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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오 선 민.홍익대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 박태원의 반년간에 나타난 근대 주체의 공격성과 방어성을 중심으로



목 차
Ⅰ. 식민지 근대 주체의 민족적 자아 형성
Ⅱ. 섹슈얼리티의 공간화와 인종 차별
Ⅲ. 이민족간의 사랑과 보복심리의 공격성
Ⅳ. 동족간의 사랑과 보복심리의 방어성
Ⅴ. 식민지 근대 주체와 폭력의 예감


Ⅰ. 식민지 근대 주체의 민족적 자아 형성
비서구 근대는 번역된 근대이다. 비서구의 20세기가 19세기 서유럽
의 사회 및 정치 제도, 습관과 감수성의 영역 모두를 문명으로 삼고 번
역함으로써 근대를 구축하려 했기 때문이다.1) 문명을 이전하려면 어떻
게 해야 할까? 우선 누군가가 책으로, 또 경험으로 문명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문명을 체화시켜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해야 한다. 그것
이 무엇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어떻게 옮겨올 수 있는



1) 리디아 리우는 근대 중국의 언어적 변화가 서양어와 서양 문학의 해석과 적용을 통
해 이루어졌음을 설명하면서 비서구 근대를 번역된 근대의 관점에서 재고할 것을 촉
구한다. 리디아 리우, 민정기 역, 언어 횡단적 실천, 소명, 200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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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문명을 맛본 자들은 설명하고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
민지 근대 주체들은 그 스스로가 문명의 번역자이기도 했다.
문명을 이전하려 했던 이들은, 마치 번역자가 그런 것처럼 처음에는
문명의 학습자로 출발한다. 그 다음, 그것을 식민지에 와서 체화하게 되
면서 문명의 대변자로서 자신의 권위를 확보한다.2) 번역자가 번역되는
쪽과 번역하는 쪽의 언어 사이에서 스스로 분열하면서 두 개의 언어 공
동체를 생산하는 것처럼, 문명을 이전하는 자 역시 서구와 비서구의 가
치들 사이에서 자신을 분열시키면서 문명을 체화할 수밖에 없다.3) 우리
는 이 분열과 극복을 사유함으로써 식민지에서 문명과 근대 주체가 재
생산되는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다.4)
번역자의 주체성과 언어적 혼화 상태가 그가 번역한 작품의 문면에
서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과도한 긴장과 억압을
느꼈던 근대 주체의 심리 역학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
다. 식민지 당시에도 그러했으며, 지금까지 근대 주체의 내면 형성 경로
를 파악하기 위해 유학 체험과 같은 것을 심층분석한 연구도 그리 많지
는 않았다. 실제 자료들은 입신출세의 회고담 안에서 주체의 문명화 과
정이 삽화처럼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해외 유학 경험
을 다루는 문학 작품이 간간히 이 내면 형성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어서
주목을 요한다.5)


2) 고모리 요이치, 이현기 역, 「번역이라는 실천의 정치성」, 번역의 방법,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1, 참고.
3) 사카이 나오키와 고모리 요이치는 번역자의 주체성이 분열하는 동시에, 그 과정이
은폐됨으로써 번역하는 언어와 번역되는 언어가 서로 상이한 언어 공동체로 이념화된
다고 설명한다.(사카이 나오키, 후지이 다케시 역, 번역과 주체, 이산, 2005; 고모리
요이치, 앞의 책 참고)
4) 필자는 식민지 근대 주체를 번역 주체로 이념화해서 그 내적 분열 양상을 해외 유학
생의 유학기를 다룬 작품을 통해 분석한 바 있다. 이 논문에서는 졸고, <한국 근대 해
외 유학 서사 연구>, 이화여대 박사 학위 논문, 2008년에서 다룬 바 있는 박태원의 반
년간을 근대 주체의 열등 콤플렉스의 변환 양상을 중심으로 다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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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의 만세전(1923)과 주요섭의 첫사랑값(1924, 1927), 임영
빈의 김정긔의 일기(1931, 1933) 등에서 드러나듯이 겉으로는 문명과
야만 사이를 자유롭게 왕복운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근대인으로 자
임했던 사람들은 서구에서는 야만인이라고 무시당했으며 자신을 숭배
하는 고향과도 안전하고 따뜻한 윤리적 관계를 맺지 못했다. 이 중에서
도 1933년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박태원의 반년간은 일본 유학생의
동경 생활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근대 주체의 내면 형성의 경로를
추적한다.
주인공 철수는 동경의 한 하숙집에서 주인집 딸과 만나고, 거리에서
는 조선인 여급 미사꼬와 사귄다. 동경이라는 문명처에서 다른 인종 간
의 사랑과 동족 간의 사랑을 병치함으로써, 작품은 문명의 이식자인 일
본 유학생이 제국과 식민지, 문명과 야만이라는 상징 질서에 어떻게 좌
초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내재한 폭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반
년간은 문명을 둘러싼 상상력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의
성차별적 태도에 기인하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5) 해외 유학생 중심으로 민족적 자아 형성에 관한 연구로는 김경일, 「식민지 시기 신
여성의 미국 체험과 문화 수용」, 한국문화연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2006; 김영모, 한말 지배층 연구, 한국문화연구소, 1972; 박선미, 근대여성, 제국
을 거쳐 조선으로 회유하다, 창작과비평사, 2007; 박애경, 「대한제국기 가사에 나타난
이국 형상의 의미-서양 체험가사를 중심으로」, 고전문학연구 31, 한국고전문학회,
2007; 서연호 외, 한국 근대 지식인의 민족적 자아형성, 소화, 2004; 소영현, 문학
청년의 탄생, 푸른역사, 2008; 소영현, 부랑청년 전성시대, 푸른역사, 2008; 심원섭,
일본 유학생 문인들의 대정․소화 체험, 소명, 2009; 이광주 외, 아시아의 근대화와
대학의 역할, 한림대학교출판부, 2000; 최현재, 「미국 기행가사 「해유가」에 나타난 자
아인식과 타자인식 고찰」, 언어문학연구 58, 한국언어문학학회, 2006, 등이 있다. 이
들 연구는 식민지 근대 주체 형성의 과정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재고해보려고 시도하
고 있으며 다양한 차원에서 근대 주체의 문명 학습 과정을 복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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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섹슈얼리티의 공간화와 인종 차별
제국과 식민지, 백인과 유색인 이 둘 사이의 인종적 콤플렉스를 여
성과 남성 사이의 성적 교환 문제로 접근한 연구로 프란츠 파농의 검
은 피부, 하얀 가면이 있다. 파농은 프랑스 식민지 출신의 유색인이 어
떻게 제국의 수도 파리에서 그의 교양과 지식을 말살 당하는가를 그들
의 심리를 가지고 분석했다. 식민지 출신 흑인은 프랑스 항구에 입성하
자마자, 백인 여성과의 잠자리를 치루려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6)
이것은 일종의 보복심리다. 백인 여성과의 잠자리는 마치 토큰처럼, 흑
인 남성들에게 백인 남성이 된 듯한 착각을 준다는 것이다. 오직 백인
과의 관계에서만 자기의 정체성을 생각할 수 있고, 또 백인에게 인정받
는 것으로 존재의 이유를 갈구하는 심리적 구조는 정신병의 일종인데,
문제는 치료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식민지 흑인은 왜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백인 여자와 잠자리를 하
고 싶은가? 한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성적 관계만을 원할
때, 굳이 그 대상이 백인 여성이 되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러한
인간관계는 지배하는 자를 남성으로, 피지배자를 여성으로 취급하는 집
단적 상상력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근대 국가의 젠더 상상력을 분석한 많은 연구가 시사하고 있듯이,7) 근
대적 지배와 피지배는 성적인 비유와 함께 그 담론 체계를 구축해 왔
다. 후쿠다 토쿠조(福田 德三: 1874. 2. 12~1930. 5. 8)나 니토베 이나조
오(新渡戶稻造; 1862. 9. 1~1933. 10. 15)와 같은 일본 지식인들도 식민
지배를 정당화할 때 이와 같은 도식을 사용한 바 있다.8)


