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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9월의 시/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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