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II. 인정과 차별
III. 무시와 모욕의 구체적 경험
V. 맺음말
이 논문은 201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회의 차별과 통합’ 과제로 수행된 연구임
(AKSR2011‒P04).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통권 152호) 365‒391쪽
366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I. 머리말
2007년부터 성적지향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학력’, ‘병력’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을 ‘자유로운 기업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반대하였으며,
일부 기독교 단체는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금지조항을 들어 ‘동성애허용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하였다. 이런 비난에 직면한 당시 법무부는
기존의 법안을 수정하여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차별금지법의 기본정신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인하여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2008년, 2012년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를 통하여
성적 지향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등
한국정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정부는 2018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논의에 있어서도 일부 기독교
세력의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반대 등을 이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 인권위의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
획’을 살펴보아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 다만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
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하다’는
입장, 즉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
다른 한편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는 2018년
4월 폐지되었는데, 일부 기독교 세력은 이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며,
충남도민 인권선언문에 차별금지사유로 적시된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
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선언문
이나 인권조례를 포함하여 유엔의 인권선언문 조차도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는 일종의 퇴행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2018년의 한국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성적 지향’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먼저 일반적으로 성적 소수자는 ‘성적인 특질로 구별되어 차별받
는 집단’(장서연 외, 2014)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적지향(sexual ori-
1)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서와 870명 시민입장문’(https://equalityact/.
kr/의견서‒제3차‒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대한‒의견서와‒870명‒시민입장문/).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67
entation)은 성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어떤 성별에 이끌리는지를 지칭하
는 개념으로 성적지향에 따른 정체성 범주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
자 등을 말한다. 그리고 성별 정체성이란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을
말하며, 생물학적 성별과 일치할 수도 있으나, 트랜스 젠더, 중성(gender‒
neutral), 양성(androgyn), 젠더퀴어(gender queer) 등으로 표현가능하다
(장서연 외, 2014). 따라서 향후 제정하고자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는 이러한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구별, 배제, 제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방송 등의 매체에서는 동성애 코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광고나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하여 이중적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 즉 한편에서는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여전한 차별과 억압, 그리고 이들에
대한 무시,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나 생활방식을 적극적인 마케
팅이나, 드라마 등의 소재로 사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려는 이중
적인 태도가 한국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모습의 한 풍경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각종 미디어 등에서 등장하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모습이 오늘날의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TV 드라마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 일시적으로 소비된다고 해서, 마치 그러한 것을 근거로
동성애가 우리 사회에서 문화적 승인을 받은 것처럼 판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쪽에서는 ‘이미 넘쳐나는’ 동성애가 더욱 더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동성애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
사회 내 사회적 목소리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일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적 재현을 우리가 애써서 승인 혹은 인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들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는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 즉 체계적으로 이들의 존재와 권리가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시키지는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차별경험을 인정이
론과 연관시켜 살펴보는 것은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의 심각성을 다시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차별행위를
차별행위자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이 정당한 상호작
368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용의 과정에서 당연히 인정받으리라고 하는 기대의 거부나 무산에서부터
차별경험을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단지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의 인정의 체계적 거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좀 더 확장된 설명력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적 승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오인 받고
있는 성적 소수자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대우가 문화적 차원에서 승인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정치적으로 차별받고 있음을, 즉 문화적 인정이
거부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에 대한 차별적
상황에 대한 분석은 기존 권리의 부정뿐만 아니라 이들이 체계적으로
각종 영역에서 경험하는 무시와 모욕의 경험을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들 성적 소수자들은 다른 차별피해자와는 달리 가족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것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은 이성애 중심의 기존 가족규범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2) 많은 차별사유 중에서도 가족 내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차별사유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이며, 대표적으로는 동성애자에게 가해지는 차별로 나타난다.
따라서 가족 내에서의 차별이나 무시의 문제가 전체 사회나 국가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총체적 삶의 연속성
이라는 관점에서 경험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Ⅱ. 인정과 차별
그동안 성소수자들의 차별적 경험은 공식적으로 사회화되기 어려웠다.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공식화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으며, 단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만으
로도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존재를
2) 현실적으로 동성애자와 퀴어의 가족에 대한 전략적 수준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 가족제도로의 편입을 동성애자 전략으로 추구하고, 기존 가족관계의 파열을 퀴어
전략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베어드(2007); 서동진(2011)). 그러나 아직 한국
에서는 사회담론적 수준에서 이러한 점이 구분되어 인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논문
에서는 구분하지는 않는다.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69
드러내지 않는 ‘통과(passing)’ 전략이 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현재, 2015)을 통해 공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차별피해자에 비해서
는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은 그러한 의미에서 대단히 어렵고, 표면적
일 수 있으나 이러한 차별경험은 자기실현과 자기결정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며, 사회적인 수준에서의 체계적인 부정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는 점 등은 인정이론 등에서 지적되어 왔으며, 대개 이러한 경험은
모욕이나 무시와 같은 언어로 해석되어 왔다(박건, 2010). 무시와 모욕의
경험으로서 차별의 경험은 단지 심리적인 수준의 경험이 아니라 ‘자기실
천관계가 부정되는 과정’이며(호네트, 1996), ‘사회성원으로서 등권적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사회적 경험이다(Fraser, 2003).