6) 프란츠 파농, 이석호 역,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인간사랑, 1998, 참고.
7) 근대 내셔널리즘과 젠더 정치학을 파시즘 체제, 총력전 체제의 남성과 여성을 둘러
싼 집단적이고 공간화 된 성적 상상력으로 분석한 연구로 우에노 치즈코, 이선이 역,
내셔널리즘과 젠더, 박종철 출판사, 1999와 조지 L. 모스, 공임순 외 서강여성문학연
구회 역,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 소명, 2004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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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보는 쪽=대표하는 쪽=보호하는 쪽=남성’과 ‘보이는 쪽=
대표되는 쪽=보호받는 쪽=여성’의 위계화된 이항대립 관계를 사용했
다. 식민지는 성적 방종을 둘러싼 기대심리를 충족해주는 듯했으며, 실
제로 제국의 온갖 부랑아와 타락자들에게 식민지는 민족적 위계에 기
반 한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주기도 했다. 니토베 이나조
오의 경우, 1906년에 조선을 방문하고 나서 조선 쇠망의 원인을 ‘한민
족 열등론’이라는 주제로 펼쳤는데, 그는 조선을 ‘득의 양양하게 맘껏
욕구를 채우고도 지칠 줄 모르는 支那 남자’에게 아양떠는 방종한 여자
에 비유했다.
식민지의 여성을 몰락하는 것의 아름다움이라는 차원에서 재현하면
서, 지배하는 쪽의 시선을 남성화시키는 상징 장치의 기원은 일본과 조
선 사이에 지배와 피지배의 구도가 선명해지는 무렵부터 보다 선명하
게 확인된다. 「결혼 당시」라는 제목으로 東京パック의 1910년 9월 10
일자에 실린 만화에는 3천만 엔이 든 돈보따리를 옆에 둔 조선인 부인
의 손톱을 깎아주는 일본인 남편이 등장한다. 만화의 옆에는 “(남편이)
아침부터 밤까지 새색시와 이야기하면서 부인의 손톱까지 깎아주는 것
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러나 손톱을 깎아주는 것은 사실, 그 손톱
으로 할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남편이 부인과 맺는 관계는 돈과 친절로 표현되어 있고, 당연하게도
그 두 가지를 제공하여 사회적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 자는 남편이 된
다. 특히 화면에서 부인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남편의 시선은 보는 자
와 보이는 자의 권력관계를 강조하듯이 두 눈을 지긋이 내리깔고 음흉
한 표정을 짓는다.9) 후에 야나기 무네요시도 조선의 민예품에서 스러질


8) 강상중, 이경덕․임성모 역, 「제3장 일본의 식민정책학과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
리즘을 넘어서, 이산, 1997, 89-92쪽 참고.
9) 한상일․한정선, 조선병탄과 시선의 정치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 일조각,
2006, 238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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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한 여성적 아름다움을 발견함으로써 보는 자, 그것에 대해 말하고 그
것을 둘러싼 지식을 구성하는 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관찰 대
상으로서의 조선을 자신이 구성한 인식의 패러다임 안에서 소유하려
했다.10)
인종을 공간적으로 구분 짓고 공간들이 서로 맺는 사회적 관계(예
를 들어 결혼)를 전제로, 공간 끼리의 심리적 위계를 설정하는 상상력은
1945년 이후에 쓰여진 식민지 출신 일본인의 문학 작품에서도 계속 발
견할 수 있다. 가와무라 미나토가 설명하는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
之)의 이조잔영(李朝殘影)(1963)을 따라가 보자. 경성에서 큰 여관을
운영하는 집안의 외동아들이자 사립 여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는 노구
치 료우기치는 기생 김영순을 자신의 유화 모델로 삼고 싶어했다. 그는
도도한 김영순에게서 사라져가는 슬픈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김영순도
그가 자신에게서 슬픈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에 감동하여 모델을
허락한다. 결국 그 작품이 「이조잔영」이라는 제목으로 총독부가 주관하
는 조선미술전람회(鮮展)에 특선으로 뽑힌다. 가와무라 미나토에 따르
면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작품 은 유아사 가쓰에(湯淺克衛)의 간난이
(1935), 다나카 히데미쓰(田中 英光)의 취한 배(1949) 등의 계열을 잇
고 있는 것으로, 이들 작품은 지배자 일본과 피지배자 조선의 관계를
남성과 여성의 성차로 전위해서 표현했다고 한다.11)
모리사키 카즈에가 자기 고향을 떠나 식민지에서 매춘으로 가족을
봉양하게 된 일본인 여인들의 술회를 통해 밝힌 바 있듯이,12) 이러한
폭력적 주체화는 제국과 식민지에서 주체들의 하위 등급이 낮아질수록
서로를 갉아 먹으며 점점 더 가혹한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반년간
이 접근하는 지점이 여기다. 작품은 연애의 장면을 들어, 하위 주체들


10) 야나기 무네요시, 심우성 역, 조선을 생각한다, 학고재, 1996, 참고.
11) 가와무라 미나토, 「농염한 기생의 자태」, 말하는 꽃 기생, 소담, 2002, 참고.
12) 모리사키 카즈에, 채경희 역, 쇠사슬의 바다, 박이정, 200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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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벌어지는 인정 투쟁과 보복적 공격의 형태를 파헤친다.


