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초록>
본 논문의 목적은 그리스도교 육화(Incarnation)론에 담긴 신체의 의미를 성 막시무스의 육화론을 통해 재발견하고, 이를 실존적 관점에서 논할 수 있도록 메를로-퐁티의 신체 지각론을 통해 그 구체성을 탐구하는 데 있다. 육화는 신성과 인성, 정신과 몸, 감각과 지성의 대립적 관계를 전제로 하지만, 그리스도교 육화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대비가 어떻게 연합하고 공존하는지를 논증해 왔다. 그리스도의 몸에서 인성과 신성이 연합하는 것과 피조 세계가 예수 그리스 도 안에서 몸으로 연합하는 것이 육화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육화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정신적, 상징적 의미나 교리적 중요성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육화의 물리적, 구 체적 측면에 대한 탐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본 논문은 육화를 신체와 신체성에 집중하는 신체 지각 론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기존 논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신체 지각론은 신체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해 하는지를 탐구하는 이론적 틀로써 육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노력은 신체를 매개로 육화 개념 의 실존적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로써, 세계 내 존재가 신체적 차원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또한, 이것 은 막시무스의 육화론에서 신체가 신성과 인성 그리고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를 통합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작용하 는 것에 관한 현상학적 해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육화가 신의 초월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신체와 신체성을 통한 세계 내 실존적 경험이라는 것을 새롭게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육화의 신체적, 실존적 차원을 재해석하여 그리스도교 신학의 현대적 재해석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것은 육화의 신체성을 통해 종교적 가치가 물질세계와 신체 경험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육화 개념을 형이상학적 담론에서 실존적 의미로 확장하여, 육화 논의의 현실적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주제어 육화, 고백자 막시무스, 메를로-퐁티, 신체 지각, 신체성, 현상학
I. 서론*
육화1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근간이 되는 개념으로, 특히 로고스(logos)의 육화는 창조부터 구원까지 이 어지는 구속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다.
1 Incarnation은 보통 ‘육화’ 또는 ‘성육신’으로 번역된다. 철학 및 타 학문에서는 주로 ‘육화’라는 용어를 사용 하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육신’이라는 표현을 쓴다. 또한 철학에서 종종 종교적 의미로 Incarnation을 사용하고,보편적 의미로는 incarnation이라고 표기하여 대문자와 소문자로 구분하기도 한다.그러나 최근 논문들에서는 구 분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한글에서는 영어처럼 같은 단어를 달리 표기할 방법이 없고, 본 논문에서는 현상학과의 융합 연구로써 육화 개념을 보편 담론으로 확산하고자 ‘육화’로 번역한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왔지만, 여전히 상대적으 로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 글은 그러한 부분들을 언급하며 시작하려 한다. 첫째, 육화 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추상적인 형이상학적 담론에 치우쳐 왔다. 그동안 육화 연구는 신성과 정신 활동에 집 중되어 있었지만, 육화는 신체가 없이는 논할 수 없는 주제다. 따라서 육화 개념에서 물질세계와 신체의 지 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불분명했던 신체를 연구함으로써 육화의 실존적 의미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육화는 실천 신학의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현 실 담론에서 해석하도록 뒷받침하는 철학적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이러한 연구는 실천의 방향을 보다 명확 하게 하고, 실천의 동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존과 실천의 영역은 세계 내 존재 와의 긴밀한 관계성을 요구하며, 이 긴밀한 관계는 타 학문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필자는 신체를 초점으로 하는 신체 현상학을 대화의 파트너로 삼아, 육화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함으로써 타 학 문과의 소통을 시도 할 것이다. 현상학은 사실과 현실, 그리고 지금이라는 실존적 자리와 그 구체성을 중요 시하므로, 육화를 세계의 장(field)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이 되리라 기대한다.
최근 육화 연구가 그리스도교 교리뿐만 아니라 타 학문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은 기쁜 소식이다. 이것은 육화 개념이 그리스도교 전통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상징적 의미를 통해 다 른 학문 연구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신학에서의 육화 개념을 살펴보면
첫째, 육화는 속 죄론에 중심을 두고 있다.2
육화는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외아들을 보낸 사건이며, 구원은 죄 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는 속죄개념을 포함한다.
둘째, 케노시스와 연약함으로 대표되는 육화한 그리스도 의 인성이다. 그리스도의 육체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해 고통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처 받기 쉬운 취약함이 그리스도 사상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3
이러한 육화 개념은 육화가 이 세상의 회복을 위한 구속 사건임과 동시에, 인간의 취약함으로 깊이 공감하는 신의 겸손함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육화의 가치와 의미는 종교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전반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입증하 는 한 가지 방법으로, 육화를 “동시대 참 인간의 표상”이라고 이해하는 인간론의 관점은 타당하다.4
2 조동원, “육화의 이유에 대한 논쟁 -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를 중심으로 -,” 『중세철학』 29 (2023), 273-329.
3 Gabrielle Thomas, “The Status of Vulnerability in a Theology of the Christian Life: Gregory of Nyssa on the ‘Wound of Love’ in Conversation with Sarah Coakley,” Modern Theology 38. 4 (2022), 777-795.
4 육화에 관한 신학적 인간학적 관점은 아래의 논문을 참조하라. 서명옥, “하느님의 육화와 인간의 인간화: 그 리스도인의 성탄절 이해와 실존에 관한 연구,” 『신학전망』 209 (2020), 46-93. 서명옥은 육화를 인간학적 관점에 서 봐야 한다고 말하며 하나님의 육화는 동시에 인간의 참인간화의 표상임을 주장한다. Michael S. Burdett, “Incarnation, Posthumanism and Performative Anthropology: The Body of Technology and the Body of Christ,” Christian Bioethics 28-3 (2022), 207-216. 이 논문은 육화에 기반 한 인간론을 바탕으로 포스트 휴머 니즘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관점을 제시한다. 44 제67차 신진학자학술발표회 [발표3] 윤성련, “고백자 막시무스의 육화 개념에 대한 신체성 이해”
이 는 육화를 신의 영역보다는 인간의 자리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학적 인간학은 최근 연구 동향에서 다루어지는 육화에 대한 철학적 관점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현상학은 몸과 세계의 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육화의 종교적 의미를 실존적 의미로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먼저, 그리스도교 육화 개념을 현상학과 함께 논의하기 위한 기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현상학은 기본적으로 물질세계를 긍정하는데서 출발한다.
다행히 우리는 고백자 막시무스라는 위대한 스승을 통 해 신체와 물질세계를 중요시 한 그리스도교 사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교의적 해석은 그리스 도교 육화 개념의 기초를 형성했으며, 최근 성 막시무스에 관한 연구에서는 육화교리를 속죄와 케노시 스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창조 세계 전체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물 질세계의 위상을 높이는 경향을 보여준다.5
또한 그의 육화론에서 그리스도는 참 인간의 표상으로 인간 의 모본이 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신성한 행위는 그리스도로부터 부여받은 우리의 소명이며, 그러한 신성한 행위에 의해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가 통합한다.
이것은 형이상학적 세계관에서의 존재론적 이원론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인식론적 이원론을 모두 극복하려는 일원론적 주장이다.
이러 한 주장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신체 지각 운동을 통해 통합 인식하려 했던 메를로-퐁티 에게서 그 행위의 구체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는 성 막시무스의 이론을 신체를 중시한 육화 개념의 전통으로 삼고,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통해 신체에 집중하는 육화의 실존적 차원 을 탐구하고자 한다.
