)
1) 일반적으로 도교사의 흐름은 단정파(丹鼎派)에서 유래한 관방 도교와 부록파(符籙派)에서 유래한 민간 도교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포박자는 관방 도교를 대표하는 경전이었고, 태평경은 민간 도교를 대표하는 경전이었다. 정재서, 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 푸른숲, 2000, 18쪽. 귀족층 은 포박자에서 다루고 있는 외단에 관심을 가졌고, 민간의 도교 신자들은 내단이나 도덕적 실천 을 통해 신선이 되는 방법을 추구하였다. 태평경은 민간에서 전해지는 도교 사상을 집대성한 경 전으로 주술로 귀신을 쫓아내거나 병을 치료하는 등 미신적인 요소가 많다.
2) 특히 당대(唐代, A.D.618-907)에 연단술(煉丹術)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당대의 수많은 황제와 관료 귀족들이 단약을 만들어 먹다가 중금속 중독으로 사망하였다. 당시는 수은이나 비소 등의 중 금속이 인체에 유독한지 모르고 실험을 했던 것인데, 당대를 기점으로 송대(宋代, 960-1279) 이 후로 외단(外丹)이 점차 사라지고 내단(內丹)이 강세를 보였다. 주정충부(酒井忠夫) 저, 최준식 옮김, 도교란 무엇인가, 민족사, 1990, 252-255쪽.
3) 생태여성주의는 여성 해방과 자연 해방을 동시에 추구한다. 환경문제와 사회 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비슷한 원인에서 출발하였다고 주장한 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신체적인 특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살핌에 기초한 생태 윤리’가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생태여성주의의 관점은 여러 면에서 태평경과 유사한 점을 보인다.
2. 주음(主陰) 사상과 도교의 여성 숭배
음양(陰陽)은 중국 철학의 중요한 틀 중 하나로 고대 중국인들은 음과 양의 관계로 우주나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 소멸 과정을 설명하였다.
만물이 변화하는 양상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표현한 것이 오행(五行)인데, 음양과 오행 을 통해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을 역이론(易理論)이라고 하였다.
역(易)에는 연산역(連山易), 귀장역(歸藏易), 주역(周易)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중 상대(商代, 1700-1045 B.C.)에 나온 귀장역은 땅을 나타내는 곤괘(坤 卦)를 중심으로, 주대(周代, 1045-221 B.C.)에 나온 주역은 하늘을 나타내 는 건괘(乾卦)를 중심으로 한다.
곤괘와 건괘는 땅—하늘, 음—양의 대비와 연결되어 역이론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고, 곤괘를 중심으로 한 귀장역은 음을, 건괘를 중심으로 한 주역은 양 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귀장역과 주역은 각각 노자(老子, 571-471 B.C.)의 도가(道家) 사상과 공자(孔子, 551-479 B.C.)의 유가(儒 家) 사상에 영향을 주었는데, 귀장역영향을 받은 도덕경(道德經)에는 음 을 중시하는 주음(主陰) 사상이 강하게 드러난다.4)
그중 대표적인 사례로 도 덕경에서 ‘어머니’, ‘암컷’ 등 여성적 이미지와 관련한 단어로 도(道)를 설명 하는 문장을 들 수 있다.5)
곡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현빈(玄牝)이라 한다. 현빈의 문은 천지의 뿌리라서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고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6)
수컷을 알고 암컷을 지키면 천하의 시냇물이 된다. 천하의 시냇물이 되면 영 원한 덕(德)에서 떠나지 않고 갓난아기로 돌아가게 된다.7)
4) 귀장역과 도가의 주음 사상, 도덕경의 상관성에 관한 논의는 잔 스추앙 저, 안동준·김영수 옮 김, 여성과 도교, 여강, 1993, 103-105쪽 참조.
5) 도덕경에서 곡신(谷神)은 도(道)의 다른 표현으로 원시적 모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음의 속성 을 지닌 곡신은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근원으로 이는 도덕경이 주음 사상을 지향하였음을 보여준 다. 음에는 부드러움[柔], 고요함[靜], 물이 속하는데, 부드럽고 고요한 암컷이 단단하고 강한 수 컷을 이긴다는 인식이 도덕경전반에서 나타난다. 잔 스추앙, 위의 책, 106-107쪽.
6) 道德經6장 : 穀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老子, 張 景·張松輝 譯注, 道德經, 中華書局, 2021, 30쪽.
7) 道德經28장 :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溪. 爲天下溪, 常德不離, 復歸於嬰兒. 老子, 위의 책, 116쪽.
곡신(谷神)은 골짜기의 텅 비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미묘한 도(道)를 이르는 말이다.
현빈(玄牝)이라는 글자에서 현(玄)은 오묘하 다, 빈(牝)은 짐승의 암컷, 음, 골짜기, 여성의 생식기 등을 의미한다. 중국 철 학에서 도는 만물이 생기고 변화하는 근원을 나타내는 단어로 도덕경에서 도 는 현빈 즉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존재, 어머니로 표현되었다.
현빈은 텅 비어 있으면서 만물을 포용하고, 영원성과 무한성을 나타내는 곳으로 여성적 이미 지를 강하게 드러낸다.8)
도덕경에서 빈(牝)은 여성, 암컷을 뜻하는 자(雌)로도 쓰인다. 자(雌)에는 ‘약하다’는 뜻도 있다. 여성, 암컷은 확실히 남성, 수컷보다 힘이 부족하고 약하 다.
문제는 힘이 부족하고 약하다는 이유로 인류 역사에서 주변적 존재, 타자로 여겨져 왔지만, 여성, 암컷은 부드럽고 연하기에 오히려 강하다. 힘이 세고 단단 한 것은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럽고 연한 것은 잘 휘어지며 스스로 온전히 지켜 낸다.
도덕경에서 연약함, 부드러움이 강함, 단단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주 장하는 데 활용한 모티프는 ‘물’이다.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니 도에 가깝다.9)
세상에서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 하는 데는 물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그것을 물과 바꿀 만한 것이 없기 때문 이다.10)
물은 고정된 모양이 없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담기는 대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부드러운 물은 어디로든 흘러 들어가 세상의 모든 단단한 것을 무너뜨 린다.
물의 부드러움은 여성의 부드러움을 연상시키고, 여성의 부드러움은 남성 의 단단함을 이긴다.
조셉 니담(Joseph Needham)은 물과 여성적 상징이 철학적 의미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로 확장된다고 보았다.
