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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최 성 민.연세대

 


1. 장르 문학의 개념에 대해
우리가 장르 문학의 현실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무엇인가의 현실을 말한다는 것은 대개 그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하거
나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
문학의 현실을 말할 때에도 물론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장르 문학이 처
한 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장르 문학을 말하기 이전에 ‘장르’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짚

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문학의 형식은 서정, 서
사, 극이라는 세 가지 종류로 나뉘어 왔다. 장르는 일련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 혹은 그러한 특징으로 분류된 작품군을 지칭하
는 개념이었다. 헤르나디는 “장르는 규범적이기보다는 기술적
(descriptive)이며, 독단적이기보다는 유동적이며, 역사적이기보다는 철학
적”이라고 말하며 장르 구분의 개방적 성격을 언급한 바 있다. 현대로
올수록 장르 구분은 복잡해지기 마련이었다. 문학의 발전이 곧 장르의
분화라고 할 만큼 장르는 세분화되었고, 장르 구분의 방식에 따른 논쟁
도 빈번했다.1)
구조주의 이후 현대의 문학 이론에서 ‘장르’의 개념은 한마디로 ‘관
습(convention)’으로 설명될 수 있다. 롤랑 바르트 이후로, 장르는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고 있는, 일련의 구성상의 관례 내지 규약이며 묵계라고
이해된다.2) 작가는 장르의 규약에 따라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되고, 독
자는 관습과 예상에 의거하여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
서 장르는 작가와 독자 양쪽의 소통을 수월하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어떠한 문학이든, 심지어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일지라도, 창작
과 독서 과정에서의 일정한 관습과 관례는 있기 마련이고, 구분의 기준
과 범위, 방법이 다르거나 때로 애매할 뿐이지 장르가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굳이 ‘장르 문학’이라는 명명을 종
종 활용하곤 한다. 우리가 흔히 ‘장르 문학’이라고 할 때에는 크게 몇
가지 ‘관습적’ 의미를 담아 적용한다.
첫째로 ‘장르 문학’이 흔히 대중 문학의 유의어로 활용되어온 경우
이다. 가령 “대중문학은 판타지, 과학소설, 무협소설, 연애소설, 역사소
설, 탐정소설, 인터넷소설 등 하위 장르를 포괄하는 일종의 장르문학이
라 할 수 있다”3)고 정의되기도 하는데, 범박하게 이 정의를 더 간략히


1) 박철희, ?문학개론?, 형설출판사, 1985, 72-77쪽.
2) M.H. Abrams, 최상규 역, ?문학용어사전?, 예림기획, 1997, 146-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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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대중문학=장르문학’이라는 명제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장르문학을 대중문학과 동의어로 인식하는 경우는 장르문학의 대
중적 영향력과 인기를 주목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역설적으로
적지 않은 경우에 대중적 인기는 상업적이고 통속적인 속성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한다. 이는 마치 대
중문화를 바라보는 리비스주의자들의 관점4)에서처럼 ‘대중’에 대한 불
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장르문학은 저급하고 선정적이라
는 폄하로 결론으로 귀결되기 쉬운 인식이다.
두 번째로는 장르 문학의 정체를 밝히는 대신, 그 반대 개념을 명시
하면서 장르 문학을 역규정하는 방법이다. 장르 문학을 본격 문학 혹은
순수 문학에 대한 대립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본
격’과 ‘순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사실 불명확하지만, 어쨌든 장르
문학은 덜 본격적인 문학이고 덜 순수한 문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역시 장르 문학은 상업적이고 통속적이며, 저급한 하위 문학이라는
시선이 기저에 존재한 결과이다. 좀 더 선명하게 말하면, 순수 문학, 본
격 문학은 ‘그냥’ 문학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부류들을 싸잡아 지칭하
는 표현으로 ‘장르 문학’이라는 표현을 활용하곤 했던 것이다.5)
세 번째로는 장르 문학의 하위 분류를 통해 장르 문학의 범위와 개
념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장르 문학 작품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보면
대개는 전통적 문학 장르로 ‘소설’ 장르에 해당되는 작품들이라는 공통
점이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장르 문학, 혹은
장르 소설에 포함되는 세부적인 하위 장르들은 기준과 관점에 따라 다


