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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천자문과 창세기(47)-황원흥/SF



구선손반(具膳飡飯)
적구충장(適口充腸):
반찬 갖춰 밥을 먹되
입에 맞으면 배를 채우네

포어팽재(飽飫烹宰)
기염조강(飢厭糟糠):
​배부르면 삶은 요리도 싫고
굶주리면 술지게미와 쌀겨도 맛있다네

친척고구(親戚故舊)
노이소량(老少異糧):
친척과 어릴 적 친구를 대접할 때는
늙고 젊음에 따라 음식을 다르게 하네.

공자에게는 3천여 제자가 있었으나 가장 아끼던 제자가 안연(顔淵)이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안연은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조차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며 대성통곡했다 합니다.

왕족과 권문세족 그 자손들은 배불리 먹어 고기요리 조차 싫어하는 포어팽재(鮑飫烹宰)의 부귀를 누린 반면, 학문에 전념하여 술지게미와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한 안연의 삶을 기염조강(飢厭糟糠)이라 한 것입니다.

성현(聖賢)들조차 한 끼 끼니를 때우기 어려웠던 시절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었는데 오늘날 우리 식문화는 어떠한지 깊이 반성하게 합니다.

그러나 빈부 귀천에도 불구하고 노인과 젊은이를 구분하여 음식을 달리 한 풍속도 오래 된 것 같습니다. 노인은 치아와 소화기능이 온전치 못하므로 음식은 부드러워야 하고 항상 섭생에 신경 써서,

50세가 되면 젊은이와 달리 음식을 준비하며, 60세면 고기반찬, 70세에는 맛있는 반찬, 80세에는 진귀한 음식을 구하여 드리고, 90세 노인에게는 음식이 항상 옆에 놓여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창세기도 말합니다.
"이삭이 이르되 내가 이제 늙어 어느 날 죽을는지 알지 못하니 그런즉 네 기구 곧 화살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서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내가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와서 먹게 하여..."
(창세기 27:2-4)

동서 고금,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을 불구하고, 모두 노인의 섭생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공통된 풍속인 듯하며 나이 들수록 공감하게 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