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념사 연구
2. 기호학적 전체성
3. 의미론과 개념사
4. 개념사와 통시적 구조의미론
5. 텍스트언어학
6. 전망과 과제
역사적 사고에 일반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의미론이라
고 선언한 카시러(E. Cassirer)의 입장은 ‘개념’을 문화사적 연관관계의 대변자
로 간주하는 공식이다. 이에 개념사 연구와 역사의미론은, 개념을 어휘적 의
미(lexikalische Bedeutung)와 더불어 역사적 현실에서 유래하는 여러 성분의
* 이 논문은 2007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
되었음(NRF-2007-361-AM001).
** 본고는 교육과학기술부 인문한국 연구사업(HK)의 일환으로 개최된 한림과학원 제7회 심
포지엄 ‘개념사의 이론과 방법’(한림대 일송기념도서관, 2012. 5. 31)에서 발표한 원고에
토대한다. 미비한 점에 대한 지적과 중요한 의견을 주신 토론자와 심사자께 감사의 말씀
을 드린다.
* 이 논문은 2007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
되었음(NRF-2007-361-AM001).
** 본고는 교육과학기술부 인문한국 연구사업(HK)의 일환으로 개최된 한림과학원 제7회 심
포지엄 ‘개념사의 이론과 방법’(한림대 일송기념도서관, 2012. 5. 31)에서 발표한 원고에
토대한다. 미비한 점에 대한 지적과 중요한 의견을 주신 토론자와 심사자께 감사의 말씀
을 드린다.
3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응축물로서 역사 발전의 지표(Indikatoren)이자 요인(Faktoren)으로 관찰하여
특정한 시대의 역사적·사회적 지식을 재구성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1970년대 역사학에 나타난 언어학적 전회(linguistic turn), 특히 낱말밭 이론(Wortfeldtheorie)
과 구조의미론(Strukturelle Semantik)이라는 방법론적 출발점은 오늘
날 기호학(Semiotik), 텍스트언어학(Textlinguistik)과 화행론(Sprechakttheorie)의 이
론소까지 섭취하면서 확대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기호학적 전체성의 시각에서
기본개념들(Grundbegriffe)의 단위를 설정하고 설정된 코드값(Code-Wert)을 규
명하는 의미론(Semantik: 개념밭), 통합체(Paradigma) 속에서 단위들의 문맥 가
치를 규명하는 통사론(Syntax/Syntaktik) 그리고 텍스트와 텍스트종류(Textsorten)
의 층위에서 텍스트성(Textualität)과 발화수반행위(Illokution)를 판정하는 화용
론(Pragmatik)의 원근법에 비추어 역사적 기본개념을 연구하는 언어학적인 방
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향후의 과제로서 주목할 부분은 한편으로 주체가 ‘기의’를 지각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인지-틀(Frame)과 원형(原型, Prototypen)이며, 다른 한편으로 개
념사 연구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빌레펠트 사회학파의 거두 루만(N. Luhmann,
1927∼1998)이 정립한 체계이론(Systemtheorie)의 함의이다. 특히 사회
적 체계들의 독립분화(Ausdifferenzierung sozialer Systeme)를 작동시키는 “차이
의 동일성(Einheit der Differenz)”은 ‘기본개념’의 설정에 의미심장한 단서를 제
공한다. 언어학과 역사학이라는 얼핏 이질적으로 보이는 분과를 학제적 의제
로 결집시켜 온 개념사 연구는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역사전개의 역학을 심
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문분야 개념사, 기호학, 의미론, 텍스트언어학
주 제 어 개념사, 구조의미론, 기본개념, 기호학, 낱말밭, 원형의미론, 이행성,
텍스트유형학, 화행론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35
1. 개념사 연구
1) 개념사의 시대적 요청
‘사물들의 구체적 사실내용(Simmel)’, ‘관념을 야기할 수 있는 낱말기능
(Mauthner)’, ‘낱말들의 의미영역(Bedeutungssphäre: Lipps)’, ‘(개념이란) 사회적
집단을 통한 개념들의 사회적 파급력과 개념의 구속적인(강제적인), 형성적
인 그리고 각인적인 힘을 구성하고 변경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이중적인 관점에서, 개념은 결과 지표 이자 원인 요인 ’(Koselleck)이라는 다
양한 정의들을 보면, “개념(Begriff)의 ‘개념’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
긴다. 그런 정의들에 언어학적 의미(Bedeutung)는 물론이고 심성(Mentalität)
이나 세상지식(Weltwissen)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역사적 기
본개념을 사회정치적으로 관철된 상징권력(부르디외 1995 참조)이나 지배형
식으로 간주한다면, 쟁점은 ‘외연이 한정된 변별 특징들의 다발’로부터 “역
사적으로 정의된 발화행위의 기능요소”(Knobloch 1990: 5)로 확장될 것이다.
단적으로 역사적 개념은 사실과 언어의 긴장에서 발생하며, 따라서 언어학
적 의미 분석만으로는 온전히 규명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Koselleck
1978: 5; Busse 1988: 250 참조). 그 결과 개념사 연구는 언어학적 규정에 출발
점을 두면서도, 기본개념들(Grundbegriffe)이 역사 속에서 관철하(려)는 이행
적 기능(performative Funktion)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1)
개념들은 사회정치적인 변천과 역사적인 심층을 위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개념사는 일단 사회정치적으로 유효한 전문용어들(Termini)의 사용에 주
목하면서 사회정치적인 내용을 가진, 특히 핵심적인 표현들을 분석하는 원전비평
1) 여기에서는 ‘낱말’과 ‘개념’보다는 기호의 ‘표현’과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기표(signifiant)’
와 ‘기의(signifié)’라는 용어를 선호하고자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개념사’는 ‘기표들과 기의
들 사이의 관계사’로 해석될 수 있다.
3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Quellenkritik)의 특수화된 방법론이다. 이때 해당하는 개념들의 역사적인 설명은
언어사뿐만 아니라 사회사적인 데이터들로 소급되어야 하는 사실은 자명한데, 그
이유는 모든 의미론이란 그 자체로서 언어외적인 내용들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Koselleck 1978: 23∼25).
개념들은 언어외적 사태나 사고(思考) 속의 개념들에 대한 지표일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사회정치적인 (언어)행위들의 요인이며 추진자(Promotoren)이다(Schultz
1978: 45∼46).
과거의 개념들을 현재적 의미에서 확인하고 새롭게 정의하자는 “통시태
의 방법론적 계율”(Koselleck 1978: 25)은 기본개념을 역사적 운동의 주도개
념(Leitbegriffe)이자, 역사적 경험의 다양성 자체로 간주한다. 이때 해당하는
당대의 개념들을 성찰할 때, 개념사는 공시태와 통시태 사이의 엄격한 구별
을 넘어서 (역사의 전개 속에서 드러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Koselleck 1978: 33.
루만의 표현으로 ‘차이의 동일성’)을 토대로 작동하면서 개념 전개의 “방향 자체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Orientierung über Orientierung, Orth 1978: 145) 메타-심
급으로서 작동한다.
그 심급은 바로 개념사 연구의 주도자들(브루너·코젤렉·콘체 등)이 주목
한 ‘말안장 시대(Sattelzeit)’, 즉 유럽의 근대화로 인해 의미변화가 가속화되고
재편되는 격동기였다. 15∼16세기에 확립된 표준문어에 힘입어 1770년경부
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신분사회가 해체되고 근대사회에 대한 새로운 사회
정치적 여지가 열렸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인식론적 작동(경계의 획정과
횡단)의 특수한 지평이 요청되었다. 이때 말안장 시대의 가치는 무엇인가? 매
체이론가 기제케는 언어와 개념의 관계에 비추어 다음처럼 진단했다(Giesecke
1978: 262∼263 참조). 첫째, 언어사와 개념사 및 정신사를 강화하는 발전의
속도마다 제각기 비동시성이 존재한다. 둘째, 1770년대 이전에는 언어적 관
계와 코드화 수단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추상적 개념체계의 표현이자 그
것의 전달에만 집중되었다. 셋째, 반면에 말안장 시대는 향후의 새로운 발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37
전단계에 대한 예상경로를 암시한다.2)
그 결과 계몽주의·산업혁명·프랑스혁명·프로이센의 부상과 근대국가
의 출현을 통해 분출된 기대지평은 ‘원하는’ 역사를 위한 투쟁에 반영되는데,
시대사적 격변을 추동한 원동력은 네 가지 가속화에 기대고 있다(Schultz 1978:
46 참조).
∙Verzeitlichung(시점화): 개념들은 일정한 시기의 지평에 유효한 절차로
서 시점화된다.
∙Demokratisierung(민주화): 이전 시대에는 엘리트들에게만 허용되었던
사회정치적 어휘들(기본개념)이 매체 및 독서능력의 발전과 더불어 폭넓
은 대중에게 확산된다.3)
∙Ideologisierung(이념화): 개념들은 특정한 이익집단의 관심을 대변하면
서 이데올로기라는 자기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Politisierung(정치화): 계급, 계층, 신분에 따라 개념들의 후속분화가 확
산되면서 미래를 각인하는 성능이 한층 부각된다.
2) 개념사 연구의 지침
우선 개념사 연구의 절차와 지침(이른바 Satori-Guideline)으로서 하와이·
2) 프로이센의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발현한 심층적 변화를 겨냥한 ‘말안장 시대’의 설정은 임
의적이며 따라서 고대, 중세, 르네상스, 종교개혁도 포괄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시된 바 있
다(Schulze 1978: 242; 박근갑 2009 참조).
3) 문어성은 언어체계를 분류하고 저장하는, 즉 통시태를 공시태 속에 저장하는 역량을 발휘
한다. 슐리벤랑에(B. Schlieben-Lange)는 저서 ?말하기의 전통 Traditionen des Sprechens?
(1983)에서 문어의 정착에 힘입어 이야기하기(Erzählen)·묘사하기(Beschreiben)·논증하
기(Argumentieren) 같은 담론형식, 특히 논증 담론의 문서화를 통해 그때까지 없었던 새
로운 유형의 텍스트장르(실용산문·궁정산문 및 실용텍스트)가 창발하는 과정을 추적했
다. 구어성/문어성을 의미·언어·문화의 변천사에 비추어 조명한 Giesecke(1978, 1992)
도 참조하라.
3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스탠퍼드대학에서 추진된 ‘개념 및 전문용어 분석위원회(COCTA, Committee
on Conceptual and Terminological Analysis)’의 기준을 살펴보자(Ludz 1978: 362∼
364 참조).4)
∙규칙 1: A) 개념을 사용할 때 다음을 질문하라. ① 개념의 의미는 무엇
인가? ② 개념의 규모(외연)는 무엇이며, 개념의 지시대상은 무엇인가?
이 두 질문은 서로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B) 모든 경험적인 개념은
아래의 두 관점에서 규명되어야 한다. ① 의미와 낱말은 서로 어떤 관계
인가? ② 개념의미와 지시대상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규칙 2: 다음을 항상 검증하라. ① 주요(대표)개념들(한 개념의 ‘명칭부여자’
및 추가적인 개념들)이 정의되었는가? ② 정의에서 출발하는 의미가 명확
한가? ③ 확정된 의미가 논증과정에서 관찰되었는가? ④ 대표개념들이
다의적인가 또는 확정된 의미와 명확하게 일치하여 사용되는가?
∙규칙 3: 반대항이 검증되기 전에는 다음 조건이 적용된다. 어떤 낱말도
다른 낱말의 유의어(類義語)로써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규칙 4: 하나의 개념이 연구될(재구성될) 경우, 무엇보다도 정의들의 대
표적인 선별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는 그 정의들로부터 변
별특징이 추출되고, 끝으로 변별특징들로써 유의미한 조직을 성립시키
는 절점(Matrix)이 구성되어야 한다.
∙규칙 5: 개념의 외연(규모)에 관해 다음을 검증하라. ① 개념의 경계를
규정하는 데 필수적인 변별특징들이 결핍되어 있는가? ② 그 특징들에,
부수적인 현상들의 포함/배제의 결정을 성립시키는 데 대한 특수성이
결여되어 있는가?
4) COCTA에서는 Ideologie(이념)·Elite(엘리트)·Macht(권력)·Bürokratie(관료주의)·Consensus
(합의)·Entfremdung(소격/소외) 등의 기본개념을 분석했는데, 그 지침에서 사용하는 ‘의
미(meaning)’는 본고에서는 ‘기의’에, ‘지시대상’(referent)은 ‘사실 /사건/사태/사물’에, ‘낱
말(word)’은 ‘기호’ 또는 ‘기표’에 해당한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39
∙규칙 6: 개념의 외연이 커질수록 개념의 특수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보
편개념들은 그것의 불확정성(결핍된 경계 및 지시대상의 불충분한 확인) 때
문이 아니라 그것의 다의성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
∙규칙 7: 개념을 지칭하는 하나의 낱말이 선별되면 그 낱말은 자신과 근
친관계를 가지고 자신과 결속된 낱말들의 연쇄체에 속하며, 이로써 그
런 방식으로 관계가 제어되는 의미밭에 귀속되어야 한다.
∙규칙 8: 정의에 동원된 개념들은 어휘적 원형소(lexical primitives) 또는
전문용어(technical terms)이기 때문에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
∙규칙 9: 한 개념을 정의하는 낱말은 충분하고 간략해야 한다. 그 낱말은
지시대상을 확인하고 그 경계를 규정하는 데 필요한 특징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해야 하며, 자신이 수반하는 (그러나 반드시 필수적이
지는 않는) 변별특징들을 우발적 변수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간략해야 한다.
위로부터 개념사 연구를 위한 어떤 단서를 도출할 것인가? 이론언어학자
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문장과 텍스트에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포착해야
한다. 언어학과 역사학의 학제성의 초점은 결국 의미를 처리하는 방법론에
좌우되는데, 역사적 기본개념을 구성하는 변별특징이 순수한 언어적 성분인
의(미)소(意素: Sem) 이상의 무엇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때 여타의 (인
접하는, 상위의 또는 하위의) 낱말밭에 포섭되지 않는 배타적 경계구획(Ausdifferenzierung)
내부의 개념들은 방금 결정한 바로 그 배타적 차이에 근거하
는 외부의 환경과 (일단)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루만이 말했던 ‘차
이의 동일성(Einheit der Differenz)’과 재입력(re-entry)을 통한 체계의 작동적
폐쇄(operationale Geschlossenheit)의 핵심이다.5) COCTA지침은 개념의 역사
5) 체계이론의 핵심에 대해서는 ?사회체계이론?(N. Luhmann, 2007, 1/2권, 한길사), ?예술체
계이론— 사회의 예술?(N. Luhmann, 2012, 1/2권, 한길사 근간), ?구성주의 문학체계이론?
(지그프리트 슈미트, 2004, 박여성 옮김, 책세상) 참조.
4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가 다양한 텍스트와 담론 속에 남긴 흔적을 기준으로, 이를테면 설이 발화
행위의 조건으로 제시한 언어와 세계(사실/사건/사태) 사이의 조응방향
(Direction of Fit)과 사회정치적 이행성(Performativität)을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Searle·Vanderweken 1985: 13 이하). 구체적인 발화행위는 결국 언어표
현과 세계, 즉 발화된 언표내용과 세계의 관계에 따라 실효성/적실성
(Relevanz)을 획득하기 때문이다(도표 참조).