3) 조성면,「큰 이야기의 소멸과 장르문학의 폭발」,?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며?, 깊은
샘, 2009, 109쪽.
4) 존 스토리, 박모 역, ?문화연구와 문화이론?, 현실문화연구, 1994, 45-53쪽.
5) 정영훈,「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이라는 시빗거리」,?창작과비평?통권140호, 2008.6.,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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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게 나열될 수 있겠지만, 서점의 도서 분류 방법이나 언론 보도에서
활용되는 ‘장르 문학’이란 표현이 감당하는 범위를 살펴볼 때, 주제나
내용의 측면에서는 추리소설, SF 소설, 공포소설, 무협소설, 역사소설,
로맨스소설 등을 포함한다. 관점과 기준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독자층에
근거한 아동소설, 청소년소설, 연재나 출판 형식에 따른 인터넷소설, 라
이트노벨 등도 장르 문학의 하위 분류로 제시되기도 한다.6)
장르 문학의 개념조차 불명확한데 장르 문학의 하위 분류를 언급한
다는 것부터가 모순이긴 하지만, 다소 귀납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여
추리소설, SF소설, 공포소설, 무협소설 등을 장르문학의 한 영역으로 간
주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하위 장르들도 기준과
개념이 뚜렷한 것은 아니며, 중복 분류를 피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추리소설, SF소설, 공포소설, 무협소설 등은 각기 독특한 관습과
규약7)을 가지고 창작된다는 공통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관