참고로, 메를로-퐁티 외에도 미셀 앙리(Michel Henry), 장-뤽 마리옹(Jean-Luc Marion), 엠마누엘 팔케(Emmanuel Falque) 등은 신학적 주제와 육화에 대해 연구한 현상학자들로, 이들은 그리스도교 성서를 모티브로 한 신학적 주제를 현상학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의 다양 한 관점은 육화 개념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데 기여한다.6
또한 현대 신학에서는 제임스 K. A. 스미 스(James K. A. Smith)의 급진정통주의에서 육화를 통해 물질세계를 긍정하고 육체의 중요성을 강조 한다.7
5 Jonathan Bieler, “Creation as Incarnation? Critical Objections to a recent thesis on Maximus the Confessor,” Modern Theology 39. 3 (2023), 523-534.
6 Christina Gschwandtner, “Phenomenology, Hermeneutic and Scripture: Marion, Henry, and Falque on the Person of Christ,” JCRT 17. 2 (2018), 281-297. 그슈반트너(Christina Gschwandtner)는 이 논문에서 성서의 주제를 현상학으로 전개한 현상학자들과 그들의 저서로, 앙리의 Paroles du Christ (Paris: Seuil, 2002), 마리옹의 God without Being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1), 팔케의 Le passeur de Gethsémani: Angoisse, souffrance et mort: Lecture existentielle et phénoménologique (Paris: Cerf, 1999)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상학에서 신학적 주제를 다루는 것을 수용하는 입장에 있다. 반면, 현상학과 신학의 만남에 관한 부정적인 견해는 Dominique Janicaud et al., Phenomenology and the "Theological Turn”: The French Debate. trans. Bernard G. Prusak (New York: Forhdam University press, 2000)을 참고하라.
7 정재후, “‘급진정통주의’(Radical Orthodoxy)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 수용에 대한 비판적 연구‐ 제임스 K. A. 스미스(James K. A. Smith)의 미셸 푸코(Michell Foucault) 수용을 중심으로,” 『장신논단』 56. 1 (2024, 3), 134. 급진정통주의는 “육화(성육신)를 긍정하면 물질과 인간의 몸을 긍정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육화는 물질과 신체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육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출발한 개념이지만, 막시무스에 따르면 그 궁극적인 목적은 이 물리적 세 계를 포함한 온 우주가 창조의 본래 모습으로 회복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신과 인간의 관계는 세계 내 타자와의 관계, 곧 나와 타자의 신체성으로 확장된다.
신체성은 상호 침투하며 내재화함으로써 형성되 는 육화의 구조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육화 개념은 이러한 신체성을 바탕으로 한 타자 관계, 곧 지각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육화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육화 개념이 신성과 인성의 수직적 표상뿐만 아니라, 세계 내 존재 간의 수평적 표상, 곧 신체적 관계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 다.
그러므로 신체성에 주목하여 그리스도의 육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의미를 지닌다.
II. 고백자 막시무스의 육화와 인간
칼케돈 신조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참 신이자 참 인간(Vere Deus Vere Homo)이다. 가시적 로고스로 현존한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으로 정의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그가 신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8
그렇다고 ‘그리스도의 인성은 몸이다’라고 단순히 주장할 수는 없다.
단 그리스도의 인성에 관한 심오한 논의는 본 논문의 주장을 복잡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육화에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즉 각적 사실인 그리스도가 신체적 존재라는 것에서 육화의 신체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육화의 의미와 목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신체의 구체적 접근은 여전히 모호한 점이 있다. 특히, 부 활 이후 신체의 존재 방식을 알 수 없기에 예수의 생애에서의 몸과 부활의 몸을 구분하지 않으면, 본 논문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신체와 신체성 또한 불명확해질 수 있다.
부활의 몸은 온전한 신화 (deification)의 몸으로서, 그 자체를 기술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본 논문은 비교적 사실적 경험이 가능한 신화 과정에 있는 이 땅의 몸, 곧 예수 생애에서의 몸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본 장에서는 고백자 막시무스9의 육화 개념에서 신체 이해와 그 지위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8 Pawl, Timothy J. The Incarna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0), 16.
9 고백자 막시무스 또는 성 막시무스를 이후로는 간략히 막시무스로 표기한다.
6세기 교부인 막시무스는 당대의 신플라톤주의, 아타나시우스,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 네메시우스, 위 디오니소스 아레오파기타 등의 영향 아래 독자적인 육화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이론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물질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막시무스에게 육화는 창조와 밀접하 게 연결되며, 창조의 주체인 하나님과 로고스가 물질세계에 참여하고 내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묘사한 다.
특히, 그리스도가 인간의 신체로 육화했다는 것과 그 신체가 예수 그리스도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 편적 속성이라는 사실은 물질세계와 신체를 그리스도와 인류에게 주어진 공통적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 점이 필자가 육화 연구를 신체로부터 시작하려는 이유이다.
신체와 신체성은 그리스 도와 인간의 교차 지점으로, 종교를 실존의 자리와 생활의 영역에서 출발하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이다.
1. 창조적 육화: 물질세계에 내재한 로고스
고백자 막시무스는 창조를 말씀의 우주적 육화로 묘사한다.10
그가 이 세계를 로고스의 육화에 의 해 창조된 것이라고 했을 때, 그 결과 세계는 하나님의 일부(μοίρα, portion of God)가 된다고 주장한 다.11
이는 세계가 하나님의 본질과 동일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로고스의 자기 분여를 통해 신적 생명 에 참여하는 몫을 지닌다는 의미에서이다. 로고스는 분화와 분배를 통해 창조 활동을 수행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세계 안으로 침투하고 내재한다. 이로써 세계는 하나님에게서 유래하고 그분께 속하는 근 원적 원인을 지니게 되지만, 동시에 하나님과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세계 내 존재들은 각기 개체로서 서로 구별되며, 이러한 구별성은 창조의 질서를 이루는 본질적 요소이다. 이처럼 구별된 개체들은 감각 적 세계 안에 현존하는 로고이, 곧 몸을 통해 구현하는 영혼이다.12
10 Jordan Daniel Wood, “Creation is Incarnation: The Metaphysical Peculiarity of The Logoi in Maximus Confessor,” Modern Theology 34. 1 (2018), 82. 11 Maximus the Confessor, On difficulties of Church Fathers: The Ambigua, Vol. 1, trans. Nicholas Constas, 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2014, 97. *all the Greek texts of Ambigua Followed DOML 29. 이후로는 Ambigua의 번호 체계를 사용한다.
12 Athanasius, De Incarnatione Verbi Dei, 오현미 역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 (서울: 죠이북스, 2021), 28. 이 책은 영국의 피넬로피 로슨 수녀(Sister Penelope Lawson)가 De Incarnatione Verbi Dei를 영어로 옮긴 Athanasius, On the Incarnation, trans. Sister Penelope Lawson (New York: St Vladimirs Seminary, 1977)을 오현미가 한글로 옮긴 것이다.
따라서 이 감각적 세계는 단순히 신적 실재를 가리는 외피가 아니라, 로고스가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이자 신이 현현하는 매개체이다.13
막시무스는 감각적 세계를 사라질 대상으로 보지 않고, 회복되어야 할 신성한 곳으로 이해했다. 그 는 하나님의 일부인 이 세계를 인간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만물의 회복은 자연 전체를 포함하기 때문이 다.14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일부인 로고이가 본래 신성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신성과 공존할 수 있 는 존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한 목적이며, 육화한 그 리스도 안에서 인성과 신성의 위격적 결합이 가능한 이유이다.15
쿠퍼(Adam G Cooper)는 인류의 타 락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의도와 로고스는 변함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세계가 로고스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창조주가 구상한 원래의 자연적 궤도에서 인류가 타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성 한 의도 또는 창조의 로고스가 갖는 공통된 근원으로서의 하나님의 뜻은 변함이 없다. (…) 언제나 ‘모든 것 안에’ 말씀이 구체화하려는 하나님의 분명한 열망 안에는 타락한 피조물이 자 신의 진정한 운명으로 되돌아가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16
따라서 창조 시 로고스의 분화에 의한 육화는 하나님의 뜻이 이 물질세계에 내재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그리스도의 육화가 이 세계를 본래의 진정한 운명으로 회복시키는 전제가 된다. 막시무스의 육화론은 창조적 육화에 그 원형을 두고 있다.