유가가 합리적이고 단단한 남 성성을 나타낸다면, 도가는 부드럽고 유연한 여성성을 지향하는데, 사회를 통솔 하는 원칙은 유가 혹은 법가(法家)보다 도가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11)
8) 도교의 여성주의는 민간에서의 여음(女陰) 숭배 사상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도교의 발원지로 알려진 강서성(江西省) 용호산(龍虎山)에 있는 선녀암(仙女岩)은 여성의 성기를 닮은 커다란 바 위로 대지의 어머니면서 생명의 원천으로 숭배되었다. 대지모신으로 숭배되는 여음 유적들은 모권 사회의 흔적이면서 도덕경에서 말한 현빈(玄牝)과 연결된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안동준, 「생태 여성주의와 도교」, 도교문화연구제35집, 2011, 131쪽 참조.
9) 道德經8장 :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老子, 앞의 책, 36쪽.
10) 道德經78장 :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強者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老子, 앞의 책, 302쪽.
11) 조셉 니담은 도가가 직관적으로 과학과 민주주의의 양쪽 근원에 도달했다고 하였다. 유가와 법가의 사회 윤리적 사상은 남성적이고 견고하며 공격적이고 직선적이라면, 도가는 여성적이고 부드러우며 수용적이고 곡선적이다. 도가는 수용적인 모든 것을 강조함으로써 근본적이고 완전하게 유가와 법 가 사상을 부수어 버렸다고 하였다. 조셉 니담 저, 이석호 외 옮김, 중국의 과학과 문명II , 을유 문화사, 1998, 84-85쪽.
고대 중국에서 여성이 여신으로 숭배되었던 상황은 여와(女媧), 서왕모(西王 母) 등의 신화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 남성은 귀하고 여성은 천하다는 인식은 일찍이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시경 (詩經)·소아(小雅)에 수록된 「사간(斯干)」은 새집을 지어 화목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노래한 시인데, “아들을 낳으면 침대에 눕히고 옷을 입히고”, “딸 을 낳으면 땅에 눕히고 포대기로 감싸준다.”라는 구절이 있다.12)
딸은 아들과 달리 제대로 된 옷을 입히지도 않고 포대기로 싸 땅에 눕히는 존재이다.
여성이 태생적으로 남성과 얼마나 다른 사회적 위치에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성을 천하게 여기고 억압하고 학대하는 상황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고, 심 지어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죽이는 풍습까지 유행하였다.13)
중국 봉건 사회에 여 성의 지위는 이처럼 심각할 정도로 낮았는데, 여성의 생명이 하찮게 여겨지고 쉽 게 죽임을 당했던 상황은 태평경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의 생명을 중시하고 보 살펴야 한다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당시에 학대받고 함부로 대해지다가 죽은 여성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지금 한 집마다 여자 한 명씩 죽인다고 해도 천하에 몇억 개의 집들이 있는가?
혹은 한 집에서 열 몇 명의 여자를 죽이기도 하고, 임신하여 아직 아이를 낳지 않지 않았는데 여자의 신체를 해치는 일도 있다.
원통한 기운이 맺혀 위로 올라 가 하늘을 움직이니, 어찌하여 도리가 없는 것인가?14)
12) 시경·소아에 수록된 「사간」의 원래 구절은 “아들 낳아 침상에 눕히고, 옷 입혀 옥구슬을 가지고 놀게 하네.(乃生男子, 載寢之床. 載衣之裳, 載弄之璋.)”, “딸 낳아서 땅에 눕히고 포대기로 감 싸주고 진흙으로 만든 실패 갖고 놀게 하네.(乃生女子, 載寢之地. 載衣之裼, 載弄之瓦.)”이다. 김학주 옮김, 시경, 명문당, 1993, 307-308쪽. 13) 고대 중국에서 여자아이를 낳으면 살해하는 관습은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딸에게 마 련해줘야 할 결혼 지참금에 대한 부담, 세금과 부역의 할당량 증가 등의 이유로 딸을 강물에 빠트려 죽이는 관습이 만연하였다. 전여강 저, 이재정 옮김, 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 예문서원, 2001, 45-49쪽.
14) 太平經·丙部 「分別貧富法」 : 今天下一家殺一女, 天下幾億家哉? 或有一家乃殺十數女者, 或有妊之未生出反就傷之者, 其氣冤結上動天, 奈何無道理乎? 王明 編, 太平經合校, 中華 書局, 1992, 36쪽.
모권사회에서 여신으로 숭배되던 여성은 부권사회에 이르러 천대받고 하찮게 여겨지다가 폭력으로 죽기까지 하는 약자가 되었다. 더욱이 출산의 과정에서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가 있고, 임신 중에 아기를 유산하기라도 한다면 여성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태평경에서는 약한 존재인 여성을 보호하고 아끼 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여성이 원통함을 느끼지 않게 해야 평화로운 세상이 이 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태평경에서 여성 숭배에 대한 인식은 관념적인 철학 적 사유가 아니라 종교적 실천과 연결되는데, 여성을 보호해주고 여성의 원통함 을 알아준다면 그만큼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예! 원하건대 그 내용을 잘 기록해 제왕의 재앙을 없애는 것이 나의 즐거움 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원통한 여성들의 목숨을 구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대의 타고난 수명이 이미 늘어났구나.”15)
태평경의 종교적 특성을 보여주는 고유한 개념 중 하나는 ‘승부(承負)’다.
승부는 선대 조상이 물려준 것을 후손이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선대 조상 중 누군 가가 나쁜 일을 하면 그것이 후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된 다.16)
불교의 윤회나 인과응보 사상과 유사하지만, 태평경에서 승부는 숙명 론에 머물지 않는다.
선대 조상에서 이어져 온 악연을 풀기 위해 후손이 노력하 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더 나아가 내 후손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착한 일을 많이 하려는 노력은 종교적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었다.17)
봉건시대에 미천한 존재로 여겨지던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의 원통한 마음을 알 아주는 것은 공덕을 쌓는 행위로 여겨졌다.
15) 太平經·丙部 「分別貧富法」 : 唯唯, 願記之, 以除帝王之災, 吾所樂也, 爲救冤女之命. 善 哉, 子已得益天筭矣. 王明 編, 위의 책, 34쪽.
16) 태평경의 승부가 불교의 윤회 및 인과응보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중국 전통 사회의 특성이 실질적으로 승부 개념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서주 (西周, 1046-771 B.C.) 이래 종법 제도가 중국 사회구조의 기초가 되면서 종법 제도의 치밀한 조직 속에서 개인은 독립성을 상실하고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한대(漢代, 202 B.C.-220 A.D.)에 특히 가혹하게 시행되었던 연좌제는 태평경의 승부 개념이 형성되는 데 토대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陳靜, 「太平經中的承負報應思想」, 宗敎學硏究1986年第2期, 38-39쪽.
17) 태평경의 승부론은 기독교의 원죄의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타고난 죄업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망 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길흉화복과 인과론으로 연계시켰다. 아울러 죄업을 해소하기 위한 권선, 수행 등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독특한 종교학적 체계를 구축하였다. 정재서, 앞의 책, 41-42쪽.