6)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의 분류 체계는 다음과 같다. 인터넷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의 경우 ‘소설’ 항목의 하위 장르 가운데 ‘라이트노벨’, ‘장
르소설’, ‘테마소설’, ‘청소년소설’을 두고 있고, ‘장르소설’에서는 다시 SF소설, 판타지
소설, 추리소설, 전쟁소설, 역사소설, 로맨스소설, 무협소설을, ‘테마소설’에서는 인터
넷소설, 감성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드라마/영화소설, 가족/성장소설을 세분하고 있
다. 예스24(http://www.yes24.com)는 ‘문학’의 하위분류에 소설, 역사/장르문학, 테마소
설 등을 두고, ‘역사/장르문학’에는 추리, 공포, 판타지, 무협, SF, 스릴러, 역사를, ‘테
마소설’에는 성장/가족소설, 연애/사랑소설, 로맨스, 인터넷 소설, 보이러브, 어른을 위
한 동화/우화, 라이트 노벨, 영화와 드라마 원작을 세분하여 나열하고 있다. 알라딘
(http://www.aladin.co.kr)은 문학의 하위 분류에 라이트노벨, 본격장르소설, 주제가 있는
문학 등을 두고 있으며, ‘본격장르소설’은 과학소설(SF), 로맨스소설, 무협소설, 추리문
학/미스터리, 팬터지/환상문학, 호러/공포소설로 세분하였고, ‘주제가 있는 문학’은 성
장문학, 가족/연애, 역사소설, 기업소설, 전쟁문학 등으로 중복 분류하고 있다. 인터파
크도서(http://book.interpark.com)는 소설의 하위 분류에 ‘한국소설’, ‘외국소설’, ‘장르소
설’, ‘주제가 있는 문학’ 등을 두고 ‘장르소설’에는 SF/과학소설, 공포/호러소설, 추리/
미스터리소설, 판타지소설, 로맨스소설, 무협소설을, ‘주제가 있는 문학’에는 역사소설,
라이트노벨소설, 성장문학, 영화/드라마소설 등을 하위 분류하고 있다.
7) 추리 소설, 공포 소설, 무협 소설 등에는 일종의 공통된 서사 문법이 존재한다. 유사
한 성격의 인물이 등장하거나 일정한 패턴의 플롯 구성이 존재하기도 하며, 제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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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과 규약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특별히 애호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위에 언급한 ‘장르 문학’의 개념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식들이 모
두 약간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장르 문학’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통용되는 상황을 고려하고 각각의 접근 방식을 절충해보면, 장르 문학
은 일정한 장르 관습과 규약에 따라 창작과 독서가 이루어지는 비주류
의 문학 작품들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
르’라는 애초의 개념이 ‘관습’에 기대고 있으며, 관습은 결국 독자의 독
서 행위를 통해 발견되고 구현되는 것이라고 봤을 때, ‘장르 문학’의 개
념과 속성은 문학 작품 내면의 본질에서 찾으려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장르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름의 관습과 규약이며 이 관습과 규
약에 익숙한 독자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르 문학이 소위 ‘마
니아’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편적 대중들의 사랑
을 받는 작품이 아니라 소수더라도 열광적인 애호가 집단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장르 문학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장르문학을 그
저 대중문학의 동의어로만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요컨대 장르 문학은 본격 문학의 변방에 존재하면서 특정한 주제와
내용, 형식에 따른 규약을 갖추고 마니아적 집단에 의해 애호되고 소비
되는 비주류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본격 문학, 혹은 순수 문학이라는 게토
앞서도 언급했듯이 장르 문학은 본격 문학, 혹은 순수 문학과의 대
립 지점에서 규정되기도 한다. 금기시되는 반정립적 명제를 활용하고는
출판 형식에도 공통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서양 문학의 플롯 이론이나 서사 이론이 주
로 탐정 소설이나 추리 소설을 분석하면서 발전해온 것은 그만큼 뚜렷하게 공통된 문
학적 형식과 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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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실제로 본격 문학, 혹은 순수 문학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장르 문학과 본격 문학의 대비는 우리에게 아무런 정보를 선명
히 전달해주지 못한다.
사실 장르 문학의 대표적 하위 유형으로는 추리 소설, 공포 소설, 역
사 소설, 연애 소설 등을 손꼽는데, 이런 소설 유형들은 20세기 초 근대
문학의 형성기에 나타난 소설들 대다수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인직, 신채호, 이광수, 김동인 등 근대문학사의 정전으로 손꼽히는 작
가와 이들의 작품들 역시 이에 해당된다. 이인직의 ?귀의 성?에 등장하
는 묘사는 웬만한 공포소설 저리가라이며, 이광수의 ?무정? 주인공들의
‘밀당(남녀 연애 과정에서의 밀고 당기기)’은 흔한 대중적 연애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설들의 ‘장르’를 문학 교과서에서 표기할 때는
공포소설이나 연애소설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이 소설들을 ‘장르문학’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들 소설들은 당대의 인기소설이었음이 분명하고 일
부 문학사에는 이 작품들의 가치를 언급하면서 당시의 인기를 방증의
증거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역시 이들 소설은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장르 문학’, 심지어 ‘대중 문학’과도 별다른 관련이 없게 느껴진다. 무
슨 이유 때문일까. 이미 그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문학사의 정전이라
는 높은 자리에 자리 잡았기 때문일까.
근대 문학의 형성기라는 독특한 상황을 감안하기로 하고, 현재의 관
점에서 바라보면 또 어떨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정현의 ?아
버지?는 모두 대중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어낸 베스트셀러였지만 주
류 문학계가 이 작품들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는 너무나도 극명했다. 하
지만 이 두 소설을 읽는 일반 독자들이 기대하고 예상하는 독서 관습이
과연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특정한 내용과 형식의 반복이라는 점이 장르 문학의 속성이라면 주
류 문학계에서 다루어지는 내면소설이나 사소설 계통의 일부 소설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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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학의 범위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1980-90년대의 후일담
소설이나 노동 소설들도 일정한 내용의 반복이 있으며, 일정한 묵계 따
른 창작과 독서 과정이 있으며, 마니아적 특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었
다는 점에서 장르 문학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장르 문학이라고 할 때의 범위는 훨씬 더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장르 문학을 본격 문학, 순수 문학에
대한 대립 개념으로서 정의할 때, 본격 문학, 순수 문학은 그냥 ‘문학’
을 의미하고 그로부터 배제된 것을 ‘장르 문학’으로 인식해왔다. 주류의
문학 연구자, 이론가, 교수들은 자신들이 추천하고 언급하고 연구하는
것만을 배타적으로 문학, 혹은 본격 문학으로 간주했다. 좀 더 구체적이
고 선명하게 언급하자면, 중앙일간지 신춘문예나 주류 문학전문지를 통
해 정식 등단을 한 작가들은 문학의 장 안에 포함되게 되지만, 대중적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들어와 출판하게 된 작가의 작품들은 그 장에서
배제된 문학, 즉 ‘장르 문학’으로 다루어져 왔던 것이다. 물론 두 개의
장을 오가는 작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장르 문학은 본격 문학, 순수 문학이라는 ‘게토’로부터
배제된, ‘B급 문학’, ‘저급 문학’의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낙인도 본격 문학의 장 안에 존재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낙인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본격 문학 운운하는 이
들로부터 멀리 벗어나 자신들만의 영역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장르 문학’은 폐쇄적인 일부 문학가―문학의 순수성을 믿는 낭만주의
자이거나 정전의 가치를 과도하게 신뢰하는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타
의로 배제되었으나, 자의에 의해 더 높은 벽을 쌓고 스스로 ‘폐쇄적 대
중소설’8)이라는 모순된 존재로 생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욱 놀라운


