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글
지옥(地獄, hell)은 늘 신학계의 화두였다. 논의의 핵심은 과연 지옥이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존재론적 논의’,2) 지옥이 존재한다면 과연 그 본질적 상태는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상태론적 논의’,3) 누가 지옥에 가는가에 대한 구원의 대상과 관련된 ‘범주적 논의’ 등으로 큰 틀에서 갈무리 가능하다.4)
2) Bart D. Ehrman, Heaven and Hell: A History of the Afterlife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라.
3) Edward Fudge & Robert A. Peterson, Two Views of Hell: A Biblical & Theological Dialogue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2000)을 참고하라.
4) 보편구원설적 관점으로 구원의 대상에 대한 범주적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 David Bentley Hart, That All Shall be Saved: Heaven, Hell, and Universal Salvatio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19)를 살펴보라.
2011년 미국 미시건에서 지옥과 관련된 핵폭탄 같은 논의가 Mars Hill Bible Church 담임목사였던 랍 벨(Rob Bell, 1970~)에 의해 한껏 더 진하 게 불거졌다. 그의 책 Love Wins: A Book About Heaven, Hell, and the Fate of Every Person Who Ever Lived(2011)5)에서 벨은 지옥을 전통적 견 해, 즉 ‘장소적·영원적 형벌’의 견해로 조망하는 데에 큰 의문을 제기했 다. 책 제목에 잘 피력된 대로, 벨은 ‘사랑이 이긴다’(love wins)라는 해석 학적 틀 내에서 지옥을 재해석하며, 지옥은 전통적인 시각처럼 ‘영원한 형 벌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음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 한 상태’ 혹은 ‘하나님과의 분리 상태’ 정도로 이해하려는 수정주의적 관 점을 취했다.
결국 벨의 관점은 수많은 신학적 분란을 필연적으로 재생산 해 냈는데, 그 이유는 벨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모두가 구원되기를 바 라는(hope)’ 희망을 책 전반에 걸쳐 피력했기 때문에 그의 신학이 결론적 으로 보편구원론으로 치달아 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맞닥뜨 렸기 때문이다. 존 파이퍼(John Piper, 1946~)도 트위터에 “Farewell Rob Bell”(랍 벨에게 작별을 고한다)6)라고 이 사안과 관련해 비판적 포스팅하 면서 논쟁의 불을 더 붙였다.
소위 ‘랍 벨 사건’ 이후로 신학계는 다시금 지옥에 대한 깊이 있는 고 민이 자의 반·타의 반 이루어졌다.
이 고민의 결과적 흔적 중 하나가 지 옥 논쟁: 지옥에 관한 네 가지 성경적·신학적 견해(Four Views on Hell, 2016)7)이다.
5) Rob Bell, Love Wins: A Book About Heaven, Hell, and the Fate of Every Person Who Ever Lived (New York: HarperOne, 2011).
6) https://x.com/JohnPiper/status/41590656421863424 (2025년 10월 4일 접속).
7) Stanley N. Gundry & Preston Sprinkle, eds. Four Views on Hell, Counterpoints: Bible and Theology (Grand Rapids: Zondervan Academic, 2016). 이 책은 2019년 다음과 같이 한글 번역 되었다. 데니 버크, 존 스택하우스 2세, 로빈 패리, 제리 월스 공저, 『지옥 논쟁: 지옥에 관한 네 가 지 성경적·신학적 견해』, 스탠리 건드리·프레스턴 스프링클 공편, 김귀탁 역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9).
이 책에서 전통적 견해(악인은 영원한 형벌을 받을 것이다), 절멸적 견해(악인은 사라질 것이다), 보편구원론적 견해(악인도 구원 받 을 수 있다), 연옥설적 견해(의인은 성화의 과정을 거쳐 영생을 얻는다)가 정면으로 부딪혀 서로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옥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성경 적·신학적으로 건전하고 타당할까?
본 연구는 이를 19~20세기 네덜란드 를 살았던 개혁파 교의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 의 빛 아래서 시도할 것이다. 바빙크는 자신의 주저(主著) 개혁교의학 (Gereformeerde Dogmatiek)8)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저서 전반에 걸쳐서 도 지옥에 대해 통찰력 있는 견해를 의미심장하게 제시했다.
바빙크의 견 해를 통해 지옥에 대한 보다 더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존재 이유이다.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는 ‘주관적 계시 지양·객관적 계시 지향’9) 의 견해다.
바빙크는 지옥에 대해 조망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 및 태 도를 ‘주관주의’ 즉 개인적 감정이나 인간적 정서, 주관적 상상이라고 보 았다. 바빙크는 지옥을 말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와 지옥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주관주의가 아니라 ‘객관주의’ 즉 기록된 객관적인 말씀이 계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10)
8) Herman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박태현 역, 『개혁교의학』, 총4권 (서울: 부흥과개 혁사, 2011). 네덜란드어 원문과의 비교를 위해서 Gereformeerde Dogmatiek의 electric version 을 활용했다. 그러므로 Gereformeerde Dogmatiek이 각주에 인용될 때는 페이지 숫자를 명기하지 않았고 원문만 소개했다.
9) 여기서 언급한 ‘주관적 계시’ 개념은 기록된 계시인 객관적 계시가 성령 하나님의 조명하에 인간에 게 적용되는 형식의 ‘주관적 계시’ 개념과는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 즉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주 관적 계시’ 개념은 인간의 주관적 생각, 느낌, 판단, 태도 등을 총괄한 인본주의적 인식론적 틀을 의 미한다.
10) 바빙크는 ‘객관’과 ‘주관’의 관계성 내에서 신학의 본질을 설명하기 즐겨 했다. 예를 들면, Herman Bavinck, Philosophy of Revelation: A New Annotated Edition, eds. Cory Brock & Nathaniel Gray Sutanto, 박재은 역·해제, 『계시 철학: 개정·확장·해제본』 (군포: 다함, 2019)을 살펴보라.
본 연구는 바빙크의 이런 객관과 주관의 관계성 논의 가운데서 지옥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다.
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옥 논쟁에서 피력된 지옥에 관한 네 가지 견해를 개괄적으로 조망해 보겠다.
개괄적 조망의 이유는 과연 바 빙크를 이 네 가지 견해 중 한 특정 견해에 위치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해 보기 위함이다.
그 후 바빙크의 저서들을 개괄적으로 살피며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는 ‘주관적 계시 지양·객관적 계시 지향’의 관점이라는 사 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바빙크의 이런 견해는 지옥에 대한 그의 견해뿐만 아니라 그의 신학 방법론 전반에 걸쳐 주축을 이룬다 는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11)
11) 바빙크에게 있어, 객관은 존재론에 가깝고, 주관은 행위론에 가깝다. 이런 신학적 틀 가운데서 바 빙크의 예배론을 고찰한 박재은, “헤르만 바빙크의 예배론: 존재와 행위의 관계성으로 살피는 예 배,” 「한국개혁신학」 80 (2023): 208~236도 살펴보라.
마지막으로 논의된 내용을 근거로 실천 적 고찰 및 적용 지점을 이끌어 낸 후, 글을 총요약 정리하며 연구를 마무 리 짓겠다.