①발화에서 세계로: 화행의 명제성분이 세계에 존재하는 사태의 상태에
좌우된다. 확언화행(Assertiva)의 경우이다.
② 세계에서 발화로: 세계와의 일치를 위해 화행의 명제적 성분을 겨냥한
다. 지령화행(Direktiva)이나 언약화행(Kommissiva)의 경우이다.
③발화와 세계가 일치되기 위해 서로 변경되어야 한다. 선포화행(Deklarativa)
의 경우이다.
④ 양자의 합치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표화행(Expressiva)의 경우이다.
Bühler
(오르가논 모델)
Jakobson
(기호기능)
Searle
(발화수반행위)
Brinker
(텍스트기능)
Darstellung 묘사 referentiell 지시적 Assertiva 확언(정언) Information 정보
Ausdruck 표현 emotiv 감성적 Expressiva 정표(표현) Kontakt 접촉
Appell 호소/영향 konativ 지령적 Direktiva 지령(명령)
Appell(poetisch, ästhetisch)
호소, 문학, 미학
poetisch 시학적
phatisch 친교적
metasprachlich
메타언어적
Kommissiva 약속(언약) Obligation 책무
Deklaratica 선언(선포) Deklaration 선포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41
2. 기호학적 전체성
1) 질료장과 자료장의 성층모형
이제 개념사 연구의 거시적 윤곽 속에서 부분영역들의 위치를 가늠해 보
자. 우리는 그 기반을 모리스(Ch. Morris)의 기호학적 구상에서 볼 수 있다
(Hilger 1978: 125∼126 참조).
좁은 의미의 개념사 연구는 주로 의미론(내포의미론, intensional Semantik)의
영역에 국한되었지만, 넓은 의미의 역사의미론은 기호학 내부에서 의미론(외연의
미론, extensionale Semantik)의 위치와 통사론 및 화용론에도 주목해야 한다(Hilger
1978: 126).
①통사론적 관점: 낱말들(표현, 전문용어, 언어기호) 상호 간의 관계의 변화
②의미론적 관점: 낱말과 의미, 낱말과 지시대상 사이의 관계의 변화
③화용론적 관점: 낱말과 그 사용자 사이의 관계의 변화
역사적 담론의미론(Historische Diskurssemantik)을 추진하는 언어학자 부세
또한 기호학에 비추어 개념사 연구의 의제를 설정하여(Busse 1988: 264∼
265), 개념사를 어휘들의 정태적 구조(낱말밭) 너머의 기호계(Semiosis)라는
한층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중력장으로 진입시킨다. 기호계라는 복잡계를
‘질료장(material field)’과 ‘자료장(data field)’의 변증관계로 조명한 텍스트과학
자 보그랑드(Beaugrande 1997: 113; 박여성 2011, 2012 참조)의 구상에 따르면,
그 성층(成層)질서의 기저에는 말하기와 듣기(조음과 청음)라는 생리적 작용
이 위치한다. 신경과 근육이라는 질료장은 음소의 목표를 실행하는 자료장
에 연동되며, 음운은 위치(구강·입술)와 동작(마찰·파열)을 위한 질료장을 의
미변별을 위한 자료장에 연동시킨다. 그 위에 음절과 기능어(전치사, 대명사)
의 질료장과 의미의 문법화라는 자료장이 연동된 형태소가 배치된다. 어휘
4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소는 실체어(동사, 명사, 형용사 등)의 질료장을 의미의 어휘화라는 자료장에
연동시킨다. 문법소는 구와 절이라는 질료장을 선형화된 연쇄체라는 자료장
에 연동시키고, 마지막으로 텍스트는 상호텍스트(Intertext)와 텍스트 외연이
라는 질료장을 의미의 통합이라는 자료장에 연동시킨다. 궁극적인 자료장은
(그림에 포함되지 않은) 푸코가 역사인식론의 대상으로 삼았던 시공간적 맥락
에 위치한 ‘담론(Diskurs)’일 것이다(Schmidt 2003 참조).
텍스트의 위상
의미의 통합
텍스트
주변 텍스트/ 텍스트집합(계열)
의미의 선형화
문법소
구/절
의미의 어휘화
어휘소
내용어휘(실질어)
의미의 문법화
형태소
음절/ 기능어
의미의 변별
음소
위치와 사태
음소의 목표 실행
조음/ 청음
신경/ 근육(조음기관)
담
화
어
휘
문
법
운
율
풍
부
해
짐
희
박
해
짐
“언어학의 진정한 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자생적 언어체계”라고 선언
하여 언어사용(parole)보다는 언어체계(langue)에 우선권을 두었던―보그랑
드가 고전언어학으로 부르는―소쉬르6)나 촘스키의 입장에서는 제약의 범
6) 코세리우(Coseriu 1994)는 langue가 parole에 우선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역전시켜 텍스트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43
위를 (어휘를 포함한) 문법 경계 내에서 형식적으로 한정된다고 보았다. 이와
달리 보그랑드는 고전언어학의 예시들이 대부분 형식주의적인 틀에 갇혀
있다는 이유로 고전언어학의 구상을 거부했다.
오늘날 우리는 ‘포괄성, 수렴성, 공감성’이라는 세 기준과 명백하게 어긋나는 주
류의 개념을 거부하고자 한다. …우리가 만약 언어를 인지적·사회적 제약으로부
터 분리한다면, 언어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며 그것을 기술하려는 우리의 아주 확고
한 시도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요컨대… 고전적인 주류언어학의 프로그램은 이론
적이든 실제적이든 성취될 수 없으며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건전한 기반도
제공할 수 없다(Beaugrande 1997: 40).
층위 기준 내용
자료 포괄성(Coverage) 기술된 언어자료의 풍부함
기술 수렴성(Convergence) 다양한 기술이 특정한 결과로 집약되는 강도
평가 공감성(Consensus) 학자들이 기술과 평가에 대해 취하는 일관성
‘포괄성, 수렴성, 공감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고전언어학의 대안을
어디에서 모색할 것인가? 보그랑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 후기고전적
텍스트과학을 구상했다.
언어학을 “말하기(parole)의 언어학”(푸코의 용어로 담론분석)으로 정의했다. ‘발화’나 ‘담
론’으로 번역되는 parole, énonce, Diskurs, discourse 들과 달리, 텍스트언어학의 관점에서
‘담화’란 “아주 넓은 의미에서 내용적(의미론적) 기준을 통해 그것의 조합을 규정하는 가상
적인 텍스트 자료”로서 다음의 사항들을 포섭한다(Busse·Teubert 1994: 14∼15). ① 연구
대상으로서 선별된 대상, 주제, 지식복합체 또는 개념들을 다루는 것들 상호 간에 의미론
적 관계를 입증하며 공통의 명제, 커뮤니케이션 기능 및 목적 관계 ② 시간대/시간의 단
편에 비추어 연구프로그램으로서 주어진 영역, 사회의 일부, 커뮤니케이션 영역, 텍스트
유형성 및 기타의 매개변수들을 충족하는 경계의 구획 ③ 명시적인 함축적인 (맥락의미에
준하는) 상호지시구조(준거구조들) 및 상호텍스트적인 관련들. 굼브레히트에 따르면, 개념
사 연구는 상호담론적/상호텍스트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일종의 역사적 텍스트화용론
(Historische Textpragmatik)이라는 것이다(Gumbrecht 1998 참조).
4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언어는 사회와 세계에 대한 지식이 통합된 현상이다. 언어는 화자가 그것을 사
용한 조건과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 언어는 언어적·인지적·사회적 제약들 사이
에서 상시적 제약과 일시적 제약을 오가는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기술되어야 한다.
언어는 지속적인 진화를 겪는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로 구성된다. 언어에 대
한 기술은 유동적인 일반성에 준하여 언어 전체와 특정한 담화 문맥 사이에서 진
술되어야 한다(Beaugrande 1997: 40).
보그랑드가 표방하는 후기고전적 텍스트과학의 토대는 질료장과 자료장
의 연속적 중개를 통해 체계내적(emic) 관점과 체계외적(etic) 관점을 아우르
는데, 이를테면 음운론에서 구체적인 가청음성(phonetic)과 추상적인 음소적
(phonemic) 단위가 구분되듯이, ‘에틱’은 외부자 관점(질료)에 연계되고 ‘에믹’
은 내부자 관점(자료)과 연합된다. 에틱은 질료기반적이라면 에믹은 자료기
반적이며, 에틱이 문화보편적이라면 에믹은 문화개별적이다. 이를 개념사
연구에서 고려하면, ‘기본개념(Grundbegriffe)’은 양자를 중개하는 관찰지점에
서 응집된다.
기준 / 차원 etic
매개제어체계
(텍스트유형,
문체, 번역)
emic
관점 외부자(exocentric) 내부자(endocentric)
기반 질료(material) 자료(data)
문화 보편적(universal) 개별적(specific)
2) 통사론·의미론·화용론
기호의 자료장을 관찰하는 방법론의 얼개를 (퍼스의 사상을 통사론·의미론·화
용론으로 구획하여) 현대 기호학을 정립한 모리스의 구상에서 취하고자 한다.
①기호학은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기호를 다룬다.
②화용론은 화자와 그들의 기호사용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기호사용자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45
와 기호사용을 다룬다.
③의미론은 의미작용의 지시적 양상뿐만 아니라 의미표상의 모든 방식을
다룬다.
④통사론은 언어들의 음운론, 형태론 및 통사론, 비언어적 기호체계의 형
식적 측면에 대한 분석을 포함한다(Morris 1946: 218=1971: 302; Posner 1997:
6 재인용).
semiotics
syntactics semantics pragmatics
studies studies studies studies
semiosis
significations
origins,
uses and
effects
signs
이를 일반화하면, “기호화용론은 기호의 유래와 용법 및 효과를 다루고,
기호의미론은 기호들의 의미작용을 연구하며, 기호통사론은 다양한 부류의
기호들이 복합기호를 형성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기호학의 분과”(1946: 352=
1971: 365; Posner 1997: 6)로서 아래의 세 가지 역량을 요구한다.
① 단원적 역량(Ars modularis: 텍스트 성분의 단위 및 가치의 판단)
ㆍ기호형태론(Z-Morphologie): 기호(Zeichen)의 토대를 이루는 요소, 텍스
트의 개념적 단위를 구성하는 인물·시간·공간·배경·행위를 조직하
는 단위(의미)들을 파악하여 변별성을 가지는 기층단위와 요소들(Einheiten)
4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을 추출한다.
Zmor ={E1, E2, …, En}.
ㆍ기호의미론(Z-Semantik): 추출된 단위들에는 해당하는 공동체의 일정한
평가와 가치관이 할당되는데, 이것은 서사구조를 조직하는 건축물의
벽돌에 준한다. 소통을 위한 보편적 심급인 동시에 장애요인으로도 작
용한다.
Zsem ={E1 sem a:+/ – , E2 sem b:+/ – , …, En sem n:+/ – }
(sem=의미자질/변별특징)
② 조합적 역량(Ars combinationis: 통사론 구성단위들의 조합과 배열의 적절성)
ㆍ기호통사론(Z-Syntaktik): 단위들을 결합하여 서사구조로 구성하는 과정
은, 밥과 반찬들의 계열체를 재료(구조)로 삼아 밥상이라는 통합체(텍스
트)를 조직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단위들의 조합에는 음양오행론이나
풍수지리, 골상학(관상학)이나 체질론, 원소론이나 우주론, 이데올로기
나 시대의 세계관이 개입한다.
Zsyn ={E1×… E2× …En}(∈, ∋, ∪, ∩, ∧, ∨… 등의 논리연산자)
③ 수사적 역량(Ars rhetorica: 텍스트의 화용론적 기능과 용도, 목적, 미학과 윤
리 등)
ㆍ기호화용론(Z-Pragmatik): 마지막 층위에서는 만들어질 또는 만들어진
텍스트 전체의 목적, 기능과 용도 및 심미성과 윤리에 대한 판단이 필
요하다. 그 역량은 기호체와 사용자들 사이의 관계, 권력과 윤리, 논증
과 서사 토대로서의 화용구조에 대한 함수관계(F)로서 누가 읽는지, 누
구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목적지향적 판단이다.
Kprag =F { Zmor ∩Zsem ∩Zsyn ↔ 사용자(목적, 권력, 윤리, 심미성…) }
이로부터 개념사 연구를 위한 기호학적 의미론·통사론·화용론의 스펙
트럼을 얻을 수 있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47
상차림의 질서
수평적 통합체(시공간적 ·논리적 근접성)=문장, 텍스트/ 담론
일상 생일 환갑 제례 접대
수직적
계열체
(등가성
낱말밭)
주식(밥, 빵, 감자 등) Ⓐ Ⓑ Ⓒ Ⓓ Ⓔ
반찬
국 a b c d e
반찬 1 α β γ δ Ω
반찬 2 p q r s t
반찬 n u v w x y
음료/후식 ⒜ ⒝ ⒞ ⒟ ⒠
기본구별
Dressler
1972
Brinker
1985/2001
Morris* 1938/1971
(Posner 1997)
Heinemann
2000
Beaugrande/
Dressler 1981
Text
내적
Textgrammatik
- semantik
- thematik
(텍스트문법,
텍스트의미론,
텍스트주제론)
Textstruktur
grammatisch
(텍스트구조)
Syntax
(Syntaktik)
조합
formalgrammatisch
(형식적/문법적)
Kohäsion(표층결속성)
Semantik 단위
inhaltlich-
(내용적
thematisch
주제적)
Kohärenz(심층결속성)
Informativität(정보성)
Text
외적
Textpragmatik
(텍스트문법)
Textfunktion
(텍스트기능)
Pragmatik 목적
funktional
(기능적)
Intentionalität(의도성)
Akzeptabilität
(수용성/용인성)
situativ(상황적) Situationalität(상황성)
Intertextualität
(상호텍스트성)
3. 의미론과 개념사
1) 구조의미론의 예비구별
언어의 모든 현상이나 모든 텍스트를 연구대상으로 취할 수는 없다는 취
지에서 초창기(1970년대)의 구조의미론(E. Coseriu·B. Pottier·A. J. Greimas)
에서는 어휘의 순수한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현상을 배제하여 연구대상의
균질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코세리우는 8단계의 예비구별을 제시
했는데, 이것은 이를테면 언어의 우주에서 방향이라도 가늠하기 위한 최소
4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한의 항법장치인 셈이다.7)
① 사물(Sache)과 언어(Sprache): 대부분의 전문용어들(도량형 단위, 법률과
행정의 특수어, 군대나 조직의 계급/직급명, 철학용어, 공예나 농업의 용어, 동식물
의 분류명)은 일상언어와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조직하며, 대체로 대상 자체
의 경계와 일치하는 명칭목록이다. 양립불가능성(Inkompatabilität)에 따라 각
항목을 배타적으로 구획하는 전문용어와 달리, 일상언어의 대립은 종종 내
포적이며 경우에 따라 부정항(무표항)이 긍정항(유표항)을 함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Tag은 Nacht와 대립하지만, Tag+Nacht(낮+밤=하루)라는 대표
항의 자격으로서는 Nacht의 개념을 내포한다.
