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 「지혜로운 추녀」와
「얽고 검은 고동지」를 중심으로*1
1. 머리말
2.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의 서사내용
1)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와 「얽고 검은 고동지」
2)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와 「지혜로운 추녀」
3.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 양상
4. 추녀변신설화 속의 ‘감금’ 모티프가 지닌 특수성과 보편성
5. 전통의 계승과 전복: 바느질과 ‘조력자-아들’ 모티프
1) 한국 추녀변신설화 속의 바느질 모티프
2) 유대 추녀변신설화 속의 ‘조력자-아들’ 모티프
6. 맺음말
<국문초록>
오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작가들은 여성의 미추가 선악과 비례하는 것으로 설정된 옛이야기의 틀을
전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유대에서 전승되어 온 구전설화
가운데 이미 지혜로운 추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설화가 다수 존재한다
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국의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과 유대의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에 속하는 설화에서 추한
용모를 지닌 주인공은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루고 허물을 벗고 행복을
쟁취한다. 또한 이 두 유형의 설화는 지리적인 거리가 큼에도 감금, 소박,
변신이라는 세 모티프를 공통으로 담고 있어서 비교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본고는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외모 차별을 체험한 옛
여성들이 어떻게 ‘감금’과 ‘소박’이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변신을 이루었는
지를 살펴보았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추한 외모를 지닌 여성은 모두 밀폐된
방에 감금되어 구멍밥을 먹는 시련을 겪는다. 유대 설화에서 주인공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 의해서 감금되지만 토라와 탈무드를 학습하면서
지혜로운 여성으로 성장한다. 한국 설화에서 주인공은 결혼식을 치른 첫날
밤에 남편에게 소박맞고 밀폐된 방에 감금된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
화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감금’ 모티프는 두 가지 층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 층위에서 감금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신체적인 결핍을 지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화
와 민담에서 감금이란 미녀와 왕에게도 일어난 일이어서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설화에서 ‘감금된 여성’은 대부분 초경을
시작한, 결혼과 임신이 가능한 사춘기의 소녀이다. 하지만 추녀변신설화에
서 여성의 감금은 사춘기나 월경혈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프레이저가 황
금가지에서 언급한 바 있는 ‘신비한 에너지’를 지닌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세계 민담에서 감금된 많은 미녀는 ‘잠자는
공주’이거나 남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인 반면에, 추녀변신설
화 속의 주인공은 밀폐된 방에서 책읽기와 바느질로 자신을 다스리고
표현하는 ‘의식이 살아있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한국과 유대의 설화에서 주인공의 통과 의례가 통합으로 이르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 바느질과 ‘조력자-아들’이라는 모티프는 전통의 계승과
전복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유독 강조되고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19
있는 바느질 솜씨는 조선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신의
고통과 소망을 표현하는 강력한 전복의 수단이기도하다. 또한 한국 설화에
서 주인공은 초자연적인 조력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변신을
이룬다. 이와는 달리, 유대 설화에서 주인공의 변신은 자율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아들과 엘리아의 도움을 받는다.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이 토라에 정통한 여성 지도자가 등장한 19세기 중엽 이후에
전승되어 온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유형의 설화에 삽입된 ‘조력자-아들’
모티프에는 토라와 탈무드의 지혜를 습득하고 독신으로 신앙생활에 헌신
하려는 신여성의 출현과 그러한 신여성들이 가져올 수 있는 가정의 해체로
부터 ‘작은 성소’인 가정을 지키려는 유대인의 전통이 반영되어 있다.
주제어 : 추녀변신설화,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한국구전설화, 유대설화, 통과 의례, 감금, 바느질,
아들의 조력
1. 머리말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자하는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내
면에 뿌리 깊게 존재해 왔다. 특히 이 시대에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은 성형
수술의 발달과 외모지상주의의 팽배로 외모에 대한 집착과 관심에서 벗
어나기 어려운 삶을 산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당 성형수술이 전 세계
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한 성형 열풍에 시달리고 있다(“Daily Chart:
Plastic Makes Perfect”). 한국 여성들은 이성교제, 취업, 결혼에서 차별받지
않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지녀
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성형수술을 통한 변신이 행
복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지난 몇 년간 한국 여성의 자살률
120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은 OECD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Suicides”). 최근 학자들
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 및 청소년이 자신의 외모와 신체에 대해서 느끼
는 불만족은 낮은 자아존중감과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자살 사고나 자살
시도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정윤주 28).
여성들이 외모지상주의와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
인으로는 대중매체의 영향과 여성의 외모를 차별하고 상품화하는 사회
문화적인 현상을 꼽을 수 있다. 그러한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초래한 원
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여성들이 아동기에 접했던 옛이야기 어린이 책이
나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유년기의 기억은 오랫동안
각인되기 마련이어서 어린이 책이나 다매체 동화 속의 옛이야기에서 미
추와 선악을 서로 비례하는 것으로 그리는 것은 문제점이 적지 않다. 어
린이들이 읽는 서양 옛이야기 책에는 <미녀와 야수> 유형의 이야기나
뻬로의 「고수머리 리케」와 같이 추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
이 많다. 하지만 추한 얼굴이나 야수의 형상을 한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
장해서 변신과 성공을 이루는 옛이야기를 어린이 책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오랜 세월 어린이용 옛이야기 책과 애니메이션 속의 여성 주인공
들은 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공주였다. 옛이야기 속에서 추한 외모의
여성은 대부분 마녀, 식인귀, 사악한 계모 따위의 악 또는 탐욕을 상징하
는 인물이거나 그 딸이었다.
‘과연 세계 설화문학에서 추녀가 주인공인 설화는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지니고, 필자는 그러한 설화를 발견하기 위해서 세계 설화를 유형
별로 나눈 안티 아르네(Antti Aarne)와 스티스 톰슨(Stith Thompson)의 설
화의 유형, 우써(Hans-Jőrg Uther)의 국제 설화의 유형, 설화 모티프를
상세하게 색인한 스티스 톰슨의 설화 모티프 색인을 살펴보았다. 하지
만 이러한 유형집과 색인집에서 추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1) 그러한 책에서 소개한 유일한, 추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 설화의 유형을 분류할 때 2004년까지는 세계 구비문학자들이 아르네와 톰슨의
이니셜을 딴 ‘AT’를 붙였다. 하지만 2004년에 우써가 아르네와 톰슨의 책을 증보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21
설화 유형은 <미녀와 추녀 쌍둥이>(ATU 711. The Beautiful and the Ugly
Twin)뿐이었다. 하지만 이 유형은 유럽에서만 주로 전승되어온 것이어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닌 이야기들은 아니다.
세계 설화 문학 가운데서 추녀가 주인공인 설화를 찾기 위해서 필자는
국내에서 출간된 설화집은 물론이고 영어, 불어, 일본어로 편찬된 외국
설화집을 두루 살펴보았다. 필자가 한국과 외국의 설화집에서 찾을 수
있었던 추녀 설화는 놀랍게도 세 유형에 불과했다. 첫 번째 유형은 3세기
에 쓰인 불교설화집 찬집백연경에 수록되어 있는 <추녀금강고사(醜女
金剛故事)>이다. 인도 바사닉 왕의 못생긴 딸이 견불(見佛)을 통해서 극
적인 변신을 이루는 이 설화는 동아시아에서 1800여 년 동안 불교문헌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승되어 왔다. 두 번째 유형은 국내에서 전승되어온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로 불리는 여성이인설화(女性異人設話)이다.
첫날밤에 소박을 맞은 박색 여성들이 지혜, 인내, 신이한 능력으로써 성
공과 변신을 이루는 설화가 국내의 구전 현장에서 십여 편 채록된 바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모로코, 예멘, 이라크, 페르시아 따위의 이슬람 지
역에 살았던 유대인들이 전승해 온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이다.
이 설화는 야수의 얼굴을 지닌 채 태어난 랍비의 딸이 변신을 이루기까지
의 통과의례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세 유형의 설화는 모두 추한 용모를
지니고 태어난 여성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가는 고통과
결혼 후에 치르는 혹독한 통과 의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세 설화에는
모두 유폐, 소박(疏薄), 변신이라는 모티프가 공통으로 담겨 있다.
