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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責子(책자)/陶潛(도잠)

責子(책자)
<아들을 꾸짖다>


陶潛(도잠)


백발이 양 귀밑머리 덮으니
살결도 예전같이 실하지 못하네


비록 다섯 아들 있으나
모두 글 공부를 좋아하지 않누나


서(舒)는 이미 열여섯 살 되었으나
게으르기 짝이 없는 놈이고


선(宣) 열다섯 살이 되는데도
공부를 좋아하지 않으며


옹(雍)과 단(端)은 나이 열세 살이나
여섯과 일곱도 분간하지 못하네


통(通)이란 놈은 아홉 살 되었으나
오직 배와 밤만 찾누나


타고난 자식 운이 이러하니
또 술이나 마실 수 밖에



白髮被兩鬢(백발피량빈)
肌膚不復實(기부불복실)
雖有五男兒(수유오남아)
總不好紙筆(총불호지필)
阿舒已二八(아서이이팔)
懶惰故無匹(나타고무필)
阿宣行志學(아선행지학)
而不愛文術(이불애문술)
雍端年十三(옹단년십삼)
不識六與七(불식육여칠)
通子垂九齡(통자수구령)
但覓梨與栗(단멱리여률)
天運苟如此(천운구여차)
且進盃中物(차진배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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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이 아들 다섯이 공부에 관심이 없자 이를 천운으로 돌리고 스스로 잔 속의 술을 마셔 근심과 고민을 풀어버린 다는 시이다.
이 시는《陶靖節集(도정절집)》3권에 실려 있으며, 사(舒)ㆍ선(宣)ㆍ옹(雍)ㆍ단(端)ㆍ통(通)은 서엄(舒儼)ㆍ선사(宣俟)ㆍ옹빈(雍份)ㆍ단일(端佚)ㆍ통동(通佟) 등 다섯 아들의 소명(小名)이다. 이 시에 대하여 두보(杜甫)와 황정견(黃庭堅)은 상반된 평가를 하였다. 두보는〈遣興(유흥)〉 시에서 “도잠(陶潛)은 세속을 피한 노인이지만 반드시 도를 통달하지는 못했으리라.……자식이 어질든 어리석든 어찌 그리도 마음속에 둔단 말인가.[陶潛避俗翁 未必能達道……有子賢與愚 何其挂懷抱]”라고 하여 부정적으로 평한 반면, 황정견은 〈書陶淵明責子詩〉 후설(後說)에서 “도연명의 시를 보면 느긋하고 편안한 사람임을 알 수 있으니, 자상함과 해학이 볼 만하다. 속인들은 도연명의 자식들이 모두 불초하여 도연명의 슬픔과 탄식이 시로 나타났다고 말하지만 백치 앞에선 꿈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법이다.”라고 하여 도리어 칭찬하였다.



○ 肌膚(기부) : 피부(皮膚)
紙筆(지필) : 공부
阿舒(아서) : 阿(아)는 美稱(미칭), 또는 아이란 뜻이며 서(舒)는 그의 이름이다.
二八(이팔) : 열 여섯 살
懶惰(나태) : 게으름
行志學(행지학) : 행(行)은 행년(行年)으로 나이가 먹은 것을 이르며 지학(志學)은 학문에 뜻한 나이란 뜻으로 15세를 가리키는 바, 《論語》〈爲政(위정)〉에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하였다.[吾十有五而志于學]”고 보인다.
苟(구) : 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