Ⅲ. 이민족간의 사랑과 보복심리의 공격성
초기 박태원 문학에 등장하는 식민지 지식인은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한 룸펜이나 경제적으로 빈곤한 소설가들”13)이다. 이들 지식인은 대
부분 동경 유학 경험을 갖고 있다. 박태원 자신도 1929년 29세의 나이
로 동경으로 떠나 호세이(法政) 대학 예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다음해
예과 2학년을 중퇴하고 귀국한다. 반년간을 연재했던 1933년(동아일
보, 1933. 6. 15~8. 20)에 그는 조용만의 추천으로 이상, 이태준, 정지
용, 김기림, 이효석과 함께 구인회에 가입했다.
1933년에 그가 발표한 「옆집 색시」(신가정 1권 2호, 1933. 2)와 「낙
조」(매일신보, 1933. 3. 26~3. 31)는 반년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동경 유학을 다녀온 젊은이 철수(옆집 색시)와 경인년에 태어나
을미년에 동경 유학 다녀온 노인(낙조)의 시점에서, 반년간이 쓰여
지기 전에 이미 그 주인공의 귀국 후 모습을 그렸다. 작품들 속 두 주인
공은 별 볼일 없이 옆집 색시의 일상을 뒤좇고, 또 늙고 한심해진 자신
을 그저 방관한다. 박태원이 하릴없이 방황하는 식민지 문명 주체의 모
습을 산책자로 육화시킨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조선중앙일보, 1934.
8. 1~9. 1)을 쓰는 것은 다음해 8월이다. 그렇다면 반년간이 다루고
있는 근대 주체화의 모습은 구보의 성적 박탈감과 자포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 또한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반년간의 주인공 철수는 고향 집을 연상시키는 석류나무가 있는
하숙집을 선택했다. 그리고 하숙집의 귀여운 딸 스미에에게 끌린다. 그


13) 김종회, 「박태원 문학의 출발과 환경」 그들의 문학과 생애, 박태원, 한길사, 2008,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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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하숙집 딸과 가까워질 수 있는 까닭은 그녀의 영어 선생님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이광수의 무정이래로 영어 가정 교사와 제자와의 로
멘스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그러나 무정은 동족 청춘남녀의 연애를
다루었다. 반년간은 다르다. 애초에 식민지 청년과 제국의 소녀는 자
유롭게 연애를 하기 어렵다. 내선 결혼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일제 말기에 이르러서다. 식민지 근대 문학에서도 혼혈의 문제나
이민족간의 결혼이라는 주제는 극도로 회피되고 있다.
철수는 영어를 무기로 지녔다. 국어 일본어가 아니라, 외국어이자
문명어인 영어라는 장에서 식민지 청년은 제국 소녀의 선생님으로 재
탄생한다. 영어 때문인지, 영어로 쓰여진 연애소설 때문인지 ‘여자’로
지칭되는 하숙집 딸은 처음부터 철수를 좋아한다. 공부하러 철수를 방
문했던 그녀는 창 밖을 지나가며 작아졌다 커져오는 작아지는 아리랑
소리를 들으며 철수에게로 강하게 끌린다. 이 작품이 단지 청춘 남녀의
연애사를 다루는 것이 아님은 작품의 첫 대목에서 아리랑 소리가 차지
하는 배음 효과에서 알 수 있다. 박태원은 아리랑 소리의 고저와 길이
에 대한 설명을 리듬감을 살려 자세하게 쓰고 있다.
“잠깐 동안 침묵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갑자기 얼굴을 마주
바라보고,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창 밖에 비 오는 소리 말고 또 다른 소리
를 그들은 들은 듯이 생각하였든 까닭이다.
그들이 들은 것은 휘파람 소리였다. 그것은 빗줄기에 엇갈리어 토막,
토막 잘리어 들렸다. 그것은 아리랑 곡조였다. 그 아리랑은 궂은비에 홈빡
젖어 더욱 서러웠다.
여자는 이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어 창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깐
주저한 뒤에 그는 드윽 창문을 열었다. 철수가 따라 일어나 창 앞으로 갔
을 때 휘파람은 좀더 가까워 왔다.
밖은 거의 완전한 어둠. 그 어둠속을 비에 젖어 휘파람이 들려온다. 남
녀는 창 앞에 그렇게 나란히 서서 그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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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은 어둠속을 높게, 얇게, 적게, 끊일 듯 끊일 듯이 흘러왔다.
그것은 무엇을 하소연 하는 듯 느껴 우는 듯 비 오는 어둠속에 바르르 떨
린다. 그러나 어둠속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 사람은 말없이 또 말 있을 수 없이 망연히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그
대로 내리고 있었다.
휘파람은 좀더 가까워 왔다. 그것은 마치 지난 날을 뉘우치는 듯이 그
리우는 듯이 보람없는 줄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 불러나 보는 듯이 그 약
하고 애끊는 선율은 사람의 가슴을 때린다.
그들은 숨쉴 것조차 잊고 그렇게 어둠속을 바라본다. 방안에서 흘러나
온 불빛이 비 내리고 있던 공간을 창밖에 한간통에 그려 놓았다.
휘파람은 더욱 가까워 왔다. 그것은 끝끝내 판장 밖을 지났다. 창밖
행길 위에 철썩, 철썩, 하는 발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렸다. 그것은 휘파람과
장단이 맞았다. 그러나 그들은 또다시 멀어지고 만다.
두 사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따금 이따금 가만한 바람에 그들의 발
아래로 비끼치는 빗줄기조차 그들은 의식하지 못하였다.
휘파람은 떠나기를 아끼는 듯이 어둠속에 사라질 것을 두려워 하는
듯이 또 잠깐 들려 왔다. 그것은 앞길에 아무 바람도 갖지 않는 사람의 한
숨이없다. 그것은 서러운 운명을 등에 진 사람의 힘없는, 그러나 마지막까
지의 반항이었다.
휘파람이 어둠속에서 어둠속으로 사라진 뒤에도 남녀는 그대로 창앞
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그들은 멍하니 그렇게 제자신을 잊고
있었다.
생각난 듯이 휘-하고 바람이 불어 들었다. 비 오는 가을밤 불어드는 바
람은 진저리치게 찼다. 그들은 몸을 떨고, 그리고 그 순간에 잃었던 제자신
을 찾은 듯이 기약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14)
아리랑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는 철수가 풍기는
식민지 청년의 애수와 우울에 도취되기 시작한다. 아리랑과 함께 청년