한국과 유대의 구전 현장에서 채록된 추녀변신설화의 전승이 1800년
간 불교 문화권에서 전승되어 온 <추녀금강고사>와 관련이 있는 지 정
확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20세기에 유대와 한국의 구전 현장에서 유폐,
소박, 변신이라는 공통 모티프가 들어 있는 추녀설화가 채록되었다는 사
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오늘날, 여성
해서 국제 설화의 유형을 출간한 이후로는 ‘아르네-톰슨-우써’를 의미하는
‘ATU’를 사용하고 있다. 자세한 서지 사항은 본고의 참고문헌 참조.
122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의 외모 차별로 인한 사회적인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 많은 작가와 독자
는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백설 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같은 무
기력한 미녀를 패러디한 동화나 추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창작옛이야기
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문화 현상을 고려할 때, 외모
차별로 고통 받았던 옛이야기 속의 여성들이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변신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한국과 유대의 설화에서 외모 차별로 인해 고통 받은 여성
들이 가족과 사회라는 집단 속으로 통합되기 위해서 치른 통과 의례의
양상을 고찰해 보고자한다. 이러한 고찰이 여성들의 삶이 지닌 보편적인
현실과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오늘날의 외모 지상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풀어가는 데 어떤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본고에서는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가운데서 각 문화권의 설화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성과 서사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각편을 표준
텍스트로 삼아서, 그 통과의례 양상을 분석하고 그것이 지니는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2.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의 서사내용
(1)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와 「얽고 검은 고동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된 여성이인설화는 모두 140여편이 넘는
다.2) 이 설화를 최초로 본격적으로 연구한 정경민은 여성이인설화를 “평
범하거나 혹은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외모를 지녔거나 전형적인 여성
상에서 벗어나는 이상한 행동을 해서 ‘숨어있던’ 여성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들에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특이
2) 정경민은 석사학위논문에서 여성이인설화를 모두 112편의 각편을 분석하였고,
이상희는 박사학위논문에서 모두 159편의 각편을 분석하였다. 이상희가 분석한
159편 가운데 13편은 문헌설화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집된 여성이인설화는 모
두 146편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23
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설화”로 정의한다(4). 다른 연구자들도 대
부분 이러한 정의를 따른다. 여성이인설화의 하위 범주에 해당하는 ‘이인
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의 설화에 대해서 이상희는 “외모 때문에 구박
을 받다가 집안에 닥친 어려움을 자신의 능력-도술로 해결하여 집안 식
구들과 화합하는 내용의 이야기”로 간주한다(24).
여성이인설화를 연구한 선행 연구자들이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
형으로 분류한 각편은 37편이 넘는다.3) 하지만 그 각편들을 모두 수집해
서 전문을 살펴보았더니 실제로 추녀가 주인공인 설화는 모두 27편 정도
였다. 선행 연구자들이 언급한 ‘못난 여자’ 유형에는 박색 여성 뿐만 아니
라 장님, 앉은뱅이, 이상 행동을 한 여자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였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의 설화 중에서 박색 여성이 등장하는 각편을 ‘추녀이인설화’로 따로
지칭하기로 한다. 27편의 추녀이인설화 가운데 4편은 박색 여성이 등장
하기는 해도 서사가 다른 각편과 완연히 다르다.4) 따라서 본고에서 분석
의 대상으로 삼을만한 추녀이인설화는 모두 23편에 불과하다.5)
추녀이인설화는 대부분 변신 모티프를 포함하고 있다. 추녀이인설화
23편 가운데 7편에는 변신 모티프가 나타나지 않지만, 그러한 각편에 등
장하는 추녀 주인공은 옥씨 시조 왕씨, 제갈공명, 정다산과 같은 역사적
인 인물들의 부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담을 제외한다면 구전민담이
란 갈래에 속하는 추녀이인설화에서 ‘변신 또는 허물벗기’는 보편적으로
3)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에 정경민은 53편의 각편을 넣었고, 이상희는 37
편의 각편을 넣었다. 하지만 이 두 학자가 언급한 각편 가운데 상당수는 ‘못난
여자’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4) 필자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각편은 다음 네 편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 1-9
에 수록된 「이완대장과 소실의 지혜」(93-96쪽), 한국구비문학대계 7-13에 실린
「제비와 통한 박색부인」(151-152쪽), 한국구비문학대계 3-1(423-429쪽) 수록된
영리한 윤두수 후처, 한국구비문학대계 4-4에 수록된 마누라 지혜로 명판
관 된 원님(624-632쪽) 등이다.
5) 여성이인설화를 연구한 정경민, 이상희, 윤민아, 이은희의 각편 목록이 약간씩
다르다. 윤민아를 제외한 세 학자는 김재식이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연속으로
구연한 「박씨부인 이야기」한 편을 각편 3편으로 간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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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는 모티프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역사적인 인물인 서약봉에
관한 구전 설화에도 박색 아내가 미녀로 변신하는 내용이 들었다. 본고
에서는 추녀이인설화 중에서 ‘추한 용모의 주인공이 미녀로 변신하는 모
티프’가 들어 있는 16편의 각편을 통칭할 때 ‘추녀변신설화’란 용어를 사
용하기로 한다.
16편의 추녀변신설화를 분석해서 핵심 화소를 추출해 비교해보았더
니, 그 보편적인 서사 내용을 (1) 부친의 혼약, (2) 첫날밤의 소박, (3) 박색
신부의 유폐와 시련, (4) 집안에 닥친 위기, (5) 신부의 도술 또는 해결
능력, (6) 신부의 변신, (7) 부부 결합으로 간추릴 수 있었다. 이러한 서사
내용 가운데 (3), (4), (5), (6)은 화소의 변이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따로
도표로 작성하여서, 본고의 말미에 첨부하였다. 추녀변신설화 16편 가운
데는 「박씨전」, 「박부인과 임경업 장군」, 「박씨부인 이야기」와 같이 고소
설의 영향으로 전승되어 온 설화들이 여러 편 섞여 있다. 하지만 많은
각편에는 고소설에 나타나지 않는 여러 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이 골방에 갇혀서 구멍밥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화소는 고소설에는 들
어 있지 않은 화소이다. 단군신화 속의 웅녀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화소는
추녀변신설화가 고소설 박씨전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구전되었을 가능
성을 추측하게 한다. 변신 모티프가 들어 있는 16편의 각편이 보여주는
서사내용은 ‘가족 유사’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 내용을 하나로
통합해서 줄거리를 간추리기 어렵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16편 중에서 서
사의 짜임새가 가장 탄탄하고 신화적인 상징성이 풍부하면서 보편성이
큰 각편인 「얽고 검은 고동지」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고자 한다 (한국
구비문학대계 7-8 329-334).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 주인공은 유폐된 공간에서 하녀가 가져다주
는 한 숟가락의 밥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신이한 바느질 솜씨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금사망(허물)을 자신의 힘으로 벗는다. 이러한
내용은 본고의 말미에 첨부한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추녀변신설
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유폐 공간이 연못 근처의 굴이고 그 주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25
변에 붉고 푸른 기운이 감돈다는 설정에서는 신화적인 상징성을 읽을
수 있다. 서사적인 짜임새를 살펴보아도, 색시의 외모에 혐오감을 느꼈던
남편이 아내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조금씩 그 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어서 화자의 이야기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 「얽고 검
은 고동지」의 줄거리를 간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들이 삼형제인 집안의 맏아들이 혼례를 올렸는데 신부가 얼굴이
박박 얽은 고동지(곰보)였다. 실망한 남편은 고동지를 친정으로 돌
려보내기 위해서 신부가 살던 동네에 데려 간다. 하지만 그 동네에
서 고동지의 친정집을 아무리 찾으려고 애써도 찾지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본가로 데려 왔다. 색시는 첫날밤에 재릿조반(야물상)
이 들어왔는데도 졸고 있어서 신랑이 기가 막혀 “얽고 검은 고동지
야 무슨 정에 잠이 오노?”하고 나무랐더니 신부가 “석상에 솔씨를
심어 정자 좋아 잠이 오요.”라고 유식한 답변을 한다.
남편은 고동지를 연못 가의 굴에 집어 넣고 식모에게 밥을 한 숟가
락씩 갖다 주게 하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남편은 양쪽 어깨에 용이
알을 물고 날아가는 형상이 수놓인 관복을 입어야 하는 데, 그런
수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을 사방에 수소문해도 구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안 고동지는 식모에게 명주, 가위, 색실을 가져오게 한다.