따라서 이런 사회적 경험을 차별이해의 의미구성틀로 포섭하고 각각의
경험을 인정의 렌즈를 통해 해석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차별 범주
분류 속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각각의 개별적이고
심리적인 수준에서 다루어지는 경험을 하나의 해석 공간으로 끌어들여
이해하는 것이 개별적 차별경험을 체계화하고, 무시의 근원을 추적하도
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여기서는 차별해석의 의미구성을
호네트와 밀러의 논의를 종합하여 영역화된 차별의 경험을 단일한 틀에서
검토할 것이다.3) 이를 통해 인정과 사회정의의 원리가 부정되는 방식이
각 영역에서의 무시나 모욕이 사회부정의의 경험이자, 총체적 자기실현
과 자기결정의 부정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호네트는 분배투쟁을 인정투쟁의 표현으로서 해석하면서, 제도화
된 인정질서로서의 사회로 자본주의를 구분하였다. 그는 인정영역이
3가지로 구분되며, 이러한 구분의 결과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을 설명하
였다(Honneth, 2003). 하지만 이것이 곧 모든 사회적 부정의의 양식이
인정질서로 소급되거나 모든 갈등의 형식이 인정질서로 포섭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구분은 각 사회의 형태
3) 차별의 이해는 프레이저의 ‘참여 동등’과 호네트의 ‘자기실현관계’라는 의미망의 결합적
전망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이 글에서처럼 자기 경험의 인정적 재구성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할 경우에는, 필자가 보기에 호네트의 인정원리의 구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370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내 “다른 수준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는 도덕적 제한을
폭로”(Honneth, 2003: 249)하고 이러한 폭로에 기초해 인정원리가 작동되
는 구체적인 영역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인정영역의
구분은 밀러에게서는 사회정의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과 동일한 역사적
발전경로를 갖는다. 이러한 구분의 유사성은 두 사람 모두 근대사회로의
변화라는 역사적 발전에 따른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착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호네트의 경우 인정영역을 사랑, 업적, 권리로 구분하는
반면(호네트, 1996: 164‒221), 밀러는 분배정의의 원리를 필요, 업적,
평등의 3유형으로 구분한다(Miller, 1999: 26‒41). 이 때 사회정의는 고정
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관계의 양상과 흐름에 따라
내용이 채워지고 변동된다. 밀러와 호네트 모두 특정 정의 혹은 인정의
원리를 관계로부터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계의 변화에
따른 사회영역의 분화와 구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예를
들어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내 인정영역은 필요라는 사회정의의
원리에 따라 관계가 맺어지는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제시된
각각의 관계유형(업적, 권리)은 독자적인 분배 및 인정의 원리를 갖추고
있고, 이것은 분배의 기준을 강제하는 인정원리를 통해서 중첩적으로
결정되며, 특정 관계가 중심적인 운영원리로 나타나는 특정 사회적 영역
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석적 수준에서 구분되는 세 가지 관계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즉, 가정, 국가, 사회의 구분되
는 영역에서의 차별의 경험이 인정의 거부라는 체계적인 틀 내에서의
통합적 분석이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필요, 업적, 평등의 3가지 사회정의
원리가 각각의 다른 인정관계들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경험되고 있는지
를 검토하고 이를 인정원리에 근거한 차별경험 해석의 틀로 제시하고자
한다.
1. 가족/사랑‒필요
개인성장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상호인정관계는 애정에 근거한
관계, 즉 어머니와의 관계, 가족관계, 그 외 감정적 결속으로 이루어진
원초적 관계에서의 감정적 유대에서 시작된다. 친밀한 공동체적 관계라
는 점에서 감정적 유대가 작동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정의 원칙을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71
생각한다면 이 속에서는 필요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Miller,
1999: 27). 따라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가족구성원의 필요는 애정에
근거하고 있고,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표현되어
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수준에서 가족상황을 생각해본다
면, 여기에서의 필요원리가 비록 애정이라는 감정적 유대에 기반하고
있지만, ‘가부장적 가족상황’에서 가족 내 가부장적 관계의 실천은 가부장
가족 내에서 애정의 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
필요에 따라 가족 내 자원의 분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가족관계에서
통용되리라고 기대되었던 애정의 유대 위에서의 필요원칙의 관철이
다른 방식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수준에서 개인이 차별경험
을 인지할 때, 차별의 피해자는 가족적 관계 내에서조차도 무시와 모욕을
경험하며, 원초적 관계에서 부정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가족 내에서
애정의 원칙보다는 성취원리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것은 국가나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4) 동성애
의 경우에는 이러한 구성적 관계에 의해 가족 내 원초적인 수준에서
차별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원적이며, 폭력적이다.
2. 국가/평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차별을 이야기할 때 차별해석의 논리는 주로 권리에
대한 문제제기 형식을 취한다. 즉, 차별해석은 정치적 공동체내에서
벌이는 개인이나 집단의 평등권의 적용 혹은 확장을 둘러싼 투쟁을
통해 구체화된다. 과거 신분제적 질서에 근거한 사회적 분업질서에서는
각 개인에게 얼마만큼의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의
위계질서에서 각 개인이 어느 위치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처럼 권리를
보편적 개인보다는 집단의 속성에 고착시켰던 연결고리가 깨어지게
된 것은 사회 구성원의 일반화 가능성이 보편적 원칙으로 정립하게
된 이후이다. 이제 더 이상 어떤 특권을 집단성이라는 질서를 통해서
특정집단을 경유하여 개인에게 부여하지 않으며, 각각의 권리 인격체들
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상호작용하며, 법규범을 준수할
4) 신자유주의 성취원리의 사회영역 등으로의 침투과정에 대해서는 박영도(2016) 참조.
372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것을 기대하게 되는 상호성을 가지게 되었다(호네트, 1996: 192). 개인을
속박하고 있었던 신분적 지위질서 속에서 개인의 권리인정의 요구는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대원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근대법에서 인정의 내용은 억압받는 주체들의 투쟁 속에서 차츰 확대되
면서 권리 주체를 서로 인정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해졌다.