8) 여기서 ‘폐쇄적 대중소설’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기본적으로 장르 문학이 대중성과
상업성을 염두에 둘지라도, 그 대상이 보편적인 일반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마니아 집
단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마니아 집단의 특성상,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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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그러한 생존 방식이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에 의해 선택된 방식에
가깝다는 점이다. 장르 소설의 독자들은 강력하고 공고하게 마니아화되
고, 독자적인 소통 구조를 갖추어나갔다.9) 본격 문학이 박제가 되어 교
과서와 교실을 차지한 대신, 장르 문학은 독자들을 숙주로 삼아 살아남
게 된 것이다.


3.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장르 문학의 경계가 본격 문학으로부
터 배제된 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장르 문학의 영역은 애시당초
폄하와 멸시의 대상 영역에 놓여 있었다. 장르 문학과 본격 문학 사이
의 경계는 그 경계를 허물어 달라든지 폄하의 시선을 거두어달라든지
하는 요청으로 사라질 만한 것이 아니다. 장르 문학이라는 개념은 근본
적으로 편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는 일은 ‘장르’라는 개념을
재규정함으로써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장르 문학을 본격 문학으
로부터 배제된 영역의 것들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약이자 관습인
‘장르’의 속성을 전경화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한 문학 작품들로 규정하
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 장르 문학은 그 장르적 속성을 강화하는 것


들이 애호하는 작품이 주목받기를 바라는 마음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지나치게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때때로 장르 문학 독자 집단
은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9) 대표적인 사례는 SF 작가 듀나의 독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듀나는 창작 방식도 독
특하지만, 하나의 조직화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에 이른 그의 마니아 독자 집단은
특별히 주목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듀나의 영화낙서판 (http://djuna.cine21.com)
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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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를 부정당하고 억압당하기도 한다. 장르 문학에 대한 진정한 위협
은 사실 본격 문학과의 차별이나 멸시가 아니라, 장르 문학으로서의 존
재 가치를 뿌리에서부터 부정당하는 현실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한 가지 사례를 떠올려보자. 지난 2006년 출간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10)은 아홉 명의 작가가 쓴 공포 소설들을 묶어 내놓
은 것이었다. 공포 문학은 장르 문학 가운데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기
마련이었던 장르였다. 공포는 말 그대로, 우리가 떠올리고 싶지 않고 경
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공포를 전경화시킨 ‘공포 문학’은 무의식의
세계가 표출되는 장이 되며, 프로이트가 말하는 “억압된 것의 귀환”이
일어나는 장소가 된다. 로빈 우드는 통속적이고 저급한 것으로만 취급
되던 B급 공포 영화가 ‘주류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가부장적 가족주의와 같이 상투화되고 일상화된 자본주의의 병
폐를 폭로하고 뒤엎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주목한 바 있는데,11) 공포
문학도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장르 문학 계통의 단편소설집이 흔치 않은 현실에서 이 소설집의 출간
은 그 자체로도 화제를 모았었지만, 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 책이
출간과 동시에 ‘청소년 유해도서’이자 ‘19세 미만 구독불가’로 지정되
었다는 점이었다.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의 이유는 폭력성과 잔혹성의
문제였다. 19세 미만 구독 금지 조치는 온라인 서점과 포털 사이트에서
의 검색에도 제한이 생기며, 일부 대형서점에서는 진열과 판매가 금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작품에 대한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조치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포소설에 있어서 폭력성과 잔혹성
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SF 소설은 때로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필수이
고, 로맨스 소설은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이 특징이다. 그 핵심