II. 지옥에 대한 헤르만 바빙크의 견해
1. 지옥 논쟁: 지옥에 관한 네 가지 성경적·신학적 견해의 틀 안에서 바빙크 조망하기
지옥 논쟁은 지옥에 대한 대표적인 네 가지 관점을 소개하고, 각각 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신학 논쟁을 붙여, 무엇이 더 옳은 관점인지를 독 자로 하여금 평가하게 만드는 책이다. 각각의 관점을 개괄적으로 조망해 보겠다.
첫째, 보이스 대학교(Boyce College)의 신약학 교수이자 복음과 문화 연구소(Center for Gospel and Culture) 소장인 데니 버크(Denny Burk)12) 는 지옥에 대한 전통적 견해, 즉 ‘지옥은 악인이 영원한 의식적 고통을 겪 는 장소’라는 견해를 적극 지지한다.13)
버크는 성경학자답게 지옥에 관해 말하고 있는 신·구약 핵심 구절들을 방대하게 분석해 자신의 견해를 뒷 받침하며, 하나님의 성품과 죄의 심각성에 대한 밀도 있는 신학적 논증으 로 지옥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14)
둘째, 캐나다 뉴브런즈윅에 있는 크랜달 대학교(Crandall University) 의 종교학 교수인 존 G. 스택하우스 2세(John G. Stackhouse Jr.)는 ‘종결 적 형벌’ 혹은 ‘조건적 절멸주의’로 알려진 견해, 즉 ‘악인들은 의식적 고 통을 느끼는 상태로 영원히 살지 않으며, 그들의 생명은 심판의 날 이후에 종결될 것’이라는 견해를 적극 주장한다.15)
이 주장의 핵심은 악인들은 지 옥에서 형벌을 받긴 받지만, 이 형벌은 영원하기보다는 사망과 멸망으로 이루어져 끝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16)
셋째, 영국 글로스터셔 대학교(University of Gloucestershire)에서 구 약학으로 박사 학위 취득 후 Wipf & Stock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로빈 A. 패리(Robin A. Parry)17)는 지옥에 대한 ‘보편구원론적 견해’, 즉 ‘기독교의 구원론은 궁극적 화목이 핵심이므로, 심판 이후에는 영원 형 벌보다는 영원 화목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18)
12) 데니 버크는 특히 윤리학 및 성(sexuality) 관련한 성경 해석학을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이다. Denny Burk, What is the Meaning of Sex? (Wheaton: Crossway, 2013)을 살펴보라.
13) Burk, 『지옥 논쟁』, 21~60.
14) Burk, 『지옥 논쟁』, 57~60.
15) Stackhouse Jr., 『지옥 논쟁』, 91~120.
16) Stackhouse Jr., 『지옥 논쟁』, 103~120.
17) 패리는 필명을 Gregory MacDonald로 사용한다. 학문적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보수적 복음주의 진영에서 보편구원설에 대한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필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 편구원론에 대한 패리의 입장에 대해서는 Gregory MacDonald, The Evangelical Universalist (Eugene: Cascade Books, 2006)을 참고하라.
18) Parry, 『지옥 논쟁』, 153~194.
특히 패리는 그 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통한 새 창조의 화목 사역을 강조하며, 이를 지옥에 대한 견해와 유기적으로 연결 짓는다.19) 넷째, 미국 휴스턴 침례 대학교(Houston Baptist University)의 철학· 윤리학 교수인 제리 L. 월스(Jerry L. Walls)는 지옥에 대해 ‘연옥설적 관 점’ 즉, ‘의인이 죽음과 부활 사이에 있는 성화의 시기를 거칠 것’이라는 생각을 피력했다.20) 월스는 연옥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인 ‘죄의 보속’ 개 념으로 연옥을 이해하지 않고, 오히려 ‘죄의 성화적 씻음’ 개념으로 연옥 을 이해하는 수정주의적 입장을 취한다.21)
월스는 현세에서 충분히 성화 에 이르지 못한 신자가 사후에 성화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을 경험할 것을 주장한다.22)
이처럼, 지옥 논쟁에서 다루고 있는 네 관점, 즉 전통적 견해, 조건 적 절멸주의 견해, 보편구원론적 견해, 연옥설적 견해는 지옥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지옥의 ‘상태적 본질’에 대한 논의이다. 즉 각각의 지 지자인 버크, 스택하우스 2세, 패리, 월스에게 있어 지옥의 존재성 자체는 의심 불가하나, 그 존재가 함의하고 있는 본질적 상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23)
19) Parry, 『지옥 논쟁』, 189~194. 20) Walls, 『지옥 논쟁』, 225~268.
21) Walls, 『지옥 논쟁』, 261~268.
22) 연옥에 대한 월스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Jerry L. Walls, Heaven, Hell, and Purgatory: Rethinking the Things That Matter Most (Ada: Brazos Press, 2015)를 참고하라.
23) “독자는 이 책의 기고가 가운데 지옥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 다. 그들이 제기하는 질문은 ‘지옥이 있는가?’가 아니라 ‘지옥은 어떤 곳인가?’다. 이 책에 제시된 모든 견해는 성경이 분명히 지옥에 관해 말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Preston Sprinkle, 『지옥 논 쟁』, 10(서론).
그렇다면 지옥에 대한 헤르만 바빙크의 견해를 위의 네 가지 관점 중 하나의 관점 하에 위치시킬 수 있을까?
물론 바빙크의 관점은 조건적 절 멸주의, 보편구원론, 연옥설의 관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 네 가지 관 점의 틀 속에서는 데니 버크의 ‘전통적 견해’에 가장 잘 부합한다. 하지만 바빙크의 논증은 버크의 논증과는 차별성이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차별성은 바빙크는 자신의 신학 전반에 걸쳐 피력되는 ‘객관’과 ‘주관’의 관계 성 내에서 지옥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대단히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지옥을 주관주의적 느낌으로 아무리 상상해 봤자 도무지 최종 결 론이 나올 수 없으므로 객관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빙크 의 강조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런 차별성을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조망 해 보겠다
2. 바빙크의 견해 1: ‘주관적 계시 지양’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가 말한 대로 인간은 ‘이성’(λόγος)과 ‘감정’(πάθη) 모두를 가진 존재이다. 이성 이 감정을 일방적으로 앞서도 안되고, 감정이 이성을 일방적으로 앞서도 안된다. 진정한 전인(全人)은 지·정·의의 유기적 조화 가운데 이루어져 야 한다.
문제는 ‘신학 함’(doing theology)에도 감정이 모든 것보다 앞서는 것 이다. 혹자는 지옥에 대한 말은 사람들에게 감정적 공포를 조장하므로 교 회에서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24)
‘불신 지옥’이라는 말은 하나님을 너무 쩨쩨하게 만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25)
사랑이 많은 하나님이 너무 끔찍한 지옥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설 교하기도 한다.26)
24) https://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29. “천국·지옥 간증 자체가 비성경적…공포 조장”(교회와신앙, 2012.11.27.). 2025년 10월 4일 접속.
25) https://v.daum.net/v/AQgkexMa42. “불신 지옥? 하나님 그리 쩨쩨하지 않다: 최원영 작가의 메시지”(중앙일보, 2020.10.5.). 2025년 10월 4일 접속.
26) https://www.breaknews.com/98336. “천국에 간 사람 없고, 지옥도 간 사람 없다-<집중기획> 에덴성회 이영수 총회장 종교활동 연구①”(브레이크뉴스, 2009.3.15.). 2025년 10월 4일 접속.
