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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가을앞에서/조태일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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