시댁 식구들이 비웃지만 식모가 “사람 든 재주는 알 수 없으니까
참 한번만 속아보고 명주 몇 필 버릴 요량하고 갖다 줘 봅시다”라고
말한다. 고동지를 데리고 나와서 바느질을 시키니 세 사람이 바늘에
색실을 끼워줘도 혼자서 놀라운 솜씨로 관복 양 어깨에 용이 알을
물고 푸르르 나는 형상을 수놓는다.
고동지 덕분에 과거 급제한 남편은 “그 여자가 바느질 해준 옷을
입고 과거 급제했으니깐 배신하지 말고 마음을 다시 먹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 온 남편은 고
동지의 얼굴을 보니 다시 또 보기가 싫어서 첩을 둘까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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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른들이 “심성이 아까와서 어애나 어애나”하니깐, 남편은
연못 가 고동지가 사는 굴 쪽으로 눈을 돌린다. 굴 근처에 ‘시퍼런
기’ ‘벌건 기’가 있는 것을 보고 연못에 놓인 외다리를 건너서 아내
가 있는 굴로 간다. 굴의 문에 구멍을 내서 안을 들여다보는데 예쁜
마누라가 한문책을 보고 있었다. 막상 문을 열고 굴 안에 들어가니
예전처럼 못생긴 여자가 있어서 그만 나온다. 잠시 집에 머물다가
남편은 다시 과거 시험을 보러가서 삼년을 다른 곳에 있다가 집으
로 돌아온다.
돌아 온 남편은 달 밝은 저녁 연못 근처에 시퍼런 불과 뻘건 불이
있어서 외다리를 건너 굴에 간다. 굴에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잘생긴 아내가 보였지만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허사다’ 싶어
서 되돌아온다.
어느 날, 식모는 고동지가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차려서 굴로 가
져다 달라고 한다고 전한다. 남편은 고동지가 드디어 배불리 먹고
죽을 결심인가 싶어서 그렇게 해주라고 말한다. 남편이 굴에 가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니까 잘난 여자가 상을 잘 차려 놓고 책을 보
고 있었다. 남편이 여자를 볼 작정으로 눈을 꽉 감고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여자가 그대로 일어나 섰다. 인물이 좋아진 여자가 앉으라고
하면서 첫날밤에 재릿조반도 먹지 않았고 족도리도 벗겨주지 않았
으니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한다.
음식을 먹고 난 아내는 “저는 원래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천상 선
녀였는데 죄를 지어서 이 세상에 내려와서 박박 얽은 고동지가 되
고 뱀 허물 같은 허물을 입게 되었다. 금사망(金絲網)을 입고 나왔
지만 이제부터는 이 얼굴로 살아갈 겁니다.”하면서 벗어놓은 허물
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아들 셋, 딸 둘을 낳고 오랫동안 잘 살았다. 고동지의 남
편은 벼슬자리가 잘 되어서 오늘까지도 잘 산다고 한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27
이 설화에는 한국의 추녀변신설화를 구성하는 일곱 가지의 보편적인
서사내용 가운데서 양쪽 부모가 혼약을 맺는다는 내용만 생략되었을 뿐,
나머지는 거의 모두 들어 있다. 이 이야기에는 고동지가 어떻게 혼례를
올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남편이 못생긴 색시를 친정으로
쫓아내려고 해도 처갓집이 사라져버려서 어쩔 수 없이 도로 데려 온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와 「지혜로운 추녀」
이슬람 지역의 유대인들이 전승해 온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는
19세기 이전에 출간된 유대 문헌설화집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
이다. 그래서 유대 민속과 전통 백과사전에서는 이 구전 설화가 19세기
중엽에 조셉 파르히(Joseph S. Farhi)라는 유대 작가가 비유대문화권의 설
화를 유대 스타일로 새롭게 고쳐 쓴 창작옛이야기에서 파생된 것일 거라
고 추정한다 (Patai, “Oseh Pele”). 얼리자 쉐나르(Aliza Shenar)의 논문에 따
르면,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 속하는 구전 각편은 모로코(3편),
시리아, 예멘(3), 이라크, 페르시아, 폴란드에서 10편 채집되었다. 필자가
영어로 번역된 파르히 판본, 구전 민담 본, 재화 본을 입수해서 비교해
보니,6) 판본 간의 화소 차이가 크지가 않았다.7) 필자가 살펴본 설화 자료
중에 서사적인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판본은 구전설화 본의 원전으로
간주되는 파르히 판본이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엘렌 프란켈(Ellen
Frankel)이 영어로 번역한 파르히 판본 「지혜로운 추녀」를 표준텍스트로
삼기로 한다. 파르히 판본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6) 자세한 서지 사항은 참고 문헌의 기본 자료 참조 바람.
7) 필자가 영어로 발간된 동종 유대 설화를 비교한 결과, 각편 간의 화소 차이가 크
지 않았다. 일부 각편이 보여준 특이 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얼굴이
야수를 닮은 것이 아니라 암소나 당나귀의 형상으로 묘사된 것 (2) 랍비의 딸이
쪽지가 아니라 목소리로 학당의 학생들과 소통한 것, (3) 신비의 약물을 준 인물
이 처음부터 선지자 엘리아로 기록된 것.
128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옛날에 콘스탄티노플에 야수를 닮은 얼굴을 지닌 어떤 소녀가 살았
다. 랍비의 외동딸인 소녀는 얼굴이 아주 못생겼지만, 그 도시의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웠다. 하지만 너무도 못생겨서 부모는 그녀가 다
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학당의 다락방에 가두어 버렸다. 소녀
는 문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서 음식을 받아 먹고, 다른 것들을 내보
내면서 목숨을 연명하였다.
먼 지방에서 콘스탄티노플로 공부를 하러 온 어떤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다락방에 갇힌 소녀가 살고 있는 랍비의 학당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학당의 학생들과 청년이 랍비가 내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청년은 책상에 놓인 쪽지에 적혀 있는 그 누
군가의 답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그 답변을 쓴 인물이
다락방에 갇힌 랍비의 딸인 것을 안 청년은 자신이 꿈꾸던 지혜로
운 여자라고 생각해서 청혼을 한다. 부모는 처음에는 딸의 결혼을
반대하지만 청년이 고집을 꺾지 않자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한다.
상반신이 베일로 덮여 있어서 결혼식 때 신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청년은 첫날밤에 신부의 얼굴을 보고 경악한다. 신부가 첫날밤 만이
라도 결혼 서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울음을 터뜨리자 청년은 어
쩔 수 없이 신부와 동침한다. 청년이 길을 떠나려 할 때 신부는 미래
에 태어날 자식을 위해서 징표를 달라고 요구한다. 청년은 그 징표
로 반지와 기도용 숄(tallit)을 신부에게 건네준다.
세월이 흘러서 신부는 아들을 낳지만 직접 키울 수 없어서 부모가
대신 아이를 키운다. 아들은 자라서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로부터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학당의
다락방에 머물고 있는 친모를 만난 아들은 어머니가 토라를 공부하
면서 모진 세월을 견딘 사실을 알게 된다. 토라에 대한 어머니의
지식과 통찰력에 감탄한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토라를 공부한다.
어느 날 아들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행방을 묻고, 아버지가 어머니
에게 징표로 남긴 반지와 기도용 숄을 지니고 아버지의 나라로 여
행을 떠난다. 몇 달에 걸친 기나 긴 여행을 한 끝에 아들은 아버지가
사는 나라에 이르러서, 그 곳의 유대 교회당으로 들어 간다. 랍비는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29
낯선 곳에서 온 소년이 아들의 이름이 수놓아진 기도용 숄(tallit)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핏줄임을 알아차린다. 할아버지의
중재로 아버지와 만난 아들은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현명
한 여자인데, 왜 함께 살려고 하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집으로 가자
고 말한다. 아버지는 기적이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아들
에게 조만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아들은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어떤 영감을 만나서 신비의
약물을 얻게 된다. 영감은 아들의 효심에 감동해서 약물을 주는 것
이니, 그것을 얼굴에 바르면 어머니가 치유되어서 해와 달처럼 아름
다워질거라고 말한다. 영감이 말한 대로 약물을 얼굴에 바르니 어머
니가 해와 달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약물을
준 영감이 선지자 엘리아일 거라고 말하면서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린다. 마침 그 때 집으로 돌아 온 아버지는 기적이 일어나서 아내가
아름다워진 사실을 알고서 신에게 감사드리면서 다시 결혼식을 올린
다. 이처럼 현명한 아들은 부모의 집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주었다.
