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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슬다불양, 채다불수

如何用銀錢, 常與袋商量(여하용은전, 상여대상량)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는 항상 주머니와 상의하란다' 주머니 사정 봐가면서 쓰라는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은행을 자기 금고로 삼아서 그런지 주머니 크기가 똑같아 보인다. 아파트, 자동차 배기량, 입는 옷과 장신구 등 어디에서도 빈부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결과는 가구당 부채 6000만원의 기록으로 나타났다.

蝨多不痒, 債多不愁(슬다불양, 채다불수) '몸에 이가 많으면 가려운 줄 모르듯이 빚도 턱없이 많아지면 걱정이 안 된다'고 한다. 빚을 조금 졌을 때는 상환할 궁리에 勞心焦思(노심초사) 잠 못 이루다가도 돌려막기에 적응되고 이자가 꼬리를 물어 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되면 오히려 간이 커져서 태평해진다는 뜻으로 본인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크기의 부채를 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警句이다.

방대한 가계부채는 적자 인생이 엄청 많다는 것을 대변한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20대와 30대의 부채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蛋未孵先數雛(단미부선수추) 그들은 '부화도 안 된 계란을 보며 병아리 숫자를 세듯이' 인생의 시작부터 벌지도 못한 돈을 당겨쓰고 있는 것이다. 건강문제, 해고, 사고 발생 등 불확실성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돈 버는 일인들 뜻대로 될 것인가? 돈은 먼저 벌어놓고 써야지 '벌기를 희망하는 돈'을 셈하여 假拂人生(가불인생)을 사는 것은 쪽박 찰 전조이다.

未窮先窮 永世不窮, 未富先富 永世不富(미궁선궁 영세불궁, 미부선부 영세불부) '궁핍해지기 전에 궁핍한 생활을 하면 평생 궁핍하지 않을 것이나, 부유해지기 전에 부유함을 누린다면 영원히 부유할 수 없다'는 말은 있을 때도 절약해서 살 것이며, 없으면서 있는 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과도한 부채는 본인의 삶을 앗아 간다. 모든 경제활동이 원리금 상환을 위한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채무자의 인생은 채권자를 위한 인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영원히 남을 위한 쪽박인생 살기 원하지 않는다면 있을 때는 아끼고 없으면 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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