창조적 육화를 통해 우리는 이 세계가 하나님의 현현 장 소이며, 물질세계와 신체 없이는 로고스를 볼 수도, 로고스가 의미하는 하나님의 뜻을 경험할 수도 없 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이 물질세계와 신체, 다시 말해 이 세계 전체는 우리에게 계시되는 하나님의 뜻이 내재되어 있는 신성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백자 막시무스의 인간론은 육화론과 창조론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는 그리스 도의 육화 이전에 최초의 육화가 있었으며, 그것이 바로 말씀에 의한 창조라고 주장했다.17
13 Adam G. Cooper, The Body in St. Maximus the Confessor, 14.
14 김은혜는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동물은 하나님의 창조와 사랑의 대상임을 강조하며, 동물신학을 새롭게 구성 하기 위해 인간 중심적 신학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이를 위해 막시무스의 창조신학적 전통을 복원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막시무스가 피조세계를 포함한 온 우주를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으로 삼았 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김은혜,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동물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책 임,” 『장신논단』 56. 1 (2024), 165를 참조하라.
15 Lars Thunberg, Microcosm and Mediator: the theological anthropology of Maximus the Confessor (Illinois: Open Court, 1995), 430.
16 Adam G. Cooper, The Body in St. Maximus the Confessor, 187.
17 Maximus the Confessor, Ambiguum, 7. 1077C.
로고스에 의한 창조는 로고스가 스스로 발현하여 가시적 세계를 구축한 것이며, 이 창조의 과정에서 로고스가 유 출되고 분산되어 피조물에 내재한다.
이로 이해 이 세상은 로고스의 일부로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은 로고스가 내재한 소우주(microcosmus)로서, 로고스에 의해 창조되고 로고스가 내재하는 세계 내 모든 존재는 로고스를 지향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연합하는 것이 육화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의 완성은 로고스로의 온전한 회복에 있으며, 로고이의 회복과 조화를 위해 로고스의 본체인 그리스도가 육화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육화한 보이는 로고스(visible logos)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간접 적인 로고스(invisible logos)가 아닌 로고스 본체를 직접 경험하였으며, 이때 예수 그리스도의 신체는 로고스의 현현이자 연합의 매체로 이해할 수 있다.
2. 인간: 감각적 세계와 초월의 중재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창조물(ἡ ὁρατὴ καί ἀόρατος κτίσις)”이라는 표현은 창조된 세계의 두 영역인,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를 말한다. (…) (막시무스에 따르면) 인간과 하나님으로부터 그 존재를 받은 모든 것에 로고스가 있다.18
막시무스는 보이는 것을 감각적 세계, 보이지 않는 것을 지성적 세계라고 구분했다. 그는 지성 (intelligence)을 신의 속성으로 보며, 인간의 이성이 지성을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각적 세계는 인간과 사물이 속한 세계로 지성적 세계와는 다르다. 막시무스는 감각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 로 간주했으며, 이 세계가 신의 현현을 위한 매개라고 보았다.19
감각적 세계는 육화를 통해 구원이 가 능한 세계가 된다. 또한, 감각적 세계에 속한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 사역의 중심에 있다. 인간 은 피조물 전체와 함께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이 세계의 중재자인 소우주이 다.20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관념은 소크라테스 이전 고대 철학에서 시작하여 아낙시메네스, 데모크리토스 등의 원자론 철학자들에 의해 발전했다.
툰버그(Lars Thunberg)는 이들의 철학사상이 후대 그리스도 교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에서도 이 개념과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주요하게 다루어지지는 않았고, 이후 스토아 철학에서 좀 더 명확해졌다고 지적한다.
스 토아 철학에서는 신이 세계에 내재하듯이 영혼이 인간에게 존재하므로, 소우주인 인간은 대우주인 세계 의 축소판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인간과 세계의 유비는 그리스도교 학자들과 교부들에 의해 창조주 하 나님과 그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비로 계승되었다.
이때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정신(νοῦς) 안에 있다고 보았으며, 4세기 교부 바실레이오스(Basil of Caesarea)는 이러한 이유로 인간 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창조주의 지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대 철학과 그리스도교 의 인간 이해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툰버그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아낙시메네스부터 스토아까지 의 고대 철학은 인간을 감각 세계의 창조물로 물질의 원리와 비유하지만,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소우주 로서의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였다.21
18 Torstein Theodor Tollefsen, The Christocentric Cosmology of St Maximus the Confesso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21.
19 Adam G. Cooper, The Body in St. Maximus the Confessor, 14.
20 Lars Thunberg, Microcosm and Mediator, 19.
21 위의 책, 133-135.
이러한 경험적인 감각세계와 초월 적 정신의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막시무스가 주장하는 중재자(mediator)로서의 인간이다. 막시무스에게 영향을 준 그리스도교 철학자 네메시우스(Nemesius of Emesa)는 앞서 언급한 긴장 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이 세계의 다양한 요소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단순히 피조물로서의 존재를 넘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가 세계의 중심에서 소우 주로서의 임무, 곧 세계의 조화를 수행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우주로 서 인간이 수행하는 행위이다.
인간을 감각적 세계와 초월적 정신의 중재자로 규정할 때, 그 중재의 현상은 이 세계를 통합하는 신성한 행위자로서의 인간에게서 나타난다. 외재적 세계의 반영인 소우주로서 의 인간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 사이의 긴장은, 세계 내 인간의 기능, 곧 조화의 행위를 통 해 화해된다. 이러한 중재자 개념의 전통은 막시무스에게로 이어졌다.22
그는 신체와 영혼 또는 정신, 그리고 이 감각 세계와 신의 형상이라는 초월적 주제를 그의 인간론에서 화해시키기 위해 육화론을 적 극적으로 전개했다. 막시무스는 인간을 창조의 다양성과 극단들 사이에서 세계를 자신 안에 통합하는 존재로 보았다.23
그는“신체적이고 우주적인 세계는 이해할 수 있는 현실에 접근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자 피조물과 창조주 사이의 섭리적인 친교의 장소”24라고 말하며 인간의 신체를 그 세계의 조화의 장소 로 규정한다. 한편, 자신 안에서 통합을 이루는 인간의 임무와 행위는 늘 실패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나 육화한 그 리스도는 참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서 통합하고 중재하는 기능을 온전히 수행했다.25
따라 서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이루며, 피조물의 분리와 차이를 통합하는 그 신성한 행위의 온전한 모델은 바로 육화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
막시무스의 인간론은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론과 예수 안 에서 이루어진 통합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세계는 로고스의 육화로 창조되었으므로, 그의 인간론과 세계관은 로고스를 중심으로 한다. 이러한 로고스가 세계에 내재함으로써, 지성적 세계와 감각적 세계 가 통일된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세상이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것들로 구성된 것처럼 인간은 몸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리고 이 두 구성 요소는 서로를 반영한다. (…) 세상의 감각적인 것들은 몸의 유형이며, 몸은 인간의 감각적인 것들의 유형이라는 점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영혼이 몸 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지성적인 세계도 감각적인 세계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각각은 다양성 속에서 특유의 통일체를 형성한다. 이 는 영혼과 몸으로 구성되어 통일체로 유지되는 단일한 인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두 가지 다른 요 소들로 구성된 하나의 세계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6
22 위의 책, 136-137. 23 Lars Thunberg, Microcosm and Mediator, 139.
24 Adam G. Cooper, The Body in St. Maximus the Confessor, 187.
25 Lars Thunberg, Microcosm and Mediator, 140.
26 위의 책, 141.