이 이야기의 서사 내용은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에 속하는
대부분의 이야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전 채록
자료를 모두 검토한 바바라 러쉬는 각편 간의 차이점은 거의 없으며, 굳
이 차이점을 찾자면, 여자 구연자는 제목에 ‘여자’라는 단어를 명시하고,
남자 구연자는 ‘남자’라는 단어를 명시한 것 정도라고 말한다(Rush 86).
3.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 양상
통과의례 양상을 살펴보기 전에, 앞 장에서 살펴본 「얽고 검은 고동지」
와 「지혜로운 추녀」를 표준텍스트로 삼아서,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
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우선, 공통점으로는 (1) 남편
이 첫날밤에 색시의 얼굴을 보고 경악해서 달아나려고 한 것, (2) 주인공
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골방에서 구멍밥(구무밥)으로 연명한 것,8)
130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3) 주인공이 지혜롭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 (4) 추한 허물을 벗은 뒤에
부부가 재결합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설화가 유대 설화와 다른
점을 정리하면, (1) 유폐시키는 주체가 아버지가 아니라 남편이고, 유폐된
공간이 시댁 내부이며, 유폐 시기가 결혼 이후인 것, (2) 주인공의 신이한
바느질 솜씨가 강조된 것, (3) 주인공이 시댁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남
편의 신분 상승을 돕는 것, (4) 주인공이 아들이나 초자연적 조력자의 도
움 없이 직접 허물을 벗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반 겐넵의 통과의례 이론을 참조해서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의 통과의례 양상을 기술하기로 한다.
통과 의례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반 겐넵에 따르면, 통과 의례란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의 또는 특정의 사회적 또는 우주적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통과에 수반되는 모든 의식의 유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겐넵 41). 반 겐넵은 통과 의례의 하위 범주를 분리 의례(rites of
separation), 전이 의례(transition rites), 통합 의례(rites of incorporation)로 나
눈다. 그는 이 가운데서 분리와 통합의 중간에 위치한 전이 의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겐넵은 세 가지 하위 범주는 모든 의식 유형에서 똑
같은 비중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분리 의례는 장례식
에서 더욱 뚜렷하며, 통합 의례는 결혼식에서 뚜렷하다. 전이 의례는 임
신, 약혼식, 입사식(入社式, initiation)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겐
넵 41). 또한 어떤 의식 유형에서 전이기(transitional period)가 길어질 경
우, 그 기간 내에 ‘분리-전이-통합’이라는 패턴이 반복이 될 수 있다고 언
8)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 고동지는 굴에서 식모가 넣어주는 밥 한 숟가락으로 목
숨을 연명한다. 구멍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지만, 구멍밥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거는, 인제 고동지 그거는 저어 연못 가에다 [연못을 손가락으로 가리
키는시늉을 하며] 고만 굴을 파가이 거가다이(그 곳에다) 집어 넣어 뿌맀어. 집
어넣고 인제 밥 한 숟가락씩 거 갖다 주고 이래는데, 그래 식모가 가가이그 카
더래여”(330쪽). 본고의 말미에 수록한 도표의 각편 11(「변신의 능력을 지닌 며
느리」)에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색시가 죽재통 들앉아,그래 구무 밥을 요만
참 예전에 툭싸리(뚝배기) 있잖아? 까만 툭싸리에 요만츰한 숫가락 갖다 종이
들어 밀어부리고 간다”(852쪽).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31
급한다.
유대 설화에서는 주인공의 삶 전체가 전이 의례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대 설화 「지혜로운 추녀」에서 주인공은 세상에 태어난 영아가
가족 집단에 통합되기 위해서 치러야 할 통과 의례를 제대로 치루지 못한
다. 겐넵에 따르면, “새로 탄생한 아이에 대한 의식도 분리 의례, 전이
의례, 통합 의례”로 이루어진다(89). 즉, 새로 출생한 아이는 그 이전의
환경(어머니 또는 전생)으로부터 분리되어서, 일정한 전이기를 거친 다음
에, 가족이라는 집단에 통합되는 의식을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랍비
의 딸은 어머니의 탯줄로부터 분리되었지만 가족 집단의 구성원으로 받
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멍밥으로 목숨을 연명한 랍비의 딸은 가족과 사회
로부터 격리된 채 학당의 다락방(또는 뒷방)에 머물면서 토라를 배운다.
랍비의 딸이 탄생에서 결혼까지 머물렀던 유폐 공간도 전이적인 속성
을 지닌다. 신체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었지만 토라와 탈무드
를 배우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쪽지나 목소리로 자신의 지혜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에 사는 사람들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랍비 딸의 지혜가 그 도시에서 으뜸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지혜를 지닌 랍비의 딸은 지혜를 여성의 덕목 가운
데 으뜸으로 생각하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첫날밤에 소박맞고 변신을 이
룰 때까지 유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겐넵은 “통합 의례는 결혼식
에서 뚜렷하다”고 하였지만,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결혼식은 통합 의
례의 속성을 지니지 못한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랍비의 딸은 탄생부터
시작된 전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임신과 출산과 육아라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랍비의 딸이 결혼 이후에 체험한 전이기는 만남과 이별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지난한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례, 남편과의
이별, 임신, 출산, 갓난 아들과의 이별, 유년기 아들과의 만남, 성장한 아
들과의 이별,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과의 만남, 변신, 헤어진 남편과의 만
남이라는 이별과 만남의 반복을 거쳐서 비로소 랍비의 딸은 가족이라는
집단에 온전하게 통합된다.
132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도 결혼식은 통합 의례의 속성을 지니지 못한
다. 고동지에게 혼례는 친정에서 철저하게 단절되는 분리 의례이면서,
시댁이라는 새로운 집단에 통합되지 못한 채 과도기의 삶을 시작하는
전이 의례이기도 하다. 이 각편을 포함한,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
에 속하는 많은 각편에서 화자는 주인공의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서술하
지 않는다. 이 유형에 속하는 각편들은 대부분 결혼 이전의 삶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양쪽 아버지가 혼약을 맺는 대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
지만, 「얽고 검은 고동지」는 그러한 혼약에 대한 언급조차 생략한다.
그 전에, 저 아주 참 아들이 삼 형젠데, 맏아들이 장개를 가잉겔로
아주박박 얽은 고동지가, 그래 델다 놓고 보이 아주 서글프고 기가
맥히. 저그걸 저 마느래 삼지 못할 거 겉에 고만. 담박 보따리를 쌔
우고(싸게 하고)싶와여. 그래 인제 그석을 불러가이고, 하인을 불러
가이고 '이거 고마 담박에 태, 태우다 주라.' 캐민서러 고마 보냈대
여. 보낸께 암만 해도 집을못 찾겠더라네. 그 동넬 드가도(들어가도)
암만 찾아도 못 찾아서 도로그 델고 왔더래여 또. 고동지, 읽고 검은
고동지를.
그래가이고 인제 참 그양 그양 델다 놨으이. 인제 첫날밤, 첫날밤에
그왜 국시(국수) 들오고 그래쟎아여? 그래가이 재릿조반(야물상:夜
物席)그걸채리다 딨논께(들여 놓으니), 꼬라지도 배기도 싫은데 그
중에 또 자불더래며(졸더래여).