14) 박태원, 「반년간」, 윤초시의 상경, 깊은샘, 1991, 244-245쪽; 강조는 인용자. 이하
작품 인용은 이 책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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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우수에 동화된다. 철수도 이 속절없는 서러움에 자신의 몸을 맡기기
시작한다. 이 장면의 문장은 그 호흡이 대단히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아
리랑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두 사람 감정 사이에 놓인 격차가 좁혀진다
는 것을 암시한다. 마침내 휘파람이 사라지자 이들은 각자가 이미 서로
를 잃었음을 확인한다. 서러움 안에서 서로 동화된 것이다. 변변찮은 하
숙집 딸과 식민지 청년이 공유하는 ‘서러움’이란 무엇일까?
아리랑이 아니었다면, 철수도 여자도 서로를 원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15) 아리랑 때문에 갑자기 철수가 용기를 발휘하게 만드는 상대
는 영어를 못하는 변변찮은 하숙집의 딸이다. 동경에서 많은 하숙집들
이 특히 조선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싫어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하숙집의 형편이란 일본 사회의 중류이기 어렵다
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16) 하숙집 딸은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본
사회의 하위 주체다. 그녀의 열등감은 영어로 된 연애 소설을 소비하는
것에서 자족하는 모습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장면에서 두 사람의
하위 주체는 아리랑 안에서 서러움을 통해 연대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서 자기를 보며, 서로의 타자성을 잊는다. 그러나 이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 가장 가까워졌을 때, 그들의 하위주체성들은 미묘하게 충
돌하며 그 위계를 건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러움을 통한 연대
에는 한계가 있었다. 힘의 균형은 깨지고 폭력적 위계가 발생했다.


15) “철수는 젊었고 여자는 미인이었다. 그러나 어인 까닭인지 철수는 일찍이 이 여자는
사랑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낀 일이 없었다. 그는 가끔 그것을 이상하다, 생각 하였다.
그러나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여자가 다만 미인일 따름을 그 밖에 별로 이
렇다 할 매력을 갖지 않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른다.”(반년간, 앞의 책, 240쪽)
16) 김을환, 「나의 일본유학기」, 동경유학생, 탐구당, 1986, 69-79쪽 참고. 이 밖에 염상
섭도 숙박기(신민, 1928. 1)에서 동경 유학생의 고학담, 하숙집 구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그린 바 있다. 1920년대를 넘어서면 동경으로 밀려드는 일본의 여타 지방 출신
의 유학생도 그 경제적 곤란과 사상 문제 때문에 하숙집 주인들이 꺼리는 대상이 되
는데, 하물며 식민지 출신의 유학생이란 더더구나 경계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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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속살거렸다.
「용서하세요.」
그 목쉰 소리는 약하게 떨리었다.
여자는 말없이 공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용서하세요. 네?」
철수는 다시 한 번 이렇게 속살거리고, 그리고 두 번째 여자의 입술을
구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철수는 여자의 맑고 깊은 눈속에 분명히 떠오른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빛을 보았다. 그와 함께 여자의 얼굴이 철수의 입
술 아래로부터 옆으로 비켜졌다. 철수는 부둥켜안고 있는 자기의 두팔 속
에 여자의 굳센 저항을 깨달았다.
「유루시데네 하나시데네.」(용서하세요. 놓아주세요.)
‘여자의 처녀성의 그것만은 그것만은……’ 하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철수의 오랫동안 억압당하였던 ‘사내’는 걷잡을 수 없는 형세로 여자의
‘처녀’를 요구한다.
「용서하세요. 네?」
철수는 또 한번 속살거렸다. 그리고 그의 열에 타는 입술은 여자의 입술
을 구하였다. 여자의 바르르 떨리는 입술이 철수의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이
리저리 안타깝게 움직였다. 철수의 입이 미친듯이 그 뒤를 쫓았다.
그러자 철수의 눈과 여자의 눈과 일순간 마주쳤다. 그 순간 철수는 여자
의 눈속에 자기의 비굴한 정열을 질책하는 처녀의 노여움을 본듯이 생각하
였다.
철수의 두팔에 힘이 빠졌다.
여자는 남자의 껴안음에서 해방되었다.”17)
철수가 마치 겁탈할 듯이 여자를 향해 달려들게 되었다. 철수는 여
자에게 영어를 가르침으로 해서 하숙생에서 교사로 나아갔고, 억압된
자의 애상을 상징하는 음악을 통해 여자와 동렬의 위치에 서서 그녀에
게 구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여자에게 다가가는 그의 안


17) 박태원, 「반년간」 윤초시의 상경, 깊은샘, 1991, 247쪽; 강조는 인용자.
328


에서 서러움 이상의 것이 작동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억압당
하였던 그의 ‘사내’’가 그것이다. 일개 유학생에 불과한 그가 얼마나 오
랫동안 무엇을 억압당해왔을까. 그것은 지적 능력이며, 사회적 인정이
다. 억눌려온 것이 하필 이 시점에서, 제국의 하위 주체 여성에게서 보
복성을 띄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뿜어져 나오고 말았다.
철수는 돌연 자신의 남성성을 확장해서 여자에게 처녀성의 위협을
가한다. 위의 인용문 강조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철수는 “용서하
세요. 놓아 주세요”를 “여자의 처녀성의 그것만은 그것만은……”으로
해석했다. 철수는 ‘사내’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형세로 여자의 ‘처녀’
를 요구한다. 이 장면에서 ‘여자’의 ‘처녀’를 문제 삼는 철수는 처녀지
로서의 식민지를 겁탈하는 제국의 횡포를 역으로 재현했다. 공격성이
거침없이 발현된다. ‘여자’에 대한 철수의 묘사 또한 대단히 관능적이
다. 그는 그녀의 육체를 거듭 ‘바라보고 있다.’18) 뒤에서 다시 설명하게
되겠지만, 이와 같은 바라봄의 전도가 조선인 여급 미사꼬에게서는 일
어나지 않는다.
일순 폭발했던 철수의 폭력성은 곧바로 다시 억압되었다. 철수가 반
성해서가 아니다. 철수는 자신이 자신을 억눌렀던 지배자의 폭력을 재
생산하고 있음을 여자의 눈에서 확인하고 놀라 물러서는 것이다. 이 과
정에서 철수는 끊임없이 여자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위 주체들끼리 서
로의 심급 다툼을 하고 있다. 식민지 출신의 지식인은 제국에 가서 피
식민자로서의 의식과 식민자의 의식 두 가지를 동시에 내면화한다고
한다.19) 철수 또한 이 지점에서 지배자로서의 자신을 여자에게서 확인