10) 이종호 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황금가지, 2009.
11) 로빈 우드, 이순진 역,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시각과언어,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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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속성은 바로 ‘장르 문학’으로서의 속성이자 본질이다. 춘향전이나 심
청전이 음탕하거나 처량해서 유해하다고 비난받았던 일12)은 벌써 100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우리의 현실에서 공포문학이 잔혹하
고 공포스럽기 때문에 유해하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조치가 자기 검열로서 작동하여, 상상
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우려이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
선?은 이후로도 매년 한 권씩 출간되어 현재까지 모두 다섯 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2권 이후로는 ‘청소년 유해도서’ 판정을 피할 수 있었다.
이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단편선 기획과 집필에 참여한 김종
일은 1권 이후 자기 검열에 사로잡힌 적이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었
다.13)
당시의 조치가 더욱 문제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수록된 소설들의 잔혹한 수준이라는 것이 본격 문학으로 분
류되는 편혜영이나 백가흠 등의 소설들과 비교해볼 때 그리 심각한 수
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결국 당시 청소년 유해도서 판정 결과의 핵심
은 본격 문학 계통의 작품들에 비해 장르 문학 작품이 부당한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장르 문학 전반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장르 문학에 대해 그 장르적 속성의 과잉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장
르 문학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장르 문학에 가해지는 비
판과 편견은 대체로 ‘장르 문학’의 특성 자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
된 경우가 많다. 피카소에게 사실적 묘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인
어공주 애니메이션을 보고 물고기가 어떻게 말을 하냐고 따지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2) 이해조, ?新小說 自由鍾?, 대한황성광학학보, 1910, 10-11쪽.
13) 김종일 작가의 개인블로그 http://jongil.egloos.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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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르 문학의 위상과 역할
장르 문학을 향해 가해지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르 문학’
자체의 개념과 위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근래 들어 ‘문학’의 개념이
나 정의조차 모호해지고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형국인데, ‘본격 문학’과
‘장르 문학’ 사이의 경계만 뚜렷해지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다.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은 장르 구분의 완화, 다양한 취향의 존중,
그리고 문학 경계의 해체를 통해 극복되어야 하며, 또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소위 하이틴로맨스로 지칭되던 장르 문학들은 전통적 문학 이
론의 관점이나 소설 문법의 잣대로 보자면 폄하할 거리가 넘쳐 나겠지
만,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와 같은 설화로부터 최근의 TV 트랜디 드라마
들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놓고 보면, 그 대중적 서사 콘텐츠로서의
위상과 의미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장르 문학은 인물이나 플롯이 상투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형적이고 보편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대중 독
자들도 친근하고 익숙한 독서가 가능하다. 또 전형적이고 선명한 인물
구도와 플롯 전개가 다른 대중 매체 콘텐츠로 전환되어도 유지될 수 있
기 때문에 매체 전환에 유리하다. 요즘은 다른 장르 문학과 혼성 교배
되어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나 SF 공포 소설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반지의 제왕?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기
본적인 장르 문학의 속성이 문학이 아닌 다른 대중 매체 콘텐츠에서 복
합적으로 구현되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14).