이런 류의 설교 및 가르침은 지나치게 주관주의적이며 감정적이다. 지옥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단순히 ‘감정적 공포’를 조장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너무 ‘쩨쩨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 문에, 사랑이 많은 하나님이 끔찍한 지옥을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면 신학의 시작이 ‘주관적 감정’에 근거하므로 그 신학은 대단히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주관적 감정은 늘 조 변석개(朝變夕改)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빙크는 지옥에 대해 다룰 때 주관적 감정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즉 바빙크는 지속적으로 ‘주관적 계시를 지양’하 는 입장을 철저히 취한다.
바빙크의 말을 들어보자.
영원한 형별의 교리에서 만일 인간의 감정이 결정권을 지녀야 한다면[het menselijk gevoel te beslissen had], 이것은 분명히 주장하기 힘든 것이고 오 늘날에도 단지 소수의 옹호자만 있을 뿐이다.
감사하게도 18세기 이후로 박 애주의 사상과 동정심이 강력하게 일깨워지고 과거에 특히 형법의 영역에서 지배적이던 잔인성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은 인정되어야만 한다.27)
27) “Indien bij de leer van de eeuwige straf het menselijk gevoel te beslissen had, zou zij zeker moeilijk te handhaven zijn en thans ook maar weinig verdedigers vinden. Dankbaar dient het te worden erkend, dat sedert de achttiende eeuw de idee van de humaniteit en het gevoel van sympathie krachtig ontwaakt zijn en aan de wreedheid, die vroeger voor alook op het gebied van het strafrecht heerste, een einde hebben gemaakt.” Bavinck, 『개혁교의학』, 4:840[576].
바빙크는 ‘인간의 감정’(het menselijk gevoel)이 지옥에 대한 교리를 이해할 때 ‘결정권을 가지는 것’(te beslissen had)은 매우 위험하다고 옳 게 생각했다.
바빙크는 결정하다, 결심하다, 해결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네덜란드어 베슬리선(beslissen)을 사용해서 영원 형벌 교리를 말할 때는 그 어떤 인간의 감정도 결정권 및 해결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옳게 진술 했다.
바빙크는 법과 정의를 규정할 때도 인간의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데, 하물며 신학을 전개할 때는 인간의 감정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바빙크의 말을 들어보자.
인간의 감정 위에 세울 수 있는 것이 없다. 인간의 감정은 법과 정의를 규 정함에 있어서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해서도 안 된다[het menselijk gevoel valt daarom weinig te bouwen; dat mag en kan bij de bepaling van recht en wet de beslissing niet geven]. 심지어 비록 역경으로 여겨진다고 할지라 도, 사람의 손에 빠지는 것보다 여호와의 손에 빠지는 것이 훨씬 낫다(대상 21:13). 그리고 이것은 지옥의 영원한 형벌의 교리에 있어서도 적용된다.28)
바빙크는 인간의 감정 위에 법과 정의를 세울 수 없는 것처럼, 지옥의 영원한 형벌의 교리에 있어서도 인간의 감정 위에 신학을 세워서는 안 된 다는 사실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 위에 세울 수 있는 것은 없다’(het menselijk gevoel valt daarom weinig te bouwen)라고 말하며, 인간의 감정은 ‘주관적 계시’이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 고 있다.
바우언(bouwen)이란 네덜란드어는 곡물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 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집을 짓고 세운다는 의미, 믿고 의존한다는 의 미, 의견을 형성하고 기초를 둔다는 의미까지도 확장적으로 존재한다.
이 런 용례에 따라 다시 해석해 보면, 지옥에 대한 교리를 형성할 때는 절대 로 인간의 감정 위에 세워서는 안 되며, 인간의 감정을 의존하면 안 되고, 인간의 감정 위에 기초를 형성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바빙크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가늠해 볼 수 있다.
바빙크는 이 인용문에서 역대상 21장 13절, 즉 ‘다윗이 갓에게 이르되 내가 곤경에 빠졌도다 여호와께서는 긍휼이 심히 크시니 내가 그의 손에 빠지고 사람의 손에 빠지지 아니하기를 원하나이다 하는지라’을 인용하고 있다.29)
28) “het menselijk gevoel valt daarom weinig te bouwen; dat mag en kan bij de bepaling van recht en wet de beslissing niet geven; zelfs als de schijn er tegen is, is het toch oneindig veel beter, in de hand van de Heere, dan in die van mensen te vallen, 1 Chron. 21:13. En dit geldt ook bij de leer van de eeuwige straffen in de hel.” Bavinck, 『개혁교의학』, 4:840[576](강조는 첨가).
29) 본 연구에서 인용되는 한글 성경은 개역개정역이다.
이 지점이 바빙크의 특징적인 지점이다. 바빙크는 인간의 감정에근거한 ‘주관적 계시’ 반대편에 늘 ‘신론적 고찰’을 위치시킨다.
이는 의도 적 배치인데, 그 어떤 신학도 인간의 주관적 감정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되 고 오히려 하나님 위에 세워져야 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다. 바 빙크는 심지어 지옥 교리도 마찬가지로 조망하고 있다.
심지어 지옥이라 는 극한의 곤경에 빠질 때도 사람의 손에 빠지는 것보다 하나님의 손에 빠 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신앙고백을 신론적 고찰 위에서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신학적 구조는 지옥이라는 극한의 곤경을 논할 때에도 끝까지 인 간의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바빙크는 주관적 감정의 한 요소로 ‘주관적 상상’에 대해서도 건드리 고 있다.
사실 지옥은 경험론적 고찰을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현재를 기준 으로 아직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부활한 몸이 영원토 록 들어가는 영벌의 장소로서의 지옥을 경험하는 것을 그 누구도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론적 불가능성 때문에 지옥에 대한 ‘주관적 상 상’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유튜브에 지옥 체험 간증 영상 이 난무하고 있으며,30) 직접 체험한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 한 간증집들이 날개 돋친 채 팔리고 있고,31) 소위 천국·지옥을 경험하는 입신 간증이 여전히 교회 안팎에서 유행하고 있다.32)
30) https://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697. “천국지옥 체험 ‘유튜브’ 간증 ‘위험하다’: 과거 현재 수백건의 영상들 퍼지고 있어”(교회와신앙, 2019.1.17.). 2025년 10월 4일 접속. 31)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808/1476397. “직접 체험한 천국과 지옥 모습 생 생하게 묘사”(한국일보, 2023.8.8.). 2025년 10월 4일 접속.
32) https://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35. “천국·지옥 입신간증 열풍 의 고전(古典)과 유행: 스베덴보리·펄시콜레·구순연·토마스주남·변승우”(교회와신앙, 2009.6.19.).
바빙크는 지옥에 대한 이런 주관적인 상상의 나래를 지극히 경계한다.
바빙크의 말이다.