툰버그는 막시무스가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 몸과 정신의 이원론을 하나의 일원론으로 통합하 기 위해 종말론적 견해, 즉 죽음과 부활을 경험하는 ‘하나의 세계’로 가름한다고 말한다.
그 세계는 로 고스로 통합하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그 하나의 세계에 대한 논의는 신학적 과제 임이 틀림없다. 다만 이 글에서는 결과로서의 세계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세계 현상을 기술하는 것을 목 적으로 하며, 결과와 과정이 지시하는 의미와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감각적 세계와 지성 적 세계, 그리고 몸과 정신이 신체성을 매개로 어떻게 통합하는지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과연 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육화 운동에 있다.
육화 는 차이를 통합하는 과정에 대한 해석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육화를 통해 육화 운동이 통합의 운동임 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이러한 통합의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대표하여 수행하였 으며, 인간 또한 그 가능성을 부여받았다. 로고스와 신성의 임무를 통해 그 통합의 가치와 방향을 알았 으니, 이제 육화하는 신체에서 통합의 실존적 차원을 본다면 그것은 ‘지각에 의한 육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잠시 지각에 관한 현상학적 관점을 엿본다면,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지각은 신체적 인간이 감각적 세계 내 모든 존재(막시무스의 창조된 세계)와의 다양한 관계에서 타자를 자신 안에 통합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통합의 결과는 내재적 가치로서 신체에 체화된다.
이때 통합의 주체는 상호주체로서, 유아론적인 고립된 주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지각으로 육화 운동하는 주체는 열린 주체 로서 그 개방적인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겸손과 자기 비움이 요구된다.
여기서 겸손과 자기 비움은 인 식론적으로는 인식의 한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인간의 세계 인식은 제한적이므로 하나를 인식하기 위 해 다른 한쪽을 내려놓기 마련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타자성을 수용하는 겸손한 태도가 요구된다.
막시무스에게도 겸손과 자기비움의 구조는 육화론에서 인성과 신성, 물질과 정신의 두 속성이 서로 호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된다.
그에 따라 두 속성은 구분되지만 분리되지 않고, 상호작용하며 세계 내 존재로서, 신체적 인간으로서, 그리고 신성한 임무를 행하는 존재로서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3. 육화의 몸: 자기비움과 겸손에 의한 세계로의 참여
교부 성 아타나시우스는 “로고스는 우리가 신이 되게 하기 위해 사람이 되셨다”라고 했다.27
육화 는 신이 사람이 되어, 사람이 신이 될 수 있게 한 사건이다. 신성은 자신을 비우고 사랑의 겸손으로 인 성과 연합했다.
육화는 로고이의 회복과 조화를 위해 로고스의 본체가 육화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육 화한 보이는 로고스(visible logos)를 통해 보이지 않는(invisible) 간접적인 로고스가 아닌, 로고스의 본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보이는 로고스인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인간의 원형이다. 육화한 예수 그리스도는 성서가 증언하듯이 자기비움과 겸손으로 세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존재이다. 그 참 여의 모습은 그가 감각세계에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로고스가 고통에 민감한 취약한 육체 를 취하셨다는 그 사실은 인간의 몸이 유한성을 본질적인 특징으로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28 특히 이 러한 유한성은 고통(πάθος)과 고난의 현상으로 드러난다.
덕을 위해서 인내한 모든 고통의 결과는 기쁨이요, 모든 수고의 결과는 휴식이며, 모든 부끄러운 일을 인내한 결과는 영광이다.
간단히 말해서, 덕을 위해서 당한 모든 고난의 결과는 하나님과 함께 거 하는 것,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머물면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것이다.29
덕행은 인간의 유한성을 재인식시켜주는 행위이다. ‘파토스’란 말은 유한함을 내포하며, 그리스도의 수난은 파토스의 극치다. 그리스도의 온전한 덕행, 곧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준 타자 중심의 삶은 죽음 을 통해 파토스를 전복시키고, 생명으로의 연합과 그 길을 완성했다.30
그리스도의 파토스는 신체가 로 고스의 육화 장소인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현상이다.
이는 피조 세계의 연합을 자신의 몸으로 이루고자 했던 신체를 지닌 그리스도의 행위의 절정이다.
고백자 막시무스는 이를 탄툼-콴툼 공식(tantum-quantum formula)을 통해 분석한다.31
27 Athanasius, De Incarnatione Verbi Dei, 오현미 역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 (서울: 죠이북스, 2021), 139.
28 Gabrielle Thomas, “The Status of Vulnerability in a Theology of the Christian Life: Gregory of Nyssa on the ‘Wound of Love’ in Conversation with Sarah Coakley,” 778.
29 Maximus the confessor et al., The Philokalia, 엄성옥 역, 『필로칼리아 2』 (서울: 은성, 2011), 281.
30 Adam G. Cooper, The Body in St. Maximus the Confessor, 90.
31 Lars Thunberg, Microcosm and Mediator, 426.
이 공식 은 원래 ‘~한 만큼~하다’32는 의미로, 소박하고 과하지 않은 삶을 살라는 맥락에서 사용되던 말이다.
그러나 막시무스는 이 공식을 육화, 곧 성스러운 임무인 조화와 연합의 행위에 관한 방법론으로 발전시켰 다.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마 25: 40)은 그 존재에 반응하며 공감하는 자들에 의해 수용됨으 로써 회복한다. 그들에게 그리스도가 육화한 만큼, 그들은 로고스의 영향 아래 들어가는 된다.
그리스 도는 타자의 불완전성을 수용하면서도 타자와의 연합을 추구하며, 그 연합의 정도에 따라 타자를 포함 한 이 세계가 회복한다.
세계 내에서 타자와의 관계로 실존하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타자를 통해 일 하시듯이 타자와의 관계에서 직면하는 상황을 통해 로고스를 구현한다.
때로는 내 안에 낯선 타자(고통 에 잠식되는 자, 피곤에 지쳐 잠드는 자)를 느끼면서도 그에 머물지 않고 계시적 삶을 살아갔다.
로고스는 이성과 지성의 살아있는 육체 없이는 자신을 계시하지 않았다.33
그러므로 신성과 인성이 교환되는 상호 침투적 관계는 신체성 안에서 타자와의 관계로 확장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그리스도는 감각에 의한 파토스를 통해 그 관계를 구체화하며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였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겸손(condescention, συγκατάβασις)의 원칙에 따라 자신을 확장하신 것과 같은 정도로 수축하여 그 분 자신을 위해 그분과 연합하게 한다.”34
32 tantum은 tantus의 부사형으로 ‘그 정도(크기, 양 등)’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quantum은 quantus의 부사 형으로 ‘만큼’을 뜻한다. 이 두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면 비교나 대등의 상황에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정도를 나타낸다. Perseus Digital Library, “tantum, quantum”, eds. Greory R, Crane in Tufts University, http://www.perseus.tufts.edu/hopper/ main.html, (2025년 11월 24일 접속)
33 Maximus the confessor, Quaestiones ad Thalassium, trans. Fr. Maximos Constas, On Difficulties in Sacred Scripture: The Responses to Thalassios (Washington, DC: 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Press, 2018), 416.
34 Maximus the Confessor, Ambiggum 33. 1285D.
이와 같은 이타적 상호 관계로 정체성을 세워가는 육화의 개 념은 메를로-퐁티가 주장하는 지각에 의한 상호신체성 그리고 상호육화의 기초적 개념과 유비된다.
이 러한 육화 작용으로 로고스가 예수 그리스도로 구체화되며 새로운 존재로 현시한 것처럼, 세계 내 존재 도 육화하는 신체의 고유성에 의해 주체로 나타난다.
III. 메를로-퐁티의 신체 지각론
메를로-퐁티는 “모든 현실주의적 개념은 지각된 사물, 지각의 세계로부터 빌려와서 구성된다.”35고 말한다.