14) 최근 화제를 모았던 SBS TV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주원과
라임이라는 두 남녀의 영혼이 서로 뒤바뀐다는 허무맹랑한 설정은 SF적 요소로서도
빈약하고 로맨스 모티프로도 진부하지만,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함께 결합되
면서 최근 들어 가장 대중적으로 어필한 콘텐츠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더욱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인 한류스타 오스카라는 인물을 둘러싼 스토리들은 팬픽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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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측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장르 문학은 바로 역사소
설, 혹은 ‘팩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소설이 대중문학으로서 주목
을 받은 것은 길게는 ?삼국지?, ?초한지?로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 작품
으로는 ?박씨전?, ?임진록?, 비교적 가까이는 ?단종애사?, ?대수양?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팩션’이라 지칭되는 표현이 대중화된 것은 주
로 2000년대 들어서부터였다. ‘팩션’은 때로는 역사소설의 유의어로, 때
로는 역사추리소설의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며,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개입되었는가의 정도를 따지고 들기도 하지만, ‘팩션’이라는 용어가 의
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소설’이나 ‘문학’이라는 영역에 한정될 필요
없이 활용 가능한 개념이라는 점일 것이다. ?장미의 이름?이나 ?영원한
제국?처럼 소설과 영화로 모두 존재하는 콘텐츠를 아울러 지칭할 때는
팩션이라는 용어가 매우 유용하다.
우리에게 있어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팩션 문학 작품을
떠올리면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문학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아직까지도 이 소설의 내
용을 실제 사실로 여기는 독자가 상당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분명히 전
략적으로 성공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대 이후에는 김영하


의 ?검은 꽃?, 신경숙의 ?리진?,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방각본 살
인사건?, ?리심?, 김별아의 ?미실?,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 ?바람
의 화원?, 김상현의 ?정약용 살인사건?, 이인화의 ?하비로?, 김경욱의 ?
황금사과?, ?천년의 왕국? 등의 작품이 팩션 장르 문학으로 손꼽을 만
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김영하, 신경숙, 김경욱 등은 본격 문학의 범주
에서 이정명, 김상현 등은 장르 문학의 범주에서 다루어지곤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범주 구분은 실제 작품에 의거한 것이라기보다는 등
단 절차와 소속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스토리 요소들―스타와 팬덤 간의 갈등, 동성애 코드의
삽입 등―을 재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263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팩션 장르가 타매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
한 소스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 쪽에서는 장편소설 붐이
일어나고 방송 쪽에서는 한류 사극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팩션의 활용도가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팩션이라는
장르 문학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TV 드라마 ≪대장금≫, ≪선덕여왕≫, ≪바람의 화원
≫ 등은 팩션 장르 문학의 성과, 그리고 팩션으로서의 기법과 속성이
축적되어 빛을 본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다매체 시대,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에 장르 문학의 활용도는 매우
높아졌다. 장르 문학의 위상도 자연히 높아졌다. ≪커피 프린스 1호점
≫,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드라마의 성공은 장르문학이나 대중문학
의 활용도와 대중적 흡입력을 선보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완성
도 있는 완결된 문학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의 소스화, 부
품화되어 평가받고 있다는 점은 부당하고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되
고 있다.
또 한 가지 장르 문학의 의의를 짚고 넘어가자면, 여타의 본격 문학
들보다 현실을 발 빠르게 반영하여 사실주의적 속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는 점이다. 실제 현실과 거리가 먼 듯하게 느껴지는 SF 문학이 오히려
재현적인 리얼리즘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고, 세계에 대한 통찰과 대
안적 현실을 제시하여 주고 있다는 지적15)은 그런 점에서 유의미하다.
공포 문학의 경우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공포 문학이 우리 사회
의 밝고 아름다운 면을 드러내기 위한 문학이 아님은 물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늘 밝고 아름답다면 모르겠지만, 폭력과 전쟁이 만연
한 현실 자체가 이미 공포스러운 이상, 공포문학은 그 현실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리얼리즘 문학’이다. 또한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는 본능의