Nicht-A A Nicht-A A ⇒ Säure
(산)
Base
(염기)
Tag Nacht
언어외적 현실에서는 Leiter(사다리)와 Treppe(계단)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scala(이), escalera(스), escada(포)에서는 두 낱말이 하나로 통칭되기도 한다.
계통분류학(Kladistik)에서는 개를 사자나 호랑이와 함께 육식동물로 분류하지
만,8) 개별언어는 오히려 유용/무익, 유쾌/불쾌, 위험/안전, 난폭/온순 등의
코드-값, 즉 우리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현실을 분할한다. 코젤렉이 개념사 연
구의 맥락에서 주장했듯이, 그 주관성 자체가 개별언어의 구성요인(Faktor)이
7) 구조의미론에 대한 개괄은 코세리우(1921∼2002)의 핵심 논문들을 엮어 옮긴 ?현대의미
론의 이해?(1997, 허발 옮김, 국학자료원), Geckeler(1978), Coseriu(1988a;1988b;1993),
http://www.coseriu.de/를 참조했다. 역사와 담론(Schmidt 2005 참조)의 맥락에서 형성되는 개념
사에 비추어 볼 때, 초창기 구조의미론의 환원주의는 야생을 거세한 온실의미론이라는 비
판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예비구별에서 배제된 기준들에 대한 상대적인 좌표설정을 통해
특정한 시점에 배태된 기본개념의 외연을 추정하고자 한다. 구조의미론에 대한 편람으로
는 ?Semantik?(HSK 6권, A. von Stechow 편, Walter de Gruyter, 1991) 참조.
8) 분류학적 절차에 대해서는 ?계통분류학의 이해?(우건석·조광선·박규택 지음, 1997, 서
울대 출판부) 참조. 언어학의 입장에서 말하면, 개념사는 언어적/언어외적(=사회정치적)
변별특징(외래의소)들에 의해 인도된 어휘들의 통시적 변천사로 정의될 수 있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49
며 적어도 해당하는 언어와 역사에서는 객체적인 지표(Indikator)가 된다.
② ‘대상언어(Objektsprache)’와 ‘메타언어(Metasprache)’: 논리학의 구별(A.
Tarski)에 따르면, 대상언어(1차언어)란 언어외적 현실을 지칭하는 언어인 반
면, 메타언어(2차언어)는 언어 자체를 지시대상으로 삼는 언어이다. 문장
“Der Wolf hat das Lamm verschlungen” 전체는 대상언어지만, “ ‘Wolf ’
wird ‘[vɔlf]’ ausgesprochen”에서 ‘Wolf’ 부분은 메타언어로 사용된 실체사이
다. 코세리우는 그런 ‘말하기의 메타언어’는 연구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mot
(낱말)·parole(말하기)·discours(담론) 같은 개념들은 개별언어에서 구조화
되며, 개념사의 특정한 영역을 형성하기 때문에 연구대상에 부합한다.
③ 공시태(Synchronie)와 통시태(Diachronie): 언어체계는 통째로 변하는 것
은 아니며, 부분들의 소체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변형된다. 그 소
체계들이 ‘구조의 공시태’이며, 그것들이 같은 시점에서 기능하는 전체가 ‘언
어의 공시태’이다. 코세리우는 “언어는 통시적으로 형성되면서 공시적으로
존재한다”라는 소쉬르의 정리에 준하여, 어떤 언어상태라도 엄밀하게 공시적
이지는 않으며 공시태에는 늘 통시적 요소가 침투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
대 이탈리아 방언의 고풍스러운 말투에서는 sentire(느끼다)와 udire(듣다)를
구별하는 반면, 평범한 사람은 sentire(느끼다+듣다)만으로 표현한다. 그렇다
면 개념사의 과제는 공시태 속에서 통시태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된다.
④ 말하기의 기량(Technik)과 반복된 말투(Rede): ‘말하기의 기량’이란, 화
자가 자유롭게 구사하는 어휘 및 문법적 단위(어휘소·범주소·형태소) 및 문
장에서 그것들을 변형/생성/이동/삭제/결합하는 조작을 뜻한다. ‘반복된
말투’란, 전통적으로 표현·문구·성구로 굳어진 것으로서 공시태 속에 남
아 있는 통시태의 잔해이다. 이때 반복된 표현 전체가 낱말과 등가관계이며
역사의 일정한 시기에 출현하면서 ‘설명·논증·명령·계약·감사·비난·
선언·포고·명령’ 등의 책무를 이행(履行)하는 순간, 그것의 발화는 역사적
사건으로서 ‘성립한다’(실효성을 획득한다). 개념사는 구조의미론에서 배제된
바로 그 영역을 포괄한다.
5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⑤ 언어의 구축(Architektur)과 구조(Struktur): 코세리우는 말하기의 기량을
다시 ‘역사적 언어(Historische Sprache)’와 ‘기능적 언어(Funktionelle Sprache)’로
구별한다. 역사적 언어란 독일어, 프랑스어처럼 개별언어를 뜻한다. 역사적
언어는 결코 유일한 언어체계가 아니며 통체계들(Diasysteme), 즉 서로 공존
과 간섭을 주고받는 언어체계들의 총체이다. 그 차이는 상이한 공간에서 생
기는 통지역적(diatopisch) 차이, 사회문화적 계층 간 통계층적(diastratisch) 차
이, 표현양식의 유형에 따른 통양식적(diaphasisch) 차이이며, 이것들에 상응하
여 전반적인 단일성을 유지하는 기술은 공지역적 기술로서의 지역어(사투리와
지방어), 공계층적 기술로서의 사회문화적 언어수준(표준말·중류층 또는 일반대
중의 언어 등), 표현목적에 따른 공양식적 기술로서의 언어문체(일상어·장중한
언어·친근한 말·시적인 언어·산문의 언어)이다. 세 관점에서 동질적인 말하기
의 기량, 즉 한 언어 공간의 어느 하나의 지점·수준·양식에서만 관찰된 말
하기 기량의 정수를 코세리우는 ‘기능적 언어’로 정의한다. 기능적 언어의 기
량을 형성하는 요소가 ‘언어구조(Struktur)’라면, 역사적 언어 안에 공존하는
말하기의 기량에 침투한 관계들의 총체는 ‘언어구축(Architektur)’이다.
⑥ 체계(System)와 관용(Norm: 규범): 기능적 언어는 한편으로 i) 실현의 층위
에서, 다른 한편으로 잠재적 기량의 세 면, 즉 ii) 관행(규범), iii) 체계, iv) 유
형의 층위에서 작동한다. 말하기(Rede)는 소쉬르가 정의한 파롤(parole)에 해
당한다. 관행(규범)과 체계는 랑그에 상응한다. 코세리우는 추상도가 한 단
계 낮은 관행(규범)/층위를 설정함으로써 개별언어에 체계와 관행을 한편으
로 개체의 ‘말하기’에 대치시키고 있다. 체계와 관행이 넓은 뜻의 문법/통사
론(Syntax)에 해당한다면, ‘말하기’의 학문은 이른바 ‘담화/텍스트언어학’
(Diskurs- & Textlinguistik)에 해당한다.
기능적 언어
잠재적 기량
유형(Typus) 유형학
체계(System) 어휘소론
실천된 기량
관행(Norm: 규범) 문법(통사론)
말하기(Rede) 텍스트언어학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51
⑦ 의미(Bedeutung), 지시(Bezeichnung) 및 의의/전의(全義: Sinn): 의미와
지시 및 의의는 공히 관계개념이다. 의미란 언어기호의 내용들(기의들)끼리
의 관계(i)이며, 지시란 언어기호와 그 준거토대인 서술된 현실(세계) 사이의
관계(ii)이다. 의의란 문맥(Kontext: 텍스트)과 맥락(Kotext: 상황) 속에서 궁극
적으로 결정되는 사용값(iii)이다. 원칙적으로 의미관계만 구조화할 수 있고
지시관계는 구조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념사의 과제는 (기표에 기의를 할
당하는) 어의론(Semasiologie)과 (기의에 기표를 할당하는) 명칭론(Onomasiologie)
을 번갈아 가면서 ‘사실사(Sachgeschichte)’를 분별하는 가운데 진정한 의미변
화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c)=의의/(전의) 문맥/맥락
기호표현 (b)=지시
언어기호
기호내용 대상
(a)=의미 ↕
기호내용
언어기호 대상
기호표현
⑧ 어휘적(lexikalische), 범주적(kategoriale), 수단적(instrumentale), 구조적/통
사적(grammatische), 존재적(ontische) 의미: ‘어휘적 의미’는 세계를 언어적으
로 파악한 실질(Substanz)에 상응한다. warm(따뜻한) - Wärme(온기) - erwärmen
(데우다)의 계열에서 동일성을 유지하며, 하나의 전체로서 kalt(찬) - Kälte(냉
기) - erkälten(식히다)이라는 다른 계열과 구별된다. ‘범주적 의미’는 세계를
파악하는 (명사, 형용사, 동사 등) 범주에 상응한다. warm과 Wärme는 동일한
어휘적 의미를 가지지만 범주적 의미가 상이하며, warm와 kalt의 범주적 의
미는 동일하지만 어휘적 의미는 상이하다. ‘수단적 의미’는 형태소의 의미로
서, Tisch-e(책상)의 -e는 복수화라는 의미를 가지며, der Mensch(사람)의 der
는 ‘지정’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구조적(통사적) 의미’는 단수·복수·능동
태·수동태·완료태·미완료태 같은 문장에서 드러나며, ‘존재적 의미’는 긍
5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정·의문·명령처럼 문장으로써 지시된 사태의 존재적 가치이다.
8단계의 예비구별을 순차적으로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밑줄 친 부분은
구조의미론에서 1차적인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부분이다. 한편 개념사 연구
는 정치적 사회적 역사성을 발휘하는 텍스트 발화와 그 적실성까지 포괄하
는 한층 광범위한 과업을 가지는 셈이다.
사물
? 메타언어
??언어 통시태
1차언어 반복된 말하기
공시태 언어구축
말하기의 기량 유형 지시
언어구조 체계
관행 의미 어휘적 의미
말하기(파롤) 범주적 의미
수단적 의미
통사적 의미
존재적 의미
2) 낱말밭(Wortfeld)
어떤 어휘(개념)라도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게 아니라 인접단위들과의 관
계망에서 그 값이 판명된다는 낱말밭이론의 준칙에 따르면, ‘개념’의 1차적
인 확인 장소는 어휘들의 계열체인 ‘낱말밭’이며, 연상가치는 ‘문장’과 ‘텍스
트’ 그리고 궁극적으로 ‘담론과 역사’에서 판정되어야 한다.
유사개념들 및 반대개념들에 관련하지 않거나 보편개념 및 특수개념들에 할당
하지 않거나 두 표현 사이의 중첩을 기록하지 않고서는, 한 낱말의 위치가치를 사
회적 구조나 정치적인 전선의 위치에 대한 ‘개념’으로서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Koselleck 1978: 32).
이를 위해 코세리우는 다음의 기본원리를 출발점으로 낱말밭의 실존을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53
확인한다.9)
①기능성(Funktionalität): 기능성의 원리는 언어 자체의 실질, 즉 언어단위
의 실존에 관계하는데, 한 언어 자체에서 기의와 기표의 연동을 통해 성립
하는 그것이 바로 기능단위다.
②대립(Opposition): 어휘단위들은 1차적으로 대립에 의해, 즉 서로를 배
타적으로 구별하는 변별특징에 의해 존재한다. 어느 한 단위가 단위로서 존
재한다면, 동일한 언어 안에서 적어도 하나의 다른 단위가 존재하는데, 대
립은 해당하는 단위가 공통점/차이점을 가지는가의 여부에 좌우된다.
③체계성(Systematizität): 체계성의 원리란 동일한 차이가 한 언어체계 안
에서 반복 출현함으로써 동일한 대립관계들의 계열이 형성되는 예측에 관
련한다.
④중화(Neutralisierung): 한 언어에 존재하는 대립은 경우에 따라 중지될
수도 있다. 이때 해당하는 대립의 어느 한쪽이 대립 자체를 성립시키는 공
통의 기저가치를 떠맡을 때, 그것이 바로 ‘중화’이다.
네 가지 원리를 적용하여 하나의 의미영역, 즉 낱말밭(Wortfeld)이 확보된
다. 낱말밭이란, 하나의 공통된 의미영역을 서로 나누며 그 결과 서로 대립하
는 어휘적 단위들로 구성되는 계열적 구조로서, 예컨대 “J’ai été à Mayence
pendant deux… 나는 2(…) 동안 (독일) 마인츠에 있었다 ”라는 연쇄체의 일정
한 위치에서 선택될 수 있는 낱말들의 계열은 ‘지속시간’이라는 공통의 의미
9) 언어학자 J. Lyons(1978)는 낱말밭을 판별하는 ‘배타율(排他律) 테스트’를 제안했다. “This
rose is red and yellow”(×)라는 문장이 성립하지 않으면, red와 yellow는 동일한 낱말밭
에 속한다. 반면에 “This rose is red and beautiful”(○)처럼 문장이 성립하면, red와
beautiful은 상이한 낱말밭에 속한다. 조어론적 규칙에 따라 생성된 2차적 구조(합성어,
파생어, 복합어 등)도 개념사 연구에서 중요하다. 이를테면 Bastille(바스티유 감옥)라는
어근에서 파생·합성된 bastillé(형용사), Bastillables(바스티유에 들어갈 후보자), Embastillement
수감(收監) , Basteur(간수), Bastillerie(감옥의 잔학상), Bastillage(교정정책) 등을 참
조하라.
5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영역을 분할하면서 대립하는 heure(시간), jour(일·하루), semaine(주), mois
(달), an(해·년)일 것이다. 역사적 맥락에서는, 지리멸렬한 분열을 넘어 영
방(領邦)국가(Territorialstaat)를 거쳐 ‘연방(聯邦)’으로 발전하는 독일 근현대사
에서 Allianz, Bündnis, Bund, Einigung-Bund, Bund-Bündnis, Union-Liga,
Föderalismus를 포함하는 ‘국체(國體)’의 낱말밭 그리고 이와 마주 보는 대
립개념들(정치적 전선·종교사회적 집단)이 개념사 연구의 영역, 이른바 기본
개념들의 계열이 형성된다.
이때 그 계열, 즉 낱말밭에서 하나의 어휘로 표현된 단위가 어휘소(Lexem)
이며, 특정한 어휘소를 구성하는 의미변별특징은 의(미)소(Seme)이다. 어떤
어휘소가 낱말밭 전체와 일치할 때 그것은 원어휘소(Archilexem=Hyperonym:
대표어휘소)이다. 원어휘소는 낱말 사이의 대립에 의거하여 ‘주일’이나 ‘지방’
의 낱말밭을 대표하는데, 그것보다 더 상위의 대립기준이 나타날 경우 기존
의 낱말밭은 종결되고 상위의 ‘월/년’이나 ‘국가’ 층위로 경계가 이동한다.