18) “여자의 약간 넓은 듯한 이마는 그의 의지의 풍부함을 표시하는 것이고 깨끗하게 맑
고 깊은 두눈은 가히 신비를 탐구하기에 족한 것이었다.-하고 철수가 여유 있게 여자
를 관찰할 수 있도록, 그는 여자를 대하여 언제든 평온한 마음을 가져왔다. 그의 새빨
간 입술이며, 몹시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에 철수는 일찍이 정열을 느끼지 않았다.”
(반년간, 앞의 책, 240쪽)
19) “앙띨레스인들은 타자를 지배하려는 욕망을 강하게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29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사랑스럽게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녀가
안심하고 자신에게 몸을 맡긴다고 생각한 순간, 여자가 “비굴한 정열을
질책하는 처녀의 노여움”을 보였다. 과연 여자가 이것을 보인 것인지,
철수가 이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었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감정의 교환은 수신자와 발신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만
나는 그 현장이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민족 간의 사랑은 하위주체
의 위상 다툼이 일어나는 장소가 된다.
여자에게서 노여움을 읽자마자 철수는 그녀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
지만, ‘용서하세요’라는 말을 멈추지 못한다. “노하셨습니까?”, “노하지
않았다고 한마디 못하여 주시겠습니까?” 철수는 끝끝내 여자의 동의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여자’는 ‘스미에’라는 이름으로 “새삼스
럽게” 불리며 작품 안에서 그 개성을 부여받는다. 하위 주체간의 심급
다툼에서 최종 승자는 ‘스미에’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이라는 것을 바
로 설명해주는 그녀의 이름이 이제 철수를 바라보며, 그의 사랑을 허락
하려 들기 때문이다.
“철수는 고개를 들고 그리고 여자를 보았다.
「스미에상.」
그는 새삼스러이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노하셨습니까?」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이 없었다.
「노하지 않았따고 한마디 못하여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철수는 충동적으로 여자의 손을 잡았다.
지향 노선은 타자를 관통해 나간다. 이것은 항상 주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객체
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타자의 눈에서 나에 대한 “존중”의 기색만을 읽으려
고 한다. 불행하게도 그 눈 속에 불쾌한 잔영만이 남아 있을 경우, 그는 그 눈을 비난
한다.”(프란츠 파농, 앞의 책, 265쪽) 그러나 철수는 스미에의 눈에 비친 불쾌한 잔영
을 보고도 스미에를 비난하지 못한다.


330


잠깐 동안 그곳에 침묵이 있었다. 철수는 여자가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또 무엇이라 말하려 들었다. 그때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다음 순간
그의 입술은 철수의 입술을 뜨겁게 스쳤다.”20)
식민지 출신 남성은 그 존재가 남성이기 이전에 존재론적으로 여성
항의 자질을 가진다. 이것은 비서구 남성의 서양 체험에서 극대화된다.21)
반년간의 전반부에서는 자신의 상실된 남성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배
하는 쪽의 가장 약한 고리, 즉 지배 종족의 하층민 여성에게 달려들어
성적 폭력을 끼치고픈 식민지 민족의 욕망이 고발되었다. 철수는 영어
교사, 즉 문명인이라 자처하는 자이기에 자신의 폭력성을 발견하고는
더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22) 자기 안에 문명이 온전히 작동할 수 없다
는 한계와 문명 안에는 언제나 이와 같은 타자를 향한 보복심리, 반사
적 지배욕구가 잠재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Ⅳ. 동족간의 사랑과 보복심리의 방어성
철수의 인정욕망을 둘러싼 보복심리는 스미에 앞에서 좌절된 뒤, 다
시 잠류해서 또 다른 하위 주체에게로 투사되었다. 스미에와 접촉했던
그날, 바로 삼십 분 뒤 철수는 ‘고원사역’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겠다는


20) 반년간, 앞의 책, 248쪽; 강조는 인용자.
21) 윤치호의 일기를 비롯해서, 서양으로 나아간 조선인 남성의 여행기, 유학기에는 백
인 여성에 대한 선망과 두려움이 함께 발견된다.(임영빈, 「김정긔의 일기」, 우라키,
1931, 1933, 참고)
22) “철수는 그곳에서 이제까지 제자신 은근히 부정하여 오던 자기 자신의 추악한 일면
을 확실히 본 듯이 생각하였다. 그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정열
이 오직 여자의 육체만을 상념 삼고 발흥하였든 것에 틀림없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비열한 욕정이 기회와 여자의 정열을 이용하여 한 개의 처녀를 사
로잡으려 하였던 사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쾌하였다.”(반년간, 앞의 책, 249쪽)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31


방향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온 것이다. 스미에라는 일본 여인과의 접촉
에서 “어째 모욕을 당한 것같이 또한 자기의 자존심을 상한 것 같은”23)
생각이 들어서 그는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 자체
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된다. 왜 자신의 억눌린 사내를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에게 뿜을 수밖에 없는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철수는
스미에는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은 욕망밖에 없었음을, 자신
의 억눌린 사내밖에 없었다는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고 자백한다.
이러한 곤란함과 자기 불쾌 때문에 철수는 하숙집에 그날 밤 머무를
수 없었다. 하숙집은 스미에 집안의 것이다. 집 주인의 딸을 능멸하려고
한 자신의 비열함 때문에, 그는 집 안에 거주할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집 안에는 순수한 사랑만이 있어야 하는 듯, 일본인 여
인에게 품었던 불경한 마음은 존재할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
다는 듯 철수는 집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애초에 고향집처럼 포근했던
하숙집이 돌연 그를 밀쳐 내고, 그는 쫓겨나듯이 거리로 나오게 된다.
이제 어떤 거처를 발견해 고향을 느낄 것인가?
철수가 하숙집을 나와서 편하게 찾아 들어간 곳은 카페 오모이데이
다. 그리고 그 곳에서 조선인 여급 미사꼬를 만난다. 스미에를 묘사했던
것과는 달리 미사꼬의 아름다움은 “매섭게 예뻤다.”[257]로 간단히 형
용된다. 스미에가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여자’로 지칭될 때
철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정물처럼 관찰했다.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
러나 철수는 미사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활동사진처럼 느낀다. 정물
화와 활동사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라본다는 시선의 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여자’와 나와 같이 움직이는 존재로서
“활동”하는 대상 간의 차이다.
오모이데는 조선인들끼리 부딪치고 만나는 경성의 어디 어디 쯤이