주체는 정당한 권리주장을 위하여 도덕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추상적
능력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필요한 정도의 사회적 생활수준을 유지해야만
했다(호네트, 1996: 203). 권리의 인정을 통해서 자신의 행위를 타인의
존중을 받는 자주성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과 권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능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요구들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권리주체가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수단이기도 하다(호네트, 1996: 204‒207). 따라서 차별받는 주체(혹
은 피해자)가 이러한 권리가 자신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지 않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때, 일차적으로는 권리의 거부, 즉 평등원리 속에서
자기존중의 훼손을 경험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평등권리는 정치
공동체, 즉 국가적 수준에서 운영되는 원리이기 때문에, 법 그리고 국가정
책 등에서의 배제를 개별 주체는 경험하게 된다.
3. 회사/업적 혹은 성취
사회적 관계형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표적인 정의실현 원칙은 업적(성취)원리이며, 회사(라고 표현
되는 이익공동체)를 인정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가치부여’가 이루어지
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 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며, 그것은 ‘사회적 가치부여’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전근대에서는 신분적 질서에 따라 이것이
이루어졌다면, 근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는데 각 개인성의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가에 따라서 이루어진다(호네트,
1996: 210). 따라서 이것은 개인에 대한 일종의 ‘가치평가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개성화된 주체가 사회전면에 등장하게 되면서, 개인적
으로 명예를 집단이나 신분이 아닌 개인에게 부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개인은 자기실현을 통해 특정 시기의 사회적 목표에 얼마나 자신의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73
업적이 기여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목표를 지배하는 해석이 중요하게 되고, 이는 결국 해석행위를
둘러싼 장기적인 문화투쟁이다(호네트, 1996: 217). 그 속에서 다양한
수준의 평가와 해석투쟁이 존재하겠지만, 결사체적 공동체에서는 능력주
의라는 업적(혹은 성취)원리가 등장한다. 즉, 이는 집단적 속성(성소수자
나 여성 등)에 근거하여 개인의 능력이나 가치를 훼손하거나 폄하하지
말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이것이 차별경험을 해석하는 논리가 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문화적 해석 투쟁의 결과, 성소수자에게는 개별적
성취원리에 근거하여 엄격한 사회적 가치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문화적 가치도식에 근거한 차별이 국가, 사회, 가족의 영역에
서 해당 인정의 원리, 정의의 원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바로 모욕이나 무시 같은 구체적 경험은 위의 3가지 영역에서
개인의 자기실현관계를 모조리 훼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개별적 영역에서의 모욕과 무시의 경험은 총체적 수준에서의
인정의 거부로 표현할 수 있다. 개별적 경험이 개별적이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Ⅲ. 무시와 모욕의 구체적 경험
이 논문에서는 성적 소수자들 일반에 대해서 살펴보기보다는 동성애자
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동성애자의 경우5) 다른 성적
소수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이 사회화되었고, 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의 경우 이중적
태도 즉, 한편으로는 동성애 담론을 이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성애
담론을 통해 공격하는 등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등 다양한 문화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미디어 사례를 찾아보기 쉽다. 이러한
5) 보통 게이/레즈비언이라고 말하는 동성애자는 게이와 레즈비언에서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관점에서 볼 때, 게이가 레즈비언보다 더 사회적으로
인정되기도 하고, 레즈비언은 다른 방식으로 인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이들 자체가 그 자체로 완전히 인정되기 보다는 잘못 인정되거나(오독
되거나) 무시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모든
것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374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점 때문에 성적 소수자 일반보다는 동성애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시선과
억압 그리고 차별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 더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또한 시사점을 찾는데도 용이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들의
차별경험이나 차별의 내용에 대한 사례를 가족/국가/사회라는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경험만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미디어를 검토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확장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주로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동성애에 대한 문화적 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미디어에 노출된 동성애자의 차별경험을 간접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10년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와 동성애 관련 대표적 차별담론인 AIDS 관련 신문기
사를 분석할 것이다. 해당 드라마는 화제가 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고, AIDS관련
담론은 가장 대표적인 차별담론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에서의 해석투쟁의
양상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해석투쟁의 결과가 어떻게 가족/국가/사회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평등하다고 ‘가정’되는 공간 중 하나인
학교 내에서 동성애자들이 어떻게 거부되고 부정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성적 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 모음집(2011)」을 인용할 것이다.
학교는 평등과 업적의 원리가 상호 중층적으로 결합되어 움직이는 공간임
과 동시에 문화적 가치해석의 투쟁의 결과가 바로 적용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학교 내 차별경험을 재해석하는 것이 이들 차별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 적합할 수 있다.
셋째, 각 개인의 개별적 경험이 가족/국가/사회 내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정욜(2011)과 지승호(2011)의 개별 사례를
가족/국가/사회라는 차원에서 인용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이들은 개별적
으로 살아오면서 개인의 경험을 다양한 영역에서, 그리고 개별적 관계형
성과정 속에서 증언했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사회화했던
사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사례보다 해석적 차원에서 매우 유용하리
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세 가지 사례분석을 통해 각각의 개별적 사례와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75
경험으로 보이는 것들을 단일한 해석틀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1. 가족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차별
일반적으로 어떠한 특정 사유로 인하여 누군가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당위성을 우리 사회는 형식적으로는 확보하고 있는 것처
럼 보인다. 예를 들어 여성차별의 경우,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차별이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사회적으로는 ‘여성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된 담론이다. 한편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어떠한
잘못이든 가족 내에서는 용서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특정 차별사유’로 인하여 가족성원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해도 가족 내에서만큼은 보호하고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가족 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에는 여성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족 내 상황에서 벌어지는 차별이 부당하다는
점을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으로부터 저항의 자원을 가져와서 개인이
가족 내에서 투쟁하고 대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가나 사회에서
받는 차별상황에 대해서 가족 내에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면 가족상황에서 무시와 모욕의 경험은 각 차별사유
별로 서로 다른 위상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선 논의에서
가족상황에서 인정의 부여는 애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것에서의
정의원칙은 ‘필요’라고 규정하였다. 물론 가족 내에서의 정의원칙이 ‘필요’
라고 하더라도, 그것의 기준이 되는 것이 가부장제에 근거하고 있다면
가부장제의 필요에 의한 자원의 분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존 이성애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 혹은 가부장제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의 ‘필요’ 원리가 관철된다. 따라서 이들 동성애자들
이 지속적으로 기존의 이성애적 규범에 근거한 가족관계 자체를 거부하거
나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재현된다면, 동성애자 가족구성원에게 이러
한 원칙은 체계적으로 거부된다. 또한 가족상황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억압되거나 자신의 정체성이
376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거부되고, 무시되는 구체적 영역으로 등장한다. 이 때 가족 내에서의
정의의 원리, 인정의 원리를 강제하는 규범은 이성애적 규범일 뿐이다.