도교에서 공덕을 쌓는 행위는 즉각적으로 생명 연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 이 되었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은 영원히 살아서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승부는 불사(不死)에 대한 욕망과 연결되면서 도교 신도들이 윤리적으로 성찰하 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포박자(抱朴子) 에는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남의 어려움을 구해줘야 한다.”라고 하였고,18) 신 선들의 이야기 모음집인 열선전(列仙傳)에는 천재지변을 예고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신선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19)
18) 포박자·내편(內篇) 「미지(微旨)」에 “장수하고 싶은 자는 선행을 쌓고 공을 세우며 사물에 대해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고 하찮은 곤충에게도 어진 마음 을 베풀어야 한다. 타인의 행복을 즐거워하고 타인의 고통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타인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無不雲欲求長生者, 必欲積善立功, 慈心於物, 恕己及 人, 仁逮昆蟲, 樂人之吉, 湣人之苦, 周人之急, 救人之窮.)”라고 하였다. 갈홍 저, 석원태 번 역, 抱朴子, 서림문화사, 1995, 180쪽.
19) 열선전에는 가뭄을 예언하여 대비하게 한 주객(酒客), 지진을 예언하여 사람들을 구한 황원구 (黃阮丘) 등 이타적인 행동을 한 신선들의 서사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유향 저, 김장환 옮김, 열 선전, 예문서원, 1996, 146쪽, 240쪽.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행 동을 한 사람만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도교 사상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타인에게 인자함을 베풀고, 조건 없이 타인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행위는 유 교의 인(仁), 불교의 보시(布施)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태평경이 특별한 이 유는 봉건 사회의 계급 구조에서 가장 약자였던 ‘여성’에 주목한 데 있다.
민간 에서 유행하였던 여음(女陰) 숭배와 부드럽고 약한 존재, 물을 중시하였던 도가 사상은 태평경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고, 자연과 생명에 관심을 지녔던 도교는 땅과 여성을 중시하는 종교가 되었다.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에서 도교는 급진적 이고 파격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보수적인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태 극(太極)이 완성되기 위해 음과 양이 서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 남성 과 여성 역시 태극처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태평경에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불평등하게 바라보는 문장들이 있 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 여성이 중요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강조 하고, 여성을 억압하거나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태평경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약자에 대한 폭력을 지양하고 모 든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는 서로 신뢰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세우는 토 대가 된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와 통합은 궁극적으로 인간이 자연과 통합을 이루 려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여성과 자연이라는 ‘타자’에 대한 사유는 이원적 사고 를 극복하고 파괴와 억압의 사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삼합상통(三合相通)과 수일(守一)—조화와 공존의 사유
도교가 여성을 중시하고, 자연과 생명에 관해 관심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조화’와 ‘공존’의 철학에 있었다.
도가 사상은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자 연을 바라보지 않았고, 자연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우 주적 시선으로 만물을 바라보며 자연의 법을 따르고자 하였던 도가 사상은 태평 경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태평경이 주장한 우주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 는 바로 ‘원기론(元氣論)’이다.
원기(元氣)는 만물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요소 로 만물이 형성되기 이전의 상태, 모든 것이 미분화된 혼돈을 가리킨다.
원기는 천지의 팔방을 감싸고 있고, 어느 것도 그 기운을 받아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20)
원기에서 우주가 생성된다는 인식은 노자의 도에서 비롯되었다.
도덕경에서 도는 만물을 구성하는 질료이면서 만물을 규범화하는 법칙이다.
만물은 원기에 서 생겨나 도의 질서를 따르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성장해나간다.
도가 사상 은 인간 역시 자연의 규율을 따라 무위(無爲)의 삶을 살아야 사회 질서가 평화로 울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도덕경42장에서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도(道)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으며,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 다. 만물은 음을 업고 양을 안으며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서로 부딪히면서 섞여 조화를 이룬다.21)
20) 太平經·丙部 「分解本末法」 : 元氣乃包裹天地八方, 莫不受其氣而生. 王明 編, 앞의 책, 78쪽.
21) 道德經42장 :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老子, 앞 의 책, 178쪽.
도덕경에서 1, 2, 3이라는 숫자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위 인용문은 원기 혹은 도라고 부를 수 있는 근원에서 음과 양이 갈라져 나오고, 다시 음과 양이 결합해 하나의 개체가 생겨나 셋이 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되면서 만물이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이중 “음과 양의 두 기가 서로 부딪히면서 섞여 조화를 이룬다.”라는 문장에서 충(沖)이라는 글자의 의미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충(沖)은 원래 부딪힌다는 뜻이지만, 음과 양이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대립하고 충돌하면서도 서로 절충하며 조화 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전제된다.
음과 양이 갈라졌다가 결합하여 3이 되고, 3이 다시 만물을 만들어낸다는 인 식은 태평경의 우주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대 중국에서 3은 천(天)—지 (地)—인(人)을 나타내는 숫자로 여겨졌는데, 태평경에서 특히 3은 우주의 생성과 구조,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틀이 되었다.
태양(太陽)—태음 (太陰)—중화(中和), 하늘—땅—인간, 해—달—별, 임금—신하—백성 등 자연 계와 인간계는 모두가 3으로 구성되어있다고 보았다.
주역의 음양론, 도덕경의 우주론의 영향을 새롭게 해석하여 태평경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 것 으로 숫자 ‘3’을 강조한 ‘삼합상통(三合相通)’은 태평경전체를 관통하는 개 념이다.
원기가 자연, 태화(太和)의 기운과 통하고 힘과 마음을 합치면, 그때는 아득 하여 아직 형체가 없는 상태가 된다.
세 기운이 엉기면 함께 하늘과 땅을 낳는다.
하늘과 땅이 중화(中和)의 기운과 서로 통하고 힘과 마음을 합치면 함께 모든 사물을 낳는다.
만물이 해와 달, 별 삼광(三光)과 서로 통하고 힘과 마음을 합쳐 함께 천지를 밝게 비춘다.22)
22) 太平經·丙部 「三合相通訣」 : 元氣與自然、太和之氣相通, 並力同心, 時怳怳未有形也, 三 氣凝, 共生天地. 天地與中和相通, 並力同心, 共生凡物. 凡物與三光相通, 並力同心, 共照明 天地. 王明 編, 앞의 책, 148쪽.
이처럼 원기—자연—태화의 기운, 하늘—땅—중화, 해—달—별 등 숫자 3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태평경은 3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태평한 세상이 된다고 하였다. 3의 조화와 공존은 사계절의 순조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때 비가 내리게 해 서 만물이 잘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자연의 조화로부터 이루어지는 풍요로운 세 상은 누구나 갈망하는 이상 사회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역으로 3의 조화가 깨어지면 사악한 기운이 일어나고, 천지에 재앙이 생긴다.