이것은 실존 세계를 이해하는 신체 지각의 중요성을 말한다. 육화를 신체 중심으로 연구하는 데 있어 메를로-퐁티의 신체 지각론은 기초석이나 다름없다.
그가 인간을 신체적 존재로 규정할 때 지 각과 지각 행위는 이원론적 사유를 통합하는 중요한 주제였다.
앞서 필자는 막시무스 육화의 주된 의미 와 목적이 세계 내 존재와의 조화와 연합을 추구하는 신성한 임무에 있다고 말했다.
감각적 세계와 지 성적 세계, 즉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정신, 영혼과의 조화와 연합은 가현설과 영지주의의 반대편 에서 일원론적 사유를 주장한 것이다.
이는 메를로-퐁티가 신체를 통해 두 차원, 즉 대상과 주체, 정신 과 세계를 일원론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은 “순수한 대자 존재 (being-for-itself)로서의 의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대신 지각적 의식(perceptual consciousness), 행동의 주체(the subject of a behavior), 세계 또는 실존(existence) 속에 있는 존 재(being)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36
35 Maurice Merleau-Ponty, La nature: Notes, cours du College de France, trans. Robert Vallier, eds., Dominique Seglard, Nature: course notes from the Collège de France, (Evanston, IL: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2003), 55.
36 Maurice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trans. D. A. Landes, The Phenomenology of Perception (London: Routledge, 2012), 367.
이런 점에서 메를로-퐁티는 일원론적 사유의 전통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37
37 메를로-퐁티의 일원론적 사유는 물질세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인간을 기계적 존재로 주장하는 라 메트리 (Julien Offray de La Mettrie) 계열의 유물론적 일원론자들과는 다르다. 라 메트리의 대표적인 저서로 L’hommme-machine, l’hommw-plante, 이승훈 역, 『인간기계론. 인간식물론』 (서울: 도서출판b, 2023)이 있다.
두 학자의 시대적 차이를 고려할 때, 막시무스의 세계 이해는 우주론적 관점에서 출발하며, 메를로 -퐁티는 실존적 현상의 세계를 터전으로 삼는다.
막시무스는 세계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가는 가 에 대한 목적론적 세계관속에서, 보이는 감각적 세계와 보이지 않는 지성적 세계의 구분과 통합을 통 해, 차원이 다른 두 속성인 정신과 물질을 연합하려고 했다.
그는 이 사유를 통해 인간, 특히 신비한 그리스도의 육화를 해명하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참 인간의 표본으로 삼을 때, 인간은 감각적 세 계와 초월적 세계의 중재자이다.
인간은 신체와 정신의 극단적 차이와 피조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조화와 연합을 추구하는 존재로, 이러한 행위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로 수행되고 그 과업은 인간 에게 주어진다. 인간의 정체성은 이를 위한 ‘행위’적 존재이자 중재자이다.
이때 중재자의 역할은 로고 스를 향한 가치 지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메를로-퐁티에게 인간의 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매개이다.
이때 보이지 않는 것 은 명증하게 드러나지 않는 초월적 깊이를 말하며 보이는 것은 가시적인 현상을 말한다.
이때 중재자인 인간의 신체는 목적론적 가치관을 지닌 막시무스의 육화와 달리 가치 중립적이다.
메를로-퐁티에게 세 계는 신을 향해 나가는 목적론적 세계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 나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현존하는 현상의 세계로서 가치를 지닌다.
그 현상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초월론적 요소들, 다시 말해 신체가 세 계를 지각하는 근원적 작용인 초월론적 깊이와 그와 동시에 출현하는 가시적 행위들로 표현된 세계이 다.
비록 두 사람의 세계이해에 관한 시대적, 가치적 차이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이 인 간을 통해 연합하여 출현한다는 것과 그러한 현상학적 세계는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 다시 말해 로고스와 로고이의 세계를 기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실존적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막시무스 의 육화가 로고스 지향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메를로-퐁티의 육화는 그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내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신체지각론은 육화의 ‘어떻게’에 대한 신체적 해명이 될 것이다. 인간에게 지각 현상은 세계를 온 몸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세계 내 존재 간의 조 화와 연합작용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신체 지각은 자신의 고유성에 따라 세계 내 존재들과 공존 및 공명(resonance)하는 행위이다.
1. 신체 지각
지각(perception)을 신체 활동으로 재정의한 메를로-퐁티는 주지주의와 경험주의자들이 지각을 정 신적 사유의 요소로 객체화했다고 비판하며 지각의 현장성과 운동성에 기초를 둔 지각의 현상학을 펼 쳤다.38
지각은 객관화된 사물처럼 감각 재료로 이성에 제공되는 요소가 아니다. 지각은 지금의 현실에 서 벌어지는 현상 그 자체로 의식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를로-퐁티는 반성철학(주지주의, 경 험주의)에 대항하여 지각의 개념을 재정의하였다.39
38 Maurice Merleau-Ponty, La Phenominologie Perception, 류의근 역, 『지각의 현상학』 (서울: 문학과 지 성사, 2016).
39 메를로-퐁티는 데카르트와 경험주의의 인식론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간다. 그는 인식론의 주요 개념인 인상과 기억, 주의와 판단과 더불어 지각 개념의 오류를 지적하고 현상학에서의 지각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Maurice Merleau-Ponty, 『지각의 현상학』, 37-103.
육화는 그 재해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메를로 퐁티에 의하면 주지주의와 경험주의에서 지각은 사물의 인식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 인식된 것 들은 그 자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작용으로 걸러지고 정화된다. 그들에게 지각은 사유 체계 인 이성 작용을 위한 재료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각은 색을 지니거나 소리 내는 대상을 제공했다. 그것을 분석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의 식으로 그 대상을 옮긴다. 이로써 심리학자들이 “경험의 오류(experience error)”라고 부르는 것을 저 지르게 되는 것이다.
곧 우리가 사물 그 자체에 있다고 아는 것을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의식 속에서 가정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각된 것 그 자체는 지각을 거쳐서라야 접근될 수 있으므로, 결국 우리는 전자 (사물 그 자체)도 후자(사물에 대한 우리의 의식)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세계 안에 들어 있고 세계 의 의식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를 세계로부터 떼어내지 못한다.40
메를로-퐁티는 주지주의와 경험주의가 지각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경험의 오류를 낳는다고 생각했다.
세계 내 존재의 경험은 사유 체계가 아닌 실존에 있으므로 지각된 대상을 세계와 분리할 수 는 없다.
지각된 것은 의식으로 옮겨져 분석되는 객관적 대상이 아니라 지각 그 자체, 즉 세계가 나에 게 스스로를 내어주는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고립된 주체로서 지각하는 것이 아 니라, 타자들과 공유된 세계의 지평 속에서 타자를 지각하는 존재로서 지각한다는 것이다.41
그러므로 지각은 상호 관계성에서 주어진다.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지각된 세계는 살과 피, 신체성(Leibhaft)으로 주어진다.”42
이 말은 이성 작용이 아닌 신체 활동으로서의 지각, 곧 육화에 대한 해설이다. 지각된 세계는 주체가 세계로 참여하 며 육화할 때 주어진다.
다음 문장은 그러한 지각의 신체성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다.
이것(지각)은 상호적이다. 내 몸 또한 타자의 신체성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신체적 체계는 다른 신 체를 알아가는 정상적인 수단이며, 다른 신체들도 나의 신체를 알고 있다. (이것은) 보편적-세계에 대한 공동 지각의 측면이다.43
신체의 상호성은 신체 감각의 지각 행위이자 의식하는 신체를 의미한다.44
지각은 상호신체성으로 먼저 만나고, 그 현장에서 상호주체적 관계에 돌입한다.
이때 몸은 의식의 주체보다 앞선다.