23) 반년간, 앞의 책, 249쪽.
332


아니다. 그것은 동경이며 이민족들이 오고가는 시내 한 가운데에 있다.
철수를 비롯해서 그의 친구들은 지배 민족이 주류인 제국의 수도에서
피지배 민족인 동족 여인을 애욕에 찬 눈으로 묘사하는 것을 극도로 피
한다. 그들이 그러한 ‘바라봄’이 지배자의 시선을 흉내 내어 종족 내부
의 상호적 이성 관계를 지배-피지배 관계로 역전시킬 위험을 직감했
다고 볼 수 있다. 절대로 미사꼬를 묘사할 수 없는 점, 그녀를 묘사할
고정된 시점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 즉,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미사꼬
와 나는 주체와 객체로 나뉠 수 없고, 어떤 지점에서는 같은 처지, 즉
제국 지배의 민족적 하위 주체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미사꼬를 관능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유
혹에 사로잡힌다. 조선 출신의 손님만 보아도 미사꼬는 연악한 어깨를
흔들며 오열했다. 철수와 그의 친구, 까페의 일본인들은 모두 미사꼬의
외모에서가 아니라 그녀의 울음에서 ‘황홀’을 느꼈다.24) 지배 민족의
여인에게서는 시각적 쾌락을, 피지배의 동족 여인에게서는 청각적 쾌락
을 느끼며 철수는 미사꼬에게로 미끄러진다. 미사꼬는 갑자기 자신의
울음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철수는 스미에에게 용
서를 구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미사꼬를 용서하는 위치에 선다.
스미에에게 밀려난 그의 하위주체성은 미사꼬와의 관계에서는 상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감정의 위계가 전도되면서 철수는 동족 안에서 우위
를 차지하게 된다. 용서를 구하는 철수에게서나 미사꼬에게서나 결국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결정짓고 생산하는 역할은 허락과 승인을 구하
는 자가 한다.
“그는 몸의 중심을 잃은 듯이 비틀하고 그리고 철수 옆에가 쓰러지는
듯이 주저앉았다. 다음 순간 그는 좌석 스프링의 반동으로 상반신을 앞으
로 꺾고 그리고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었다.


24) 반년간, 앞의 책, 258쪽.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33


그들은 여자의 움켜쥐면 오도독 소리가 나고 으스러질 듯싶게 연약하여
보이는 두 어깨가 그의 격렬한 감정으로 급하게 물결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자의 무섭게 색깔 흰 것이 조그맣고 귀여
운 두 손을 보았다. 그 두 손의 열 손가락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열 손가락 틈으로 새어 나오는 가늘게 떨리는 느낀 울음
을 들었다.
그것은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사람들은 잠
깐 모든 것을 잊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렇게도 그들을 감동
시키고 또 황홀케 하였다.
(……)
여자는 울음을 그친 듯싶었다. 그러나 역시 그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
다. 그러다가 그는 얼굴을 가리웠던 두 손을 힘없이 무릎 위에 떨어뜨리고,
그리고 가만히 얼굴을 들었다.
그 순간 철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 달린 푸른 등불
밑에 여자의 얼굴은 그렇게도 매서웁게 어여뻤다.
「용서하여 주세요.」
여자는 가만히 말하였다. 그것은 한숨에 가까웠다. 또 사실 뒤따라 가만
한 한숨이 나왔다.”25)
철수는 미사꼬의 ‘순결’26)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임감을 느
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철수는 미사꼬와 사귄다. 그러나 그의 심사가
편하지 않다. 그는 미사꼬가 어딘지 부끄러웠다. 친구들에게 연애 장면
을 들키자 마자 그 자리를 도망쳐 버리기도 하고, 미사꼬의 순결함을
사랑하지만 그녀 생각을 할 때마다 어머니, 형, 어린누이, 그리고 친구
준호, 또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왕창 떠올랐다.27) 철수는 그의
친구와 가족들이 질책, 연민, 조소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25) 반년간, 앞의 책, 258-259쪽.
26) 반년간, 위의 책, 260쪽.
27) 반년간, 위의 책, 320쪽.
334


철수는 자기의 사랑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과 싸워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이 들었다.28) 왜인가?
철수가 처음에 미사꼬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인 여성에게서 순결과
안쓰러움을 느꼈던 원인을 미사꼬에게서만 찾을 수 없다. 스미에의 하
숙집을 뛰쳐나온 직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여자에 불과했던 사
람이 스미에가 되자 마자, 자신의 보복심리를 철회해야 했던 철수다. 이
제 그는 미사꼬라는 일본 이름을 가지기는 했지만, 실은 일본인은 아니
고 자신이나 스미에보다 열등한 존재인 조선인 여급에게서 자신의 인
정욕망을 해소하려 든다. 미사꼬가 아무리 순결해도 그녀는 까페의 여
인이다. 그녀의 순결을 남성 주체의 청각적 쾌락의 차원에서 소비하면
서 철수와 그의 친구는 지배 민족의 하위주체에게서 거부당했던 인정
의 보상을 획득한다.
그러나 미사꼬에게 다가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녀에게서 인
정을 보상받을 수는 있지만, 그녀와의 사랑은 철수가 스미에를 겁탈하
려 했다는 사실을 은폐해버리기 때문이다. 철수는 인정투쟁의 좌절에
뒤따르는 보상심리에서 타인의 처녀성을 위협할 정도의 폭력을 감행한
바 있다. 미사꼬에게 사랑을 구하는 일은 그런 폭력의 에너지가 흐를
수 있는 길을 닦는 일이 된다. 미사꼬가 조선인임을 감안한다면, 철수의
사랑은 동족 남성에 의한 성폭력을 잠재적으로 갖고 가는 일이 된다.
이미 억압받고 박탈당한 식민지의 정체성을 내적 폭력을 통해 훼손해
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느끼면서도 그것을 위반하고 싶은 욕망이 철수
를 사로잡는다.
미사꼬와는 순결한 사랑을 나누기가 불가능하다. 그녀는 이미 조선
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아무리 애절하고 순결한 분위기를 가졌다
하지만 미사꼬는 철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일본인을 향