고동지에게 결혼식은 친정과 철저하게 단절되는 분리 의례이다. 고동
지에게 장가든 남편은 색시를 친정으로 내쫓으려고 하지만 결혼 전에
아내가 살았던 집을 찾지 못해서 도로 본가로 데리고 들어온다. 이 설화
에서 주인공을 유폐시킨 존재는 친부가 아니라 남편이고, 격리된 삶을
사는 공간도 친정이 아니라 시댁이다.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 혼례는
친영제(親迎制)의 방식으로 치러졌다. 16편의 추녀변신설화 가운데 주인
공이 결혼 후에 친정에 머무는 각편이 한 편도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33
할 때, 이 설화가 활발하게 전승되어 온 시기는 결혼제도가 서류부가혼
(婿留婦家婚)제에서 친영제 또는 반친영제로 바뀐 조선 중기 이후가 아닐
까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16편의 각편 가운데서 유폐된 주인공이 구멍밥
을 먹으면서 목숨을 이어갔다는 내용을 구연한 화자들은 대부분 여성
화자였다 (본고의 말미에 첨부한 도표 참조). 이러한 각편에서 혼례를 치
른 후 친정에서 갑자기 분리된 채 낯선 시댁에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읽을 수 있다.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 주인공은 혼례식을 올리고 남편과 합궁할 때
까지 헤어짐과 만남의 과정이 반복되는 긴 전이기를 보낸다. 이 설화는
혼례, 친정으로 내쫓김, 시댁으로 귀환, 첫날밤 소박, 굴에 갇힘, 관복 짓
기 위해 외출, 굴에 갇힘, 과거 급제한 남편의 첫 번째 굴 방문, 남편의
부재 삼년, 남편의 두 번째 굴 방문, 고동지의 진수성찬 요구, 남편의 세
번째 굴 방문, 합궁의 순으로 서사가 구성되어 있다. 고동지는 혼례를
올린 후 굴에서 긴 인고의 세월을 견딘 후에야 야물상(夜物床)을 받고
족두리를 벗는 통합 의례를 치른다. 고동지는 문구멍으로 자신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가 되돌아가곤 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천상에
서 지은 죄를 씻을 때까지 금사망(金絲網)을 쓴 채 묵묵히 감금 생활을
견딘다. 이러한 통과 의례가 보이는 특징은 다른 한국 추녀변신설화에서
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얽고 검은 고동지」와 「지혜로운 추녀」에서 주인공은 모두 두 번의
혼례를 치른다. 「지혜로운 추녀」에서 미녀로 변신한 랍비의 딸은 자신의
곁으로 돌아 온 남편과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도
금사망을 벗은 고동지는 합궁하기 전에 남편에게 야물상을 먹고 족두리
를 벗는 혼례 의식을 다시 해줄 것을 요구한다. 첫 번째 결혼식이 혹독하
고 긴 통과의례가 시작되는 전이 의례라면, 두 번째 결혼식은 그러한 전
이기가 끝나고 가족과 사회 속으로 통합되는 통합 의례를 나타낸다.
134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4. 추녀변신설화 속의 ‘감금’ 모티프가 지닌 특수성과 보
편성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이 통과의례를 치루는 동안
죽 머물렀던 공간은 구멍밥을 먹어야 할 정도로 밀폐된 방이다. 주인공
의 아버지나 남편이 딸이나 아내를 방에 가두고 구멍밥을 준 것은 얼핏
보기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신체적인 결핍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각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듯싶다. 하지만 설화의 세계에서 유폐나 감
금이 추한 외모의 여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추녀변신설화에
나타난 감금을 단순히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표출된 것으로만 간주하
기 어려운 일면이 있다. 그림형제의 「라푼첼」, <ATU 310 탑에 갇힌 처
녀>(Maiden in the Tower), 페르세우스 신화, 제주도의 <초공본풀이>,
동명성왕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감금 또는 격
리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설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감금’과
‘추녀의 감금’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세계 신화와 민담에 보편적으로 나타는 ‘감금된 여성’은 신체적으로 임
신과 출산이 가능한 성적 성숙기에 접어든 사춘기 소녀들이었다. 설화에
서 국왕 또는 아버지가 성적인 성숙기에 접어든 딸을 감금한 것은 남성적
인 존재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거나 딸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프로프는 다나에 신화와 바람의 아이를 잉태한 여
자에 관한 러시아 민담을 예로 들면서, “탑 속의 감금은 명백히 결혼에의
준비이나, 그것은 보통의 결혼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와의 결혼이며, 거기
에서 신적인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프로프 68). 이러한 설화
에서, 부모는 딸의 임신이나 납치가 두려워 딸을 탑에 가두지만 용이나
신과 같은 존재가 유폐된 공간으로 침입해서 영웅적인 아이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아들은 성장한 후에 위기에 빠진 어머니를 구원한다.9) 따라서
9) <초공본풀이>와 다나에 신화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신연우가 비교한 바 있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35
설화문학에서 ‘여성의 감금’이 지닌 보편적인 형태는 초경을 한 소녀들이
결혼하기 전에 치르는 성년입문식의 속성을 지녔다.
하지만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은 초경을 시작한 사
춘기에 감금된 것은 아니다. 랍비의 딸은 태어나자마자 감금되었고, 고
동지는 결혼식을 올린 뒤에 갇히게 되었다. 유폐 공간에서 주인공이 임
신을 하고 그 아들이 어머니를 음지에서 양지로 나아가게 하는 구원자
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대 설화는 다나에 신화가 지닌 특성을 부분적으
로 지니고 있다. 하지만 랍비의 딸은 탄생, 성장,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삶의 모든 통과의례를 유폐 공간에서 치렀기 때문에 유폐가 성년
식의 성격을 지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유폐
는 대부분 혼례를 올린 뒤에 일어난 일이어서 프레이저나 프로프가 언
급한 ‘사춘기 소녀의 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고동지의 유폐 공간에서
는 남자와의 결합, 신이한 아이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동지의 유폐는 시댁이라는 새로운 가족 집단에 받아들여지기
위한 입사식의 성격이 뚜렷하다. 고동지가 결혼 첫날밤에 소박맞은 후
에 두 번째 첫날밤을 치룰 때까지 몇 년 동안 머물렀던 ‘연못가의 굴’은
새로운 세계로 통합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전이 의례의 공간
이다. 고동지는 연못가의 굴에서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친정에서 시댁으
로 이행할 준비를 한 것이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의 감금은 사춘기 소녀의 성
년입문식과는 그 양상이 다르지만, ‘감금’이라는 모티프가 지닌 보편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프레이저는 원시인들이 월경 중인 여자를 격리시킨
것은 “그들이 발산한다고 하는 위험한 영향을 중화하려는 것‘이고, 그러
한 중화를 위해서 하늘과 땅의 중간 상태에 있는 공간에 머물게 해서
땅을 밟지도 못하고 해를 보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791-792).
그러나 프레이저는 월경혈에 대한 원시인의 두려움과 성스러운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동질의 것으로 보고 있다.
136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이른바 사춘기 소녀들의 부정함과 성스러운 인간들의 신성함은 원
시인이 보기에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것은 에너지 일반과 같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떤 신비한 에너지의 서로 다른 표현일 뿐
이며,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유익하게도 되고 해롭게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사춘기 소녀같이 신성한 인물들이 땅도 밟지
않고 해도 보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한편으로 그들의 신성이 땅이
나 하늘을 접촉할 때 그 어느 쪽에든 치명적인 파괴력을 미칠까봐
두렵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적인 존재가 그와 같이 자신의
영험한 능력을 방출하고 나면 그것의 적절한 수행에 백성들과 심지
어 세상의 안전까지 달려 있다고 여기는 주술적 역할을 장차 수행
할 수 없게 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황금가지 792-793).
프레이저는 원시인이 사춘기 소녀를 감금한 것이나 신성한 왕이나 그
자손을 감금한 것은 그들의 심리에 ’신비한 에너지‘가 미칠 수 있는 영향
력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프레이저의 관점
이 옳다면, 고동지와 랍비의 딸은 신비한 에너지를 지닌 존재이기에 감금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랍비의 딸은 유폐된 방에서 구멍밥을 먹으면
서 살기는 하였지만 경전 공부와 신앙생활에 전념하면서 그 어떤 랍비도
가질 수 없는 지혜와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고동지도 유폐
된 공간에서 구멍밥으로 연명하면서 책읽기와 바느질을 통해서 자기 자
신을 다스렸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의 주인공은 모두 고립과 구
속의 공간을 숙성과 변신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신비한 에너지’를 지
닌 존재인 것이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이 머물렀던 공간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밀폐된 방’이다. 세계 상징사전을 두루 살펴보면
(Chevalier and Gheerbrant; Cirlot; Ackroyd; Cooper), 일반적으로 밀폐된 방
은 처녀성, 자궁, 이니시에이션을 상징한다. 쿠퍼(Cooper)는 “방은 외부
세계로 열려 있는 창과 다른 사람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을 가진 개인의
상징이다. 밀실은 처녀성의 상징이며, 이니시에이션 의례에서도 사용된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37
다.”고 보았다.10)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도 방은 이러한 보편
적인 상징성을 띄고 있다.
