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금강경

우리의 본성은 원래부터 항상 맑고 조촐하여 모든 상대적 현실에 상응(相應)함이 맑고 밝은 거울과 같아서

물건이 오면 비추고(照見) 물건이 가면 비추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되(照空) 그 거울에는 털끝만한 상(相)도

머물음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오고(來) 간 것은(去) 물건뿐이오 거울 그 자체에는 오고 감에 흔적이나

집착이 없는 것이다. 본래 맑고 깨끗한 우리 인간의 본래심(本來心)도 이처럼 시비(是非)ㆍ선악(善惡)ㆍ미추

(美醜)ㆍ호오(好惡) 등의 분별을 상대에 따라 역연(歷然)하게 비추되 그것에 끌리고 머물러(집착)서 혼란이나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마치 깨끗한 거울처럼 나타남에 비치고 지나감에 자취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응무소주의 마음은 맑고 조촐한 본래심, 즉 진성(眞性)인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 두루 갊아 있는 이 마음을 활용하여 모든 판단과 행위의 규범을 삼는 것이 바로 ‘응무소주이생기심’이다.

육조혜능은 말하기를 모든 도를 닦고 행하는 사람이 남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말지니 스스로 내가 잘하고 내가 잘

안다하여 마음에 배우지 못한 사람을 업수이 여기면 청정한 마음이 아니다.

자기 성품에 항상 지혜를 내 마음을 낮추고 일체중생을 공경함이 수도하는 사람의 맑고 깨끗한 마음이나 만약

스스로 그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맑고 깨끗함에 애착하여 마음에 머무는 바 있으면 곧 법상(法相, 법이라고 하는

집착심)에 끌림이라 색(色)을 보고 색에 머무는(住, 집착) 마음을 내면 미혹한 사람이요, 색을 보되 색을 초월하여

색에 머물지 아니한 마음을 내면 곧 깨달은 사람이다. 색(色, 물질, 현상)에 머물러 마음을 내는 것은 구름(雲)이

하늘을 가린 것 같고, 색에 머물지 아니하고 마음을 내는 사람은 허공에 구름 한 점 없고 해와 달이 밝게 비추는 것과 같다.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는 것이 곧 망녕된 생각이요, 색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내는 것은 곧 참된 지혜이니

망녕된 생각이 나면 곧 어둡고, 참다운 지혜가 비추면 곧 밝아질 것이며,

밝아지면 번뇌(煩惱)가 생겨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육진(六塵)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응무소주하여 이생기심하라, 즉 마땅히 무엇에든지 머무름과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본래심)을 활용하라는 의미이다.

.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과무대 형고무소(宥過無大 刑故無小)  (0) 2020.09.10
고사성어/wangjian.tistory.com  (0) 2020.08.12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0) 2020.08.07
광풍제월(光風霽月)  (0) 2020.08.07
단사표음(簞食瓢飮)  (0) 2020.08.07