하위의 대립기준이 나타날 경우, 기존의 낱말밭은 하위어휘소들(Hyponyme)
로 구성된 작은 밭들(‘초/분’ 또는 ‘동네’)로 분열한다. 이 과정은 단위로서 인
식되지 못했던 잡다한 어휘들의 집합이 낱말밭의 상위개념(원어휘소) 또는
집합단수의 지휘하에 일련의 구조로 응집되며, 이를 기반으로 분지와 재분
지가 작동하는 기본개념의 역사에서도 관찰된다.
낱말밭을 의미소(Sem)로 분석하는 미시적인 방법론은 코세리우가 야콥슨
(R. Jakobson)에게 헌정한 논문 「구조적 의미론의 이전사Zur Vorgeschichte der
Strukturellen Semantik」에서 준거로 삼은 19세기 언어학자 하이제(K. W. L.
Heyse)가 분석한 ‘소리(Schall)’의 낱말밭과 그로부터 변별특징을 추출하는 과
정에서 유래한다. 낱말밭 Schall의 의미소들을 성분분석하고 대립구조를 도
시하면 다음과 같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55
변별특징
어휘소
(a) 들을
수 있는
(b) 자기
활동적으로
만들어지는
(c) 전파되는 (d) 반사되는 (e) 균질적인 (f) 조절된
Schall(소리) + ○ ○ ○ ○ ○
Laut(음성) + + ○ ○ ○ ○
Hall(공명) + - + ○ ○ ○
Widerhall(메아리) + - + + ○ ○
Klang(울림) + - - ○ + ○
Geräusch(소음) + - - ○ - ○
Ton(음조) + - - ○ + +
‘들을 수 있는’(a)
SCHALL
‘자기활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b) ‘자기활동적으로 만들어지는’(b)
X1
‘전파되는 것으로 고찰되지 않는’(-c)
‘전파되는 것으로 고찰되는’(c)
HALL
X2 ↓
‘균질적이 아닌’(-e)
GERÄUSCH
‘균질적인’(e)
KLANG
‘반사되는’(d)
WIDERHALL
↓
‘조절된’(f)
TON
이때 Schall은 다른 모든 어휘소에 공통된 변별특징(a)으로만 정의되기 때
문에, 낱말밭 전체 유(類) 의 원어휘소이다. Hall은 다시 Widerhall에 대해,
Klang은 Ton에 대해 원어휘소가 된다. Widerhall은 Hall의 내용 전체(a-b
+c)와, Ton과 Klang의 내용 전체(a-b-c+e)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편
원어휘소(a-b)와 (a-b-c) (X1과 X2)의 절점은 독일어에서 어휘소(Lexem)
로는 실현되지 않았는데, 말하자면 기의는 있지만 이에 대한 기표가 할당되
지 않는 경우이다. 위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하나의 다이어그램으로 압축할
수 있다.
5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b SCHALL(a) +b
Laut
-c +c
-e +e
G
era
̈
usc
h
Klang Hall
+f +d
Ton Widerhall
3) 내재의소와 외래의소
한편 코세리우의 초창기 구조의미론에서는 언어내적 변별특징에 국한함
으로써, 역사 속에 실존하는 텍스트들에서 구사된 ‘개념’을 분석할 때 한계
를 노출한다. 이를 보정하는 단서를 프랑스 언어학자 라스티에(F. Rastier)에
서 볼 수 있다. 그는 언어 자체에서 유래하지 않으면서도 텍스트의 해석에
개입하는 의소, 즉 외래의소를 텍스트의미론(Textsemantik)에 도입함으로써
개념사 연구에 의미심장한 진일보를 제시한다(최용호 2004: 75∼89 참조).
?적과 흑̂? 분석
//교통수단// //교통수단//
(대중 교통수단) (대중 교통수단)
/철도/ /도로/ /도시 안/ /도시 사이/
/도시안//도시사이/ /도시안//도시사이/ /철도/ /도로/ /철도/ /도로/
‘전철’ ‘기차’ ‘시내버스’ ‘고속버스’ ‘전철’ ‘시내버스’ ‘기차’ ‘고속버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57
| 분석1 |
종속내재의소: //색깔//
종차내재의소: /붉은색/ : /붉은색/
‘적’ ‘흑’
| 분석2 |
종속외래의소: //직업//
종차외래의소: /군인/ : /신부/
‘적’ ‘흑’
① 내재의소(inhärente Seme, Denotation)와 외래의소(affärente Seme, Konnotation):
의소(Sem)는 언어에 내재하는 내재의소와 언어외적 맥락으로부터, 고
의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유입되는 외래의소로 나뉜다.
층위 전형적인 구성요소 체계성의 유형 표상영역
I. 내재의소 기능적 체계 협의의 (구조)언어학
II. 사회적으로 규범화된 외래의소 사회어 역사어휘론
III. 지엽적인 외래의소 개인어 텍스트(의미론) 분석
② 종속(種屬)의소(generisches Sem=Archisem)와 종차(種差)의소(spezifisches
Sem=Sem): 종속의소(//교통수단//)는 일정한 종(밭의 차원) 자체를 성립시키
는 의소이며, 한 영역을 주도하는 어휘밭을 대표하는 원어휘소 또는 기본개
념(Grundbegriffe)과 유사하다. 종차의소(/도로/, /철도/ 등)는 하나의 종을 분
화하여 하위영역들로 가르는 의소이다. 거시층위의 ‘영역(Domäne)’이나 ‘차
원(Dimension)’은 ‘생활세계’나 ‘기능체계들(funktionale Systeme)’에 준한다.
한편으로 어휘밭의 종 자체를 가르는 내재적 기준과 외래적 기준에 따라,
다른 한편으로 그렇게 분할된 종차 영역들 안에 다시 내재적 기준과 외래적
기준에 따라 교차적용하면, 종속내재의소(generisch-inhärente S)/종속외래의
소(generisch-affärente S)와 종차내재의소(spezifisch-inhärente S)/종차외래의소
(spezifisch-affärente S)로 세분된다. 코세리우의 구조의미론과 비교해 볼 때,
라스티에의 텍스트의미론은 의소를 종속/종차 및 내재/외래의 4분법으로
5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나누어 텍스트 분석에 유연한 여지를 제공한다. 이런 원근법에서는 동일한
왕이라도 König(왕), Kaiser(황제), Feldherr(군통수권자), Freiherr(선제후)를
가르는 ‘언어적 의미’와 ‘역사적 개념’ 사이의 괴리를 감지한다. 다른 예로 그
리스·로마의 국가제도를 이식한 중세의 국가이론에서는 두 겹의 삼분법
(doppelte Trichotomie, Schulze 1978: 254)을 볼 수 있다.
평가
변별특징(의소)
긍정적인 왕정 부정적인 왕정
virtus(덕성)
regnum rex iustus(정의로운 왕)/
vs. rex iniquus(불의한 왕)
tyrannis 참주(僭主)
fortuna(재력) aristocratia 귀족제(貴族制) obligarchia 과두제(寡頭制)
caritas(자비심) democratia 민주제(民主制) politia 군주제(君主制)
4) 원형(Prototype, 原型)
한편 라이하르트는 개념사 연구의 정밀성을 확보하는 방편으로서 낱말밭
의 실존을 입증하기 위해 1770∼1814년 사이의 프랑스어→독일어 번역서
에서 Revolution 표제어의 통계적 추이를 확인하고, 1630∼1819년 사이에
프랑스어의 hônnete homme(정직한 인간)에 대한 어휘들을 29개의 문서에서
추출한 바 있다(Reichardt 2000: 113 이하 참조). 이때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어휘가 많이 출현할수록 주도개념으로서 각인되는 원형성(das Prototypische)
이 추정된다.10)
코젤렉의 초기이론에서 기반으로 삼았던 구조의미론보다 한층 유연한 탈
위계적 원형의미론은 인지심리학자 로쉬(E. Rosch)의 ‘원형(Prorotype, 原型)’
개념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새’라는 개념 범주에서, 독일(유럽)의 경우에
는 Rotkehlchen(작은부리울새)가 중심에 따라서 원형에 가장 근접하며, 그
10) Bastille 개념밭을 설명한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Reichardt 2000: 121; 김학이 2009; 고
지현 2010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_ 59
Taube
Spatz
Kanarienvogel
Eule
Papagei
Pfau
Strauß
Pinguin
Ente
Pfau
Tukan
Rotkehlchen
바깥에 Taube(비둘기)·Spatz(참새)·Kanarienvogel(카나리아)·Papagei(앵무
새)·Eule(부엉이)·Pfau(꿩)이 위치하며, 변두리로 갈수록 Tukan(코뿔새)·
Pinguin(펭귄)·Strauß(타조)가 위치한다. 이때 원형성이 높을수록(즉 중심에
가까울수록) ‘새’의 변별특징인 /부리/, /다리/, /깃털/, /날개/, /비행능력/,
/부화/ 등이 전형적으로각인되는반면, 원형성이 낮을수록(즉 중심에서 멀어
질수록) 그 자질들은 우선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원형성은 개별언어나
문화권마다 심지어 개인마다 충차가 있으며, 변별특징(Sem)의 위계적인/논
리적인 조합을 기준으로 낱말밭을 분석하는 구조의미론과 달리, 의미를 인
지(Kognition)의 작동이라는 관점에서 회상(Recall)과 선호(Preference)에 따라
활성화되는 심상적 원형(Mental Prototype)으로 간주한다. 의미의 인지는 구
조적질서에앞서파문(波紋)처럼작동하면서지식, 감정, 의지에따라변동
하는 주름을 남긴다. 그러나 원형의미론은 구조의미론을 부정하지는 않으
며, 의미를 인지주체의 심상과정(mental process)에서 조명하려는 것이다
(Kilian 2003: 108∼109 참조). 구조의미론이 원어휘소를 정점으로 어휘소의 의
6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미를 낱말밭의 위계구조와 대립 속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요컨대 원형
의미론은 틀(Frame=Slot)을 채우는 데 인지적으로 선호되는 회상(Recall)과 기술
(=Filler)을 활성화시키는 심상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Demokratie
(민주주의)’-개념을 질문(Slot=Frage), 즉 틀(Minsky·Schank·Abelson의 Frametheory,
Fillmore의 Scenes & Frame-semantics, Kilian 2003: 110 참조)과 그것을 채
우는 언어적 설명/묘사 /기술(Filler=description)의 관계로 조명하면, 원형의
미론의 쟁점은 구조의미론의 문제제기와 사뭇 달라진다.
Stichwort: DEMOKRATIE
Beschreibungsleitende Kategorien
(Fragen; »Slots«)
Beschreibungstexte
(Antworten; »Fillers«)
어휘의 의미성분들은 개념적 위계질서에 앞서 주체의 인지구조에 연계되
는데, 이때 어휘와 결부된 개별적 경험으로 설명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인지-틀
을 채우려는 추론은 계속 작동한다. 이를테면 제2차 세계대전 후 Demokratie
개념은 Wahlen(선거), Koalitionsregierung(연립정부), Mehrheitsverhältnisse(다
수결), Regierungskrisen(정권위기), Formaldemokratie(형식적 민주주의)의 변인
에 노출되면서 새로운 원형들로 충전된다(Kilian 2003: 110∼111). 킬리안은
Demokratie를 중심으로 (낱말밭의 위계구조와 다른) 원형적 관계망으로 연결된
낱말가족/낱말밭의 6가지 원형범주를 추출했다(Kilian 2003: 113∼117 참조).11)
①현상형식(Erscheinungsformen): 새로운 민주주의로써 도달하려는 상
②구획(Abgrenzung): 정치적 이념적인 배타대립
③가치질서(Werteordnung): 이데올로기의 가치관
11) 원형의미론에 입각한 분석의 상세한 내용은 Killian(2003: 110∼117)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61
④전제조건(Voraussetzungen): 현상형식을 실현하기 위한 인적 조건
⑤한계와 위험(Grenzen-Gefahren): 금지되는 사항들
⑥보호(Sicherungen): 민주주의가 지켜 주어야 할 대상
liberal-demokratisch
nationaldemokratisch
christdemokratisch/
christlich-demokratisch
rätedemokratisch
sozialdemokratisch
formaldemokratisch
volksdemokratisch
parlamentarisch-demokratisch
freiheitlich-demokratisch
Parteiendemokratie
Prasidialdemokratie
Ratedemokratie
Volksdemokratie
Massendemokratie
Sowjetdemokratie
Repräsentativdemokratie
Wirtschaftsdemokratie
antidemokratisch
undemokratisch
Demokrat
Demokratismus
demokratisch
Demokratie demokratisieren
Demokratisierung
5) 기본개념(GB): 메타언어와 집합단수
개념밭을 좌우하는 원동력은 결국 현실세계에서의 실천이다(Stierle 1978:
159 참조). 그 점을 일찍이 강조했던 코젤렉의 고전적인 정의를 인용해 보자.
일반적인 개념들과 달리 기본개념은 정치적 사회적 어휘의 벗어날 수 없는, 대
체될 수 없는 부분이다. …기본개념은 주어진 시대에 가장 긴급한 의제를 정식화
하는 데 불가결해지는 방식으로 경험과 기대를 다층적으로 결합시킨다. 따라서 기
본개념은 고도로 복합적이다. 기본개념은 늘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검증되어야 한
다. 이를 통해서 기본개념은 역사적으로 의미를 가지며, 자신을 순수한 기술적 전
문용어들과 분리시킨다. (갑자기 출현했다가 사라지고 다시 출현했다가 변형되고
6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때로는 급속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상당히 긴 시간대에 걸쳐 지속해 온 최소한의
기본개념이 없다면 그 어떤 정치적 활동, 사회적 행위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개념들은 사회의 상이한 계층들에서 그들의 다층적 의미들, 내적 모순들 및 변화
하는 응용결과를 분류하기 위해서 해석되어야 한다(Koselleck, Response, 1996:
64 이하).
구조의미론의 시각에서, 기본개념이란 개별언어의 메타언어라는 속성을
바탕으로 하나의 개념밭을 대표하는 원어휘소 또는 어휘영역의 대립 자체
를 성립시키는 차원(Dimension)에 근접한다. 전형적인 사례가 이른바 말안
장 시대에 복수형으로 쓰이던 기존의 명칭들이 일반개념으로 집합단수
(Kollektivesingularen)가 되며 또한 ‘-ismus’ 계열의 복합어(메타언어)가 증가하
는 현상이다. 예컨대 ‘Geschichte’는 당시 영주·국가 등 개별주체들의 이야
기와 묘사 등 잡다한 사태들의 나열로서만 존재했으며, 따라서 Geschichten
(이야기들)이라는 복수로 표현되었다(Koselleck 2003: 14∼15). 즉 존재하는 것
은 단위성(Einheit)을 획득하지 못한 천방지축의 “Geschichten”(Orth 1978: 138)
뿐이다. 그런데 이 Geschichte가 정치화되고 시점화를 지향하면서 ‘객관적
소여(res gestae)’로서의 Historie와 ‘이야기된(서술된)/기술된 이야기’로서의
Geschichte가 분지된다(Bödeker 2002b: 81 참조). 그 시점은 바로 루만이 말했
던 “사회적 체계들의 독립분화”, 즉 “기능적 분화(funktionelle Differenzierung)”
가 이루어진 근대와 일치한다. 더욱이 이 새로운 역사(Geschichte) 개념은 자
기를 기술하는 메타언어의 자격으로 Theorie der Geschichte(역사이론),
Philosophie der Geschichte(역사철학), Logik der Geschichte(역사논리)의 계
열을 확립시켰다. 예술(Kunst)에서도 흡사한 과정이 목격되었다.