「지혜로운 추녀」와 「얽고 검은 고동지」의 경우, 유폐 공간은 단순한
밀실이 아니라 다락방과 굴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서 특수한 의미
를 지닌다. 서양 문화권에서 다락방은 이상주의, 지성, 의식, 영혼의 승화,
빛의 세계, 고귀한 열망 따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슐라르는
다락방과 지하실을 인간 심리의 양극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바슐라
르는 꿈 상징학자인 아니아 테야르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지하실은 무의
식, 비합리성을 상징하고, 다락방은 의식과 합리성을 상징한다고 보았
다.11) 또한 “다락방이 없는 집은 승화가 어려운 집”이고 “지하실이 없는
집은 원형이 없는 처소”라고 보았다. 「지혜로운 처녀」의 경우, 랍비의 딸
이 갇혀 있던 공간은 구멍으로 음식과 배설물을 전달해야 될 정도로 밀폐
된 공간이지만 토라 학당의 지붕 밑 다락방에 위치해 있고, 쪽지나 목소
리를 통해서 외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군다나 랍비의 딸
은 그 밀폐된 다락방에서 토라와 탈무드와 같은 경전 읽기에 전념하였다.
따라서 그 방은 밀실의 속성과 다락방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지닌 공간으
로 해석할 수 있다.
「얽고 검은 고동지」의 경우, 고동지가 통과의례를 치르면서 머물렀던
공간은 연못, 다리, 토굴이 있는 공간이어서 지모신이 머무는 성소를 떠
올리게 한다. 시댁이라는 현실세계와 토굴 사이에는 연못이 놓여 있고,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놓여 있다. 고동지가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
‘신비한 에너지’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은, 토굴
주변을 감도는 붉은 불과 푸른 불이다.
10) 이윤기의 번역이 영어 본과 차이점이 있어서 필자가 약간 수정하였음(쿠퍼 진,
이윤기 역.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까치, 1996, 293쪽; Jean, Cooper,
C, An Illustrated Encyclopedia of Traditional Symbols with 210 Ilustrations, London: Thames
and Hudson, 1978, p.140).
11) 가스통 바슐라르, 장영란 역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문학동네, 2002, 123쪽;
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역, 공간의 시학, 동문선, 2003, 96-97쪽.
138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그래 인제 이집 뒤에 인제 연못이 있고 연못 가에 인제 그 굴이 있는
데, [청중 : 저 뒤에 있는 거치, 하하하.] 연못에외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 거게를 간대여. 그래가이고 거를 이래 바라본께, 머 불이 벌
건 기 머 시퍼런 기 있다가, 벌건 기 있다가 이렀더래여.참 그 가가
이고 굴에 외나무 다리를 건너 가가이고 굴에 가서 요래 춤을(침을)
발라가이 문구영을 똑 넓어가이 이래 딜다 봤어. 딜다 보인겔로 아
주 그렇기 머머 이뿐 마느래가 있더래여. 그렇기 인물이 좋더래. 그
래 책을 이래 보고 있더래여. 책을 보고, 한문 책을 보고 있는데 [청
중 : 인제때가 되서 그래,] 그래가이고 인제 문을 열고 들어갔어.
들어간께,
"아이고, 서방님, 우짼 일이냐?"
카먼 얼른 들오시라 카는데, 들어가서 본께 또 고동지 그걸세. 아이
고 비기도 싫고 고만 안기도 싫어가이고 고만 나왔뿌맀어.
아내를 첫날밤에 소박 놓은 남편이 연못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유폐
공간으로 세 번씩이나 발걸음을 옮긴 것은 그 근처를 감싸는 ‘뻘건 불,
시퍼런 불’ 때문이었다. 쿠퍼는 동굴의 상징적인 의미를 “우주의 상징,”
세계의 중심, 심장, “자기와 자아가 합일되는 곳,” “신성과 인간성이 만나
는 곳,” “이니시에이션과 제2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장소,” “대지모신의
자궁,” “매장과 재생의 장소이며, 신비와 증식과 부활의 장소” 따위로 정
의한다(55-56). 이러한 상징적인 정의는 「얽고 검은 고동지」의 서사 내용
과 잘 맞물린다. 고동지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적강해서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굴에서 속죄와 숙성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고동지가 굴속에서 늘 책을 읽는 것으로 서술된 것을 보
면, 굴은 무의식의 공간이 아니라 무의식과 의식,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동지가 속한 ‘연못가의 굴’이 랍비의 딸이 머문 밀폐된 다락방보다는
훨씬 더 신화적이고 원초적이기는 하지만, 두 공간 모두 다 신비한 에너
지와 의식의 빛이 공존하고, 대극(對極)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독특한 공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39
간이다. 세계 설화에서 밀폐된 공간에 감금된 많은 사춘기 소녀는 ‘잠자
는 숲속의 미녀’나 백설공주처럼 ‘의식이 없는 잠자는 여성’이다. 하지만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은 밀폐된 공간에서 책을 읽거
나 바느질을 하는 ‘의식이 살아 있는 깨어 있는 여성’이다.
5. 전통의 계승과 전복: 바느질과 ‘조력자-아들’ 모티프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와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의 통과의례가 보여주는
중요한 차이점은 유대 설화는 ‘조력자-아들’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키고,
한국 설화는 박색 여성의 신이한 ‘바느질 솜씨’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
슬람 지역에서 채록된 유대 추녀변신설화의 원전은, 앞에서 언급하였듯
이, 19세기 중엽에 쓰인 파르히 판본일 것으로 추정된다(Patai, “Oseh Pele”;
Schwartz 373). 한국의 추녀변신설화는 일제 강점기에 채록되거나 출간된
설화자료에서 각편을 발견할 수 없고,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된 설
화 자료도 주로 경상북도 지역에서 채록된 각편들이다. 또한 대부분의 설
화가 들머리에서 주인공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생략한 채 친영제 또는
반친영제로 치러진 혼례를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설화가 민간에서 전승되기 시작한 시기는 조선 중기 이후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렇게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전통의 계승과 전복을 동시에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1) 한국 추녀변신설화 속의 바느질 모티프
16편의 추녀변신설화 가운데서 9편에서 박색 여성은 신이한 바느질
솜씨를 지닌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박색 여성의 바느질 솜씨는 구전 각
편에만 나타나는 특징은 아니다. 고소설 황부인전과 박씨부인전, 이
순신과 정충신의 소실에 관한 문헌설화에서도 박색 여성은 뛰어난 바느
질 솜씨를 지닌다. 따라서 바느질 솜씨의 강조는 추녀이인이 등장하는
한국 설화와 고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추녀이인설화
140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에서 여성의 바느질 솜씨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바느질 솜씨는 가부
장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외부에 알리는 전복의 도구이다. 또한 자신을 냉대하는
남편과 시부모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숙성과 재생의 시기를
인내심을 지니고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소통과 치유의 기능을 지닌다.
우선, 표면적인 층위에서 추녀 주인공의 바느질은 조선시대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국가는 여성의 사
회참여를 억제하고 남성중심의 유교적인 가부장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각종 여성 교훈서와 교화서에서 바느질을 음식 장만과 더불어 여성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였다. 여사서(女四書)에는 “바느질이 거칠
고 조잡하면 사람됨을 의심받으며, 시집온 남의 아내 된 자로서 가문을
수치스럽게 만든다.”고 쓰여 있고, 사소절(士小節)에는 “부인으로서 바
느질하고 길쌈하고 음식 마련 할 줄을 모르면, 이는 장부로서 시서(詩書)
와 육예(六藝)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12) 바느질 솜
씨는 성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유교사회에서 여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바느질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늘 바느질 도구를 곁에 두는 삶을 살았고, 「규중칠우쟁론기」나 「조침문」
과 같은 글을 쓸 정도로 바느질 도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상상하기도
하였다. 조선 시대 여성의 바느질은, 성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남성중
심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자의 고된 삶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자신의 능력
을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덕목이다.
