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야 할 심사.
중심을 잃고 떨어져갈
적, 황의 낙엽을 찾아
먼 사원의 뒤뜰을 거닐고 싶다.
잊어버린 고전 속의 이름들,
내 다정한 숨소리를 나누며
오랜 해후를, 9월이여.
양감으로 흔들리네
이 수확의 메아리
잎들이 술렁이며 입을 여는가.
어젯밤 호숫가에 숨었던 달님
혼사날 기다리는 누님의 얼굴
수면의 파문으로
저 달나라에까지 소문나겠지.
부푼 앞가슴은 아무래도
신비에 가려진 이 가을의 숙제
성묘 가는 날
누나야 누나야 세모시 입어라
석류알 터지는 향기 속에
이제 가을이 온다.
북악을 넘어
멀고 먼 길 떠나온 행낭 위에
가을꽃 한 송이 하늘 속에 잠기다
1938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서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59년 「자유신문」,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시집『회상의 숲』『불꽃놀이』『빛과 그늘』『어느 인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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