지옥의 위치와 크기, 불과 구더기의 속성, 잃어버린 자들의 심리적 상태와 물리적 상태에 대한 질문들은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하는데[leiden tot geen resultaat], 왜냐하면 성경은 이것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de Schrift er het zwijgen over bewaart].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옥의 형벌이 심판 날 후에 비로소 시작되고, 하나님의 진리를 완고하게 반대하는 자들,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아니하는 자들과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행음자들과 술객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거짓말하는 자들에게 계속 위협이 되 고(계 21:8), 그래서 또한 각 사람의 불의의 정도에 따라 그 형벌이 다르다는 사실이다.33)
33) “Onderzoekingen over de ligging en grootte van de hel, over de hoedanigheid van vuur en worm, over de psychische en de fysieke toestand van de verlorenen leiden tot geen resultaat, omdat de Schrift er het zwijgen over bewaart. Alleen dit weten wij nog, dat de straf van de hel eerst een aanvang neemt na de oordeelsdag, dat zij steeds gedreigd wordt aan degenen, die de waarheid van God hardnekkig tegenstaan, aan de vreesachtigen en ongelovigen en gruwelijken en doodslagers en hoereerders en tovenaars en afgodendienaars en leugenaars, Op. 21:8, en dat zij ook dan nog verschilt naar de mate van ieders ongerechtigheid.” Bavinck, 『개혁교의학』, 4:848[576](강조는 첨가).
소위 ‘입신 간증집’을 읽어보면, 지옥의 위치, 크기, 지옥 불의 모양, 지 옥 구더기의 모양, 색깔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모 두 주관적인 상상의 나래일 뿐이지 실제적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진술 은 절대 될 수 없다.
바빙크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지 옥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하는데’(leiden tot geen resultaat) 그 유일한 이유는 ‘성경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de Schrift er het zwijgen over bewaart). 바빙크는 주관적 상상의 나래를 금하는 선을 정확히 긋고 있는데, 그 선은 바로 ‘성경 계시’다.
바빙크의 신학 방식의 특징이 바로 이 선에서부 터 뚜렷이 드러난다. 지옥 형벌이 심판 이후에 일어나는 이유는 성경이 그 렇게 계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진리를 반대했던 사람들이 향후 지옥의 형 벌을 받게 되는 이유는 성경이 그렇게 계시하고 있기 때문이고, 각 사람의 불의의 정도에 따라 형벌이 다르게 적용되는 이유도 성경이 그렇게 계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34)
바빙크는 ‘성경이 그렇게 계시하고 있기 때문’만이 각종 신학적 내용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옳게 지적하고 있다.
바빙크는 이런 측면에서 ‘연옥’ 교리도 비판하고 있다.
바빙크가 생각 했을 때 중세 로마 가톨릭 전통이 전개했던 연옥 교리는 지나칠 정도로 주 관적 계시에 근거한 신학적 상상의 나래였다. 연옥에 대한 바빙크의 비판 을 살펴보자.
종교개혁은 이런 연옥이 그리스도의 공로를 제한한다고 여기고, 오직 믿음 으로 의롭게 된다는 이신칭의의 원리를 바탕으로 사람은 ‘죽음의 고통 가운 데 겪는 개인적 심판’ 후에 곧바로 하늘의 구원이나 지옥의 멸망에 들어간다 고 가르쳤다.35)
바빙크는 종교개혁 신학의 핵심을 성경에 근거한 ‘이신칭의’ 원리라고 보았고, 천국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공로로 믿음을 통해 누리게 되며, 지옥 은 개개인의 죄 때문에 가게 된다는 사실을 옳게 지적했다.36)
이런 성경적 이신칭의 원리 위에서 주관적 상상의 나래에 근거한 연옥 교리는 설 자리 를 궁극적으로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바빙크는 생각했다.37)
34) Bavinck, 『개혁교의학』, 4:848[576].
35) Bavinck, 『개혁교의학』, 4:722[553].
36) 바빙크의 인죄론과 관련해서는 이경직, “헤르만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에 나타난 죄 이해,” 「조직 신학연구」 25 (2016): 84~116을 살펴보라.
37) ‘주관적 계시’를 철저히 지양했던 바빙크의 이런 입장은 『지옥 논쟁』에서 연옥설을 주장했던 제 리 L. 월스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비평할 수 있는 논리가 될 수 있다. Cf. Walls, 『지옥 논쟁』, 225~268.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겠다. 바빙크는 지옥에 대해서 다룰 때 ‘주 관적 계시’ 즉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의 상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지양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지옥에 대한 교리가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의 상 상 위에서 형성되고 그려진다면, 결국 이 지옥은 하나님의 의도, 하나님의 판단, 하나님의 결정, 하나님의 질서38)와는 전혀 무관한 인본주의적 산물 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
38) 바빙크는 인간의 질서는 모두 ‘죄’라고 보았고, 인간의 죄악 된 질서를 회복할 유일한 길은 ‘하나님 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로는 박재은, “헤르만 바빙크와 동성 애: 질서(orde)를 중심으로,” 「개혁논총」 62 (2022): 317~354를 참고하라.
3. 바빙크의 견해 2: ‘객관적 계시 지향’
바빙크는 지옥의 존재와 지옥의 본질적 상태는 의심할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했던 유일한 이유는 성경이 지옥의 실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빙크는 지옥에 대해서는 주관적 계시를 지양하고, 반드시 객관적 계시를 지향해야 한다 고 거듭 주장했다.
바빙크의 주장을 들어보자.
성경 외에[buiten de Heilige Schrift] 지옥의 실재에 대하여 이 세상의 실재보 다 더 강력한 증거[sterker bewijs]는 없[다]. 지옥의 이미지가 보여 주는 특징 들은 이 세상의 비참으로부터 도출되었다.39)
39) “Want buiten de Heilige Schrift is er geen sterker bewijs voor het bestaan van de hel, dan het bestaan van deze wereld, aan de ellende waarvan de trekken van het beeld van de hel zijn ontleend.” Bavinck, 『개혁교의학』, 4:846[576].
여기서 바빙크는 ‘유비적 맥락’ 속에서 지옥의 이미지를 설명하고 있 는데, 물론 지옥의 이미지는 이 세상의 비참으로부터 유비적으로 도출된 것은 맞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성경보다 지옥의 실재에 대해 더 정확 히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가 없다고 정확히 신학적 진술을 하고 있다.
즉 이 세상의 비참함은 지옥에 대한 ‘유비’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옥 에 대한 ‘실재’는 될 수 없다고 바빙크는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매우 통찰 력 있는 생각인데, 그 이유는 이 세상이 아무리 지옥 같아도, 이 세상의 비 참함은 실제 지옥의 비참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약한’ 비참함이라고 실제 지옥의 극강의 비참함을 상대성의 논리로 효과적으로 논증하고 있 기 때문이다.
바빙크는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바로 기록된 성경 계시라고 보았다.
바빙크는 주관적 계시를 지양한 채 객관적 계시로 지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며 크게 세 가지의 논증을 펼쳐 나간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첫째, 바빙크는 지옥을 하나님의 압도적인 거룩한 성품의 측면에서 바 라본다.
바빙크의 논증을 들어보자.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옥에도 있으며, 경건한 자들 가운 데 있는 것처럼 악한 자들 가운데에도 있고, 빛의 궁전에 있는 것처럼 더럽 고 어두운 곳에도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본질이 비록 편재할지라도 피조 물의 본질과는 다른 것이기에, 하나님은 그 더러움으로 인하여 더러워지지 않기 때문이다[Want Hij wordt door die onreinheid niet bezoedeld, omdat zijn essentia, ofschoon alomtegenwoordig, toch een andere is dan die der schepselen]. 그러므로 안셀무스는 하나님이 시간과 장소 안에(in) 있다기보 다는 시간과 장소와 더불어(cum) 있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상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40)
40) “Hij is in de hel evengoed als in de hemel; in de goddelozen zowel als in de vromen; in de plaatsen der onreinheid en der duisternis evengoed als in de zalen des lichts. Want Hij wordt door die onreinheid niet bezoedeld, omdat zijn essentia, ofschoon alomtegenwoordig, toch een andere is dan die der schepselen. Daarom zei Anselmus, dat het eigenlijk beter was te zeggen, dat God cum tempore et loco was dan in tempore et loco.” Bavinck, 『개혁교의학』, 2:209[195](강조는 첨가).