그러므로 “나의 신체는 주체의 어떤 의식적 관계에 놓이기 전에 이미 타자의 몸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45
이처 럼 지각을 신체 활동으로 간주하면서 세계 내 존재 간의 관계를 육화의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타자는 이성의 구성에 따른 것이 아닌 신체의 즉자적 해석의 경로에 의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나 의 몸은 자아(ego)에 의해 구성되지 않는다.46
40 Maurice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Paris: Gallimar, 1945), 11. Maurice Merleau-Ponty, 『지각의 현상학』, 40 번역 참조. ( )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추가한 것이다.
41 Maurice Merleau-Ponty, Nature, 218.
42 위의 책, 73.
43 위의 책, 218.
44 Maurice Merleau-Ponty, The Phenomenology of Perception, trans. D. A. Landes (London: Routledge, 2012), preface, xlvi.
45 Scott L. Marratto, The Intercorporeal Self - Merleau-Ponty on Subjectivity (Albany, 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2), 144.
46 위의 책, 144.
오히려 자아는 내 몸의 자각에서 발생한다. 지각 활동 또 한 사유가 아닌 행동에 의한 것이다. 움직임이 없는 곳에서 지각은 발생하지 않는다. 메를로-퐁티는 의식과 자연의 문제를 다룬 그의 저서 『행동의 구조』에서 심적인 것과 생리적인 것의 중립적 위치에 행 동이 있다고 말한다.47
행위가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양극적 사유를 초월할 수 있는 대안인 것 이다.
이러한 초월적 행위를 지각과 관련하여 “지각은 사물이 신체에 미치고 신체가 영혼에 미치는 작 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48라고 했다.
신체는 지각의 장소이며 지각은 사물로부터 의식에 이르는 직 관적 종합 작용이다. 막시무스에 의하면 이러한 종합작용은 인간의 신성한 행위를 통해서이며, 그로 인 해 물질적 세계인 감각적 세계와 영혼의 지성적 세계가 연합한다.
2. 행위와 지각
20세기 후반 행위에 관한 연구는 보통 과학주의적 사고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반면, 메를로-퐁티는 원인과 결과에 집중하는 과학적 접근을 탈피하려 했다.
그는 행동주의자 스키너(B. F. Skinner)와 왓슨 (J. B. Watson)의 심리학을 가리켜 “의식 없는 심리학(psychologie sans conscience)”이라고 규정했 다.49
이들의 행동주의(behaviorism)는 내관에 의존하는 종래의 구성주의적인 의식심리학50에서의 비과 학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심리학이 과학으로서의 자율성과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식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만을 문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자극(S)과 반응(R) 의 연쇄로 행동을 설명하는 이른바 S-R 심리학을 제안했으며, 이는 파블로프(P. Pavlov)의 조건반사 학설을 이론적 원리로 삼았다.51
이러한 정황 속에서 메를로-퐁티는 과학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실증적 측면의 과학을 철학적으로 수 용하여 행위를 새롭게 해석하고, 의식의 새로운 위상을 찾고자 했다.
메를로-퐁티가 주장한 행동 개념 은 심적인 것과 생리적인 것 사이의 고전적 구분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위치를 모색한다.52
그의 해석에 따르면, 행위는 인식의 주체, 즉 의식하는 유기체가 반사적 수동성에 의해 종합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로 향하는 주체의 지향작용에 의한 의미적인 움직임에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메를로-퐁티는 행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행동의 구조를 설명하려 했던 것은, 그것이 물리적 자극과 근육 수축의 변증법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으며, 이 점에서 행동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en soi)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에 대해 의미를 지닌 전체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것이 었다. 53
47 Maurice Merleau-Ponty, La Structure Du Comportement, 김웅권 역, 『행동의 구조』 (서울: 동문선, 2008), 28.
48 위의 책, 304.
49 위의 책, 293.
50 분트(Willhelm Max Wundt)의 요소주의적 구성심리학을 일컫는다. 행동주의뿐만 아니라 게슈탈트 이론도 이러한 구성심리학에 대항하면서 생겨났다. 분트의 입장은 (1) 전체는 병렬적으로 주어진 요소적 내용의 총화이며, (2) 개개의 자극과 그 감각과의 사이에서 일대일 대응이 일어난다는 항상 가설, (3) 각 요소가 시간과 공간적으로 접근하여 주어지면 연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기다 겐, 노에 게이이치, 무라타 준이치 외 1인 엮음, 現象學事典, 이신철 역, 『현상학 사전』, 18.
51 Maurice Merleau-Ponty, 『행동의 구조』, 422-423.
52 위의 책, 29.
53 Maurice Merleau-Ponty, The Structure of Behaviour, trans. Aledn L. Fisher (Massachusetts: Beacon Press), 209.
행위는 외부 자극이나 근육 수축 등의 물리적, 생리적 환원으로 규정할 수 없다.
오히려 더 포괄적 으로 의식의 의미작용과 관계한다. 행동은 그 자체가 의식의 의미작용 전체와 관여하면서 사물과 세계 가 지각된다.
이러한 움직임과 운동성이 의식의 결과를 낳으며, 따라서 지각은 의미를 동반한 행위가 된다. 또한 지각은 감각하는 움직임이다.
감각은 신체가 있음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진리의 전달자 이며, 개별적 감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합적인 전달 체계이다.
이 복합적인 감각의 행위를 통해 영혼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것을 접하고, 보이는 사물의 원리에 대한 상징적 인상을 얻는다.54
감각은 우리가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를 우리 앞에 데려다준다. 이러한 감각 적 특징에 의해 지각이 몸소 대상을 우리에게 현전하게 함으로써 지각의 존재론적 의미를 살필 수 있 다.55
이것은 마치 후설이 사물의 존재가 지각 그 자체에서 주어짐으로써 가능하고, 신체가 없으면 그 자체 본질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함으로써 ‘진정한’ 지각의 실재성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56
메를로-퐁티에게 감각과 지각은 순차적 행위가 아니다.
감각 행위는 지각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 세계로 향해 있으므로, 대상으로부터 주어지는 단순한 소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차갑다, 뜨겁다, 맛있 다, 맛없다는 단적인 표현들은 모두에게 공통적인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 할 수 없고, 오히려 주관적인 표상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감각 행위는 신체에 내재한 고유한 의미의 세계를 반영한다.
시각이 홀 로 가능할 수 없고 후각이 혼자만으로 그 기능을 완수할 수 없듯이, 모든 감각 기관은 상호작용하며, 지각은 그 다중적 감각이 신체에 하나의 의미로 떠오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서로 다른 차원의 조화 와 연합으로, 이 세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 전체성의 기적을 데려다 준다.”57
54 Maximus the Confessor, Ambiguum, 10. 1113A.
55 Renaud Barbaras, Le perception - Essai sur la sensible, 공정아 역, 『지각-감각에 관하여』 (서울: 동 문선, 2003), 49.
56 Edmund Husserl,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Ⅰ, 이종훈 역,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1』 (파주: 한길사, 2012), 143-144.
57 Maurice Merleau-Ponty, Le visible et l'invisible, 남수인 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서울: 동문 선, 2004), 23.
3. 조화와 연합: 상호육화(mutual incarnation, inter-carne)
육화에 대한 종교적 입장은 신이 이 세계에 인간 또는 사물로 참여한다는 일방성의 견해가 강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막시무스의 육화론에서, 육화가 로고스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관계에서는 상호성 을 지닌다는 점을 배웠다.
신성과 인성이 그리스도 안에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가 상호 공존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육화의 상호성을 잘 보여준다. 육화가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소통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은 물질과 정신의 양극화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글은 그 개념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하나의 시도이다. 육화하는 신체는 신체성의 특성에 따라 상호적 관계에 개방되어 있다.