태평경에는 3의 조화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3의 부조화가 일어났을 때 인간이 벌을 받거나 사회에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이는 다시 ‘승부’라는 종교적 개념과 연결된다.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화로움을 깨 거나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아야 하였고, 스스로 선한 행동을 하고, 평화로 운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야만 하였다.
셋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총명함이 없어지고 사악한 기가 맺혀 풀어지지 않으 니 위로는 황천(皇天)에게 커다란 원한을 사고, 아래로는 땅에 큰 원망을 사 제 왕의 근심거리가 된다.
재앙이 끊임없어 이어지고 해결되지 않으면, 백성에게 큰 해가 되고 만물에 큰 병폐가 된다.23)
태평경에서 황천(皇天)은 유교의 상제(上帝)와 유사한 존재다. 황천은 인 간의 선악을 판단하여 나쁜 행동에 벌을 주고, 착한 행동에 상을 주는 초자연적 절대자이다. 황천의 원한을 사면 인간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데, 이는 동중서 (董仲舒, 179-104 B.C.)가 주장한 재이(災異)와 유사하다.24)
23) 太平經·丙部 「三合相通訣」 : 不三並力, 聰明絕, 邪氣結不理, 上爲皇天大仇, 下爲地大咎, 爲帝王大憂, 災紛紛不解, 爲民大害, 爲凡物大疾病. 王明 編, 앞의 책, 151쪽.
24) 황천과 재이의 상관성에 관한 논의는 작자 미상, 윤찬원 옮김, 태평경, 지만지, 2014, 17쪽. 25쪽 참조.
절대자로서 황 천은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고, 선한 마음을 지키며 살도록 권장한 다.
고대 중국에서 도교는 사회를 초탈한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에 비판받았지만, 태평경은 오히려 종교적 실천을 강조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적인 행동 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3’으로 구성된 우주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공생한다는 것은 결국 갈등 없이 하나로 통합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3의 ‘통합’은 궁극적으로 숫자 ‘1’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1은 태평경에서 3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특히 수일 (守一)이라는 도교적 수련에서 1이라는 숫자가 강조된다. 수일을 그대로 해석하 면 “1을 지킨다”는 뜻으로 기(氣), 신(神), 정(精)을 한 곳에 응집시켜서 만물 의 근원인 1 혹은 도(道)로 회귀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수일은 이후 명 상, 호흡 수련 등 내단(內丹) 수련에 영향을 주었는데, 1을 지킨다는 표현이 가 장 처음 등장한 문헌은 장자(莊子)이다.
나는 그 하나를 지킴으로써 조화에 머뭅니다. 그래서 1200년 동안 몸을 수양 하였으나 내 육체는 전혀 쇠하지 않았습니다.25)
조화로움에 머물면서 수련하여 1200년을 살았다는 장자의 문장은 광성자(廣成子)라는 신선의 수련법에서 착안한 것이다.
광성자와 관련한 신선 설화는 갈홍의 신선전(神仙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선전에는 광성자가 황제(黃 帝)에게 1,200년을 살 수 있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정신을 안정되게 유지한다면 육체도 스스로 바르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안정 되고 깨끗하게 하고, 당신의 육체를 피로하게 하지 말며, 당신의 정신이 동요되 지 않도록 하면 장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내부는 신중하게 하고 외물과 접촉 하지 마십시오. 지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실패합니다.26)
25) 莊子·外篇 「在宥」 : 我守其一, 以處其和. 故我修身千二百歲矣, 吾形未常衰. 莊子, 方勇 譯注, 莊子, 中華書局, 2015, 209쪽.
26) 神仙傳: 抱神以靜, 形將自正. 必靜必淸, 無勞爾形, 無搖爾精, 乃可長生. 愼內閉外, 多知 爲敗. 갈홍 저, 이민수 번역, 신선전, 명문당, 1994, 14쪽.
광성자가 신선이 되었던 비법의 핵심은 무엇보다 ‘정신’의 안정에 있다.
정신 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과 편안함을 유지한다면 육체는 절로 피로하지 않고 바르 게 된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바깥세상의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고, 지나치게 지식에 몰두하면 인간은 불행해지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마음을 텅 비우고 자연스러움에 몸을 맡겨야 장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요가나 명 상, 복식호흡 등을 통해 정신의 안정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방식과도 통한다.
건 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고대 중국의 도교 수련법에서 주목하고 있었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고 신체 내부의 기가 잘 흐르게 함으로써 육체를 잘 보 전하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광성자의 수련법은 태평경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장자에서 수일이 성수반덕(性修反德) 즉 본성을 잘 수련하여 덕(德) 으로 돌아가는 상태를 가리켰다면, 태평경에서 수일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 여 인간이 다시 젊어지고 오래 사는 방법으로 설명된다.
장자에서 장생이 내적 수양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었다면, 태평경에서 장생은 인간이 근원적으로 추 구하는 욕망이자 도교의 종교적 주제로 다루어진다.
고금의 중요한 진리로 수일(守一)을 하면 오래 살고 늙지 않는다고 모두 말해 왔다.
사람이 수일을 아는 것, 그것을 무극(無極)의 도라 한다.27)
수일 하는 방법을 알면 늙은이가 다시 젊어지고 흰머리가 다시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나온다. 수일을 1달 하면 1년 수명이 연장되고, 2달을 하면 2년 수명 이 연장되며 한 횟수만큼 수명이 늘어난다.28)
사실 태평경에서 수일은 장자에서의 철학적 심오함보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부추기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수일은 장생하고 싶은 신도들이 즉각적으 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교리로 작용하였고, 다시 태평경만의 독특한 교리인 승 부와 결합하면서 의미가 더욱 확장되었다.
수일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내단 수련법이면서 동시에 온갖 나쁜 일을 막고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한다면 하늘 아래와 땅 위, 사방에 있는 육속육친(六屬六親)의 신들이 모두 즐거워하여 크게 일어나서 사람을 좋게 도와주고, 사악하고 나쁜 일을 해결 해줄 것이다.
위로는 제왕의 재앙과 근심을 없애주고, 중간으로는 현자의 질병을 제거해주며, 아래로는 백성들의 나쁜 기운을 쫓아내어 간사한 귀신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29)
병을 치료하고 귀신과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것은 주로 샤머니즘에서 다루는 행위다.
마음을 집중하여 자연의 조화로움에 몸을 맡기는 수련법은 태평경에 이르러 미신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수일은 선한 마음을 유지하고 선한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태평경은 사회를 교화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30)
27) 太平經·壬部 「不分卷」 : 古今要道, 皆言守一, 可長存而不老. 人知守一, 名爲無極之道. 王 明 編, 앞의 책, 716쪽.