바빙크는 신론을 다루는 개혁교의학 제2권에서 하나님의 비공유적 속성인 ‘편재성’을 지옥과 연결시킨다. 하나님의 편재성 혹은 무소부재성 을 지옥과 연결시킬 때 늘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어떻 게 거룩한 하나님이 거룩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옥에도 편재할 수 있느냐 는 질문이다. 바빙크는 이를 하나님의 무한히 거룩한 성품으로 풀어나간다.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옥에도 있을 수 있는데’ 그 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성품은 피조물과는 달라서 지옥에 편재한다 고 해도 전혀 지옥의 더러움으로 인해 하나님의 본질은 더러워지지 않는 다는 입장을 바빙크는 취했다.
이런 논증은 지옥의 더러움보다 하나님의 거룩성이 압도적으로 더 크고 강하고 무한하다는 성경적 진리에 기초한 논증이다(사 6:3; 시 99:9; 레 10:1~3; 레 11:4; 신 4:24; 시 5:7; 시 11:4; 막 1:24; 요 16:4~15; 벧전 1:15~16; 롬 12:1~2).
바빙크는 안셀무스(Anselm of Canterbury, 1033~1109)를 인용하며41) 하나님은 지옥의 더러움 ‘안에’ (in) 있기보다는 하나님 자신의 주권적 능력과 통치를 통해 원하신다면 얼 마든지 악과 ‘함께’(cum)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지옥의 악은 하나님의 거룩성을 감히 침범할 수도, 감히 침입할 수도, 감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41) Cf. Anselmus, Monologion, c.22.
이는 매우 옳은 주장이다.
둘째, 바빙크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지옥이 서로 양립 가능하다는 사실 을 논증하고 있다.
바빙크의 말이다.
만일 영원한 형벌이 하나님의 공의와 모순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선하심 과 모순되지 않으며 심지어 모순될 수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 가 없다. 만일 영원한 형벌이 불의한 것이라면, 이로써 영원한 형벌은 정죄 되고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선하심에 호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일 영원한 형벌이 하나님의 공의에 상응하는 것이라면, 이때 하나님의 선하심 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된다.의로운 것은 또한 선한 것이다[wat rechtvaardig is, is ook goed]. … 그 누가 세상의 고난과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을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지만 세상의 고난과 하나님의 선하심은 반드 시 조화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런 조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세 상의 엄청난 고난의 실재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하지 못 하게 한다면, 영원한 형벌 역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선하심을 부인하 지 못하게 할 것이다. 만일 이 세상이, 반드시 그래야 하고 그러하듯이, 하나 님의 사랑과 양립한다면, 지옥도 역시 하나님의 사랑과 양립한다[Als deze wereld bestaanbaar is met Gods liefde, zoals zij is en moet zijn, dan is het ook de hel].42)
바빙크는 성경에 계시 된 대로,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대하 12:6; 시 4:1; 사 45:24; 61:11; 습 3:5; 렘 12:1; 롬1:17; 8:33) 불의를 묵과하지 않으시는데, 만약 공의로운 하나님이 자의로 불의를 묵과하신 다면 그는 더 이상 공의로운 하나님이 아니라고 논증한다.43)
42) “Indien zij echter niet met de rechtvaardigheid van God in strijd is, dan is zij dit ook niet en kan het zelfs niet zijn met zijn goedheid. Er is hier geen keus. Indien de eeuwige straf onrechtvaardig is, dan is zij daarmee geoordeeld en behoeft de goedheid van God er niet meer bij te pas gebracht te worden. Indien zij echter beantwoordt aan Gods rechtvaardigheid, dan blijft de goedheid van God daarbij ongedeerd; wat rechtvaardig is, is ook goed. … Wie kan het lijden van de wereld rijmen met Gods goedheid en liefde? Toch moet het er mee overeen te brengen zijn, want het bestaat. Indien nu het bestaan van het ontzettende lijden in deze wereld ons niet mag doen twijfelen aan Gods goedheid, dan mag ook de eeuwige straf ons niet leiden tot haar loochening. Als deze wereld bestaanbaar is met Gods liefde, zoals zij is en moet zijn, dan is het ook de hel.” Bavinck, 『개혁교의학』, 4:845, 846[576](강조는 첨가).
43) Bavinck, 『개혁교의학』, 4:845~846[576].
불의를 묵과 하지 않는 공의로운 하나님은 지옥에서의 영원한 형벌을 당연히 인정하 시는 분이시며, 이런 인정이 없다면 오히려 하나님은 선한 분이 아닌 것이 다.
바빙크는 이를 ‘의로운 것은 또한 선한 것이다’(wat rechtvaardig is, is ook goed)라는 문장으로 갈무리하며, 지옥을 인정하는 공의로운 하나님 이야말로 선하신 하나님이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만약 하나님이 불 의에 눈을 감고 악인을 향해 공의로운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런 하나 님이 문제이지, 악인을 향해 공의로운 형벌을 내리시는 하나님은 전혀 문 제가 없는 분이라는 것이 바빙크의 논증이다.
하나님의 공의로우심과 선하심을 같은 선상에 놓고 논증한 결과, 선하 신 하나님과 지옥은 반드시 공존해야 하며, 공존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공존해야 함이 마땅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논증은 통찰력 있는 논증인데, 하나님의 공의로우심과 선하심의 성품으로부터 지옥의 필연성 을 역으로 설득력 있게 이끌어 낸 논증이기 때문이다.44)
어떻게 선하신 하 나님이 지옥과 양립 가능할 수 있느냐는 비판적 질문에 효과적으로 응대 할 수 있는 논증으로 평가할 수 있다.45) 셋째, 바빙크는 기독론적 측면에서 지옥의 필연성을 논증하고 있다. 바빙크의 주장이다.
영원한 형벌을 반대한 자들은 단지 파멸되어 마땅한 죄, 엄격한 신적 정의 를 정당하게 취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 안에 있 는 구속의 위대함도 침해한다. 만일 영원한 멸망으로부터 구원하려는 목 적이 아니었다면, 하나님 자신의 아들의 핏 값은 너무도 값비싼 것이었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속죄의 죽음으로 성취한 천국은 우리를 해방시키는 지 옥을 전제하고 있다[De hemel, die Hij door zijn zoendood ons verwierf, veronderstelt een hel, waarvan Hij ons bevrijdde].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준 영원한 생명은 우리를 구원해야 하는 영원한 죽음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가 영원토록 누리는 하나님의 호의와 기뻐하는 뜻은 우리가 영원히 빠질 수밖 에 없었던 진노를 전제하고 있다.46)
44) 바빙크는 ‘역의 논리’로 핵심 신학 주제들을 능숙하게 잘 다룬다. 교회론적 관점 속에서도 ‘역의 논 리’를 잘 선용한 바빙크를 살펴보려면 박재은, “헤르만 바빙크의 교회론적 통찰로 고찰한 축소적 교회 위기 극복 방안: ‘축소적 확장’ 개념을 중심으로,” 「기독교철학」 43 (2025): 217~252를 참고 하라.