28) 반년간, 앞의 책, 321쪽.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35


해, 또 다른 인종을 향해 “천박한”29)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카페 여급이
다.30) 작품의 후반부에 철수가 ‘신은숙’의 편지를 받고서도 강력하게
그가 미사꼬가 아니기를 바란 이유, 신은숙과 미사꼬가 등호로 연결되
는 것에 대한 ‘초조’와 ‘증오’31)는 민족적 정체성이 자기 자신에 의해
서, 혹은 미사꼬 본인에 의해서 훼손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철수의
방어심리가 만든 감정이다.
신은숙, 즉 미사꼬와 만나기로 한 신숙역 안의 고지판에 쓰인 글 중
에서 유독 ‘위험하다. 말어라. 절대로 말어라. 미루꾸’라고 쓰인 말이 철
수를 좇는다. 이 위험은 자신의 폭력성을 은폐할지도 모른다는 자기 검
열의 말이었다.32) 미사꼬의 유혹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바로 그 자신이
미사꼬를 유혹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폭력적 보복성이
미사꼬에게 흘러들어가기를 원하고 있고, 또한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이 못마땅한
것이다.33) 그러나 철수는 결국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만난 미사꼬를 행


29) 반년간, 앞의 책, 315쪽.
30) 반년간, 위의 책, 332쪽.
31) 반년간, 위의 책, 334쪽.
32) “<나는 미사꼬라는 여자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만약 무서워한다면, 무엇을?>
철수는 잼처 제자신에게 물었다.
그가 만약 미사꼬와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응당 여자가 자기를 유
혹할 것을 = 아니, 그보다도, 자기가 여자에게 유혹을 느낄 것을 = 일 것이다.”(반년
간, 앞의 책, 336쪽)
33) 유혹당하고 싶지 않은 철수는 어쩌면 유혹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만약 유혹이
정열이나 운명이라면, 대체로 정반대의 정열, 즉 유혹당하지 않으려는 정열이 유혹하
려는 정열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우리의 진실 속에서 우리를 강화하기 위해 싸우고,
우리를 유혹하려는 것과 싸운다. 우리는 유혹당할까봐 두려워하여 유혹하기를 단념한
다. 유혹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이 있다. 모든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유혹당하는 체하면서 결코 유혹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끊
임없이 타자를 유혹해야만 한다.”(장 보드리야르, 배영달 역, 「유혹당하는 두려움」, 유
336


여 친구 준호나 자기를 아는 누가 볼까봐 몰래 뒷골목으로 데리고 나와
버린다.34) 뒷골목에는 그들을 비웃는 시선이 있었다. 철수는 타자의 시
선을 거쳐 바로 자기 자신을 비웃는다.
“철수는 이, 몹시 음난한 듯한, 타락한 듯한 여자에게 증오와 모멸을 느
끼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하였다. 이 여자에게 내어 주기에는, 자기의 사
랑이 너무 깨끗한 드싶었다. 자기의 정열과 여자의 정열 사이에는 너무나
큰 질적 차이가 있는 듯싶었다.
깨끗하다 믿는 자기의 정열을, 더럽다 생각하는 여자의 정열과 융합시
킬 때 철수 자신 오탁 속에 떨어지고만 말 듯싶었다.”35)
“역 밖으로 나와 큰길을 걸어간 듯싶은 준호와 마주치지 않기 위하여
도망꾼이같이 뒷골목을 돌고 그리고 예까지 와서는 도망꾼이같이 뒷골목
을 돈 보람이 있는 듯싶게 생각한데서 나온, 안도의 한숨이었다.
(……)
통 넓은 바지를 입은 젊은 사나이가 그들에게 비웃음 가득한 시선을 던
졌다.”(350-351)
마침내 철수는 자기 내부에서 미사꼬를 유혹하고, 미사꼬에게 자신
의 억눌린 폭력을 보상받기를 원하는 강력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결
국 깊이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미사꼬와 한 밤을 보낸다.36) 인종적 순수


혹에 대하여, 백의, 2002, 151쪽)
34) 반년간, 앞의 책, 349쪽.
35) 반년간, 위의 책, 359쪽.
36) 유혹당하고 싶지 않은 철수는 어쩌면 유혹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유혹이
정열이나 운명이라면, 대체로 정반대의 정열, 즉 유혹당하지 않으려는 정열이 유혹하
려는 정열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우리의 진실 속에서 우리를 강화하기 위해 싸우고,
우리를 유혹하려는 것과 싸운다. 우리는 유혹당할까봐 두려워하여 유혹하기를 단념한
다. 유혹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이 있다. 모든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유혹당하는 체하면서 결코 유혹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끊
임없이 타자를 유혹해야만 한다.”(장 보드리야르, 배영달 역, 「유혹당하는 두려움」, 유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37


함이라도 지켜 지배자의 폭력을 반복하려 했던 자기를 반성하고 자존
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버린 것이다.
철수가 스미에였던 여자에게서 처음에 확인한 것은 과잉된 관능성
이지만, 작품의 후반으로 갈수록 스미에는 정숙하고 순결한 소녀다움을
발휘한다. 반면, 스미에에게 거절당한 뒤 하숙집을 뛰쳐나와 만나게 된
여급 미사꼬는 처음에는 순결한 고혹적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요부가 되어 간다. 두 여인 사이에서 관능과 순결, 다
시 순결에서 관능으로 이어지는 정동을 따라가면서 철수는 생의 에너
지를 다 잃고, 자신의 갈 길도 잃는다. 아리랑에 고조되던 그는 더 이상
없다. 작품의 후반부에 철수는 그의 친구들 모두 뭔가 민족적인 사업으
로 바쁜 것을 거의 모른 채하다시피 하면서 미사꼬와의 연애에만 빠져
든다. 인정욕망의 좌절과 보상심리의 공격적 발현 다음에, 어떻게 해도
자신의 인정욕망을 해결할 길이 없다는 자포자기를 느끼고 만다.