28) 太平經·佚文: 守一之法, 老而更少, 發白更黑, 齒落更生. 守之一月, 增壽一年, 兩月, 增 壽二年, 以次而增之. 王明 編, 앞의 책, 740쪽.
29) 太平經·己部 「守一入室知神戒」 : 如此, 則天下地上、四方六屬六親之神, 悉悅喜大興, 助 人爲吉, 以解邪害, 上爲帝王除災病, 中爲賢者除疾, 下爲百姓除惡氣, 令奸鬼物不得行也. 王 明 編, 앞의 책, 413쪽.
30) 내단적 수행론으로서 수일 개념과 승부, 효와 장수의 상관성에 관한 논의는 윤찬원, 앞의 책, 26-27쪽 참조.
중금속으로 만들어진 단약이 인간의 신체를 훼손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것에 비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고 생 명을 중시하는 태평경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미쳤던 긍정적인 영향력이 훨 씬 컸다고 할 수 있다.
4. 음(陰), 땅, 어머니
전 세계 신화에서 대지모신(大地母神)은 모성, 생식력, 창조성, 풍부함을 나 타내는 신으로 이로부터 여성과 땅, 자연은 서로 유사성을 지닌다.
과거 농경 사 회에서 모든 생산물은 땅에서 얻는 것이어서 땅은 생활의 터전인 동시에 만물이 생성되는 근원이었다. 생명의 잉태와 출산이라는 점에서 여성과 자연은 상통하 는 관계이다.
인간과 자연이 이원적으로 대립하고, 여성적 원리가 배제된 근대사 회에서 신화시대의 대지모신을 떠올리는 것은 파괴되고 착취되기 이전의 자연으 로 돌아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지의 신성함을 찬양하고 자연의 다양성 을 존중하는 태도는 산업사회, 물질주의에 대한 저항,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 을 제시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유교가 남성과 ‘양’을 중시했다면, 도교는 여성과 ‘음’을 중시 하였다.
여성적 원리를 지향하는 도교는 포용과 부드러움, 조화, 공존을 강조하 였고,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인 관계로 파악하였다.
태평경역시 ‘음’, 땅, 여 성을 중시하는 사상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타자적 존재인 여성과 자연을 대지모신 으로 간주하였다.
생명을 잉태하여 출산하는 존재로서 여성은 땅과 동일시되고, 땅은 다시 어머니의 신체에 비유되어 신성시되었다.
유교가 주류 담론이었던 중 국의 봉건 사회에서 여성과 자연, 음을 중시하였던 태평경이 주류 담론에 어떻 게 저항하며 주변의 목소리를 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대지모신으로서 여성과 땅, 지통(地統)
태평경은 분명 주음(主陰) 사상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시 봉건 사회에서 남 성과 여성의 지위를 완전히 평등하게 바라보는 견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태평경에도 남녀 불평등의 관계를 보여주는 문장들이 발견된다.
예컨 대 “하늘의 수는 1이고 땅의 수는 2니 두 여성이 한 남성을 섬겨야 한다.”31)라고 하였다.
여성은 비천하고 남성은 존귀하기에 여성은 남성의 곁은 떠나서는 안 되 고, 한 여성이 남성의 곁을 떠나면 나머지 한 여성이 남성의 곁에서 모셔야 하기 에 한 남성에 두 여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시대에 이 러한 인식은 그리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남녀 불평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지만, 여성을 중시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하 였던 태평경의 관점은 다른 유교 경전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조화와 균형 을 강조하였던 태평경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여성이 필요하다고 하 였다.
남성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여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의 조화가 깨 지고 천도(天道)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태평경은 여성이 천하게 여겨 지고 생명이 함부로 다루어지는 상황을 비판하며 여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 하였다.
지금 천하가 도를 잃어버린 이후로 여자를 천시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여 자에게 해를 끼치고 죽이기까지 해서 여자가 남자보다 적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음기(陰氣)가 끊어져 천지의 법칙과 서로 호응하지 않게 되었다.
천도의 법칙에 양기(陽氣)만 있고 짝을 이룰 대상이 없다면, 만물이 말라 죽고, 하늘에서 제때 비가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32)
31) 太平經·丙部 「分別貧富法」 : 故天數一而地數二也, 故當二女共事一男也. 王明 編, 앞의 책, 33쪽.
32) 太平經·丙部 「分別貧富法」 : 今天下失道以來, 多賤女子, 而反賊殺之, 令使女子少於男, 故 使陰氣絕, 不與天地法相應. 天道法, 孤陽無雙, 致枯, 令天不時雨. 王明 編, 앞의 책, 34쪽.
태평경에서 여성의 생명을 중시하는 이유는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 는 존재라는 데 있다. 유교 사회에서 여성의 출산능력은 가문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성은 가장 큰 죄악을 저지른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아들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가문에서 쫓겨나기도 하였다. 심지어 씨받이를 묵인하는 치욕을 받아들여야 하였다. 이에 비해 태평경에서 여성은 가문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인류 의 존속과 번영이라는 대전제 하에 여성과 출산, 생명을 중시하였고, 여성이 사 라지고 생명이 끊어진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계하고 있다.
음과 양이 교합하지 않으면 후세가 끊어지고 세상의 모든 종이 사라지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천지의 연속적인 관계를 끊고, 사소하고 허위적인 명예를 탐내 면, 도리어 후세가 없어지고 참된 진실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은 천하의 커다 란 해로움이다.33)
인류의 존속과 번영이라는 대전제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지 닌 존재 그 자체로서 존중하게 한다. 더 나아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존재 로서 여성을 대지모신으로 숭배하게 한다.
여성은 땅의 정신이 깃든 존재이므로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는 천지가 조화를 이루고 만물이 번창하여 왕의 정치가 평 화롭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유학자들이 주장하였던 이상 사회의 모델에 서 여성이 언급되었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태평경에서는 왕의 정치가 안정되고, 이상적인 사회가 되는 데 여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여자란 땅에 해당하는데 늘 여자만 천시당한다. 천하가 함께 그 참된 어머니 를 천시하고, 땅의 기운을 해쳐 죽이며, 땅의 기운이 끊어져 살 수 없게 한다. 땅이 크게 노하면 재해가 더욱 커지고 왕의 다스림이 평안하지 못한다.34)
33) 太平經·丙部 「一男二女法」 : 陰陽不交, 乃出絕滅無世類也. 二人共斷天地之統, 貪小虛偽 之名, 反無後世, 失其實核, 此天下之大害也. 王明 編, 앞의 책, 37쪽.