45) Bavinck, 『개혁교의학』, 4:846[576].
46) “… van het eeuwig verderft De bestrijders van de eeuwige straf doen niet alleen aan de doemwaardigheid van de zonde, aan de strengheid van het Goddelijk recht tekort; zij maken ook inbreuk op de grootte van Gods liefde en van de verlossing, die in Christus is. Indien het niet gegaan had om de redding van een eeuwig verderf, was de prijs van het bloed van Gods eigen Zoon veel te duur geweest. De hemel, die Hij door zijn zoendood ons verwierf, veronderstelt een hel, waarvan Hij ons bevrijdde. Het eeuwige leven, dat Hij ons schonk, veronderstelt een eeuwige dood, waarvan Hij ons verlost heeft. De gunst en het welbehagen van God waarin Hij ons eeuwig doet delen, veronderstellen een toorn, onder welke wij anders eeuwig hadden moeten verzinken …” Bavinck, 『개혁교의학』, 4:847[576](강조는 첨가).
바빙크는 기독론 중 속죄론의 맥락 속에서 지옥의 필연성을 ‘논리적 전제’의 틀 속에서 논증하고 있다. 십자가는 역설적 진리다. 죽어야 산다. 죽어야 부활한다. 그 역(易)의 논리는 불가하다. 그리스도의 속죄도 마찬 가지다.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피를 쏟아 죄인을 대속하신 이유는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죄인을 구원하기 위함이다(갈 1:4; 벧전 1:18~19). 즉 그리 스도의 대속 사역은 ‘지옥’을 논리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마치 죽어야 부 활하는 것처럼, 즉 죽음이 부활의 논리적 전제가 되는 것처럼, 바빙크는 그리스도의 속죄는 지옥을 논리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찰력 있게 되짚고 있다. 바빙크는 ‘그리스도가 자신의 속죄의 죽음으로 성취한 천국’(De hemel, die Hij door zijn zoendood ons verwierf)은 ‘우리를 해방시키는 지옥’(een hel, waarvan Hij ons bevrijdde)을 논리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veronderstelt)고 옳게 논증하고 있다. 바빙크는 같은 맥락으로 ‘우리가 영원토록 누리는 하나님의 호의’는 ‘우리가 영원히 빠질 수밖에 없었던 진 노’를 논리적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추가 논증하고 있다. 매우 통찰력 있는 논증이다.
바빙크는 신·구약 성경 전반에 걸쳐 핵심적으로 계시 된 십자 가의 대속 사역을 통해서 ‘지옥의 필연성’을 역으로 논증하는 탁월함을 보 여 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겠다.
바빙크는 지옥을 논할 때 가장 경계해 야 할 태도와 자세를 ‘주관적 계시에 함몰되는 것’으로 보았고, 주관적 계 시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태도와 자세는 ‘객관적 계시를 지향하 는 것’으로 보았다.
바빙크는 기록된 계시에 입각해, 지옥보다 훨씬 더 압 도적으로 크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편재성을 통해 지옥을 논증했으며, 하 나님의 공의로우심과 선하심의 등치 구조를 통해 지옥의 존재성을 논증 했고, 기독론적인 맥락 속에서 대속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피며 지옥의 필연성을 역으로 통찰력 있게 논증했다.
이런 논증은 주관적 감정이나 인간적 상상에 근거한 것이 아닌, 성경의 핵심 메시지, 즉 ‘하나님의 성품’ 47) 과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에 입각한 지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47) 하나님의 성품이 오롯이 드러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로 는 박재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헤르만 바빙크의 견해,” 「생명과말씀」 34.3 (2022): 161~200을 살펴보라.
4.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와 신학 방법론
앞서 살펴본 대로,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는 ‘주관적 계시를 지양’ 한 채 ‘객관적 계시를 지향’하는 방향성을 취한 견해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런 바빙크의 신학 방식은 단순히 지옥에 대한 견해에만 부분적으로 반영 된 제한적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바빙크 신학 전체를 이끌어 가는 포괄 적인 신학 방식이기도 하다.
계시 철학에서 잘 피력된 바빙크의 입장을 들어 보자. 주관적 종교(religio subjectiva) 앞에는 항상 객관적 종교(religio objectiva) 가 선행한다.48)
바빙크의 이 짧은 한 문장 안에 바빙크의 신학 방식의 핵심이 고스란 히 녹아 들어가 있다.
바빙크는 신학이 주관적 종교의 틀 안에만 머무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오히려 주관적 종교 앞에는 반드시 ‘객관적 종교’가 존재론적으로 선행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계시 철학 면면에서 줄곧 강 조했다.49)
48) Bavinck, 『계시 철학』, 383.
49) 특히 바빙크는 이런 신학 방법론을 ‘계시와 종교 경험’(『계시 철학』, 8장)이라는 장에서 가장 강조 했는데, 그 이유는 ‘종교 경험’이라는 주제는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체험이 논의의 주를 이룰 수 있는 구조적 한계 가운데 존재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Cf. Bavinck, 『계시 철학』, 377~421.
주관적 계시보다는 객관적 계시를 먼저 강조했던 바빙크는 계시 철학에서도 지옥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천국과 지옥의 본질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천국과 지옥의 본질은 모든 종교적 신앙의 요소이며, 심지어 도덕적 세계 질서의 위풍당당함, 인간 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정의 의식, 반박할 수 없는 양심의 증거 등을 진지하 게 고려하는 모든 생각들 속에서 상정되는 개념이기도 하다.50)
바빙크는 ‘천국과 지옥의 본질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라고 옳게 지 적하며, 오히려 천국과 지옥의 본질은 ‘모든 종교적 신앙의 요소’라고 정 확히 지적했다. 바빙크에게 있어 ‘종교적 신앙’은 철저히 기록된 객관적 계시에 근거한다.51)
바빙크가 주관적 계시보다 객관적 계시를 더 앞세웠다는 의미는 객 관적 계시가 모든 주관적 계시를 궁극적으로 굴복시킬 것이라는 종말론 적 의미까지도 내포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바빙크의 찬송의 제사: 신 앙고백과 성례에 대한 묵상(The Sacrifice of Praise: Meditations Before and After Receiving Access to the Table of the Lord, 1922)52)에 다음과 같 이 장엄하게 피력되어 있다.
50) Bavinck, 『계시 철학』, 529(강조는 첨가).
51) “하나님이 오로지 자신의 말씀 가운데 자신에 대해 증거할 수 있듯이, 그의 말씀이 성령의 내적인 증거에 의해 보증된 이후라야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은 그 말씀을 믿는다. 선지자들의 입을 통해 말 했던 동일한 성령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 작용하여,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명령을 신실하게 전수했 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성령은 경건한 자들의 신앙에 대한 보증이자 확증 이다. 만일 그 증거를 우리 마음에 갖는다면, 우리는 어떤 인간적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의 심할 여지없이 마치 우리가 성경 가운데 하나님 자신을 보는 것처럼, 성경이란 사람들의 봉사를 통 해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니온 것이라고 확정한다. 우리는 ‘그 어떠한 불확실한 판단도 초월해 놓여 진 일처럼’ 성경에 복종한다.” Bavinck, 『개혁교의학』, 1:758[151]. 객관적 계시 사역과 보혜사 성 령 하나님의 사역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련 연구로는 유정선, “보혜사 성령의 계시사역,” 「조직 신학연구」 13 (2010): 281~304를 참고하라.