가족 내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아래의 경우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제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저를 존중하지 않거나, 부끄러워하거나, 비하하거나 그러면
가족 간에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 명절날 우리만 빼고
같이 모일 때 깊은 배신감을 느꼈어요. 한국의 명절은 특이하잖아요. 가족이 다
모이잖아요. 저희가 초대받지 못했을 때 우리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구나.(지승호,
2011: 311)
그러나 동성애자로 존재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는 이미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방식인 이성애적 결혼으로 구성된 가족주의를
거부한다는 것으로 나타나기에, 기존 가족구성원들이 가지는 이들에
대한 거부감과 불인정은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가족은 가족구성원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애정으로 가족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어 왔으나,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갖는다. 미디어에서의 재현을 통해 게이커플이 등장했던 가족과의 갈등
의 모습 또한 이러한 것을 반영한다.
태섭모: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게 일반적인 건데,
태섭이는 다르더라구요
태섭 작은 삼촌: 어떻게 가만히 있어져요. 미친새끼가 나왔는데…… 미친 새끼
아니에요? 정신병자 아니냐구요.6)
드라마에서 태섭의 가족들은 태섭을 감싸 안으며 따뜻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작은 삼촌과 태섭의 파트너 경수의 가족들의 반응을 통해 게이커
플이 가족 내에서 겪는 상반된 경험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은 흔한
것으로 특히 가족들의 눈물어린 호소와 아픔, 그리고 동성애 당사자의
슬픔과 아픔은 일상적으로 가족들로부터 이들이 받는 상처 중 하나이다.
6)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태섭모가 가족에게 태섭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대목
이다. 당시 작가 김수현은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당혹스러워 마세요.
사람끼리의 사랑으로 받아들이세요. 부탁드려요. 그냥…… 가족 중에 하나 있으면
어떨까…… 그들도 하나하나 어느 집의 자식이잖아요.”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77
아들에게 남긴 어머니의 다음과 같은 편지는 상처로 이해되며, 여전히
가족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편지) 끝으로 부탁은, 너는 그들의 부류에 속해 있더라도 앞장은 서지
마라. 밝은 쪽으로 인도는 못할망정! 그들의 부모님을 생각해라. 모르긴 몰라도 그분들
도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앞장서서 권리를 찾는다고? 30년 후면 될 것이다.(정욜,
2011: 120)
이러한 아픔은 믿고 의지하고 싶은 가족이 아니라, 더 이상 화해하기
힘들고,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가족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들이 가족
내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무시되고 부정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가장 친밀한 감정적 연대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가족으로부터 끊임없
이 부정되는 존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족구성원에서 무시되고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들
이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부이고 불인정이다. 애정에
근거한 관계와 신뢰는 그전까지만 해당되는 조건이다. 오히려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가족관계에서 맺어왔던 다양한 형태의 인정은 현재 커밍아
웃을 하는 순간 부정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모님이
인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가족관계에서 비롯되는 불인정의 경험은 보다 더 커지고, 다른
한편 그것에 대한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렬해지는 이중의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 내에서
뿐 아니다. 아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사회에서의 인정을 원하기도
한다.
태섭: 난 지금도 메가폰을 들고 병원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게이다’ 외치고
싶어.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은 내가 다르게 태어난 놈이라는 것보다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7)
다만 자신의 일차원적인 인정의 관계였으며, 정체성 형성의 가장
기초적인 공간이었던 가족 내에서조차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긴 채로
속이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이 흔들리는 경험으로 이어진
7)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한 대목.
378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다. 또한 가족에 대한 걱정, 부모에 대한 미안함으로 정신병 치료를
받거나 군대에서 부모에 대한 걱정으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견디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은 한편으로는 가족이 주는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을
이들이 참고 견디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압박감이
란 가족은 다른 관계와 달리 감내해야만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더 억압적인 관계로 다가온다. ‘단절’될 수 없는 것이 가족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점은 다음의 인터뷰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용호: 친구한테 커밍아웃해서 실패해도 관계가 단절되면 그만이지만 가족하고는
그게 안 되잖아요. 내쫓기듯이 나와서 가족 얼굴도 못 보고 그런 게 싫어서 더 말을
못하는 거죠.(강조는 인용자)8)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서 체계적으로 거부당하고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경험을 주되게 경험하게 되면서 가족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하고 불인정되는 무시의 경험을 겪으면서 이들의 정체성은 여전히
거부당하고, 가족으로서의 지위도 상실한다. 이를 정욜은 이렇게 표현한
다. “가족은 동성애자에게 그렇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순간,
마치 살점 깊은 곳까지 도려내는 느낌, 그게 가족과의 갈등이 빚어낸
상처”라고(2011: 196).