15) 박진, 「장르 문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작가세계? 제70호, 2008.11., 346쪽.
264


밑바닥 심리를 드러내는 ‘폭로의 문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5. 장르 문학의 현실과 전망
그동안 장르 문학은 폐쇄적인 문학 연구 환경, 보수적인 문학 저널
과 출판-유통 구조 탓에 폄훼되어 온 것은 물론, 출판되고 유통되어 독
자들에게 소개될 기회조차 쉽게 얻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장
르 문학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왜곡된 현실에도 불구
하고 과거에 비하면 비교적 나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해외 문학 작품과 만화 등이 폭넓게 소개되면서 장르 문학의
독자층은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판
타지 소설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장르 문학은 서점이나 대학 도
서관에서 본격 문학보다 우월한 대중성을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장르 문학의 경우 책은 잘 팔리지 않고, 장르 문학
의 작가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현
실이기도 하다. 2007년 첫 선을 보인 월간 ≪판타스틱≫은 장르 문학
전문지를 표방하고 등장하였다. 휴간과 복간, 그리고 다시 휴간, 그리고
웹진16)으로의 변신의 과정이 보여주듯, 순탄하지만은 않은 발행 과정을
겪었는데 이 과정이 우리 장르 문학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여전히 장르 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독자 대중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통로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에
이르는 네트워크는 장르 문학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고 언제든지 작품
을 손쉽게 업로드하여 독자들에 다가갈 수는 있는 통로이지만, 안정적
인 수익 모델이 제시되지 못한데다가 황석영, 신경숙을 비롯한 본격 문


16) http://www.fantastique.co.kr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265


학 쪽의 작가들까지 작품을 인터넷에 연재하고 있다 보니 차별성이 모
호해지는 상황이다.
근래 장르 문학 전문을 표방하는 출판사들이 제법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다수가 해외 작품 번역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고,
듀나처럼 본격 문학의 핵심 근거지인 ‘문학과지성사’에서 책을 출판하
는 일17)도 있었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에 불과하였다. 드라마나 영화에
원작이나 시나리오 콘텐츠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적인 수가
많다고는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문제는 장르 문학들이 그 속성과 특징, 관습, 그리고 독자층―
소비층―에 걸맞은 매체를 확보하고 소통하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부
족했다는 것이다. 본격 문학과 장르 문학 모두 종이책과 인터넷을 활용
하여 소비되고는 있지만, 종이책에 인쇄되던 것을 모니터나 모바일 기
기 액정을 통해 본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인 콘텐츠의 변화
된 적용을 고민하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인터넷 초창기에 시도된
하이퍼픽션은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로 끝이 났고, 게임 콘텐츠는 문
학의 소통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므로 논외로 다루는 것
이 바람직해 보인다.
첨단 다매체 시대에 걸맞게 장르 문학은 SF 소설, 팬픽, 공포 소설
등 각 세부 장르에 부합하는, 그리고 독자의 상황이나 활용 매체에 부합
하는 소통 전략을 필요로 한다. 가령 ‘만화’가 중앙일간지, 스포츠신문,
잡지, 판매용 단행본, 대여용 단행본, 인터넷 등 소통 매체에 따라 각기
다른 형식과 기법을 활용하고 있음은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웹툰’은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방식으
로 소통되는 만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웹툰을 종이 지면으로, 지면
만화를 웹툰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웹툰은 점차 단지 종이 위의