예를 들어, 러너들이 내 옆 으로 뛰어가는 풍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 심장이 마치 달리기하는 것처럼 뛰는 경험, 조용한 주파수 의 음악을 들을 때 나의 뇌파가 그 주파수에 동기화되어 평안함을 느끼는 경험, 그리고 내 앞에서 누군 가가 넘어지면 본능적으로 몸이 그를 향해 기울어지는 경험 등은 신체가 세계로 열려 있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대 과학은 생리학적,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콜 크(Bessel Van Der Kolk)는 “개개인의 생리적 특성은 같은 집단에 속한 다른 구성원들의 특성에 맞게 조율된다”라고 말하며, 이질적인 주체를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신체의 기능을 강조한다.58
호모 사피엔 스가 진화하면서 함께 발달한 미주신경(Vagus nerve)은 몸 전체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환경 조건에 따라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신체 기능 조절 능력을 담당한다.59
이러한 현대 생리학의 연구는, 특정 상황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상호육화 운동을 차이의 극한을 조 율하는 행위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주체가 신체성의 특징인 상호적이고 내재적인 방식으로 세계 를 지각하며, 이를 육화의 양식으로 설명할 때, 육화는 결코 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운동임을 알 수 있 다.
상호신체성에 의해 서로에게 스며들고 침투하는 육화 운동은 타자와의 관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육화는 상호육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세계 내 존재가 운동을 멈추지 않듯이, 신체 지각에 의한 상호육화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창의적이다. 창의적인 이유는 세계가 개방되어 있고, 개방된 세계는 변화와 긴장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체는 이 움직이는 환경으로 상호육화하며 자신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지각은 물질과 정신 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삶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구체화한다. 따라서 지각 활동은 “의식과 자연의 관계 - 유기체적 · 심리적 혹은 나아가 사회적 관계 -를 이해하는 것”이 다.60
58 Bessel Van Der Kolk, 『몸은 기억한다』 제효영 역 (서울: 을유문화사, 2020), 143.
59 위의 책, 140.
60 Maurice Merleau-Ponty, The Structure of Behavior, trans. Alden L, Fisher (Boston: Beacon Press, 1963), 1. La Structure du comportement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42) 1 st 에디 션 번역본.
이러한 신체 지각론과 막시무스의 육화 개념에 따른 육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Ⅳ. 육화의 신체성
앞서 분석한 막시무스의 육화론과 인간론, 그리고 메를로-퐁티의 신체 지각론에 기초하여, 본 논문 에서 말하고자 하는 육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육화는 창조된 세계 내 신체적 존재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육화에서 신체와 신체성은 세계 내 존재의 기본 조건을 이룬다. 인간은 신체를 지닌 존재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신체를 지닌 참된 인간 이다. 어떤 것이 ‘있다’고 말할 때, 물질적 조건은 가장 원초적인 자연적 상태이며, 신체는 인간이 ‘있 다’는 것의 기본적 조건이다. 따라서 육화는 그리스도가 이 땅에 보이는 존재, 곧 현상으로 출현한 것 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로고스의 육화라고 할 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신체 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육화는 로고스의 가시적인 출현일 뿐만 아니라, 보이 지 않는 로고스의 신체화를 나타내는 창조적 육화의 반영이자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육화는 감각적 세계와 지성적 세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연합이다.
감각적 세계는 로고스에 의해 창조되었으므로 로고스가 내재해 있어 로고스 본체와 연합할 수 있다.
감각 세계에 내재 한 로고스의 연합은 그리스도와 그의 신성한 행위, 곧 육화로 온전히 성취된다.
이것은 막시무스의 인 간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막시무스는 네메시우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을 소우주로 정의하면서, 감각세계와 지성세계,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초월적 정신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존재로 규명했다.
이 양극단의 긴장은 조화와 연합을 추구하는 행위 안에서 해소된다. 이것이 신성한 임무이며, 이는 예 수 그리스도에 의해 수행되었다.
곧, 로고스의 육화에 의해 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스도가 보이 는 존재인 신체적 로고스로 현시한 것은 육화가 단순히 신성이 인성에 내주하는 일회적 사건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그 단일적 주체가 세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육화를 지속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 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는 한 개인을 넘어 이 세계로 육화하여, 이 세계의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육화에 의한 연합을 메를로-퐁티의 신체와 신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육화는 상호신체성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셋째, 육화는 상호신체성에 의한 지각활동을 전제로 한다.
이때 지각하는 주체는 세계 내 존재인 로고이로 육화하면서 동시에 그 타자를 내재시킨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주체를 상호주체라고 부르며, 여기서 주체와 주체화란 상호성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상호주체는 유아론적이고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상호신체적 대화 작용인 지각을 통해 창조된다.61
이때 육화는 삶을 지속하는 기본 운동 방식 으로, 내가 세상으로 향하고 세상이 나에게 스며드는 상호신체성에 의존한다.
육화는 신체 조건을 지닌 주체의 존재 방식이자, 삶의 생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육화의 신체는 세계에 참여하는 열린 몸이다.
이러한 참여 과정에서 신체가 다른 신체를 알 아채고 반응하는 현상이 상호육화다.
예를 들어,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우는 얼굴을 보면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은, 신체가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이미 즉각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다.
이것은 주체가 타자에게로 침투하는 행위이며, 이 침투는 일방적일 수 없으므로 겸손 한 자세로 세계를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흔히 마음의 태도와 연결되지만, 이는 단지 정신적 태도뿐만 아니라 신체의 특이성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신체는 항상 관계성에서 존재하므로 열린 몸으로 존재하지 않는, 즉 관계를 떠난 인간의 실존은 상상할 수 없다.62
메를로-퐁티가 말한 신체의 개방성을 현대 생리학 연구와 연관지어 이해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비교적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타자와의 관계 및 상호작용 중에 뇌간 동기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 졌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뇌간 상관관계(interbrain corelation) 연구에서, 두 마리의 쥐가 함께 있 는 공간에서 그들의 신경세포가 비슷한 주파수를 나타낸 반편, 격리된 쥐는 그런 현상을 보이지 않았 다.63
이는 주체가 세계에 참여할 때 신체가 세계로 열려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뇌간 상관관계가 형 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관계에서 신체의 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 공하며, 이는 공존을 위한 생명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편, 그리스도교의 육화는 로고스를 중심으 로 세계 내 존재의 연합을 지향하며, 이를 생명의 회복과 구원으로 본다. 육화는 이타적인 삶의 한 유 형으로, 타자와 주파수를 맞추어 공감과 교감을 통해 공존을 추구하는 상호육화를 지향한다. 따라서 “종교는 공허한 가상 이상의 것이며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 근거한 현상”64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육화는 고유한 행위적 주체의 탄생을 의미한다.
주체란 자기 인식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심리학자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이러한 자기 인식이 신체 감각, 곧 몸의 내적 상태를 전달하 는 감각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65
61 지각이 일어나는 신체 운동은 신체 간의 상호 작용을 전제한다. 그리고 그 몸은 주체 자신이다.“신체는 한 번의 설립(institution, stiftung)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롭게 갱신한다. 그러한 특징은 육화의 몸이 지니는 실존 구조로써 현상학에서의 육화를 설명한다.” 윤성련, “신체의 현상학을 통한 육화 개념의 수평적 이해 – 고백자 막시무스의 창조적 육화론과 메를로-퐁티의 살 존재론을 중심으로 – ,” (미간행 철학박사학위, 연세대학교, 2024), 105.
62 김정형,“몸의 현상학과 몸의 사회학을 통한 몸의 부활 교리의 현대적 재해석 가능성 탐구,” 『신학사상』 189 (2020), 234. 63 Weizhe Hong et al., “Correlated Neural Activity and Encoding of Behavior across Brains of Socially Interacting Animals,” Cell 178 (2019), 431.