52) Herman Bavinck, The Sacrifice of Praise: Meditations Before and After Receiving Access to the Table of the Lord, 박재은 역, 『찬송의 제사: 신앙고백과 성례에 대한 묵상』 (군포: 다함, 2020).
그리스도의 심판은 모든 창조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선 포 또한 모든 피조물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비판할 수 없고,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심판은 모든 정죄 위 에서 영광 받게 될 것이며, 모든 사람과 마귀의 정죄보다 더 높이 설 것입니 다. 하늘과 땅, 지옥과 모든 피조물은 영원토록 그리스도의 심판 아래 굴복 할 것입니다. 53)
하늘과 땅, 지옥과 모든 피조물은 객관적 계시의 정점, 예수 그리스도 의 심판 아래 영원토록 무릎 꿇고 굴복하게 될 것이다.54)
죄로 심각하게 왜곡된 모든 주관적 계시, 주관적 상상, 주관적 감정은 객관적 계시의 정 점인 예수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며, 주관적 계시의 완결점인 지옥과 악의 세력은 객관적인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의 발등상이 되는 수모를 겪 게 될 것이다. 이날이야말로, 주관적 계시가 영원토록 지양될 날이며, 객 관적 계시가 영원토록 지향될 날일 것이다.
바빙크는 기독교 세계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치유(Christelijke Wereldbeschouwing, 1929)55)에서도 객관적 계시와 주 관적 계시의 관계성 하에서 지옥에 대해 논한다. 바빙크의 글이다.
기독교 전체는 삼위일체와 성육신, 창조와 타락, 죄와 화목, 천국과 지옥과 같은 개념들과 더불어 낡은 세계관에 속하며, 영원히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것은 더 이상 우리 세대에 말을 걸지 못하며, 어떤 깊은 균열 때문에 우리의 근대적 의식과 삶으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 [그러나] 성경의 세계관은 더 는 우리의 사상의 틀에 끼워 맞춰지지 않습니다. 56)
53) Bavinck, 『찬송의 제사』, 193~194(강조는 첨가).
54) Bavinck, 『찬송의 제사』, 194~195.
55) Herman Bavinck, Christelijke Wereldbeschouwing, 김경필 역, 『기독교 세계관: 혼돈의 시대 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치유』 (군포: 다함, 2019).
56) Bavinck, 『기독교 세계관』, 72(강조는 첨가, 의미적 맥락을 드러내기 위해 문장의 전후 순서를 바꿨다).
19~20세기 근대 유럽을 살았던 바빙크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은 19~20세기 현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세계관’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되 어야 할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근대적 의식’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싸움의 방식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 안에 고스란히 피력해 놓았다: ‘성경의 세계 관은 더는 우리의 사상의 틀에 끼워 맞춰지지 않습니다.’
바빙크는 ‘근대적 의식’ 혹은 ‘우리의 사상의 틀’로는 도무지 지옥에 대 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즉 주관적 계시의 틀로는 지옥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바빙크는 지옥을 조망할 때는 반드시 ‘성경 의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57)
57) Bavinck, 『기독교 세계관』, 72~73.
이는 매우 옳은 생각이다.
논의를 요약해 보자.
지옥을 바라봤던 바빙크의 해석학적 틀인 ‘주관 적 계시의 지양·객관적 계시의 지향’의 방향성은 단순히 지옥에 대한 바 빙크의 견해뿐만 아니라 바빙크의 신학 방식 전반에 걸쳐 반영되고 피력 되고 적용되었음이 선명히 드러났다.
종말론적 때가 되면, 모든 형태의 주 관적 계시는 객관적 계시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이날이야말로 곧 지옥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게 될 날일 것이다.
III. 실천적 고찰 및 적용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 즉 ‘주관적 계시의 지양·객관적 계시의 지 향’ 견해를 통해 크게 세 가지 지점으로 실천적 고찰 및 적용이 가능하다.
첫째, 지옥을 말하는 궁극적 이유는 단순히 지옥을 말하기 위함이 아 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기 위함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빙크는 “칼뱅과 일반은총”(Calvin and Common Grace)라는 제목의 기고문58)에서 칼뱅의 글을 분석하면서 “지옥의 형벌은 하나님과의 교제 단 절과 하나님의 작정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59)라고 옳게 평가했다.
즉 지옥의 형벌을 논하는 궁극적 이유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근거한 지옥을 향한 ‘하나님의 작정’을 인정하기 위함이다.60)
지옥에 대한 인정만이, 더 정확히 말하면, 지옥을 작정하신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인 정만이 지옥을 바르게 논한 증거가 된다.
반대로 만약 지옥을 논한 결과 하나님의 선하심이 의심되며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침해되고 하나님의 절 대 주권이 약화되는 결론이 도출된다면 이런 결론은 지옥을 바르게 논하 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둘째, 신학과 신앙 생활에서 ‘주관주의’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물 론 이 말은 주관을 아예 거세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주관을 완전히 거세 해도 문제다.
그 이유는 객관만 남으면 신학이 너무 공허해지기 때문이 다. 오히려 이는 ‘우선 순위’의 문제다. 지옥을 논할 때도, 천국을 논할 때 도, 그 외 어떤 신학적 주제를 논할 때도, 언제나 우선은 객관적 계시가 되 어야 한다.
객관적 계시에 입각할 때만 주관적 계시가 비로소 회복되고 갱 신된다. 혹자는 바빙크가 18~19세기 주관주의형 독일 신학자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Friedrich Daniel Ernst Schleiermacher, 1768~1834)61)의 영 향을 크게 받아 자신의 신학에 슐라이어마허 신학을 적극적으로 전용(轉 用)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이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평가이다.62)
58) Herman Bavinck, “Calvin and Common Grace,” Princeton Theological Review, 7.3 (1909): 437~465. 이 기고문의 한글 번역은 『헤르만 바빙크의 일반은총: 차별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선 물』, 박하림 역 (군포: 다함, 2021)에 수록되어 있다.
59) Bavinck, 『헤르만 바빙크의 일반은총』, 103.
60) Cf. 최윤배, “깔뱅의 신론에 관한 연구,” 「조직신학연구」 15 (2011): 79~108.
61) Cf. Jae-Eun Park, “Schleiermacher’s Perspective on Redemption: A Fulfillment of the coincidentia oppositorum between the Finite and the Infinite in Participation with Christ,” Journal of Reformed Theology, 9.3 (2015): 270~294.
62)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는 박재은, “제임스 에글린턴의 Bavinck: A Critical Biography 에 대한 비평적 고찰,” 「개혁논총」 56 (2021): 205~238; James Eglinton, Bavinck: A Critical Biography, 박재은 역, 『바빙크: 비평적 전기』 (군포: 다함, 2022)를 살펴보라.
물론 바빙크는 슐라이어마허의 용어를 적극 사용하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슐라이어마허의 주관주의형 신학을 무비 판적으로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슐라이어마허 신학이 바빙크 당시를 휩쓸었던 신학적 정황 속에서 ‘시대의 아들’이었던 바빙크 가 슐라이어마허의 용어를 객관적으로 사용하면서 논의를 전개했기 때문 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바빙크는 객관적 계시보다 주관적 계시를 앞세 운 적이 없다. 이런 지점은 우리 모두 반드시 닮아야 하는 지점이다.