가족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받는 거부의 경험은
파트너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오랜 시간 뇌종양으로 투병했던 파트너의
곁을 지켰던 이경은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파트너의 가족으로부터 무시를
당했으며, 마지막 가는 길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행이 거절’되었다
(정욜, 2011: 77‒78). 이러한 거절은 일부 동성애자들의 경우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라는 구호로 편재성을 강조하고, 기존의 제도를 혼란스럽
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은 이들의 존재감 자체가 즉, 드러난다고 하는 것 자체가
기존 제도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8) 「대한민국에서 청소년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 《오마이뉴스》, 2010년 10월 27일자.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79
2. 사회에서의 체계적인 거부와 모욕
그러나 이런 경험은 가족에서뿐만이 아니다. 국가나 사회로부터도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인정의 거부와 무시의 경험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사회는 보통 업적위주의 능력이 관철되는 곳으로 평가된다.
즉, 특정 개인의 사회적 가치의 인정의 방식과 원리는 개인이 속한
집단성에 고착되지 않으며, 개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동성애자들의 경우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 당하지 않는
이상 성적 정체성을 들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성애
자인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여성이라는 외적 표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사 내에서 승진이나 업무의 배치 등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게
해주지만, 동성애자는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예를 들어 동성애자임을
밝힌 한 연예인이 2008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9)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능력이나 업적위주로 자원이 분배되거나 가치가 인정되
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사회의 기준은
사회의 기본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 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이성애적 결혼에 근거한
가족규범은 ‘인구의 재생산’이라는 사회발전 전망과 구체적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과 구체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는 인식 즉, 사회적
목표와 무관하다는 판단은 이들을 사회적 위계서열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부여의 원리는 세금납부
등의 기본적 책무를 다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내재된
구성원리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결국 어떠한
사회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가치를 평가하는가 하는 점은
문화적 가치체계의 한 형태이며, 그것을 둘러싼 싸움이기도 하며,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현재와 같은 지위체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동성애자
의 경우 동일한 성취의 결과도 사회에서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으며,
9) 2007년부터 모델 겸 연기자로 활동하던 김지후는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해 동성애자
임을 밝힌 후부터는 심한 악플에 시달렸으며,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무산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3살의 나이로 2008년 자살했다.
380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죽음마저도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다루어진다. 인정되어야 할 성취와
죽음은 순수한 개인의 가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장기적인
목표와 부합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화적 가치체계는 지속적으로 이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미디어의
노출 혹은 이들의 상업적인 목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일들이 발생하
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례는 드라마10)나 영화의 소재로 삼거나
광고 마케팅 등에서 활용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상당히 광범위
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며, 문화적으로는 어느 정도 우리사회에 포용되
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인정 역시 가부장적 남성주의 문화의 가치평가도식에 근거하여 계층화되
어 있고 그에 따라 선별적으로 상업적인 동의를 구하고 있다는 점 등은
이러한 오늘날의 현상이 과연 진정으로 문화적 승인의 형태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성적 소수자의 문화적인 변별성이
가부장 남성주의 문화의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이
다. 실제로 게이에 대한 과도한 편견으로 인하여 ‘꽃미남 게이’나 ‘여성성=
게이’라는 고정관념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11) 상업적인 움직임을
보면 게이는 ‘Must Have Item’으로 표현되거나 게이나 레즈비언을 특정화
된 형태로만 부각시켜 이들을 상업적으로 착취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여성적 특성을 가진 게이라는 측면은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매우 높다. 이러한 점은 기존의 남성성에 대하여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측면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판타지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동성애자를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으로 형상화하는데 일조한다.
문화적 가치체계는 다른 방식으로도 작동한다. 예를 들면 이들 동성애
자들에 대한 가장 큰 사회적 낙인 중 하나는 또한 AIDS와의 직접적
연결을 통한 낙인이다. 일단 게이임이 밝혀지면, 쏟아지는 가장 큰 비난
중 하나는 ‘더럽다, AIDS 감염자다’ 등의 낙인을 통한 사회로부터의
배제와 비난을 통한 위계화이다. 이러한 점이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10) 1994년에 MBC 베스트극장에서 최초의 레즈비언 드라마 ‘두 여자의 사랑’(9월 29일)이
방영되면서 최초로 공중파를 타게 되었다.
11) 예를 들어 ‘쿨’해야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그려진다. 현실의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쿨’할 수도 있고, ‘찌질이’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81
비롯된다는 사실이 공적으로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실보다는 문화적으로 재구성된 ‘상상적 사실’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초 1981년에 AIDS가 발견되었을 때, 동성애자 게이에게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게이돌림병’이나 ‘게이 암’이라고 명명된 이 병은
사실 HIV로 인해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병이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AIDS가 사용됨에 따라서 동성애=AIDS라는 공식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갖고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1981년
미국의 레이건 정부 시절, 팻 뷰캐넌 보좌관의 경우 공개적으로 언론에
“에이즈는 성적으로 문란한 동성애자들에게 신이 내린 천벌”이라고 했으
며, 백악관에서 예배를 볼 때,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에게 신이 내린
벌이라고 하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냐”는 목사질문에 레이건도 그렇
다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그 뿌리가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승호, 2011: 240).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에서는
에이즈가 발병했을 때, 최초 언론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런 것을 다루었
을까? 당시 동아일보의 기사를 살펴보자.
환자로부터 병에 대한 면역성을 빼앗는 이상한 증세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 이를
막을 방도를 논의하기 위해 전 미국의 보건 관리들과 혈액전문가들이 4일 이곳에서
회의를 열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알려진 이 증세는 처음에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의 동성애 남성들 사이에서, 그 뒤 아이티계 이민, 그리고 정맥주사마약사
용자 및 혈우병 환자 등에서 발견되었다.……12)
에이즈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걸리는 병이 아니라 HIV에 의해 감염된
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이 걸리
는 병으로 오해가 되고,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사회에서 동성애자들 특히 게이들을
더욱 더 차별받게 만드는 존재로 몰아세우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12) 「美에 免疫결핍증 患者의 病저항력 빼앗아: 同性愛 남성서 발견」, 《경향신문》, 1983년
1월 6일자.