Ⅴ. 식민지 근대 주체와 폭력의 예감
반년간은 식민지의 청년이 오직 여성과의 관계에서만 자신의 사
회적 인정을 구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그 근저에
흐르는 식민지 주체의 정치적 욕망을 역으로 드러낸다. 작품은 미완인
듯 마무리되는데, 박태원이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오래 억압된 철수의
사내는 유학을 마치고도 충족될 길이 없을 듯하다. 박태원 개인이 대학
을 중퇴하고 귀국했던 것처럼, 또 그가 그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서처럼, 근대 문학 중에는 일본 유학을 중퇴하고 신문사에 취직하거나
그저 방안에서 소설을 구상하며 거리를 산책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혹에 대하여, 백의, 2002, 151쪽 참고)
338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
반년간의 철수가 작품의 도입에서와 달리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무기력과 피로감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분명 당대 유학생들, 문
명을 번역하는 주인공들의 면면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다. 철수가 그의 친구들과 맺
는 관계는 스미에나 미사꼬의 관계에 비해 훨씬 더 피상적이었다. 작품
은 식민지 근대 주체가 자기의 주체성을 세우기 위해서 동원하는 상대
자는 제국의 남성 주체, 혹은 서양의 지식인 주체가 아니라는 점, 제국,
그리고 문명 공간의 여성 하위 주체이거나 혹은 식민지, 야만 공간의
여성 하위 주체라는 점, 그것이 갖는 위험함을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진실로 철수가 대등하게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로 만들고 싶었던 상대자는 제국의 지식인, 혹은 관료임
을 알 수 있다. 그들과 만나는 일이 불가능한 한, 철수의 보복 심리는
잠재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식민지 근대 주체 형성 과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은 민족
적 열등감이며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피식민지 출신의 지식인 남성 주
체는 자신이 문명인인 점을 스스로 배반하는 일마저 서슴치 않았다. 연
애소설을 좋아하던 하숙집 딸을 갑자기 겁탈하고 싶을 정도로 그의 욕
망은 억눌려 있었고, 그것을 대신 채워줄 수 있는 또 다른 하위주체를
서둘러 찾게 되면서 그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 자신의 폭력성이야 말
로 문명인이 되기 위한 불쾌한 요소라는 점, 이러한 요소마저 문명이
만들어서 피식민자에게 주입한 것이라는 점. 이러한 전부가 증오해 마
땅한 점들이라는 인정하면서도 철수는 어쩔 수 없이 별 볼일 없는 사내
가 되어 간다. 반년간은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 놓인 섹슈얼리티의 공
간화와 인종 차별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그것을 넘나드는 주체가 안고
가는 폭력을 예감하고 성찰하는 작품이다.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열등감과 보복심리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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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초록
1933년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박태원의 반년간은 문명을 번역하기 위해, 문
명국으로 공부하러 떠난 일본 유학생의 동경 생활기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주인공
철수는 식민지 주체성이 인종적인 열등감에 의해 굴절되는 경로를 자신의 연애담
을 통해 보여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식민지 근대 주체가 내면화하게 되는 폭력
이 밝혀진다. 철수는 이민족 여성인 스미에와 동족 여성인 미사꼬 사이를 오가며
서서히 무기력해지고 만다. 하지만 그의 무기력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제국의 하위
주체에게 성적 폭력에 가까운 힘을 행사한 일을 은폐하는 방편이기도 했다.
작품은 제국과 식민지는 ‘보는 자=지배하는 자=남성’과 ‘보이는 자=지배받는
자=여성’이라는 심상 위에서 상상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그 상
상적 관계는 애초부터 식민지 출신의 지식인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
도였다. 작품은 문명의 이식자인 일본 유학생의 억눌린 인정욕망이 제국의 하위
주체인 하급 여성을 향한 성폭력으로 전환될 위험을 예고한다. 그리고, 그 폭력성
이 쉽게 같은 민족의 하급 여성에게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린다.
주제어: 인종, 민족 정체성, 하위 주체, 섹슈얼리티, 열등 콤플렉스, 보복 심리,
공격성, 방어성,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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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National Inferiority and
Retaliatory Mentality of a Colonized Intellectual
- Focusing on Aggressiveness and Defensiveness of Modern Subject Exposed
in Taewon Park’s “Bannyeongan(During Half a Year)”
Oh, Sun Min
Non-Western modern is translated modern. It is because that the 20th
century of non-Western endeavors to build a modern by designating all
the 19th century’s sector of customs and sensibility, as well as system of
society and politics, as civilization, and by translating. What should be
done to transfer civilization? First of all. someone must learn civilization
through texts or experiences. Then, he who has been embodied civilization
within him has to explain civilization to people, drawing it. What
civilization is, how valuable it is, and how it can be transferred, should
he, tasted of civilization, explain and display. In these sense, modern
colonized subjects are the translators of civilization themselves.
In the similar way of translators’ work, those who try to transfer
civilization are learners of civilization in the beginning, but they soon
acquire their authority as spokesmen of civilization, as they come to colony,
embody and speak for civilization. The transferrer of civilization is
inevitable to embody civilization, disrupting himself between the values
of Western and non-Western as if the translator-subject produces two
linguistic community, disrupting himself between the language of the
translated and the translator. By pondering this disruption, we are able to
look into the reproductive structure of civilization and the method by
which modern colonized subjectivity is molded.
Taewon Park’s “Bannyeongan(During Half a Year)”, serialized in
“Dongailbo” in 1933, seriously deals with a Choseon student’s lif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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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ho goes to Japan, a civilized country, in order to translate civilization.
This work traces the process on which colonized subjectivity is
refracted because of inferiority. The protagonist Cheol-su meets the daughter
of a boarding house in Tokyo, while he goes with a maid Misako from
Choseon in the streets. By juxtaposing the love between the different
races and the love between the same race in Tokyo as a civilized space,
the work predicts the danger which repressed social 인정욕망(desire for
recognition) of the student, a transplanter of civilization, will convert into
sexual violence towards the low level female, a subordinate subject of an
empire. Moreover, it depicts the possibility that the violence can easily
be transmitted to the other low level female from the same race. “Bannyeongan(
During Half a Year)” fathoms that modern colonized subject
prescribes to itself with sexually discriminative knowledge built upon dichotomy
of male and female, and also warns us that the strong aggressiveness
of the dichotomy prompts the inside of modern subject.
Key-words: racial Inferiority, retaliatory mentality, national identity,
subaltern, sexuality, aggressiveness, defensiveness, vio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