18세기에는 예술체계의 단일성(Einheit)에 대한 성찰이 최초로 쟁점화된다. 그
때까지는 주로 ‘예술들(Künste/artes)’이라는 복수형을 사용했으며, 개별적으로는
시문학 같은 특정한 예술장르에 대한 성찰을 추구했다. …독립분화를 다루었던 장
에서 보았다시피, 내부 경계와 외부 경계 사이의 명확한 관계, 즉 단위로서 성찰될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63
수 있는 하나의 예술체계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그 상이성 속
에 동일성이 보존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론을 명상하는 지식과 달리 예술가
의 재능은 일종의 실용지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18세기 후반에 와서
야 바뀐다. 학문뿐만 아니라 도덕에 대해서도 (예술의) 경계가 획정되며, 천부적인
예술적 상상력의 평가절상에 관여하는 영역이 바로 단위(Einheit)로서 쟁점화된다.
하지만 모방이라는 낡은 원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또는 적어도 모방과는
다른 더 나은 원리가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그 원리는 바로 외부를 향한 하나의
차이일 것이며, 체계의 경계 횡단이 될 것이다. 그 원리는 이제 고유의 구별들로써
작업하며 그 구별들의 동일성(Einheit)을 따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예술(어쨌든 자
연을 기준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전형적으로 성립하는 하나의 영역을
감당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움가르텐 이후로는 그런 방식으로 추진하는 노력을 ‘미
학(Ästhetik)’이라고 명명한다(Luhmann 1995 2012 : 440).
총체적으로 볼 때 개념들의 민주화·시점화·이념화 및 정치화가 진행되
는 말안장 시대, 계몽주의 그리고 18세기 이후 왕정을 극복하려는 시기에
기본개념들은 여러 사회적 체계들(Soziale Systeme: 법·정치·경제·과학·예
술·교육 등)로 파급되며12) 그 과정에서 귀족은 엘리트에 의해, 농민은 경제
학자에 의해, 공방기술자는 예술가에 의해, 연금술사는 과학자에 의해, 노동
자는 회사원에 의해, 왕정은 기능적 사회(의회·정당 등)에 의해 축출된다.
6) 기본개념의 (역사적) 책무
개념을 역사적 운동의 지표이자 요인으로 간주하는 코젤렉의 정언에는
‘역사를 실체속성(Entity)으로 고착시키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물론 그
는 개념과 세계 사이에서 ‘낱말과 사태가 서로를 지시한다’, (양자는) ‘서로
12) Faschismus, Demokratismus, Kommunismus, Konservatismus, Liberalismus, Nationalismus,
Nationalsozialismus, Patriotismus, Republikanismus, Sozialismus, Zionismus 등이 있는데
(공산당 선언에도 불구하고) Kommunismus처럼 보편적으로 이행되는 못하고 기대개념
(Erwartungsbegriff)에 멈춘 사례도 있다.
6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조응한다’, ‘서로 긴장관계를 이루지만, 서로의 내부로 잠입하지는 않는다’는
말로써 양자의 교차준거를 지적한 바 있다. 언어는 역사적으로 규정되었고
동시에 모든 역사는 언어적으로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
을 과연 일상생활의 사물처럼 해석할 수 있는가? ‘Bürger, Adel, Freiheit’ 같
은 대상/사태가 실존하는가? 개념은 오히려 행위적 현실로서 언어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에 비유되어야 한다. 기본개념은 “습관적으로 굳어진 사
고의 암호 또는 약칭”(Linke 2003: 40)이자 담론의 결정-핵(結晶-核: Kristallisationskerne)
으로서, “역사의 텍스트성”과 “현실의 사회적 구성의 장소”(Linke
2003: 40)를 중개하는 가운데 수단과 대상을 합치시키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은 하나의 동일한 사태를 지칭하는 개별 용어들의 그런 의미들이 그
것의 단순한 지시기능을 넘어서 그 관계 속에서 결속되고 성찰될 경우에 존재한다.
…낱말로부터 사태로의 그리고 거꾸로 사태로부터 낱말로의 진부한 순환추론은
중단된다. 낱말과 사태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있다. …어휘의미와 사태의 변화, 상황
변화 및 새로운 명명으로의 강요는 제각기 상이한 방식으로 서로 조응한다(Schultz
1978: 59).
기본개념이 역사적 인식 자체를 구성하는 기능으로서 세계를 ‘정돈하는
상이한 잠재력’(Ordnungspotential)을 규명하려면, 관심이나 합목적성·단순
성의 추구 같은 화용론적 기준 및 목적지향성에 비추어 경험을 수록/확정/
기대/보상하는 가운데 실효화하려는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Horstmann 1978:
40; Koselleck 2003: 9∼10 참조).
①Erfahrungsregistraturbegriff(경험기록개념): 예컨대 Staat 개념은 법, 혼
인, 특권, 자유, 부채, 의무 등에서 신분적 다양성(이질성)을 수록하는 ‘경험
기록개념’이 된다.
②Erfahrungsstiftungsbegriff(경험확정개념): 18세기에는 낡은 개념들이 새
로운 현실로 변형되면서 특히 집합단수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잡다한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65
Freiheiten은 동일성/단위성으로서 die Freiheit가 되고, 낡은 Kaiserreich(황
제국)은 die Bundesrepublik(연방공화국)으로 진화한다. 이때 개념은 변혁을
실천하는 ‘경험확정기능’을 발휘한다.
③Erwartungsbegriff(기대개념): 개념은 미래지향적인 이행성(Performativität)
의 여부를 저울질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Staat의 목표는 Stand를, 결
국 Staat를 해체하는 데 있었다.
기본개념은 인지적 관점에서는 Verfassungsbegriffe(규약개념)·Schlüsselbegriffe(
열쇠개념)·Selbstbenennungen(자기명칭)·Leitbegriffe(주도개념)·
Kernbegriffe(핵-개념)으로서 구상되는 반면, 사회정치적인 목적을 성취하려는
이행성의 관점에서는 Kampfbegriffe(투쟁개념)·Ziel-begriffe(목표개념)·Erwartungsbegriffe(
기대개념)·Kompensationsbegriffe(보상개념)·Integrationsbegriffe(
통합개념)으로서 추진된다(Koselleck·Richtlinien 92 이하). 예를 들어
Staatsbürger는 1800년경 프로이센의 개혁기에 낡은 신분사회와 불평등에
대항하는 “투쟁개념”이 된다. 그 밖에 앞으로 실현될 현실을 앞질러 공식화
하는 “미래개념”(보기: Postkarte, U-Boot), “기대개념”, 포함된 요구를 관철하
려는 Perspektivenbegriffe(전망개념), “Bewegungsbegriffe(운동개념: Bödeker
2002b: 93∼94) 등이 있다. 이때 역사는 대체로 공론장을 주도하는 엘리트에
의해 인도되지만, 개인과 사회의 변증법적 집단무의식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 이라는 제3의 동인이 개입할 수도 있다.
4. 개념사와 통시적 구조의미론
1) 언어와 세계/ 개념과 사태
아날학파의 정리(定理)인 ‘장기지속(longue durée)’이란 동일한 사건들을
6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선형적으로 배열한 순서가 아니며, 개개의 사건들(파롤)은 늘 서로 상이함에
도 그것들을 성립시키는 조건과 구조(랑그)가 동질적으로 반복 출현하는 역
사법칙을 의미한다. 문제는 실제의 역사에서는 언어와 사태가 반복된다고
해도 오히려 의미의 차연(差延)과 파열이 빈번하다는 점이다:13)
기표와 기의, 낱말기호와 의미연속체는 서로 변화가 수행되는 상이한 속도를 가
진다. 기표의 상대적인 안정성은 기의의 역동성(불안정성)과 대립한다. 음성형태
는 비교적 확실하고 개괄될 수 있는 규칙에 따라 ‘장기지속’의 역사공간에서 움직
이는 반면, 의미의 차원은 과거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은 한도 내에서 장구한 지속
의 역사적 공간에서 움직이며, 주어진 의미들로부터 지극히 다양하게 전환되는 가
능성에 따라 새로운 의미들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역사적인 사건공간에서
움직인다(Stierle 1978: 169).
그 결과 사회정치적 소여와 정신사적 소여의 비동시성(Giesecke 1978: 264
참조)은 문장과 텍스트·담론에 흔적을 남기는데, 코젤렉은 시점적 차원에
서 세 경우를 상정했다(Koselleck 1978: 27 참조).
∙전통적 개념들이라도 어휘의미들이 전반적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현
재적 관계에서 경험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
∙동일한 어휘외양(Wortkörper)에도 불구하고 비교될 수도 역사적으로 복구
될 수도 없을 정도로 의미가 완전히 변한 경우: Geschichten/Geschichte-
Historie, classis/Klasse
∙특정한 사회정치적 반응을 경유하면서 표현과 내용상으로 새로운 개념
이 등장한 (의미와 표현이 모두 변한) 경우: Kommunismus, Faschismus
등의 신조어
13) 의미는 차연적 속성과 증식적(inkrementell) 속성을 가진다(Bödeker 2002a; Rieger 1989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67
이를 기준으로 개념과 사태 사이에 네 가지 관계가 가능하다(Schultz 1978:
65∼67; Koselleck 2003: 6∼8 참조).
①낱말의 의미와 포착된 사태가 공시적으로 통시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된
다. 일군의 어휘들과 그에 속하는 사태들이 몇 세기 동안 동일한 상태를 유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양자가 완전히 동질적으로 조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다. 이 경우 과거의 현실(공간·인물·구조 및 상황적 성분)이 오늘날에도 비교적
유사하게 검증될 수 있는데, 자연에 대한 이해나 농사·수공업적 생활의 개념
들처럼 지속적으로 반복 실현되는 영역들이 그러하다. 이 경우에도 사회적·
정치적·심상적(mental) 단절이 있을 경우에는 변화와 파열이 나타난다.
②개념은 동일한 상태이지만, 사태가 변화하는 경우이다. 어휘의 의미변천
과 사태, 상황변화와 새로운 명명에 대한 강요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응한
다. 그러한 총체적인 역사적 과정들의 교차점에 해당하는 개념이 놓여 있다.
예컨대 레닌주의의 시각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Kapitalismus)를―인
류를 해방시키고 자결권을 선사할―혁명의 전 단계로 간주했고, 파시즘과
나치즘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 위치했다. 1945년 이후 미국과 독일
연방공화국은―공산주의자들의 시각에서―독점자본주의나 파시스트 국
가로 정의되었다.
③낱말의 의미는 변화했지만, 기존에 파악된 현실은 동일한 상태인 경우
이다. ‘혁명(Revolution)’의 경우는 ②와 정반대로 개념은 변화했지만, 연루된
사건들의 연쇄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혁명 개념은
Aufruhr(폭동), Empörung(항거·반란), Verrat(반역), Gewalt(폭력), Morden
wieder Morden(끝없이 반복되는 살육)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어져 온
다. 그것은 민주주의, 귀족주의, 왕정 등 인간사의 모든 가능성을 거치면서
도 붕괴되지 않는 ‘동일한 것의 장기적인 반복’에 불과하다.14) 18세기 이후
14) 대한민국의 정당사(정확히 말해 정당 명칭의 변천사)도 사실상 명칭(기표)을 달리하는
6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진보(Progress)’로 해석된 혁명은 유혈내
란으로 귀결되었고, 결국 다른 새로운 혁명(개념)에 의해 축출된다(프랑스혁
명과 반혁명, 공포정치와 왕정복고, 나폴레옹과 공화정의 역사를 상기해 보라). 말하
자면 예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야만적 유혈사태의 수행방식을 더욱
촉발하는, 유토피아적으로 재해석된 혁명 개념이 등장했다. 18세기 이후 개
념의 ‘기표’는 변화했지만, (온갖 유토피아적인 구호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의
도된 ‘기의’는 사실상 살인과 폭력·전쟁의 무한반복에 머물렀다.
④마지막 가능성은 개념의 변화와 사태의 변화가 상응하지도 않고 불연
속적인 결과로 인해 서로 결별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개념밭의 구
조적 변화가 진행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 변화와 조응하지 않는 현실사태의
정치적 변화가 제각기 진행되는 경우로서, 예측하거나 재구성하기에도 매우
난감한 사례이다.
2) 통시적 구조의미론
방금 보았듯이, 통시적 구조변화는 역사적 전개와 더불어 어휘밭의 분절
구조가 변동하는 과정, 즉 한 언어의 어휘밭 내부에서 변별적 대립들이 보
존·출현·소멸되는 과정을 규명하려는 개념사 연구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통시적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 점을 기표와 기의의 관계로부터 설명하
고자 한다.
①
기표 층위 ?????????????????????????????????????????????????????????????????
↓ ③ ↑ ④ 기호
기의 층위 ?????????????????????????????????????????????????????????????????
②
동질적인 기의들(사이비 보수/사이비 진보)의 반복적 ‘교체’에 불과하며, 해방 후 잠시
그리고 최근에 극우정당이나 극좌정당의 출현으로 분절구조가 ‘변용(變容)’할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69
①어휘의 표현 층위 자체, 즉 기표 사이의 관계와 역사의 흐름에 따른 연
속성이나 변화 및 (어휘소재가 공통적인) 낱말가족의 변화를 연구할 수 있다.
이것은 공시적/통시적 어휘형태론(Morphologie)의 과제이다.
②어휘의 내용 층위 자체, 즉 기의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내용 관계
의 계열적 변화 및 통합적 변화도 역사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이것은 공시
적/통시적 어휘의미론(Lexikalische Semantik)의 과제이다.
③기표로부터 두 층위 사이의 관계 및 관계 내에 변화를 고찰할 수 있다.
이것은 공시적/통시적 ‘어의론(Semasiologie)’의 과제이다.
④기의로부터 두 층위 사이의 관계 및 역사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고찰
할 수 있다. 이것은 공시적/통시적 ‘명칭론(Onomasiologie)’의 과제이다.
코세리우는, 울만(S. Ullmann)을 인용하여 일단 “새로운 이름이 뜻에 결부
되고 또 (혹은) 새로운 뜻이 이름에 결부될 때에는 의미변화가 생긴다”라고
정의했다. 정의의 앞부분에 따르면, 의미변화는 라틴어 occire가 프랑스어
tuer로 되는 경우처럼 명칭론에 국한된다.
(라틴어)“occire” (프랑스어)“tuer”
occidere (죽이다) occidere (죽이다)
정의의 뒷부분에 따르면 의미변화는 위와 다르게 진행된다.