34) 太平經·丙部 「分別貧富法」 : 女者應地, 獨見賤, 天下共賤其眞母, 共賊害殺地氣, 令使地 氣絕也不生, 地大怒不悅, 災害益多, 使王治不得平. 王明 編, 앞의 책, 34쪽.
아버지와 하늘이 초월적 존재라면 어머니와 땅은 현실적 실존이다.
여성은 만 물을 키워내는 어머니이며 왕의 정치를 평안하게 만드는 땅과 동일시된다.
도 덕경에서 여성이 물, 연약함, 유연성 등 철학적 메타포로 표현되었다면, 태평경에서 여성은 ‘몸’으로 기억되는 존재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은 신체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존재한다.
이러한 논리로 볼 때, 땅은 어머니의 신 체와 같은 것이 되어서 함부로 땅을 파거나 공사를 해서 파괴하면 안 되는 대상 이 된다. 태평경에는 여성과 땅을 천시하거나 그 기운을 해치면 안 된다는 문 장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샘은 땅의 피고, 돌은 땅의 뼈며, 좋은 흙은 땅의 살이다.
샘을 뚫는 것은 땅 의 피를 빼는 것이고, 돌을 깨뜨리는 것은 땅의 뼈를 쪼개는 일이며, 좋은 흙을 깊이 파고 그 속에다 기와와 돌, 단단한 목재를 던져 넣어 땅을 단단하게 하는 것은 땅 내부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35)
물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연결되어있다.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다.
하지만 태평경은 우물 을 파는 것마저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물은 땅의 피이기에 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것은 어머니의 신체를 해치고 어머니의 피를 뽑아내는 것 과 같다는 것이다.
의인화된 땅은 어머니의 신체와 동일시되고, 인간은 어머니 뱃속의 태아로 설명된다. 인간이 토목공사를 하는 것은 태아가 제멋대로 어머니 의 배를 뚫는 것과 같고, 인간이 이기적으로 자신의 삶을 추구한다면 어머니인 땅은 병이 들 것이라고 하였다.
화려한 집을 짓기 위해 산과 언덕을 깎아 내고 토목공사를 하기 위해 건축 재 료를 함부로 채취하면 인간의 삶은 편해지겠지만, 땅과 자연이 가지고 있었던 고 유한 기운은 사라지게 된다.
토목공사는 결국 땅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고 인간 중심으로 공간을 변형하는 행위다. 태평경에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토목 공사는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 토목공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당시 위정자의 폭정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도 있다. 맹강녀 (孟姜女) 전설에서 드러나듯 토목공사는 폭정의 시작이었다.36)
35) 太平經·丙部 「起土出書訣」 : 泉者, 地之血, 石者, 地之骨也, 良土地之肉也. 洞泉爲得血, 破石爲破骨, 良土深鑿之, 投瓦石堅木於中爲地壯, 地內獨病之. 王明 編, 앞의 책, 120쪽.
36) 토목공사와 관련하여 백성의 고통을 묘사한 서사는 맹강녀(孟姜女)의 전설이다. 맹강녀의 남편 범 희량(范喜良)은 장성(長城)을 쌓는 데 차출되어 성을 쌓다가 벽이 무너져 여러 인부와 함께 깔려 죽었다. 남편을 잃은 맹강녀가 장성 앞에서 사흘 밤낮을 통곡하자 장성이 무너졌다고 한다. 맹강녀 전설은 폭정과 토목공사로 고통받았던 당시 사람들의 원망을 반영하고 있다. 맹강녀와 관련한 내용 은 유향, 임동석 역주, 열녀전(列女傳)·정순전(貞順傳), 동서문화사, 2009, 338-339쪽 참조.
토목공사에 대 한 비판은 자연 파괴에 대한 비판이면서 백성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부역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였다. 태평경에서 자연을 파괴하는 토목공사는 흥미롭게도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않는 불효와 연결된다.
땅은 어머니이기에 땅을 해치는 토목공사는 어머니의 신체를 파괴하는 불효로 여겨진다. 토목공사를 하게 되면 벌을 받거나 천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땅을 신성하게 여기고 자연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면 복을 누리고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였다.
토목공사가 승부(承負), 불효와 연결되면 설득력은 그만큼 커진다. 벌을 받거나 수명이 줄어들지 않기 위해 혹은 불효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땅을 파는 행위는 하 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은 자연스럽게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노 력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몸을 소우주로 보고, 자연을 대우주로 보며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있 다는 인식은 일찍이 반고(盤古)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37)
37) 중국 신화에서 반고(盤古)는 태초의 혼돈에서 태어난 거인으로 반고가 죽은 이후에 신체의 각 부위 는 해와 달, 산과 강, 풀과 나무, 돌, 눈비와 안개 등으로 변하였다고 전해진다. 거인이 죽고 해체 된 신체 기관이 변하여 우주가 된다는 신화적 상상력은 소우주인 인간이 대우주와 소통 가능하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반고 관련 신화는 예문유취(藝文類聚)권1에 인용된 삼오역기(三五歷 紀) , 역사(繹史)권1에 인용된 오운역년기(五運歷年紀)등에서 확인된다.
인간의 신체를 통 해 자연을 상상하는 것은 신화의 시대부터 있었지만, 태평경에서는 땅을 특히 어머니의 신체로 간주하고, 땅과 땅의 기운[地氣], 지통(地統)을 잘 보존하려는 행위를 효로 해석함으로써 토목공사를 반대하고, 자연을 보호하기를 독려하였 다.
물론 태평경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바위굴에 들어가 살거나 완전히 원시사 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태평경은 개발을 위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 해왔던 현대사회에서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되새겨보게 한다.
자연의 유기적 질 서에 순응하고 파괴된 생명력을 치유하기 위해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조차 함부 로 훼손할 수 없음을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2) ‘옷[衣]’—신체를 감싸고 생명을 키워내는 힘
태평(太平)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한 상태를 뜻한다. 태(太)는 ‘크다’, 평(平)은 ‘안정되다’, ‘평온하다’ 등의 의미 를 나타낸다. 하지만 태평경에서는 평(平)의 또 다른 의미인 ‘공평하다’라는 의미를 부각하여 태평(太平)을 “크게 공평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였다.38)
38) 太平經·丙部 「三合相通訣」 : 平者, 乃言其治太平均. 王明 編, 앞의 책, 148쪽.
모 든 사람이 억울함 없이 공평하게 사는 것을 좋은 사회가 되는 첫 번째 조건으로 본 것이다. 봉건 사회의 계급 구조 속에서 태평경은 차별과 불균형에 대해 비 판하였고, 가난한 백성들이 살아가는 데 무엇이 중요한지 관심을 보인다.
