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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야기

장사의 혼과 열부의 피-《天香飇》의 悲劇적 대단원/葉洪生 (대만무협평론가)





《天香飇》는 武俠奇書라 할 수 있으며 그 전의 무협과 크게 다르다. 특히 후반부가 빛난다.

  전반부는「冷面閻羅」胡柏齡이 邪를 버리고 正으로 돌아선  후,絶世武功을 발휘해 天下 綠林盟主가 된다. 黑白兩道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綠林인들에게 「四大戒律」을 지키고  개과천선하기를 촉구하는 한편 俠義道의 諒解를 얻는다. 그러나 「神杖翁」풍추가 은거한 老魔頭들을 다시 江湖로 불러들여 파란을 일으킨다. 특히 胡柏齡의  名義를 도용하여,俠義道의 各派首腦들을 北嶽의  迷谷으로 불러들여 암중에 함정을 설치하여 일망타진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호백령은 이를 듣고 大驚하지만,監視를 받아 이를 경고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윽고  감시망을 뚫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老魔秋의 陰謀가  發動할 찰나였으며,胡柏齡은 여기서 몸을 던져 화약의 폭발을 막지만 모든 협성괴걸들과 폭사하고 만다. 참으로 장부의 뜻이 이뤄지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되니 독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으로 하여금 天道가 어찌 이러한가」라는 탄식이 나오게 하는 부분이다.

후반부는 호백령의 첩인 谷寒香이 장부를 잃은 충격에  性情이 크게 변해 복수를 맹세하면서 전개된다. 江湖의 奇女인 苗素蘭의 권유로 絶代容顔을 무기로 삼아 뭇 고수들의 절예를 익힌다. 그러다가 천태산 만화곡주인 동공상이 보낸 괴조에 납치되는데 그는 곡한향의 미색을 탐해 上乘奇學을 전수한다.
  谷寒香은 기예를 익힌 후  公常을 죽이고 본격적으로 복수할 계획을 추진한다. 먼저  스스로 綠林盟主가 된 후 老魔 풍秋를 속여,迷魂藥인「向心露」를 복용시켜서 종으로 삼는다. 이어서「問心子」銀球의 비밀을 풀어 蓋世奇人 三妙書生의 武學眞傳을 얻는다. 종국에는 정사쌍방을  함정으로 끌어들여 불태워 죽임으로써 복수의 심원을 풀고 검으로 자결하여 지하의 胡柏齡 곁으로 돌아간다.

  천향표는 스토리가 기이하여 처음에는 綠林豪傑이 정사간의  분쟁을 종식시키지만 원통히 죽게 함으로써 天道의 어지러움을 이야기하고, 이후에는 섬약한 여인이 미색을 도구로 절대강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리고 결국에는 원수를 갚고 장부를 뒤따라 죽는다. 마치 하늘 끝에서 한바탕 폭풍이  불어 천지를 쓸어내는 듯해서 독자들에게  무한한 悵惘之思에 젖게 하는  것이,그녀가 다시 살아나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심사를 불러일으킨다.

  와룡생은 흑도의 영웅을 선택해 그의 비극을 주제로 삼았음이 틀림없다. 가히 작가의  개입 없이 이야기가 스스로 꾸며졌다고 말할 만하다. 호.곡  夫婦가 차례로 天下綠林盟主가 되는데.
  호백령이 힘으로 江湖紛爭을 종식시킨 후 義를 위해  헛되이 죽게 되는데 이후의 전개는 이에 반발하는 양 철저히 情理에 따라 이뤄진다. 매우 창의적이며 안계를 넓히는 작품구상이 아닐 수 없으며, 이 작품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 같은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

  천향표 중 「問心子」銀球에 숨겨진 비밀을 푸는 과정을 소개한다. 은구는 비급을 푸는 열쇠인데 호백령 부부가 荒林을 지나치다 고아를 구출할 때 얻은 것이다. 胡柏齡은 무의식중에 은구의 내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게 되지만 곡한향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금낭 속에 방치한다.
  이후에  谷寒香이 亡夫의 遺物을 찾다가 銀球를 발견하여 기념으로 삼는다. 谷寒香이 절예를 얻은 후 다시 강호로 나와 天池老怪 龐士沖에게 「問心子」은구를 추궁받으면서 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만 여전히 그 안의 비밀은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다 少林寺 天覺大師를 만나 그가 가진「寒犀刀」가「問心子」를 깨트릴 유일한 도구임을 알게 된 후  秋를 종으로 삼은 후에서야「問心子」가「三妙藏珍」의 비밀을 푸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곡한향이 삼묘진경을 얻음으로써 武林에 일대 광풍이 몰아치게 된다.

  천향표는 작품 기법 상 매우 고명한「蓄勢」筆法(아마 완만한 전개로 복선들을 모아나가다가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기법인 듯..)을 사용했다. 매 국면마다 疑雲이 피어나고, 서서히 전개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휘몰아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것이《飛燕驚龍》과《玉釵盟》의 축적기세와 비교할 만하지만 문학적 가치는 천향표가 독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