“tutare” “tuer” “tuer”
exstinguere (끄다) exstinguere (끄다) II occidere (죽이다)
라틴어 tutare → 프랑스어 tuer의 변화에서는 기표가 연속적으로 유지되
지만, 기의는 ‘끄다’에서 ‘죽이다’로 바뀌었다. 이런 어의론적(semasiologisch)
변화는 여러 형태로 표현되긴 했어도 기의 사이의 관계, 즉 의미관계 자체
는 불변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표의 두 겹의 교체에 불과하다. 코세리우
7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는 그런 변화를 소재나 내용상의 “교체(Ersetzung)”로 부르며, 진정한 내용관
계의 변화와 거리가 멀다고 본다. 어의론이나 명칭론적(onomasiologisch) 변화
에서는 기표(또는 기표-기의의 결합)에만 관계하며, 어휘내용 사이의 관계는 사
실상 변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내용상의 변화는 기의 사이의 관계에 관련한
다. 라틴어 patruus/avunculus 부계 쪽 아저씨(친삼촌)/모계 쪽 아저씨(외삼촌) →
프랑스어 oncle, 이탈리아어 zio(아저씨)나, 라틴어 amita/matertera 부계 쪽 아
주머니(고모)/모계 쪽 아주머니(이모) →프랑스어 tante, 이탈리아어 zia(아주머
니)의 변화에서는 변별특징(부계/모계)이 소멸하고, 두 개의 기능단위가 하나의
단위로 환원된다. 비로소 이런 변화가 기능적인 의미변화, 즉 “변용(變容,
Modifikation)”이다.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카탈루니아어 루마니아어
patruus
(부계 쪽 아저씨)
avunculus
(모계 쪽 아저씨)
oncle zio tío tio oncle unchiu
amita
(부계 쪽 아주머니)
matertera
(모계 쪽 아주머니)
tante zia tía tia tia mătusă
개념사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진정한’ 의미변화는 변별특징의 출현/소멸
로 인한 ‘새로운 대립의 출현, 낡은 대립의 소멸’ 및 ‘밭의 분절구조/명칭의
재편’에 주목해야 한다.
① 대립의 출현:라틴어 avis(새) →스페인어 ave/pájaro, 포르투갈어 ave/
pássaro(작지 않은 새/작은 새)로 변하는 경우, 새로운 변별특징(‘작은’이라는 의
소)이 추가되며, 내용의 두 ‘변이체’는 제각기 두 개의 기능단위로 분열되었다.
② 대립의 소멸:라틴어 ater/niger (윤이 나지 않는) 검은/(윤이 나는) 검은 →
프랑스어 noir 및 이탈리아어 nero(검은)나 라틴어 albus/candidus (윤이 나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71
지 않는) 흰/(윤이 나는) 흰 →루마니아어 alb, 프랑스어 blanc(흰) 등과 같은
의미변화에서는 변별특징(‘윤이 나는’)의 소멸로 인해 두 개의 기능단위가 하
나로 통합되었다.
3) 의미변화의 사례
①Staat(국가): Staat의 어원인 라틴어 status(지위)는, 일단 18세기까지 유
럽의 공통적인 전통에서 영어 rank, honour, office, order나 프랑스어 état
처럼 ‘신분(Stand)’을 의미했다. 독일어나 네덜란드어에서는 status가 곧바로
Staat로 불렸는데, 그것은 status가 법률적으로 이질적인 (또한 사회정치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들을 지칭했기 때문이다. 신분사회에서는 영주들의 Stand 자
체가 Staat였던 셈이다. 그러나 법 이론에서 대전환이 일어난 결과, Stand는
오히려 근대국가(moderner Staat)의 형성에 걸림돌이 되었다. 법치국가가 탄
생하면서 기존의 ‘신분들의 차이’는 해체되고 ‘국가’ 개념으로 전환된다. 그
결과 Staat와 Stand는 동일한 어원에서 출발함에도 대립개념으로 분열되는데,
이 관계는 당시 Revolution(혁명)과 Bürgerkrieg(내란)의 관계와 유사하다.
종래의 status 개념은 ‘국가’라는 기본개념으로 전환되며, 영주의 ‘Stand’
자리에 ‘국가의 독자성’이 들어선다. Staat는 자신 안에 입법·재정·조세·
교육·교회·군사에 이르는 모든 왕권(Hoheitsrechte)을 결집시키고, 신분상
의 모든 신하를 ‘국(가시)민’(Staatsbürger)으로 복속시킨다. 이 모든 요건을
외부에 대해 명확하게 구획할 수 있는 공간적 경계가 ‘국토/영토(Land)’이다.
그렇다면 Staat는 종래에는 단위로서 인식되지 못했던 잡다한 내용들을 집
약시키는 근대의 집합단수(Kollektivsingulare) 중 하나가 되는 가운데, 기존의
Staat가 가진 일상적 의미를 축출하게 된다. 그러나 Staat는 기본개념으로
부상하자마자 1800년경부터 다시 재분화를 겪고 유사한 개념을 가진 수십
개의 어휘들과 경합한다. 저마다의 질서를 추구하려는 파당들은 고유의 프로그
램을 수행할 monarchischer Staat(왕정국가), Sozialstaat(사회국가), Christlicher
7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Staat(기독교국가), Rechtsstaat(법치국가), Nationalstaat(국민국가), Wohlfahrtsstaat
(복지국가), Volksstaat(인민국가), Bundesstaat(연방국가) 등을 구상한다.15)
②Bürger(국민): 비엔나강화회의(1814∼1815)에서 능란한 외교술로 프로이
센의 영토 확장에 성공한 하르덴베르크(K. A. V. Hardenberg) 외무대신은 “(태
생적) 신분질서에 따라 타자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는, 오히려 모든 신분의
‘국(가시)민’이 일정한 계급에 따라 자신들의 지위를 얻는 이성적인 서열질
서야말로 하나의 ‘(근대)국가’의 참된 요구이며 따라서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요구에 속한다”(Koselleck 1978: 21)라고 선언했다. 수직적 신분격차(Ständegefälle)
못지않게 수평적 계급분절을 국가적 이성질서의 핵심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의 주장은 언어학적으로 보면 의미론적 양가성을 기준으로, “전통
적 신분사회를 대신하여 하나의 (새로운) 사회가 (형식상의 평등권을 가진) 국가
시민을 대변해야 하며, (정치경제적으로 정의된) 계급들(Klassen)로의 귀속성이
하나의 새로운 국가질서를 성립시킨다”(Koselleck 1978: 21)는 것이다. 이때
Stand 및 Klasse(계급), Staatsbürger 등은 낡은 신분사회에 대한 ‘투쟁개념
(Kampfbegriff)’이자 규약모델을 암시한다.16) 코젤렉은 Bürger 개념의 변천사
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Koselleck 1978: 26).
15) 엄밀히 말하면 이 현상은 위계적 분화가 아니라 “독립분화(Ausdifferenzierung)의 과
정”(Koselleck 2003: 9)이다.
16) Stand라는 어휘 자체로부터는 정치, 법, 경제, 사회의 다의성을 읽어 낼 수 없다. 프로이
센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보면, Klasse(계급)는 부분적으로 Stand와 중첩되지만,
관료주의 어법에서는 경제법이나 행정법 영역에 속한다. Nation과 Volk의 문제도 의미
심장하다. Volk는 대개 인종적 집단화의 시각에서 사용되었다. 이전의 Nation은 여전히
인종적인 Volk(민족)를 의미했던 반면, 프로이센의 Volk는 Staatsvolk(프랑스어 nation이
가진 의미의 일부)를 포섭했다. 당시 분열 상태의 프로이센 지역에서 이 관계가 프랑스
와 동일하지는 않았다(Busse·Teubert 1994: 21 참조). 제3제국의 Volk(히틀러의 주도하
에 개발된 Volkswagen은 당연하게 번역하듯이 ‘국민차’는 아닐 것이다). 한국어의 백
성·인민·국민·시민·주민·민중·중민(中民) 같은 다양한 개념도 진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73
시기 개념 설명
1700년
Bürger als ‘Stadtsbürger’
도시시민/도시인
법률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 규정들이 분별되
지 않고 통합되었던 신분질서의 개념. 18세기 말
에 이르면 긍정적 기준들이 아니라 농부나 귀족신
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기준들을 통하여
토지권을 가지는 도시시민으로서 규정한다.
1800년
Bürger als ‘Staatsbürger’
국(가시)민
이를 통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도모하려는 국
가시민은 이른바 부정(농부나 귀족에 속하지 않는
다는)의 부정인 셈이다. 1848년경에는 일단 거주
자 또는 자유로운 경제사회의 일부로서의 정치적
권리를 가진 존재로 정의된다.
1900년
Bürger als (moderner)
‘Bürger’(근대적) 시민
=비(非)프롤레타리아
자유로운, 국가에 의해 충당되는 경제사회라는 형
식상의 법적 평등을 배경으로, 전적으로 경제적
차원의 계급(=Nichtproletariat)으로서의 시민이
등장한다.
③Arbeiter(노동자): 기본적으로 수평적 차원인 직업 영역과 수직적 차원
인 신분질서 사이의 섭동(攝動, Interferenz)이라는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다
(분석은 다른 과제로 미룬다).
Arbeitsmann(일꾼), arbeitende Leute(근로자), Bauer(농부), gemeines Volk(하
층민중), (hand-)arbeitende Klasse(n)(수공인 계급), gefährliche/hilflose Klassen
(위험한/희망 없는 계급), industrielles Arbeitsvolk(산업적 노동민중), neuer Massenstand
(새로운 대중신분), Industrievolk(산업민중), Arbeiterklasse(노동자계급), gemeiner
Mann(저열한 남자), unbemittelte Klassen(무산계급), Handarbeiter (수공인), fromme
Arbeiter(신성한 노동자), geringes Volk(보잘것없는 민중), Professionalist(전문가),
Lohnarbeiter(임금노동자), commerzierende od. handelnde Arbeiter(영리/무역노동
자), Gehilfen(보조자), Arbeitsnehmer(노동자), Proletariat (프롤레타리아), Pöbel
(천민/상놈), Fabrikarbeiter(공장노동자), Kopf-Geistesarbeiter (두뇌·정신노동자),
vierter Stand(제4신분), Arbeiterstand(노동자신분), Arbeiterbewegung(노동자운
동) 등(Schultz 1978: 68).
7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④세대(Generation): 20세기 중반 이후 시대마다 새로운 연령층(세대)을 각
인하는 신조어들이 등장했는데, 특히 세대집단이 지정되는 사회문화적 적실
성을 암시하는 Teenager(1950년대), Twens(1960년대), Senioren(1970년대),
Kids(1980∼1990년대) 등은 세계의 형성을 포착한 것이다. 이때 독일어 Kids
(2∼14세 정도)는 정관사+복수형(die Kids)으로만 사용되는 일종의 사회적인
‘또래집단(Peer-Group)’인데, 복수형의 초점은 기존의 계량적인 ‘다수’나 가족
관계 및 출생을 통한 ‘아동(Kinder)’이 아닌 새로운 특성집단, 즉 뉴미디어의
사용과 소비로 집약되는 새로운 사회집단으로의 공속성을 지칭한다.17)
5. 텍스트언어학
1) 발화행위(Sprechakt, Speech-act)와 이행성
역사적 개념 변화의 궁극적인 장소는 ‘개념’을 구사한 말터, 즉 문장으로
구성된 텍스트이다. 초기의 개념사 연구가 낱말 단위(어휘소)에 집중했다면,
역사적 담론의미론은 어휘소가 출현하는 통합체(Syntagma)와 텍스트에서 의
미를 파악하는 문장의미론(Satzsemantik), 나아가 텍스트의미론(Textsemantik)
으로 확장된다. 또한 개념(어휘)들의 관계망인 낱말밭을 넘어, 발화들/명제
들의 연결망으로서 상호텍스트적·상호담론적 관계망(intertexuelle bzw. interdiskursive
Aussagennetze)에 주목하는데, 그것이 부세·토이베르트가 강조하
는 심층의미론의 과제이다(Busse·Teubert 1994: 22 참조). 푸코(Foucault)의 영
향을 받은 프랑스의 담론 연구와 달리, 독일의 담론 연구는 하버마스 그리
고 최근에는 명제내용과 발화수반행위(Illokution)를 다루는 화용론과 텍스
17) 정체성을 상실한 한국의 ‘청년(靑年)’을 ‘후기청소년(Post-Adolescent-Generation)’으로 규
정하는 오찬호의 「후기청소년 세대들이 ‘민주주의 이슈’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기억과 전망? 22권, 2010 여름호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75
트언어학(Textlinguistik)의 영향을 받았다(Busse·Teubert 1994:10∼12 참조).
개념사 연구를 계승한 라이하르트는 의미론적 대립·등가·상보관계의
개념망과 낱말밭을 계열적 차원과 통합적 차원에서 교차시키면서 연구방법
론을 확립했다. 부세는 어휘통계학을 활용하여 개념사를 담론의미론으로 확
장했고, 특히 영상(도판이나 삽화·그림)을 추가하여 집단상징이나 의례행위
도 연구에 포함시켜서(Bödeker 2002a: 14∼15 참조), 기호학적 원근법을 역사
의미론에 도입했다. 물론 코젤렉(Koselleck 1978, 1979, 1986)도 언어가 역사
적·사회적 과정의 지표인 동시에 요인으로 보면서 텍스트화용론에 주목할
것을 일찍이 천명한 바 있다. 그 핵심과제가 지시적(외시적) 언어내용뿐만
“파롤/수행에서의 화용론적 사회적 성분의 개입을 통해서만 기술될 수 있
는 것”(Schultz 1978: 56), 즉 역사적 진술(명제·발화·담론)의 발화행위가 의도
했던 내용을 사회적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작업(Bödeker 2002b: 99), 즉 코젤
렉이 요청했던 기대개념 또는 전망개념과 상통한다.
표현 자체가―지향들의 기층으로서―일정한 안정성과 지향적 구속성을 얻는
다. 개념을 지칭하기 위한 표현의 선택은 단순한 의미론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언
어화용론적인, 다시 말해 이행적인 행위이다(Orth 1978: 149).
한편 개념이 역사 속의 실제 텍스트(authentische Texte)에서 수행하려는 발화
행위는 텍스트의 생성에 필요한 지식체계들을 반영한다(Heinemann·Viehweger
1991; Dutt 2003 참조).