하지만 추녀변신설화에서 바느질은 가부장제 사회에 순응하는 여성의
덕목으로 부각된 것은 아니다. 바느질은 골방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고통 받던 여성이 자신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외부에 알리는 전복의 도구
이기도 하다.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의 바느질은 시부모의 강요가 아
니라 자신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관복, 용포, 관대 등의
12) 소황옥·신복순, 「전통적 가치관 속에 나타난 바느질에 관한 연구」, 한복문화
12집 1호, 한복문화학회, 2009, 27쪽에서 간접인용.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41
훼손이나 제작이 시댁에 불러 온 위기는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를 외부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타파리 며느리」(대계 7-6, 571-577)
에서 골방에 갇힌 채 굶주림으로 고통 받던 황희 정승의 며느리는 임금의
관대에 배가 고파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학의 모습을 그려서 자신의 신세
를 임금에게 알린다. 「정승집 며느리의 슬기」(대계 7-4, 214-216)에서
골방에서 구무밥으로 목숨을 연명하던 며느리는 대국 천자의 용포에 ‘배
가 고파 울고 있는 학 한 마리’와 ‘님이 그리워서 울고 있는 학 한 마리’가
서로 돌아앉은 모습을 그려서 천자에게 자신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알린
다. 「용왕국 여장사가 변신한 며느리」(대계 8-10, 384-387)에서, 주인공
은 남편의 과거복 뒤에 학을 한 쌍 그려서 임금에게 자신의 배고픔과
옥중 생활을 알린다. 학을 본 임금은 남편에게 “그러니꺼네, 오늘 당장
내려 가거들랑 밥을 많이 해서 좋은 반찬을 대령을 하라. 아무리 못나도
와 옥중생활을 시키 놨느냐?”하고 꾸짖는다(386).
한국 추녀변신설화에서 바느질이 지닌 세 번째 기능은 ‘소통과 치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얽고 검은 고동지」에서 고동지는 남편의 과거복에
비상하는 쌍룡을 그려 넣어서 자신의 능력을 시댁 식구에 알린다. 고동지
는 남편의 과거복의 양 어깨에다 용이 알을 물고 푸르르 날으려고 하는
형상을 그려 넣는다. 이러한 그림은 외부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남편
의 출세를 도울 목적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지난한 굴 생활을 인내심
으로 버티면서 숙성과 비상의 시기를 기다리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바느질을 통해서 고동지는 시부모의 마음을 얻고 남편에
게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시댁이라는 집단에 통합되
는 첫 걸음을 디딘다.
오늘날 여러 미술가와 미술학자들은 바느질이 지닌 ‘치유의 힘’에 새
롭게 주목하고 있다. 바느질을 화해와 용서의 예술로 승화시킨 바 있는
현대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urgeois)는 “어렸을 때 우리 집 여자
들은 모두 바늘을 사용했다. 나는 항상 바늘에 대하여, 바늘의 마법에
대하여 흥미를 갖고 있었다. 바늘은 훼손된 것을 치유하는데 쓰인다. 이
142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는 용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13) 예술치료 교육
자 정영인은 바느질 작업이 지닌 치유효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느질은 한 땀 한 땀 수놓는 행위의 반복이 수반되고, 단순한 반복의
동작 속에서 슬픔은 느껴지는 대로 표출해버려 가볍게 만들고 아픔을
반복적으로 자극함으로써 점점 무디게 만든다. 머릿속에서 이러한 과정
이 진행되는 동안 손은 구체적인 내용 또는 반복적인 바느질 행위로 몰두
하여 표현해낼 수 있다. 그러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 은
밀함이 밖으로 내보여졌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쾌감을 얻게 되고, 자기
발견을 통하여 치유의 효과를 창출한다”(정영인 264).
한국 추녀변신설화에 등장하는 ‘골방 속의 외로운 여자’들이 시댁에서
구멍밥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금사망을
자력으로 벗을 수 있을 때까지 인고의 삶을 묵묵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느질을 통해서 자신의 외로움과 꿈을 표현하고 고통을 승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 유대 추녀변신설화 속의‘조력자-아들’모티프
유대의 추녀변신설화는 변신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경전 공부, 아들의
출산, 엘리아의 약물을 강조한다. 특히 이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아들은
주인공을 가족 집단에 통합시키는 조력자이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14) 랍비의 딸은 아들이 구해다 준 엘리아의 약물 덕분에 미녀로 변
신해서 잃어버린 남편을 되찾는다.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조력자-아
들’ 모티프는 양면적인 속성을 지닌다. 밀폐된 방에서 구멍밥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결혼 첫날밤에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로 남편과 동침
13) 정영인, 「페미니즘 작가의 바느질 작업에 내재된 자아치유적 요소 연구-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작품을 중심으로」, 디자인포럼20집, 한국디자인트렌
드학회, 2008, 267쪽에서 간접 인용.
14) 유대 구비문학자들은 자국의 추녀변신설화를 부친탐색유형(AT 873 The King
Discovers his Unknown Son)에 속하는 지역유형(ATU 873*A The Woman With the
Animal Face)으로 등재한 바 있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43
해서 아들을 얻고, 그 아들에게 유대 아버지들이 담당했던 토라를 교육했
다는 점에서 ‘조력자-아들’ 모티프는 진취적인 속성을 지닌다. 그 ‘조력자
-아들’은 가부장제 질서에 순응해서 얻은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얻은 아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변신과 통합이 자신
의 능력으로 직접적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아들이라는 조력자를 통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유대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혜로운 추녀」에 아들이 구원자로 등장한 것에는 유대 문화의 전통
적인 특성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토라에 대한 뛰어난 지식과 믿음을
지닌 랍비의 딸이 자식을 갖고자하는 강렬한 바람을 지닌 것은 결혼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성스러운 의례이고, 가정은 작은 성소이며, 자식은
곧 하늘이 준 축복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세 오경 또는 성경
말씀을 지칭하는 토라를 가르치고 배우는 유대인 가정에서 아이는 ‘하나
님의 축복이며 선물’이다. 민대훈은 유대인에게서 “자녀를 낳은 사람은
하나님으로부터 양육할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게 되는 최고의 축복”
이며 “자녀를 갖는 것은 땅에서 얻는 기쁨의 면류관이며 영광이었다(잠
17:6).”고 말한다(225-226). 랍비의 딸이 늘 읽었던 토라에는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모세의 인도로 어떻게 질곡의 땅인 이집트를 탈출
해서 가나안 땅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
들이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던
토라는 추한 용모로 인해 온갖 고통을 치러야 했던 주인공의 버팀목이었
다. 학당의 다락방이나 뒷방에서 토라를 공부한 딸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지식과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고, 아버지가 없는 아들에게 토라를 가르치
면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녀에게 엘리아의 약물을 구해 온 아들
은 외부에서 온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공의 소망과 신앙심에서 태어난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지혜로운 추녀」가 지닌 전복적인 성격은 여성 주인공이 지닌 강렬한
인식욕에서 찾을 수 있다. 유폐된 공간에 칩거하면서 토라를 공부해서
144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놀라운 지혜를 소유하게 된 랍비의 딸은 탈무드가 언급한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에이브러햄 코헨(Abraham Cohen)의 탈무드 해
석에 따르면 유대 사회에서 여성의 교육은 중시 되지 않았으며 “토라 말
씀을 여자에게 전해주느니 차라리 불에 태워버리는 것이 낫다.”거나 “여
자는 물렛가락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하는 랍비가 있을 정
도였다(179). 유대인들은 여자들이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서 가
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까 우려하였고, 남자와 함께 공부를 하다가 음란
해질까봐 걱정했으며, 여자들의 과도한 신앙심이 독신 생활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하였다 (179-180).