17) 듀나, ?태평양 횡단 특급?, 문학과지성사, 2002.
266


인쇄물을 화면 위로 옮겨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시선이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흘러가는
종이 인쇄 만화와 달리, 웹툰은 한 시야에 들어오는 컷의 수가 더욱 한
정적이며 스크롤을 이용해 상단에서 하단으로 흘러내리는 방식으로 읽
게 된다는 점이 고려되면서, 웹툰은 기존의 만화와는 내용 전개나 터치
기법, 주제나 스토리, 캐릭터 표현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장르의 만화
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장르 문학에 요구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변화와 적응이다. 사실 근
대 초기 신문이라는 신매체에 적합한 장르로서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
가 생산되고,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에 알맞은 매체로 동인지나 계간지
가 탄생했던 것처럼, 매체에 부합하는 장르의 탄생이나 장르에 부합하
는 매체의 탄생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인쇄
매체 중심의 문학의 생산과 소통이 워낙 강고했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
가 없어 보였을 뿐, 요즘의 디지털 환경은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혹은
새로운 장르적 상상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이-북(e-book) 위주로 변화해 갈 매체 환경에 알맞은 서사 문법과 독서
관습, 그리고 매체 속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도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다. 특별히 장르, 그리고 장르 문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
대적 맥락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작가와 독자 사이에 새롭게 맺
어질 관습과 규약이 있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장르 문학의 양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 매체, 작가, 독자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의 모색이다.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267


■ 참고문헌
듀나 외, ?오늘의 장르문학?, 황금가지, 2010.
박진, 「장르들과 접속하는 문학의 스펙트럼」, ?창작과비평? 제140호, 2008.6.,
31-48쪽.
박진, 「장르 문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작가세계? 제70호, 2008.11., 332-346쪽.
박철희, ?문학개론?, 형설출판사, 1985.
이종호 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황금가지, 2009.
정영훈,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이라는 시빗거리」, ?창작과비평? 통권140호,
2008.6., 69-83쪽.
조성면,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며?, 깊은샘, 2009.
로빈 우드, 이순진 역,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시각과언어, 1995.
M.H. Abrams, 최상규 역, ?문학용어사전?, 예림기획, 1997.
웹진 판타스틱 http://www.fantastique.co.kr
듀나 영화낙서판 http://djuna.cine21.com
268
■ 국문초록
현대 문학 이론에서 장르는 한 마디로 창작과 독서의 ‘관습’이라 할 수 있다.
장르는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고 있는 일종의 규약이자 묵계인 것이다. 하지만 한
국의 문학 현실에서 장르 문학이라는 개념은 편견과 억압에 시달려왔다. 장르 문
학은 상업성에 사로잡힌 문학으로, 통속적이고 저급한 문학으로, 일부 계층이나
세대만을 겨냥한 문학으로 인식되어 왔다. 때로는 장르의 속성이 두드러졌다는 이
유로 억압이나 검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는 것은 장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가능해질 수 있다. 장르는 독자의 독서 행위에 의해 발견되는 관습이자 규약이다.
장르 문학은 그러한 관습에 익숙한 마니아 집단에 의해 애호되는 유형의 주제와
형식을 갖춘 문학 작품들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독자 집단을 대상으로 획일적인 인쇄와 유통을 통해 소통되던 시대에
장르 문학은 상투적이고 통속적이며 소수에게만 어필하는 문학 작품일 뿐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장르 문학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한 독자층에 어
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알맞은 전략과 상
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문주제어 : 장르, 장르 문학, 공포 소설, SF 소설, 매체, 팩션, 서사, 관습.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269
■ Abstract
Truth and Prospect of Genre Literature
Choi, Sung-min
The Genre can be called a 'convention' in creating and reading in
modern literature theories. The Genre is a sort of a code or tacit agreement
between writers and readers. However the concept of Genre Literature in
Korea has been suppressed. Genre Literature has been called commercial,
substandard and narrow literature. Sometimes they had suppressed and
submitted for censorship for they had too much genre attributes.
It is possible to remedy those prejudices about Genre Literature by
renovating our perception for Genre. The Genre is a convention or rule
which the readers find by reading. The Genre Literature means texts that
have themes and forms the aficionados love. The aficionados are familiar to
those conventions.
The literature was communicated by uniform presswork and distribution
in past. Genre literature was conventional, vulgar and narrow those days.
However in digital environments, Genre literature can be utilized as widely
appealing contents by using variety media. We need fresh strategies and
imagination for new environment.
Key words : Genre, Genre Literature, Horror novel, SF novel, Media,
Faction, Narrative, Conv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