①언어적 지식: 언어학의 핵심영역인 음성적·통사적·의미적 핵심구조
에 대한 지식
②백과사전적 지식/세상지식: 전문지식과 의미론적 지식 사이의 구별은
어렵지만, 여기서는 순수한 언어적 지식이 아닌 에피소드나 일상지식을 통
해 언어로 구축된 지식
7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③상호작용의 지식: 커뮤니케이션이 목표지향적 행위라면 발화행위를 효
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④*발화수반행위에 대한 지식: IH=(ä, int, kond, kons): Illokutive
Handlung
[ä]=특정한 시점에서 음운론적·통사론적 및 의미론적 구조를 가지는
특정한 언어적 표현의 발화(Äußerung)
[int]=ä라는 발화를 통해 특정한 목표(Z)를 달성하려는 산출자의 커뮤
니케이션 의도(Intention)
[kond]=발화수반행위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ä가 산출되는
상황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의 유한한 집합(Konditionen)
[kons]=발화수반행위를 수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련의 귀결(Konsequenzen)
⑤커뮤니케이션 규범(Norm)에 관한 지식: 협동격률(Grice), 공손 격률(Leech)
⑥메타 커뮤니케이션적인 지식: 커뮤니케이션 자체의 원활한 흐름, 커뮤
니케이션 자체를 성립시키는 지식을 말한다.
⑦텍스트의 전국적(全局的) 구조(globale Textstruktur)에 대한 지식: (문학)
장르 및 텍스트종류, 초시구조(Superstruktur)
⑧결과물에 문채(文彩, Figurae)를 조탁(彫琢)하는 문체론적 지식
행위맥락에서 발화행위를 다루는 화행론은 사회사, 심성사에 새로운 방법
론적 기준을 제공한다. 개념사 연구에 오스틴과 설의 화행론적 구상을 도입
한 스키너(Q. Skinner)와 포콕(J. Pocock)은 정치언어의 분석에서 정치이론의
텍스트가 사회적 행위라는 점에 착안하여, 언어행위를 넘어서는 사회정치적
이행성(Performativität)을 조건으로 부과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을 기준으
로 낱말과 사태, 언어와 현실, 행위와 말하기 사이의 관계를 보면(Bödeker
2002b: 113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77
①언어는 근본적으로 도구로 간주되며, 정치적 행위집단에 대해 가지는
기능에 비추어 언어사회학적으로 연구된다. 그렇다면 언어는 이른바 실재역
사의 부수현상에 머무른다.
②언어와 실재는 차이규정을 통해 상호적 관계로 설정될 수 있다. 이때
양자가 서로에게 총체적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사회구성주의적 입장을 견
지하는 루크만에게는 현실세계에서 경험의 가능성이 방출되는 동시에 제약
되는 언어적인 의미확정세계가 중요하다. 뵈데커는 개념사에 대해, 개념형
성이라는 역사적 운동의 성분이자 동시에 운동의 지표라는 점을 말해 주는
이중적 측면을 사용한다.
③세 번째 가능성은 첫 번째 가능성과 정반대이다. 여기에서는 텍스트들
이 이를테면 ‘선포(Deklaration)’, ‘언약(Kommissiva)’ 등의 화행에서처럼 현실
자체를 위해서 취해진다.
2) 장르와 텍스트종류
역사 텍스트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발화행위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역사 속에
서 행위하는 주체들의 자격에 좌우된다. 종래의 관념사(Ideengeschichte)는 저명
인사들의 주장이 대개 이행적 역량을 발휘했다는 이유로 지식인·정치가·권력가
의 정전(正典) 텍스트에 집중했는데, 몇 가지 장르를 보면 다음과 같다(Schultz
1978: 49∼50 참조).
①정치역사적 기본개념의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홉스, 로크,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베버처럼 시대의 획을 그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담론에 집중했다.
②역사 형성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텍스트들은 주로 철학·경제·정치이
론·법이론(특히 국가법)·신학 및 문학의 고전 텍스트들이며, 사전·백과사
전·도감 유처럼 이론적 어휘와 학술적 문학적 텍스트에 우선권을 두었다.
③라이하르트는 텍스트 선별에 대한 추가요건으로서 집단적 특성·주제
7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매체
하위기준
구전성
문자성/ 문서성
뉴미디어
수고/ 필사본 서적
인간의 유형
logos
semantikos/
logos
apophantikos
homo scribens / homo narrans
homo loquens /
homo rudens
homo significans /
ars combinationis
의 일관성 그리고 산출의 연속성을 제시했으며, 제3의 원전으로 1680∼1820년
사이에 발행된 신문·잡지·팸플릿·증서(문서)·서한·일기/일지·사전·
잡지·신문·전단·교리문답서 등을 포함했다.
개념사 연구에서 원전의 선별기준에 대해 엄격히 규정된 바는 없으나, 일
단 역사적 변동에 개입한 대부분의 텍스트들이 중요하다. 여기에 텍스트언
어학적 관점에서 사회정치적인 이행성을 수행한 텍스트(종류)가 필수적이다.
요컨대 원천자료는 시간적 차원에서 ‘주도성(Initiative)’을, 정성적 차원에서
‘차별성(Differenz)’을, 정량적 차원에서 ‘계량적 대표성’을 끝으로 사회적 차
원에서 역사적 성과가 풍부하게 입증될 수 있는 ‘효과성(Folgenreichtum)’을
가져야 한다(Schultz 1978: 51 참조). 이 관점에서 몇 가지 텍스트종류를 가늠
해 보자.
①매체의 발전과 텍스트장르: 역사의미론의 원근법은 문학적 담론형식을
거쳐 장르사로 확장된다(Gumbrecht 1978: 100 참조). 이때 알파벳을 통해 지
식을 저장하고 인쇄술이 도입된 이후로는 문서는 임의적으로 복제 가능해
지고 이동과 운반이 용이해졌다. 그 결과 카탈로그·백과사전·참고서적 등
이 출현하며, 문학의 생산→수용→분배→가공을 관장하는 사회적 체계
로서의 문학(Literatur als ein soziales System: 도서관·출판사·서점·독서클럽 등,
Schmidt 2004 참조)이 분화된다. 새로운 매체적·기술적 역량의 발전에 힘입
어 커뮤니케이션의 총체적 표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변화의 추
이는 다음과 같다(Giesecke 1978: 282; 박여성 2001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79
현실모델/
인식론
세계와 기호
의 일치 또는
반영
인문주의
합리주의
계몽주의
참/거짓
앎/무지
구조주의
공리주의
화용론
적절/부적절
포스트모더니즘
현실/가상
진화의 속도 보속 유속 풍속/음속 광속
대표적인
미디어 장르
운문/시
산문(실용산문)
의 정착
시, 소설, 희곡,
에세이, 논문(문학)
매체 장르의 폭증
시대정신 신탁 진실 진리/지식/이성 근대성/유용성/자본
기억의 유형 기능적 기억 저장 기억 저장 기억 저장+기능적 기억
예술의 가치관 ars antiqua ars nova ars poetica ars combinatoria
현실성의 관계 reality reality
half-reality
Romantic
virtual reality
real virtuality
몸과 기호 몸의 독존
몸과 기호의
공존
기호로 균형이
옮겨짐
몸으로부터 이탈/
몸과 기호의 공존
②Fachprosa: 중세 대학에서 보편적 지식(scientia)과 공방지식(kunst)을
별개의 세상지식으로 분리하였고, 지식의 분류와 저장 및 전승의 동인이 된
것은 바로 실용산문(Fachprosa)이었다. 이것은 인쇄술의 발전 이후, 구두언어
의 난맥상이 문서언어로 표준화되는 과정에서 민중어 실용산문(Volksprosa)
과 전문산문(Fachprosa)이 탄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근대 실용텍스트종류
(Fachtextsorten)의 시초이다. 초보자와 전문가를 위해 수공업적인 경험을 전
승하는 (15세기 초반의) 규정집(Rezept)으로 소급되는 이 장르들에는 언어적
묘사뿐 아니라 기술적인 스케치도 포함되었으며, 완성된 패턴에 따라 행위
하는 역량을 매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진행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숙련된 솜씨(Fertigkeit)를 설명하기 위해 집필된 작업지
침서가 공방의 행위비법을 ‘문학적’ 지식으로 확립한 것이다(Giesecke 1978:
292∼299 참조).
인쇄술은 순전히 기술적인 작업지침서를 확산시키며, 이를 통해 구두로 제작비
법을 전수하던 공방식 수업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중세 후기와 근대
초기의 예술행사 팸플릿(Kunstprogramme)이 지침서와 규정집의 형태로 등장하는
8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일단 고대의 재발견, 즉 르네상스의 주제유
형들을 토대로 그리스·로마인의 재능을 다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Luhmann
1995: 323).
이 장르는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하기(종교적인 신화와 연설)가 문서화되는
가운데 계율/계명(Gebote) 금지(Verbote), 법규(Gesetze), 경구(Sprüche) 등으
로서 정착된다.
③서사 장르: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현실에 대해서만 존
재하는 능동적인 성분”(Koselleck 2003: 12)으로서, 특히 서사 장르의 개입을
통해 문학체계를 확립시킨다. 예를 들어 ‘romanz’라는 제목을 달고 출현했
던 궁정소설(höfischer Roman)은 ‘민중어로 쓰여서 읽기 쉽게 만들어진 텍스
트’라는 일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곧 나타날 ‘허구적 서사’를 나타내는 장르
의 명칭으로 전환된다. romantisch(낭만적인, 로마적인)라는 ‘속성’에서 Roman
(소설)이라는 허구세계에서 현실을 경험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로 진출한 것
이다. 투키티데스의 역사서술에서도 전쟁이나 내란·살인·살육·질병·노
예 등의 항목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장’에 할애되었으며, 경험이나 기대는
‘연설과 대화’ 부분에 기술되었다. 말하자면 대상에 따라 기술(記述)의 방식
이 달라지는 장르 차별성이 포착되었다(Koselleck 2003: 14∼15). 다른 한편
18세기까지는 객체적 역사로서의 historia에 근거한 Historie(histoire/ history)
와 시문학(poesia)에 기초한 Geschichte의 차이, 다시 말해 res gestae(행위/
사건)/pragmata(역사서술)의 차이가 선명하지 않았다. ‘역사’ 자체는 선형적
인 형태로 조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형적인 또는 편년체의 기술은 역
사적 경험의 공식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역사를 입증하는 진정한 서사구조
는 오히려 비선형적인 ‘이야기들(서사)’이다(Stierle 1978: 189 참조).
④텍스트 원형유형학: 스넬혼비는 로쉬의 원형의미론18)에 기대어, 다양
18) 원형의미론(Prototypensemantik)을 텍스트유형학의 구축원리로 삼은 Adamzik(2007) 참
조. 텍스트유형학에 대해서는 박여성(1999), Brinker(2001) 참조.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81
한 종류의 텍스트들을 통합적으로 배치하는 텍스트 원형유형학(Text-Prototypology:
Snell-Hornby, 1986, 1988; 심재기 1993 그림 참조)을 제안했는데, 이것
은 지금까지 개괄했던 기호학과 텍스트언어학, 화행론의 시각에서 개념사
연구의 대상을 아우르는 유연한 장점을 제공한다.
A.
Literarisches
Ubersetzen
“Gemeisprachliches”
Ubersetzen Fachubersetzen
Sondersprachen
B. Bibel Buhne Lyrik Belletristik
u.Film
Zeitungs-/
Gebrauchstexte
Werbesprache
Rechtssprache
Wirtschaft
Medizin
Naturw./
Technik
Antike
Drama
u.Literatur
vor 1900
Kinderliteratur
Trivialliteratur
C.
Kulturgeschichte/
Literaturwissenschaft
Soziokulturelle Kenntnisse
(Landeskunde)
Sachwissen
D. (i) Kreative Dehnung
der sprachl.Norm
Verengung des
hermeneutischen
Spielraums Begriffsidentitat
(ii) Neugestaltung der
sprachlichen Dimensionen Grad der
Differenzierung
Relevanz des
Aquivalenzkriteriums
Invarianz
(iii) Umorientierung der
Perspektive
Kommunikative Funktion
der Ubersetzung Darstellungsfunktion
E. Textlinguistik
Historische
Linguistik { Kontrastive Syntax
Kontrastive Semantik
FachsprachL Syntax
Terminologie/Norrnung
Dokumentation
Dialektologie
Pragmalinguistik
Soziolinguistik
Psycholinguistik
F. Sprechbarkeit
Spielbarkeit
Klang
Rhythmus Phonologische
Effekte
i) 층위: 문학에서 전문텍스트에 이르는 개별분야의 영역이 배치된다.
ii) 층위: 해당하는 기저 텍스트장르 또는 텍스트유형의 원형이 배치된다.
예를 들어 풍부한 예술성이나 종교성을 담은 성서와 고전문학작품, 무대용
및 영화용 희곡과 서정시와 통속문학작품, 19세기 이전의 희곡과 문학을 거
쳐 아동문학과 통속문학, 신문과 실용텍스트, 광고 및 법률언어, 경제, 의학,
자연과학과 공학 등 제반 텍스트유형(장르)의 대분류가 제시된다.
82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iii) 층위: 텍스트를 외부에서 제어하는 인접체계 또는 문예학자 헤르만스
(Th. Hermans)의 용어로 문화사, 문학사, 사회문화적 지식, 사물 지식을 포괄
하는 다중체계(Polysystem)의 관계망이 배치된다.
iv) 층위: 텍스트 산출행위의 핵심 전략과 절차들이 위계적으로 제시된다.
v) 층위: 역사언어학과 방언학 외 전문어 통사론과 전문용어 정비, 텍스트
언어학과 화행론 및 사회언어학과 심리언어학에 걸쳐 제시된 이 층위는 개
념사의 연구 스펙트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vi) 층위: 텍스트로 구체적으로 실현될 발화에 개입되는 매체적 실현이나
생물학적 물리적 속성, 발화가능성, 언어적 유희, 운율과 음운론적 효과 등
음성적 특성이 배치된다.
텍스트 원형유형학의 핵심은 i)∼vi)에 이르는 각 성층의 좌표 사이에서
텍스트 산출에 개입하는 다양한 기능변수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변수의 선
택에 따라 개별 텍스트마다 상이한 산출전략을 허용하는 텍스트 원형유형
학의 토대로서 (개념 범주의 중심과 주변이 유동적이고 탈위계적인) 원형의미론
을 채택한 점에서, 텍스트유형학이 향후의 개념사 연구에 시사하는 바를 가
늠할 수 있다.
6. 전망과 과제
기호학자 포스너는 “주어진 한 영역의 참여자들과 다른 연구 영역의 사람
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쟁점을) 모색하고, 연구 대상과 방법론
및 소통방식의 이질성의 간격을 줄여야만 진정한 학제적 연구가 가능하다.
단적으로 개념들의 혼종성을 극복해야 한다”(Posner 1988: 167)라고 촉구한
바 있는데, 본고에서는 그런 취지에서 개념사 연구를 화용론과 기호학 및
텍스트언어학에 비추어 기본개념과 낱말밭 및 원어휘소, 위계구조와 원형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83
성, 내재의소와 외래의소를 검토했고 개념이 구사되는 장으로서의 텍스트와
장르의 유용성을 살펴보았다.
