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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가족의 재구성/ 김연종


세상의 모든 호칭은 이모와

언니 오빠로 재편집 되었다

여보당신은 이미 삭제되었고

한 때 유행하던 자기야도 자취를 감추었다

할아버지 할머닌 고려장 모텔에 장기투숙 중

아빠는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고

엄마는 막장 드라마에 칩거 중이다

 


오랜만에 가족나들이를 간다

이모가 앞장서고 언니 오빠가 뒤따른다

매표소에도 마트에도 이모 투성이다

식당에 들러 맨 먼저 이모를 부른다

아줌마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너무 젊은 이모는 슬쩍 언니로 대체된다

뒤처리와 계산은 모두 오빠 몫이다

 


가로등에 가물거리는 식구들을 들여다본다

할아버지 할머닌 유령처럼 토닥거리고

엄마 아빠는 서로의 손톱자국 사이로 슬며시 빠져나간다

언니 오빠는 각기 다른 채널로 재빨리 발길을 돌린다

달빛에 취한 이모마저 슬쩍 酒房으로 사라지고 나면

룰루랄라 모텔의 네온 간판은 나른하거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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