이러한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여성관과 결혼관을 고려할 때 「지혜로운
추녀」에 등장하는 랍비의 딸은 새로운 유형의 진취적인 유대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바 벤-즈비(Hava Ben-Zvi)는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의 설화에서 유대 여성의 강렬한 인식욕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149). 사실상, 이 유형의 이야기를 창작한 인물로 추정되는 파르히가 속
한 19세기 중엽은 ‘루드미르의 처녀’(Hanah Rachel Verbermacher)라 불리
는 유명한 여성 종교 지도자가 등장한 시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의
유대 공동체에 널리 퍼진 경건주의 운동인 하시디즘(Hasidism)의 대표적
인 지도자인 이 여성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성직자 연수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랍비에 버금가는 종교 활동을 하였다. 그 당시
이 여성이 남성 랍비들을 곤혹스럽게 한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결혼을
하지 않고 신앙생활에 헌신한다는 것이었다(Deutsch, The Maiden of
Ludmir). 유대인 전통에 있어서 가정이란 작은 성소이고 남성은 토라 전승
의 주역이었다. 따라서 독신 생활을 하면서 경전 공부와 신앙생활에 전념
하는 신여성이 등장한 것은 유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의 설화에서 지혜로운 랍비의 딸이
변신과 행복을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지 못하고 ‘조력자-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었다는 것은 화자의 진취적인 세계관이 유대 전
통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토라와 탈무드를 학습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45
하고 결혼을 거부하면서 독신 생활을 고집하는 ‘신여성’의 출현이 당대의
유대인들에게는 작은 성소인 가정을 전복시키는 추한 괴물로 비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괴물 여성이 ‘아들-조력자’의 도움으로 미녀로 변
신하고, 해체된 가족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설정에서 유대인들의 마음 속
에 자리 잡은 ‘작은 성소’인 가정을 지키고자한 바람을 읽을 수 있다. <동
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전복과 계승이라는 양
면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6. 맺음말
본고에서 살펴본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에서는 주인공은 모두
극심한 외모차별로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 아버지 또는 남편에 의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외로운 삶을 살았으며, 그들에게 결혼식이
란 통합 의례가 아니라 기나긴 전이 의례의 시작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러한 여성들이 가족과 사회라는 집단에 완전히 통합될 수 있었던 것은
변신을 이룬 다음이었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추녀변신설화가 행복과 성
공을 얻기 위해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야한다는 오늘날의 외모지상주의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추녀
변신설화 속의 여성의 변신이 단지 외모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본고에서 다룬 추녀변신설화에서 여성들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서
저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서 랍비의 딸은 격리된 공간에 살면서도 토라와 탈무드에
대한 지식을 쌓고 글 또는 목소리를 통해서 외부에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추한 외모에 놀라서 달아나려는
남편에게 수치심을 무릅쓰고 혼례를 치른 아내가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
를 주장해서 아이를 갖는다. 랍비의 딸은 역경 속에서도 아들을 지혜와
사랑으로 양육해서 허물을 벗기도 전에 이미 아들의 눈에는 “모든 여성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지혜로운 여인”으로 비추인다.
146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한국의 추녀변신설화에서 주인공은 유폐된 공간에서 구멍밥으로 연명
하면서 목숨을 이어가지만, 바느질과 글 읽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외부
에 알리고 숙성과 재생의 시기를 기다리면서 시련을 극복한다. 한국 추녀
변신설화에서 바느질은 세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지닌다. 가부장제 사
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처
한 참담한 현실과 남편(또는 시부모)의 부당한 처사를 외부에 알리는 전
복의 도구이다. 박색 여성은 임금 또는 남편의 관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
를 적극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자수(刺繡)를 통해 자신이 처한 참담한 현실
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모색한다. 또한 자수와 바느질은, 주인공이
자신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승화시킴으로써, ‘화해와 용서’를 이
루는 통합의 예술이기도 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극심한 외모차별로 핍박을 받은 여성들이 유폐된
공간에서 극도의 인내력으로 묵묵히 통과 의례를 치르고 변신을 이룬
다음에야 가족에 통합되는 내용을 담은 추녀변신설화는 오늘날의 시각
에서 볼 때는 전근대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옛 여성들이
치른 혹독한 통과 의례의 과정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대 여성들에게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옛이야
기 책 속의 여자 주인공은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푼첼처럼
‘밀폐된 공간’에 갇힌 채 잠이 들었거나 수동적으로 살았던 사춘기의 아
름다운 소녀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닌 문제점을 인식한 유대 구비문
학자와 동화작가들은 <동물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형이 지닌 문화적·
교육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해서 대표적인 유대 설화로 세계에 널리 소개
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 전승되어 온 ‘이인으로 바뀐 못난 여자’ 유형
의 설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지만 아직까지 국문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한국의 추녀변신설화가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서 한국 문화 현장
속으로 통합되어 들어가는 데 본 비교 연구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라면서 논문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한국과 유대의 추녀변신설화 속의 통과의례에 관한 비교문학적인 고찰 147
<첨부 자료>
<한국 추녀변신설화 16편>
대계 유폐
구멍
밥
위기/
참전
바느질
솜씨
기타
재주
변신
조력자
허물/득죄
1
서약봉
이야기 (남)
1-7 자기자신 곰배팔이/
허물
2
박씨부인이야기
1,2,3, (남)
1-7
별당
요구 흉배훼
손/참전
흉배
쌍학
용골대 마골대
잡기
아버지 허물
3
황부인 이야기
(여)
4-4 옷 수선 자기자신 허물
4
새신랑 쫓아낸
박색이 첫날밤
치르고
미인되다(남)
5-5 집짓기 자기자신 득죄/허물
5 갈처사의 딸(남) 6-4 자기방 O 아버지/자
기
둘러
쓴것
6 박씨전 (여) 6-9 참전 제비돌보기,
신체해체
자기자신 허물
7
정승집 며느리의
슬기(여)
7-4 골방 O 대국천자
용포짓기,
환생초 자기자신 금사망
8
아내의 변신과
슬기(남)
7-6 날개옷
짓기
남편 붙잡는
도술
자기자신
천상 득죄/
금사망
9
타파리
며느리(여)
7-6 골방 임금관대,
저승포 짓기
돈 옮기기
일등부인?
성장
10
얽고 검은
고동지(여)
7-8 굴 O
과거
관복
쌍룡 관복 글읽기
자기자신
천상 득죄/
금사망
11
변신의 능력을
지닌 며느리(여)
7-10 죽재통 O 변신술 자기자신 금사망
12
신이한 병신
며느리가 낳은
아들(여)
7-13 뒷방 O
갑옷
태움
시아버지
갑옷 짓기
아들 해산 자기자신 금사망
13
천상사람인 이인
며느리1 (남)
7-14 신비한 버선
조복짓기.
변신술 자기자신 허물
14
전상사람인 이인
며느리2 (남)
7-14 방 글읽기,목화꽃,
살림살이알기
자기자신
하늘사람/
허물
15
박부인과 임경업
장군(남)
7-18 별당 옥벼루/대나무/
말 키우기
아버지 남의 어망
16
용왕국 여장사가
변신한 며느리(여)
8-10 고방 O
과거복/
참전
남편 과거복
짓기
전투 능력 자기자신 투구
비
고
지역분포도: 기(2),
충북(1), 전북(1), 전남(2),
경북(9), 경남(1)
화자의 성별:
남(8) 여(8)
(9) (6)
관복3/
전쟁2
바느질
솜씨(9)
전투 능력2,
변신술2,
글읽기2,
허물7/
금사망4,
남의 어망1,
투구1
148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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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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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2 No. 2
<Abstract>
The Rites of Passage of the Ugly Girls Transformed
into Beauties: a Comparative Study of the Ugly-Girl
Tales from Korean and Jewish Traditions
Hwan Hee Kim
(Chuncheon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The article discusses the rites of passage of the ugly girl transformed into
a beautiful girl in the tales from Korean and Jewish traditions: “The Ugly
Girl Transformed into an Extraordinary Woman” and “The Woman with the
Animal Face.” The common elements of those tales can be described as the
following three motifs: confinement, abandonment, and transformation. There
are other similarities between them that can be seen as family resemblances.
On the other hand, the ugly-girl tales have their own particularities. The
particularities of the Korean folktales called “The Ugly Girl Transformed into
an Extraordinary Woman” are summed up as follows: (1) she is confined by
her husband or parents-in-law in a secluded place; (2) she has marvelous skill
in needlework and embroidery; (3) she helps her parents-in-law to overcome
the crisis or her husband to make his fortune; (4) she transforms into a beautiful
woman without the help of supernatural beings.
As for the rites of passage, most of the ugly-girl tales in the both traditions
emphasize the rites of transition in an enclosed room. The rabbi’s daughter
could hardly complete a sequence of rites of separation, transition, and
incorporation at her birth and her parents did not assimilate her into her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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