차별과 불공평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에 가난하여 고통스럽거나 억울한 사람이 없 어야 조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태평경에서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하여 급하게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요소, 삼급(三急)으로 ‘음식’, ‘남녀의 결합’, ‘옷’을 꼽았다.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 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바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음식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인간 에게는 종족 보존에 대한 욕망이 대두된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태평한 세상이 만들어지듯 남녀의 결합이 이루어져야 인류가 존속해나갈 수 있다. 이 때 문에 태평경에서는 음식 다음으로 남녀의 결합이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하였다.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기에 인간의 생존과 관련하여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옷’을 생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강 조한 것은 생소하게 다가온다. 옷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 이기는 하지만, 풍부한 물질문화를 누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생존’보다는 ‘미 학’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유행이나 취향, 관습 등을 고려하여 옷을 고르고 입는 현대인에게 옷은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거나 과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태평경에서 옷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다루어진다.
생명을 중시하였던 도교 에서 옷은 신체를 감싸고 보호하는 수단이기에 집보다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음식, 남녀, 옷 이 세 가지는 하늘의 운행에 상응한다.
남성은 하늘이고, 여성 은 땅이며 옷은 기대어 의지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것에 기대어 인간의 형체를 길러낸다.39)
39) 太平經·丙部 「守三實法」 : 此三者應天行. 男者, 天也, 女者, 地也, 衣者, 依也, 天地父母 所以依養人形身也. 王明 編, 앞의 책, 44쪽.
태평경에서 신체를 감싸고 보호해주는 옷은 과시나 미학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을 지켜내고 키워내는 행위의 근원이 된다.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근원으로 서 옷은 어머니, 땅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옷에 대한 태평경의 해석은 다른 유교 문헌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견해이다.
예를 들어 예기(禮記)에서 옷은 예의의 시작으로 보았다. 관(冠)을 쓴 이후에야 의복이 갖추어질 수 있고, 의복 이 갖추어진 후에야 몸을 바르게 하고 얼굴을 평온하게 하며 말을 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40)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연장자와 연소자 사이의 예의는 옷에서 시작하였고, 계급사회였던 고대 중국에서 관직이나 신분에 따라 입는 옷 의 색깔과 형태는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당장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백성들에게 예의는 관념적인 것일 뿐이고, 옷을 통해 예의가 완성된다는 인식은 모호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옷은 외부에서 닥쳐오는 재해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주고, 잘 감싸주어 생명을 보존하게 한다.
더 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옷으로 신체를 가려 보호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탈진이 되거나 얼어 죽을 수 있다. 태평경은 동굴 같은 곳에서 살면 당장 죽는 것은 아니기에 ‘집’보다 ‘옷’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41)
화려한 치장이나 예의를 위 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잘 키워내기 위해 옷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도교 가 생명을 얼마나 중시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태평경에서 생명과 신체에 관한 관심은 인간을 넘어 동물과 식물까지 확장 된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인간이 그 위에 서서 지배하거나 장악해야 할 대상 이 아니다.
인간이 동물을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 보는 인식은 태평경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동물 역시 인간처럼 생명을 지닌 존재이기에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하고,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는 것이 가장 급 한 두 가지 요소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동물의 털이나 깃, 비늘이 중요하다고 하 였는데, 이것은 인간의 옷에 해당한다.42)
40) 禮記·冠義: 禮義之始, 在於正容體, 齊顏色, 順辭令. 容體正, 顔色齊, 辭令順, 而後禮義 備. 이상옥 옮김, 예기, 명문당, 2003, 1518쪽.
41) 太平經·丙部 「守三實法」 : 天道有寒熱, 不自障隱, 半傷殺人. 故天爲生萬物, 可以衣之, 不 衣, 但穴處隱同活耳, 愁半傷, 不盡滅死也. 此名爲半急也. 王明 編, 앞의 책, 44쪽.
42) 太平經·丙部 「三急吉凶法」 : 其一小急者, 有毛羽鱗亦活, 但蟲亦生活. 但有毛羽者, 恒善 可愛, 御寒暑, 有鱗者, 恒御害, 非必須而生也, 故爲小急也. 王明 編, 앞의 책, 47쪽.
털이나 깃, 비늘은 동물의 신체를 보 호해주고, 추위나 더위를 막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다른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위험을 제어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식물은 인간이나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체다. 생명 을 지닌 존재로서 식물은 세상의 조화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태평경에서는 식물 역시 인간과 동물처럼 생존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빗물’, ‘낮과 밤’, ‘가지와 잎사귀’이다. 식물이 말라 죽지 않기 위해서는 빗물이 가장 중요하다. 식물의 관점에서 보면, 빗물은 음식이 된다.
다음으로 낮과 밤이 중요한데, 이는 음과 양의 조화로 해석된다. 낮에 따뜻한 빛을 받고, 밤에 습기를 얻으며 식물은 빛과 어둠, 낮과 밤, 음과 양의 교합을 통해 생존해나간다. 식물은 또 스스로 지키기 위해 뿌리를 내리며 가지를 늘어뜨리고 잎사귀를 펼친다. 가지와 잎사귀는 식물을 감싸고 보호해주 는 옷이 된다.43)
태평경은 삼급(三急) 즉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생존하는 데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인간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동물과 식물, 더 나아가 우주의 만물 과 연결한다.
이러한 인식은 인간 중심적 사유를 버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 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한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중시하였던 태평경은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함부로 해치 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지 자연의 지배 자나 소유자가 아니다.
인간이 다양한 생태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연과 우주의 한 부분임을 자각하게 된다면, 파괴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생명의 근원으로 회귀 하고, 자연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무릇 천도(天道)는 살해를 싫어하고 생명을 좋아한다. 꿈틀거리는 모든 것들 도 모두 지성이 있어 가벼이 죽이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44)
이상은 천지를 따르고 음양의 결합을 모범으로 삼아 남녀 중에 원망을 품는 자가 없게 하면, 비가 제때 내리고 땅에서 만물이 자라 왕의 통치가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한 것이다.45)
43) 太平經·丙部 「三急吉凶法」 : 萬物須雨而生, 是其飲食也. 須得晝夜, 壹暴壹陰, 晝則陽氣 爲暖, 夜則陰氣爲潤, 乃得生長, 居其處, 是其合陰陽也. 垂枝布葉, 是其衣服也. 王明 編, 앞 의 책, 47쪽.
44) 太平經·丙部 「生物方訣」 : 夫天道惡殺而好生, 蠕動之屬皆有知, 無輕殺傷用之也. 王明 編, 앞의 책, 174쪽.
45) 太平經·丙部 「一男二女法」 : 右順天地, 法合陰陽, 使男女無冤者, 致時雨令地化生, 王治 和平. 王明 編, 앞의 책, 39쪽.
유교에서 태평한 세상은 훌륭한 지도자가 출현하여 그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면 백성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역대 유학자들은 왕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 군사 등과 관련하여 수많은 이론을 제시해왔다.