64 Maurice Merleau-Ponty, Sens et Non-Sens, 권혁면 역, 『의미와 무의미』 (파주: 서광사, 2019), 180.
65 Antonio Damasio, Self Comes to Mind: Constructing The Conscious Brain (New York: Phantheon, 2010), 17
그의 주장은 급진적인 면이 있지만, 신체 생리학에 기반한 해석은 육화 개념을 신체 중심으로 사유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마지오는 “의식과 마음은 제3자가 관찰할 수 있 는 외부 행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66
이는 사유와 감정이 신체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 다는 말이다. 메를로-퐁티는 그보다 앞서 행위 자체가 “방향이 잡힌 채 어떤 의도와 의미가 부여된 것 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67
모든 행위가 그러하다면, 의미는 행위이고 행위는 의미이다. 의미로 가득 찬 행위적 존재가 있다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일 것이다.
그리스도는 세계에 침투하여 우리와 같은 존재 로서, 육화한 삶을 통해 막시무스가 말한 조화와 연합의 행위 그리고 인류 회복의 의미를 드러냈다.
그 리스도는 파토스를 겪으며 이타적인 삶을 살았고, 그 파토스의 끝을 자신의 죽음으로 완성함으로써 철 저한 자기비움을 수행했다. 이러한 육체적 사건은 죽음을 회피하지 않았던 인간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고유성이 있다. 누군가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신적 자기의식을 가지고 이타적 삶을 산다면, 그는 신적 덕(virtue)의 삶에 참여하며 거듭나는 삶의 주체로 세워질 것이다. 이때 육화는 삶의 과정에서 세계를 나에게 내재시킴과 동시에 내가 세계의 초월적 깊이 에 참여하는 삶의 양식이다.
고유한 주체의 특징을 형성하는 내재의 방식은 세계 내 초월적 조건과 상 호작용하며 이루어진다. 따라서 육화하는 주체는 자신만의 특이성을 지닌 고유한 존재로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몸(body)이 시체가 아닌 몸인 것은 존재(existence)가 그것을 움직이기 때문이며, 반대로 존재는 스스로 육화해야(incarnate)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 육화된 의미(incarnate meaning)를 가져온 다.68
66 Antonio Damasio, Feeling of What Happens (Massachusetts: Mariner Books, 2000), 15.
67 Maurice Merleau-Ponty, 『행동의 구조』, 31. 신호재, “메를로-퐁티의 『행동의 구조』를 통해 살펴본 현상 학적 질적 연구의 개념 - 의미 체험의 요소, 상황, 그리고 구조 -,” 『철학 사상 문화』 33 (2020), 193 번역 참조.
68 Monika M. Langer, Merleau-Ponty's Phenomenology of Perception: A Guide and Commentary (London: The Macmillan Press, 1989), 54.
우리가 살아있는 몸인 것은 곧 육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화의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동력으로서 의미와 의도가 함께한다.
이렇게 세계를 지각하며 몸에 새겨가는 것은, 곧 세계의 지평에 나의 흔적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내 몸은 세계와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의 일부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있는 몸으로 육화의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Ⅴ. 맺음말
이 글은 육화를 피조세계 내 타자와의 관계인 신체 지각론으로 고찰함으로써, 육화를 현대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육화 담론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노력은 육화가 단순히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가 신 체로 현시했음을 증언하는 것이 바로 성령이라고 말했으며(딤전 3:16), 그 성령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후에도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세계가 온전한 조화를 이루는 것을 회복의 완 성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성령은 여전히 로고스의 육화 작용이라는 신성한 임무를 우리와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육화에 관한 실존적 해석은 그 의미가 완전히 드러나는 날까 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 고찰을 통해 필자는 그리스도교 육화에서 신체성의 지위를 재점검하며 신체로 육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였다.
전통적으로 육화는 신인 관계의 신학적 주제로 다뤄졌으나, 여타 학문에서 주요하 게 다루는 사물과 의식, 감각과 지각, 주체와 세계 등 복잡한 주제를 포함한다.
이러한 주제를 현실적 으로 검토하기 위해 본 논문은 현상학적 접근을 연구의 중심으로 삼고 지각의 신체성에 초점을 맞추었 다.
이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시각화되고 분석되는 실증적 시대에 육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접 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은 인간을 분석하고 새로운 인간 모형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뇌과학의 발전으로 신체 작동원리 뿐만 아니라, 의식, 기억 등 정신에 관한 많 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물론 인간 의식에 관한 연구가 갈 길이 아주 멀다고 하더라도69 의식하는 주체 에 관한 연구는 점차 다양해지고, 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경과학과 감각에 관한 현대적 연구는 인간의 의식과 의미 형성에 있어 외부적 자극과 영향을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적 담론에 기대어 온 종교와 신학은 더 이상 자연스 럽게 질문의 대상으로 호출되지 않으며, 질문을 받더라도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응답을 마련하지 못하 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종교와 신학이 오늘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다시 사유되고 응답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노력이다.
세계 내 존재, 타자와의 육화 관계는 종교적 주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유로 육화 를 해석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종교적 주제를 신학의 언어로 한정 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적 기법으로 연구하고 해석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스도의 육화는 현세 대 인류와 다름없는 호모사피엔스로 살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치를 상징한다.
그리고 신체로 현 시한 로고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구원의 증거가 되었으며, 신자들에게도 그의 증인이 될 것을 요청 했다.70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육화된 정신으로서 세계 내에 존재한다71고 말했다.
69 David Eagleman, “Are Brain and Mind the Same Thing?,” Closer to Truth,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2i9UPTDUFJo, (2925년 12월 15일 접속)
70 사도행전 1장 6-8절.
71 Maurice Merleau-Ponty, 『의미와 무의미』, 110.
그는 세계를 로고스 로 보았는데, 이 로고스는 지각의 현존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으로서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 세계는 비 가시적인 초월과 가시적인 현상이 공존하는 깊이 있는 세계이다.
그가 말한 근원과 깊이로서의 세계는 막시무스가 말한 신적인 로고스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육화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 며, 초월적 세계와 감각적 세계가 겹쳐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메를로-퐁티가 말한 육화된 정신으 로서의 세계 내 존재는 하늘을 떠도는 초월적 사유가 아니라 감각적 세계에 뿌리를 내린 신체적 존재 를 의미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감각적 세계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잠재적으로 실존하는 초월 적 세계와 얽혀 있으므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이러한 세계에 공명하는 것, 곧 예수 그리스 도의 계시뿐만 아니라 세계 내 타자의 계시에도 응답하는 ‘세계-에로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스도의 육화가 계시하는 가치와 의미는 지금의 시대에도 절실히 필요하다.
육화의 내재적 의미 인 회복과 소통, 조화, 연합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가 현실에서 좀 더 권위를 갖기 위해 현상학은 좋은 동반자가 된다. 육화의 행위와 구조를 지각의 신체성을 매개로 연구하 는 것은 종교의 참된 가치를 물질적 세계와 가시적 상황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본 논문 은 육화에서 신체성의 의미와 현상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실존적 근거를 정립하려는 시도로써 의의를 가진다.
이로써 육화 개념에서 신체의 지위를 마련함으로써, 육화 이론을 형이상학적 담론에서 실존적 의미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현상학을 통한 철학적 연구가 현실에서의 육화의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그 가치의 실천을 위한 동인으로서의 역할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논문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
육화의 신체성은 추상적 가치를 현실적 상황 속에서 점검하게 하며, 우리가 실천 할 수 있는 영역 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는 ‘그 날’이 오면 다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종말론을 주장하기보다는, ‘그 날’이 오기까지 회복해야 할 지금의 세계를 더 깊이 묵상해야 한다. 이것은 신체적 로고스로 현시 한 예수 그리스도의 현실성이며, 우리의 가치 있는 ‘지금’을 위한 실존적 태도이다. 마침내 우리는 육화 가 ‘자신을 비우고 세계로 개방하는 비-중심적 신체 운동’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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