382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무서운 면역결핍증의 온상 동성애족 국내도 많다.…… 게이바 7개소 성업 대낮에
남자끼리 짝지어.……13)
십여 년이 경과한 1997년의 신문에서도 이러한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이들은 ‘동성애 에이즈감염 급증, 올 들어 22명 중
8명’이라고 기사를 내보내며 ‘에이즈=동성애’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14) 물론 이것은 이들 신문만의 책임은 아니다. 당시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인용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도 이와 같은 태도를 조장하
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미디어 담론과 국가권력이 ‘동성애=에이즈’
로 일치시키는 담론을 가중시키고 있어다. 초기 에이즈환자가 동성애자
들이었다는 이유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과
미디어나 국가가 나서서 AIDS를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병으로 낙인찍은
효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현재까지 이러한 태도는 변화되지 않고
있다.
2011년 서울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안 제5조의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넣는 조항에 대하여 반대하면서 한 모 대학교수
는 ‘동성애는 에이즈와 같은 성병, 임신과 출산 불가 등으로 자신과
사회에 많은 폐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버젓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 등 담론효과는 여전하다.15) 이러한 담론효과에 대하여
한 에이즈 인권운동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 사회의 담론과 문화적
가치가 에이즈 감염인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정당한 하나의 주체
로, 구성원으로 대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에이즈에 취약한 그룹인, 동성애자나 성노동자, 이주노동자를 얘기할 때
뭐라고 하냐 하면, ‘고위험군’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 사람들만 위험한
것으로 알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을 위험인물로 인식하게 되고요. 이런 말 한마디도
편견을 조장하거든요.(지승호, 2011: 265)
이처럼 이들에게 사회는 자신의 능력에 근거하여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
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사회의 기존 성도덕이
13) 「무서운 면역결핍症의 溫床」, 《동아일보》, 1985년 6월 29일자.
14) 「동성애 에이즈감염 급증」, 《경향신문》, 1997년 4월 2일자.
15) 「서울교육청 동성애옹호 단념하라」, 《문화일보》, 2011년 10월 26일자.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83
나 이성애 체계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사회의 특정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거부당하면서 사회의 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학교라는 공간은 업적위주의 보상이 주어지는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평등’의 원리 위에서 자기관계가 형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차별경험은 이중의 원리의 위반이자, 이중의 거부로 경험된
다. 학교에서의 이반검열은 바로 이중의 원리의 위반이며, 자기관계의
훼손이자 거부로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학교에서의 거부의 경험은
“부모님과의 갈등”을 경험하거나 아웃팅의 대상이 해당 차별피해자의
부모님이 된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가족’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경험은 이중, 삼중의 억압과 거부의 경험으로
체화된다는 점에서 다른 차별피해자의 경험과 매우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곳에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고, 이러한
과정은 다시 사회와 국가에서 반복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학교에서는 이반 검열을 해서 이반으로 찍힌 친구들의 부모님들에게
아웃팅을 했어요. 그 때 한 친구는, 집안 사정이나 다른 문제들도 있었지만 특히
그 문제로 인해 부모님과 갈등이 깊어지다가 자살을 했어요. 이 친구 말고 다른
친구들도 아웃팅 이후 부모님과의 문제, 주위 친구들로부터 당한 따돌림 등을 견디다
못해서 자해를 했고요. 이반 검열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게 검열 뒤에
있을 아웃팅이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아웃팅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학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방치했어요. 마치 ‘당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죠.(밑줄은 인용자)16)
뿐만 아니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영화제작자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질투는 나의 힘’ 등을 제작한 김조광수 제작자의 경우 게이가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라고 세 번 부정한 것이 ‘슬퍼서 한 시간 넘게 울었’다고
고백하였는데, 이유는 ‘게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나 배우들이 꺼릴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17)
16) ?성적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모음집?(학생인권조례성소수자 공동행동, 2011).
17) 「인터뷰, 게이 영화제작자겸 감독 김조광수」, 《한국일보》, 2011년 10월 12일자.
384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이것은 기존 사회의 문화적 가치도식 체계로부터 주어지는 사회적
불인정의 형태이며, 이와 같은 문화적 가치체계는 가족, 사회, 국가의
모든 수준에 이르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미디어의
동성애 코드의 등장은 문화적 승인이라기보다는 상업적 착취와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의 파편화 혹은 강화의 형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체계적인 불인정의 과정들
그렇다면 이제 국가적 수준에서의 이들이 받는 불인정의 경험을 살펴보
도록 하자. 보통 국가와의 관계에서 기대되는 인정의 원리는 평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이 갖고 있는 기대의 거절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발견된
다. 이들 동성애자들이 국가로부터 원하는 것은 동등한 사회적 구성원으
로서의 인정이며, 이것은 평등한 권리의 부여라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표1-- 우리나라 법령 및 판례상 성적 소수자에 대한 견해18)
성적 소수자 인권 보호 법령 및 판례 성적 소수자 인권 침해 법령 및 판례
∙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30조
∙ 인천지방법원 트렌스젠더 인정
∙ 대법원 트랜스젠더의 호적상 성별 정정 신청허가
∙ 군사법원 동성애 처벌 위헌 소송
∙ 군인사법 시행규칙
∙ 징병신체검사등 검사규칙
∙ 군혈액관리 규칙
∙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 군형법 제92조
∙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령 시행령
∙ 동성간 혼인관계 불인정
그러나 이들의 기대는 곳곳에서 어긋나며, 이들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
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관련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2007년도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서의 가장
큰 논란은 차별 사유에 성적 지향(정체성)의 포함여부이다. 2010년 12월
발족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차별금지법 초안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혼인여부, 성별 정체성, 학력, 성적 지향, 전과, 고용
18) 전영평 외(2010: 139, 재인용).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85
형태,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가장 사회적
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상 이들 성적 소수자들은 차별금지의 보호대상에서 예외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군형법 제92조는 동성애를 이유로 형사처벌 법 조항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규정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
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한다”는 합헌결정을 내렸는데,19) 이에 따르면
군인은 합의하에 했더라도 동성 간 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미국의 경우 불완전한 시민권의
지대로서의 군대에서 미국방부가 사용한 동성애규제는 자기 정의의
맥락 속에서 발언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동성애’ 발언의 맥락이 통제의
의미이지, 인정의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한다(버틀러, 2016: 198‒
200). 결국 시민권의 제한이 동성애자들에게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군대 내 게이들의 경험은 ‘병을 치료한다’는 관점에서도
나타난다. 자기 존재의 인정이 아니라 존재의 말살, 부정, 거부 등으로
나타나는데, 대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훈련병 생활 이후 바로 의무대로 옮겨갔지만, 정신과 군의관은 어떠한 치료도
해줄 수 없고, 해 줄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뒤 군에서는 민수의 동의 없이
강제로 에이즈 검사도 했다. 이후 민수는 동료 병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싫어 화장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지승호, 2011: 128)
나는 군대에 있을 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정신병동에 2개월 정도 입원했다.