이와 달리 도교에서는 태평한 세상을 만드는 주체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천지 만물이 도(道)를 따 르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면 세상은 저절로 평화롭게 되고 사람들도 원망을 품 지 않는다고 하였다.
비가 제때 내리고 땅에서 만물이 살아난 이후에야 왕의 통 치가 평화로울 것이라고 여겼다.
인간과 동물, 식물, 모든 생명체는 서로 동등한 지위를 지니고, 태평한 세상은 아래에서 이루어진 평화로운 연대 의식이 위로 올 라감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태평한 세상은 정교하게 이루어진 제도나 이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 정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원한다면, 어머니인 땅을 잘 보존하고 땅의 정신 을 이해하며 생태계의 유기적 질서에 순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태평경의 생 명 사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을 인간 사회와 경쟁하 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열려 있는 시선으로 동물과 식물, 우주의 생명체를 바라 보게 된다면, 지구의 생존 위기나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인간이 진정 생태계와 연대를 이루어 나갈 때, 비로소 파괴적 인류세에서 벗어나 긍정적 인 힘이 가득한 인류세가 될 것이다.
5. 나오며
태평경은 현세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불로장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 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도교 경전으로 음양오행설과 무속 신앙의 성향을 강하 게 띠고 있기에 당시 귀족 계층에게 환영받지 못하였다.
부적이나 주문, 액막이, 치병 등 미신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태평경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화합하 여 통하는 삼합상통(三合相通)을 제기하면서 인간이 자연, 우주와 조화를 이루 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였다.
태평경이 조화와 화합의 정신을 강조하고, 생명 특히 여성과 암컷의 생명을 중시하였던 것은 음을 중시하였던 도가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고대 중국 철학 에서 하늘과 땅, 사람 세 요소는 중요한 근간이었는데, 태평경은 세 요소를 모두 중시하면서도 지통(地統) 즉 땅에 대한 사유를 중시하였다. 땅은 여성, 어 머니, 생명과 동일시된다.
땅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대지모신으로 여겨졌 고, 이 때문에 태평경에서는 함부로 땅을 파거나 토목공사 하는 일을 경계하였 다. 땅을 중시하는 사유는 천(天)을 중심으로 한 유교 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태평경은 무엇보다 생명의 유지와 보존의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생명 중시와 관련하여 태평경이 특별한 이유는 봉건 사회의 계급 구조에서 천시당하였던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있다. 고대 중국에서 여성은 남 성 중심의 봉건 사회 질서를 지키는 데 수단으로 여겨졌고, 여성의 고통이나 슬 픔은 무시되었으며, 심지어 여성의 신체가 훼손되거나 죽임을 당하여도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평경은 세상이 조화와 공존의 상태로 나가기 위해 음과 양의 조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지기 위해 무엇보다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고 신체를 지켜줘야 한다고 하였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대지모신, 땅과 어머니는 ‘관념’이 아니라 ‘몸’으 로 실존을 나타내는 존재다.
모든 생명체는 신체를 잘 보호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태평경에서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음식, 남녀의 결합, 옷을 제시하였다.
유교에서 옷은 예의와 계급을 나타내는 표상이지 만, 태평경에서 옷은 인간을 비롯하여 동물과 식물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신체를 보호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진다.
태 평경은 유교 경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였고, 사회에 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나 땅에 심어진 식물도 지성이 있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관점은 애니미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만, 태평경의 사상은 원시 신 앙의 영역을 넘어선다.
지구는 인간이 함부로 정복하고 훼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자연 파괴, 환경 파괴. 대규모 토목공사 등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 에서 나온 것이고, 이로부터 인간의 심성은 왜곡되고, 도덕성은 타락하였다.
생 명 중시 사상을 강조하였던 태평경은 환경 파괴 위기와 마주하는 현대인에게 긍정적인 힘을 제공한다.
지구를 끊임없이 변화하며 조화를 이루는 유기체로 바 라보고, 인간이 다양한 생명체와 연대 의식을 나눈다면, 폭력과 파괴로 얼룩진 세상을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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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본 논문은 태평경(太平經)을 통해 고대 중국에서 생명과 여성을 중시하였던 상황 을 살펴보고, 자연과 환경, 인간이 마주할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태평경은 천(天)—지(地)—인(人)의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지(地) 즉 땅의 중요성을 강조하 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평경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화합하여 통하는 삼합상통(三 合相通)을 제기하면서 특히 지(地), 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평경이 조화와 화합의 정신 을 강조하고, 생명 특히 여성과 암컷의 생명을 중시하였던 것은 음(陰)을 중시하였던 도가 철 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땅은 여성, 어머니, 생명과 동일시된다. 땅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 는 대지모신으로 여겨졌고, 이 때문에 태평경에서는 함부로 땅을 파거나 토목공사 하는 일을 경계하였다.
생명 중시와 관련하여 태평경이 특별한 이유는 봉건 사회의 계급 구조에서 천시 당하였던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있다.
단순히 출산하는 수단으로서 여성의 신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그 자체가 소중한 생명임을 강조하였다.
조화와 화합의 정신, 생명 사상을 강조한 태평경은 생명을 경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힘을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제어】 태평경, 도교, 생태여성주의, 주음(主陰) 사상, 지통(地統)
Abstract
Ecofeminism in Taiping jing
Kim, Jiseon(Assistant Professor, Dept. of Chinese Language and Literature, Dongguk University)
This paper aims to examine the situation in which life and women were valued in ancient China through Taiping Jing, and to find ways to overcome the crises that nature, the environment, and humanity face. It is noteworthy that Taiping Jing emphasizes the harmony of heaven, earth, and man, while also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earth. Taiping Jing emphasizes the spirit of harmony and unity, and its emphasis on life, especially that of women and females, is influenced by Taoist philosophy, which emphasizes yin. The earth is identified with women, mothers, and life. The earth was considered the Mother Earth, conceiving and giving birth to life. For this reason, Taiping Jing warned against indiscriminate digging or civil engineering. What makes Taiping Jing special in its emphasis on life is its insistence on protecting women, who were despised within the class structure of feudal society. Rather than simply valuing women’s bodies as a means of procreation, it emphasized the preciousness of women themselves as precious lives. Taiping Jing, emphasizing the spirit of harmony and unity, and the philosophy of life, holds significance in that it provides a positive force for overcoming the problems of modern society, which disregards life and destroys the environment.
【Key words】 Taiping jing, Taoism, Ecofeminism, Zhuyin(主陰), Ditong(地統)
논문접수일: 2025.09.18. 논문심사기간: 2025.09.25.~10.07. 게재확정일: 2025.10.13.
철학·사상·문화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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