파편들로 산재해 있던 개념의 조각들이 계몽주의를 기점으로 집합단수로
결정화(結晶化)되는 가운데 서구 근대사의 핵심적 기본개념들이 창출되었던
말안장 시대에 대한 본고의 해석은 체계이론의 원근법에 빚지고 있다. 핵심
은 그 시대가 자신을 자기의 환경과 구별하면서 작동하는 기능적인 사회적
체계들(법, 예술, 정치, 경제, 종교, 학문, 교육 등)로 독립분화되는 과정과 공통
보조를 취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회적 체계들로 분지하면서 해당 체계를
작동시키는 의미론이 세밀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하위영역들의 기본개념은
재차 분화된 사회의미론을 확립한다. 그런 관점에서 루만의 대저 ?사회구조
와 의미론Gesellschaftsstruktur und Semantik?은 향후 연구에 지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필자는 개념사 연구의 초창기에 문예학자 굼브레히트(Gumbrecht 1978: 87∼
96)가 제안한 연구절차의 방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적절한 혜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면서 본고를 맺고자 한다.
첫째, 개념사 연구의 거시목표는 복합적인 역사적 생활세계의 재구성을
겨냥한다. 이를 위해 개념 자체를 지정하고 선택할 때 의미발전의 전체 과
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개념은 역사와 담론이라는 창고에 배치된 기본요
소들(성분)인 동시에 그 지식을 작동시키는 역학적 구조이기도 하다.
둘째, 원전들을 수집하고 선별할 때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일정한 전환
기, 즉 시대문턱(Epochenschwelle)과 시간대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인
행위맥락을 고려한다. 이 단계에서 특정한 개념어휘가 이행적으로 실천되어
사회정치적으로 효력을 확보할 때, 바로 그런 텍스트들(장르들)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수집된 원전증거들을 ‘실천/실제영역별(Praxisbereiche)’로 검증해야
하는데, 이때 기본개념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의미론과 화용론적 판단이
필요하다. 나아가 개념사 연구는 특정한 언어범주(명사/대명사)에 국한하지
84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말고, 향후에는 형용사나 동사의 개념사로도 확대하여야 한다.
넷째, 수집되어 분류된 증거들의 역사적 의미를 해석하고 입증할 때, 기
본개념들의 맥락적 의미와 외래의소를 확인하고, 궁극적으로는 특정한 텍스
트종류(Textsorten)와 발화행위(Sprechakte)의 시대사적 맥락과 연상가치를 확
인한다.
필자가 언어학자로서 희망하는 개념사 연구의 목표는, 개념들이 배태된
역사적 전개과정으로부터 어휘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런 개념들 자체를 성
립시킨 서사의 초시구조(Narrative Superstruktur, van Dijk 1981; Park 2012)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때 서사구조는 허구적 재현에 그쳐서는 안 되며, 역사
의 전개가 남긴 흔적의 역학(Dynamik)을 담아내야 한다. 궁극적으로 개념사
연구는 사회나 정치뿐만 아니라 예술·종교·법·경제·과학·문학 등 제
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역사서술
(Historiographie)은 저마다 학술적 장르의 정립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다.
접수일(2012. 5. 25), 심사 및 수정(2012. 6. 17), 게재확정일(2012. 6. 19)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85
참고문헌
고지현, 2010, 「일상개념연구 ―이론 및 일상방법론의 정립을 위한 소론」, ?개
념과 소통? 5, 소화.
김학이, 2009, 「롤프 라이하르트의 개념사」, 박근갑 외,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
소화.
독일 튀빙겐대학교 코세리우 자료보관소(http://www.coseriu.de/).
박근갑, 2009, 「말안장 시대의 운동 개념」,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 소화.
박여성, 1999, 「한국어 텍스트유형의 결정변수와 분포에 관한 연구」, ?텍스트
언어학? 6.
박여성, 2001, 「미디어폴리스 시대의 기호이론」, ?영상문화? 1.
박여성, 2011, 「기능주의 번역학의 토대를 위한 구상」, ?인문언어? 13-1.
박여성, 2012, ?기능주의 번역의 이론과 실제?, 한국학술정보(근간).
심재기, 1993, 「최근 문학번역이론의 흐름과 번역비평의 나아갈 길 ―언어학
적 입장에서의 고찰」, ?번역연구? 1.
지그프리트 슈미트, 2004, ?구성주의 문학체계이론. 사회체계 문학의 재귀조
직 ―계몽주의를 중심으로?, 박여성 옮김, 책세상(Schmidt, S. J., 1989, Die
Selbstorganisation des Sozialsystems Literatur im 18. Jahrhundert, Frankfurt:
Suhrkamp).
최용호, 2004, ?텍스트의미론 강의?, 인간사랑.
한국텍스트언어학회, 2004, ?텍스트언어학의 이해?, 박이정.
E. 코세리우, 1997, ?현대 의미론의 이해?, 허발 편역, 국학자료원.
N. 루만, 2007, ?사회체계이론? 상ㆍ하, 박여성 옮김, 한길사(Luhmann, N.,
1984, Soziale Systeme. Grundriß einer allgemeinen Theorie, Frankfurt:
Suhrkamp).
N. 루만, 2012, ?예술체계이론? 상ㆍ하, 박여성·이철 옮김, 한길사(Luhmann,
N., 1995, Die Kunst der Gesellschaft, Frankfurt: Suhrkamp)(근간).
P. 부르디외, 1995,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상)?, 최종철 옮김, 새물
결(Bourdieu, P., 1979, La distinction: Critique sociale du jugement).
Adamzik, K.(2004), Textlinguistik. Eine einführende Darstellung, Tübingen:
Max Niemeyer.
Bödeker, H. E.(2002a), Ausprägungen der historischen Semantik in den
86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historischen Kulturwissenschaften, in: Böderker, H. E.(hg. 2002),
Begriffsgeschichte, Diskursgeschichte, Metapherngeschichte, Willstein
Verlag.
Bödeker, H. E.(2002b), Reflexionen über Begriffsgeschichte als Methode, in:
앞의 책.
Brinker, K. et al.(hg. 2001), Textund Gesprächslinguistik, 2 Bde. HSK. Berlin /New
York: Walter de Gruyter.
Busse, D.(1988), Kommunikatives Handeln als sprachtheoretisches Grundmodell
der historischen Semantik, in: Jäger, L.(hg.), Zur historischen Semantik
des deutschen Gefühlswortschatzes, ALANO.
Busse, D.(2003), Begriffsgeschichte oder Diskursgeschichte? Zu theoretischen
Grundlagen und Methodenfragen einer historisch-semantischen Epistemologie,
in: Dutt, C.(2003).
Busse, D.·Teubert, W.(1994), Ist Diskurs ein sprachwissenschaftliches Objekt?
Zur Methodenfrage der historischen Semantik, in: D. Busse·Fr. Hermanns·
W. Teubert(hg.), Begriffsgeschichte und Diskursgeschichte. Methodenfragen
und Forschungsergebnisse der historischen Semantik,
Westdeutscher Verlag.
Coseriu, E.(1988a), Sprachkompetenz, Tübingen & Basel: Francke.
Coseriu, E.(1988b), Einführung in die Allgemeine Sprachwissenschaft, Tübingen
& Basel: Francke.
Coseriu, E.(1994), Textlinguistik. Eine Einführung, Tübingen & Basel: Francke.
de Beaugrande, R. A.(1997) New Foundations for a Science of Text and
Discourse, N. Y: Ablex.
Dutt, C.(2003), Vorwort, in: Dutt, C.(hg.), Herausforderungen der Begriffsgeschichte,
Universitätsverlag Winter.
Geckeler, H.(1971/1987), Strukturelle Semantik und Wortfeldtheorie, München:
W. Fink.
Giesecke, M.(1978), Schriftsprache als Entwicklungsfaktor in Sprach- und
Begriffsgeschichte. Zusammenhänge zwischen kommunikativen und
kognitiven geschichtlichen Veränderungen, in: Koselleck, R.(1978).
Giesecke, M.(1992), Sinnenwandel, Sprachwandel, Kulturwandel, Suhrkamp,
stw 1303.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87
Gumbrecht, H. U.(1978), Für eine phänomenologische Fundierung der sozialhistorischen
Begriffsgeschichte, in: Koselleck, R.(1978).
Heinemann, W.·Viehweger, D.(1991), Textlinguistik. Eine Einführung, Tübingen:
Niemeyer.
Hilger, D.(1978), Begriffsgeschichte und Semiotik, in: Koselleck, R.(1978).
Horstmann, R.(1978), Kriterien für Grundbegriffe: Anmerkungen zu einer
Diskussion, in: Koselleck, R.(1978).
Kilian, J.(2003), Demokratie als Merkwort der Nachkriegszeit. Linguistische
Begriffsgeschichte im Zeichen der kognitiven Semantik, in: Dutt,
C.(2003).
Koselleck, R.(1978), Begriffsgeschichte und Sozialgeschichte, in: R. Koselleck(hg.
1978), Historische Semantik und Begriffsgeschichte, Klett-Cotta.
Koselleck, R.(1996), A Response to Comments on the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in: Lehmann, H. & Richter, M.(hg.), The meaning of Historical
terms and Concepts, German Historical Institute: New Hampshire.
Koselleck, R.(2003), Die Geschichte der Begriffe und Begriffe der Geschichte,
in: Dutt, C.(2003).
Linke, A.(2003), Begriffsgeschichte-Diskursgeschichte-Sprachgebrauchsgeschichte,
in: Dutt, C.(2003).
Ludz, P. Ch.(1978), Die sozialwissenschaftliche Konzept-Analyse. Bericht über
einen pragmatischen Ansatz anhand eines Beispiels, in: Koselleck,
R.(1978).
Lyons, J.(1978), Semantics 1/2, Cambridge University Press.
Orth, E. W.(1978), Theoretische Bedingungen und methodische Reichweite
der Begriffsgeschichte, in: Koselleck, R.(1978).
Park, Yo-song(2012), “Bord-Kommunikation als ein interkulturelles Thema für
Country-Branding. Eine textsemiotische Analyse am Beispiel vom
Lufthansa-Flugmagazin(FM),” Kodikas, Bern(근간).
Posner, R.(1988), What is an Academic Discipline? In: Claussen, R.·R.
Daube-Schakat(hg.), Gedanken-zeichen, Tübingen.
Posner, R. Robering, K. Sebeok, Th. A.(hg. 1997∼2004): Semiotik. Ein Handbuch
zu den zeichentheoretischen Grundlagen von Natur und Kultur, 4 Bde.
Berlin / New York: Walter de Gruyter.
88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Reichardt, R.(2000), Wortfelder-Bilder-Semantische Netze. Beispiele interdisziplinärer
Quellen und Methoden in der Historischen Semantik, in: Scholtz, G.
(hg.), Die Interdisziplinarität der Begriffsgeschichte, Hamburg.
Richter, M.(1996), Appreciating a Contemporary Classic: The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and Future Scholarship, in: Lehmann, H. & Richter, M.
(hg.).
Rieger, B.(1989), Unscharfe Semantik. Die empirische Analyse, quantitative
Beschreibung, formale Repräsentation und prozedurale Modellierung vager
Wortbedeutungen in Texten, Bern / Frankfurt / New York / Paris: P. Lang.
Schlieben-Lange, B.(1983), Traditionen des Sprechens. Elemente einer pragmatischen
Sprachgeschichts-schreibung , Stuttgart: Cotta.
Schmidt, S. J.(2003), Geschichten und Diskurse. Abschied vom Konstruktivismus,
Rowohlt.
Schultz, H.(1978), Begriffsgeschichte und Argumentationsgeschichte, in: Koselleck,
R.(1978).
Schulze, H. K.(1978), Mediävistik und Begriffsgeschichte, in: Koselleck, R.
(1978).
Searle, J. R.·Vanderweken, D.(1985), Foundations of Illocutionary Logic,
Cambridge University. Press.
Snell-Hornby, M.(hg. 1986), Übersetzungswissenschaft. Eine Neuorientierung,
UTB.
Snell-Hornby, M.(1988 / 1995) Translation studies: an integrated approach,
Amsterdam: John Benjamins.
Stierle, K. H.(1978), Historische Semantik und die Geschichtlichkeit der Bedeutung,
in: Koselleck, R.(1978).
van Dijk, T. A.(1980), Textwissenschaft. Eine interdisziplinäre Einführung
(Tekstwetenschap. Een interdisciplinaire inleiding 1978 의 독일어판,
Christian Sauer 옮김), Tübingen: DTV.
개념사 연구: 역사서술과 언어학의 상호작용 _ 89
Abstract
Begriffsgeschichte as an Interaction
between Historiography and Linguistics
— From a perspective of Structural Semantics,
Prototype-Semantics and Text-Linguistics—
Yosong Park
(Professor, JEJU Nat’l University, College of Humanities, Dept. of German Studies)
■ Key Words: Begriffsgeschichte, Grundbegriffe, Lexical Field, Performativity,
Prototype-Semantics, Semiotics, Speech-Act Theory, Structural
Semantics, Systemtheorie, Text-Typology
According to Cassirer’s viewpoint, the common basis for historical
thinking should lie in Semantics, rather than in the laws of nature. In this
respect, ‘Begriffsgeschichte’ and Historical Semantics consider Begriffe as
lexical meanings, as well as representatives of various components derived
from historical realities, and, finally observe them as indicators and factors
of social change and of knowledge of particular eras(e. g.: Sattelzeit : 1750∼
1870). Starting with a linguistic turn of Historical Science in the 1970s,
especially with the theory of the Lexical Field(Wortfeldtheorie) and of
Structural Semantics(Strukturelle Semantik, E. Coseriu & F. Rastier), research
into Conceptual History is now taking advantage of adjacent disciplines,
such as Semiotics, Prototype-Semantics, Text-Linguistics and Speech-Act
Theory.
90 _ 개념과 소통 제9호(2012. 6)
In this paper, in accordance with semiotic holistics, we put ‘Basic-
Concepts’(Grundbegriffe) on the level of semantics, in order to decide the
value of conceptual-units; on the level of syntactics, to identify the
code-meanings in proper syntagmatic relations; finally, on the level of
pragmatics, to evaluate the illocutionary characteristics of text-genres in the
layers of discourse and intertextuality, even important to perceive the
process of cognition activated by Prototype in certain conceptual frames.
Noting the challenges of the future as a task of Conceptual Historiography,
we would like to emphasize the Systems-theory(Systemtheorie) by Niklas
Luhmann(1927∼1998), pioneer of the Bielefeld School in Germany, to whom
historians have paid unjustly little attention. In particular, the notion of
‘differentiation of social systems’(Ausdifferenzierung sozialer Systeme), which
operates on the basis of ‘the equality of difference’(Einheit der Differenz), will
provide decisive clues for further consideration. These approaches, at first
glance, appear to be heterogeneous, but this interdisciplinary agenda will be
able to make a significant contribution to theoretical and practical
development for Historiography, on conceptual dynamics.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오 선 민.홍익대 (0) | 2018.10.25 |
---|---|
일제 말기 박태원의 파시즘 인식과 대응-사소설 연작과 금은탑을 중심으로/장 성 규.서울대 (0) | 2018.10.25 |
김억과 김소월의 번역 문체 비교 연구*-원정을 중심으로-/장철환.연세대 (0) | 2018.10.23 |
1960년대 인권 보장 기제로서의 반공주의- 이호철 ․ 김승옥 소설을 중심으로/김 경 민.한림대 (0) | 2018.10.23 |
장르 문학의 현실과 지평 /최 성 민.연세대 (0) | 2018.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