매 시간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고, 밤에는 독방에서 자야 했다. 수치스러운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조용히 견뎠다. 하지만 나를 담당한 군의관은 나의
상황을 부모님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성정체성이 알려졌고,
19)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드러낸 군형법 제92조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헌법정신실현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11년 4월 11일
성명서).
386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부모님은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정욜, 2011: 34)
군대에서 겪었던 이들의 경험은 국가와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국가가
당연히 해주리라고 믿었던 기대의 거부와 불인정으로 드러나게 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와 비교하여 오래전
부터 동성애와 관련하여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동성간 결혼이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이들이 국가와의 관계에서 자기결정을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러한 뿌리가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 이성애 중심의 가족규범이라고 할 때에, 기존의 제도나
전통을 훼손하려고 하는 모든 시도, 특히 동성애자들이 정치적·사회적
권리를 획득하려고 하는 모든 시도는 불인정되기 쉬운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욕과 무시의 경험은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일관적이다. 모든 일상적인 상호작용의 공간인 가족, 사회, 국가와의
관계에서 거부당하고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갖고 있는 두려움은 단순히 차별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전체와 삶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뽑혀나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인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체계적인 거부와 무시로부터
나타나는 권리의 부정, 지위의 폄하, 그리고 정체성의 훼손의 경험은
심리적인 수준의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분명히 차별의 언어로 포섭되
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과 더불어 직접적인 권리의 훼손 혹은
가치의 불인정 등과 같은 문화적 가치도식의 문제에 대한 부분이 함께
복합적으로 제시가 되어야만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층위의 차별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존재조건 자체가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재현되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결혼을 통한
이성애적 가족을 기초적 단위로 하며 이러한 가족들간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사회’이며, ‘국가는 성장, 발전, 안녕, 안전 등의 규범에 따라
이를 관리하거나 통치한다는 생각, 이것이 사회‒민족‒국가라는 모델의
요체(서동진, 2011: 114)’라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동성애자들 역시
한 국가의 시민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들에게 시민적 권리가 주어져야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87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시민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적 발생 및
운영원리가 위와 같기 때문에 이들을 국가적 권리에서 체계적으로 배제하
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험의 근저에는 문화적 가치도
식에서의 체계적인 서열화를 통한 위계적 도식화의 결과와 현재 민족‒국
가체제가 상상하고 만들어 낸 체계에 대한 거부의 흔적이 놓여 있다.
결국 인정의 3가지 영역, 즉 가족‒사회‒국가는 이들을 당연히 거부하게끔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인 친밀한 관계들을 가족 아닌 가족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문화적
가치도식을 재구성하는 해석투쟁의 서막일 뿐이다.
Ⅳ. 맺음말
이들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성소수자들이 체계적으로 인정의 공간에
서 무시되거나 잘못 인정되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이들에게 가족은
다른 소수자의 상황과는 달리, 존재자체가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불인정
되는 상황이며, 국가로부터 당연히 받으리라고 생각했던 존중의 상황은
평등한 권리가 체계적으로 부정되면서 거부되는 상황이다. 또한 사회로
부터의 정당한 가치평가기준은 이들에게 주어진 낙인에 근거하여 가치평
가서열의 하위에 배치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이들의 일관적인 경험을 하나의 단일화된 경험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내부적 분화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분화가능성 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성적소수자는 하나의 특수성으로 쉽게 환원할 수 없을
만큼 개별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험이 인정의 여러 공간에서 동일하게 무시 혹은 거부되는 것은 이들의
존재조건 자체가 우리 사회의 기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나타나
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가져왔던 가족관
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다는 사실은 여타 다른 차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며, 이것으로부터 이들은 가족에 대하여 양가적인 태도
와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가족제도를 둘러싸고
대항하는 전략적 수준에서 퀴어와 동성애 집단과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388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하더라도, 기존 가족제도에 대한 거부를 통하여 이것에 파열구를 낸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바로 기존 가족제도로부터 이들이
체계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필요라
는 애정의 원칙에서 이들 소수자들이 배척된다고 하는 것은 애정의
감정구조 자체가 순수한 애정이라는 감정을 넘어 다른 가치에 의해
구조화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라고 하는 것 역시 가족의
소중한 손길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취약한 가족구성원에게 관심이
가는 형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험을 심리적인
수준으로 환원하거나 그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것들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완전한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기
위한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경제적 재배치가 요구된다(Fraser, 2002).