셋째, 아직 누구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주제들, 예를 들면 종말론, 지 옥론, 천국론, 재림론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더 날카롭게 분별해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 이단·사이비의 피해가 심각하다.63)
63) 박재은, “구원론과 이단,” 『이단·사이비 백서: 주의하라, 분별하라』 (서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총회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 2025), 108~132
이단·사이비 중에서 도 종말론적 이단이 참으로 많다. 온갖 종류의 영상, 미디어, 책, 집회 등 에서 천국과 지옥에 대한 잘못된 견해들이 흥왕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잘 못이 크다.
한국교회는 다시 한번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이 말하는 지옥만 말해야 하며, 성경이 침묵하면 함께 침묵해야 하고, 성경이 외치면 같이 외쳐야 한다.
지옥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 너무나도 쉽게 부화뇌동하는 성 도들에게 분별의 영(고전 2:14)을 충만하게 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지혜 가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고전 2:13)으로만 가능하다.
즉 본 연구의 주제와 연관지어 다시 진술하자면, 객관적 계시의 지향으로만 죄로 왜곡된 주관적 계시를 온전히 지양시킬 수 있다.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를 통해 드러난 바빙크의 신학 방식이 신학 과 삶에 있어 기초를 이룬다면, 지금까지 논의한 세 가지의 실천적 고찰 및 적용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보다 더 아름답게 성 취될 줄 믿는다.
IV. 나가는 글
지옥 논쟁에서 논쟁적으로 기술된 지옥에 대한 네 가지 서로 다른 견해의 시각에서 살펴볼 때 분명 바빙크의 견해는 데니 버크가 진술한 ‘전 통적 견해’ 64)에 훨씬 더 가깝다.
하지만 바빙크의 견해는 버크의 견해보다 좀 더 정교하고, 좀 더 발전된 형태를 가지는데, 그 이유는 바빙크는 좀 더 본질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빙크가 늘 추구하는 본질은 바로 ‘객관 적 계시’를 향한 일관성 있는 지향이다. 이런 지향점이 지옥에 대한 바빙 크의 견해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쳤음을 앞서 논증했다.
바빙크는 개혁교의학 제4권에서 영원한 형벌 교리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지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모든 교회가 예외 없이 단지 하늘만이 아니라 지옥도 있다고 고백한다[Alle belijden zonder uitzondering, dat er niet alleen een hemel, maar ook een hel is].65)
64) Burk, 『지옥 논쟁』, 21~60.
65) 바빙크, 『개혁교의학』, 4:862[579].
진리가 있다면 비진리도 있다. 명(明)이 있다면 암(暗)도 있다. 창조주 가 계시다면 피조물도 있다. 하늘이 있다면 땅도 있다. 지옥도 마찬가지 이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지옥도 있다. 바빙크가 잘 논증한 대로, 지옥의 존재와 지옥의 본질은 성경적 계시의 결론이며, 정통 교회의 신앙고백이 며, 모든 신자들의 양심을 구속할 하나님의 경고이다. 그러므로 지옥이라 는 주제는 말하기 꺼려 할 주제가 아니며, 선포하지 말아야 할 성질의 주 제도 아니고, 쉬쉬하며 덮어둘 주제 역시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옥 은 만인에게 선포되어야 할 주제이며 충분히 논의되고 숙고되고 적용되 어야 할 주제다.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를 통해 지옥까지도 통치하고 계신 하나님 의 절대 주권이 오롯이 드러났다.
지옥을 통해서 하나님 자신의 선하심과 의로우심과 거룩하심을 역으로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지혜 역시 낱낱이 드러났다. 지옥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의 은혜가 만방에 선포되는 감격적인 순간 또한 경험했다.
지옥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얼마나 주관적 계시가 공허하고 건조한지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가장 비 참한 지옥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이 선명하게 드러 났다.
이야말로 하늘의 지혜요 압도적인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지옥은 우 리에게 이처럼 압도적인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고 또 불러 일으킨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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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연구는 19~20세기 네덜란드를 살았던 개혁파 교의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의 빛 아래서 지옥의 본질에 대 해 살핀다. 바빙크는 자신의 주저(主著) 개혁교의학(Gereformeerde Dogmatiek)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저서 전반에 걸쳐서도 지옥에 대해 통 찰력 있는 견해를 의미심장하게 제시했다. 바빙크의 견해를 통해 지옥에 대 한 보다 더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존재 이유이다.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는 ‘주관적 계시 지양·객관적 계시 지향’ 의 견해다. 바빙크는 지옥에 대해 조망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 및 태 도를 ‘주관주의’ 즉 개인적 감정이나 인간적 정서, 주관적 상상이 라고 보 았다. 바빙크는 지옥을 말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와 지옥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주관주의가 아니라 ‘객관주의’ 즉 기록된 객관적인 말씀이 계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본 연구는 바빙크의 이런 객관과 주관 의 관계성 논의 가운데서 지옥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 이다. 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옥 논쟁(Four Views on Hell)에서 피력된 지옥에 관한 네 가지 견해를 개괄적으로 조망해 보겠다. 개괄적 조 망의 이유는 과연 바빙크를 이 네 가지 견해 중 한 특정 견해에 위치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해 보기 위함이다. 그 후 바빙크의 저서들을 개괄적으로 살피며 지옥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는 ‘주관적 계시 지양·객관적 계시 지 향’의 관점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바빙크의 이런 견해는 지옥에 대한 그의 견해뿐만 아니라 그의 신학 방법론 전반에 걸쳐 주축을 이룬다는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의된 내 용을 근거로 실천적 고찰 및 적용 지점을 이끌어 낸 후, 글을 총요약 정리 하며 연구를 마무리 짓겠다.
[주제어: 헤르만 바빙크, 개혁교의학, 지옥, 객관적 계시, 주관적 계시, 신학 방법론]
Abstract
Herman Bavinck’s View on Hell
Jae-Eun Park (Chongshin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This study examines the nature of hell under the lens of Herman Bavinck(1854~1921), a Dutch Reformed theologian who lived in the 19th and 20th centuries. Bavinck offered insightful and meaningful views on hell not only in his major work, Reformed Dogmatics, but also throughout his other works. The cor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mote a more accurate understanding of hell through Bavinck’s perspective. Bavinck’s view of hell is the rejection of subjective revelation and the pursuit of objective revelation. Bavinck considered ‘subjectivism’, or personal feelings, human emotions, and subjective imagination, to be the most critical attitudes and stances when considering hell. Bavinck believed that the only reason to speak of hell and the only reason to be able to speak of it was not subjectivism, but ‘objectivism’, that is, the revelation of the written, objective Word. This study will focus on a comprehensive view of hell within Bavinck’s discussion of the relationship between objectivity and subjectivity. The discussion will proceed as follows. First, the study will briefly review the four views on hell presented in Four Views on Hell. This overview aims to assess whether Bavinck can be positioned within one of these four views. Next, the study will examine Bavinck’s writings, focusing on clearly demonstrating that his view of hell is a perspective that ‘sublates subjective revelation and aims for objective revelation.’ It will also be revealed that this view is central not only to his own view of hell but also to his overall theological methodology. Finally, based on the discussed content, the paper will conclude the study by summarizing the article and deriving practical considerations and application points.
Key words: Herman Bavinck, Reformed Dogmatics, hell, objective revelation, subjective revelation, theological methodology
논문 투고일: 2025.10.05. 수정 투고일: 2025.11.08. 게재 확정일: 2025.11.18
조직신학연구 제51권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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