사회적 인정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가치인정의
측면은 ‘문화적 가치도식을 둘러싼 투쟁’이다. 따라서 앞선 이유로 인해
문화적 가치도식의 가장 낮은 서열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또한
체계적으로 자신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부정을 경험한다. 다만, 이러한
상황과 함께 발생하는 상업적 착취의 수준은 이들에 존재적 가치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잘못 이해하거나 오독하거나 혹은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으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국가적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존재조건 자체가 우리 사회의 기존 제도와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평등한 권리관계의 훼손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불인정의 상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때, 이들은 사회적으로
다른 성원이나 집단 혹은 제도와 충분히 상호작용할 수 없다. 특히
성적 소수자의 존재조건은 가족관계에 파열을 내는 차별사유라는 점에서
다른 차별의 대상자의 존재조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정당한 사회적 가치평가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문화적 가치도식은
사회적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 수준에서도, 가족의 수준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문화적 가치도식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결정하는 데에는 경제적, 정치적 수준에서의 결정요인이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투쟁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물질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그리고 이들의 가치를
한국사회 성소수자 차별경험의 재인식 389
위계화하는 문화적 가치도식의 전환이 요구되며, 적극적으로 이들을
사회성원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문화적 가치도식으로 인해 이들이 가족/국가/사회 내에서 지속적인
자기실현과 자기결정의 거부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삶의
총체적인 수준에서의 거부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무시나 모욕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성소수자
차별을 파악하는데 있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둘러싼 해석의
투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필요한 시기이다.
390 정신문화연구 제41권 제3호
참 고 문 헌
1. 1차 자료
《한국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동아일보》, 《오마이뉴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SBS).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11년 4월 11일 성명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서와 870명 시민입장문>.
2. 단행본
바네사 베어드, 김고연주 역,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후, 2007.
악셀 호네트, 문성훈·이현재 역, ?인정투쟁: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창비,
1996.
장서연 외,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14.
전영평 외, ?한국의 소수자 정책: 담론과 사례?. 서울대학교출판부, 2010.
정욜, ?브라보 게이라이프?. 나름북스, 2011.
주디스 버틀러, 유민석 역, ?혐오발언?. 알렙, 2016.
지승호,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시대의창, 2011.
학생인권조례성소수자공동행동, ?성적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모음집?. 2011.
Fraser, Nancy, Recognition and Difference . London: Sage, 2002.
Fraser, Nancy & Honneth, Axel, Redistribution or Recognition?: a political‒philosophical
exchange. London: Verso. 2003.
Goffman, Erving, Stigma: notes on the management of spoiled identity.
Englewood Cliffs, N.J.: Simon & Schuster Inc, 1964.
Miller, David, Principles of Social Justice. Cambridge, Mass.: Harvard Univ.
Press, 1999.
3. 논문
박건, 「차별이해 지평의 확장을 위한 연구」. ?민주주의와 인권? 제10권 1호, 2010,
255‒292쪽.
박영도, 「신자유주의적 자유의 역설과 민주적인 사회적 공공성」. ?사회와 철학?
제31집, 2016, 131‒158쪽.
서동진, 「퀴어가족? 가족, 사회, 국가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진보평론? 제48호, 2011, 88‒119쪽.
이현재, 「성소수자의 인권도시운동과 탈‒전통적 연대개념의 재구성」. ?범한철학?
78호, 2015, 353‒378쪽.
국 문 초 록
성소수자들은 사회나 국가 그리고 가족 내에서도 체계적으로 무시되거
나 불인정된다. 가족내에서도 이들은 다른 소수자의 상황과는 달리
존재자체가 불인정되고 배제되는 상황이며, 국가로부터 당연히 받으리라
고 생각했던 존중의 상황은 평등한 권리가 체계적으로 부정되면서 거부된
다. 또한 사회로부터의 정당한 가치평가기준은 이들을 가치평가 서열의
하위에 배치시키게 한다. 이러한 불인정의 상황은 인정의 구조를 통해서
살펴볼 때 더욱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서 우리는 물질적으로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그리고 이들의
가치를 위계화하는 문화적 가치도식의 변화를 통해 이들을 사회성원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어려움
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체계를 둘러싼 투쟁이 요구된다.
투고일 2018. 3. 20.
심사일 2018. 4. 20.
게재 확정일 2018. 5. 30.
주제어(keyword) 성소수자(sexual minorities), 무시(nonrecognition), 모욕(dsregard),
차별(discrimination), 인정(recognition)
Abstracts
Reinterpretation of discrimination experiences of sexual minorities
in Korean society: through the lense of recognition theory
on nonrecognition and disregard
Park, Gun
Sexual minorities are nonrecognized or disregarded within society, nation
and family they belong to. Even in their own families they are misrecognized
and excluded, unlike other minorities, and they are denied and refused from
gaining rights and respect from the state. Also, the socially justified valuation
standards place them at the lowest rank. A more systematic and concrete
understanding of their nonrecognized status can be attained through the lense
of recognition theory. Based on the investigation, this paper accentuates that
materially, institutionally, and culturally, the social value of sexual minorities
should be changed to recognize them as equal social members. Furthermore,
we need new social imagination to overcome difficulties facing the struggle
to construct a new cultural value system.
'인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武士와 조선 文士의 정신세계 -무사도와 선비정신의 비교연구-/신현승.고려대 (0) | 2019.06.24 |
---|---|
20세기 초 중국의 근대국가 구상과 러시아 1차 혁명/양 일 모.서울대 (0) | 2019.06.24 |
텍스트 이론의 역사적 전개와 새로운 글쓰기의 도래/송은영.연대 (0) | 2019.04.24 |
中庸에 나타난 天命과 性, 道, 敎의 유가미학적 관점에 대한 연구/안영탁.성대 (0) | 2019.04.24 |
조선시대 여성 묘비에 관한 일 고찰/심경호.고려대 (0) | 2019.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